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게다가 저 어이없다는 말투는 뭐지?두 사람 설마 아는 사이인가?사람들이 의아해 할 무렵, 윤 화백은 드디어 발걸음을 멈추었다. 날카로운 그의 눈동자에 드디어 웃음기가 서렸다.그의 눈은 소은정을 향해 반갑다고 말하고 있었지만 입 밖으로 나온 말은 차갑기만 했다.“중도에 포기한 자식은 내 제자라 불릴 자격도 없어!”그렇다. 소은정은 윤 화백의 유일한 제자였다. 늦은 나이에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음에도 완벽한 스킬과 독특한 화풍으로 윤 화백의 마음에 꼭 드는 수제자였다. 그녀가 그린 그림은 마치 숨결과 영혼이 담긴 듯 생생했다. 그런데 그토록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제자가 어느 날 갑자기 장사를 하겠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아쉽고 화나는 마음에 며칠이나 식음을 전폐했던 윤 화백이었다. 그랬던 자식이 이제 장사로 돈 깨나 만진다고 내 작품을 사려고 해? 흥.전시장에서 우연히 소은정의 얼굴을 본 그는 이번 기회에 제대로 혼내주지라 다짐했지만 그녀의 얼굴을 보는 순간 수년간 마음을 불편하게 했던 응어리가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다.“선생님? 학생? 은정아, 이게 다 무슨 소리야? 네가 어떻게 윤 화백님을 아는 거야?”현숙명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돌아보았고 대화를 통해 대충 관계를 유추한 송지현은 차갑게 미소를 지었다.“어머님, 아직도 모르시겠어요? 두 사람 진작 아는 사이였다고요. 어쩐지. 어머님, 정말 그림이 마음에 드시면 소 대표님한테 부탁하세요. 과거의 제자가 부탁하는데 당연히 들어주시겠죠.”자연스럽게 그림과 그녀를 하나로 묶어버리는 송지현의 화술에 소은정은 미간을 찌푸렸다. “자극 요법? 그딴 게 나한테 통할 것 같아? 그리고 이 그림은 정말 안 돼. 다른 사람한테 선물로 주기로 했으니까.”이미 선물하기로 했다는 말에 현숙명이 실망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 표정을 캐치한 소은정이 다시 물었다.“이 그림 말고도 쟁여두신 작품 많으신 거 알아요. 아, 그 작품 괜찮던데. 그건 어때요?”윤 화백은 어이가 없었
한편, 모임에 초대를 받은 소은정은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꽤 망설어졌다. 성강희를 거절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그의 집안과도 거리를 두는 게 맞다는 생각에서였다.하지만 현숙명이 갑작스레 모임을 주선한 건 어디까지나 윤 화백의 명화를 구매했기 때문, 이 거래를 주선한 소은정이 참석하지 않는 것도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었다.하지만 성강희의 저택에 도착한 소은정은 바로 후회가 밀려들었다. 그녀보다 먼저 도착한 송지현이 성태수와 현숙명과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소은정은 윤 화백에서 챙긴 을 건넸다.그림 포장을 뜯은 현숙명의 표정이 묘하게 어두워졌지만 소은정은 성태수와 인사를 나누느라 이를 미처 눈치채지 못했다.계속 2층 방에 처박혀 있던 성강희는 소은정의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부랴부랴 내려왔다.“은정아, 왜 이제 왔어. 야, 나 우리 학교 때 앨범 찾았다? 우리 웨딩 사진도 찍었던데?”성강희의 말에 소은정이 어색하게 웃었다. 여느 때라면 자연스럽게 어울렸겠지만 괜히 송지현의 눈치가 보였다.“연극 때문에 입은 거잖아, 바보야!”소은정이 성강희를 노려보았다.“강희야, 예의 없게 굴지 말고 앉아. 지현이도 오랜만에 보는 걸 텐데. 인사도 안 하고 이게 무슨 짓이야?”현숙명이 앨범을 빼앗으며 말했다.한편, 소은정 앞에서만큼은 두 눈을 반짝이는 성강희를 보니 마음이 욱신거렸다. 난 한 번도 그런 눈으로 본 적 없으면서... 왜 저 여자한테는 그렇게 잘해주는 건데...빠져나올 수 없는 늪에 빠진 듯 몸과 마음이 무거워졌다. 하지만 모두가 있는 자리에서 불쾌함을 드러낼 수는 없는 법, 그녀는 주먹을 꽉 쥔 채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처음 보는 사이도 아니고. 괜찮아요.”다른 건 성강희를 향한 마음만큼은 진심이라는 건 소은정도 느껴질 정도였다. 그녀도 한때 누구보다 뜨겁게 사랑을 했었던 여자, 그 마음을 어찌 모르겠는가?하지만 성강희는 그런 그녀가 부담스러운지 형식적인 인사만 건네고 송지현은 쳐다도 보지 않았다. 워낙 소은
현숙명의 말에 소은정이 흠칫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3년 전, 박수혁과 결혼하기 전 이민헤가 이와 똑같은 말을 했었지...하지만 그때와 달리 소은정은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평소 그녀에게 따뜻하게 웃어주던 모습이 전부 가식이자 연민이었나 싶은 생각에 마음이 차게 식었다.그래도 어른으로서 항상 공경하고 따랐었는데...“아줌마, 지금 저한테 경고하시는 거예요?”“뭐 그렇게 받아들인다면야 어쩔 수 없구나. 우리 강희 회사 물려받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어. 그런데 너 때문에 할아버지한테 맞은 것도 모자라서 이사회에서 해임까지 될 뻔했어. 알아?”처음 듣는 말이었다. 최대한 빨리 수습했다고 생각했는데 이사회까지 소집되었다니.소은정이 말없이 미간을 찌푸렸다.“사실 3년 전, 강희가 널 좋아한다고 했을 때, 나도 내심 기뻤어. 너라면 며느리로 괜찮을 거라 생각했거든. 그런데... 이혼하고 얼마 되지도 않아서 하루가 멀다 하고 스캔들에... 참, 나 원 남사스러워서. 우리 강희가 아니어도 너 좋다는 남자는 차고 넘치잖니?”고상한 척 말하지만 결국 그녀가 성강희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주방 안에서 디저트를 만들고 있는 송지현과 지루한 표정으로 멀리서 지켜보고 있는 성강희를 본 순간, 소은정은 뭔가 알아차린 듯 눈동자를 반짝였다.난 아웃이라는 건가?“강희를 위해 이미 결혼 상대를 물색해 두신 것 같네요. 저는 이제 걸림돌이라 이건가요?”현숙명은 굳이 부정하지 않았다.“지현이는 착하고 능력도 뛰어나고 요리까지 잘하고 그리고... 남자관계가 깨끗해. 우리 집안에 들어올 며느리라면 그 정도는 되어야겠지.”소은정은 우아하게 앉은 채 가식적인 미소를 짓고 있는 현숙명을 내려다 보며 말했다.“그래요. 강희가 아줌마 성격을 물려받았다면... 그 결혼 저도 싫습니다.”현숙명은 드디어 분노를 드러냈다.“소은정, 지금 어른한테 이게 무스 말버릇이야!”이성을 잃은 현숙명과 달리 소은정은 여전히 미소를 유지했다.“아, 그리고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
소은정은 사실 박수혁을 더 이상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박수혁이 직접 찾아온 이상 내키지 않더라도 만날 수밖에 없었다. 우연준이 사무실 문 앞에서 소은정을 대신해 사무실의 문을 열어 주었고 소은정은 당당한 발걸음으로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에게서 넘치는 자신감과 우아함 사이로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가 풍겨 나왔다. 당당한 그녀의 뒷모습을 박수혁은 순간 멍 해서 지켜보았다. 어째서인지 그 모습이 매우 익숙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머릿속에서 익숙한 장면이 떠올랐다. 어둠이 짙은 밤,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 빨간색 드레스를 입은 소녀와 검은 어둠에서 갑자기 그들에게 비치는 밝은 불빛…마치 하늘을 가르는 듯한 밝은 불빛이 그를 뒤덮는 기억에 자기도 모르게 눈을 찡그렸다. 과거에 유럽에 있을 때의 기억이었다. 왜 갑자기 이런 기억이 나는 것이지?“이쪽입니다.”우연준의 부름에 정신을 차리고 사무실로 들어갔다.박수혁의 눈앞에 모던한 인테리어의 사무실이 펼쳐졌다. 디테일한 부분에는 소녀다운 부분들이 있었다. 테이블 앞에 놓인 조각의 머리에 핑크빛의 장미가 꽂혀 있었다. 소은정이 일할 때는 이런 모습이군.소은정은 크고 부드러운 소파에 앉아 다리를 꼬고 앉았다. 편안하고 당당한 모습이었다. “박대표가 여기까지 무슨 일로 왔지?”소은정이 정색하고 그를 쳐다보았다. 만약 중요한 일이 없다면 그녀를 성가시게 하지 말라는 듯 보였다. 박수혁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 땅 계약 말인데. 생각해 봤어?”“이 정도 일로 박대표님께서 친히 여기까지 오셨어?”할 일이 없나?박수혁의 안색이 더욱더 어두워지고 시선이 날카로워졌다. “빨리 결정하는 게 좋을 거야. 급해.”소은정은 손가락으로 옆의 테이블을 조심스럽게 치다가 갑자기 그 여자 생각이 났다. 성일그룹과의 파트너십에서 그 여자를 제거해야 하겠어.금방 있었던 일이 송지현과 상관이 없다고? 웃기지 마. 그녀와 성일그룹의 사이가 나빠짐으로 하여 제일 이득을 보는 것이 바로 며느릿감인 송지현이
박수혁의 얼굴이 창백해지는 듯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면서 승낙하였다.“그렇게 하지.”처리하는 데 문제가 있겠지만 그녀가 보상이라는 단어를 꺼낸 이상 까다롭더라도 무조건 승낙할 수밖에 없다. 조건을 승낙한 박수혁은 조금이나마 홀가분한 감을 느꼈다.그녀가 박수혁의 도움을 받은 이상 그 둘의 관계의 가능성이 생긴 것 아닐까?소은정은 그가 승낙했다는 것에 놀라거나 기뻐하지 않고 의연해 보였고 천천히 소파에서 일어나 테이블 뒤쪽으로 걸어갔다.“사람을 불러 태한그룹과 이 일에 대해 알아보라고 할 테니 당분간은 비밀로 해줘.”박수혁도 당분간은 비밀로 할 예정이었다. 프로젝트 초기라 많은 변수가 생기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이다. 소은정의 태도를 보아하니 박수혁은 이만 물러가라는 뜻일 것이다. 박수혁은 둘 사이의 감정에 드디어 풀릴 조짐이 보였는데 서로가 기분이 안 좋아지게 되는 일은 피하는 것이 좋으리라 생각했다. 잠시 생각하던 박수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럼 나 먼저…”나갈 인사를 하던 그의 눈길이 그녀의 뒤에 있는 성인 크기만 한 청동나무 조각에 향하였다. 순간 박수혁의 얼굴이 굳어지면서 새파랗게 질렸다. 그가 기억한 것이 맞는다면 저 청동 나무는 스위스의 유명한 조각가가 디자인한 것이고 유럽과 동양풍을 결합한 세계에서 하나뿐인 인테리어 조각이었다. 가격도 물론 매우 고가의 제품으로 알고 있으나 박수혁이 놀란 포인트는 창문 쪽으로 곧게 뻗은 나뭇가지에 걸려있는 반짝이는 물체에 있었다. 눈이 부시게 반짝이는 것은 다이아몬드였다. 그것은 바로 박수혁이 잃어버린 결혼반지였다.박수혁의 얼굴의 근육이 굳어지고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가 잃어버린 것에 대해 후회하고 괴로워했던 물건이 여기에 걸려 있다니…그가 아직도 사무실에서 멍해 있는 것을 본 소은정이 고개를 들면서 말했다.“박 대표… 할 얘기 끝났으면…”박수혁의 안색을 확인한 소은정의 눈썹이 꿈틀거렸다.박수혁이 창문 쪽으로 발걸음을 옮겨 소은정의 앞에 다가섰고 입술의 근육이 파르르 떨렸다.
박수혁은 왜 자신이 잃어버린 반지가 그녀에게 있는지 궁금했다. 소은정의 눈빛이 말해주듯이 그녀는 이 물음이 달가워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박수혁과 다시 뒤엉키기 싫었던 소은정이 다짐한 듯 말했다.“나는 아는 줄 알았어.”아마 알고 있을 것이다.“예전에 서민영씨가 준 거야. 네가 밤늦게 술을 많이 마시고 그녀에게 가서 자다가 그곳에서 잃어버렸다고 나한테 돌려줬어.”그 상황을 죽어서까지도 잊지 못할 것이다. 처음으로 결혼하고 난 후 절망을 느낀 기억이니 말이다. 치욕스럽고 화가 나고 후회스러웠었다.지금이라도 그 암흑 속에서 벗어난 것이 다행이라 여겨졌다. 고통의 기억이 짧게 스쳐 지나가고 피식 쓴웃음을 터트렸다. 어쩌면 지금 오해하는 걸 수도…박수혁은 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이니깐…그녀가 차가운 눈빛으로 박수혁을 째려보았다.“박대표에게 삼 년 전의 나는 귀찮은 존재였으니 내가 줬던 선물 또한 부담이었겠지. 그러니 다시 그 반지를 돌려줄 필요는 없잖아?”이런 얘기를 하다 보니 소은정도 한심했던 자기 자신이 떠올라 슬펐다. “그렇지 않아.”박수혁이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박수혁의 눈동자가 흔들리고 온몸이 경직되는 듯하였다. 주위의 차가운 공기에 온몸이 떨렸다. 자신이 정말 술에 취해 서민영에게 가서 밤을 지새웠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하지만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서민영이 여우짓을 한 것이 틀림없다. 박수혁의 마음속에서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오르면서 서민영을 가만두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박수혁이 서둘러 입을 열었다.“서민영이 거짓말한 거야! 나는 그 여자와 함께 밤을 지낸 적이 없거니와 술을 마시고 찾아간 적도 없어!”마음이 복잡하였다. 그 소리를 들은 소은정이 웃으면서 말했다. “아, 그래?”믿지 않는다는 눈치였다.하지만 더 이상 묻기도 귀찮았다. 진실이든 아니든 인제 와서 무슨 상관이겠는가! 게다가 과거에 박수혁과 생겼던 일들에 관해 현재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박수혁은 하지 못한 말이
소은정이 갑작스럽게 작별 인사도 없이 떠난 것에 대해서 성강희와 성태수는 처음 있는 일이라 이상하다고 생각하였다.성태수의 예리한 안목으로 인해 현숙명은 어쩔 수 없이 이 그림이 가짜라는 것을 이실직고하였다. 송지현이 성강희에 대한 생각을 들은 성태수는 불같이 화를 내고 말았다. 영리하고 착하다고 생각했던 며느리라 만족하고 있었는데 뜻밖에 수습할 수 없을 정도의 사고를 치고야 말았다. 성태수는 업계의 전문가를 모셔서 처음 월드 전시회 때 찍은 “노을” 사진을 보여주었다.이 그림은... 윤 화백의 작품성이 가장 뛰어날 때 탄생하게 된 작품이었다.매 붓마다의 색채가 작품의 아름다움과 완벽한 황금비율을 이루어냈다. 이 완벽한 작품은 윤화백의 작품 중 유일하게 트레이드마크가 없는 작품이었고 그 가치 또한 다른 작품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았다. 이를 들은 현숙명의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소은정에 준 수모가 떠올랐다. 어리석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송지현이...”현숙명이 말을 하다 멈췄다. 자신도 좋은 마음으로 도와준 것이었는데... 성태수의 눈빛이 반짝이더니 짧은 탄식을 지었다. “열여덟밖에 되지 않은 아이가 송열그룹을 물려받았어. 네가 생각한 것보다 독한 아이야. 강희가 지금은 송지현한테 마음이 없지만 결혼 후 성일그룹이 송열그룹으로 될지 아니면 송열그룹이 성일그룹이 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야.” 이 말을 들은 현숙명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갑자기 벼락부자가 된 어린 여자가 평범한 자신과 같은 사람을 눈여겨 보겠는가? 이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간과해서는 안 되었다. “아버님...”창백한 얼굴을 한 현숙명이 어찌할 바를 몰라했고 소은정에게 한 말에 대하여 후회하였다. “이후에 송지현을 될 수 있는 한 피하고 회사간의 일들은 성강희와 아비가 할 건데, 무슨 걱정인 게냐?”화를 참지 못한 성태수가 소리쳤다. “소은정의 집에 가서 무릎 꿇고 빌기라도 해! 서산이든지 송화시든지 SC그룹이야말로 절대 잃어서는 안 되는 파트너야!”
소은정은 고개를 들어 피식 웃었다. “첫 번째 일은 인정하지만, 후자는 제 탓이 아니에요..”그의 웃음에서 희로애락이 엿보였다. 역시…현숙명도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다. 송지현의 전화도 받지 않는다니.송지현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되었네…송지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소은정을 노려보고 있었다. “당신이 대체 뭔데 박수혁 보고 나를 물러나라고 한 거야? 내가 송화시의 계약을 따내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아?”작은 회사와 계약하는 것을 경멸하는 송지현은 바로 태한그룹을 찾아가 박수혁의 신임과 인정을 얻으려고 온 힘을 다했다. 허나 소은정의 한마디에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다니…화를 참을 수가 없었다. 노력?소은정은 헛웃음이 나오려 했지만, 꾹 참으면서 말했다.“당신의 노력? 박수혁에게 찾아가 성강희가 나를 포기하게 할 것이라고 한 것이 당신이 한 노력인가?”송지현의 눈빛이 흔들렸고 그녀의 눈빛에 놀람이 스쳐 지나갔다.그녀가 어떻게 이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지?소은정의 입꼬리에 사악한 미소가 짙어졌다. “송대표님의 노력도 가상하네요. 대체 어디서 나온 자신감으로 성강희를 자신의 손아귀에 넣을 수 있을 거로 생각했죠?”송지현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소은정을 찾아왔는데 모든 것이 까밝혀진 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송지현도 자신에 대해 너무 자신만만했던 것은 사실이다. 애초에 성강희는 송지현에게 마음이 없었는데, 어떻게 자신이 성강희를 제패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것인지 우습기 따름이다. 소은정도 가능한 작은 일에 신경을 쓰지 않고 싶었지만 송지현이 억지로 끌어드린 것이었다. “당신이 그걸… 어떻게 아는 거야?”박수혁의 성격이라면 절대 이 일을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분명히 제삼자가 끼어들었다. 송지현의 놀란 두 눈을 보고 소은정의 휴대전화를 꺼내 그녀에게 흔들어 보여주었다. “인연이라는 게… 놀랍지 않아요? 당신이 박수혁을 찾아가 바에서 얘기를 나눌 때 제 친구가 마침 옆에 있었고 당신의 얘기를 전해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