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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9화

끝까지 겪어보지 않았더라면, 정말 깜빡 속을 정도로 아주 노련한 연기였다. 이유영도 회귀를 겪지 않았다면, 진영숙이 변한 것이라 생각 할 수 있었을지도 몰랐다.

“지금 그게 중요한가요? 어차피 강이한과 저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원망은 무슨, 가당치도 않았다. 지금 이유영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복수는 바로 무관심이었다. 그토록 무시하고 멸시하던 존재가 그들보다 높은 위치에서 내려다보는 것만큼 자존심을 상하게 만드는 일은 없을 테니까!

이유영은 진영숙이 순간 말문이 막혀 부들부들 떠는 모습에 매우 통쾌함을 느꼈다. 오랜 시간 억눌렸던 체기가 단번에 내려가는 듯한 기분이었다. 진영숙이 아무리 온화한척 굴어도, 속은 화를 참느라 아주 죽을 맛일 테니까.

“유영아.”

진영숙이 입에서 난생처음 들어보는 다정한 호칭이 나왔다. 이유영은 기가막혔지만, 진영숙이 도대체 어디까지 비굴해질 수 있는지 궁금했다. 그렇게 당당하게 굴더니 결국 더 강한 힘 앞에선 사람이 이렇게까지 변할 수 있구나! 재벌들의 세상이란 정말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너의 둘이 이렇게 된 건 다 내 탓이야.”

“….”

“둘이 아주 잘 어울렸는데, 내가 모든 걸 망쳐버렸어.”

지금은 수단과 방법을 가릴 때가 아니었다. 진영숙은 매우 자존심이 상했지만, 어떻게든 이유영의 마음을 돌려야만 했다.

하지만 이유영은 전혀 흔들림이 없이, 오히려 전보다 더 싸늘하고 비웃음이 가득한 표정으로 진영숙을 바라보고 있었다.

진영숙은 점점 더 불안해졌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넘어올 기색조차 없는 이유영의 태도에 눈앞이 캄캄해졌다.

“내가 이러는 거 너의 삼촌 때문이 아니야.”

“하! 아니라고요?”

이유영이 코웃음 치며 진영숙을 몰아붙였다.

이유영은 강이한과 이혼한 것으로 더는 강씨 집안 사람들과 볼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었다. 강씨 집안 사람들과 감정이 좋지 않았지만, 굳이 거기까지 복수의 칼날을 갈고 싶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진영숙이 제 발로 찾아온 마당에 굳이 봐줄 이유는 없었다.

둘의 입장은 이제 완전히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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