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놈의 자식이 보자보자 하니까.’참다 못한 소찬식이 소은해의 귀를 잡아들었다.“이 자식이 못 하는 소리가 없어. 잘 돌아가는 회사 말고 왜 다른 사업을 해. 너야말로 이미지 관리 제대로 해라. 행여나 연예계에서 퇴출당해도 난 금전적 도움은 한 푼도 안 줄 거니까.”이를 바득바득 가는 소찬식의 모습에 소은해는 혀를 깨물고 싶은 심정이었다.‘이놈의 입... 이놈의 입이 문제야...’“에이, 아빠, 사랑하는 우리 아빠. 용서해 주세요. 제가 아까는 머리가 어떻게 됐었나 봐요.”투닥대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배가 아플 정도로 웃던 소은정은 웃느라 눈가에 배어나온 눈물을 닦아냈다.방금 전까지만 해도 비 때문에 쓸쓸했던 기분은 눈 녹 듯 사라지고 방 전체가 따뜻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자칭 분위기 메이커 소은해 덕으로 소은정 때문에 전전긍긍하던 소찬식도 긴장이 많이 풀린 모습이었다.소찬식이 병실을 나선 뒤에도 소은해는 한참 동안 빨개진 귀를 어루만졌다.“두고 봐. 내가 진짜 칫솔 들고 친자검사 하러 간다. 어떻게 자기 아들한테 이럴 수 있어?”“오, 좋은 생각이야. 비용은 내가 내는 걸로.”“으아, 짜증나!”소은해가 답답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가슴을 두드렸다.그 모습에 또 한참을 웃던 소은정이 겨우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아, 이거 내가 적어둔 리스트 거든. 오빠가 좀 사다줘.”소은정이 건넨 종이에는 병원에만 있느라 심심할 때마다 읽은 패션 잡지에서 찜한 물건들이 빼곡히 적혀있었다.리스트 내용을 하나하나 뜯어보던 소은해가 그녀를 흘겨보았다.“오빠 등쳐먹으니까 좋아?”“싫어? 그럼 하늘이한테 부탁해야지.”소은정이 짐짓 눈을 깜박거리자 소은해가 발을 동동 굴렀다.“아, 됐어, 됐어. 오빠가 사다줄게, 나 쇼핑 좋아하잖아.”소은해의 비굴한 모습에 고개를 돌려 큭큭 웃던 소은정이 도도한 표정으로 다리를 꼬았다.“그럼 부탁 좀 할게.”그런 그녀를 흘겨보던 소은해가 뭔가 생각난 듯 물었다.“까부는 거 보니까 대충 회복한 것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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