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또 누군가 했네. 기 비서님, 회장님은? 그집 딸이 우리 딸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는데 비서님이 와서 이 일을 대충 해결하려고 하는 모습은, 우리를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야?”“사모님, 그럴 리가요. 저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왔어요. 소월 아가씨 문제에 관하여, 여러분에게 사과를 드립니다. 사모님 세 분이 어떠한 보상을 원하시든지, 회장님께서 최대한 만족시켜 드리겠다고 얘기했어요.”기성은은 장소월 얼굴에는 긁힌 핏자국이 있는데 좀 심각해 보였고 머리도 헝클어져 있다는 걸 발견했다. 그러나 상대방의 상태도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았다.평소대로라면 장소월이 사고를 치면 항상 전연우가 온다. 이번에 기성은이 온 걸 보고 장소월도 전연우가 백윤서를 위로하러 갔다고 짐작했다. 필경 그녀가 다쳤으니 전연우는 분명히 마음 아파했을 것이다.이 씨 집안 사모님은 차갑게 웃었다.“돈? 지금 우리를 뭐로 보고? 그 작은 회사가 어디서 감히. 지금 장해진이 당장 와서 내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과를 하지 않는 다면, 난 바로 이 사실을 내 남편에게 얘기를 해서 그쪽 회사와의 협업을 취소시킬 거야. 내 기억이 맞다면, 요즘 프로젝트를 하나 맡긴 것 같은데 바로 회사를 바꿀 거야. 그 정도 일을 할 수 있는 회사는 널리고 널렸으니.”기성은은 사과를 하였다.“사모님, 일단 노여움을 푸세요. 미주 아가씨와 소월 아가씨 모두 아직 학생이잖아요. 친구 사이의 투닥거림도 정상적인 일이고요. 만약 이 일 때문에 저희 두 회사의 협업에 영향을 준다면 저희의 화목함에 타격을 안겨 주는 거잖아요.”여자는 탁자를 힘껏 두드리며 엄격한 목소리로 말했다.“이미 영향을 안겨 줬어. 그러니 당장 장해진에게 전화를 해서 오라고 해!”이미주는 쌀쌀맞게 웃으며 말했다.“누가 이 교양이 없는 촌놈이랑 친구라고 했어? 촌놈이 연 회사가 얼마나 좋겠어...교양이 없이 감히 날 때려? 장소월, 누가 너한테 그런 용기를 준 거야? 오늘 이곳에서 무릎 꿇고 머리 숙여 사과를 하여도 난 널 용서하지 않을
옆에서 이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놀라운 비밀을 알게 된 것 같은 표정을 지었고회의실의 분위기가 갑자기 이상해졌다.이미주도 이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장소월,허튼소리 하지 마.”장소월은 담담하게 그녀를 바라보았고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허 씨, 유 씨 집안 사모님은 더욱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볼까?”사모님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닥쳐! 그만해! 장소월, 너 감히 날 협박해? 장해진이 도대체 너에게 얼마나 얘기해 준거야?”“헐, 진짜였어!”유진은 놀라서 입을 막아버렸다. 유 씨 집안 사모님은 황급히 유진의 입을 막아버리고 그녀를 째려보았다.세 가문 중, 이 씨 집안의 세력은 가장 강하고 나머지 두 사람은 들러리 같은 존재에 불과하다.이미주는 믿기지 않는 듯 옆 사람을 바라보았다.“엄마, 이건 무슨 소리야? 그 아이 정말 죽었어? 그 뒤로 어떻게 해결했어? 엄마...왜 음주운전을 한 거야... 그럴 리가 없어... 헛소리를 하고 있는 게 분명해...”자신을 제일 사랑해 주는 엄마 때문에 누군가가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을 그녀는 받아들일 수 없다... 심지어 음주운전이라니, 그건 명백한 범죄이다!장소월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유진 옆에 앉아있는 사모님을 바라보았다.“그리고 유 사모님... 3년 전 남편 분께서...”“그만... 소월 학생, 이 일은 이만 이쯤에서 마무리하는 걸로 해. 내가 유진이를 제대로 교육시키지 않아 이렇게 억울함을 당하게 하고...”유 씨 집안 사모님은 착용하고 있던 팔찌를 빼서 장소월의 손에 쥐어주었다.“아줌마가 대신 여기서 사과할게...”“선생님들, 저희 유진이가 오늘 몸이 좀 안 좋아서 이만 가봐야 할 것 같아요.”유진은 이유도 모른 채 어머니의 손에 끌려갔고 머리가 하얘졌다. ‘설마... 엄마 아빠도...’유 씨 집안이 떠나자 허 씨 집안 사모님도 장소월이 그들의 비밀을 얘기할까 봐 말 몇 마디 하고는 허여빈을 데리고 떠났다. 떠나기 전 손에 들고 있던 파텍 필립
사무실 안.비서는 회의실에서 방금 보고한 일을 계속 보고하였다. 한 글자도 빠짐없이 모든 보고를 마쳤다.장소월을 제외한 모든 당사자가 자리에 있었다.“... 도련님, 그때 발생한 일은 이러합니다.”강영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비서는 한쪽으로 물러났다.순간 분위기가 차가워졌다.소파에 앉아있는 세 명의 사모님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 있었다.강영수는 강한 포스를 뿜고 있어 공기 속 보이지 않는 무형의 위압력으로 모든 사람을 짓눌렀다. 주변의 공기마저 희박하게 느껴졌다.“반 시간, 위의 계약서에 사인이 적혀 있는 걸 난 봐야겠어.”“네, 대표님.”그는 강영수의 새 비서 신준수이다.그러하다. 강영수가 집을 나서기로 결심한 순간, 그는 그의 소유였던 모든 것들을 되찾기로 결심했다.그래야만 그는 그녀를 보호할 수 있다.모든 사람들은 입을 열지 못하고 가만히 있었다. 분명 회사일인데 강영수가 왜 그녀들을 찾아왔는지 알 수가 없다. 그녀들은 사모님일 뿐, 회사 일은 그녀들이 관리하지 않는다.이때 누군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강영수 도련님, 회사일은 제가 운영하지 않지만... 왜 갑자기 협업을 해제하는 지알 수 있을까요?”“이건 당신이 물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강영수는 차갑게 말 한마디 남기고 사무실을 떠났다.이것은 해외에서 새로 개발한 과학 기술 휠체어로, 버튼을 누르면 휠체어가 자동으로 움직일 수 있다.원래대로라면 지금 강영수는 병원에서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그녀가 괴롭힘을 당했다는 걸 듣고...지체 없이 바로 왔다.사무실 밖, 강영수는 여자의 울음소리를 들었다.안에서 하염없이 울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았다.회의실 문이 닫히지 않았던 터라, 강영수는 안으로 들어갔고 장소월은 아직 그를 발견하지 못했다.“왜 울어?”오늘 그의 목소리는 유난히 부드러웠다.코를 훌쩍이며 흐느끼는 소리가 뚝 그쳤고 깃털 같은 속눈썹에는 눈물방울이 맺혔다. 눈은 촉촉하게 젖어 있었고 그녀는 바닥에 주저앉은 채 다가온 그를 멍
“네, 대표님...”기성은은 전화를 끊지 않고 휴대폰을 바로 주머니에 넣었다.전연우는 주방으로 걸어가 물 한잔을 부었다. 전화를 끊으려고 하는데 갑자기... 휴대폰 너머로 장소월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그녀를 제외하고, 다른 남자가 있었다...“더 이상 누구도 널 괴롭히지 않을 거야... 울지 마...”그의 손은 따뜻했다.그리고 그녀도 마음도, 점점 따뜻해졌다.그는 처음으로 그녀에게 이런 말을 건네준 사람이다.전연우는 종래로 그녀가 슬플 때 위로를 해주지 않는다. 오히려 그녀의 울음소리에 마음이 심란해진다고 저 멀리 가서 울라고 한다.“혹시... 기대도 돼?”장소월의 목소리는 떨렸다.강영수는 입가에 살짝 미소를 띠고 그녀를 향해 두 손을 뻗었다.“언제 어디서나 기꺼이.”하여 기성은이 들어올 때 장소월이 한 남자의 품에 안겨서 울고 있는 걸 목격했다...이를 본 기성은은 진퇴양난으로 어찌해야 할지 몰라하였다.전연우는 울음소리를 듣고 눈빛이 어두워졌다.…장소월의 얼굴에 약을 발랐고 손에 약봉지를 들고 있었는데, 그가 사다 준 것이다.이번이 그들의 세 번째 만남인데, 상대방을 끌어안고 울어 그의 가슴 쪽 옷을 적셔버렸다. 더욱 수치스러운 것은 바로 그녀의 콧물이다....이 일 외에 장소월은 매 맞는 걸 피하지 못한다는 걸 눈치챘기에...그녀는 기성은에게 드라이브를 부탁했다.차 안에서 장소월이 물었다.“오늘 일을 아버지가 알게 될까요?”기성은은 백미러를 통해 그녀를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소월 아가씨, 만약 섭섭한 일이 있으시면 대표님한테 얘기하세요. 겉으로는 신경 쓰지 않는 척 하지만, 추후에 소월 아가씨 대신 일 처리를 진행할 거예요.”장소월은 차 안에 앉아 해변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지금 서울시와 명주시의 경계에 있다.그녀의 방에 그림이 걸려있는데 바로 이곳을 그린 것이다. 엄마가 그린 그림이다...“... 그냥 귀찮게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평소에... 이미 많이 바쁘시잖아요.”“기 비서님, 이
장소월은 차디찬 타일 위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녀는 얼굴에 있는 손톱에 긁힌 상처를 타일에 비추어 보았다. 손으로 조심스레 만지니 온몸을 파고드는 듯한 통증이 퍼져나갔다.서재에는 은은한 향이 풍기고 있었는데 숨을 크게 들이쉬니 코를 찌르는 자극에 얼굴이 찌푸려졌다.그때, 문밖에서 점점 가까워지는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곧바로 허리를 곧게 펴고 긴장감에 옷깃을 꼭 부여잡고는 자신에게 내려질 벌을 기다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방문이 열렸고 장해진이 걸어들어왔다. 전연우와 백윤서도 그 뒤를 따랐다.“네가 오늘 뭘 잘못했는지 알겠어?”장해진이 장소월의 곁을 지나친 뒤 향 세 개를 집어 불을 붙이고는 이마 앞에 올리고 세 번 연속 허리를 굽혔다.장소월은 고개를 푹 숙였다. 그녀의 시선 속 차가운 전연우의 분위기는 그녀로 하여금 호흡을 내뱉는 것조차 힘들게 만들었다.그녀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친구와 분란을 일으키는 게 아니었어요.”장해진은 벽에 걸어두었던 대나무 가지를 잡아들고는 장소월의 앞으로 걸어가 그녀의 앞에 내리꽂았다.장소월은 겁에 질려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장해진의 목소리가 그녀의 머리 꼭대기에서 들려왔다.“계약 세 개에 18억, 내가 개인적으로 넣은 돈까지 합치면 도합 20억이야. 소월아, 오늘은 회초리를 드는 게 맞지 않겠어?”전연우의 뒤에 서 있던 백윤서는 너무나도 겁을 먹은 나머지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뒤로 몇 발자국 물러서 전연우의 뒤에 완전히 숨어버렸다.“맞습니다. 모두 다 저 소월이의 잘못입니다. 잠시 저 자신을 통제하지 못해 그들과 충돌을 일으켰습니다. 아버지께서 옳으십니다. 매를 드시겠다면 달 게 맞을게요.”“뒤 돌아!”장소월은 무릎을 움직여 몸을 돌렸다. 지금은 아무도 그녀를 구하지 못한다. 전연우?장소월은 종래로 그에게 기대를 했던 적이 없다.장해진이 손에 들고 있던 대나무를 높이 들어 올린 뒤 힘껏 휘둘렀다. 첫 번째, 그녀는 긴장감에 온몸이 경직돼 아픔을 느끼지 못했다. 두 번째
장소월이 힘겹게 밖으로 걸어 나갔다. 그때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아주머니가 곧바로 그녀에게 다가갔다.“아가씨... 괜찮아요?”장소월이 창백해진 얼굴로 말했다.“난... 난 괜찮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이모, 혹시 진통제 있으세요?”그녀의 목소리는 점점 더 가늘어졌다. 간신히 마지막 글자까지 내뱉은 그녀는 정신을 잃고 바닥에 풀썩 주저앉아 버렸다.구석에 숨어 그 광경을 지켜보던 강만옥은 장소월이 쓰러진 순간 몸을 돌려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그녀는 장소월의 등 뒤에 나 있는 상처를 똑똑히 보았다. 아버지가 딸에게 어떻게 저렇게 지독하게 할 수 있단 말인가.다음 날, 장소월이 잠에서 깨어났을 땐 이미 점심시간이 되어있었다.엎드려 누우니 등에서 저릿함이 느껴졌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공기 중에 드러난 등을 힐끗 보고는 이불을 당겨 등을 덮으려 했다. 그때 누군가 이불을 잡아당겼다.“움직이지 마. 약 발라주고 있잖아.”장소월은 화들짝 놀라며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보았다. 이어 다급히 이불로 감싸고 몸을 일으켜 앉았다.“여긴 내 방이야! 왜 허락도 없이 들어와!”그녀가 처음으로 벌컥 화를 내며 그에게 말했다.전연우의 한 손엔 하얀색 연고가 들려있었고 다른 한 손 손가락엔 아직 다 쓰지 못한 연고가 발라져 있었다.“오빠라고 안 해?”“전연우, 난 오빠의 동생이야! 옷도 입지 않고 있는 내게 어떻게!”그는 봤을 것이다. 틀림없이 봤을 것이다!벽에 걸린 시계는 1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 시간엔 아주머니는 보통 반찬거리를 사러 시장에 나간다. 장해진은 손님 접대를 하거나 출장을 나갔을 것이다. 또한 오늘은 휴일이 아니니 집에 아무도 없다는 걸 알고 이렇게 함부로 행동하는 것이다.“소월아, 너 말하는 태도가 왜 그래?”장소월은 저도 모르게 그의 말에 반박했다.“내 태도가 어때서? 난 이제 어린아이가 아니야. 마음대로 내 방에 들어오지 마.”전연우가 불만스러운 듯 이마를 찌푸리고 차가운 눈으로 장소월을 쳐다보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방문을 나
전연우가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강만옥이 케이크를 사 들고 들어왔다. 그녀는 장소월의 상처를 힐끗 살피고 마음에도 없는 걱정의 말 몇 마디 하고는 방으로 돌아갔다.장소월은 진통제를 먹었음에도 통증이 너무 심해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끊임없이 악몽에 시달려 식은땀에 온몸이 흠뻑 젖었지만 엎드린 채 몸을 움직일 수도 없어 잠을 자는 걸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시간이 길어지니 가슴에서까지 통증이 느껴져 밑에 베개를 가져다 놓았다.그녀는 이제 18살밖에 되지 않았으니 너무 풍만한 것도 마냥 좋은 일만은 아니다.시계를 보니 아직 3시 반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장소월은 침대에서 일어나 화장실에 들어갔다. 그녀는 단추를 풀고 옷을 벗은 뒤 가로세로 처참하게 그어져 있는 상처를 살펴보았다. 다른 곳은 조금 붉게 부어올라 있었는데 어제에 비해선 많이 회복된 것 같았다.조금 전 식은땀을 흘린 데다 날씨까지 무더우니 꿉꿉함 때문에 견딜 수가 없었다. 하여 그녀는 상처를 피해 간단히 샤워했다.잠옷을 갈아입은 뒤 베란다에 나가서 시원한 바람에 몸을 맡겼다.오늘 밤의 달은 유난히 밝았다.맞은편 별장 3층은 불이 꺼져있는 상태였다. 장소월은 이미 오랜 시간 동안 그를 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예전엔 희미한 뒷모습이라도 보였건만, 지금은 대체 어디에 갔을까.그저 그가 다시는 나쁜 생각을 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강남 병원.수술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장장 여섯 시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강영수는 전신 마취 때문에 아직 의식을 찾지 못했고 두 다리는 붕대로 감아져 있었다.왕 집사가 물었다.“선생님, 저희 도련님의 상태는 어떤가요?”주치의가 대답했다.“현재 상황으로 봐선 수술은 성공적입니다. 하지만 수술 뒤 후유증에 대한 위험을 배제할 수 없으니 한동안은 병원에 입원해 지켜봐야 합니다.”“그럼... 회복되는 데는 얼마나 걸릴까요?”“환자의 몸 상태로 봐선 완전히 회복하려면 아마 3, 5년 정도는 걸릴 것 같아요. 꽤 긴 시간이긴 하지만 수술에
장소월은 두 다리를 감싸 안은 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핸드폰에 시선을 고정하고 눈만 깜빡거리고 있었다.잠시 고민한 뒤 지극히 일반적인 걱정스러운 문자를 보냈다.「뜨거운 물 많이 마시고 푹 쉬어. 약 먹는 것도 잊지 말고.」「알았어.」「일찍 자. 잘 자.」「너도 잘 자.」사실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그녀와 강영수도 굳이 만날 필요는 없는 것 같았다.처음부터 장소월은 그저 단순히 그를 구하고 싶었을 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었다.그 이유는... 그녀는 늘 이곳을 떠나 새로운 삶을 살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앞으론 아마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이곳을 떠나야만 장씨 가문으로부터, 송시아로부터 벗어나 오로지 그녀만의 삶을 살아 나갈 수 있다. 강영수는 그녀의 계획 내 사람이 아니다. 그와 더 깊은 관계로 발전한다면 오히려 마지막엔 부담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장소월이 길게 하품했다. 그녀는 방에 돌아가 침대에 누워 앞으로의 아름다운 일상을 그리며 잠이 들었다.집에서 며칠 휴식을 취하니 상처는 거의 회복되었다.아침, 장소월이 아직 꿈나라에서 헤매고 있을 때 누군가 그녀의 방문을 두드렸다.“아가씨, 이만 일어나 내려와서 식사하세요.”장소월이 희미한 정신을 부여잡고 말했다.“조금만 더 잘게요.”“아가씨 한 명만 빼고 모두 모이셨어요. 어서 내려와요.”그 말을 들은 장소월은 정신이 번쩍 들었는지 곧바로 이불을 박차고 일어났다.“알겠어요. 금방 내려갈게요.”옷을 껴입고 세수를 마치기까지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그녀는 허리를 짚고 빠른 걸음으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사람들이 밥상 옆에 질서정연하게 앉아있었다. 전연우와 백윤서도 와있었다.오늘은 주말이라 백윤서는 회사에 나가지 않았다.무겁게 가라앉은 분위기에 장소월은 더는 가까이 가고 싶지 않았다. 그날 그녀가 전연우를 오해해 화를 낸 이후 며칠이 지났음에도 전연우는 여전히 그녀를 없는 사람 취급했다.그녀는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애써 옮겨 강만옥의 옆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