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은호와 소은정은 동시에 소찬식을 돌아보았다. 정말 웬만큼 급한 모양이다. 소찬식이 귀국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연락을 하다니.“뭐 그럴 필요까지 있을까요? 아시다시피 지금 저희 집안 꼴이 말이 아닙니다. 한가롭게 술이나 마실 기분이 아니라서요.”소찬식이 차갑게 웃었다.“뭐 천박한 계집애 하나 때문에 마음 상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뭐 소은호 대표도 당장 결혼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젊은이들 불장난이라고 생각하세요. 마침 저도 소 회장님께 부탁드릴 게 있습니다. 오늘 만나시죠.”“아, 박 회장님, 이렇게 하시는 게 어떨까요? 며칠 뒤면 SC그룹 창립 기념일입니다. 그날 가족분들과 함께 파티에 참석해 주세요. 무슨 일이신지 모르겠지만 그때 얘기하시는 게 어떨까요?”소찬식의 제안에 박대한은 잠깐 망설이다 대답했다.“좋습니다. 그럼 그날 뵙죠.”통화를 마친 소찬식은 날카로운 눈동자로 전방을 주시했다.“그날, 너희 집안 체면을 짓밟아주지.”“그럼 전 그동안 이사진부터 다시 정리하겠습니다. 은정이한테 완벽한 회사를 물려줘야 하니까요.”“그래. 어차피 떠나보낼 사람이라면 지금이 적기일지도 모르지.”소찬식이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소은정이 괜히 한숨을 쉬었다.“어떡해... 돈이 너무 많아질 것 같은데 죽을 때까지 다 쓸 수 있으려나 몰라?”돈 얘기에 소찬식은 흠칫하더니 물었다.“참, 어제 은행장한테서 전화가 왔더구나. 은해 자식이 어제 오후에 100억을 인출했다던데. 부동산이나 주식도 아니고 그냥 쇼핑에 100억을 썼다더구나. 그 자식 도대체 뭐 하는 놈이야? 아무리 자기가 알아서 번 돈이라지만 안 그러던 자식이 왜 갑자기 사치를 부리는 건지.”소찬식의 불만 섞인 목소리에 소은호가 웃음을 터트렸다.“아버지, 그 100억 은정이가 쓴 거예요.”“아? 그래? 그렇다면 뭐.”소은정이 썼다는 말에 소찬식은 어디에 썼는지 묻지도 않고 바로 납득했다. 확연히 다른 태도, 다혈질인 소은해가 이 모습을 봤다면 또 방방 뛰었을 걸 생각하니
소은정은 심호흡을 하며 더 벅차오르는 감정도, 금방이라도 흐를 것 같은 눈물을 애써 누르고 눌렀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박수혁 앞에서는 절대 눈물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루머가 퍼지고 3일 동안,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소은정은 3년 동안의 결혼생활을 곱씹고 또 곱씹었다. 그리고 다다른 결혼은 단 하나, 날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그 어떤 기대도 품지 말자.박대한의 행동에 박수혁의 의도가 있었는지뭐가 중요할까? 결국 박수혁이 원하는 것도 그녀가 애원하길 바라는 게 아닌가?그녀가 반성하고 애원하면 자비를 베풀 듯 넘어가 주겠다는 그 태도, 처음부터 끝까지 이 사람들은 그녀를 하등한 존재로 여기고 있다.이혼 뒤 SC그룹의 본부장이 되고 성강희, 소은호, 소은해와 어울리고 예전과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지만 박수혁과 그 가족들의 눈에 비치는 그녀의 모습은 여전히 3년 전, 그들 앞에서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던, 돈도 없고 배경도 없고 남자 하나 잘 물어 신데렐라의 삶을 꿈꾸는 천박한 여자일 뿐.그녀가 노리는 모든 것들에 시비를 거는 것도, 없는 루머를 만들어 그녀를 짓밟은 것도 그 이면에는 “소은정 네까짓 게 뭔데”라는 태도가 기본으로 깔려있었다.그래서 그 알량한 돈과 권력으로 그녀를 완벽한 패배자로 만들려 하는 거겠지.한편, 박수혁은 아무 말 없이 소은정의 울분을 받아내고 있었다. 그녀가 내뱉는 글자 하나하나가 비수가 되어 그의 심장을 난도질했다.지금까지 소은정이 당한 모든 일들 중, 그녀의 잘못인 건 단 하나도 없다는 걸 박수혁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박수혁도 나름 루머를 누르기 위해 노력했지만 박대한의 인맥과 세력은 여전했다. 게다가 프랑스 지사에 사고가 생겨 출장까지 가게 되어 더더욱 퍼져나가는 여론을 막을 수 없었다.할아버지까지 이렇게까지 강경하게 나오는 이상, 일을 해결하는 방법은 타협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한 번만 더, 딱 한 번만 더 굽히고 들어간다면 어떻게든 그녀가 잘 살아갈 수 있게 해주겠다고 다짐 또 다짐했다. 소은정이 담뱃
소은호는 정성스레 SC그룹의 창립 기념일 파티에 참석 명단을 정리했다. 정재계 유명 인사들은 모두 파티에 초대되었다.게다가 모든 브랜드 협찬을 거절하고 파티장 인테리어부터 술, 음식까지 모두 업계 최고의 전문가들을 초빙했다.일주일 정도가 흐르니 소은정을 향한 악플도 어느새 잠잠해졌다. 그 대신 네티즌들이 관심을 가지는 건 1시간 만에 100억을 소비한 플렉스의 정체였다.한 시간 동안의 라이브 방송을 통해 잠깐이나마 엿본 재벌 2세의 삶, 사람들이 가장 동경하고 가지고 싶은 삶이니 관심은 끊이지 않았다.거기다 아무리 캐봐도 여전히 미스터리인 플렉스의 신비로움이 사람들의 관심에 박차를 가했다.소은정은 그녀를 향한 동경, 부러움, 질투가 섞인 댓글들을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훑어보았다. 어차피 그녀는 사람들의 관심을 먹고 사는 인플루언서도, 연예인도 아니고. 굳이 자신의 모습을 드러낼 필요가 없었다. 게다가 결제도 소은해의 카드로 했으니 정체가 드러날 이유는 더더욱 없었다.며칠 후, 천 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파티장, 밖을 내려다보면 번화한 도시가 한눈에 보이는 이곳이 바로 SC그룹의 창립 기념일 파티가 열리는 장소다.도시의 가장 큰 번화가, 초 단위로 요금을 받는 큰 빌딩들의 전광판은 오늘 밤, SC그룹을 위해서만 빛날 예정이었다. 화려하지만 우아한 인테리어의 파티장, 정재계 유명 인사들과 수많은 매체의 기자들이 하나둘씩 몰려들었다. 해마다 있는 창립 기념일에 왜 이렇게까지 성대하게 하는 걸까? 사람들은 의아했다.한편, 소은정은 진작 파티장 휴게실에 도착했고 소찬식은 잔뜩 신난 표정으로 딸을 위해 드레스아 액세서리를 골라주고 있었다.행거에 걸린 드레스는 모두 세계 최고의 디자이너들의 심혈이 담긴 작품들, 고급 브랜드라면 질릴 정도로 봐온 재벌들도 놀라움을 금치 못할 정도의 의상들이었다.“은정 씨, 첫 번째 타임에는 어느 드레스로 입으실 거예요?”디자이너가 웃으며 물었다.화려하고 정교한 드레스를 하나하나 훑어보던 소은정을 바라보던 소
소찬식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걸렸다.“그래, 마침 잘 됐네. 내가 직접 맞이해야겠어.”소은정은 자리에서 일어서려는 아버지의 소맷자락을 잡았다.“아빠, 오늘은 우리 회사에도 중요한 날이에요. 그쪽 사람들한테 복수하는 것도 좋지만 괜히 우리 회사한테까지 영향 가는 건 저도 싫어요.”“이 자식, 며칠 출근했다고 아빠를 가르치려고 그러네. 아빠가 알아서 할게.”소찬식은 소은정의 코를 살짝 집은 뒤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휴게실을 나갔다. 마침 들어오던 한유라와 김하늘이 소찬식에게 꾸벅 인사를 했다.“아저씨, 안녕하세요.”소찬식은 흐뭇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유라야, 하늘아, 너희들이 있어서 아저씨가 얼마나 마음이 놓이는지 몰라. 오늘 아저씨가 액세서리를 많이 준비했거든? 어차피 은정이는 그런 데 관심이 없으니까 너희들 마음 드는 거 있으면 마음껏 골라. 아저씨가 선물하는 거니까.”한유라와 김하늘은 살짝 시선을 마주친 뒤 고개를 끄덕였다.“감사합니다!”그제야 소찬식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휴게실을 나섰다.한유라와 김하늘은 소녀처럼 들뜬 얼굴로 말했다.“은정아, 드디어 네 신분을 밝히는 날이네. 이제 사람들 태도가 어떻게 바뀔지 생각하면 내 속이 다 시원하다니까.”발랄한 두 사람을 바라보던 소은정도 미소를 짓다가 살짝 표정이 어두워졌다.“글쎄. 이번 일로 회사에 피해까지 주고. 내 맘이 편하지 않네.”한유라가 앞으로 다가갔다.“야, 그게 뭐 네 탓이야? 자책하지 마. 그건 그렇고 내가 누굴 봤는지 알아?”“넌 상상도 못할걸.”김하늘도 거들었다.“누군데?”소은정이 눈썹을 치켜세웠다.“태한그룹에서 글쎄 서민영 그 불여우까지 데리고 왔지 뭐야?”한유라는 단단히 화가 난 듯 하이힐로 바닥을 탁 내리쳤다.“너도 여기 있을 줄 알고 일부러 데려온 게 아닐까?”소은정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정성이 갸륵하네.”“그쪽 집안사람들은 네가 은호 오빠나 은해 오빠와 사귀고 있다고 믿고 있어. 그래서 깽판 치려고 온 거지. 내가
소은정의 등장에 이민혜와 박예리의 눈이 커다래졌다.“네... 네가 어떻게 여기에...”박예리가 더듬거리며 물었다. 소은정은 이미 버림받은 거 아니었어? 이민혜도 적잖게 놀랐지만 곧 감정을 감추고 여유롭게 웃었다.“뭐 마지막 발악이라도 하고 싶은가 보지. 소은정, 이제 널 원하는 사람은 없어. 정신 차려.”어차피 곧 진실이 밝혀질 텐데 굳이 여기서 입씨름을 할 필요가 있을까? 소은정은 말없이 두 사람을 향해 미소 지은 뒤 자리를 뜨려 했다.하지만 박예리는 화장실 입구를 막은 채 자리를 비켜주지 않았다.나한테 그렇게 맞고도 정신을 못 차렸나?소은정은 피식 웃으며 박예리의 어깨를 퍽 치며 화장실 문을 나섰다. 어깨에 느껴지는 충격에 비틀거리던 박예리는 겨우 중심을 잡고 바로 욕설을 내뱉으려 했으나 마침 고개를 돌린 소은정의 차가운 눈빛과 시선을 마주치곤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소은정의 모습이 사라진 뒤에야 박예리는 욱신거리는 어깨를 만지며 말했다.“주인 잃은 강아지 주제에 뭐가 저렇게 당당해. 두고 봐. 오늘 네가 망신 당하는 모습, 내가 똑똑히 봐줄 테니까.”한편, 파티장, 소찬식 소은호 부자는 파티에 참석한 손님들과 형식적인 인사를 나누었다. 비록 아들에게 경영을 맡기고 뒷선에 물러났지만 여전히 예전과 같은 기량을 보여주는 소찬식의 모습에 다들 감탄을 금치 못했다.“소 회장님...””박 회장님, 이런 자리에까지 참석해 주시고 영광입니다.”반가운 듯 악수를 청했지만 소찬식의 눈빛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아저씨.”박수혁도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넸다.“하하, 박 대표 인사까지 받을 줄은 몰랐네. 형식적인 인사는 거둬요.”소찬식이 비아냥거렸다.예상치 못한 소찬식의 태도에 박수혁은 흠칫 뒤로 물러섰지만 다시 무표정을 유지했다. 나름 아버지 세대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라 친밀하게 다가간 건데 소찬식의 말에 숨겨진 가시를 느낀 박수혁의 마음속에도 의심이 싹트기 시작했다.반면 박대한은 그 점을 눈치채지 못했는지 소찬식과 형식적인 대화를
소찬식은 박수혁을 힐끗 바라보더니 고개를 저었다.“글쎄요. 설령 저한테 딸이 있다고 해도 박 대표처럼 훌륭한 청년의 마음에 들지 모르겠습니다.”박대한은 살짝 당황했으나 곧 화제를 돌렸다.“참, 요즘 그 여자의 루머 때문에 마음이 많이 복잡하시죠. 주가도 많이 떨어졌던데...”한편, 서민영은 박예리의 손을 잡고 조심스레 물었다.“정말 제대로 본 거 맞아? 소은정이 여길 온다는 게 말이 돼?”“내가 그 계집애 얼굴을 잘못 봤을 리가 없잖아. 엄마도 봤단 말이야...”박예리의 확신에 서민영도 그 뒤를 따라 2층으로 올라갔다.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여자들 중에서 소은정의 모습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여기서 어떻게 찾아...”“뭐 어디 숨어있나 보지 뭐. 여기 나타난 이상 아직 여기 있을 거야. 기자들 앞에서 강제로 결혼 발표라도 할 생각인 거라고.”머리를 긁적이던 박예리가 말했다. 이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으니 소은호와 결혼 발표라도 먼저 하려는 속셈이겠지.곧 펼쳐질 재밌는 상황에 서민영의 마음도 벅차올랐다. 소은정, 너도 이런 악수를 두다니! 한참을 눈동자를 반짝이며 주위를 둘러보던 서민영이 다급하게 말했다.“저기 있다!”서민영의 손가락 끝이 가리키는 방향을 보니 평범한 원피스 차림의 소은정이 꽃다발을 들고 입구의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있었다.“너 해외로 출장 간 거 아니었어? 어떻게 온 거야?”깔끔한 정장 차림의 성강희가 매력적인 미소를 지었다.“오늘 같은 날에 아무리 바빠도 와야지. 파티만 참석하고 바로 돌아가야 해.”눈부신 그의 미소에 꽃다발을 든 소은정의 손이 살짝 떨렸다.“오늘 아저씨도 오셨던데 인사라도 드리지 그래?”“아니. 내가 여기까지 온 걸 보면 아마 때리실지도 몰라. 오늘 같이 좋은 날 인명 사고가 나면 안 되잖아? 어차피 프로젝트도 막바지고 아마 곧 귀국할 수 있을 거야.”성강희가 고개를 젓자 소은정이 웃음을 터트렸다.“그래. 귀국하는 날 내가 직접 마중 나갈게.”“약속한 거다?”환하게 웃던 성강희는
어차피 이혼한 사이인데 소은정이 비난을 받을 때마다 왜 이렇게 가슴이 답답해지는지 박수혁은 스스로를 이해할 수 없었다.왜 여기 나타난 걸까? 아직도 소은호가 그녀를 버리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걸까? 지금 다들 그녀를 멀리하는 걸 정말 느끼지 못하는 걸까?특히 그녀의 손에 들린 꽃다발이 박수혁의 신경을 더 거슬리게 만들었다.“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오늘은 아니야. 지금 다들 네 행보만 주시하고 있어. 여기서 네가 돌발행동이라도 하면 그땐 나도 널 지킬 수 없어.”박수혁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할아버지도 모자라 SC그룹까지 적으로 돌리면 그때는 박수혁도 더 이상 어찌할 방도가 없다.하지만 소은정은 박수혁의 그런 호의가 가소롭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지켜줘? 당신이 언제 나를 지켜줬다고 그런 말을 해? 날 지키고 싶은 게 아니라 당신 집안의 명예를 지키고 싶은 거겠지.”지켜주겠다고 말하면 내가 꼬리라도 흔들면서 고마워할 줄 알았을까? 누굴 바보로 아는 거야?“은정 씨...”이때 서민영이 달려오더니 바로 박수혁의 팔짱을 꼈다.“은정 씨, 다 나 때문이야. 은정 씨가 나 싫어하는 거 알아. 저번 패션쇼장에서 나 때린 거 내가 용서해 줄게. 나도 은정 씨 마음 이해하니까. 그러니까 오늘은 가만히 있어줘.”소은정은 고개를 돌려 서민영을 바라보았다.“용서? 네까짓 게 뭔데 용서란 단어를 입에 올려?”서민영은 잔뜩 주눅이 든 표정으로 박수혁을 바라보았지만 예전처럼 그녀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 박수혁의 모습에 표정이 살짝 굳었다.“은정 씨, 은정 씨는 이미 수혁이랑 이혼한 사이야. 평생 그렇게 증오 속에서 살 거야?”“평생? 당신 같은 사람들을 내가 평생 기억하고 있을 것 같아?”서민영은 입술을 꽉 깨물더니 다시 가식적인 미소를 지었다.“나도 수혁이도 은정 씨가 과거 일은 잊고 새롭게 시작하길 바라. 하지만 오늘은 SC그룹 창립 기념일 행사잖아. 여기서 무슨 사고라도 난다면 은정 씨만 더 힘들어져. 멀리 봐야지.”서민영의
경쾌한 음악과 반짝이는 조명이 파티장을 장식했다. 약속한 시간이 되고 소찬식이 무대로 올라가자 음악이 멈추었다.오늘 파티의 가장 하이라이트가 시작될 것이란 예감에 모두의 시선이 무대로 꽂혔다. 비록 지금 SC그룹의 실무는 모두 소은호가 담당하고 있었지만 오늘만큼은 조용히 소찬식 옆에 서 있었다.“여러분, 바쁘신 시간 쪼개서 저희 SC그룹 창립 기념일 파티에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여러분들의 응원과 서포트가 있었기에 오늘날 SC그룹이 있을 수 있었습니다. 자, 이 소찬식, 여러분들께 한 잔 올리겠습니다!”소찬식이 와인잔을 들자 모두들 그를 따라 와인잔을 들고 담긴 술을 원샷했다. 승승장구하고 있는 SC그룹과 더 좋은 인맥을 쌓고 싶은 사람들은 너도나도 축하한다고 말하며 박수를 쳤다.소은호는 직접 다가가 소찬식의 와인잔에 샴페인을 따르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소찬식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 뒤 바로 무대 아래 모인 사람들을 바라보았다.“그리고 오늘 이 자리를 빌려 해명하고 싶은 사안이 있습니다. SC그룹의 비즈니스 파트너들과 기자님들도 아마 다들 궁금하실 겁니다. 최근 인터넷에서 널리 퍼지고 있는 여자 소은정 씨에 대해서요.”소찬식의 말에 모두들 숨을 죽이기 시작했다. 역시 그 일을 해명하기 위해 기자들까지 부른 것이라며 다들 생각했다.특히 박대한은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고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그래. 소찬식이 이혼녀를 며느리로 받아들일 리가 없지. 소은정, 이게 주제를 모르고 나댄 자의 결말이야.이민혜와 박예리도 서로를 바라보더니 미소를 지었다.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려왔는지 모른다.“소은정 이 계집애 어디 간 거야?”박예리는 주위를 둘러보며 불평했다. 반면 이민혜는 가소롭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진작 쫓겨났겠지 뭐. 소은정은 SC그룹의 시한폭탄이나 마찬가지야. 그런 애를 여기 남겨둘 리가 없지.”소찬식은 박씨 일가 사람들을 한 번 바라본 뒤 살짝 뜸을 들이다 말을 이어갔다.“소은정 씨는 저희 SC그룹에서 일하는 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