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서 넌 일단 나가 있어.”장소월도 차갑게 입을 열었다.“모두 나가세요. 아버지 휴식하셔야 하니 여기서 방해하지 마세요.”장소월은 몸을 돌려 외면했고, 그들의 연기를 지켜볼 기분도 아니었다.“소월 아가씨!”오 아주머니는 말끝을 흐렸다. 애틋한 눈빛에는 슬픔이 잠겼다. 마치 장소월이 그녀에게 잘못하여, 자신이 악랄한 악당으로 변한 듯이 말이다.“나가요!”장소월은 그들을 보고 싶지 않아 돌아섰다.백윤서는 입술을 질끈 깨물더니 말했다.“아주머니, 일단 나가세요.”오 아주머니는 백윤서의 부축을 받으며 방을 나갔고, 전연우가 문을 닫았다. 백윤서는 장소월과 오 아주머니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줄곧 가족처럼 서로 의지하던 두 사람은 이제 원수에 가까웠다.“오빠, 두 사람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백윤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 물었다.남자는 차갑고 음산한 눈빛으로 오 아주머니를 주시했다.“앞으로 제 허락 없이 함부로 소월이 찾아오지 마세요. 이 집안에 계속 남고 싶다면 아주머니가 해야 할 일만 하세요.”오 아주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고, 초췌한 얼굴로 말했다.“도련님, 전 남은 평생 소월 아가씨에게 속죄하기 위해서라도 장씨 가문에 남을 거예요.”백윤서는 허리를 잔뜩 구부린 아주머니가 떠나는 뒷모습을 보며 물었다.“오빠, 소월이랑 아주머니 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거예요? 나한테 뭐 숨기는 거 있어요?”오 아주머니가 입원해서부터 백윤서는 이상함을 느꼈다. 오 아주머니가 그렇게 오랫동안 입원해있으면서 장소월은 한 번도 병문안을 오지 않았고, 그날 병원 복도에서도 장소월은 차가운 눈빛으로 아주머니를 외면하고 떠났다.“윤서야, 이건 네가 신경 쓸 일이 아니야. 시간이 늦었어. 내가 아파트로 데려다줄게.”“나 안 가요. 오빠가 여기 있으면 나도 여기 있을래요. 오빠... 나 혼자 두지 마요.”백윤서는 가련한 얼굴로 전연우의 팔을 잡고 말했다.하지만 이번에는 아주 단호한 전연우였다.“지금 상황에서 네가 여기
장소월은 그의 손을 뿌리쳤지만, 아무 소용없었다. 그녀는 미간을 찡그리더니 시종일관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아직도 볼 일이 남았어?”“장씨 가문에는 하인이 많아. 너만 아버지를 돌봐줄 수 있는 건 아니야.”“맞아, 모두 네 사람이잖아. 아버지가 왜 이렇게 됐는지, 네가 나보다 더 잘 알 거 아니야? 이 상황에서 내가 널 믿을 수 있을 것 같아?” 장소월은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이번에 아버지가 버틸 수 있든 없든 간에, 난 내가 해야 할 일을 다 할 거야. 아무도 너랑 장씨 가문 안 뺏어, 곧 네 것이 되겠지.”장소월은 힘껏 그의 손에서 벗어났고, 돌아보지도 않고 장해진의 방으로 들어갔다. 한 발짝 들어서자 장소월의 허리춤에 그의 손이 나타났다.손에 들고 있던 물건은 모두 땅에 떨어졌고, 전연우는 그녀를 메고 위층으로 올라갔다.전연우의 동작은 거칠었고 또 신속했다.“그러니 이제 소월이는 오빠 말 더 잘 들어야겠지?”장소월은 그에 의해 벽에 밀쳐졌다. 그는 당장이라도 사람을 잡아먹을 맹수처럼 뜨거운 눈빛으로 천천히 여자에게 다가갔다. 두 사람의 거리가 가까워지자, 남자의 몸에서는 강한 호르몬 냄새가 났다. 장소월은 뜨거운 불길이 자신을 태우려고 에워싸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전연우의 입술이 다가오자, 장소월은 고개를 홱 돌렸다.“너 미워하게 만들지 마.”“오빠가 동생 몸을 탐했다는 소문이 나면 서울에서 계속 얼굴 들고 살 수 있겠어?”“난 영수의 여자라는 거 잊지 마.”전연우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이제 오빠를 협박할 줄도 아네?”그녀를 바라보는 남자의 눈빛에는 파도가 일렁였다.“네가 그렇게 만든 거야.”그와 한 공간에 있으면 장소월은 언제나 기가 죽었고, 목소리도 떨렸다.남자는 그녀의 턱을 치켜올리더니, 섬뜩할 정도로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하지만 소월이는 아직 오빠를 몰라.”그는 갑자기 포악해지더니, 손으로 여자의 얼굴을 조르고 눈빛도 무서워졌다.“난 내가
다가오는 여자를 거절하지 않는 전연우가, 장소월의 몸에 손대기 전에 얼마나 많은 여자와 침대에 올랐는지는 모르는 일이다.그런 전연우을 하찮게 여기면서, 장소월은 자기 자신도 더럽다고 생각했다.두 사람은 애초에 모르는 사이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아래층에서도 인기척이 들렸어. 연우 또 소월이 괴롭히는 거야?”강만옥의 하늘하늘한 목소리가 문밖에서 울려 퍼졌다. 그녀가 문 앞에 다다랐을 때, 눈앞의 광경을 보고도 전혀 놀란 기색 없이 웃으며 전연우 곁으로 걸어갔다.“왜 어린 애를 이 지경까지 몰아세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찾아오지.”남자를 바라보는 강만옥의 눈빛에는 애틋함과 끈적함이 가득했다. 바보라도 둘 사이에 은밀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나가! 미안하지만 여기는 내 방이야. 두 사람이 무슨 얘기를 하든 이 방에서 나가줘.”장소월은 손에 있던 커터칼을 내려놓았지만 하얀 목에는 안타깝게도 상처가 났고, 피가 새어 나왔다. 그녀의 눈에는 혐오감이 가득했다. 이미 극도로 뒤틀린 관계들은 불분명하고 서로 얽혀 있었다. 이 집은 이미 썩어빠진 늪지였다. 모두가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날 수 없는 늪지.“소월아, 이 칼 함부로 갖고 놀면 안 돼. 그러다 다치면 어떡해?”강만옥은 일부러 그녀를 자극하려는 듯, 떠날 생각이 전혀 없었다.“두 사람이 안 나가면, 내가 나가. 이 방에서 둘이 뭘 하든 마음대로 해.”두 사람만 보지 않을 수 있다면, 장소월은 어디에 있든 상관없었다.장소월이 전연우의 곁을 지날 때, 남자가 손을 뻗어 잡으려 하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칼로 방어했다. 장소월이 진짜 자신을 공격할 거라 예상하지 못한 전연우는 손등을 긁히고 말았다.장소월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겉으로는 담담한 척 그를 쳐다보았다. 마치, 진짜 내 몸에 손대면 죽여버리겠다는 눈빛이었다.전연우는 눈빛이 차가워졌고, 이미 멀리 도망친 장소월을 보며 눈동자가 더욱 짙어졌다.그리고, 강만옥의 뺨을 짝 때렸다!그녀는 중심을 잡지 못하고 그
장소월은 아침 8시 30분에 일어났고, 경호원들은 밖에서 들어오는 그녀를 보고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 거실에서 하인은 이미 아침 식사를 마쳤다. 장소월이 현관에 들어갔을 때, 위층에서 쨍그랑하고 뭐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전연우는 소파에 앉아 경제신문을 보고 있었다. 그는 등을 돌린 채 고개도 돌리지 않고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거기 서, 아침 먹고 올라가.”부엌에서 바삐 돌아치던 오 아주머니도 장소월이 온 것을 눈치챘다. 식탁의 음식들은 확실히 풍부했다. 모두 장소월이 전에 즐겨 먹던 음식들이었다.“고맙지만, 난 이미 옆집에서 국수 먹고 왔어.”탁하는 소리와 함께, 전연우는 신문을 덮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강한 기세를 풍기며 그녀에게 다가갔다.“앞으로 저녁에 함부로 돌아다니지 마.”장소월은 그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위층으로 올라갔다.복도의 손잡이를 잡고 걸어 올라가더니 다시 멈춰 서서 말했다.“앞으로 음식은 제가 직접 할 테니 따로 준비하지 말아 주세요. 음식에 더러운 약이라도 있을까 봐 무서워요.”쨍그랑, 주방에서 식판을 준비하던 오귀화는 실수로 손에 쥔 물건을 바닥에 떨어뜨렸고, 그대로 두 동강이 나버렸다.30분 후, 예약한 한의사가 제시간에 별장에 도착했다.장소월은 전화를 받고 직접 내려갔다.상대방은 머리가 희끗희끗한 80대 노인이었다. 손에 의료 상자를 들고 있었고, 장소월이 손을 내밀어 받으려 하자, 노인은 거절했다.“이 약상자는 십 킬로가 넘어요. 젊은 아가씨가 들기 어려워요. 어서 환자분에게 안내해주시죠.”“네.”장소월은 의사를 데리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의사가 장해진에게 진맥을 보고, 또 침을 놓아주니, 손발 경련 증상이 많이 호전되었다.“선생님, 아버지 어떠세요? 언제쯤 좋아지실까요?”“기혈이 약하고, 간과 신장도 많이 쇠약해요. 이건 평소 식습관 때문이에요. 게다가 경맥폐색 증상도 있어 방금 침을 놓았어요. 제 처방에 따라 약을 마시는 것 외에, 따로 제가 혈자리 지도를 드리죠. 환자의 몇몇 혈자리를
장소월은 의사가 알려준 대로 뒤뜰에서 한 시간 넘게 약을 달이느라 바빴다.이때, 하인이 다가왔다.“아가씨, 저희가 할게요. 이런 일은 아랫것들이 해야죠, 어떻게 아가씨가 직접 나서요?”“전 괜찮으니까, 다들 가서 일 보세요.”또다른 하인이 다가오더니 장소월에게 말했다.“아가씨, 강 대표님 오셨습니다. 도련님께서 맞이하고 계세요.”“알겠어요. 바로 갈게요.”약을 다 달인 후, 장소월은 약을 들고 아래층이 아닌 위층으로 향했다. 하인을 불러 강영수를 자기 방으로 불렀다.방 탁자 위에는 그들이 약혼할 때 찍은 사진들이 놓여 있었고, 한쪽의 이젤은 흰 천으로 덮여 있었는데, 이것은 그녀가 원래 강영수에게 주려고 했던 선물이었다. 하지만 그날 약혼연회에 강영수가 없어서 장소월은 도로 가져왔다.강영수는 그녀의 방에 들어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장소월을 뒤에서 와락 껴안았다.장소월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고는 여자의 체향을 맡았다.“미안해, 회사에 일이 있어서 너한테 못 갔어. 이번에는 언제 돌아갈 거야? 내가 곁에 있어 줄게.”장소월은 몸을 돌려 그의 품에서 나오더니, 얼굴에는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앞으로 파리 못 갈 것 같아. 아버지가 아프셔서 집에서 돌봐야 해. 의사 선생님이 3개월 안에 회복하실 거라 그랬어.”강영수는 미간을 찌푸렸다.“장씨 가문에 하인이 이렇게 많은데, 네가 왜 이런 일에 시간을 낭비해? 그림 배우는 건 네가 늘 꿈꾸던 일이잖아? 그래도 걱정된다면 아버님을 병원에 보내고, 강씨 가문 사람들이 돌봐도 돼.”장소월은 조용히 그를 보더니 갑자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의 눈빛에는 약간의 당황함이 비쳤다.강영수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왜 그렇게 쳐다봐? 왜 그래? 혹시 무슨 일 있어?”장소월은 조용히 고개를 가로저었다.“그럼 부탁할게.”“바보야, 우리는 이제 한 가족이야. 나한테 그런 말 할 필요 없어. 네 아버지는 곧 내 아버지니까, 내가 당연히 돌봐야지.”강영수는 곧 사람을 불러 장해진을 강씨 가문이 투자한
“조금 전에요. 지금 나가시면 만날 수 있을 거예요.”“네, 감사합니다.”강영수는 의자 등받이의 양복을 집어 들고 곧바로 쫓아갔다.입구에는 오가는 차량만 있을 뿐,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휴대폰을 들고 전화를 걸었지만, 전원이 꺼졌다는 알림음만 돌아왔다.강영수는 몇 번이나 전화를 걸었지만 여전히 통하지 않았다.사실, 강영수가 뒤돌아본다면, 장소월이 그의 뒤에서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다는 것을 한눈에 볼 수 있을 것이다.그는 장소월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집에 도착하면 전화해 줘.」「진봉에게 파리로 가는 티켓 예약하라고 할게. 진봉이 널 공항으로 데려다줄 거야.」메시지를 보낸 그는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차에 올라 액셀을 밟고 떠났다.휴대폰을 들고 있는 장소월의 손에 조금씩 힘이 들어가더니 손끝이 하얗게 변했고, 가슴의 통증이 일파만파 퍼졌다.사실 강영수가 전화를 받으러 갔을 때, 장소월은 그를 몰래 따라갔고, 통화내용을 모두 들었다.지금 그와 약혼을 한 사이지만, 장소월은 자신이야말로 다른 사람의 감정에 개입한 제삼자 같았다.김남주의 등장과, 그들 사이의 과거는 전부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었다.하지만 그 아이는?장소월은 더 이상 자신을 속일 수 없었다.어쩐지, 전연우가 그녀가 끼고 있던 약혼반지를 버리더라니, 사실 그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장소월은 마치 바늘에 찔린 것 같은 가슴을 움켜쥐고 초췌한 모습으로 떠났다.‘아버지가 깨어나면, 마지막으로 도와달라고 해야겠어. 그럼 앞으로... 영수와 인연을 끊을 수 있어.’장소월은 매점에서 맥주 몇 캔을 사서 들고는 강가로 향했다.이 시간에 산책하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장소월은 허이준에게 전화를 걸었다.작업실에 있던 그는 하던 일을 멈추고 전화를 받았다.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술기운이 섞인 목소리가 천천히 울려 퍼졌다.“이준아, 너 티켓 예매할 줄 알아?”그녀의 말투는 조금 이상했다.“무슨 일 있어?”“아니, 아버지는 이미 영수가 병원으로 모시고 가서 보살펴주고
봄바람이 불자, 소녀의 체향과 술 냄새가 뒤엉켜 스며들었다.남자는 강한 힘으로 땅바닥의 여자를 잡아당겼다. 장소월이 똑바로 서지 못하고 넘어지려 하자, 남자가 그녀의 허리를 잡아주었다. 얇은 옷감 사이로 그녀의 체온을 느낄 수 있었다.전연우는 그녀가 들고 있는 맥주를 빼앗아 보더니 말했다.“한 캔 마시고 이렇게 취한 거야? 주량도 그대로고, 머리도 여전히 둔하네.”나지막한 그의 목소리에는 아무런 감정도 깃들지 않았다.“쓸데없는 일에 참견하지 마. 원한다면 줄게. 좋게 말하면 될 것을 왜 욕하고 난리야?”장소월은 술에 취해 그를 밀치고,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몸을 돌려 한쪽 팔걸이를 짚으며 계단을 올랐고, 나무 의자에 앉아 두 발을 웅크리고는 치마를 정리했다. 다리 사이에 얼굴을 파묻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여전히 무슨 일이든 마음속에 담아두는 스타일이었다. 술에 취했어도 묵묵히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가로등 아래, 짙은 색 캐주얼 차림의 전연우의 큰 그림자가 여자의 연약한 몸을 감쌌다.“언제까지 여기 앉아 있을 거야? 집에 안 가?”한참 후에야, 장소월의 우울한 목소리가 들렸다.“나 집이 없어.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어. 엄마가 살아 계셨다면 얼마나 좋을까. 절대 날 내버려 두지 않으실 텐데...”전연우는 그녀와 함께 의자에 앉았다. 보기 드물게 인내심이 강한 모습이었다. 장소월은 남은 맥주를 마시고 나니 제대로 취기가 올랐다.지금 벌써 11시가 되어가고 있으니, 공원 호수 주변은 이미 텅텅 비었다.전연우는 그녀를 안고 조수석에 앉혔다. 만취한 장소월은 절대 술주정을 부리지 않았고 조용히 잠을 잤다.예전의 장소월은 아무리 오만방자하게 굴었어도, 남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절대 밖에서 취하는 일이 없었다. 두 번의 인생을 통틀어 밖에서 인사불성이 되도록 술을 마신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전연우가 손을 빼려는데, 여자가 갑자기 그의 옷 소매를 잡았다. 장소월은 갑자기 고개를 돌
장소월은 몸을 비틀며 울음소리를 냈다.전연우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쇠사슬에서 빠져나온 짐승처럼 하체의 금속 지퍼를 내리고, 다른 손으로 그녀의 긴 다리를 들어 올려 미친 듯이 입을 맞추었다.장소월은 아랫도리에 뭔가가 밀려 들어오는 것을 느꼈고, 순간 눈이 맑아지더니, 괴로워서 아랫배를 쭉 내밀었다.‘전연우? 왜 이 인간이?’“윽!”그 따끔거리는 느낌은 곧 사라졌고, 장소월은 숨 막히는 키스에 질식할 지경이었다. 숨이 차오르고, 알코올은 뇌를 마비시켰고, 그녀는 정신이 혼미했다. 온몸이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가벼웠다.끈적끈적한 물소리, 거친 동작에 차 전체가 흔들리고 있었다...“그만해!”장소월은 무언가를 잡으려고 손을 뻗었지만 헛수고였다. 마치 차가운 물 위에 뜬 것처럼 오르락내리락하다가 익사할 것 같았다.마지막 물결이 밀려오자 장소월은 기절했다.다시 깨어났을 때는 이미 낯선 환경이었다.그녀의 앞에는 남자의 잘생긴 옆모습이 보였다. 고개를 들어보니, 그녀는 남자의 품에 안겨 있었다. 남자의 목에는 몇 가닥의 스크래치 자국이 있었고, 그는 주름진 옷을 입고 있었다. 눈을 질끈 감은 채 잠을 설친 듯했다.장소월은 뒤늦게 깨닫고 깜짝 놀라 그를 밀쳐냈다.“어떻게...”그녀가 허전한 앞가슴을 만져보니 속옷의 속박에서 벗어난 상태였다. 눈앞의 남자를 몇 초 동안 멍하니 바라보다가, 손바닥을 들어 전연우의 얼굴을 때렸다.“전연우 이 짐승 같은 놈. 변태!”“어떻게 나한테 이런 짓을 해? 난 네 동생이잖아!”전연우는 옷 단추를 천천히 잠그며 말했다.“어젯밤에는 네가 원한 거야. 기억 안 나?”장소월은 미친 듯이 그의 멱살을 잡았고, 붉어진 눈가에는 눈물이 넘쳐 흘렀다. 눈앞의 사람을 당장이라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그럴 리가... 분명 네가 강요한 거야.”“내가 어떻게...”전연우는 단추를 잠그고 나서, 그녀의 손을 잡고는 한 곳을 향해 눈길을 돌렸다.“저기 카메라도 있어. 어젯밤에 누가 간절히 원했는지 한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