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66화

Author: 진헤이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02-01 19:00:00
강이한의 본가.

본가에 도착한 강이한, 그곳엔 이미 큰 할아버지와 둘째는 물론 강성과 강산도 있었다. 그나마 셋째 할아버지 집안사람들만 외국에 있던 탓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가 도착하기 전 어떤 얘기들이 오갔는지는 몰라도 노부인과 진영숙은 이미 표정이 좋지 않았다. 옆에 있던 강서희도 물론 얼굴이 억울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제야 납시셨군!”

둘째 할아버지가 멸시가 가득 담긴 표정으로 그의 조카손자인 강이한에게 말을 걸었다.

강이한은 그런 그의 태도에 눈길만 줄 뿐 어떠한 반응도 하지 않았다.

“갑자기 왜들 모이셨어요?”

이런 모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항상 강씨 가문에 좋지 않은 일, 하지만 그들에겐 득이 될 수 있는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이들은 득달같이 찾아왔었다.

둘째 할아버지는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이때 그의 옆에 있던 강성이 냉소가 담긴 말투로 답했다.

“몰라서 물어? 집안 돌아가는 꼴을 봐라! 해외에 있어도 소문이 들려와 가만히 있을 수가 있어야 말이지!”

요즘 강이한의 사생활로 청하시가 떠들썩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 소문이 해외까지 퍼질 정도는 아니었다. 언제까지나 이건 강씨 가문 내부의 일이었으니까. 그러니 해외까지 소문이 퍼진 것이 아니라 강성이 청하시를, 더 정확히는 강이한을 주시하고 있기 때문에 알 수 있는 소식이었다.

강이한이 더욱 차가워진 눈빛으로 강성을 바라봤다.

이때 진영숙이 참지 못하고 한마디 했다.

“이게 무슨 대수라고, 이 정도는 재벌이라면 가끔 있는 일이잖아! 이게 뭐 사업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고!”

“만약 영향을 미쳤다면? 그럼 어떻게 하려고 했어!”

큰 할아버지가 매섭게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

‘겨우 이 정도밖에 생각을 못 하다니, 한심하군.’

그러고는 노부인을 바라보며 질책하듯 말했다.

“막내야, 넌 도대체 며느리 교육을 어떻게 한 거야?”

“이익…!”

강이한의 눈빛이 점점 더 싸늘해졌다.

누가 봐도 나이들이 지긋한 늙은이들이었지만, 강이한은 알고 있었다. 이들은 죽어 관에 들어갈
Locked Chapter
Continue to read this book on the APP

Related chapters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67화

    강이한의 할아버지는 자기 직계가족 외에 그 어떤 누구에게도 기회를 주지 않았다.강이한이 강서희를 바라보며 말했다.“당장 경호원 불러!”그의 말투는 차분했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뜻은 달랐다. 지금 당장이라도 그들을 쫓아낼 기세였다. 큰 할아버지와 둘째 할아버지의 눈이 서로 맞닿았다.“너희들 그만해. 말 가려서 못 해? 가족끼리 이게 무슨 짓이야!!”큰 할아버지가 강성과 강산에게 눈치 주며 말했다.삼 년을 못 봤을 뿐인데, 강이한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란! 그들도 알고 있었다. 지금 이렇게 소란을 피울 입장이 못 된다는 것을. 큰 할아버지가 말을 이었다.“이번 프로젝트는 물 건너갔으니, 가능한 한 빨리 새 프로젝트에 도입해야 해. 동교 옆에도 좋은 땅 있으니 새로운 프로젝트 시작할 수 있을 거야.”동교 신도시 옆에 있는 땅, 강이한도 그곳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곳을 노리는 건 그뿐이 아니었다. “이번엔 놓치면 안 돼. 회사가 얼마나 큰 손실을 볼지… 아무리 강씨 가문의 재산 규모라도 감당할 수 없을 거야!”“알았으니까, 가세요! 강서희, 손님 나가신다!”강이한은 그들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계단을 올랐다.반면 지시를 강서희는 매우 난감했다.“큰 할아버지, 작은 할아버지,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강서희가 매우 조심스레 말했다. 강이한이 자신들을 무시해 버리자, 큰 할아버지와, 둘째 할아버지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그들은 분풀이하듯 강서희에게 태클을 걸었다. “아주 잘 키웠어, 정말 친자식이랑 다를 바가 없네!”이 말은 진영숙을 비꼬는 말이기도 했다. 진영숙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만약 노부인이 그녀의 손목을 잡지 않았다면 집안의 어르신이고 뭐고 그대로 들이받을 뻔했다.‘늙은이들이 나이를 거꾸로 먹었나!’과거 그녀가 다쳐서 아이를 가질 수 없게 되자 사람들이 얼마나 그녀를 비웃었던가! 어떤 이들은 차마 입에도 담지 못할 욕까지 했었다!사실 진영숙은 강서

    Last Updated : 2024-02-02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68화

    강이한의 서재.진영숙은 서재에 들어오자마자 진한 담배 냄새를 맡았다.“그 여자랑은 어떻게 됐어?”진영숙의 말한 ‘여자’는 다름 아닌 이유영이었다.오늘 친척들이 들이닥치며 한바탕 소란이 있고 난 뒤, 그녀는 이유영이 더 괘씸하게 느껴졌다. 진작에 능력이 있었으면서 왜 강씨 집안에 있을 땐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건지, 이건 고의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 집안이 안 좋으면 재주라도 부려야 하는 거 아닌가?“그 여자? 무슨 소리예요?”진영숙의 질문을 이해하지 못한 강이한이 되물었다.“그 여자 말이다, 그 여자! 이유영!”“저희 이혼했어요. 이제 만족하세요?”그의 답을 들은 진영숙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그래, 잘했어. 너랑 어울리지 않은 여자였어. 그 여자랑 결혼한 후로 되는 일이 없었잖아.”“….”“이혼하기 전에도 회사에 입힌 손해만 봐.”말하면 할수록 진영숙은 참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영은 절대로 며느리로 받아들여서는 안 되는 여자였다.강이한의 눈이 차가워졌다.그는 더 이상 이유영에 대해 진영숙과 얘기하고 싶지 않았다.“유경원 쪽에서도 저번 잔칫상 사건 뒤로 자꾸만 약혼을 미루고 있고! 흥, 누가 아쉬워한다고!”저번 생일 잔치 이후로 유경원 쪽과는 완전히 연락이 끊겼다. 하지만 진영숙은 차라리 잘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안 그래도 자기 아들, 강이한한테 어울리기엔 좀 부족한 면이 보였기 때문이다. 이유영과 이혼까지 한 마당에 강이한은 더 이상 꿀릴 것이 없었다! 그녀의 아들은 최고의 신랑감이었으니까 얼마든지 더 좋은 신붓감을 얻을 수 있으리라!“참, 요즘 회사 일에 좀 더 신경 써야 할 것 같아. 동교 신도시 부지 옆에 있는 땅, 이번이야말로 절대로 빼앗겨서는 안 돼!”강이한이 본가로 돌아오기 전, 친척들에게 받은 수모를 떠올린 진영숙은 아주 진절머리가 난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번에 또 실수하게 된다면 그들을 하이에나처럼 회사를 삼키기 위해 달려들 것이다.다음 날, 강이한은 본가에서 정신없는 시간을 보낸 뒤

    Last Updated : 2024-02-02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69화

    김연우는 서재욱의 요구사항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이유영에게 전달했다. 그녀는 이유영이 디자인을 이 기초를 바탕으로 진행하길 원했다. 반면 이유영은 이런 요구 사항들이 차라리 달가웠다. 고객이 확고한 취향을 가지고 있으면 이유영이 작업 틀을 잡는 데 편했기 때문이다.“마지막으로 한가지 더 말씀드릴 것이 있어요. 저희 회사에도 실력 있는 디자인 팀이 있어요. 그럼에도 이 일을 이유영 씨에게 맡기는 이유, 그건 저희 대표님과 박연준 대표님의 인연 때문이라는 거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꽤 직설적이고 적나라한 말투. 과거의 이유영이었다면 참지 못하고 한마디 했겠지만, 지금은 달랐다. “무슨 말씀인지 이해했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조민정 씨, 배웅 부탁드릴게요.”“네!”조민정은 서둘러 김연우를 따라나섰다.김연우가 떠나고 사무실로 돌아온 이유영은 자기도 모르게 헛웃음을 지었다. 이런 회사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 인맥을 통해 일을 맡기는 것이리라. 박연준과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었다. 그와의 인연도 삼촌으로부터 시작되지 않았던가? 그리고 이번엔 박연준의 도움으로 받은 의뢰였다. 이유영은 두 번 같은 일을 겪으면서 깨달았다. 그 누구한테도 무시당하지 않고 인증받으려면 확실한 실력으로 증명해야 한다는 것을!우우웅-전화가 진동했다. 문 비서한테서 온 전화였다.“안녕하세요, 문 비서님.”“서원그룹 쪽 사람은 떠났어요?”“네, 좀 전에 갔어요. 박 대표님께 감사하다고 전해주세요.”사실 이유영은 이런 식으로 일을 맡고 싶지 않았지만, 박연준의 소개였기 때문에 거절하지 않았다. 아니, 더 정확히는 거절할 수 없었다!“대표님이 함께 식사하고 싶으시다는데, 시간 괜찮으세요?”“어제도 함께 식사했는데, 무슨 일로….”사실 오늘 아침도 박연준의 차를 타고 출근한 거였다. 하지만 곧이어 서원그룹과 시작한 새 프로젝트를 떠올리며 다시 말을 이어가려던 찰나.“혹시 오늘 그 프로젝트 건으로….”“네, 서원그룹 프

    Last Updated : 2024-02-02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70화

    ”좀 전에 서원그룹 대표 보좌관 김여우와 미팅하셨답니다!”서원그룹에서 직접 이유영을 찾아온 것만 봐도 그들이 얼마나 동교 신도시 옆 부지에 대해 신경을 쓰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었다. 지금 청하시의 부동산 개발은 거의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었다. 동교 옆 부지 개발이 어쩌면 그 마지막 주자가 될지도 몰랐다.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지금 그 땅을 원하고 있었다. 서원그룹이 강성그룹과 협력하고 있는 이유영을 찾아간 것도 이 프로젝트 입찰에 더 확실한 힘을 실어주기 위함일 것이다. 이번 동교 신도시 프로젝트로 인해 많은 기업이 이유영의 실력을 인지하게 되었다. 그 때문에 조형욱도 이유영의 역량을 다시 보게 되었다. “점심에 사모님과 함께 식사할 수 있도록 약속을 잡을까요?”조형욱이 망설이는 목소리로 물었다.강이한은 겉으론 무심한 듯 보였지만, 그 속까지 괜찮을 거라 보장할 수는 없었다.안 그래도 지난번 입찰에 이유영의 디자인 때문에 패배의 쓴맛을 맞보게 되었는데 지금은 이혼까지 한 상태였다.이유영은 분명 전보다 더 냉정히 그를 대할 것이다.“이유영과 식사를 하라고?”강이한이 비웃듯 말했다.조형욱이 의도를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유영이 얼마나 그를 증오하고 있을지 예상이 가는 강이한은 쉽사리 답하지 못했다.이유영이 그토록 그를 미워하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그 자신이었다. 다시 그녀를 만나 그 증오가 가득한 눈빛을 받을 상상 해만 해도 가슴이 답답해져 왔다.강이한은 눈을 감으며 깊이 생각에 빠졌다. 그의 얼굴은 차분해 보였으나, 그 속은 지금 수많은 고민들로 쑥대밭이었다. “사모님의 능력이 그 정도일 줄은 누가 예상을 했겠어요. 그 어렵다는 입찰 건을 단번에 통과시키다니.”경험이 많은 디자이너도 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다른 때였으면 수많은 선별과 비교를 거쳤을 것이다. 하지만 이유영의 디자인은 거의 당일 통과 결과가 나왔다.“나가.”강이한은 지금 이유영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았다.조형욱은 고개를 끄덕이며 안도의 한숨을 내

    Last Updated : 2024-02-02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71화

    사실 짐작 가는 바는 있었다.의사가 말했다.“한지음 씨는 요즘 계속 우울해하셨습니다. 아마 우울증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 한 게 아닌가 싶어요. 보호자가 옆에 많이 있어줘야 할 것 같습니다.”우울증?한지음이?그 증거들을 확인한 후로 강이한은 한지음을 속이 시커먼 여자로 단정지었다.아무나 다 우울증에 걸릴 수 있지만 그런 이기적인 사람은 절대 우울감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잠시 후, 한지음이 실려 나왔다. 간호사는 그녀를 끌고 병실로 돌아갔다. 강이한도 그들의 뒤를 따랐다.병실.한지음의 두 눈은 여전히 흰 천으로 가리고 있었다. 하지만 강이한이 보기에 전혀 안쓰럽지 않고 오히려 기괴하게 느껴졌다.“굳이 이렇게 해야 했어?”한참이 지난 뒤, 강이한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병상에 앉은 한지음은 더듬거리며 그가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천으로 눈을 가리고 있었기에 그녀의 표정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강이한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응시했다.한지음이 길게 심호흡한 뒤에 말했다.“이렇게 하면 대표님이 저 보러 올 줄 알았더라면 진작에 이렇게 했을 거예요.”그녀는 숨을 쉬는 것조차 괴롭고 아팠다.강이한이 그녀를 빤히 보며 말했다.“너 참 교활한 사람이었구나.”예전에는 절대 이런 식으로 그녀에게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모든 게 달라졌다.강이한은 전에 유영에게 했던 모든 잔인한 말들을 한지음에게 돌려주고 싶었다.모든 걸 다 안다는 듯한 그의 태도와는 다르게 여자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그게 무슨 말씀이세요?”“뭐? 내가 왜 이러는지 정말 몰라? 한지음, 넌 나한테 아무것도 아닌 존재야. 내가 널 돌봐줬던 건 네가 지석이 여동생이었기 때문이었어.”“그런데 왜 굳이 이런 일을 벌여서 그 여자가 나랑 이혼하게 만들었니?”유영과 이혼할 때를 생각하면 강이한은 지금도 숨이 막히고 가슴이 아팠다.그녀와 함께한 세월이 있으니 유영이 어떤 사람인지 그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그녀가 왜 해외에 가서 정국진을 만나고 국내로

    Last Updated : 2024-02-03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72화

    점심식사가 끝난 뒤, 박연준은 유영을 사무실까지 데려다주었다. 유영은 사무실에 들어가자마자 이상한 분위기를 느끼고 조민정을 보았다. 조민정이 그녀의 사무실이 있는 방향을 눈짓으로 가리키자 유영은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그 인간 또 왔어요?”조민정이 고개를 끄덕였다.“네.”이미 예상하고 있던 일이었다.동교 신도시 개발에서 패배의 쓴맛을 보았으니 그 주변 상권을 노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경쟁 회사들의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을 것이다.오전에 서원그룹 김연우를 만났는데 점심 시간이 지나 바로 찾아왔다는 게 그 증거였다.유영은 길게 심호흡을 하고 옷매무시를 정리한 뒤에 사무실로 들어갔다.매캐한 담배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강이한의 앞에 놓인 일회용 컵에는 담배꽁초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아마 그녀가 나가고 얼마 되지 않아 찾아온 듯했다.소리를 들은 강이한은 고개를 들고 슬픔에 잠긴 표정으로 유영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 담긴 슬픔을 확인한 순간 유영은 잠깐 당황했지만 이내 덤덤하게 물었다.“무슨 일이야?”말을 마친 그녀는 그를 지나쳐 자신의 의자로 가서 앉았다.강이한은 그녀가 입고 있는 정장 오피스룩을 빤히 바라봤다.유명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한정판 제품들이었다.그의 눈빛에 서렸던 아픔이 갑자기 이글거리는 분노로 바뀌었다. 그리고 여기까지 찾아오기 전에 그녀에게 들었던 죄책감이 순식간에 사라졌다.두 사람은 형형한 눈빛으로 서로를 노려보았다.유영은 말없이 그를 보기만 했고 그녀를 바라보는 강이한의 눈빛에도 온도가 없었다.“당신에게 이런 모습이 있을 줄은 몰랐네.”“왜? 난 꼭 집에서 밥이나 하고 시댁 어르신들 비위나 맞춰야 어울려?”지금도 그 시절을 생각하면 온몸에 솜털이 곤두섰다.좋게 말해서 온순하고 고분고분한 며느리이자 아내였지만 강이한의 가족들 눈에 유영은 실컷 부릴 수 있는 노예와도 같았다.오히려 본가에서 일하는 고용인들이 그녀보다 더 존중을 받았다.“유영아.”강이한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에서 깊은 아픔

    Last Updated : 2024-02-03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73화

    하지만 이유영은 그가 무슨 생각으로 저러는지 몰라 입을 다물고 있었다.“한지음이 당신 밀어내려고 꼼수 부린 거 다 알았어. 하지만 여기서 끝내자. 이런 일 때문에 우리가 헤어져야 할 이유는 없어.”강이한이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유영은 지금 이 상황이 황당하기만 했다.저게 지금 사과를 하는 태도인 걸까?너무 어이없어서 웃음이 나왔다.“그 사건을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끝내라 마라야? 그리고 우리가 헤어져야 할 이유는 충분해.”참 말을 쉽게 한다 싶었다.아이의 목숨과 그녀의 목숨, 이 모든 걸 다 합치면 저들을 찢어 죽여도 모자란데 가해자 주제에 여기서 끝내자니?그는 아직도 주도권을 잡고 싶은 걸까?그녀는 길게 심호흡한 뒤, 분노를 삭히고 남자를 빤히 바라보았다.강이한은 그런 유영을 바라보며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사실 난….”이때 그의 핸드폰이 울리며 대화가 중단되었다.조형욱의 전화였다.강이한이 전화를 끊어버렸지만 상대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전화를 걸어왔다.그는 유영의 눈치를 힐끗 살피고 짜증스럽게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인데 이렇게 호들갑이야!”“대표님, 한지음 씨, 눈 주변 상처 감염이 너무 심한데 당사자가 모든 치료를 거부하고 있습니다!”“그 여자 상태가 어떤지 조 비서가 몰라?”강이한이 버럭 화를 내며 포효했다.한지음의 상태에 대해 그의 주변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다.조형욱이 잠깐 당황하며 입을 다물었다.강이한이 전화를 끊으려던 때, 조형욱이 다시 말했다.“대표님, 저 지금 병원에 있습니다.”“그래서?”강이한의 시선이 유영을 향하고 있었다. 유영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치며 스파크가 튀었다.또 한지음!그들 사이에 이제 남은 게 뭐가 있을까?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한지음은 유령처럼 그들 사이에 끼어 있을 것이다.유영은 원한이 사무쳤다. 지난 생에서 왜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마지막 죽는 순간에야 깨달았을까?강이한은 유영을 매섭게 노려보며 한결 누그러진

    Last Updated : 2024-02-03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74화

    유영의 입가에 비웃음이 진해졌다. 그 모습은 강이한의 분노를 더욱 자극했다.쾅!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리쳤다.얼마나 세게 쳤는지 테이블이 흔들거렸다.“그래, 내가 시켰어.”“당신에게 먼저 보여주고 기자에게 흘린 거야. 알잖아?”“사람이 어떻게 이럴 수 있어?”이 남자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지?대체 내가 뭘 잘못했다고 저러는 걸까?그녀는 단지 반격을 했을 뿐이었다.개한테 물렸는데 가만히 당하고만 있으라는 소리로 들렸다.유영은 길게 심호흡하고 가슴에 치미는 분노를 억지로 참으며 말했다.“당장 여기서 나가.”“이유영, 한지음한테 무슨 일 생기면 절대 용서 안 할 거야.”남자는 분노에 찬 고함을 지르고는 뒤돌아서 나가버렸다.유영은 분노에 온몸이 떨려왔다.그녀는 떠나는 남자의 뒷모습을 보며 이를 갈았다.“마음대로 해!”저렇게 말하면 누가 두려워할 줄 알고?쾅!사무실 문이 거칠게 닫혔다. 여기 찾아와서 그녀와 관계를 회복하자고 했던 때와는 완전히 상반된 모습이었다.유영은 부들부들 떨며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강이한이 나가자마자 조민정이 안으로 들어왔다.“어떻게 된 거예요?”얼굴이 하얗게 질린 상사를 바라보며 조민정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유영은 떨리는 몸을 억지로 진정시켰다.조민정은 강이한이 문을 쾅 닫고 나가는 것을 보고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직감했다.하지만 유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조민정도 조용히 그녀가 먼저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한참이 지난 뒤, 드디어 분노를 진정시킨 유영이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한지음이 스스로 자해를 한 것 같아요. 진짜 실명된 거 같다고요!”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그 말에 조민정은 충격 받은 표정으로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게 무슨 말씀인지….”한지음의 실명이 진짜였다니?대체 뭘 의미하는 걸까?유영이 조민정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어떻게 그런 짓을 했을까요?”유영을 날려버리기 위해 한지음은 스스로 자기 눈을 자해했다.

    Last Updated : 2024-02-03

Latest chapter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961화

    박연준은 전기봉 하나로도 이미 머리가 아팠다.그런데 이유영까지 그에게 지나치게 냉혹하게 굴었다.이유영의 눈에는 모든 것이 중요하지 않아 보였다. 강이한에게 비친 이유영의 모습은 모든 것을 잃고 허공을 바라보는 사람 같았다.이온유가 집으로 돌아왔다.아이에게 놀고 싶다는 욕구는 본능이었다. 퇴원 후 며칠간 쉬고 나니 매일 밖에 나가고 싶어 했다.“아빠.”온유는 어느새 훌쩍 자란 모습이었다.온유가 방으로 들어온 것을 본 강이한은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끄며 물었다.“어디 갔다 왔어?”“놀이공원이요!”놀이공원 이야기가 나오자, 온유의 얼굴에 금세 생기가 돌았다. 그곳이 얼마나 마음에 들었는지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었다.아마도... 어릴 적에 가고 싶을 때 가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에야 놀이공원을 좋아하게 된 걸지도 모른다.“이번 달은 놀이공원은 쉬자, 알겠지?”“네.”온유는 작은 고개를 얌전히 끄덕였다. 아빠의 말이라면 무조건 따르는 아이였다.놀기 좋아하면서도 말을 잘 들었다.강이한은 온유를 안으며 속상한 듯 말했다.“몸이 이제 막 나았으니, 사람이 많은 곳은 피해야 해.”“정 아저씨가 한적한 곳만 골라 데려갔어요.”온유는 부드럽게 말했다.하지만 강이한은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공공장소는 어디든 위험이 도사릴 수 있었다.한 차례 병을 겪고 난 뒤, 강이한의 마음에는 깊은 상처가 자리 잡았다. 그래서 온유가 그런 곳에 가는 것이 늘 불안했다.“온유야.”“네, 아빠.”“아빠가 며칠 동안 출장을 가야 해. 집에서 얌전히 있어야 한다, 알겠지?”“아빠는 온유를 안 데려가요?”아빠가 출장을 간다는 말에 작은 아이의 얼굴이 금세 시무룩해졌다.그도 그럴 것이.이온유에게 있어서 강이한은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였다.그런 아빠가 집을 떠난다고 하니 자연스럽게 서운함이 얼굴에 드러난 것이었다.강이한은 말했다.“중요한 일이 있어서 그래. 네 몸은 이제 막 나아졌잖아, 응?”“네.”작은 아이는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960화

    “꿈도 꾸지 마!”강이한은 신지수에게 냉정히 잘라 말했다.신지수가 혀를 차며 말했다.“말 차갑기 짝이 없네. 그 연회에서 내가 너에게 첫눈에 반했을 땐, 최소한 미소 하나쯤은 보여줄 수 있었잖아.”첫눈에 반했다고? 신지수가? 신씨 가문의 사람이 무슨 낭만적인 감정 따위를 가질 여유가 있겠는가? 라이터가 ‘딸깍’ 소리를 내며 불꽃을 피웠고 강이한은 담배를 천천히 피워 물었다. 신지수는 담배 냄새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신지수의 얼굴이 순간 일그러졌다.“연서가 당신들 사이의 깊은 골이라는 건 너도 처음부터 알고 있었잖아. 안 그래?”그렇기에 지금의 상황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연서라는 존재는 실재하는 사람이었다.그렇기에 연서는 두 사람의 관계에 있어 늘 잠재적인 위협으로 다가왔다. 아무리 감추려 해도 언젠가는 드러날 수밖에 없는 진실이었다.신지수의 말이 끝나자, 강이한은 담배 연기를 깊이 들이마셨다.신지수는 계속 말을 이었다.“두 사람 사이엔 이제 어떤 가능성도 남아 있지 않아 보여.”“신지수!”강이한의 목소리가 더 깊어지고 무거워졌다.강이한의 표정에는 이 사실을 부정하고 싶은 고집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신지수가 말했다.“네가 이유영의 딸을 이용해 한지음의 딸을 구하려 했다는 소문을 들었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짓을 한 거야?”신지수가 이 사실을 처음 듣게 되었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비록 오랜 세월 서주에 있었지만 그래도 강이한은 이유영을 꽤 중요한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그런데 굳이 왜 한지음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행동을 했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강이한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닥쳐!”그 문제를 건드리지 않았다면 몰라도,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강이한의 몸에서 냉랭한 기운이 흘러나왔다.신지수는 비아냥 섞인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강이한, 사실 이유영도 너한테 그렇게 중요한 존재는 아니지, 그렇지?”“언제부터 이유영과 친한 사이였어?”신지수가 이유영의 이름을 너무나 친근하게 부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959화

    “그때, 너는 왜 한 번도 멈출 생각 하지 않았는데?”과거에도, 이번 생에서도, 홍문동 사건에서도 강이한은 단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이번 생에서 이유영을 감옥에 보낸 일도 마찬가지였다.심지어 월이를 이온유를 구하는 도구로 이용하려 할 때조차 그는 멈출 줄 몰랐다.그런데 그런 강이한이 무슨 자격으로, 무슨 염치로 이유영에게 멈추라 말할 수 있는가?“만약 그 여자였대도 넌 똑같이 행동했을까?”그 여자는 연서였다.공기가 한순간 얼어붙은 듯 고요해졌다.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강이한의 숨소리가 순간적으로 거칠어짐을 느낄 수 있었다.“왜 말이 없어?”강이한의 불규칙한 호흡을 들으며 이유영의 목소리는 더욱 차갑게 내려앉았다.전화기 너머, 강이한의 온몸은 긴장으로 굳어갔다.만약 이유영이 연서였다면, 한지음과 이온유에게 똑같은 일이 벌어졌을까?“안 그랬을 거야, 맞지?”강이한이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이유영은 차가운 조소를 담아 말을 이었다.강이한의 마음은 폭풍 속 배처럼 거칠게 흔들렸다.두 사람은 전화기 너머로 대치하며 날 선 긴장감을 이어갔다.이유영이 말했다.“강이한, 너 정말 잔인하다.”“유영아...”막상 강이한이 입을 열어 뭔가를 말하려고 했지만 결국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진짜 잔인한 건가?이유영의 마음속에서 강이한은 잔인함 이상의 존재였다.이유영이 차갑게 말했다.“다시는 전화하지 마. 네가 어떤 말을 해도 이제는 들을 마음이 없으니까.”이 말을 끝으로 이유영은 전화를 끊었다.세상이 다시 고요해졌다. 그러나 이유영의 온몸은 긴장으로 굳어졌고 차가운 땀이 등줄기를 따라 흘러내렸다.방금 전 통화에서 이유영이 던진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만약 연서였다면, 그 일들이 벌어졌을까?’이유영은 강이한의 주저함과 침묵을 명확히 느낄 수 있었다.연서라는 여자가 강이한에게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었다.한편, 전화기 너머의 강이한.강이한의 눈빛은 복잡한 감정으로 뒤엉켜 흔들리고 있었다.이유영은...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958화

    온화하고 애정이 깃든 목소리로 말했다“온몸에 모래투성이네. 어디서 놀다 온 거야?”“모래 놀이터요! 엄마도 갈래요?”아이는 보물을 자랑하듯 반짝이는 눈으로 이유영에게 말했다. 이곳은 아이들에게 그야말로 작은 천국이나 다름없었다.임소미는 이 아이를 정말 애지중지했다.아이가 파리로 돌아온 이후, 백산 별장의 뒷마당은 서서히 아이만의 놀이터로 탈바꿈했다.바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놀이기구들이 이미 뒷마당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그중에서도 아이가 가장 애정을 쏟는 곳은 모래 놀이터였다.“엄마는 지금 급히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 시간 나면 꼭 같이 놀아 줄게, 알겠지?”이유영은 부드럽고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유영의 품에서 내려왔다. 그러고는 작은 발을 바쁘게 움직이며 어디론가 달려갔다.멀어지는 아이의 작은 뒷모습을 바라보는 이유영의 가슴속엔 따스한 온기가 서서히 스며들었다.과거에, 이 아이를 위해서라면 강이한에 대한 증오마저도 억누를 수 있었다.그 시절, 둘은 연락을 끊는 방식으로 각자의 분노를 표현했었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강이한이 월이에게까지 손을 뻗어 그녀를 이온유 구출에 이용하려 했을 때, 이유영의 가슴은 걷잡을 수 없이 요동쳤다.그동안 억눌러왔던 모든 감정이 한순간에 폭발했고 이유영의 인내심은 그 끝에 다다랐다.더는 견딜 수 없었다.휴대전화가 진동하자 이유영은 화면을 천천히 확인했다.강이한이었다.이유영은 서늘한 미소를 띠며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꼭 이렇게까지 해야 해?”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남자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신씨 가문만으로도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그런데 이유영은 장혜주에게 전기봉의 행방을 추적하게 했다.이유영은 그의 의도를 곧바로 알아챘지만, 차가운 눈빛으로 냉정한 한마디를 내뱉었다.“이건 네가 자초한 일이야.”자초한 일?맞다.이유영에게 있어 강이한이 지금 겪는 모든 일은 자업자득이었다.“그만해. 서주는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간단한 곳이 아니야.”“..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957화

    엔데스 명우는 떠났다.소은지는 주위 공기가 묘하게 달라진 것을 느끼며 자신을 감싸안고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소은지는 마음 깊숙이 알 수 없는 감정이 차오르는 것을 느끼며 물었다.“왜 그렇게 쳐다봐요?”소은지의 말투엔 불만이 희미하게 묻어나왔다.소은지는 누구에게도 불필요한 갈등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저 자기 일에만 충실하며 조용히 살아가길 바랐다.심지어 이유영이 주위 사람들에게서 받은 상처를 보며 결혼에 대한 생각도 없었다.그런 소은지가 아무런 잘못 없이 이런 소용돌이에 휘말렸으니 더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현우는 소은지의 손을 조금 더 힘주어 쥐며 조용히 말했다.“당분간 그 사람은 만나지 마요. 설유나의 상태가 심각해요.”현우의 말투에는 묵직한 무게감이 실려 있었다.엔터스 가문은 지금 아주 중요한 시기였다. 하지만 현우는 여전히 엔데스 명우의 주변에 모든 일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특히 그것이 소은지와 연관된 문제라면, 그 관심은 배가 되었다.설유나의 상태가 심각하다는 것은 소은지 역시 알고 있었다. 설유나가 엔데스 명우의 마음속에서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다.그렇기에 현우의 경고가 더 깊게 와닿았다.만약 그런 상황이 온다면, 명우가 강압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현우의 말에 담긴 경고를 느낀 소은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현우는 바빴다.엔데스 명우가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현우도 반산월을 떠나야 했다. 현우는 소은지 곁에 한 사람을 남겨두고 갔다.“추민기!”현우는 늘 곁을 지키던 추민기를 소은지의 보호자로 남겨두었다.그것은 명우로부터 소은지를 보호하려는 현우의 세심한 배려였다.떠나기 전, 현우는 추민기에게 분명히 당부했다. 소은지가 어디를 가든 한 발짝도 떨어지지 말고 따라가라고....벽산 별장.이유영은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겉으론 평온해 보였지만, 그 이면에서는 여전히 복잡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었다.장혜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그제서야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956화

    그때 엔데스 명우는 그렇게 말했다.하지만 그가 말했던 ‘결혼’이란 의미가 무엇이었는지 소은지 스스로 너무 잘 알고 있었다.“소은지!”엔데스 명우의 눈빛에는 위험한 기운이 번뜩였다.소은지는 담담히 말했다.“윤아를 구하는 건 내겐 어렵지 않은 일이야.”“조건은?”소은지가 입을 떼려는 순간, 명우의 눈빛이 미묘하게 흔들렸다.소은지는 그 짧은 눈빛의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설유나의 상황은 이제 더는 미룰 수 없을 만큼 절박해졌다.소은지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피어올랐다.“내 앞에서 무릎을 꿇고 부탁해 봐.”주변의 공기가 순간 멎어버린 듯했다.현장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소은지의 말을 듣고 숨을 멈췄다.배천명은 소은지를 바라보며 더욱 위험한 기운을 드러냈다.이 자리에 있던 모두가 소은지가 미쳤다고 생각했다.아니고서야, 파리의 엔데스 가문 여섯째 도련님에게 이런 무모한 요구를 할 수 있었을까?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내뱉고 있는지 알고 있기나 한 걸까? 이건 너무도 위험한 도전이었다. 그 순간, 엔데스 여섯째 도련님의 눈빛에는 위험을 넘어선 야수 같은 날카로움이 담겼다.당장이라도 소은지를 산산이 조각낼 기세였다.하지만 소은지에게선 위협의 기색조차 엿볼 수 없었다. 오히려 그는 도발적인 눈빛으로 명우를 직시하며 여유롭게 비웃었다.긴 시간이 흘렀다.모두가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다고 생각할 무렵, 드디어 명우의 입가에 미소가 스쳤다.“정말 뻔뻔하군.”“뻔뻔한지 아닌지는 두고 봐야지. 여섯째 도련님, 그래서 내 요구를 들어줄 수 있어?”여섯째 도련님의 ‘무릎’은, 모두가 아는 바와 같이 그의 자존심 그 자체였다. 그러나 명우가 과거에 자신에게 저지른 일을 떠올리면 무릎을 꿇는다고 해도 절대로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았다.물론 소은지도 알고 있었다. 그가 소은지의 요구를 받아들일 리가 없다는 것을.설유나가 그의 마음속에서 아무리 소중한 존재라 해도 무릎을 꿇는 일만큼은 불가능했을 것이다.이곳 파리에서 엔데스 명우가 그런 굴욕을 당한다는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955화

    일이 여기까지 진행된 마당에 강이한은 이유영이 전기봉을 찾아낸 후 자신이나 박연준에게 넘기지 않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지금의 이유영은 자신과 박연준에게 끝없는 증오를 품고 있었다.“나가봐!”강이한의 눈빛에는 짜증이 가득했다. 이 문제와 마주하고 싶지 않은 기색이 역력했다.이유영은 ‘연서’라는 사람에 대해 알게 된 순간부터 감정이 완전히 폭발해 버렸다. 박연준과 자신의 사이에 어떻든 간에, 이제 이유영은 더 이상 둘 중 누구도 믿지 않았다.신시욱이 나갔다.서재에 홀로 남겨진 강이한은 연거푸 담배를 피워 물었다. 반 갑 넘게 태웠지만 마음속 불안과 짜증은 조금도 가라앉지 않았다.“이유영...”강이한은 이유영의 이름을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목소리에는 깊은 상처가 묻어 있었다.이유영을 어떻게 해야 좋단 말인가?가슴속 공허함은 점점 커져만 갔다. 이유영이 남긴 모든 말은 이미 충분히 명확했다.이유영은 말했다.지난 생 마지막 순간 무슨 일이 있었든, 설령 한지음이 모든 대가를 치렀더라도 그것은 당연한 결과라고.한지음이 이유영을 위해 목숨을 바쳤다 해도 이유영에게는 여전히 용서란 존재하지 않았다.이유영은 전혀 주저 없이 용서하지 않을 것임을 명확히 보여주었다.과거에 자신이 이유영에게 준 상처만큼 지금의 이유영은 잔인했다. 이 또한 당연했다.잔인함...사실 따지고 보면 이유영을 탓할 자격도 없었다. 강이현 역시 과거 이유영에게 품었던 증오 이상을 느꼈으니까.하지만 적어도 이유영의 눈엔 잔인함으로 비췄다.그러나 이유영이 본 것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안타깝게도 이제 이유영은 무슨 말을 들어도 더는 믿지 않을 것이었다.이유영은 이제 강이현을 자신의 세계에서 철저히 끊어내 버렸다.그야말로 냉정하고 단호하게.어두운 서재에서 강이한의 눈에는 깊은 상처가 가득했다....파리의 상황 역시 심상치 않았다.이유영은 뒤에 정씨 가문이 있었기에, 이유영은 돌아온 후 비교적 평온한 나날을 보냈다.반면 소은지 쪽은... 엔데스 명우가 다시 반산월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954화

    전기봉.지금은 아주 중요한 때다.‘전기봉’이라는 이름이 언급될 때, 이유영의 눈빛에 살벌한 차가움이 서려 있었다.그 차가움은 모든 것을 산산조각 낼 듯 날카로웠고 그 서늘한 기운은 등골을 오싹하게 했다.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전기봉.서주에 있을 때, 이유영은 알 수 있었다. 그가 지금 박연준의 손에 있지 않다는 것을.이유영이 박연준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전기봉이 박연준의 손에 있었다면 지금쯤 강이한을 상대로 이미 어떤 행동을 취했을 것이 분명했다.하지만 서주에 머물렀던 그 시간 동안, 박연준은 강이한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이는 전기봉이 아직 그의 손에 들어오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전기봉은 결정적인 인물이 분명했다. 이유영은 직접 확인해 보기로 했다....모든 것이 뒤엉켜 버렸다.완전히 혼란 속으로 빠져들었다.서주는 이미 걷잡을 수 없는 혼란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유영은 지금 백산 별장에 머물고 있었지만, 결코 한가롭게 있을 수가 없었다.특히 엔데스 가문의 사람들 모두가 문서의 절반이 강이한의 손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로는 더욱 그랬다.엔데스 명우와 엔데스 현우뿐만 아니라 엔데스 가문의 다른 몇몇 주요 인물들, 예를 들어 엔데스 운빈조차도 강이한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었다.박연준은 아직 전기봉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내지 못했다. 박연준은 전기봉을 찾는 와중에도 강이한과 엔데스 가문을 예의주시해야 했다.강이한도 마찬가지였다. 이유영이 신지수에게 대체 무엇을 줬길래 강이한 곁에 있기도 한 건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강이한은 문서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와중에 신씨 가문까지 경계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서주 전체가 떠들썩했다.신씨 가문의 아가씨가 곧 강이한과 결혼할 거라고.크리스탈 별장의 서재.신시욱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강이한을 바라보며 말했다.“전기봉을 찾으려는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우리가 찾더라도...”신시욱은 말을 차마 끝마치지 못했다. 하지만 강이한은 그 의미를 충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953화

    월이는 정말 사랑스럽고 얌전한 아이였다.임소미는 월이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집안의 보물인 월이는 집안 사람들과도 무척 친하게 지냈고 말투까지 귀엽기 그지없어 가족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아침 식사 후.여진우는 이유영을 서재로 데려갔다.두 사람 사이에는 평소와는 다른 긴장감이 감돌았다.“앞으로 무슨 계획이야?”여진우가 입을 열었다.계획. 그 한마디에 이유영은 고요히 숨을 고르며 생각에 잠겼다. 이 모든 일은 이미 일어났고 이유영은 눈앞의 현실을 마주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이유영의 마음도 변화하기 시작했다.변화라는 단어로는 설명이 부족했다. 이유영의 인식 전체가 송두리째 뒤흔들렸기 때문이다.잠시 침묵을 유지하던 이유영이 차분히 여진우의 물음에 답했다.“난 계획이 있어.”이 일은 이유영이 직접 처리하고 싶었다.그게 박연준의 일이든, 아니면 강이한의 일이든.여진우의 얼굴에 순간 심각한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 이유영은 지나치게 차분했다. 그 차분함 속에는 더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듯했다.“오빠.”“응?”“오빠는... 이미 다 알고 있었지?”강이한은 예전에 이유영에게 경고했었다. 박연준은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정씨 집안으로 돌아오고 여진우는 또다시 한번 이유영에게 경고했었다. 강이한도 좋은 사람이 못 된다고.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두 사람이 결코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 정도는 이유영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경고 뒤에 이렇게 거대한 비밀과 음모가 숨겨져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10년... 그 오랜 시간 동안 도대체 어떻게 그런 치밀한 계획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이유영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여진우가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그 사람들이 한 여자 때문에 그런 일을 벌였을 줄은 나도 몰랐어.”여진우는 담담히 사실을 말했다.사실, 모두가 서주에서 지내고 있었지만 서로 마주친 적은 없었다. 만약 한 번이라도 만났었다면 박연준과 강이한의 정체는 의심받았을 거고 두 사람에 대한 이유영의 믿음 또한 계속 유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