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사령관의 등장을 가장 기대한 사람은 우해룡이었다.그는 지금 자신의 성적이 너무 부진해서 탈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만약 최 사령관님을 만나면 그에게 아부해 현무에 남을 기회를 잡을 수도 있었다.그 외에도 강동일도 아주 기대하고 있었다.강씨 가문을 대신해 최 사령관님과 만나 친분을 쌓으면 강씨 가문도 막강한 빽을 갖게 될 수 있었다.때가 오면 강씨 가문이 손가락만 튕겨도 우씨 가문과 그 일가를 몰살시켜 버릴 수 있는 힘을 키울 생각이었다.물론 최아현과 최서준을 죽이는 건 아마 손바닥을 뒤집는 것처럼 쉬워질 것이다.여기까지 생각한 강동일은 점점 더 기대에 부풀어 올랐다.터벅 터벅 터벅...느린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자 모두 가슴이 떨리고 숨이 막혀왔다. 그들은 눈도 깜빡이지 않고 앞만 바라보았다.그 발걸음 소리는 온몸의 혈압을 치솟게 하듯 그들의 심장을 지르밟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염부용은 발걸음 소리의 주인공 최서준을 보고 다급하게 앞으로 다가가 정중하게 경례를 하며 말했다.“총사령관님 오셨습니까.”그 순간 우해룡은 쿵쾅 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서는 살며시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곁눈질했다.그는 염부용이 경례를 올리는 사람의 얼굴을 보고 경악했다. 어안이 벙벙해서 마치 번개를 맞은 것처럼 뇌가 윙윙거렸다.“왜... 왜 쟤가 여기에?”그는 귀신이라도 본 표정으로 무의식적으로 눈을 비볐다. 멍청한 얼굴에 자리 잡은 두 눈에서 믿을 수 없다는 눈빛이 터져 나왔다.‘최서준. 쟤... 쟤가 현무의 총사령관이라고?’이 순간 우해룡의 마음은 혼란의 파도로 가득 차 있었다.그는 자기는 이미 끝났다는 것을 깨닫고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쓰러졌다.강동일도 우해룡과 마찬가지로 최서준을 본 순간 몸이 얼어붙은 것처럼 꼼짝할 수가 없었다.그도 너무 놀란 나머지 경악한 표정으로 땅바닥에 주저앉아 심하게 몸을 떨어댔다.‘저 자식이 현무의 총사령관이라니.’‘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어떻게.’이 순간 강동일
최서준은 명령을 내렸다.“저놈을 끌어내.”염부용은 그 즉시 부하에게 우해룡을 들어 올려 밖으로 내보내라고 명령했다.강동일도 무릎을 꿇고서는 머리가 땅에 닿도록 절하며 말했다.“사령관님 죄송합니다. 제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제발 저를 용서해 주십쇼.”이 순간 강동일의 얼굴에는 후회가 가득했다.최서준의 정체를 더 일찍 알았더라면 그는 아무리 담이 커도 감히 최서준의 주의를 끌지 않았을 것이다. 당연히 그는 최서준에게 원한을 품을 감량도 안 되었다.일전에 최서준에게 복수하겠다는 생각을 품었던 스스로를 한 때려주고 싶었다.“강동일. 그때 저녁 파티에서 내가 너에게 교훈을 줬으니 그 후에는 자중할 거라고 생각했어.”“근데 내가 예상하지 못한 건 그 후에 사람들을 이끌고 우씨 가문을 공격하고 나에게 복수하려고 했다는 거야.”최서준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너 같은 탐욕스럽고 음란한 멍청이는 반드시 엄벌을 받아야 해.”“끌고 가서 내 명령이 있을 때까지 가둬 놔.”곧 강동일은 한 마디 반항도 하지 못하고 강제로 끌려갔다.최서준은 두 사람을 처리하고 남은 사람들을 격려한 뒤 훈련장을 떠났다.테스트 현장.최아현은 초조하게 순서를 기다렸다.그녀는 앞으로 어떤 테스트를 보게 될지 아무것도 몰랐다. 하지만 그녀는 테스트가 쉽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현무에는 아무나 쉽게 들어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그럼에도 그녀는 아무리 어려운 시험이라도 열심히 하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현무에 합류해야만 최서준을 보호할 수 있는 일정한 능력을 갖출 수 있었다.바로 그 순간 화천왕이 잔걸음으로 달려왔다.최아현은 순간 불안해졌다.“화... 화천왕님.”“아현 씨 이렇게 예의를 갖추실 필요는 없습니다.”화천왕은 손을 저으며 아부하는 표정으로 말했다.“편하게 부르세요.”‘응?’최아현은 깜짝 놀랐다.화천왕은 마치 다른 사람으로 변한 듯 그녀에게 정중하게 말했다. 심지어 뭔가 그녀에게 잘 보이려는 것 같았다.하지만 그녀는 더 생각하지 않았고 그
우해룡은 모두의 기대하는 표정을 보고 큰 목소리로 그 총사령관이 사실 최서준이라고 말하고 싶었다.그러나 그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고 할 때 그는 바로 삼켰다.그가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쫓겨나올 때 누군가 그에게 최서준의 신분을 폭로하면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이것은 현무와 총사령관의 지시였다.최서준이 취임식을 하기 전까지 그의 신분은 엄격하게 비밀로 유지되어야 했다.겉보기에 잔잔해 보이는 이 호수 밑에는 실제로 무자비한 괴물들이 있었다. 수많은 적국의 스파이가 암암리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일단 최서준의 신분이 폭로되면 우해룡에게 많은 문제가 생길 것이다.김춘희는 머뭇거리는 우해룡의 표정을 보고 초조하게 발을 구르며 말했다.“빨리 말해 봐.”우해룡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사실 최 사령관님의 절반밖에 보지 못했어요.”“절반?”사람들은 그 말에 깜짝 놀랐다.“뭘 절반밖에 보지 못했다는 거야?”우해룡이 말했다.“전 최 사령관님의 얼굴을 절반밖에 못했어요. 당연히 어떻게 생겼는지도 못 봤고요.”그의 말에 모두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반나절이나 안에 있었으면서 고작 얼굴을 절반 밖에 보지 못하다니.하지만 우시화는 계속 궁금해하며 물었다.“해룡아, 총사령관님 나이는 어느정도인 것 같아? 멋있어? 넌 뭐라도 알 거 아니야?”“총사령관님은 젊으셨어. 나보다 어려. 그리고 키도 크고 잘생겼어.”우해룡은 사실을 말했다.우시화는 두 눈을 반짝였다.“정말? 역시 내가 상상한 대로야.”“총사령관님의 얼굴을 한 번이라도 볼 수 있다면 난 죽어도 여한이 없어.”사람들이 수군거리고 있을 때 마침 최아현이 멍하니 걸어 나왔다.우시화는 그런 그녀의 모습에 비웃음을 날리며 위선적으로 물었다.“최아현, 어떻게 됐어? 넌 현무에 들어갔어?”“시화야 왜 쓸데없는 걸 물어보고 그러니?”우씨 가문의 사람들은 경멸하는 말투로 말했다.“저 꼴로 나오는데 어떻게 현무에 들어갔겠어?”“그러게요. 부끄러운 줄도
김춘희는 충격을 받았다. 그녀뿐만 아니라 우씨 가문의 다른 사람들도 모두 깜짝 놀랐다. 그들이 잘못 들은 건 아니겠지?최아현이 정말로 현무에 들어가다니?어떻게 그게 가능한 거지?오직 사실을 알고 있는 우해룡만이 씁쓸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총사령관의 누나인데 왜 현무에 들어갈 수 없겠어요? 그건 식은 죽 먹기 아닌가?’충격을 받은 사람 중에서도 우시화의 표정이 가장 안 좋았다. 이 순간 그녀는 마음속에 솟아 오르는 질투 때문에 얼굴까지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그녀는 항상 최아현을 무시했었다. 밖에서 자란 촌스러운 계집애로 여겼다. 아무리 같은 우씨 가문의 피가 흐르고 있다고 해도 자기와 비교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날 현실이 그녀에게 최아현이 현무에 가입했다고 알려줬다. 이런 현실을 우시화가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아니야.”“절대 아니야.”그녀는 피를 토해내듯 울부짖었다.“걔… 걔가 어떻게 현무에 들어갈 수 있어요.”“지금 내 말을 의심하는 건가요?”우영원은 바로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털썩.우시화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으며 너무 놀라 연달아 고개를 저었다.“아닙니다… 아니에요.”우영원은 흥하고 코웃음을 치더니 최아현에게 말했다.“최아현 씨 열흘 휴가를 드리겠습니다. 주변 정리를 한 뒤 현무 기지로 와서 보고하세요.”그 말을 남긴 뒤 우영원은 사람들을 데리고 떠났다.갑자기 누군가 그녀를 불렀다.“우영원 씨 잠깐만요.”우영원은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 누가 자기를 불렀는지 확인했다. 바로 강운학이었다.강운학은 걸어오면서 말했다.“우영원 씨 내 아들 강동일은 왜 아직도 나오지 않는 거죠?”그는 원래부터 강동일이 현무 훈련에 참여하는 것에 기대를 품고 있었다.하지만 최아현과 우해룡이 다 나왔고 시간이 늦었는데도 자기 아들 강동일이 나오지 않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그는 어쩔 수 없이 우영원을 붙잡고 물었다.우영원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쪽 아
우해룡의 말에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놀라 멍해졌다. 김춘희는 잘못 들은 줄 알고 물었다.“해룡아, 뭐라고?”“할머니, 저 현무에서 잘렸어요.”우해룡이 애써 눈물을 참듯 겨우 입꼬리를 끌어올려 얘기했다.“뭐라고?”김춘희는 하마터면 그대로 쓰러질 뻔했다. 흥분을 감추지 못한 그녀가 말했다.“어떻게 이럴 수가... 이럴 수가!”우씨 가문 사람들의 표정은 똥을 씹은 것마냥 어두웠다. 그들은 우해룡이 현무에 들어가면 우씨 가문도 다시 번창하리라 생각했다.한껏 들떠있던 기분은 순식간에 곤두박질했다.우해룡은 조심스레 최서준을 보면서 말했다.“제가... 제가 단체 훈련을 할 때 제대로 된 실력을 보여주지 못해서... 총사령관님이 저를 퇴출시켰어요...”“쿨럭!”김춘희는 검붉은 피를 토해내며 그 자리에서 쓰러져버렸다.“할머니!”“어르신!”그 장면에 우씨 가문 사람들은 놀라서 펄쩍 뛰었다.최서준은 시선을 돌리고 최아현에게 얘기했다.“누나, 우리는 이제 가요.”최아현은 사람들이 김춘희를 모시고 차에 앉는 걸 보고 그제야 마음을 놓고 최서준과 함께 떠났다.다른 한편, 강씨 가문.강운학은 여전히 아들 강동일이 잡히는 악몽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안돼! 동일이가 왜 총사령관님의 심기를 거슬렀겠어! 그렇게 총명한 애가!”그는 소리를 지르면서 현무 내부로 뛰쳐 들어 무슨 일인지 물으려고 했다.하지만 강씨 가문 사람들이 그를 겨우 말렸다.“가주님, 흥분하지 마세요. 여기는 현무예요. 허가가 없으면 들어갈 수 없다고요.”강운학은 겨우 심정을 추스르고 쉰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이제 어떡하지.”“큰 도련님한테 돌아오라고 하셔야죠.”한 사람이 얘기했다.“큰 도련님은 청룡의 성원이니 권력이 어마어마할 겁니다. 그러니 큰 도련님이 나서서 강동일 도련님을 구해주길 바라야죠.”“그러네! 우리 태일이를 잊을 뻔했어!”강운학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흥분 가득한 눈으로 얘기했다. ...돌아가는 길, 최아현은 여전히 현무에 들어갔다는
“여기는 왜 온 거야.”최서준이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최... 최 사령관님. 혹시... 대화 좀 나눌 수 있겠습니까?”우해룡이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들어와서 얘기해.”최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아, 아닙니다. 여기서 얘기해도 됩니다.”우해룡은 고개를 젓더니 갑자기 최서준 앞에 무릎을 꿇고 말했다.“총사령관님, 전에는 제가 뭘 몰라서 사람을 함부로 대했습니다. 제발 저를 용서해 주세요.”최서준의 신분을 알고 난 후, 그는 한시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아무리 최서준이 그를 현무에서 내쳤다고 해도 우해룡은 여전히 최서준이 그에게 복수할까 봐 두려워서 전전긍긍했다. 그래서 김춘희를 병원으로 이송한 후 얼른 달려와 최서준에게 사과하려고 했다.“괜한 생각 집어치워. 이미 벌을 내렸으니 뭘 더 하지는 않을 거야.”최서준이 고개를 저었다.“게다가 너 같은 놈은 그럴 자격도 없고.”그 말투는 상당히 오만했지만 우해룡은 감격할 수밖에 없었다.“감사합니다, 총사령관님. 감사합니다!”“꺼져.”최서준이 명령했다. 우해룡은 더 버티지 못하고 몸을 일으켜 떠났다.이때 욕실에서 최아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서준아, 누구랑 얘기하고 있는 거야?”“아닌데요? 잘 못 들은 거겠죠.”최서준이 말했다.“타올을 깜빡해서 그러는데, 내 침실에 가서 그 핑크색 타올 좀 줄래?”최아현이 물었다. 최서준은 고개를 끄덕이고 그녀의 침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눈앞의 광경에 깜짝 놀랐다.그녀의 침실에는 여러 가지 속옷이 널브러져 있었는데 그중에는 레이스 속옷도 있었다.최서준의 얼굴은 바로 붉어졌다. 그는 얼른 최아현이 말한 핑크색 타올을 찾아 욕실 문앞에서 노크했다.“저기, 타올 가져왔어요.”덜컥.욕실의 문이 열리고 젖은 손이 수건을 향해 뻗어왔다.“들어와서 같이 샤워할래?”최아현이 약간 웃으면서 물었다.“아니요, 괜찮아요.”최서준은 침을 꿀꺽 삼킨 후 억지로 몸을 돌려세웠다.“겁쟁이!”욕실에서 최아현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다른 한편, 강
강태일의 말을 들은 강운학이 물었다.“만약 그 총사령관이 널 만나지 않겠다고 하면 어떡하니.”“무조건 만나야 할 겁니다!”강태일은 차갑게 웃었다.“전 청룡의 사람입니다. 현무는 청룡의 아래 있죠. 게다가 청룡의 총사령관은 패악무독하기로 소문이 났으니 현무의 사람도 두려워할 겁니다.”“그럼 다행이야.”강운학은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다른 한편, 최아현은 샤워를 마친 후 은색의 드레스로 갈아입었다. 굴곡진 몸매가 잘 드러나는 옷이었다.“서준아, 누나 예뻐?”최아현이 당당하게 최서준 앞으로 걸어와 한 바퀴 돌면서 물었다.최서준은 그대로 멍해졌다.지금의 최아현은 평소와 완전 달랐다. 붉은 입술을 보면서 온갖 상상이 다 들었고 그녀의 웃음마저도 관능적으로 느껴졌다.마치 사람을 홀리는 요물 같았다. 최서준의 모습을 본 최아현은 교활하게 웃더니 만족스러운 듯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누나, 어디 선보러 가? 이렇게 입고?”최서준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오늘은 특별한 날이거든. 맞혀봐.”최아현이 웃을락 말락 하면서 말했다.“설마 오늘이 생일이에요?”최서준이 떠보면서 물었다.“아니.”최아현은 밉지 않게 눈을 흘긴 후 의미심장하게 얘기했다.“바보야, 오늘은 네 생일이잖아. 넌 이제 만으로 24살이 된 거야.”그녀가 말하자 최서준은 그제야 떠올렸다.음력 4월 20일.정말 그의 생일이었다.“가자, 누나가 다 준비해놨으니까 오늘은 나만 따라오면 돼.”최아현이 걸어가 최서준의 팔짱을 끼고 별장을 나섰다.그 시각, 상남 무강 일대. 이곳은 습지가 가득하고 숲이 무성한 곳이라 사람이 드물었다.긴 검은색 드레스를 입은 한 여자가 공손한 표정으로 무릎을 꿇고 바닥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앞에서 한 은발의 노인이 얘기했다.“애야, 정말 내 제자가 되기로 결심했니?”은발의 노인은 바로 뱀할멈이었다.그녀는 김지유를 납치한 후 죽여서 그녀의 피로 자기 손녀를 살리려고 했다.하지만 착한 손녀는 자살로서 다른 사람의 무고한 희생을 막았다
“외모가 망가진다고 해도, 죽는다고 해도 괜찮아요!”그렇게 말하는 김지유의 표정은 아주 진지했다. “그 자식은 전생에 무슨 덕을 쌓았길래 이런 복이 있는 건지.”뱀할멈은 가볍게 한숨을 내쉰 후 말했다.“그래, 나와 함께 만곡동으로 가자. 네가 금침독벌레의 인정을 받을 수 있다면 네가 사술파에 들어올 수 있다는 거겠지.”김지유는 몸을 일으켜 천천히 뱀할멈을 따르면서 무강 너머의 세계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눈빛에는 자책과 외로움이 묻어났다. “음력 4월 20일... 네 생일이지. 하지만 그 자리에 같이 있어 주지 못해서 미안해.”...깊은 숲 어딘가.도복을 입은 노인이 커다란 바위 위에 앉아 쉬지 않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런 노인의 입가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죽음의 그림자가 그의 머리 위에 드리워졌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이었다.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노인은 여전히 미소를 띤 채 앞에 있는 여자를 쳐다보았다.흰옷을 입은 여자는 대충 스물다섯, 여섯 정도로 보였는데 얼굴이 아주 예뻤고 청순한 아우라가 있었다. 다만 온몸에서 한기를 내뿜고 있어 마치 천 년 동안 녹지 않은 빙산 같았다.“누구 때문에 다친 거예요.”여자가 차갑게 물었다.“중요하지 않다.”노인이 위로하며 말했다.“청아야, 드디어 종사가 되었구나. 스승으로서 매우 기쁘단다. 26밖에 안 될 네가, 여자의 몸으로 동년배들을 뛰어넘고 먼저 종사가 되다니, 기뻐할 일이다!”“누가 이렇게 만든 거예요.”여자가 또다시 입을 열었다.“콜록. 콜록.”노인이 격렬하게 기침하더니 일어났다.“내가 죽으면 나를 위해 복수하지 마. 날 이렇게 만든 사람은 네 상대가 아니야. 복수는커녕 건드리지도 못할 사람이라고. 내가 수련을 시작한 날부터, 이건 정해진 결과였어. 내가 죽으면 나를 위해 한 달 동안 날 지켜주고 하산해서는 안 된다. 할 수 있겠느냐.”노인은 이제 금방이라도 죽어버릴 것만 같았다. 그는 마지막 희망을 품고 지그시 여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여자는 미간을 약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