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사무실로 돌아온 이유영은 곧바로 조민정에게 USB를 건네며 단호히 말했다.“다 공개해 버리세요!”“그럼 강 대표님도….”조민정이 놀라 물었다.이걸 전부 공개해버리면 강이한에게도 큰 영향이 갈 게 뻔했다. 원래 그녀는 조용히 강이한한테만 한지음의 정체를 까발릴 작정이었다. 하지만 오늘 그의 태도를 본 이유영은 계획을 바꾸기로 마음먹었다.유영은 다시 한번 단호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흥, 이젠 신경 안 써요.”이유영은 속으로 조소를 날렸다. 그 대상은 다름 아닌 너무나 바보 같았던 자기 자신이었다.다른 여자 때문에 그녀를 죽음으로 몰고 갔던 남자. 아무리 십 년이라는 세월이 쌓였다고는 하지만, 더 이상의 배려는 하고 싶지 않았다.강이한, 그 남자야말로 십 년의 세월이 무성하게도 다른 여자 때문에 그녀의 목숨을 위협하지 않았던가! 그러니 그가 이 일로 인해 어떠한 영향을 받던 그녀가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조민정은 그래도 걱정스러운지 표정이 좋지 않았지만, 결국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그렇게 할게요.”“그럼 어서 가보세요!”“네.”USB를 챙겨 사무실로 나가려던 조민정이 다시 머뭇거리며 말을 걸었다.“정말 괜찮아요? 후회 안 하겠어요?”이유영은 마치 작정하고 강이한을 망가뜨리려는 사람 같았다.조민정의 물음에 이유영은 질끈 눈을 감으며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절대로 그럴 일은 없어요!”그녀의 답을 들은 조민정은 더는 망설이지 않고 빠르게 움직였다.조민정은 이 자료를 기자가 아닌 직접 터트리기로 했다. 그녀는 요즘 가장 핫한 소셜 앱에 계정을 만들어 영상을 업로드 하였고 한지음과 의사간의 금전거래가 담긴 사진 기록도 첨부했다.한지음은 최근 이유영과 강이한, 이 두 사람과 함께 가장 화제가 된 인물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자료들이 올라가자 모두 앞다투어 소식을 빠르게 퍼지기 시작했다. 거의 몇 분 만에 실시간 검색어가 이 이슈로 도배되었고 청하시 전역이 뜨겁게 달아올랐다.한편, 달리는 차 안.“강 대표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상황이었다. 그동안 강이한이 진실이라 믿고 있던 것들이 와르르 무너졌다. 그의 머릿속엔 온통 한지음의 모습뿐이었다. 눈에는 붕대를, 다리엔 깁스를… 모든 것이 이유영이 저지른 짓이라고 끊임없이 되뇌게 하는 모습!이유영이 고용한 납치범으로 인해 한지음은 두 눈이 멀고 다리도 부러졌다. 그녀는 돌이킬 수 없는 장애를 입으며 실명까지했다!한지음의 인생은 이유영으로 인해 모든 것이 산산조각 났다! 이것이 그가 알고 있던 진실이었다. 그런데 이 영상은 뭔가? 누구라도 좋으니 제발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제대로 설명해 줬으면 좋겠다고 그는 생각했다. 어떻게 눈이 멀쩡할 수 있지? 왜 두 다리로 걷고 있는 거지? 무수히 많은 의문이 그의 머릿속을 헤집어 놓고 있었다.“하…!”차가운 조소가 그의 입을 비집고 나왔다.그런데 바로 이때, 핸드폰이 울렸다. 병원에서 온 연락이었다.“여보세요.”“강 대푠님, 지금 한지음 씨가 위독합니다! 보호자가 빨리 오셔서 서명해 주셔야 해요!”하지만 다급했던 목소리는 점차 줄어들었다. 강이한이 뿜어대고 있는 위압감이 전화 너머까지 전해진 까닭이었다.“가, 강 대표님…. 그 한지음 씨…”“알아서 하세요!”그 말과 함께 강이한은 더 들을 것도 없다는 듯 전화를 끊어버렸다.지금 당장 병원에 갈 수는 없었다. 지금 간다면 그는 한지음을 죽여버릴지도 몰랐다! 이유영과의 이혼도 모두 누구 때문이었는가! 그는 과거를 되짚으며 수많은 의문점이 조금씩 퍼즐이 맞춰지는 것이 느껴졌다. 모든 것이 너무나도 갑작스럽고 혼란스러웠다.‘어떻게 이럴 수가!’강이한은 핸드폰을 열어 다시 영상과 그 아래에 첨부된 사진들을 살펴보았다. 사진엔 한지음과 의사의 금전거래가 있었음을 낱낱이 기록하고 있었다. “조 비서!”분노한 강이한의 목소리가 나지막이 울려 퍼졌다. 차 안엔 숨 막히는 기운이 가득 돌았다. 조 비서는 좌불안석, 등이 식은땀으로 축축해지는 것을 느꼈다.“네!”조형욱은 자기도 모르게 가득 힘을 주어 답했다.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야?”강서희도 지지 않겠다는 듯 냉담하게 답했다.“내가 널 너무 과소평가했나 봐? 벌써 날 제거하려고 움직였더라?”강서희를 향한 한지음의 의심은 점점 짙어졌다. 처음엔 주치의 그리고서 영상에 사진까지, 이제 그녀는 의심을 넘어 확신하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의 배후가 강서희라는 것을! 강서희도 물론 한지음을 무너뜨리고 싶었다. 하지만 이번엔 그녀가 채 움직이기도 전에 벌어진 일이었다. 덕분에 그녀는 뜻밖에 아군이 생긴 듯한 기분이 들었다.“나도 너 같은 가식덩어리 빨리 없애고 싶지, 하지만 이번 일은 내가 한 거 아니야!”강서희도 알고 있었다, 한지음이 지금 꾀병 부리고 있다는 걸. 하지만 그녀에겐 아직 충분히 이 사실을 증명할 만한 증거가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강이한이 말려드는 이런 방식은 그녀의 스타일이 아니었다.“일은 저질렀는데 인정은 못 하시겠다?”“내가 한 짓이었으면 했다고 하지, 왜 부정해! 내가 너 같은 줄 알아?”강서희가 경멸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말은 진심이었다. 강이한은 그녀에게 아주 특별한 존재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부단히도 그의 앞에서 좋은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 하지만 이유영이 그와 결혼하고 나서부터는 달랐다. 그녀는 언제나 자기감정에 솔직했다. 싫으면 싫다, 대놓고 앞에서 티를 내고 다녔다. 전화 너머, 한지음은 다시 팽팽하게 눈을 하얀 천으로 감쌌다. 더 이상 여유 부릴 틈이 없었다. “흥, 너 두고 봐!”한지음은 절대로 강서희를 믿지 않았다. 강서희가 강이한테 어떤 마음을 가졌는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한지음이 멀쩡하다는 걸 알고 있는 사람은 현재 강서희, 한 명뿐이었다. 그러니 지금 이 시기에 누가 이런 짓을 벌일 수 있었을까? 강서희밖에 없었다!“그래 어디 한번 해봐! 누가 무서워하나!”강서희도 만만한 사람이 아니었다.한참 전화로 씩씩거리던 한지음은 결국 분에 못 이겨 전화를 끊어버렸다. 고요함 속에 오로지 한지음만
더 이상 청하시에서 이유영이 미련을 둘만한 것은 없었다. 그럼에도 수년간 이곳에서 자리 잡고 지낸 세월 때문인지 쉽게 외국으로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마치 끈 풀린 풍선이 된 기분이었다. 그녀가 말을 마치자, 전화 너머 정국진의 분위기가 무거워졌다.“넌 여기 돌아와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지!”“무슨 역할이요?”이유영이 반사적으로 물었다.“어제 얘기를 좀 진지하게 나눠봤는데, 유라가 우리 로열 글로벌 그룹에 전혀 뜻이 없는 것 같아. 유영아, 그러니 네가 앞으로 로열 글로벌 그룹을 이끌어야 해. 한동안 내가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진 대신 움직여줄 테니.”‘로열 글로벌 그룹을 이끌어야 한다니? 그 큰 그룹을?’정국진이 이 이야기를 꺼낸 것은 처음이었다. 너무 갑작스러운 상황에 유영은 그만 몸이 굳어버리고 말았다. “마, 말도 안 돼요!”반사적으로 나온 반응이었다.그토록 큰 기업을 운영하라니, 그녀는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혔다. 로열 글로벌 그룹은 어디 동네 가계가 아니었다. 스케일이 상상을 초월하는 아주 큰 기업이었다. 그런 회사를 그녀가 무슨 수로 총괄하겠는가?“내가 차근차근 알려줄 테니, 급할 거 없다.”“아니….”이게 교육의 문제인가? 로열 글로벌 그룹과 연관된 나라며 기업이며 상상을 초월하는데 겨우 입사한지 삼 개월밖에 안 된 그녀에게 이런 막중한 임무를 맡기다니! 유영은 이제 겨우 수박 겉핥기도 못 했는데, 무슨 수로? 유영은 문득 정유라의 심정이 이해됐다. 상상만 해도 벅차고 힘겹게 느껴졌다.“삼촌, 전 우선 오로라 스튜디오나 잘 관리하고 싶어요. 그거부터 시작하는 게 어떨까요? 너무 큰 것부터 말고요.”전에는 파리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조금은 있었으나, 정국진한테 이 소리를 들으니까 조금 있던 마음도 없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아니, 이제는 아예 두렵기까지 했다.“네 말도 일리가 있지. 뭐든 작은 것부터 배우는 게 맞긴 하지만!”유영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경험이었다.그녀가 통화를 마무리 지으려 할 때, 정국진
정국진은 이유영이 하루라도 빨리 파리로 돌아오길 바랬다. 그녀를 위해 이미 많은 것을 준비해 둔 상태였다. 지금 당장은 그가 대신 그룹을 이끌어가고 있지만, 결국 이 자리는 이유영이 물려받아야 할 자리! 하루라도 빨리 직접 이 자리에서 일해봐야 더 많은 것을 볼 시야와 능력이 생길 터였다.정국진과의 통화를 마친 이유영은 눈앞이 깜깜해졌다. 분명 감사해야 할 일이었지만, 지금의 그녀가 그 자리의 무게를 감당하기엔 너무 버거웠다. 이유영은 정유라와 일단 얘기를 나눠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통화음이 계속 울렸으나 정유라는 무슨 일로 바쁜지 한참이 지나서야 연락을 받았다.전화 너머 정유라다운 당당하고 씩씩한 목소리가 들렸다.“소식 들었어, 언니라면 아주 잘할 거야!”이유영의 얼굴이 어두워졌다.“내가 이 작은 몸으로 제대로 할 수 있을까?”정유라는 이유영과 반대로 짧은 단발에 큰 키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둘이 함께 있으면 자매가 아니라 남매로 오해받기도 했다. “작은 고추가 맵다고…. 여기서 이 비유가 적절한진 모르겠지만, 언니는 잘할 거야! 자신을 믿어!”정유라는 이유영의 작은 체구가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것 말고 이유영은 그녀만의 장점들이 많았으니까!반면 이유영은 절망했다.‘아, 내 청춘, 내 여행, 내 그림들…!’한편 강이한 쪽에선….강이한은 원래 병원으로 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무서운 속도로 퍼지는 이슈로 인해 곧바로 회사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은, 이유영이 이미 떠난 사무실만이 그를 맞이하고 있었다.이유영, 그는 좀 전에 그녀가 들고 왔던 USB를 떠올리며 싸늘한 분위기를 풍겼다.이때 그의 핸드폰에 이유영의 이름이 떠올랐다. 한참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전화는 멈출 생각을 하지 않고 계속 울렸다. 안 그래도 나빴던 그의 표정이 더 어두워졌다.결국 그는 전화를 받았다.“강이한!”전화 너머 이유영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강이한의 입꼬리가 삐뚜름하게 올라갔다.“네 짓이야?”“맞아!”“하…
폭풍우가 몰아치듯 강이한의 세계는 이번 일로 완전이 쑥대밭이 되었다.돌이켜보면 이 모든 것이 한지음, 그녀의 납치 사건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때부터 그와 이유영의 관계가 금이 가다 못해 와장창 깨져버렸었다.물론 전에도 이유영과 사소한 마찰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한지음의 납치 사건이 있은 후로 강이한은 과도하게 그녀의 편을 들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이유영이 질투에 눈멀어 더 많은 사건 사고를 일으키기 시작한 거라고 그는 확신하고 있었다.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뒤에서 이런 사실이 숨어 있을 줄!그의 머릿속에 한지음과 왕 주치의 사이에 오간 송금 명세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한지음이 여유롭게, 아주 멀쩡한 몸으로 병원을 돌아다니는 모습도 함께 떠올랐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부정하고 싶었지만, 부정할 수 없는 명백한 증거에 강이한은 머릿속이 아주 복잡해졌다.저녁이 되었다. 이유영은 퇴근하기 위해 주차장으로 내려갔다.그녀의 회사는 바로 강이한의 옆 건물에 있었다. 두 건물은 지하 주차장을 공용으로 쓰고 있었으므로 둘은 쉽게 이곳에서 마주칠 수 있었다. 또각또각-이유영은 경쾌한 발걸음 소리를 내며 자신의 차를 향해 걸어갔다. 하지만 그곳엔 미리 온 불청객이 있었다. 다름 아닌 강이한이 등을 이유영 차에 기댄 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바닥에 담배꽁초가 수북이 널려 있는 것을 보아 꽤 긴 시간 그러고 있었던 것 같았다. 남자는 상당히 지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그것마저도 강이한의 잘생김 때문에 퇴폐미만 더 증가시킬 뿐이었다. 하이힐 소리를 들은 강이한이 고개를 돌려 이유영 쪽을 바라보았다. 그는 말없이 피던 담배를 바닥에 던져 비벼 꺼버렸다. 그의 모습을 발견한 이유영도 자리에 멈춰서 조용히 그를 바라보았다. 둘은 서로 마주 보고 있었지만, 그 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않은 채 침묵이 지속되었다.하지만 결국 참다못한 이유영이 먼저 말했다.“거기 내 찬데, 좀 비켜줄래?”“나랑 얘기 좀 해.”“이혼까지 한 마당에, 얘기는 무
강이한은 태어났을 때부터 이런 환경 속에서 자랐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항상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자비가 없었다.마찬가지로 그의 가족, 친척들 또한 각자 자신의 몫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강씨 노부인의 칠순 잔치만 봐도 그들의 사이가 어떤지 알 수 있었다. 친척들 중 많은 이들이 얼굴조차 내비치지 않았다. 강이한의 입에서 박연준의 복잡한 가족사가 나오자, 이유영은 자기도 모르게 움찔했다. 고고하기만 보였던 박연준 또한 이러한 환경 속에서 자랐으리라.“그렇다 한들 이게 너와 무슨 상관이야?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해.”이유영은 최대한 차분하게 말했다.주차장엔 둘뿐이었고, 그녀가 의도했든 안 했든 강이한의 통화내용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그가 받은 연락은 병원이었다. 한지음이 이토록 집요하게 나올 줄은 그녀도 예상치 못했다. 빠져나올 구멍 하나 없이 모두 막았는데도 불구하고 한지음은 여전히 뻔뻔하게 굴고 있었다. 하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법, 유영은 이제 한지음이 어떻게 나오든 상관하지 않기로 했다.“우린 이미 이혼한 사이야. 우리가 왜 이렇게 됐는지 너도 잘 알잖아!”“….”그래, 이젠 강이한도 알아버렸다. 이 모든 것이 한지음의 계략이었다는 것을!그러나 강이한은 이대로 끝내고 싶지 않았다. 그는 이유영이 말을 이어가기 전에 먼저 질문을 던졌다.“오늘 네가 날 찾아온 목적, 나에게 먼저 그 자료들을 넘기려고 했던 거 아냐?”“….”“힘들게 그 자료들을 모은 이유, 너도 지난 우리 10년동안 함께 했던 세월에 미련이 있었던 거잖아, 그지?”한지음의 본 보습을 알아차리게 함으로서 강이한이 사과하도록 만드는 것, 그러기 위해 그녀가 애쓴 것이 아닌지 강이한은 묻고 있었다.그의 질문에 내재되어 있는 뜻을 알아차린 이유영이 고개를 돌려 강이한을 바라보았다.그녀는 비꼬는 표정으로 말했다.“착각도 유분수지.”“이유영!”“난 그저 네가 해야 했을 일을 대신 해준 것뿐이야! 너에게 뭔가 기회를 주려고 그런 것이
”정말 끝냈나 보군요.”그 말과 함께 박연준은 들고 있던 와인 잔을 내려놓으며 우아하게 스테이크를 한 조각 썰어 입에 넣었다.“오늘 뉴스 헤드라인 보셨어요?”유영이 물었다.하지만 곧이어 이러한 질문을 했다는 것을 후회했다. 바쁜 박연준이 이런 것에 관심 가질 시간이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을 표했다.“그렇다면 어떻게 생각하세요?”“유영 씨가 벌인 일이죠?”질문이었지만, 이미 답을 확신하는 듯한 말투였다.이유영은 고개를 끄덕였다.“어지간히도 그 남자가 미웠나 보네요?”박연준이 말한 남자는 다름 아닌 강이한이었다.만약 유영이 강이한을 증오하지 않았다면 절대로 이렇게 공개적으로 퍼뜨릴 수 없는 자료들이었다. 유영은 절대로 바보가 아니었고 이 일이 강씨 집안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상 못 했을 리도 없었다.그러나 강씨 가문은 절대로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었다.이유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제가 얼마나 그 남자를 증오하는지, 아무도 모를 거예요.”그녀가 어떤 마음으로 그 자료들을 공개했는지, 어떤 세월을 겪어왔는지 오직 그녀 자신만이 알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럴 것 같네요. 하지만 덕분에 한가지 깨달은 것이 있어요.”박연준이 말했다.“뭐를요?”“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 아무리 온화해 보이는 여자라도 절대로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 되는 것을요!”이유영은 그의 말에 자기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이 웃음의 뜻은 무엇일까? 박연준은 확신할 수 없었다. 한때 그녀는 청하시에서 가장 지적이고 온화하기로 유명했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인해 그녀의 이미지는 완전히 달라졌다.박연준 또한 그녀에 대한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이 여자… 절대로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될 상대야.’박연준의 말대로 아무리 순하고 착해 보이는 여자라도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 될 일이었다. 그랬다가는 어떤 후폭풍으로 닥쳐올지 아무도 모를 일이었다.한편 강이한은 병원에서 계속 연락이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