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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작가: 진헤이
잠시 후, 소은지가 팩스로 이혼 서류를 보내왔다.

이유영은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바로 사인하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강이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고용인은 그녀가 위층으로 올라간 뒤에 바로 외출했다고 답했다.

이유영은 더 이상 기다리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팩스로 그의 회사에 이혼 서류를 보냈다. 서류를 확인한 비서가 다급히 그녀에게 연락했다.

“사… 사모님, 대표님은 아직 출근 전입니다만….”

“그 사람 도착하면 바로 사인하고 법원에서 만나자고 전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강이한의 비서는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떨떠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유영은 전화를 끊은 뒤, 위층으로 올라가서 외출복으로 갈아입었다.

거울 속에 비춰진 그녀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하지만 마누라가 예쁘다고 남자가 한눈을 팔지 않는 건 아니었다.

아무리 예쁜 외모라도 질릴 때가 있는 법, 그때가 되면 남자들은 바깥의 여자들에게 시선을 돌리게 된다.

이유영은 바로 차를 타고 법원 앞으로 가서 기다렸지만 점심시간이 다 될 때까지도 강이한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녀는 바로 강이한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그가 전화를 받았다. 영상 속 배경을 보니 회의 중인 듯했다.

이유영은 그러거나 말거나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나 법원에서 두 시간을 기다렸어. 대체 협의서 어디가 마음에 안 들어서 안 나타나는 거야?”

회의실 분위기가 순식간에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모두의 시선이 강이한에게로 쏠렸다.

대표님이 이혼? 게다가 재산분할?

남자의 싸늘한 시선이 느껴지자, 사람들은 당황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잠깐의 통화만으로도 대표가 곧 이혼한다는 소식은 그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안겨주었다.

“30분 쉬었다가 다시 진행하지.”

남자는 짜증스럽게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사람들은 당황한 표정으로 회의실을 나가는 강이한을 바라보았다. 문이 닫히자, 현장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사모님께서 지금 이혼을 제기하신 거 맞지?”

“그렇게 온화한 분도 폭발할 때가 있구나.”

“그럼 한 비서는 어떻게 되는 거야?”

사람들이 몰래 술렁이고 있을 때, 강이한은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여자의 짜증 섞인 목소리에 인상을 찌푸렸다.

“대체 언제 올 거야?”

“이유영, 대체 왜 이러는 거야?”

강이한이 이를 부드득 갈며 물었다.

이유영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당당하게 말했다.

“그냥 사무실로 변호사 보낼까?”

어차피 그는 잃을 게 많은 사람이고 이유영 자신은 더 이상 잃을 게 없었다.

강이한이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10분만 기다려.”

“그래. 호적등본은 이미 챙겼어.”

강이한은 황당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노려보았다.

이유영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전화를 끊었다.

꺼진 핸드폰을 바라보며 남자는 주먹에 힘을 주었다.

이유영이 이렇게 쉽게 이혼을 얘기할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한 적 없었다. 아침에 그 얘기를 들었을 때는 그녀가 뭔가 악몽을 꿔서 기분이 나쁜 거라고만 해석했다. 그런데 그녀는 진심인 것 같았다.

‘주제도 모르고….’

이유영은 호적등본을 품에 꼭 안고 강이한이 오기만을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다.

법원에 도착한 강이한은 그 모습을 보고 순식간에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

준수했던 남자의 얼굴이 보기 싫게 일그러졌다.

아침부터 계속 그의 성난 얼굴만 보고 있는 것 같아서 이유영도 별로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그녀는 낯선 사람을 보는 눈빛으로 덤덤하게 남자를 노려보았다. 그런데 같이 이혼 서류를 제출할 줄 알았던 남자가 다가오더니 그녀를 어깨에 들쳐멨다.

“지금 뭐 하는 거야!”

들고 있던 호적등본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는 억지로 그녀를 차에 밀어 넣었다.

“강이한 이 뻔뻔한 자식!”

이유영은 곧바로 차에서 내리려 했지만 강이한이 차 문을 잠가 버렸다.

남자는 우악스럽게 그녀의 발목을 단단히 붙잡았다. 그 모습을 본 운전기사는 놀라서 바로 차에 시동을 걸었다.

“이거 놔! 이 미친 자식아! 아파, 아프다고!”

이유영이 비명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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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이제 유영이의 손을 놓지 않을 거야. 유영이 곁을 떠나지 않을 거야!”박연준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여진우는 눈썹을 치켜올렸다.박연준의 강한 의지가 담긴 말이었지만 여진우에게는 마치 농담처럼 들렸다.그는 냉정하게 말했다.“유영이를 붙잡고 싶다면 네가 그럴 만한 능력이 있는지 보여줘.”여진우의 말은 깊은 의미를 담고 있었다. 박연준은 그의 말을 곱씹으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잠시 후 여진우는 병실로 들어갔고 복도에는 박연준만이 남았다.그의 눈에는 전에 없던 결의가 서려 있었다.그가 이유영에게 저지른 악행은 너무 많았다.하지만 이번에는 온 힘을 다해 그녀 곁을 지키고 싶었다.문기원이 박연준의 뒤에서 조용히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쓸쓸한 뒷모습을 보며 문기원의 가슴도 아려왔다.“선생님.”문기원은 다가가 박연준을 불렀다.“갔어?”“네.”“어디로?”“그게...”문기원의 목소리에는 걱정이 묻어났다. 박연준도 강이한이 정말 떠났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는 강이한의 사람들이 모두 서주를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고 이온유도 함께 떠났다.하지만 어디로 떠났는지는 아는 사람이 없었고 그렇게 강이한은 정말로 이유영의 세상에서 모든 흔적을 지우듯 떠나버렸다.그런 떠남은 숨이 막히는 듯했고 동시에 고통스러웠다.“갔으니 다행이야.”한참 후, 박연준은 억눌린 목소리로 말했다.떠난 사람은 고통스럽지만 남아 있는 사람의 마음은 더 아팠다.강이한은 왜 이때 떠났을까? 아마도 어둠 속에서의 초라한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을 것이다. 하지만 박연준은 이유영 곁에 남았고 미래는 더욱 불확실했다....마취가 풀리자 이유영은 엄청난 고통에 신음했다.“아가씨, 의사 선생님께서 죽을 좀 드시라고 하셨어요.”“괜찮아요.”이유영은 온몸을 떨었고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여진우가 들어오며 고통을 참고 있는 이유영을 보고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다가갔다.“많이 아파?”“오빠.”“내가 의사 선생님께 진통제를 놔달라고 할게.”“괜찮아!”“너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34화

    그러니 그들과 거리를 두는 게 최선이었다.병원 복도에서 여진우는 박연준에게 담배를 건넸다.“병원에서는 담배 안 피워.”박연준의 말에 여진우의 손이 굳었다. 결국 그는 담배를 다시 담뱃갑에 넣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유영이 다 나으면 두 사람 이혼 서류 준비해.”여진우의 어조는 단호했고 그 말에 박연준은 머리가 멍해졌다. 그는 여진우를 쏘아보았고 그 순간 그의 눈에는 분노가 가득했다.“강이한이 떠났다고 해서 유영이가 네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여진우의 날카로운 말이 박연준의 마음을 꿰뚫었다.어젯밤까지만 해도 그는 이런 말을 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이유영은 수술 후 마취가 풀리면 엄청난 고통을 겪을 것이고 그 고통을 감수해야 할 이유는 없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여전히 모든 것을 견디고 있었다.그 이유는 바로 박연준과 강이한 때문이었다.“너...”“내가 이런 말 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여진우는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그 미소는 차갑고 조롱 섞였지만 동시에 강렬한 힘이 느껴졌다.이유영의 세상에는 이제 그녀를 지키는 장벽이 생겼고 박연준은 더 이상 그녀를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과거 강이한의 세계에서 이유영은 혼자였다. 그녀의 세상은 강이한이 만들어낸 틀 속에 존재했고 그의 말이 법이었다.그러나 이제는 달랐다. 그녀의 곁에는 가족이 있었고 그녀를 보호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이제 누구도 그녀를 함부로 다룰 수 없었다.박연준은 숨을 깊이 들이쉬었지만 가슴속 답답함은 사라지지 않았다.“엔데스 가문은 지금...”“지금이 가장 중요한 순간이야. 위기의 순간이라고!”여진우는 그의 말을 가차 없이 잘라냈다.박연준은 할 말을 잃었다. 여진우의 말이 옳았다.그들은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박연준이 대답하기도 전에 여진우는 덧붙였다.“엔데스 가문 하나쯤이야, 정씨 가문이 이유영을 지키려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어.”박연준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처음 그가 이유영과 강제로 결혼한 이유는 그녀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33화

    여진우는 이유영을 계속해서 달래며 말했다.“무서워하지 마. 긴장 풀고 심호흡해. 응?”시간이 흐르면서 이유영의 불안한 감정은 점차 가라앉았다. 마치 맹수처럼 그녀를 괴롭히던 기억들은 여진우의 따뜻한 위로에 힘없이 사라져 갔다.그녀의 마음은 평온을 되찾았고 여진우 역시 조금은 안심할 수 있었다.수술이 시작되었다.마취 단계에 접어들자 이유영은 조심스레 물었다.“이식할 각막이 누구의 것인지 알려줄 수 있어?”그 말을 들은 여진우는 무의식적으로 강이한을 쳐다보았고 강이한 또한 그를 바라보았다.두 남자의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공기에는 묘한 긴장감과 씁쓸함이 감돌았다.결국, 여진우는 시선을 돌리며 짧게 대답했다.“모르겠어. 기증받은 거야.”“그 사람은?”“죽었어.”여진우는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와서 미련을 갖기엔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온 것이다.이유영은 조용히 그의 말을 곱씹으며 그녀의 몸에서 긴장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마취가 퍼지며 이유영의 의식이 흐려지는 순간, 여진우는 문득 물었다.“유영아, 만약 강이한이 처음부터 자기 각막을 너에게 주겠다고 했으면 받아들였어?”그 순간, 수술실의 공기는 얼어붙었다.강이한은 이유영을 바라보았고 그의 눈에는 고통이 가득했다.하지만 이유영은 점점 깊은 잠에 빠져들고 있었기에 대답하지 못했다.강이한은 이유영이 받아들이지 않았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녀는 그를 증오했고 혐오했다. 그의 것으로 여겨지는 어떤 것도 자신의 일부가 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을 것이다.이유영의 고집은 누구보다 강했다. 오랜 세월 동안 그녀가 연서의 그림자 속에 머물렀을지라도 그녀는 스스로를 지키려 애썼다.하지만 이유영은 몰랐다. 마지막 순간, 그녀는 더 이상 연서의 그림자가 아니었고 오히려 연서는 그녀의 기억 속에만 존재할 뿐이었다.강이한과 박연준 역시 그러한 변화를 받아들이고 있었을 것이다....수술이 끝났다.수술실에 함께 들어갔던 두 사람은 각자 다른 길로 나왔다.마치 그들의 인생처럼, 이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32화

    자신의 오빠이자 가장 믿는 사람이 곁에 있으니, 수술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유영은 든든했다.“그래, 다행이야.”이유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녀가 긴장으로 몸까지 떨리는 모습을 보며 여진우의 눈에는 안타까움이 스쳤다.이런 감정은 여진우에게서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이었지만 지금은 달랐다. 그는 그 감정을 기꺼이 받아들였다.그래서 이유영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더욱 부드러워졌다.“무서워하지 마. 내가 늘 곁에 있을게.”여진우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다독였다.사실 이유영은 아직도 이 수술을 왜 꼭 용성시에서 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파리에서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하지만 그녀는 묻지 않았다.수술실에서.이유영은 이미 수술대에 누워 있었고 여진우는 약속대로 그녀 곁을 지켰다. 그리고 그 옆에는 또 다른 사람이 있었다.소독약 냄새가 모든 것을 덮어버렸고 그녀는 주변을 제대로 구분할 수 없었다.하지만 여진우는 강이한을 보는 순간, 그의 눈빛이 복잡하게 흔들렸다.여진우는 알고 있었다.강이한이 이유영과의 관계에 마침표를 찍기 위해 이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것을. 하지만 그들의 관계는 정말 끝난 걸까?“오빠.”“왜 그래?”“무서워.”차가운 의료 기구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자 이유영의 목소리는 더욱 떨렸다.여진우는 그녀가 대기실에 있을 때보다 더 심하게 떨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심지어 말할 때도 그녀의 목소리에는 억누를 수 없는 공포가 묻어났다.“무서워하지 마. 오빠가 곁에 있어.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있으니까, 좀 편안하게 있어 봐.”“그래도 무서워...”이유영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그 공포는 마치 그녀의 영혼에서부터 나오는 것 같았다.수술대 반대편에 누워 있던 강이한은 이유영의 말을 듣고 온몸이 떨렸다.그는 그녀의 공포가 왜 그런지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박연준에게 자신의 곁은 지옥과 같다고 말했던 것이다.이유영은 강이한 곁에 있을 때, 단 한 번도 편안한 날을 보낸 적이 없었다.그의 눈앞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31화

    밤은 그렇게 평온하게 지나갔다.이유영은 깊이 잠들었고 여진우 덕분에 기분이 한결 나아졌으며 박연준과 강이한에 대한 불쾌한 감정도 점차 사라졌다.물론 임소미는 계속해서 이유영에게 전화를 걸어 곁에 가고 싶다고 말했지만 이유영은 가족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걱정스레 거절했다.하지만 사실, 그녀는 마음 깊숙이 가족들이 곁에 있어 주길 바라고 있었다.여자는 다 그렇다. 가장 힘든 순간에는 가족들에게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지만 또 한편으로는 가족이 곁을 지켜 주길 바라는 것이다.이유영은 편안하게 잠들었지만 몇몇 사람들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다음 날 아침, 그녀가 일어나기 전에 우지와 우현은 서둘러 아침 식사를 마쳤다.오늘은 이유영의 수술이 예정되어 있어 아침을 먹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가자.”여진우의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다.그는 조심스럽게 이유영을 품에 안아 일으켜 세웠다.“수술실까지 같이 가는 거야?”“응.”“박연준은?”“그가 보고 싶어?”“아니, 그런 건 아니야!”요즘 계속 박연준이 곁에 있었기에 갑자기 사라지니 자연스럽게 찾게 되었을 뿐이었다.하지만 박연준이 없는 것이 차라리 나았다. 그의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이유영은 계속 화가 났다.차 안에서도 이유영은 박연준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여진우가 온 이후로 박연준이 그녀에게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했다는 것을 어렴풋이 깨달았다.“오빠.”“응?”“수술이 끝나면 나를 집으로 데려가 줘.”이유영은 집에 가고 싶었다. 월이도 보고 싶었다.그녀는 요즘 밤마다 월이를 그리워했다. 세상에서 자신의 아버지조차도 아이를 해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이유영은 더욱 두려워졌다.그런 세상 속에서 그녀는 아이 곁을 지켜주고 싶었다.그러나 그보다도 아이가 성장하는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고 싶었고 그 변화를 실제로 느끼고 싶었다.“물론이지.”여진우의 목소리는 따뜻했다.이유영은 조용히 미소를 머금었다.하지만 앞좌석에 앉아 있던 박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30화

    여진우는 마치 아무런 빛도 없는 건조한 사람이었다.과거에 강이한과 박연준은 그 면을 이용해 이유영을 협박했지만 지금은 그런 방법을 포기했다.강이한은 이미 포기했고 박연준은 그저 묵묵히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수술, 다 준비됐어?”여진우는 낮고 깊은 목소리로 물었다.그의 눈빛에는 복잡한 감정이 엿보였다.“그럼.”박연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실수는 절대 없어야 해.”여진우는 단호하게 말했다.“물론이지.”강이한과 박연준은 이번 수술이 이유영에게 다시 빛을 가져다줄 마지막 기회라고 믿었고 최고의 의료진을 준비해 어떤 문제도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했다.“그럼 다행이야.”여진우는 짧게 답했다.“너는 내일 여기 있을 거야?”박연준이 물었다.“맞아. 수술이 끝나면 유영이를 데리고 같이 돌아갈 거야.”박연준은 말없이 여진우를 바라보았다.이유영과 함께 돌아간다고? 이게 무슨 뜻인가?박연준은 지금 이유영의 남편이었다. 그들의 관계를 떠올리니 가슴이 답답해졌다.여진우는 그의 속마음을 읽은 듯 쏘아붙였다.“그런 생각은 하지 마. 만약 너희 사이에 희망이 없다면, 이제 그만 포기해.”그의 말은 날카롭게 박연준의 가슴을 찔렀다. 이미 답답한 가슴이 더 찢어지는 것 같았다.포기라고? 말은 쉽지만 실제로 포기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포기라니, 흥.”“포기 말고 더 좋은 방법이라도 있어?”더 좋은 방법? 없었다.“너와 그 녀석, 둘 다 유영이에게 어울리지 않아.”여진우의 단언에 박연준은 씁쓸하게 그를 바라보았다.“네 말이 맞아. 나도, 강이한도, 유영이에게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야.”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처음부터 이유영에게 접근한 목적이 순수하지 않았으니까.그들은 그녀에게 험난한 세상을 선물했고 그녀는 그 폭풍 속에서도 강인한 난초처럼 꿋꿋이 살아남았다.하지만 그들은 결국 이유영을 자신의 세계로 억지로 끌어들이려 했고 그녀는 더 거센 폭풍을 맞아야 했다.만약 자신들이 없었다면 그녀의 삶은 지금과는 완전히 달랐을 것이다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29화

    모이산의 코코넛 주스는 유명해서 파리 수도에서도 판매될 정도였다. 임소미도 피부에 좋다며 코코넛 주스를 즐겨 마셨다.“정말 신선하고 은은한 맛이네!”“원액 그대로라서 그래. 원래 이런 맛이야.”이유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응, 정말 맛있어.”코코넛 주스의 맛은 확실히 좋았다. 적어도 이제는 익숙해진 맛이었다.예전에는 하얀 색감과 끈적한 질감이 부담스러워서 선뜻 손이 가지 않았지만 이곳의 코코넛 주스는 맑고 달콤했다. 마치 자연 그대로의 신선함이 담겨 있는 듯했다.멀리서 강이한과 박연준이 광장 한가운데 펼쳐진 캠프파이어를 바라보고 있었다.“이제 가야 해?”강이한이 고개를 끄덕였다.“응, 난 먼저 갈게.”박연준은 아무 말 없이 서 있었다. 갑자기 가슴이 답답하게 막힌 듯했다.“안 가봐?”강이한이 물었다.“여진우가 곁에 있으니까. 이유영은 내가 안 가는 걸 더 좋아할 거야.”박연준의 목소리에는 씁쓸함이 배어 있었다.강이한은 자신과 이유영 사이에는 미래가 없다고 단정 지었지만 사실 박연준도 마찬가지였다.이유영은 박연준을 마주할 때마다 냉정했고 그의 접근을 극도로 거부하는 태도는 박연준의 마음을 서늘하게 했다.“다행히도 유영이의 곁에는 정씨 가문이 있어.”강이한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그렇지.”박연준도 작게 중얼거렸다. 다행히도, 정씨 가문이 있었다.강이한은 전생을 떠올렸다. 그때 이유영은 어둠 속에서 혼자 남겨졌었다.그럼에도 그녀는 용감하게 이혼을 요구했다. 그가 곁을 떠나는 것이 얼마나 가혹한 일인지 알면서도 이유영은 주저하지 않았다. 그녀의 신념은 확고했다.한 번 넘은 선은 결코 되돌릴 수 없다는 듯,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단단한 갑옷을 두른 채 자신을 지켜냈다.강이한은 돌아서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박연준, 만약 나와 유영이 사이에 단 한 줄기 희망이라도 있었다면...”그러나 그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그럼에도 박연준은 이해했다.단 한 줄기 희망이라도 있었다면 강이한은 온 힘을 다해 이유영을 붙잡았을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28화

    “나랑 이유영이 사이에는 이제 아무런 미래도 없어. 그러니까 이제 포기할게.”강이한은 여진우의 품에 안긴 이유영을 잠시 바라보다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박연준은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답답해져 숨이 턱 막히는 듯했다.강이한은 진심으로 이유영을 포기하기로 결심했다. 더 이상 붙잡지 않고 온전히 그녀를 놓아주기로 했다.박연준의 가슴은 답답하게 조여오고 쓰라린 통증이 밀려왔다.저녁노을은 붉은빛을 띠며 마치 영원히 기억될 것처럼 아름다웠다. 강이한은 저 붉게 물든 노을처럼 이유영에 대한 모든 기억을 마음 깊이 새겼다.“내가 왜 수술을 내일로 잡았는지 알아?”“...”“나는 해 뜨는 아침의 유영이를 보고 싶었어. 희망 속에 빛나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거야.”아침 해는 희망을 상징한다.그는 이유영이 희망 속에서 빛나는 모습을 직접 보고 싶었다.“네 곁에 그렇게 오래 있을 동안 그런 모습 한 번도 보지 못했어?”“유영이에겐 절망의 순간들이 너무 많았어.”강이한의 말에 박연준의 온몸이 굳어버렸다.강이한의 말은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었다.지난 시간 동안, 이유영은 강이한 곁에서 수많은 절망을 겪었고 그 절망은 결국 그녀를 완전히 집어삼켰다.그 어떤 상황도 그 절망을 바꿀 수 없을 것이다.하지만 이제...내일 수술이 끝나면, 그녀의 미래는 희망으로 채워질 것이며 비로소 진정한 빛 속에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강이한은 떠났다.저녁 식사 시간이 되자 모닥불이 활활 타올랐고 우지와 우현은 들뜬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이유영은 아무것도 볼 수 없었지만 여진우가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기분이 훨씬 나아졌다.활기찬 분위기가 가득했고 이유영은 모닥불이 뿜어내는 따스한 열기를 온몸으로 느꼈다.“입 벌려.”옆에서 여진우의 목소리가 들렸다.“내가 할 수 있어!”“입 벌려!”여진우의 목소리는 한층 더 단호해졌다.“...”결국 이유영은 조용히 입을 벌렸고 여진우는 적당한 크기로 자른 구운 고기를 그녀의 입에 넣어주었다.고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27화

    여진우의 품에 안기자 이유영은 마음이 금세 편안해졌다.정씨 가문으로 돌아온 후부터 이유영은 이런 안정적인 가족의 따뜻함을 온몸으로 느끼며 위로를 받고 있었다.“수술은 언제로 잡혔어?”“내일.”“그러면 여기서 같이 있어 줄게.”“좋아.”여진우가 곁에 있어 준다는 말에 이유영의 불안은 잦아들고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졌다.여진우는 이유영을 더욱 꽉 껴안았다.그는 이유영이 겪은 진짜 어둠이 무엇인지 묻지 않았다. 수술이 성공해도 그 고통은 평생 그녀의 가슴 속에 남을 것이다....맞은편 건물에서 강이한과 박연준은 나란히 서서 여진우 품에 안긴 이유영을 바라보고 있었다.강이한의 눈에는 슬픔과 씁쓸함이 서렸고 목소리는 이미 쉰 듯했다.“나는 유영이의 세상에 나만 있다고 생각했어.”“그래서 평생 너를 떠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그렇다. 무슨 일이 있어도 떠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강이한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무슨 일이 있어도 어떤 상황이 닥쳐도 이유영은 절대 자신을 떠나지 않을 거라 믿어왔다.하지만 결국, 강이한의 생각은 틀렸다.이유영은 아무것도 가진 것 없어도 강이한을 떠날 수 있는 사람이었고 게다가 지금은 그녀 곁에 가족들이 있다.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이상 용서는 거의 불가능했다.“내일 이후로...”박연준은 말을 멈추었다.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내일 이후로 어떻게 될까?내일 이후, 그는 이유영이 견뎌온 그 숨 막히는 어둠 속으로 떨어질 것이다.“내일 이후... 박연준, 유영이 곁에는 이제 네가 유일해!”강이한은 진심으로 결심했다.이유영을 떠나 박연준을 우천시로 보냈을 때부터 그는 이미 완전히 결심했다.이유영의 곁에서 떠나기로.“너 정말...”박연준은 불안한 마음으로 강이한을 바라보았다.강이한은 예전부터 세상에서 믿을 사람은 오직 자신뿐이라 말해왔다.그런데 이제 와서 어떻게 마음을 쉽게 놓을 수 있었던 걸까?물론, 그럴 리가 없었다.그는 한때, 이유영과의 관계가 이렇게 변할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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