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윤서가 자살 시도를 한 건가?인사를 하기도 전에 전연우와 백윤서는 병원으로 들어가 버렸다.장소월은 종래로 이렇듯 만신창이가 된 백윤서의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직접 보지 못했다면 절대 믿지 못했을 것이다.백윤서는 전연우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다. 그런데 왜 저 지경이 되도록 놔뒀단 말인가?강영수의 목소리가 들려와서야 그녀가 정신을 차렸다.“가서 볼래?”장소월이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잘 해결하겠지.”이건 그들 두 사람 사이의 일이다. 장소월은 조금도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이번 백윤서의 상처는 저번보다 훨씬 더 깊었다.그녀의 상처 소독을 맡은 간호사의 이마가 찌푸려졌다. 얇은 팔목에 나 있는 원래 상처 위에 또 날카로운 칼을 그었으니 살에 파묻혀있던 봉합선이 끊기고 허연 뼈가 드러났다.간호사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생명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귀중한 거예요. 이렇게 자해하면 남자친구가 얼마나 마음이 아프겠어요!”요즘 세상엔 자살 시도를 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잔혹하게 자신의 몸에 상처를 입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간호사가 남자친구를 언급하자 백윤서의 얼굴에 빙그레 미소가 지어졌다. 그녀가 옆에 서 있는 남자의 손을 잡으며 그를 바라보았다.“맞아요. 제 남자친구는 저밖에 몰라요. 이번엔 제가 너무 충동적이었어요.”지금의 백윤서와 오늘 아침 전연우 앞에서 울며불며 소리를 지르던 백윤서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간호사가 전연우를 나무랐다.“앞으론 여자친구한테 더 신경 쓰세요. 만에 하나 살리지 못한다면 평생 후회할 거예요.”전연우는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백윤서는 전연우를 두둔하고 나섰다.“오빠 탓이 아니라 다 제 잘못이에요. 오빠, 저 목말라요. 물을 한 컵 가져다줄래요?”전연우는 복도에 놓여있는 정수기에서 물을 받으러 병실을 나섰다.백윤서와 간호사가 그 뒤로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는 모른다. 전연우가 돌아왔을 때 간호사는 이미 자리를 뜬 뒤였다.전연우는 컵에 빨대를 꽂은 뒤 백윤서에게 건
“손 함부로 움직이지 마.”전연우가 백윤서의 손을 멈춰 세우고 그녀의 앞에서 전화를 받았다.“의부님.”전연우는 이어 그녀를 살짝 밀어내고 자신의 손목을 꽉 움켜쥔 손을 뿌리치고는 창문옆 발코니로 걸어갔다.그들의 통화 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희미하게나마 들을 수 있었다. 문이 닫히는 찰나, 인시윤이라는 세 글자가 백윤서의 귀에 들어왔다.장해진이 말했다.“미국 연수는 너한테 인맥을 넓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야. 직위는 걱정하지 마. 내가 이미 잘 안배해 두었으니까.”“의부님의 결정이신가요, 아니면 인씨 가문의 결정인가요?”“인시윤은 인씨 가문의 후계자이고 넌 내 아들이야. 난 소월이보다 널 더 심혈을 기울여 키웠어. 그러니 내 고생을 헛되이 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번 일은 그렇게 결정하는 거로 해. 소월이와 영수의 약혼식이 끝나면 너도 시윤이와 같이 미국으로 떠나. 회사 일은 잠시 내가 진봉에게 맡기마. 진봉은 몇 년 동안 함께 일한 네 심복이니 너도 안심할 수 있겠지.”“알겠습니다. 생각해보겠습니다.”“처신을 잘하는 게 좋을 거야. 인시윤과 더 많이 접촉하도록 해. 강씨 집안과 인씨 집안 모두와 손을 잡는 건 우리한테 분명 도움이 될 테니까. 업계에서 견고하게 자리 잡으려면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해. 쓸데없는 사람한테 네 시간을 낭비하지 마. 끊기 힘들다면 내가 대신 네 주변을 깔끔하게 처리해주마.”“네.”전연우의 눈가에 의미를 알 수 없는 그늘이 드리웠다. 그는 장해진이 전화를 끊은 뒤에야 핸드폰 화면을 껐다.전연우가 병실로 들어가자 백윤서는 상처받은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오빠도 떠나려고요? 소월이를 가질 수 없게 됐으니 이제 인시윤한테 가려는 거예요? 오빠, 절대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주지 않겠다고 약속했잖아요.”전연우는 그녀가 얼마나 들었는지 알 수 없었다. 그가 초지일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다음에 얘기해.”“인시윤과 결혼하려는 거죠? 권력과 부를 위해!”백윤서가 흥분하며 소리 지르자 피가 링거 관을 타고 역류했다.
그때, 서철용의 핸드폰으로 재미있는 문자가 도착했다.감옥에 들어갔던 김남주가 출소했다는 내용이었다.참으로 흥미롭다.하필 약혼식이 한 달 남은 지금 모습을 드러내다니.이렇게 빨리 움직이려는 건가?“서 선생님, 황유나라는 아가씨가 선생님을 찾아왔습니다.”서철용이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으며 조교에게 물었다.“어디에 있어?”“선생님의 사무실에 모셔다드렸습니다.”“그래.”서철용이 사무실에 들어가니 누군가와 똑 닮은 여자의 뒷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여자는 옅은 색 원피스에 금색 긴 머리를 늘어뜨리고 팔짱을 끼고 있었다. 등 뒤에서 들려온 발걸음 소리에 황유나가 몸을 돌렸다.“오랜만이에요. 서 선생님.”흥분감이 가득 섞여 있는 목소리였다.서철용이 손을 저어 자신을 따라온 조교를 돌려보내고는 사무실 문을 닫았다.“황유나 씨, 3년 만에 뵙는군요. 보아하니 회복이 잘 된 것 같네요. 여긴 무슨 일로 오셨어요?”황유나가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그에게 다가갔다.“그때 왜 나한테 말하지 않았어요? 이 얼굴의 주인과 아는 사이라고 말이에요! 귀국한 뒤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따가운 눈총을 받았는지 알아요?”서철용이 덤덤한 웃음을 지으며 손에 쥐고 있던 검사 차트를 책상에 내려놓았다.“우리 성형외과는 고객님의 생각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당시 표본은 고객님께서 직접 선택하셨고 전 그 선택을 존중했습니다. 그런데 왜 이제 와 저에게 책임을 묻는단 말입니까?”그 말에 황유나는 더더욱 분노가 치밀었다.“네. 맞아요! 하지만 난 AI가 임의로 합성한 사진인 줄로 알았다고요! 그때 아는 사람의 얼굴이라고 말해줬다면 난 결코 그 얼굴을 선택하지 않았을 거예요. 이건 분명 병원 책임이에요!”서철용이 전혀 개의치 않는 듯 실실 웃으며 한 손으로 그녀를 확 끌어당기고는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섰다.황유나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채 그를 경계하며 뒤로 물러섰다.“당신... 뭐 하려는 거예요!”허리가 책상에 부딪혀 더이상 물러설 수 없었다. 그녀가 다른
이후 회복기 3개월을 보내고 살펴보니 확실히 그는 실망시키지 않았다.황유나는 서철용의 그 말을 3년 내내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었다.그녀가 부자연스러운 얼굴로 남자의 시선을 피했다.“왜 피해요?”매혹적인 목소리가 귀를 간지럽혔다.남자가 황유나의 턱을 들어 올리자 그녀의 얼굴에 발그레 홍조가 일었다. 입술에 부드러운 감촉이 전해진 순간, 그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그가...황유나가 채 반응을 하기 전에 남자가 현란한 스킬로 여자의 입술을 열고 거칠게 몰아붙였다.황유나는 저도 모르게 끓어오르는 욕망에 남자의 키스를 받아주었다.그녀가 순순히 응하자 키스가 더더욱 깊어졌다. 다가오는 여자는 종래로 거절하는 법이 없는 서철용이다.남자의 손이 돌연 황유나의 치마 밑을 휘젓고 들어가 여자의 탐스러운 엉덩이를 어루만졌다.황유나가 거친 숨을 내쉬며 잠시 입을 뗐다.서철용이 눈을 맞추며 말했다.“침대로 올라갈까요?”황유나가 쑥스러운 듯 발그레해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서철용은 그녀를 번쩍 들어 올린 뒤 사무실에 숨겨진 은밀한 방으로 들어갔다.여자의 몸이 거칠게 침대에 던져졌다. 침대가 움푹 파여 내려갔다가 다시 위로 튕겨 올라왔다. 남자가 숨 쉴 틈도 주지 않고 여자의 몸을 돌린 뒤 마지막 남은 얇은 속옷을 벗겼다.아랫배에서 무언가를 느낀 황유나가 침대 시트를 꽉 움켜쥐었다. 오랫동안 하지 못한 탓에 찢어질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한 번 또 한 번, 점점 더 거세지는 강도와 함께 쾌감 또한 점점 더 극에 달하고 있었다. 마치 하늘 위 구름 사이를 거닐다가 단번에 지옥으로 떨어지는 것을 반복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얼마가 지났을까, 그녀가 화끈 달아오른 몸을 가누지 못해 힘들어하고 있을 때, 남자가 돌연 움직임을 멈추었다.“계속해요. 나 괴롭단 말이에요.”문 앞에 나타났다가 다시 사라지는 사람을 본 순간, 몸 아래에서 애원하고 있는 여자에게 흥미가 떨어져 버렸다.서철용은 단정히 옷을 입고는 침대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배은란은 의자에 앉아
“이거 놔!”그의 것이 아닌 향수 냄새가 배은란의 코를 찔렀다. 목과 셔츠엔 여자의 립스틱 자국까지 남아있었다. 두 사람이 그 방에서 얼마나 격렬히 엉켜있었는지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었다.배은란은 그의 품에서 도망치려 몸부림치며 역겨움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그를 쏘아보았다.“질투하는 거야?’배은란의 손톱이 그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요망스러운 얼굴에 생채기가 나자 서철용은 따끔함에 얼굴을 움켜쥐었다. 그 사이에 배은란은 곧바로 몸을 일으켜 셔츠를 정리하고는 분노에 찬 얼굴로 힘껏 그의 따귀를 내리쳤다.“그 더러운 손으로 나 만지지 마!”서철용의 얼굴이 충격에 한쪽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는 분노하기는커녕 허허 웃으며 말했다.“너무 살살 때렸어. 난 형수님이 날 거칠게 굴렸으면 좋겠는데?”그 허기짐과 욕망이 가득 담긴 눈빛엔 흥분감까지 일렁이고 있었다.배은란이 이마를 찌푸리고 미치광이를 보는 듯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저번 두 번은 내 뜻이 아니었어. 당시 우리 사이의 일은 없었던 걸로 생각할 거야. 그 사진들로 날 협박한다고 해도 난 너와 타협하지 않아.”그녀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난 지금 너와 민용 씨가 형제라는 것 때문에 애써 부드럽게 말하고 있는 거야. 성욕을 채우기 위해 여자와 침대에서 뒹군다고 해도 널 말릴 사람은 없어.”“난 지금도 앞으로도 네 형수야.”무슨 일이 생기든 그녀는 절대 민용과 이혼하지 않을 것이다.서철용은 떠나는 사람을 쳐다보며 엄지손가락으로 얼굴 상처를 쓸어내렸다. 손가락에 묻은 피를 보며 그가 미치광이처럼 웃어댔다.등 뒤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에 배은란은 역겨움이 극에 달해 걸음을 재촉해 엘리베이터에 들어가 하강 버튼을 눌렀다.문 앞 휠체어에 앉아 기다리고 있는 남자를 본 그녀는 곧바로 마음을 다잡고 그에게로 걸어갔다.배은란이 마스크를 하고 있는 서민용의 수건을 정리해주며 말했다.“아버님의 일은 도련님에게 얘기했어. 책임지고 보살필 거야.”서민용이 말했다.“떠나기 싫으면 억지로 떠나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을 초대해야 해? 약혼식일 뿐이잖아.”아직 물이 마르지 않아 장소월은 한 번 본 뒤 제자리에 내려놓았다.“당연하지. 넌 강씨 가문 사모님이 될 사람이야. 언젠가는 이 사람들과 접촉하게 될 거야. 리스트를 봐. 혹시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으면 내가 바로 지울게.”A4 용지 위에 사람들의 이름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장소월이 고개를 저었다.“약혼식이 이렇게 복잡할 줄은 정말 몰랐어. 내가 맡아 했다면 머리가 터져버렸을 거야.”그 말을 내뱉는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희미해졌던 옛 기억이 떠올랐다.당시 그녀는 하얀색 원피스를 입고 검은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리고 있었다. 그녀는 대학 졸업식에 가지도 못한 채 전연우의 집에서 결혼식 준비 때문에 바삐 돌아치고 있었다.그녀는 인터넷에서 결혼식에 필요한 물품을 조사했다.그녀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전연우에게 다가가 애교스러우면서도 원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오빠, 결혼식을 하는데 이렇게나 많은 물건이 필요하다고 하네요. 머리가 터져버릴 것 같아요. 이건 청첩장을 보낼 사람 명단이에요. 한 번 봐줘요.”“오빠, 이 답례품 괜찮을까요?”“오빠, 혼인 신고하러 갈 때 이 옷 입고 갈까요?’“오빠, 빨리 카메라를 봐요. 난 우리가 혼인신고를 하는 아름다운 날을 처음부터 끝까지 기록할 거예요. 그리고 매년 결혼기념일마다 오빠와 함께 꺼내 볼 거예요.”장소월은 온몸이 찢기는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왜 갑자기 그런 기억이 떠오른 걸까.장소월은 왠지 전생에 있었던 그 일이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강영수가 고개를 들었다.“왜 그래? 어디 불편한 거야?”장소월이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는 괜찮은 척 미소를 지었다.“아무것도 아니야. 내가 도울 거 있어?”“심심해?”“그냥 돕고 싶어서.”“강씨 가문 예비 사모님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돼. 심심하면 내려가서 TV 봐. 나도 곧 내려갈게.”그가 자신에게 잘해줄수록 장소월은 그에게 빚진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여자 교도소 교도소장이 직접 독방에 갇힌 김남주를 보러 발걸음을 했다. 하지만 안을 들여다본 순간, 그는 깜짝 놀라 하마터면 바닥에 주저앉을 뻔했다. 강씨 가문에서 그녀를 고생시켜야 한다고 특별히 언질을 주었었다. 하지만 결코 죽이라고 하지는 않았다.그가 갑자기 살피러 오지 않았다면 정말 죽어버렸을지도 모른다.오늘은 김남주가 병원에 실려 와 치료를 받고 의식이 돌아온 지 5일째 되는 날이다. 그녀는 그야말로 패닉 상태에 빠져있었다.그녀는 막무가내로 강한 그룹의 대표를 만나야 한다고 고집을 부리고 있다. 하지만 강영수가 어디 만나고 싶다고 하여 만날 수 있는 사람인가.모두가 그녀를 정신병 환자 취급했다.예전 적지 않은 사람들이 TV에서 그녀의 인터뷰를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김남주 같은 사람이 하는 말은 아무도 믿지 않는다. 그저 미치광이로 생각할 뿐.김남주는 정신병원에 던져졌다.한 번 갇히면 기본이 5일이었다.그녀는 침대에 묶인 채 강제로 진정제를 투여받았다.김남주는 이곳에서 괴로운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남자 의사를 만날 때면 그가 자신의 몸을 범하는 것까지 인내해야 했다. 그녀는 이런 모욕을 혼자 쓸쓸히 감당하고 있었다.이 모든 고통은 강영수가 그녀에게 안겨준 것이다.그녀는 매일매일 사람들에게 짓밟혔다. 겨우 딱지가 앉은 상처에 또다시 날카로운 칼날이 파고들었다. 그녀는 자신이 흘린 단 한 방울의 피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언젠가 틀림없이 이 나쁜 놈들이 대가를 지불할 날이 올 것이다!강영수!반드시 날 이런 절벽에 내던진 걸 후회하게 만들 거야!김남주는 아무리 발버둥 쳐도 힘만 빼는 헛수고라는 걸 알게 되었다.하여 오늘 간호사가 진정제를 놓으러 왔을 땐 조금도 반항하지 않고 순순히 모든 걸 받아들였다.설사 의사가 그녀의 몸에 손을 댈지라도 말이다.김남주는 핸드폰을 빼앗겼다. 그녀의 주변엔 도박에 중독되어 매일 돈을 요구하는 아버지 외에 다른 친척이나 친구는 없다.그녀는 이곳에서 나가고 싶었지만 도움을 청할 사람이라곤 단
그녀가 말을 이어 나갔다.“사실 저는 누명을 써서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 거예요. 휴대폰 한 번만 쓰게 해주시면…. 당신이 무슨 짓을 하든 장단 맞춰드릴게요.”“그래도 제가 미덥지 않으시면, 제가 당신의 모습을 보는 게 두렵다면 제 눈을 가리셔도 좋아요. 절대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않을게요. 제가 여기에서 나간다고 해도 당신한텐 피해 없도록 할게요.”설광수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그는 다시 한번 용기를 내 병상 쪽으로 걸어왔다.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그녀의 가슴 쪽을 더듬거렸다.김남주는 매혹적인 교성을 내며 가볍게 콧소리를 냈다.“더~ 조금만 더 세게.”남자의 눈빛 속에서 점점 정복욕이라는 것이 피어오르기 시작하더니 손길이 점점 더 거칠어지기 시작했다.욕망이라는 감정에 꺼지기 힘든 불이 붙으며 타오르기 시작했다.김남주는 아무렇게나 휘둘리는 장난감과도 같이 그녀의 몸 위에서 악취를 풍기며 위아래로 움직이고 있는 한 남자를 감당하고 있었다.그 공허하고 텅 비어버린 눈빛은 흉악해 보이기도, 약간은 사나워 보이기도 했다.강영수... 평생!우리는 절대 죽지 않아!시간은 어느덧 한 시간이나 흘러버렸다. 김남주의 몸 위에서 상하운동을 반복하던 그 남자는 그제야 움직임을 멈추고 그녀의 몸 위에서 내려왔다.흐트러진 옷매무시를 가다듬더니 친절하게도 김남주의 몸을 닦아주었다.김남주는 가쁜 숨을 헐떡이며 얘기했다.“제가 부탁한 일 잊으시면 안 돼요.”남자는 대답 한마디 안 하고 조용히 자리를 떴다.다음 날, 잠에서 깬 김남주의 손에 채워져 있던 수갑이 풀렸다.수갑을 풀어준 간호사가 얘기했다.“요즘 컨디션 괜찮아 보이셔서 우선 수갑 풀어드릴게요. 하지만 또 소리 지르시면서 액팅 아웃 증상 보이시면 다시 수갑 채워드릴 수밖에 없어요.”김남주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침대에서 일어나 앉아 수갑이 사라진 자기 손목을 어루만졌다. 간호사가 주는 약을 건네받은 그녀는 익숙하다는 듯 약을 한입에 털어 삼켰다.간호사가 자리를 뜬 것을 확인한 그녀는 베개 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