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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화

더 이상 청하시에서 이유영이 미련을 둘만한 것은 없었다. 그럼에도 수년간 이곳에서 자리 잡고 지낸 세월 때문인지 쉽게 외국으로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마치 끈 풀린 풍선이 된 기분이었다.

그녀가 말을 마치자, 전화 너머 정국진의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넌 여기 돌아와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지!”

“무슨 역할이요?”

이유영이 반사적으로 물었다.

“어제 얘기를 좀 진지하게 나눠봤는데, 유라가 우리 로열 글로벌 그룹에 전혀 뜻이 없는 것 같아. 유영아, 그러니 네가 앞으로 로열 글로벌 그룹을 이끌어야 해. 한동안 내가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진 대신 움직여줄 테니.”

‘로열 글로벌 그룹을 이끌어야 한다니? 그 큰 그룹을?’

정국진이 이 이야기를 꺼낸 것은 처음이었다. 너무 갑작스러운 상황에 유영은 그만 몸이 굳어버리고 말았다.

“마, 말도 안 돼요!”

반사적으로 나온 반응이었다.

그토록 큰 기업을 운영하라니, 그녀는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혔다. 로열 글로벌 그룹은 어디 동네 가계가 아니었다. 스케일이 상상을 초월하는 아주 큰 기업이었다. 그런 회사를 그녀가 무슨 수로 총괄하겠는가?

“내가 차근차근 알려줄 테니, 급할 거 없다.”

“아니….”

이게 교육의 문제인가? 로열 글로벌 그룹과 연관된 나라며 기업이며 상상을 초월하는데 겨우 입사한지 삼 개월밖에 안 된 그녀에게 이런 막중한 임무를 맡기다니! 유영은 이제 겨우 수박 겉핥기도 못 했는데, 무슨 수로?

유영은 문득 정유라의 심정이 이해됐다. 상상만 해도 벅차고 힘겹게 느껴졌다.

“삼촌, 전 우선 오로라 스튜디오나 잘 관리하고 싶어요. 그거부터 시작하는 게 어떨까요? 너무 큰 것부터 말고요.”

전에는 파리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조금은 있었으나, 정국진한테 이 소리를 들으니까 조금 있던 마음도 없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아니, 이제는 아예 두렵기까지 했다.

“네 말도 일리가 있지. 뭐든 작은 것부터 배우는 게 맞긴 하지만!”

유영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경험이었다.

그녀가 통화를 마무리 지으려 할 때, 정국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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