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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3화

“야, 강이한!”

진영숙이 소리쳤지만 전화는 이미 끊어진 뒤였다.

진영숙의 얼굴이 시퍼렇게 질렸다.

화장실에서 나온 유영은 담담한 얼굴로 자리로 가서 앉았다. 박연준이 고개를 돌리자 유영을 따라 나오는 진영숙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우아한 몸짓으로 와인잔을 들었고 유영도 따라서 잔을 들었다.

“세강과는 잘 정리가 됐나요?”

박연준이 물었다.

“이미 이혼 도장까지 찍었는걸요.”

그녀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 가볍게 말했다.

마치 강이한을 떠난 게 오히려 홀가분한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사실 이혼 도장을 찍기까지 그녀가 얼마나 많은 고민과 아픔을 곱씹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런 질문을 하는 게 아니에요. 그쪽에서 자꾸 유영 씨 귀찮게 하는 거 같아서요.”

그 말에 유영의 손이 흠칫 떨렸다.

하지만 잠깐이었고 그녀는 이내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

“그 사람들이 저를 괴롭히는 게 어디 하루 이틀인가요.”

진영숙은 여전히 그녀를 자기 아랫사람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박연준은 살짝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정말 아무렇지 않게 얘기하지만 그간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을지 짐작이 갔다.

뭐라고 위로라도 해주고 싶은데 너무 사적인 일에 관심을 보이는 것 같아서 그만두었다.

“유영 씨는 참 대단해요.”

결국 박연준이 해줄 수 있는 말은 이 말밖에 없었다.

유영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술잔을 들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참 많은 여자들이 이혼하고 한 동안 슬픔에 빠져 현실을 보지 못한다. 심지어 스스로 먹고 살 힘도 없어서 이혼을 못하고 있는 여자들도 많았다.

그런 여자들은 자신을 사랑해 주지도 않는 남편에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평생을 살아간다.

하지만 양보만 한다고 상대가 그 마음 씀씀이를 알아주는 것도 아니다.

이건 유영이 그 동안 세강의 며느리로 살면서 종합해낸 결론이었다.

어느 정도 식사가 끝나고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강서희가 울며 룸에서 뛰쳐나왔다.

진영숙은 짜증이 가득한 표정으로 그녀의 뒤를 따르고 있었는데 룸에서 무슨 불쾌한 일이 있었던 것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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