소은정은 물론 그녀의 오빠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역시 그저 모르는 척할 뿐이었다. 그런데 소은정을 끔찍히 아끼는 소찬식에게 눈치없이 그런 말까지 한 이상, 문제는 달라진다.심청하도 심채린도 얼굴이 일그러졌다.가족이라는 명분으로 심채린을 SC그룹에 입성시키려는 계획이었는데 성공은커녕 일하는 직원들 앞에서까지 개망신을 당하다니.그리고 다른 말은 다 참아도 상간녀라는 단어만큼은 그저 넘길 수 없었다. 분노에 부들부들 떨던 심청하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소찬식 당신! 당신만 아니었어도 난 그이 와이프가 될 수 있었어! 이게 다 당신 때문이잖아! 당신 때문에 내가 아직도 상간녀 소리를 듣는 거잖아!”소은정은 심청하 모녀를 바라보다 푸흡 웃음을 터트렸다.“숙모님, 숙모님이 상간녀 소리를 듣는 게 왜 우리 아빠 탓이에요? 우리 아빠가 유부남을 꼬시라고 부추기기라도 했나요? 그리고, 혼인신고를 하면 상간녀였다는 사실이 없던 게 되나요? 혼인신고를 한다면 상간녀와 사생아를 낳았다, 정실부인은 그 화를 못 이기고 죽었다는 사실이 쫙 퍼졌겠죠. 저희는 숙모님처럼 그렇게 뻔뻔하지 않아서요. 그런 추잡한 소문 용납할 수 없습니다.”소은정은 의미심장한 미소와 함께 한발 다가섰다.“평생 삼촌 수발이나 들면서 사세요. 분수에 맞지 않는 것을 욕심내면 다치는 법이에요.”심청하의 낯빛이 창백해지는 걸 본 소은정은 속이 다 시원했다. 어차피 먼저 무례한 것은 저쪽, 다 스스로가 자초한 일이니 미안한 생각은 눈꼽만큼도 들지 않았다.“소은정, 너 지금 날 협박하는 거야? 그러는 넌? 너야말로 사랑에 미쳐서 태한그룹 박수혁과 결혼하고 버림받은 주제에. 대표님 소리 좀 들으니까 네가 대단한 줄 알아? 정신차려. 너도 결국 남자한테 버림받은 불쌍한 여자일 분이니까.”심청하가 소은정을 노려보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이렇게 된 이상 심청하는 소은정을 더 도발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꾸었다. 만약 소은정이 그녀에게 손이라도 댄다면 그때는 상황이 역전될 수 있을 테니까.하지만
집사가 고개를 끄덕였다.“참, 며칠 뒤면 아가씨 생일이신데.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워낙 바쁘게 지내다 보니 집사가 먼저 언질을 주지 않았으면 까맣게 잊을 뻔했다.소은정은 웃으며 소은해를 바라보았다.“뭐 평소처럼 보내는 거죠. 오빠, 선물 기대할게?”소은정의 미소에 소은해는 소름이 돋았다. 지금까지 요트에 쇼핑에 퍼부은 돈이 얼만데 생일 선물까지?집사 아저씨는 아직도 어린애들처럼 투닥거리는 두 사람을 흐뭇한 얼굴로 지켜보았다.사실 소은정은 워낙 시끄러운 걸 싫어하다 보니 이번 생일도 가족이나 친한 친구들끼리 간소하게 치를 생각이었지만 심청하 이 상간녀까지 소은정을 무시하는 꼴을 보고 있자니 제대로 성대한 생일 파티를 주최하리라 소찬식은 몰래 다짐했다.SC그룹, 회의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가던 소은정은 소은해가 잔뜩 굳은 표정으로 로비로 나가는 것을 발견했다.박수혁이 무표정한 포커페이스라면 소은호는 항상 친절한 미소로 자신을 무장하는 또 다른 의미의 포커페이스를 자랑하는 사람이었다.그런 오빠가 이렇게 대놓고 언짢음을 드러내다니. 보통 일이 아니다 싶은 생각에 소은정이 그 뒤를 따랐다.“오빠, 무슨 일인데 그렇게 화가 났어?”소은정을 발견한 소은호는 그제야 찌푸린 미간을 살짝 풀었다.“별일 아니야. 삼촌이 이상한 꿍꿍이를 꾸미는 것 같아서 경고 좀 해줬어.”“뭐?”소은정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경고라니?“무슨 경고를 어떻게 했는데? 혹시 심채린을 우리 회사에 꽂으려고 그러는 거래?”소은호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피어올랐다.“그뿐만이 아니야. 삼촌이 노리는 건 지분이야. 지금 대주주들과 은밀하게 접촉하기 시작했다는데... SC그룹을 노리고 있는 것 같아.”오빠의 말에 소은정의 표정도 차갑게 굳었다.“전에 심채린, 심청하 모녀가 집에 왔었어. 심채린을 회사 관리직으로 꽂아달라던 걸 거절하긴 했는데... 딸 일자리나 구해주려고 그런 게 아니었어...”“허, 아주 야무진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소은호가 피식 웃었다.“그래
힐튼 호텔.소은정의 생일파티에 초대받은 손님들이 하나둘씩 도착했다. 아버지의 강력한 의견 피력도 있었지만 이번 기회에 인맥을 넓히라는 소은호의 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되어 일을 키우려는 아빠를 막지 않았다.그러자 소찬식은 금지옥엽 외동딸의 생일파티를 위해 힐튼 호텔 전체를 대여한 것은 물론이고 오고가는 손님들의 안전을 위해 거리 하나에 경호인력을 배치했다.그리고 연예인들만 가능하다는 건물 전광판에도 소은정의 아름다운 사진과 함께 생일축하 글귀가 반짝였다.딸의 생일을 위해 초 단위로 돈을 받는 전광판을 밤새 독점한 것이다.저번 SC그룹 설립 기념 행사보다 오늘 소은정의 생일파티에 훨씬 더 많은 심혈과 자본을 쏟아부었다. 이런 방식으로라도 세상 사람들에게 딸에 대한 그의 사랑을 보여주고 싶었다.호텔 휴게실, 소은정, 한유라, 김하늘이 메이크업을 나란히 앉아 메이크업을 고치고 있었다.소은정은 테이블에 쫙 깔린 쥬얼리들을 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조명에 빛나는 보석들의 빛에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심플하지만 고급스러운 블랙 롱드레스는 소은정의 매끈한 몸매와 하얀 피부를 더 돋보이게 만들어주었다.옷도 메이크업도 액세서리도 화려하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 모습이 그녀의 고고한 분위기를 더 부각시켰다.한유라와 김하늘도 끝도 없이 펼쳐진 액세서리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신상이란 신상은 전부 다 털어오신 건가?맑은 화이트 다이아, 귀여운 스타일의 핑크 다이아, 우아한 블랙 다이아까지...손가락 열 개에 모두 반지를 착용한 그년느 한유라와 김하늘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더니 짐짓 아쉬운 듯 한숨을 쉬었다.“휴, 손가락 열 개에 다 껴도 부족하네. 어떡하지? 다 마음에 드는데? 왜 사람은 손가락이 열 개밖에 없는 걸까?”어이없다는 두 사람의 표정에 소은정은 싱긋 웃더니 가장 심플한 반지 두 개만을 남기고 다른 반지는 전부 빼버렸다.보석은 주인의 가치를 높이는 존재, 하지만 소은정은 그 자체로도 이미 화려하고 아름다웠기에 굳이 보석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였지만 완벽한 비율의 이목구비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만큼 눈에 띄었다.그는 왕이 되기 위해 태어난 남자, 이디서든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능력이 있었다.소은정을 바라보는 남자들의 시선을 하나둘씩 의식하던 박수혁의 표정이 묘하게 굳었다. 이혼하고 나서 소은정을 만날 때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그를 놀라게 만들었다. 물론 오늘은 예외가 아니었다.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고 이 세상의 시간이 멈추고 온 세상에 두 사람만 남은 듯 소은정과 박수혁은 한참동안 서로를 바라보았다.하지만 곧 소은정이 먼저 시선을 피해버렸다.박수혁, 저 인간은 또 왜 온 거야?소찬식이 말을 마치자 초대받은 손님들이 다가와 소은정에게 축하인사를 건넸고 소은정도 자연스럽게 한 명, 한 명 응대해 주었다.한동안 형식적인 인사가 이어지고 한유라와 김하늘과 함께 바람이라도 쐬려던 그때, 박수혁이 성큼성큼 그녀를 향해 다가왔다.당황한 소은정이 입을 열기 전에 박수혁이 선수를 쳤다.“은정아, 생일선물로 세 가지를 준비했는데 확인해 볼래?”박수혁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사람인데다 경호원까지 세 명을 대동하니 사람들은 바로 술렁대기 시작했다.세 명의 경호원들은 각각 정교한 상자를 하나씩 들고 있었다.방금 전까지 즐겁던 기분이 무겁게 가라앉았다.또 무슨 꿍꿍이를 꾸미는 걸까?“역시, 박 대표님. 선물을 세 가지나 준비하시다니. 클라스가 다르시네요.”손님들 중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선물? 그게 뭐든 얼굴에 던져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사람들의 시선이 쏠리니 그럴 수도 없었다. 물론 박수혁도 그걸 노린 거겠지.능구렁이 같은 놈.소은정이 아무런 대답도 없이 박수혁을 노려보기만 하자 분위기가 어색해졌고 사람들은 두 사람의 눈치를 살피느라 바빴다. 이때 김하늘이 앞으로 다가섰다.“뭐, 일단 확인부터 해보지 뭐! 마음에 안 들면 안 받으면 되는 거잖아?”김하늘의 말에 한유라도 맞장구를 쳤다.“그럼, 그럼.”그러고는 소은정의 귀에 속
첫 번째 선물의 정체에 모두의 기대감은 점점 더 고조되어 갔다.소은정은 복잡한 마음으로 두 번째 상자를 열었다.하얀 털모자였다. 2년 전, 샤넬의 FW 제품, 판매 당시에는 한정판으로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지만 지금은 인기가 시들해진 제품이었다.“뭐야? 이건 나도 있는 건데? 2년 전 신상이잖아. 박수혁 씨, 이건 뭐 물량공세도 아니고 너무 성의없는 거 아니에요?”한유라가 비아냥거렸다.반면 김하늘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두 번째 선물을 확인한 소은정의 표정은 더 미묘해졌다. 그녀는 망설임없이 바로 세 번째 상자를 오픈했다.맑은 빛깔을 자랑하는 비취 팔찌였다. 두터운 질감과 은은한 빛깔, 화려하면서도 우아한 정교한 팔찌였다. 어림 잡아도 20억 정도는 되어보이는 팔찌. 오늘 파티에 참여한 다른 손님들의 선물을 전부 합친다 해도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팔찌의 가격에 미치지 못할 것이다.다른 사람들은 선물의 가격에 대해서만 의논하고 있었지만 소은정은 달랐다.그녀가 그토록 잊고 싶었던 과거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결혼 후 맞은 첫 번째 생일 소은정은 박수혁에게 반지를, 두 번째 생일에는 목도리를 선물했었다. 그리고 세 번째 생일을 맞이하기도 전에 두 사람의 결혼생활은 파경을 맞이했다. 그제야 소은정은 왜 박수혁이 선물을 세 개나 준비했는지 알아차렸다.3년 전에 낙찰받은 다이아몬드 목걸이, 2년 전 신상이었던 샤넬 모자, 그리고 올해 구매한 비취 팔찌...지금까지 놓쳤던 그녀의 생인선물까지 전부 보상해 주고 싶은 걸까?아, 이 사람 정말 그 동안 내 생일을 모르고 있었던 거구나...또다시 불행했던 과거가 떠오르며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았다.박수혁, 역시 사람 기분 잡치게 하는 재능은 최고라니까...이렇게 하면 내가 고마워할 줄 알았나? 이제 제발 가만히 내버려두라고 수없이 말했지만 박수혁은 그녀의 비참했던 기억을 한 번, 또 한 번 끄집어냈다.그래,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소 대표님은 참 좋으시겠어요
모두들 부러운 눈빛으로 소은정을 바라보았다.전생에 무슨 나라를 구했기에 이런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걸까?소은호가 미소를 지으며 소은정 곁으로 다가왔다.“이것도 오빠가 준비한 거야?”이런 공연은 없었던 걸로 아는데...소은호가 싱긋 미소를 지었다.“당연히 아니지.”하지만 다음 순간, 살짝 굳은 소은호가 계단을 내려오는 남자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그런데 누가 준비했는지는 알 것 같아...”“누군데?”소은정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그리고 소은호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린 순간, 소은정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멋진 슈트 차림의 성강희가 그녀를 향해 매력적인 미소를 지어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손에 들린 화려한 붉은 장미가 그녀의 눈을 어지럽게 만들었다.장미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소은정도, 성강희도, 소은호도 알고 있었다.그녀를 향해 다가온 성강희가 뜨거운 눈빛으로 소은정을 바라보았다.이제 도망칠 수도 없다는 생각에 마음이 복잡해졌다. 주위 사람들은 또다시 술렁거리기 시작했다.박수혁에 이어 성강희까지 소은정의 생일파티가 아니라 소은정을 흠모하는 남자들의 고백파티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흥미로운 사람들속, 한 사람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바로 송지현이었다.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 했던가?소은정은 우아한 미소로 성강희를 바라보았다. 그녀를 향해 다가오는 성강희는 평소의 장난기는 지운 진지한 표정이었다. 아니, 어울리지 않게 긴장까지 한 모습이었다.누가 봐도 프러포즈가 이어질 것 같은 분위기에 사람들이 속닥거렸다.“뭐야? 프러포즈야?”“오늘 진짜 대박이다...”“그런데 박수혁 대표도 아직 미련이 남은 것 같던데... 아까 선물들 좀 봐. 아무런 감정도 없는 사람한테 누가 그런 선물을 주겠어?”“두 남자 다 A급인데... 두 사람 중 누구를 선택하게 될까?”......한편, 소은정은 나름 머리를 빠르게 굴리고 있었다. 보는 눈이 많다. 상황을 더 최악으로 몰고 갈 수는 없는 법. 당황한 그녀가 고개를 돌린 그때, 잠깐 자
성강희는 소은정의 드레스 지퍼가 살짝 내려간 걸 발견했다.티 하나 없이 하얀 등이 드러나고 성강희는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그녀의 긴 머리에 가려져 다들 눈치채지 못했지만 방금 전 머리를 정리하면서 살짝 드러난 순간을 성강희는 포착한 것이다.성강희가 다가가 그녀의 지퍼를 올려주었다. 갑작스러운 손길에 소은정이 깜짝 놀란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이때 누군가 휴게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아, 언니, 미안. 내가 두 사람 방해한 거 맞지? 계속해...”가식적인 목소리, 굳이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심채린임을 알 수 있었다.“뭘 계속해? 헛소리하지 말고 나가.”소은정이 차갑게 쏘아붙였다.성강희도 바로 뒤로 물러섰다.“뭐야, 예의없이. 노크 몰라? 노크?”차가운 두 사람의 태도에 머쓱해진 심채린의 표정이 묘하게 변하더니 아예 문을 벌컥 열었다.그녀의 뒤에는 박수혁도 서 있었다.확연하게 어두워진 박수혁의 표정에 심채린은 두 눈을 반짝이더니 괜히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아, 성강희 대표님, 전 은정 언니 사촌 동생 심채린이라고 해요. 제가 잘못 봤나봐요. 전 강희 씨가 언니 옷을 벗기는 줄 알고...”심채린은 일부러 말끝을 흐리며 고개를 푹 숙였다.박수혁의 표정을 살피던 소은정은 아무 일 없다는 듯 시선을 거두었다.“뭐? 이런 장소에서 옷을 벗기다니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아, 넌 평소에 그러고 다니나 보지?”소은정이 피식 웃었다.어디서 여우짓이야. 그녀의 말에 심채린의 표정이 일그러졌다.“언니, 그게 아니라... 정말 오해야. 내가 실수로 수혁 씨 옷에 와인을 쏟아서...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곳을 찾다보니... 언니가 여기 있는 줄은 정말 몰랐어.”심채린은 입술을 꽉 깨물고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박수혁을 올려다 보았다.박수혁의 셔츠에 묻은 얼룩을 확인한 소은정이 입꼬리를 올렸다.“아, 우리가 눈치가 없었네. 강희야, 우린 이만 자리 피해주는 게 좋겠다.”성강희는 으쓱하더니 자연스럽게 소은정을 에스코트했다.
소은정의 질문에 박수혁의 무표정인 얼굴로 대답했다.“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야.”무표정으로 팔을 거둔 박수혁의 눈동자는 분노아 욕정으로 불타고 있었다.그는 와인이 묻은 정장 재킷을 벗어 옆에 있는 의자에 걸어두었다.그리고 거칠게 넥타이를 푼 그의 손은 천천히 셔츠 단추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단추가 하나둘씩 풀리고 박수혁의 섹시한 목젖과 쇄골이 드러났다.방안의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소은정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콩닥거리는 심장을 억누르며 소은정이 물었다.“글쎄. 당신이 무슨 짓을 하든 나랑은 상관없잖아? 관심도 없고.”박수혁이 심채린과 사귀든 무슨 짓을 하든 그녀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박수혁이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소은정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정말? 정말 관심없어?”박수혁의 목소리에는 실망감이 묻어있었다. 하지만 소은정은 애써 무시하며 대답했다.“당연하지.”소은정이 방을 나서려는 순간, 박수혁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이 남자...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아직도 그를 좋아하는지 시험이라도 하려는 걸까?소은정이 따져물으려는 순간, 박수혁은 다시 그녀를 벽에 밀쳤다.그리고 망설임없이 커다란 두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감싸고 입을 맞추었다.박수혁은 마음껏 달콤한 그녀의 입술을 탐닉했다. 그가 수없이 상상했던 것만큼. 아니... 그것보다 훨씬 더 황홀했다.갑자기 시작된 키스에 소은정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그의 향기가 그녀의 마음을 아프게 만들었다.박수혁의 손이 자연스럽게 올라가려던 순간, 정신이 번쩍 든 소은정이 박수혁의 입술을 꽉 깨물었다.“짝!”소은정은 망설임없이 박수혁의 뺨을 날렸다.그녀는 거칠게 박수혁을 밀친 뒤 그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그딴 선물 좀 안겨줬다고 내가 다시 돌아갈 줄 알았어? 당신 장단에 맞춰주고 싶어 하는 여자들은 널렸잖아? 나한테 이러지 마.”뜨거운 눈동자로 소은정을 바라보던 박수혁이 살짝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물었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