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나는 재벌이 되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01 - 챕터 110

2631 챕터

제101화 모욕

이한석도 이 소식을 접하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왜 굳이 이혼한 손자며느리한테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과거 사모님으로 모셨던 그 여자에게 동정심까지 생기기 시작했다.이한석의 대답에 박수혁은 또 한동안 침묵했다.“펑!”책상을 쾅 치고 일어선 박수혁은 바로 사무실을 나섰다. 차량은 빠르게 달려 그의 본가에 멈춰 섰다. 갑작스러운 방문에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저택 직원들을 향해 박수혁이 물었다.“할아버지는?”박수혁의 굳은 표정에 잔뜩 겁을 먹은 직원이 더듬거렸다.“어... 어르신께서는 서산 별장에 가셨습니다...”그의 대답에 망설임없이 돌아서는 박수혁의 뒤를 쫓아간 직원이 한 마디 보탰다.“대표님, 어르신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일이 해결되기 전까지 그 누구도 만나지 않겠다고요.”직원의 말에 성큼성큼 걸어가던 박수혁이 우뚝 멈춰 섰다.“뭐라고?”날카로운 그의 시선에 직원은 바로 고개를 푹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를 갈며 다시 저택을 나온 박수혁은 차에 탄 뒤 박대한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신음이 한참 동안 울리고 박수혁이 짜증스레 전화를 끊으려던 순간, 박대한이 전화를 받았다.“결국 그 여자 때문에 움직이는구나. 나도 충분히 자비를 베풀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그 아이를 가만히 내버려 둔 거야.”“제가 알아서 해결하겠다고 말씀드렸잖아요.”박수혁의 원망 어린 질문에 박대한은 코웃음을 쳤다.“해결? 우리 집안에 대한 그 아이의 증오는 이미 극에 달했다. 그 아이가 제 발로 담뱃대를 네게 건넬 것 같으냐? 웃기는 소리!”“그래도 없는 일을 만드시면서까지 모함할 필요는 없으시잖아요! 앞으로 은정이는 어떻게 살라고 그러세요!”“내가 왜 그런 것까지 신경 써야 하지? 난 그 아이한테 충분히 기회를 줬다. 그 아이는 주제를 모르고 다시 소은호와 결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착각하더구나. 그래서 우리 집안이 어떤 존재인지 제대로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번 일에 넌 더 이상 참견하지 말거라. 그 여자와는 다시 연락도 만남도 가지지 마. 그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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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화 100억 정도로 뭘

“받았어?”박대한이 차가운 얼굴로 물었다. 집사는 수신을 거부했다는 알림음을 듣고 조심스레 대답했다.“수신을 거절했습니다.”하? 지금 날 도발하는 건가? 아직도 그 알량한 자존심을 내려놓지 못하는 거야?또다시 기회를 져버린 소은정의 행동에 박대한의 얼굴에도 분노가 차올랐다. 감히 전화를 끊어?“다시 걸어!”박대한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언제까지 버틸지 어디 한번 두고 볼 생각이었다.“네.”다시 한번 전화를 건 비서가 머쓱한 얼굴로 해명했다.“또 끊었습니다. 혹시 무슨 일이 있는 게 아닐까요?”“하!”박대한이 어이가 없다는 듯 차갑게 웃었다. 한편, 소은정은 전화를 두 번이나 끊은 탓에 결국 조말론 향수를 구매하지 못했다. 품절이라는 두 글자와 옆에서 약을 올리는 소은해의 모습에 짜증이 치민 소은정은 그의 휴대폰을 확 빼앗아 아예 쇼호스트에게 DM을 보냈다.“저기 혹시 유럽에 계신 거면 구매대행 좀 부탁할 수 있을까요? 비용은 얼마든지 드릴게요.”한참이 지나서야 쇼호스트의 답장이 도착했다.“죄송합니다. 개인적인 구매대행은 받지 않습니다.”잠깐 생각하던 소은정이 문자를 보냈다.“그럼 다음 라이브 방송 때 판매할 제품들을 모두 구매할게요. 저만을 위한 라이브 방송이라고 생각하세요.”말도 안 되는 문자에 쇼호스트의 눈도 휘둥그레졌다.모든 제품? 그는 옆에 있는 매니저에게 물었다.“오늘 매출액이 얼마야?”“아마 100억 정도 될걸요?”쇼호스트는 이 정도 금액이면 바로 물러설 거라 생각하고 답장했다.“제품 가치만 해도 100억 정도 될 텐데. 가능하겠어요?”하지만 1초도 안 되어 도착한 소은정의 답장에 쇼호스트는 휴대폰을 떨어트리고 말았다.“가능해요. 선불로 30%, 라이브 방송이 끝나면 나머지 잔금까지 치르죠. 계좌 보내주세요”물을 마시다 사레까지 들린 쇼호스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다시 한번 문자를 확인했다. 진짜일까 잠깐 고민하던 그는 어차피 계좌를 보내도 손해볼 게 없다는 생각에 결국 계좌번호를 보내주었다.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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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화 반성

소은해는 다시 한번 소은정이 들고 있는 휴대폰을 확인했다. 역시, 그의 휴대폰이었다. 소은해의 모든 계좌의 비밀번호가 그녀의 생일이라는 걸 알고 있었던 소은정이 100억이라는 거금을 긁어버린 것이다.소은해의 입가가 경련으로 살짝 떨렸다. 100억... 그에게 타격을 줄 정도는 아니었지만 한순간에 100억이 사라졌다는 생각에 왠지 마음이 허전해졌다.하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면, 하나뿐인 여동생 소은정이라면... 이 정도는 충분히 쓸 수 있었다. 게다가 지금까지 오빠들에게 손 한 번 내밀지 않던 그녀가 아닌가? 연예인으로서 인터넷의 악플이 사람의 정신을 얼마나 피폐하게 만드는지 소은해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익명이란 단어에 숨어 내뱉는 아무 감정 없는 비난으로 그와 친하던 동료들 중 스스로 세상을 져버린 연예인들도 여럿이었다.하지만 어쩔 수 없이 대중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야 하는 그와 달리 소은정은 그저 평범한 사람일 뿐이다. 차마 입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쏟아지는 사람들의 비난에 행여나 소은정이 나쁜 생각이라도 할까 봐 전전긍긍하던 소은해였다.그래, 소은정의 미소를 볼 수만 있다면 100억이 아니라 더 큰돈도 쓸 수 있었다.어느새 소은해와도 친해진 소호랑이 다가와 그에게 애교를 부렸다. 그는 흐뭇한 얼굴로 여동생을 다시 한번 쳐다본 뒤 다시 소호랑과 놀아주기 시작했다.그리고 그날 오후, 소은정의 루머와 함께 한 시간 사이에 100억을 탕진한 플렉스의 이야기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다. “이것 빼고 다 주세요라는 말 난 드라마 대사에서나 쓰는 줄 알았는데...”“재벌들은 저렇게 사는구나... 부럽다...”“나도 저런 여자랑 결혼하고 싶다... 누나, 밥도 알아서 챙겨 먹고 산책 안 시켜줘도 되는 반려견 안 필요하세요?”“플렉스님 정체가 뭘까?”......한바탕 쇼핑을 끝낸 소은정은 그제야 만족스러운 얼굴로 소은해의 휴대폰을 내려놓고 자신의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그 사이에 7개의 부재중 전화가 도착해 있었다.한 통은 박수혁, 네 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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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화 엄살

그녀의 명예를 짓밟고 SC그룹에서 쫓겨나게 만든 뒤 태한그룹의 작은 지사로 들어가라?어쩌면 이 집안사람들은 이렇게나 뻔뻔할까?소은정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피어올랐다.“아니요. 전 남편 회사에서 일하는 악취미는 없습니다. 전 돈을 보고 움직이는 사람이 아닙니다. 누구와 달리요.”“소은정, 내가 얼마나 자비를 베푸고 있는지 모르는 거냐? 언제까지 고집을 부릴 셈이야! 이번 기회까지 놓치면 정말 후회하게 될 거야.”누구가 가리키는 게 박대한 자신임을 눈치챈 박대한이 분노했다..“누가 후회를 하게 될지는 두고 보면 알겠죠.”당당한 박대한의 목소리를 들으며 곧 밝혀질 진실을 알게 된 그가 어떤 표정을 지을지 상상하던 소은정의 얼굴에 흥미진진한 표정이 피어올랐다.만약 소은정이 정말 평범한 여자였다면 결국 이 모욕을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그녀의 명예를 가차 없이 짓밟는 상대에게 이제 더 이상 그녀도 자비를 베풀지 않을 것이다.전화를 끊은 소은정은 침착하게 소은호에게 전화를 걸었다.“오빠, 아빠는 언제 돌아오신대?”“왜? 아버지가 보고 싶어? 내일 오실 거야. 내일 내가 사람을 보낼 테니까 넌 본가에서 기다리고 있어.”소은호가 미소를 지었다.“아니. 내가 직접 공항으로 나갈 거야.”모든 사람들 앞에서 사라지는 것, 평생 고개도 들지 못하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박대한이 원하는 것이라면 절대 그 의도대로 움직여줄 수 없지.당당하게 모두 앞에 나설 것이다. 하지만 소은호는 그녀가 상처를 받을까 여전히 망설여지는 눈치였다.“하지만... 기자들도 있을 거고...”“괜찮아. 경호원들이나 준비해 줘.”여동생의 고집을 꺾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는 소은호가 한숨을 쉬었다.“그래. 네가 그렇게 결정했다니 어쩔 수 없지 뭐. 아, 은해는 너한테 잘해줘?”소은호는 아직 철이 덜 든 소은해가 소은정을 괴롭히지 않을까 걱정이 앞서는 모양이었다.“오빠가 아주 집을 엉망으로 만들었어. 요리 실력도 엉망이고...”소은정이 장난스레 불평을 내뱉었다. 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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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화 물러서지 않아

소찬식은 웬만큼 화가 났는지 공항을 나서는 내내 욕설을 멈추지 않았다. 공항 문을 나서자 소은호가 두 사람을 맞이했다.“왜 너까지 왔어?”소찬식이 의아하다는 얼굴로 물었다.“걱정이 돼서요. 제가 직접 오는 게 나을 것 같아서요.”소은호는 소찬식의 트렁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고 소은정을 향해 말했다.“마음의 준비 단단히 해둬. 기자들이 벌써 냄새를 맡고 몰려들었어.”“하, 난 당당하니까 괜찮아!”소은정은 오히려 당당하게 고개를 들었다.소찬식은 만족스럽다는 듯 소은정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래. 이래야 내 딸답지. 넌 아빠 뒤만 따라와.”감히 소은정에 관해 무례한 질문을 한 기자는 절대 가만두지 않겠다고 생각하며 소찬식은 이를 갈았다. 반면 소은호는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는지 소은정의 손을 잡고 옆으로 끌었다. 역시, 수많은 플래시가 소은정의 눈을 자극했다. 소은정은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고 어쩌다 보니 소은호의 품에 안긴 듯한 모습이 연출되었다.소은정, 소은해 동거 중?소은정, 소은호 대표의 아버지에게도 인사를 드려!기사 타이틀을 생각하며 소은정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소은정 씨, SC그룹 소은호 대표와 교제하는 사이십니까? 그럼 소은해 씨와는 무슨 사이시죠?”소은호는 눈부신 플래시 불빛을 막아주며 소은정의 어깨를 감싸 안은 채 당당하게 걸어나갔다.“소은정 씨, 소은호 대표와 결혼을 약속하신 겁니까?”“또다시 재벌가 며느리가 되는 기분은 어떠신가요?”“여러 남성분들의 사랑을 받고 계신데 한 마디 좀 해주십시오.”“소은정 씨, 성강희 씨와는 무슨 사이시죠? 혹시 어장관리 중이십니까?”......인터넷에서 떠도는 루머들은 어느새 사실이 돼버린 듯 기자들은 무례한 질문들을 멈추지 않았다.“소찬식 회장님, 요즘 떠도는 소은정 씨의 루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물론 SC그룹의 실세인 소찬식 대표를 향한 질문도 잊지 않았다. 소은호 대표는 소은정에게 이미 빠져 제대로 대답을 해주지 않을 것이고 소찬식 대표의 입장이야말로 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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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화 용서를 빌어

소은호와 소은정은 동시에 소찬식을 돌아보았다. 정말 웬만큼 급한 모양이다. 소찬식이 귀국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연락을 하다니.“뭐 그럴 필요까지 있을까요? 아시다시피 지금 저희 집안 꼴이 말이 아닙니다. 한가롭게 술이나 마실 기분이 아니라서요.”소찬식이 차갑게 웃었다.“뭐 천박한 계집애 하나 때문에 마음 상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뭐 소은호 대표도 당장 결혼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젊은이들 불장난이라고 생각하세요. 마침 저도 소 회장님께 부탁드릴 게 있습니다. 오늘 만나시죠.”“아, 박 회장님, 이렇게 하시는 게 어떨까요? 며칠 뒤면 SC그룹 창립 기념일입니다. 그날 가족분들과 함께 파티에 참석해 주세요. 무슨 일이신지 모르겠지만 그때 얘기하시는 게 어떨까요?”소찬식의 제안에 박대한은 잠깐 망설이다 대답했다.“좋습니다. 그럼 그날 뵙죠.”통화를 마친 소찬식은 날카로운 눈동자로 전방을 주시했다.“그날, 너희 집안 체면을 짓밟아주지.”“그럼 전 그동안 이사진부터 다시 정리하겠습니다. 은정이한테 완벽한 회사를 물려줘야 하니까요.”“그래. 어차피 떠나보낼 사람이라면 지금이 적기일지도 모르지.”소찬식이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소은정이 괜히 한숨을 쉬었다.“어떡해... 돈이 너무 많아질 것 같은데 죽을 때까지 다 쓸 수 있으려나 몰라?”돈 얘기에 소찬식은 흠칫하더니 물었다.“참, 어제 은행장한테서 전화가 왔더구나. 은해 자식이 어제 오후에 100억을 인출했다던데. 부동산이나 주식도 아니고 그냥 쇼핑에 100억을 썼다더구나. 그 자식 도대체 뭐 하는 놈이야? 아무리 자기가 알아서 번 돈이라지만 안 그러던 자식이 왜 갑자기 사치를 부리는 건지.”소찬식의 불만 섞인 목소리에 소은호가 웃음을 터트렸다.“아버지, 그 100억 은정이가 쓴 거예요.”“아? 그래? 그렇다면 뭐.”소은정이 썼다는 말에 소찬식은 어디에 썼는지 묻지도 않고 바로 납득했다. 확연히 다른 태도, 다혈질인 소은해가 이 모습을 봤다면 또 방방 뛰었을 걸 생각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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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화 널 좋아하지 않았다면

소은정은 심호흡을 하며 더 벅차오르는 감정도, 금방이라도 흐를 것 같은 눈물을 애써 누르고 눌렀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박수혁 앞에서는 절대 눈물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루머가 퍼지고 3일 동안,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소은정은 3년 동안의 결혼생활을 곱씹고 또 곱씹었다. 그리고 다다른 결혼은 단 하나, 날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그 어떤 기대도 품지 말자.박대한의 행동에 박수혁의 의도가 있었는지뭐가 중요할까? 결국 박수혁이 원하는 것도 그녀가 애원하길 바라는 게 아닌가?그녀가 반성하고 애원하면 자비를 베풀 듯 넘어가 주겠다는 그 태도, 처음부터 끝까지 이 사람들은 그녀를 하등한 존재로 여기고 있다.이혼 뒤 SC그룹의 본부장이 되고 성강희, 소은호, 소은해와 어울리고 예전과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지만 박수혁과 그 가족들의 눈에 비치는 그녀의 모습은 여전히 3년 전, 그들 앞에서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던, 돈도 없고 배경도 없고 남자 하나 잘 물어 신데렐라의 삶을 꿈꾸는 천박한 여자일 뿐.그녀가 노리는 모든 것들에 시비를 거는 것도, 없는 루머를 만들어 그녀를 짓밟은 것도 그 이면에는 “소은정 네까짓 게 뭔데”라는 태도가 기본으로 깔려있었다.그래서 그 알량한 돈과 권력으로 그녀를 완벽한 패배자로 만들려 하는 거겠지.한편, 박수혁은 아무 말 없이 소은정의 울분을 받아내고 있었다. 그녀가 내뱉는 글자 하나하나가 비수가 되어 그의 심장을 난도질했다.지금까지 소은정이 당한 모든 일들 중, 그녀의 잘못인 건 단 하나도 없다는 걸 박수혁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박수혁도 나름 루머를 누르기 위해 노력했지만 박대한의 인맥과 세력은 여전했다. 게다가 프랑스 지사에 사고가 생겨 출장까지 가게 되어 더더욱 퍼져나가는 여론을 막을 수 없었다.할아버지까지 이렇게까지 강경하게 나오는 이상, 일을 해결하는 방법은 타협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한 번만 더, 딱 한 번만 더 굽히고 들어간다면 어떻게든 그녀가 잘 살아갈 수 있게 해주겠다고 다짐 또 다짐했다. 소은정이 담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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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화 플렉스

소은호는 정성스레 SC그룹의 창립 기념일 파티에 참석 명단을 정리했다. 정재계 유명 인사들은 모두 파티에 초대되었다.게다가 모든 브랜드 협찬을 거절하고 파티장 인테리어부터 술, 음식까지 모두 업계 최고의 전문가들을 초빙했다.일주일 정도가 흐르니 소은정을 향한 악플도 어느새 잠잠해졌다. 그 대신 네티즌들이 관심을 가지는 건 1시간 만에 100억을 소비한 플렉스의 정체였다.한 시간 동안의 라이브 방송을 통해 잠깐이나마 엿본 재벌 2세의 삶, 사람들이 가장 동경하고 가지고 싶은 삶이니 관심은 끊이지 않았다.거기다 아무리 캐봐도 여전히 미스터리인 플렉스의 신비로움이 사람들의 관심에 박차를 가했다.소은정은 그녀를 향한 동경, 부러움, 질투가 섞인 댓글들을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훑어보았다. 어차피 그녀는 사람들의 관심을 먹고 사는 인플루언서도, 연예인도 아니고. 굳이 자신의 모습을 드러낼 필요가 없었다. 게다가 결제도 소은해의 카드로 했으니 정체가 드러날 이유는 더더욱 없었다.며칠 후, 천 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파티장, 밖을 내려다보면 번화한 도시가 한눈에 보이는 이곳이 바로 SC그룹의 창립 기념일 파티가 열리는 장소다.도시의 가장 큰 번화가, 초 단위로 요금을 받는 큰 빌딩들의 전광판은 오늘 밤, SC그룹을 위해서만 빛날 예정이었다. 화려하지만 우아한 인테리어의 파티장, 정재계 유명 인사들과 수많은 매체의 기자들이 하나둘씩 몰려들었다. 해마다 있는 창립 기념일에 왜 이렇게까지 성대하게 하는 걸까? 사람들은 의아했다.한편, 소은정은 진작 파티장 휴게실에 도착했고 소찬식은 잔뜩 신난 표정으로 딸을 위해 드레스아 액세서리를 골라주고 있었다.행거에 걸린 드레스는 모두 세계 최고의 디자이너들의 심혈이 담긴 작품들, 고급 브랜드라면 질릴 정도로 봐온 재벌들도 놀라움을 금치 못할 정도의 의상들이었다.“은정 씨, 첫 번째 타임에는 어느 드레스로 입으실 거예요?”디자이너가 웃으며 물었다.화려하고 정교한 드레스를 하나하나 훑어보던 소은정을 바라보던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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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화 일부러

소찬식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걸렸다.“그래, 마침 잘 됐네. 내가 직접 맞이해야겠어.”소은정은 자리에서 일어서려는 아버지의 소맷자락을 잡았다.“아빠, 오늘은 우리 회사에도 중요한 날이에요. 그쪽 사람들한테 복수하는 것도 좋지만 괜히 우리 회사한테까지 영향 가는 건 저도 싫어요.”“이 자식, 며칠 출근했다고 아빠를 가르치려고 그러네. 아빠가 알아서 할게.”소찬식은 소은정의 코를 살짝 집은 뒤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휴게실을 나갔다. 마침 들어오던 한유라와 김하늘이 소찬식에게 꾸벅 인사를 했다.“아저씨, 안녕하세요.”소찬식은 흐뭇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유라야, 하늘아, 너희들이 있어서 아저씨가 얼마나 마음이 놓이는지 몰라. 오늘 아저씨가 액세서리를 많이 준비했거든? 어차피 은정이는 그런 데 관심이 없으니까 너희들 마음 드는 거 있으면 마음껏 골라. 아저씨가 선물하는 거니까.”한유라와 김하늘은 살짝 시선을 마주친 뒤 고개를 끄덕였다.“감사합니다!”그제야 소찬식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휴게실을 나섰다.한유라와 김하늘은 소녀처럼 들뜬 얼굴로 말했다.“은정아, 드디어 네 신분을 밝히는 날이네. 이제 사람들 태도가 어떻게 바뀔지 생각하면 내 속이 다 시원하다니까.”발랄한 두 사람을 바라보던 소은정도 미소를 짓다가 살짝 표정이 어두워졌다.“글쎄. 이번 일로 회사에 피해까지 주고. 내 맘이 편하지 않네.”한유라가 앞으로 다가갔다.“야, 그게 뭐 네 탓이야? 자책하지 마. 그건 그렇고 내가 누굴 봤는지 알아?”“넌 상상도 못할걸.”김하늘도 거들었다.“누군데?”소은정이 눈썹을 치켜세웠다.“태한그룹에서 글쎄 서민영 그 불여우까지 데리고 왔지 뭐야?”한유라는 단단히 화가 난 듯 하이힐로 바닥을 탁 내리쳤다.“너도 여기 있을 줄 알고 일부러 데려온 게 아닐까?”소은정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정성이 갸륵하네.”“그쪽 집안사람들은 네가 은호 오빠나 은해 오빠와 사귀고 있다고 믿고 있어. 그래서 깽판 치려고 온 거지.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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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화 주인 잃은 개

소은정의 등장에 이민혜와 박예리의 눈이 커다래졌다.“네... 네가 어떻게 여기에...”박예리가 더듬거리며 물었다. 소은정은 이미 버림받은 거 아니었어? 이민혜도 적잖게 놀랐지만 곧 감정을 감추고 여유롭게 웃었다.“뭐 마지막 발악이라도 하고 싶은가 보지. 소은정, 이제 널 원하는 사람은 없어. 정신 차려.”어차피 곧 진실이 밝혀질 텐데 굳이 여기서 입씨름을 할 필요가 있을까? 소은정은 말없이 두 사람을 향해 미소 지은 뒤 자리를 뜨려 했다.하지만 박예리는 화장실 입구를 막은 채 자리를 비켜주지 않았다.나한테 그렇게 맞고도 정신을 못 차렸나?소은정은 피식 웃으며 박예리의 어깨를 퍽 치며 화장실 문을 나섰다. 어깨에 느껴지는 충격에 비틀거리던 박예리는 겨우 중심을 잡고 바로 욕설을 내뱉으려 했으나 마침 고개를 돌린 소은정의 차가운 눈빛과 시선을 마주치곤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소은정의 모습이 사라진 뒤에야 박예리는 욱신거리는 어깨를 만지며 말했다.“주인 잃은 강아지 주제에 뭐가 저렇게 당당해. 두고 봐. 오늘 네가 망신 당하는 모습, 내가 똑똑히 봐줄 테니까.”한편, 파티장, 소찬식 소은호 부자는 파티에 참석한 손님들과 형식적인 인사를 나누었다. 비록 아들에게 경영을 맡기고 뒷선에 물러났지만 여전히 예전과 같은 기량을 보여주는 소찬식의 모습에 다들 감탄을 금치 못했다.“소 회장님...””박 회장님, 이런 자리에까지 참석해 주시고 영광입니다.”반가운 듯 악수를 청했지만 소찬식의 눈빛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아저씨.”박수혁도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넸다.“하하, 박 대표 인사까지 받을 줄은 몰랐네. 형식적인 인사는 거둬요.”소찬식이 비아냥거렸다.예상치 못한 소찬식의 태도에 박수혁은 흠칫 뒤로 물러섰지만 다시 무표정을 유지했다. 나름 아버지 세대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라 친밀하게 다가간 건데 소찬식의 말에 숨겨진 가시를 느낀 박수혁의 마음속에도 의심이 싹트기 시작했다.반면 박대한은 그 점을 눈치채지 못했는지 소찬식과 형식적인 대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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