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괜찮아, 하나도 안 아파.”오직 장소월을 걱정시키기 싫어 한 말이었다.어릴 적부터 소현아는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았을 정도로 공주님처럼 곱게 자랐다. 하지만 최근 2, 3년 동안 갖은 고초를 겪은 탓에 손등에는 화상 상처가 가득 뒤덮여 있었고, 부드럽던 손은 잔뜩 거칠어져 있었다.그때 기성은이 다가와 말했다.“아가씨, 시간이 다 됐으니 이제 가야 합니다.”형사 한 명도 다가왔다. “소현아 씨의 진술이 필요합니다. 죄송하지만 경찰서까지 같이 가주실 수 있을까요?”소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소월아, 그럼 난 갈게.” “그래.”소현아는 아쉬운 감정이 역력한 얼굴로 말했다.“소월아, 나 혼자 가기 무서워.” 장소월이 무슨 말을 하려고 입을 벙긋거리자, 기성은이 말을 가로챘다.“아가씨,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경찰서에 따라가서 모두 처리하겠습니다.”장소월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도 되겠네요. 무슨 일이 생기면 반드시 현아를 보호해 주세요.”“당연하죠.”그들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지켜본 뒤에야 장소월은 천천히 고급 리무진으로 걸어갔다. 경호원이 차 뒷좌석 문을 열어 주었다.장소월이 허리를 굽혀 들어가 앉자 전연우는 레드 와인 한 잔을 따라주며 말했다.“마셔봐.”장소월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롱 원피스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오랫동안 마시지 않았어.”“괜찮아. 조금은 마셔도 돼.”그는 검은색 셔츠 소맷자락을 걷어 올려 단단한 팔뚝을 드러냈다. 뼈마디가 뚜렷하게 솟아나 있는 손가락으로 잔을 잡으니 너무나도 매력적이었다.“전연우... 나 알코올 알레르기 있어.”그녀는 슬픔을 달래기 위해 술의 힘을 빌렸던 적이 있었다. 당시 술을 마시기 위해 매번 알레르기 약을 먹곤 했었다.전연우가 손을 멈추었다. 그녀에게 알코올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던 그였다.“왜 이제야 얘기하는 거야?”“말할 필요 없었어.”그녀가 말했다고 해도 그는 마음에 두지 않았을 것이다.장소월은 예전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취
“중복 결혼은 범죄야, 전연우.”“무서워?”그는 오늘 유난히 기분이 좋은 것 같았다.장소월이 대뜸 아버지의 말을 꺼냈다. “아...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지 얼마 되지 않았잖아. 너도 장씨 집안에서 오랫동안 지냈으니 나보다도 더 잘 알 거야. 장례를 치른 뒤 최소 3년은 지나야만 결혼식을 올릴 수 있다는 걸.”장소월이 도망치려 했지만 전연우는 그녀를 놓아주기 만무했다. 도리어 그녀의 손을 꽉 잡고 손깍지를 낀 다음 무릎에 올려놓았다.“난 인내심이 별로 없어.”장소월은 그에게 더 이상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아 침묵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숨이 막힐 정도로 가슴을 꽉 막고 있는 무언가를 너무나도 분출해 내고 싶었다.“대체 나와 결혼해서 네가 얻는 게 뭐야? 난 아이를 낳을 수 없고, 그 아이는 가짜잖아. 나와 결혼하려는 건... 그저 네 그 못 말리는 소유욕 때문이잖아. 넌 그저 네가 갖고 싶은 물건을 다른 사람에게 주고 싶지 않은 거야. 시간이 지나면 또 날 쓰레기 치우듯 매정하게 버려버리겠지.”“왜 그렇게 확신하는 거야? 너에 대한 내 마음이 그저 한순간의 욕심이 맞는지 아닌지 네가 어떻게 알아?”“나보다 널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으니까!” 장소월은 다시는 그런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용기를 내어 그에게 솔직하게 말했다.“송시아가 다시 태어나 두 번째 생을 살고 있다고 너한테 말했었지?”그의 얼굴이 어두워지고 그녀를 단단히 잡고 있던 손에도 점차 힘이 풀렸다. 장소월은 그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한 마디 한 마디 또박또박 내뱉었다.“일이 이렇게까지 됐으니 이제 솔직히 털어놓고 싶어... 왜냐하면 난 더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지도, 또다시 너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싶지 않아.”“전연우... 전생이든 이번 생이든 우리가 함께하면 좋은 결과는 결코 없을 거야. 네가 나한테 가져다주는 건 고통뿐이야...”“전생에... 우리 결혼했었어!”“전생 우리의 8년이라는 결혼 생활 동안, 넌... 집에도 거의 오지 않
이제야 내내 그의 마음속에 박혀있던 의구심이 풀리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장소월은 은경애가 안고 온 아이를 무시하고 쳐다보지도 않은 채 곧장 위층으로 올라갔다.지난 일을 모두 떠올리는 것은 심장을 관통하는 수백만 개의 화살과 다르지 않았다.그는 두 평생을 아울러 그녀에게 상처를 안겼다...장소월은 도저히 그와 계속 함께할 수 없었다.방으로 들어온 장소월은 침대 끝에 앉아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허리를 굽힌 채 눈물을 흘렸다.그녀는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전연우가 자신에 대해 죄책감을 느낄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단지 사실을 인정하고 그녀를... 보내주길 바랄 뿐이었다.감정을 진정시킨 장소월은 문득 소현아가 자신의 손에 쥐여주었던 쪽지가 생각났다.하지만 차에 전연우가 타고 있어 미처 확인할 시간이 없었다.구겨져 있던 쪽지를 펼쳐보니 하얀 종이에 몇 글자가 적혀 있었다.[메일 확인해봐.]장소월은 침대 머리맡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메일함 페이지를 열었다.그녀는 허이준이 자신의 해외 메일함에 보낸 메일을 보는 순간 깜짝 놀랐다. 모두 아직 읽지 않은 메일이었다.[전연우를 조심해!][전연우가 네 휴대폰에 감시 어플을 깔아놨어. 전연우는 네가 보내는 모든 메시지를 열람할 수 있을 거야. 내가 보낸 이 메일을 본다면 뭐든 서둘러 답장하지 마.][누군가 네가 원래 국내에서 등록했던 이메일 주소로 보내면, 이메일은 자동으로 다른 IP 주소의 이메일 주소로 전송돼.][강영수에게 큰일이 생겼어. 인경아가 강영수를 치료하기 위해 전용기를 준비해 미국으로 보내려 했지만, 비행기는 공중에서 폭발해 버렸어. 그 비행기엔 인시윤도 함께 타고 있었대. 전연우가 모든 언론 기사를 막은 것 같아.]장소월은 핸드폰 버튼을 누르며 메일을 하나하나 확인했다.[소월아... 강씨 집안에 일이 생겼어... 강씨 노부인이 돌아가셨고, 강씨 저택은 전연우가 혼자 독차지했어. 지금 네 상황이 어떤지 모르겠네. 위험해지면 곧바로 나한테 전화해!]메일을 하나씩 읽을 때마다 장소월
하지만 전연우는 강씨 집안 누구도 건드리지 않겠다고 분명히 약속했었다.왜 그녀에게 거짓말을 한 걸까?장소월은 얼음장같이 차가운 손가락을 움직여 정말 연락하고 싶지 않았던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벨이 울린 지 몇 초도 되지 않아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다.서철용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이에요?”조심스러운 그의 말투였다.장소월은 너무 당황한 나머지 어찌할 바를 몰라 재빨리 전화를 끊었다.전연우와 합심에 나쁜 일을 일삼는 그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문득 무언가 떠오른 장소월은 빠르게 사진을 확대해 살펴보았다. 장소는 서울 인근 바다 해역이었다.얼마 전 장소월도 비행기 추락 소식을 들었었지만... 그 당사자가 강영수일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장소월은 이성을 잃은 듯 휴대폰을 들고 곧장 방 밖으로 뛰쳐나갔다.그녀는 강영수의 죽음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전연우는 대체 왜 그를 죽였단 말인가!분명히 그는 모든 것을 다 얻었지 않은가!강영수는 그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그는 정말 지옥에서 걸어 나온 악마와 다름없다.은경애는 정신없이 계단을 내려오는 장소월을 보고는 소리쳤다.“아가씨, 어디 가세요?”장소월은 그녀의 말을 듣지도 못한 것처럼 전혀 반응하지 않고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천하 일성 나이트 클럽하우스.평소 거의 술에 입을 대지 않았던 전연우는 지금 이 순간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술에 흥건히 취해 있었다...룸 안에는 전연우 혼자만 앉아 있었다.전연우는 머릿속이 뒤죽박죽 완전히 엉망이 되어버렸다.그는 지금 사실을 회피하고 외면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지금까지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그 순간 룸 문이 열리고, 버건디색 드레스를 입은 오랜만에 보는 송시아가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의 얼굴이 복잡하게 일그러졌다.“...저 연우 씨가 이렇게 망가진 모습은 처음 보네요.”송시아가 걸어와 전연우의 옆에 앉았다. “술 좀 그만 마셔요! 내가 잘못했던 것 때문에 화난
송시아는 미쳐버렸다.전연우를 향한 그녀의 감정은 급기야 병적인 편집증에 이르렀다.둘은 태어날 때부터 같은 부류의 인간이었다.자신이 갖지 못하면 가차 없이 망가뜨리는 그런 인간 말이다.“...너 혹시 약 탔어?” 전연우는 미간을 찌푸리고 몸을 비틀거렸다. 점점 희미해지는 의식 탓인지 눈앞에 장소월의 얼굴이 보이는 것 같았다.그녀는 그를 향해 웃고 있었다.그의 머릿속에서 장소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연우, 너 날 갖고 싶어 했잖아? 어서 와!”전연우는 돌연 몸에서 뜨거운 열기가 솟구치는 것 같았다. 그는 몸을 뒤집어 송시아를 품에 가두고 그녀의 드레스를 거칠게 찢기 시작했다. 그녀가 입은 속옷은 그가 가장 좋아하는 색이었다...송시아는 남자가 주는 쾌감을 즐기며 눈을 감았다. 짓눌린 목구멍에서 야릇한 숨소리가 흘러나왔다.테이블에 놓여 있던 전연우의 휴대폰이 계속 진동하고 있었다. 전연우의 휴대폰 번호를 아는 사람은 한 손으로 꼽을 수 있을 만큼 극히 적다.이토록 연이어 전화할 수 있는 사람은 회사 급한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기성은을 제외하고는 남원 별장밖에 없었다...서울의 밤하늘은 칠흑같이 캄캄했다. 짙은 먹구름은 달빛이 조금도 투과하지 못할 정도로 낮게 깔려 있었다.당장이라도 폭풍우가 쏟아질 것 같았다...남원 별장은 완전히 아수라장이었다.은경애는 아이를 품에 안고 안절부절못하며 현관 앞을 서성거렸다. “평소엔 두 분 다 집에 계시더니 왜 오늘은 한 분도 돌아오지 않는 거지. 아이는 빙의라도 된 것처럼 울기만 하고, 이 일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장소월이 별장을 떠난 이후로 별이는 줄곧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별이는 먹은 우유까지 모두 뱉어냈다...자지러지게 우는 아이를 무슨 짓을 해도 달랠 수가 없었다.장소월은 몇 시간 동안 택시를 타고 마침내 그곳에 도착했다...서울 변경에 위치해 있는 바닷가에서 바람이 기승을 부리며 불어왔다. “아가씨, 정말 여기 맞아요?”“이곳은 얼마 전 사람이 죽은 곳이에요. 곧 비도
깊은 밤 VIP 룸 안에선 알코올과 야릇한 기운이 만연하고 있었다.소파에서 남녀가 서로 얽혀 격렬한 애정행각을 벌이고 있을 때 갑자기 누군가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룸 문을 걷어찼다.웨이터가 돌연 나타난 남자를 막아섰다. “손님,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송시아는 흥분을 위해 입술에 발랐던 약을 실수로 삼키는 바람에 의식이 희미했다. 그녀가 소리를 듣고 문 쪽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녀가 침입자를 확인하기도 전에 그가 그녀 위에 엎드려 있던 남자를 들어 올렸다.“너 지금이 어느 땐데 여기서 이 여자랑 뒤엉켜 놀고 있는 거야.” 서철용은 온 힘을 실어 전연우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그러고는 그 충격에 내려앉은 전연우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그 순간 한눈에 전연우가 약에 취해 체온이 뜨겁게 끓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송시아는 서철용이 전연우를 데리고 가려는 것을 보고 급히 옷을 입고 일어서 쫓아갔다. “서철용 씨, 거기 서요. 어디로 데려가는 거예요?”서철용은 전연우를 어깨에 업고 말했다.“...전연우가 깨어나면 다음 날 태양을 볼 수 있을지 없을지나 걱정하는 게 좋을 거예요.”서철용은 그 말을 남기고 단호한 표정으로 자리를 떴다. 그의 말은 결코 협박이 아니었다.감히 전연우를 함정에 빠뜨려?목숨이 몇 개라도 되는 건가?서철용은 조수석에 널브러져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인사불성인 상태에서도 조금의 의식은 남아있었다. 전연우가 입은 검은 셔츠는 윗부분이 전부 벌어지고 단추도 몇 개 떨어져 있었다. 그가 목소리가 낮고 거친 목소리로 간신히 말을 뱉어냈다. “병원에 가. 나 약에 당한 것 같아.”서철용은 피식 웃으며 핸들을 꺾었다.“약에 당한 거 너도 알고 있었구나. 너 방금 하마터면 송시아한테 제대로 걸릴 뻔했어. 내가 때마침 가지 않았으면 전연우... 그런 짓을 하고 어떻게 장소월을 볼 수 있겠어?”송시아가 전연우에게 먹인 것은 평범한 마약이 아니었다. 환각을 일으켜 전연우로 하여금 장소월을 보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들었다.그 혼
어쩌면... 그 가능성은 희박할지라도 그는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다.서철용은 절대 그녀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단 0.1%의 확률일지라도...때마침 기성은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아가씨께서 마지막으로 계셨던 곳은 서울 변경 해역...”갑자기 침묵이 흐르더니 서철용이 핸들을 힘껏 내리쳤다.“젠장, 전연우! 강영수는 건드리지 말라고 경고했잖아. 그렇게 누누이 말했는데도 왜 말을 안 들어!”서철용은 장소월이 강영수의 시신을 찾으러 갔을 거라는 걸 일찌감치 짐작했어야 했다.수색대가 7, 8일 동안 수색했지만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장소월이 간다고 한들 무엇을 찾을 수 있겠는가?조금 전 천둥 번개가 치던 지점이 바로 변경 해역 쪽이었다.서철용은 장소월이 지금의 몸으로 버틸 수 있을지 도저히 확신할 수 없었다.“소월 씨가 무사하기만을 기도해.”비가 거칠게 쏟아지고 있음에도 차는 계속 달렸다.기성은도 때마침 도착해 가까이 들어오는 차와 마주쳤다. 모두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차에서 내렸다.기성은은 검은색 우산을 들고 전연우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전연우는 단번에 그를 밀쳐버렸다. 아직 약 기운이 가시지 않은 상태였던 그는 차갑고 매서운 빗줄기를 견디며 울창한 숲속 깊은 곳으로 불안하게 걸음을 옮겼다.“대표님!” 기성은은 그토록 처량하고 만신창이인 전연우의 뒷모습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전연우는 뭔가 중요한 것을 찾는 듯 빠르게 걸었다.모두들 다른 방향으로 여기저기 흩어져 장소월을 찾아 나섰다.서철용은 전연우의 모든 행동을 눈에 담고 있었다. 오늘처럼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 상태의 전연우는 정말 처음이었다.그는 전연우 같은 냉혈한은 절대 누군가에게 마음을 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밤하늘에서 또다시 번개가 번쩍였다.그 순간 전연우의 눈에 나뭇가지에 걸려 얇게 찢어진 낯익은 옷자락이 들어왔다. 흠뻑 젖은 검은 머리카락이 선홍빛 눈을 가렸다.그는 천을 주워 고개를 숙인 채 손에 꼭 말아 쥐었다. 그 순간 그의 눈동자는 갖은
장소월은 자신이 의식을 잃은 지 얼마나 되었는지는 몰랐지만, 누군가 늘 자신에게 들려주는 목소리는 들을 수 있었다.그녀는 전연우의 목소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 눈을 뜨지 않아도 매일 따뜻한 물로 몸을 닦아주고, 정성스럽게 머리를 손질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히는 일을 반복하는 전연우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다.서철용은 문을 열고 들어와 이미 넋이 나간 전연우를 보며 말했다.“...수술의 위험성은 이미 말했어. 일주일 뒤에 깨어나면 수술할 수 있을 거야. 너도 마음의 준비해.”“소월이는 줄곧 괜찮았고 앞으로도 괜찮을 거야.”전연우는 서울 변경 해역에서 돌아온 이후로 사흘 밤낮을 뜬눈으로 버텨왔다. 옷은 여전히 그날과 똑같았고, 머리는 잔뜩 헝클어져 있었으며, 눈은 시뻘겋게 충혈되어 있었다. 평소 결벽증이었던 전연우는 사흘 동안 샤워도 하지 않아 몸에서 냄새가 나기도 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소월을 위해서라면 온 힘과 온 마음을 다해 그녀를 정성껏 돌보았다.서철용이 말했다.“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건 알지만, 수술을 안 하면 정말 죽을 수도 있어.”“왜 진작 말하지 않았어?”“소월 씨가 말하지 말라고 했어. 그리고... 너한테 말한다고 무슨 소용이 있겠어? 소월 씨가 치료를 거부한다면 아무도 어찌하지 못해. 그나마 강영수를 생각해 항암제를 먹겠다고 결심한 거야. 강영수 치료에 도움이 되어주기 위해 하루라도 버티려고... 하지만 이제... 소월 씨를 설득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죽었어.”“이제 장씨 집안에 남은 사람이라곤 소월 씨 한 명뿐이야.”“살아야 하는 유일한 희망을 앗아간 너를 소월 씨가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강영수, 강영수!결국엔 또 그놈이다!전연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서철용의 목덜미를 잡고 문밖으로 나갔다. “뿌리까지 깨끗이 치료해. 만에 하나 잘못되면 병원 전체를 소월이와 함께 묻어버릴 거야.”얼마 전에도 투덕거렸던 탓에 서철용의 얼굴엔 아직도 상처가 남아있었다. 서철용이 무표정하게 그를 바라보았다.“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