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나는 재벌이 되었다: Chapter 201 - Chapter 210

2631 Chapters

제201화 오만

남은 업무를 처리한 소은정은 의자에 기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저런 일로 마음이 복잡하던 그때, 한유라가 함께 쇼핑을 하자며 문자를 보냈고 소은정은 바로 응했다.쇼핑몰 이곳저곳을 누비던 두 사람은 쇼핑몰에 전시된 애스톤마틴-one-77에 시선을 빼앗겨 발걸음을 멈추었다. 아름다운 라인과 고급스러운 컬러, 게다가 국내에 처음 들어온 모델이라는 점이 소은정의 흥미를 불러일으켰다.“우리 집 차고에 두면 딱일 것 같은데...”고급스러운 차림의 한유라와 소은정의 모습에 바로 직원이 다가왔다. 게다가 소은정은 최근 웬만한 톱스타보다 더 핫한 셀럽 중의 셀럽, 그녀의 마음만 사로잡는다면 받을 수 있는 인센티브가... 계산을 마친 직원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소은정 대표님 맞으시죠?”소은정은 두 눈을 반짝이며 차량의 보닛을 만지작거렸다. 그녀가 입을 열려던 순간, 익숙하고도 낯선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그 차 얼마죠? 제가 사겠어요.”고개를 돌린 소은정의 눈에 들어온 건 송지현과... 박예리였다.잔뜩 주눅 든 채 송지현과 다니던 박예리는 소은정을 발견하고 바로 독기 어린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송열그룹과 태한그룹은 오랜 시간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관계를 유지해 왔으니 두 사람이 서로 친분이 있는 것도 당연한 일이겠지만 이기적이고 제멋대로인 박예리와 사적으로 쇼핑을 다닐 정도로 친했었나?“아, 소 대표님, 여기서 뵙네요?”송지현이 형식적인 인사를 건넸다. 예의에 전혀 어긋나지 않는 인사말이었지만 왠지 가시가 느껴졌다.“송 대표님도 이 차가 마음에 드시나 봐요?”“그럼요. 처음 보는 순간, 가지고 싶었는데 먼저 보시고 계셨네요?”송지현이 여유롭게 대답했다.“뭐, 어차피 아직 돈 안 낸 거 아니야? 그럼 내 거, 네 거가 어딨어?”소은정에게 지금까지 당한 수모만 수십 번, 그녀는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두 거물의 등장에 난처한 건 직원이었다.“네... 소 대표님도 차량에 대해 문의하고 계시던 중이셨습니다.”송지현에게서 묘하게 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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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2화 쇼핑몰이 제 거라

하지만 송지현의 먼저 제안한 탓에 거절하기도 애매했다.“그러시죠.”소은정 또한 가식적인 미소로 응했다. 송지현은 그녀를 노리고 다가온 게 분명했다.하지만 왜?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네 사람이 명품 매장에 들어서자 소은정의 얼굴을 알아본 직원들이 바로 다가왔다.“대표님, 뭐 필요하신 거 있으세요?”“이번 시즌 신상 백인데 3개뿐인 한정판을 저희 매장에서 하나 들여오게 됐습니다. 한 번 착용해 보시겠어요?”소은정이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직원은 핸드백을 들고 그녀에게 보여주었다.“포장해 주세요.”하지만 직원의 말에 대답한 건 소은정이 아닌 송지현이었다.갑자기 끼어든 송지현의 모습에 직원들은 모두 소은정의 눈치를 살폈다.소은정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뭐해요? 어서 포장해 드리지 않고.”“아, 네.”그제야 정신을 차린 직원들이 부랴부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송지현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직원들이 소은정에게 추천해 준 상품들 모두 송지현이 먼저 계산을 해버렸지만 소은정은 미소로 응할 뿐이었다.명품 매장 싹쓸이가 대충 끝났을 무렵, 한유라가 소은정의 팔을 잡아당기더니 속삭였다.“저 여자, 나보다 훨씬 더 쇼핑중독인 것 같은데?”너무 돌아다녀서 다리가 시큰거리자 소은정은 야외 커피숍으로 향했다. 짙은 원두 향이 소은정의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주었다.송지현도 마지막 제품 계산을 마치고 커피숍으로 들어왔고 역시 커피를 주문했다.“어떻게? 쇼핑은 즐거우셨어요?”소은정이 여유로운 미소로 물었다.“네? 네, 뭐...”이 정도면 화를 낼 법도 한데 여전히 여유로운 소은정의 모습에 송지현이 물었다.“그런데 직원들이 먼저 대표님께 추천해 준 제품을 제가 사버렸는데 화 안 나세요?”소은정은 찰랑거리는 머리를 뒤로 넘기며 여유롭게 웃었다.“아, 모르셨어요? 이 쇼핑몰 저희 그룹 소유거든요. 송 대표님께서 오늘 저희 쇼핑몰 매출 팍팍 올려주셨는데 화가 날 리가요? 그리고 저희 집에 오신 손님이나 마찬가지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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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화 참아

소은정은 테이블 위에 팔을 올린 채 턱을 괴고는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송지현을 바라보았다.1초, 2초, 3초...시간이 흐르고 아무런 대답도 없는 송지현의 모습에 소은정은 자신의 추측에 더욱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반면, 송지현은 자신의 마음이 들킨 게 불쾌한 모양이었다. 항상 담담하던 눈동자에 분노가 서렸다.“받아주지도 않을 거면서 어장 속 물고기로 가두기엔 강희가 너무 아깝잖아요?”“네?”내가 어장관리를 하는 중이라고?“제 말이 틀렸나요? 강희가 대표님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면서 여지를 주는 게 어장관리가 아니면 뭐죠?”옆에서 가만히 듣고만 있던 한유라가 반박했다.“저기요. 우리가 어떤 사이인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말하지 말아요.”하지만 송지현도 물러서지 않았다.“아, 친하면 상대의 마음을 마음대로 가지고 놀아도 된다는 건가요?”그녀의 말에 소은정의 얼굴도 차갑게 굳었다. 이 정도면 참을만큼 참았다.“가지고 놀아요?”소은정이 피식 웃었다.“제가 가지고 노는 것처럼 보이세요? 전 강희를 확실하게 거절했고 걔 멋대로 날뛰는 거예요.”날 어장관리녀로 매도하고 싶은 모양인데. 나도 더 이상 참지 않아.요즘 따라 자꾸 선을 넘는 성강희의 행동이 불편해지려던 차에 송지현까지 끼어드니 짜증이 치밀었다.송지현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소은정을 훑어보았다.“강희 마음을 받아줄 생각이 없다면 더 깔끔하게 거절하셔야죠. 다가오는 대로 가만히 내버려 두는 게 가지고 노는 게 아니면 뭐죠?”평범한 사람이라면 그 시선에 겁을 먹고 물러섰겠지만 소은정은 달랐다.“설마... 제가 뭐 강희와 절교라도 해야 속이 시원하시겠어요?”소은정의 질문에 송지현은 더 이상 대답을 하지 않았다. 아마 오랫동안 그녀를 탐탁지 않게 생각했고 오늘 기회를 잡은 김에 그녀의 기를 눌러주려 했던 거겠지. 하지만 그녀도 온실 속에서 자란 화초가 아니다. 3년 동안 온갖 치욕을 견뎌온 그녀에게 송지현쯤이야.성강희와 소은정은 세상 물정 모르는 꼬마일 때부터 함께 놀며 자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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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화 초대

송열그룹을 대기업으로 성장시킨 능력 있는 CEO라는 풍문과 달리 유치하고 멍청해 보이기까지 하는 모습에 소은정은 헛웃음이 날 지경이었다.말을 마친 소은정은 한유라의 팔짱을 끼고 밖으로 나섰다.늦은 오후의 햇살이 소은정의 얼굴을 비추고 방금 전까지 불편했던 마음이 사르륵 녹는 느낌이었다.“참나, 사랑에 빠지면 바보가 된다더니. 그게 사실인가 봐.”한유라가 투덜거렸다.그녀의 말에 소은정이 싱긋 미소를 지었다.어린 나이에 부모를 모두 여읜 송지현은 결코 쉽게 송열그룹 대표 자리에 오른 게 아니었다. 평소에 친하게 지내지도 않던 친척들이 고기를 노리는 늑대들처럼 어떻게든 송열그룹의 재산을 떼먹으려 달려들었었다.하지만 송지현은 합법적인 후계자로서 결국 대표로 취임했고 보란 듯이 기업을 성장시켜 그녀를 향한 의심과 불만을 모두 없애버렸었다.어린 나이와 달리 과감한 일처리, 편법을 사용해서라도 목적을 달성하는 그녀의 성격에 호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지레 겁을 먹고 떨어져 나간 남자들이 한둘이 아니었다.“정말 이번에는 강희 마음을 잡고 싶은가 보네.”소은정이 싱긋 웃었다.“아이고, 그럼 뭐해. 강희는 저런 스타일 안 좋아하는데 말이야.”한유라가 안타깝다는 듯 중얼거렸다.“글쎄?”소은정이 어깨를 으쓱했다. 뭔가 알고 있는 듯한 소은정의 모습에 한유라가 더 캐물어려던 그때, 익숙한 랜드로버가 두 사람 앞에 멈춰 섰다.창문이 내려가고 박수혁이 매력 있는 중저음으로 말했다.“타...”소은정은 짜증스런 얼굴로 한유라의 팔짱을 끼고 자리를 뜨려 했다. 쇼핑 한 번 하는데 왜 이렇게 방해하는 사람이 많은 건지. 차라리 온라인 쇼핑이 낫겠다 싶었다.“소은정, 그 땅, 사고 싶지 않아?”박수혁이 그녀의 뒷모습을 향해 소리쳤다. 그의 말에 발걸음을 멈춘 소은정이 고개를 돌렸다.“그게 무슨 말이야?”어차피 박수혁에게 넘어간 거 아니었나? 왜 굳이 그 땅에 5000억을 퍼부었는지 알 수 없지만 박수혁 성격상 밑지는 장사를 할 인간이 아니니 따로 생각이 있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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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5화 이것도 보상인가?

박수혁의 바다처럼 깊은 눈동자에서는 그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입술을 꾹 다문 채 소은정을 바라보았다.두 사람은 마치 이 세상에 둘만 남은 듯 한참 동안 서로를 바라보았다. 한참이 지나고 소은정은 고개를 돌려 애써 시선을 피했다.거성그룹과의 AI 프로젝트와 달리 이 프로젝트는 굳이 리스크를 부담할 파트너가 굳이 필요하지 않았다. 도대체 왜? 그녀에게 이런 제안을 하는 걸까?잠깐 망설이던 박수혁이 입을 열었다.“이유 같은 거 없어. 그러니까 선택해.”박수혁의 대답에 소은정의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녀의 입가에 자조적인 미소가 피어올랐다.“설마... 결혼생활에 대한 보상이야?”시험 조로 물어보았지만 그녀의 질문에는 확신이 담겨있었다. 아니, 박수혁이 대답하는 순간, 뺨이라도 날려주려 주먹을 꽉 쥐었다.그녀가 SC그룹의 딸이 아니라 평범한 여자였다면 그녀의 인생에 신경도 쓰지 않았을 테지. SC그룹과의 관계를 완화하기 위해, 그 알량한 양심을 위로하기 위해 수천억의 수익을 포기하려는 거라고 생각했다.참, 이기적이라고 해야 할지, 호탕하다고 해야 할지...두 사람의 묘한 기류에 한유라가 어색하게 기침을 했다.“박수혁 씨, 지금 이게 애들 땅따먹기도 아니고. 굳이 이 자리에서 답변을 드려야 하나요? 그쪽 제안이 정말 은정이를 위한 일일지 아니면 함정일지도 모르고. 아무리 은정이가 대표라지만 이렇게 큰일을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는 없어요. 같은 대표로서 그 정도는 알고 계실 텐데요?”소은정이 한유라를 바라보자 그녀는 장난스레 윙크를 날렸다. 그리고 박수혁은 예상외로 한유라의 말에 동의했고 더 이상 소은정을 잡지 않았다.차에 탄 소은정이 물었다.“아까 왜 그랬어?”“박수혁이 이렇게까지 하면서 너희 집안에 복수할 필요가 있을까?”잠깐 침묵하던 소은정이 대답했다.“아니지.”비록 두 사람의 관계는 파탄 났지만 적어도 대외적으로 두 그룹 사이의 협력 프로젝트는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게다가 태한그룹까지 참여하는 프로젝트에 함정을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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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6화 성강희 공주님

불만 섞인 성강희의 말투에 소은정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그게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야. 오히려 골치 아픈 땅이었는데 박수혁이 받겠다니가 냉큼 넘긴 거지 뭐.”“야, 내가 그 일 때문에 할아버지한테 얼마나 맞았는 줄 알아?”성강희는 억울해 죽겠다는 말투로 소리치더니 급기야 신음 소리까지 내기 시작했다.“병문안도 안 오고 말이야.”“공주님, 내가 가면 상처가 알아서 낫기라도 해? 약이나 바르세요, 네?”소은정의 장난스러운 말투에 성강희는 이를 악물었다.“야, 공주님이라고 부르지 마.”“이번 일은 네가 잘못한 거 맞아. 그러니까 무조건 잘못했다고 싹싹 빌어.”소은정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에 성강희는 화가 단단히 났는지 작별 인사도 없이 전화를 끊어버렸다.샤워를 마친 늦은 밤까지 파일을 검토하다 겨우 잠자리에 들었다.다음 날 아침, 창문을 뚫고 들어오는 따스한 햇살에 소은정은 기지개를 켜며 일어섰다. 오피스텔까지 그녀를 데리러 온 우연준은 바로 소은정을 국제 전시 회관 개업식으로 안내했다.국제 전시 회관 전시홀, 개업식에 초대된 유명 인사들이 하나, 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소은정은 한사코 직접 마중을 나오겠다는 관장을 거절하고 우연준과 함께 그림 전시관으로 향했다.낭만주의, 현실주의, 추상파까지, 여러 세기를 아우르는 다양한 그림들이 전시홀 벽면을 알차게 채우고 있었다.이 그림들은 전부 전시 회관을 위해 소장가들이 기꺼이 기부한 귀한 작품들로 그녀는 하나하나 자세히 훑어보았다.그림에 푹 빠진 소은정의 모습에 우연준은 관장을 비롯한 다른 손님을 응대하기 위해 자리를 떴다.회관을 쭉 돌아 마지막 그림 앞에 선 소은정이 고개를 갸웃했다. 마지막 그림은 검은 천으로 가려져 그 내용을 학인할 수 없었다.설마 직원들이 실수한 건가? 그녀가 조심스레 검은 천을 거둬내자 거대한 그림이 천천히 그 진짜 모습을 드러냈다. 끝없이 펼쳐진 어둠 속 거대한 황금문이 펼쳐졌다. 살짝 열린 문틈으로 황금보다 더 찬란한 햇살이 파고들어 날카로운 검처럼 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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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7화 창피를 줘?

”이 작품은 윤 화백님 작품인데 판매를 원하지 않으십니다. 아, 저기 마침 오시네요.”이때 흰 수염을 길게 늘어트린 노인이 지팡이를 짚은 채 걸어오고 있었다. 윤 화백은 재미교포 2세 화가로 국제적으로 유명한 최고의 화가였다.넘쳐나는 게 돈인 재벌들의 세계에서 핸드백 같은 사치품은 별 가치가 없었다. 진짜 사람들의 부러움을 살 수 있는 건 바로 유명 화가의 소장품, 명품에만 집착하면 오ㅣ려 졸부 이미지로 찍히기 십상이었다.게다가 윤 화백은 천재적인 재능을 가졌지만 그 성격이 굉장히 괴팍해 아무한테나 자신의 작품을 팔지 않아 재벌들 사이에서 더더욱 인기가 있었다.이 그림만 산다면 다른 사모들 앞에서 한동안 체면이 설 거란 생각에 현숙명이 묘한 미소를 지었다.관장이 윤 화백을 향해 허리를 숙여 인사했지만 그는 대충 고개를 끄덕한 뒤 벽에 걸린 그림을 뜯어 다시 자리를 뜨려 했다.현숙명이 그림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걸 눈치챈 송지현이 바로 그 앞을 막아섰다.“화백님, 이 그림 저한테 파시죠. 돈은 얼마든지 드릴 수 있습니다.”하지만 윤 화백은 송지현을 힐끗 바라보더니 바로 말했다.“자네가 살 수 있는 게 아니야.”윤 화백이 이 말 한마디만을 남긴 채 그녀의 곁을 지나치자 송지현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도시의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그녀가 살 수 없는 물건이 있을 리가?“화백님, 그러지 말고 가격부터 말씀해 주세요. 살 수 있는지 없는지는 제가 결정하겠습니다.”한 번 수모를 당한 송지현은 더 고고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하지만 윤 화백은 이에 개의치 않는 듯 코웃음을 쳤다.“흥, 젊은 나이에 그렇게 돈만 밝혀서 쓰나? 자네한테 이 그림을 팔면 내 명예가 바닥으로 떨어질 거야.”지금까지 그녀를 이렇게 대하는 사람은 처음인지라 송지현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자신이 좋아하는 성강희 어머니 앞에서 이런 망신을 당하니 그 수모는 2배로 더 크게 다가왔다.어색해진 분위기에 소은정이 자리를 떠야 하나 고민할 때쯤, 윤 화백은 소은정의 얼굴을 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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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8화 이깟 모임

선생님?게다가 저 어이없다는 말투는 뭐지?두 사람 설마 아는 사이인가?사람들이 의아해 할 무렵, 윤 화백은 드디어 발걸음을 멈추었다. 날카로운 그의 눈동자에 드디어 웃음기가 서렸다.그의 눈은 소은정을 향해 반갑다고 말하고 있었지만 입 밖으로 나온 말은 차갑기만 했다.“중도에 포기한 자식은 내 제자라 불릴 자격도 없어!”그렇다. 소은정은 윤 화백의 유일한 제자였다. 늦은 나이에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음에도 완벽한 스킬과 독특한 화풍으로 윤 화백의 마음에 꼭 드는 수제자였다. 그녀가 그린 그림은 마치 숨결과 영혼이 담긴 듯 생생했다. 그런데 그토록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제자가 어느 날 갑자기 장사를 하겠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아쉽고 화나는 마음에 며칠이나 식음을 전폐했던 윤 화백이었다. 그랬던 자식이 이제 장사로 돈 깨나 만진다고 내 작품을 사려고 해? 흥.전시장에서 우연히 소은정의 얼굴을 본 그는 이번 기회에 제대로 혼내주지라 다짐했지만 그녀의 얼굴을 보는 순간 수년간 마음을 불편하게 했던 응어리가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다.“선생님? 학생? 은정아, 이게 다 무슨 소리야? 네가 어떻게 윤 화백님을 아는 거야?”현숙명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돌아보았고 대화를 통해 대충 관계를 유추한 송지현은 차갑게 미소를 지었다.“어머님, 아직도 모르시겠어요? 두 사람 진작 아는 사이였다고요. 어쩐지. 어머님, 정말 그림이 마음에 드시면 소 대표님한테 부탁하세요. 과거의 제자가 부탁하는데 당연히 들어주시겠죠.”자연스럽게 그림과 그녀를 하나로 묶어버리는 송지현의 화술에 소은정은 미간을 찌푸렸다. “자극 요법? 그딴 게 나한테 통할 것 같아? 그리고 이 그림은 정말 안 돼. 다른 사람한테 선물로 주기로 했으니까.”이미 선물하기로 했다는 말에 현숙명이 실망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 표정을 캐치한 소은정이 다시 물었다.“이 그림 말고도 쟁여두신 작품 많으신 거 알아요. 아, 그 작품 괜찮던데. 그건 어때요?”윤 화백은 어이가 없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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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9화 내 아들한테서 떨어져

한편, 모임에 초대를 받은 소은정은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꽤 망설어졌다. 성강희를 거절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그의 집안과도 거리를 두는 게 맞다는 생각에서였다.하지만 현숙명이 갑작스레 모임을 주선한 건 어디까지나 윤 화백의 명화를 구매했기 때문, 이 거래를 주선한 소은정이 참석하지 않는 것도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었다.하지만 성강희의 저택에 도착한 소은정은 바로 후회가 밀려들었다. 그녀보다 먼저 도착한 송지현이 성태수와 현숙명과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소은정은 윤 화백에서 챙긴 을 건넸다.그림 포장을 뜯은 현숙명의 표정이 묘하게 어두워졌지만 소은정은 성태수와 인사를 나누느라 이를 미처 눈치채지 못했다.계속 2층 방에 처박혀 있던 성강희는 소은정의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부랴부랴 내려왔다.“은정아, 왜 이제 왔어. 야, 나 우리 학교 때 앨범 찾았다? 우리 웨딩 사진도 찍었던데?”성강희의 말에 소은정이 어색하게 웃었다. 여느 때라면 자연스럽게 어울렸겠지만 괜히 송지현의 눈치가 보였다.“연극 때문에 입은 거잖아, 바보야!”소은정이 성강희를 노려보았다.“강희야, 예의 없게 굴지 말고 앉아. 지현이도 오랜만에 보는 걸 텐데. 인사도 안 하고 이게 무슨 짓이야?”현숙명이 앨범을 빼앗으며 말했다.한편, 소은정 앞에서만큼은 두 눈을 반짝이는 성강희를 보니 마음이 욱신거렸다. 난 한 번도 그런 눈으로 본 적 없으면서... 왜 저 여자한테는 그렇게 잘해주는 건데...빠져나올 수 없는 늪에 빠진 듯 몸과 마음이 무거워졌다. 하지만 모두가 있는 자리에서 불쾌함을 드러낼 수는 없는 법, 그녀는 주먹을 꽉 쥔 채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처음 보는 사이도 아니고. 괜찮아요.”다른 건 성강희를 향한 마음만큼은 진심이라는 건 소은정도 느껴질 정도였다. 그녀도 한때 누구보다 뜨겁게 사랑을 했었던 여자, 그 마음을 어찌 모르겠는가?하지만 성강희는 그런 그녀가 부담스러운지 형식적인 인사만 건네고 송지현은 쳐다도 보지 않았다. 워낙 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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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0화 넌 빠져

현숙명의 말에 소은정이 흠칫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3년 전, 박수혁과 결혼하기 전 이민헤가 이와 똑같은 말을 했었지...하지만 그때와 달리 소은정은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평소 그녀에게 따뜻하게 웃어주던 모습이 전부 가식이자 연민이었나 싶은 생각에 마음이 차게 식었다.그래도 어른으로서 항상 공경하고 따랐었는데...“아줌마, 지금 저한테 경고하시는 거예요?”“뭐 그렇게 받아들인다면야 어쩔 수 없구나. 우리 강희 회사 물려받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어. 그런데 너 때문에 할아버지한테 맞은 것도 모자라서 이사회에서 해임까지 될 뻔했어. 알아?”처음 듣는 말이었다. 최대한 빨리 수습했다고 생각했는데 이사회까지 소집되었다니.소은정이 말없이 미간을 찌푸렸다.“사실 3년 전, 강희가 널 좋아한다고 했을 때, 나도 내심 기뻤어. 너라면 며느리로 괜찮을 거라 생각했거든. 그런데... 이혼하고 얼마 되지도 않아서 하루가 멀다 하고 스캔들에... 참, 나 원 남사스러워서. 우리 강희가 아니어도 너 좋다는 남자는 차고 넘치잖니?”고상한 척 말하지만 결국 그녀가 성강희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주방 안에서 디저트를 만들고 있는 송지현과 지루한 표정으로 멀리서 지켜보고 있는 성강희를 본 순간, 소은정은 뭔가 알아차린 듯 눈동자를 반짝였다.난 아웃이라는 건가?“강희를 위해 이미 결혼 상대를 물색해 두신 것 같네요. 저는 이제 걸림돌이라 이건가요?”현숙명은 굳이 부정하지 않았다.“지현이는 착하고 능력도 뛰어나고 요리까지 잘하고 그리고... 남자관계가 깨끗해. 우리 집안에 들어올 며느리라면 그 정도는 되어야겠지.”소은정은 우아하게 앉은 채 가식적인 미소를 짓고 있는 현숙명을 내려다 보며 말했다.“그래요. 강희가 아줌마 성격을 물려받았다면... 그 결혼 저도 싫습니다.”현숙명은 드디어 분노를 드러냈다.“소은정, 지금 어른한테 이게 무스 말버릇이야!”이성을 잃은 현숙명과 달리 소은정은 여전히 미소를 유지했다.“아, 그리고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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