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나는 재벌이 되었다: Chapter 1861 - Chapter 1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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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1화 선택해

이율은 서럽게 흐느꼈다.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는데 뒤의 경호원이 그녀의 팔을 힘껏 잡았다.그녀는 고통에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끝내 입을 열었다.“소은정 씨가 저와 강희 씨의 관계를 임진호한테 알렸어요. 임진호가 저를 찾아왔고 저는 임진호이랑 실랑이를 벌이는 게 너무 끔찍해서 은정 씨한테 복수하려고 마음먹었어요!”아래층으로 달려온 한유라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은정이한테 덤빌 용기는 있고 임진호를 상대하기는 무서워? 너 바보야?”겁에 질린 이율이 흐느끼며 대꾸했다.“그냥 한순간 충동이었어.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절대 그러지 않았을 거야!”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전동하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정말 그게 다야?”이율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시선을 거둔 전동하는 이 매니저에게 손짓하고는 그의 귓가에 대고 뭐라고 속삭였다.이 매니저의 얼굴이 순간 굳더니 착잡한 눈빛으로 이율을 바라보았다.하지만 그는 의견을 제기할 여유가 없었다.이 매니저 자신도 난감한 상황인데 당연히 소씨 가문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할 수밖에 없었다.그는 다급히 뒤쪽으로 달려갔다.그가 뭘 하려는지 모르는 이율은 입술을 질끈 깨물며 애원했다.“이제 저 좀 풀어주세요. 제가… 은정 씨한테 가서 사과할게요!”소은해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꿈 깨! 평생 은정이랑 만날 일은 없을 테니까. 너 같은 인간이 무슨 자격으로 내 동생을 만나?”그리고 3분 뒤.이 매니저는 밖에서 커다란 박스를 들고 왔다. 박스 안에는 빈 병이 잔뜩 들어 있어서 움직일 때마다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뒤에는 또 누군가가 박스 하나를 더 들고 들어왔는데 무게가 좀 있어 보였다.이율의 얼굴이 더 하얗게 질리고 눈빛은 공포로 가득 찼다.“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이 사람들 중에서 가장 화가 난 사람은 가장 평온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겉보기엔 매너 좋고 자상하고 성격도 좋아 보였다.하지만 이율은 겉으로 보는 게 다가 아니라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전동하는 오싹한 눈빛으로 이율을 노려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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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2화 극한의 공포

그렇게 1분이 또 지났다.인내심을 상실한 남자는 고개를 들고 그녀는 쳐다보기도 싫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선택하기 싫다면 내가 대신 선택해 주지.”이율의 어깨가 흠칫 떨렸다.“아… 아니에요! 제가… 제가 선택할게요!”그녀는 절망한 목소리로 절규하듯 소리쳤다.“술… 술 마실게요!”이 박스에 든 술을 다 마시면 살아 있을지도 의문이었다.하지만 다른 박스에 든 빈 병으로 머리를 친다면 완전히 죽은 목숨이었다.두렵고 혼란스러웠지만 이율은 조금은 쉬운 길을 택했다.더 고민할 시간도 없었다.그녀는 다가가서 양주 뚜껑을 따고 입에 털어 넣었다.알코올의 자극적인 향기 때문에 구역질이 올라왔다.하지만 냉랭한 시선을 마주하자 토해낼 용기가 없었다.그녀는 그렇게 한 모금, 또 한 모금 술을 삼켰다.자신이 너무 초라하고 가엾게 느껴졌다.양주 두 병이 비워졌다. 의식이 흐릿해지고 배가 불러서 더 마시기 힘들었다.행동도 눈에 띄게 느려졌다.그녀는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것 같아서 울음을 터뜨렸다.전동하는 옆에 있는 이 매니저를 향해 차갑게 말했다.“사람 불러서 좀 도와줘. 오늘 밤 안에 다 마실 수 있도록.”그 말을 들은 이 매니저의 얼굴도 창백하게 질렸지만 그는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네.”‘다 이 여자가 자처한 거야.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을 건드려서 우리까지 고생시키네!’그들은 이제 이율에게 그 어떤 연민도 느끼지 않았다.겁에 질린 이율이 입술을 움찔거리며 뭐라 말하려 했지만 옆에 있던 사람이 그녀의 어깨를 단단히 잡고 양주를 그녀의 입에 털어 넣었다. 그녀가 아무리 발버둥쳐도 소용없었다.소은호와 소은해는 서로 시선을 교환하고 무표정한 얼굴로 뒤돌아섰다.그들은 전동하의 결정에 대해 아무런 이의도 제기하지 않았다.그리고 이때, 밖에서 차량이 들어왔다.소리를 들은 소은호는 전동하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은정이 안고 내려와.”전동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뒤돌아섰다.나머지 사람들도 전동하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거의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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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3화 그녀가 돌아왔다

소은호는 담담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난 전혀 놀랍지 않던데? 전씨 가문 같은 지옥에서 역전승을 이뤄낸 사람이야. 처음부터 보통내기가 아니었다고. 만약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나약하고 무능한 인간이었으면 아무리 은정이를 잘 챙긴다고 해도 나랑 아버지가 결혼까지 동의하지는 않았을 거야.”그 말을 들은 소은해의 표정이 약간 변했다.그는 약간 짜증난 말투로 말했다.“그러니까 나 빼고 다 알고 있었다는 거네? 그 자식 여태 연기했던 거였어?”소은해는 담담한 표정으로 창밖을 바라보았다.“연기했다고 볼 수는 없지. 그냥 사람을 편하게 대해줘야 막내가 좋아하니까.”소은해는 약간 배신당한 기분이 들었다. 오늘 있었던 일로 전동하에 대한 인상이 확 바뀌어 버렸다.‘나만 이게 충격 받았다니!’그 뒤로 그는 입을 꾹 다물고 새로운 사실을 받아들이려고 애썼다.이걸 어떤 느낌이라고 표현해야 할까?사실 전동하가 좀 달라 보이긴 했다.어쩌면 이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소은정이 사람들의 괴롭힘을 당할 일은 없어졌으니.병원에 도착한 전동하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소은정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녀는 깨었다가 다시 잠드는 상태가 계속 반복되고 있었다.그날 밤, 아무도 눈을 붙이지 못했다.김하늘은 새봄이를 데리고 집에 돌아갔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는 갓난아기는 한참 울다가 지쳐 잠들었다.소은정이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벌써 이틀이 지난 뒤의 오후였다.자극적인 소독약 냄새에 그녀는 눈을 떴다. 눈을 뜨고 가장 먼저 보인 것이 바람에 흩날리는 하얀색 커튼이었다.밝은 햇살이 대지를 비추고 서늘한 바람에 나뭇가지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고개를 돌려 보니 전동하가 그녀의 손을 잡고 잠들어 있었다.그녀는 잠을 자는 동안 긴 꿈을 꾸었다. 단편적인 기억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유럽 거리를 걷다가 총격사건에 휘말린 일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기억이 떠올랐다.그녀는 중간에 길을 여러 번 잘못 들었지만 그래도 결과는 아름다웠고 만족스러웠다.처음에 마이크를 구해서 맺어진 인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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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4화 기억을 되찾다

병실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그들은 소은정의 대답을 기다렸다.그녀는 시선을 살짝 떨구고 고개를 끄덕였다.의사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외부적인 충격으로 기억을 회복한 케이스로군요. 가벼운 뇌진탕이 있긴 하지만 며칠 쉬면 괜찮아질 겁니다.”전동하를 제외한 병실의 모두가 기쁨의 미소를 지었다.소은정이 혼수상태에 빠진 이틀은 의료진에게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시간들이었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전동하를 바라보았다.남자의 눈동자는 고요해서 아무런 감정도 읽을 수 없었다. 안쓰러운 걸까, 아니면 아쉬워하는 걸까?사실 소은정에게는 다소 잔인한 기억들도 있었다. 그는 그녀가 기억을 잃은 채로 살아갈지라도 그때의 아픈 기억을 떠올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그래서 그녀가 기억을 회복했다고 했을 때 마냥 좋아할 수는 없었다.기억을 되찾은 지금도 예전처럼 아무 고민도 없이 웃을 수 있을까?의사들이 나가고 소은정은 그에게 다가오라고 손짓했다.“좀 괜찮아요?”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다 기억났어요.”전동하는 어두워진 눈빛으로 말했다.“사실 영원히 기억을 되찾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소은정은 그의 손을 잡고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그럼 당신과의 추억도 영원히 기억하지 못하잖아요.”전동하는 흠칫하며 손을 내밀어 그녀를 품에 안았다.소은정의 눈시울이 빨개졌지만 입가에는 행복한 미소가 걸렸다.“봐봐요. 난 어떤 상황에서든 당신을 사랑하게 됐잖아요. 사실 속으로 자랑스럽죠?”전동하가 움찔하더니 더 힘주어 그녀를 끌어안았다.그녀가 지금처럼 명확하고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그가 줄곧 기대하고 기다렸던 순간이었다. 그 한마디 말은 봄바람처럼 초조한 그의 마음을 위로해 주었다.병실은 다시 조용해졌다.“은정 씨, 영원히 내 옆에 있어요. 알았죠?”그는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이며 뜨거운 입술로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소중한 것을 다루듯이 조심스러운 행동에 소은정은 울컥했다.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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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5화 잘했네

소은해는 핸드폰을 꺼내며 말했다.“집에 전화해서 가지고 오라고 할게. 기쁜 소식도 알릴겸.”그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밖으로 나갔다.잠시 후 되돌아온 그는 전동하를 바라보며 말했다.“매제도 나가서 뭐라도 좀 먹어. 근처에 싱가폴 레스토랑 생겼던데 맛있다더라!”전동하는 고개를 흔들었다.“저는 배 안 고파요.”소은해의 입가에 경련이 일었다. 이틀을 굶었는데 배가 안 고프다니?그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소은정이 전동하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말했다.“그 옆에 죽집이 있는데 거기 죽 맛있어요.”전동하는 한결 부드러워진 눈빛으로 그녀에게 물었다.“먹고 싶어요?”소은정이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사러 갔다 올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요.”전동하는 그녀에게 이불을 여며준 뒤, 안심하고 밖으로 나갔다.소은해는 건들거리며 동생의 곁에 다가와서 앉았다.그는 뭔가 할 말이 있어 보였다.소은해는 표정을 잘 숨기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전동하가 배 안 고프다고 했을 때부터 말하고 싶었는데 무슨 말을 먼저 꺼내야 좋을지 몰라 망설였다.소은정이 눈을 감으며 물었다.“오빠, 나한테 할 얘기 있어?”소은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손을 마주 비볐다.“막내야, 내가 이간질하는 건 아닌데 말하지 않고 못 참겠어. 네 남편, 그러니까 내 매제는 보이는 것처럼 자상한 사람이 아니야! 너한테 술병 던진 여자가 어떻게 됐는지 알아? 아마 그 여자는 지금쯤 죽는 게 낫다 싶을 거야.”소은정은 눈을 깜빡이며 살짝 인상을 썼다. 알바생 옷을 입고 있던 여자가 떠올랐다.그리고 이율의 얼굴도 떠올랐다.사실 소은정은 그녀의 이름도 몰랐다.소은정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그런 여자를 상대로 다쳤다니 조금 자존심이 상했다.“그 여자 지금 어디 있어?”소은정은 몸이 다 나으면 한바탕 복수해야겠다고 다짐했다.소은해가 입꼬리를 올리며 대답했다.“병원에 있어. 바로 이 병원이야.”소은정이 의아한 표정을 짓자 소은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이번 사건을 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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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6화 다른 건 중요하지 않아

소은해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동생의 반응을 살폈다.이럴 리 없는데!“넌 놀랍지도 않아? 평소의 전동하가 했을 법한 일이 아니잖아!”소은정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안 놀라운데? 원래 이래야 하는 거잖아!”소은해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나만 이게 놀라운 거야?’소은정은 오빠를 흘기며 말했다.“오빠는 연예계 생활하면서 배운 게 아무것도 없어. 사람이 왜 그렇게 눈치가 없어?”“내가 내 남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덜컥 결혼한 줄 알아? 나한테 전동하 씨는 누가 뭐래도 착하고 진실한 사람이야. 그가 다른 사람에 어떻게 했는지 이런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사실 결혼하기 전, 소찬식과 소은호는 소은정과 오랜 이야기를 나누었다.전동하가 어떤 사람인지 그들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그가 어떤 사람이든 소은정이 사랑할만한 사람인 건 확실했다.소은해가 입술을 깨물며 백기를 들었다.사실 전동하의 행보가 조금 놀라웠을 뿐이다.소은정은 이틀 사이에 벌어진 일과 회사가 돌아가는 상황을 물었다.소은해는 상세하게 대답했다. 회사 상황을 들은 소은정은 인상을 쓰며 잔소리를 퍼부으려다가 그만두었다.소은해가 회사를 말아먹지 않고 이 정도로 유지하고 있는 것만 해도 고마운 일이었다.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소은호에게 전화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때 밖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리고 전동하가 안으로 들려왔다.그녀는 다시 전화를 내려놓고 미소를 지었다.전동하는 한숨을 쉬며 그녀에게 다가갔다.“많이 배고플까 봐 빨리 해달라고 했어요. 따듯할 때 먹어봐요.”그가 조심스럽게 도시락통을 열자 해물죽의 향긋한 향기가 병실에 풍겼다. 소은정은 배고픈 나머지 군침을 꿀꺽 삼켰다.하지만 금방 의식을 회복한 뒤라 몇 숟가락 먹고는 수저를 내려놓았다.다음 날, 그들은 퇴원하기로 했다.소찬식은 새봄이와 함께 그녀를 데리러 병원에 왔다.소은정은 자신의 아이를 자세히 살폈다. 가슴이 뭉클했다.어떻게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이를 잊을 수 있었을까?그들은 소은정의 본가로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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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7화 복귀

보름도 안 되는 사이에 사람들은 소은정이 건강을 회복했으며 곧 회사로 돌아올 거라는 소식을 들었다.소은해는 점차 자신의 업무를 정리해서 소은호와 소은정에게 인계했다.그는 드디어 쉴 수 있겠다고 한숨을 쉬었다.회사를 떠나던 날, 그는 펄쩍펄쩍 뛰며 다시 자유를 얻은 것을 자축했다.소은정은 날을 잡아 회사로 가서 서류를 정리했다.아침부터 나가서 세 번의 회의에 참석했다.듣기만 하고 가려고 했는데 정작 회의 들어가니 그렇게 할 수 없었다.이제 기억을 되찾은 그녀는 과거 고민없이 뛰놀던 10대의 기억을 뒤로 하고 업무에 열중했다.그녀는 저녁 때가 되어서야 퇴근 준비를 할 수 있었다.어쩐지 과거로 돌아간 것 같은 기시감도 들었다.중간에 전동하에게서 전화가 몇 번 왔는데 회사에 얼굴만 비추고 돌아가서 새봄이와 놀아준다고 했다. 새봄이는 아빠를 무척 따랐는데 한순간도 아빠랑 떨어지지 않으려 했다.소은정은 시간을 확인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밖에서 대기하던 우연준이 뭔가 할 말이 있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소은정이 물었다.“무슨 일 있어요?”우연준은 난감한 표정으로 대답했다.“거성그룹 임춘식 대표가 방문하셨습니다. 대표님이랑 다음 시즌 계약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고 하네요. 어떻게 할까요?”소은정은 약간 인상을 썼다.임춘식이 왜 이 시간에 온 거지?게다가 오기 전에 연락도 없었다.“다음에 이야기하자고 해요. 급한 일이면 큰오빠랑 이야기해도 되고요.”그녀는 시계를 보며 말했다. 빨리 퇴근하고 싶었다.한유라랑 같이 밥을 먹기로 했는데 늦으면 또 한바탕 잔소리를 들어야 할 게 분명했다.우연준이 뭐라고 하려는데 맞은편 회의실에서 훤칠한 키에 검은 정장을 입은 차가운 인상을 가진 남자가 걸어 나왔다. 임춘식이었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왔다.“소 대표님, 오랜만이네요. 그런데 요즘 얼굴 보기 참 어렵네요? 그래도 옛친구라고 할 수도 있는데 얼굴 한번 보기 이렇게 어려워서야 되겠어요?”소은정은 눈을 가늘게 뜨고 우연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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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8화 오랜 친구

비록 지금은 거성과의 협력으로 거대한 이익을 창출할 수 있지만 앞을 내다보면 SC에서 가져갈 이익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거성의 핵심기술에만 기대게 되면 독자적인 기술개발이 느려지기 마련이다.그래서 소은정은 양측의 협업에 큰 기대를 품지 않았다.그녀는 이미 자신만의 계획이 있었고 독자적으로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싶었다.임춘식이 웃으며 그녀에게 말했다.“어차피 가는 길인데 같이 가시죠. 그 시간에 이야기도 좀 더 나눌 수 있고요. 설마 이 정도 시간까지 아깝다고 하실 건 아니죠?”“그럴 리가요. 제가 접대에 소홀했네요. 다음에 오시면 제대로 모시겠습니다. 가시죠.”소은정이 웃으며 말을 받았다.임춘식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그녀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먼저 타시죠, 소 대표님.”소은정은 웃으며 엘리베이터에 탔다.우연준은 그들과 함께 타지 않았다.엘리베이터 안.임춘식은 시끄럽게 계속 말을 걸어왔다.“소 대표님께서는 일시적인 사고로 기억을 잃으셨다고 들었는데 저를 기억하고 계셨네요? 정말 영광입니다.”소은정은 임춘식을 힐끗 보고는 담담하게 시선을 돌렸다.“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누굴 기억하든 기억하지 못하든 두 회사의 협업에는 영향이 없을 겁니다.”임춘식이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우리가 처음 사업 파트너로 만났을 때 우리 측에 요구한 사항을 아직 기억하십니까?”“제가 기억을 잃었다는 걸 아시면서 과거 이야기를 꺼내신 이유가 뭘까요?”“죄송합니다. 제가 말실수를 했네요. 기분 나쁘실 줄 알았으면 얘기도 안 꺼냈을 텐데, 이해해 주세요.”소은정은 굳이 대답할 가치를 못 느꼈다.임춘식은 그녀가 기억상실증에 걸렸단 소식을 누구한테 들었을까?지금 염탐하러 온 건가?하지만 임춘식은 그녀가 이제 기억을 완전히 회복했다는 사실은 모르는 것 같았다.‘그럼 계속 모르는 척해야지 뭐.’엘리베이터가 멈추자 두 사람은 같이 밖으로 나갔다.임춘식은 낯선 차량 한대를 가리키며 미소를 지었다.“제 차는 저기 있어요. 오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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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9화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

임춘식은 소은정을 박수혁의 앞에 데려온 것으로 자신은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다. 사실 오랜만에 방문한 SC그룹 직원들은 마치 도둑이라도 든 것처럼 그를 경계했다.소은정 신변을 지키는 우연준 역시 마찬가지였다.하지만 멀리서 바라보니 두 사람은 완전히 다른 세계를 살고 있는 것 같았다.과거는 역시 과거일 뿐.박수혁은 핏발이 선 눈으로 슬픈 표정을 하고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하지만 담담하고 평온한 그녀의 표정을 보고 격하게 다가갈 수 없었다.그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잊어도 괜찮아. 다시 알아가면 되니까.”그는 손을 내밀고 긴장한 얼굴로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침묵이 흐른 뒤, 소은정은 천천히 고개를 들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나중에 생각나면 다시 이야기하죠. 그쪽이 좋은 사람일지 나쁜 사람일지 나는 모르잖아요?”말을 마친 그녀는 그를 지나쳐 등 뒤에서 자신들을 바라보는 임춘식에게 시선을 돌렸다.그러고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는 뒤돌아섰다.박수혁은 경직된 자세로 그 자리에 서서 멀어지는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뜨거웠던 마음이 찬물을 맞은 것 같았다.좋은 사람일지 나쁜 사람일지 모른다니?그녀의 말투에서 그를 알아본 건가 싶기도 했지만 또 아닌 것 같기도 했다.그는 그 어떤 것도 확신할 수 없었다.임춘식이 천천히 다가왔다. 소은정은 차를 타고 자리를 떠나버렸지만 박수혁은 여전히 그 자리에 꼼짝도 않고 서 있었다.임춘식은 문득 그가 불쌍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송화시에서 발만 구르면 지진을 일으킬 수 있는 박수혁에게 이런 날이 있다니.임춘식은 가볍게 그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박 대표, 최선을 다했으면 됐잖아. 저녁 비행기라며? 늦겠어.”박수혁은 말없이 차로 돌아가서 시동을 걸고 공항으로 향했다.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그녀의 얼굴 한번 보려고 찾아온 것이었다. 물론 약간의 기대도 있었다.만약 소은정이 그에게 동아줄이라도 내려준다면 망설이지 않고 잡았을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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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0화 들켜버리다

라이터가 딸깍하는 소리가 들렸다. 담배 피러 나온 것 같았다.한유라는 잠시 고민했다. 그와 대화를 길게 하다가는 모든 게 들통날 것 같았다.“은정이랑 오늘 약속 있다고 했잖아.”빨리 전화를 끊고 싶었던 그녀는 무리수를 두었다.“설마 나 믿지 못해서 확인 차 전화한 거야?”잠시 침묵이 흐르고 낮은 웃음소리가 들리더니 냉랭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지금 은정 씨라고 했어?”“맞아!”그녀는 얼굴에 철판을 깔고 대답했다.심강열은 긴 한숨을 내쉬며 침착하자고 되뇌었다.한유라는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그녀가 뭐라고 변명하기 전에 심강열이 먼저 입을 열었다.“잠깐만 기다려. 은정 씨 지금 바꿔줄게.”말을 마친 그는 핸드폰을 옆에 있는 사람에게 건넸다.“미안한테 우리 집사람이랑 말 몇 마디만 해줄 수 있어요?”한유라는 순간 어깨를 움찔하며 온몸이 경직되었다.뭔가 일이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잠시 후, 수화기너머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나야, 유라야. 조금 전에 심 대표님이 우리 오빠랑 같이 집에 오셨더라고. 안 그래도 너한테 같이 올 거냐고 물어보려 했었는데. 너도 올래?”한유라는 눈을 질끈 감았다. 머리가 어지러웠다.거짓말이 이렇게 빨리 들통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그녀는 입술을 움찔거리며 말을 더듬었다.“아… 아니야.”다시 전화를 바꾼 심강열이 웃으며 물었다.“한유라, 이따가 돌아가서 어떻게 이 일을 해명할지 잘 고민해 봐.”말이 끝나기 바쁘게 그는 전화를 끊었다.소은정은 입술을 질끈 깨물고 얼른 핸드폰으로 한유라에게 톡을 보냈다.소은정-“너 혹시 거짓말했어?”한유라- “나도 그 사람이 너희 집에 갔을 줄은 몰랐지!”소은정-“심 대표님 표정 장난 아니던데.”한유라- “나도 알아.”소은정- “집에 돌아가서 싹싹 빌어!”한유라- “죽기 전에 실컷 놀다가 가야겠어!”한유라는 길게 심호흡한 뒤, 룸으로 돌아갔다.어차피 들통난 거 일단 신나게 놀고 보자는 마음이었다.그녀가 안으로 들어갔지만 사람들은 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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