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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9화 고청민과의 만남

심지안은 전 과정에 매우 협조적이었다.

의사가 손에 들고 있는 시계의 초침 소리에 맞춰 심지안은 점차 눈꺼풀이 무거워졌고 곧이어 의식이 혼미해졌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부름 소리에 깨어난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의사의 어둡고 복잡한 표정이었다.

“저는 치료 못할 것 같아요. 저보다 실력 좋은 분께 검사 받아봐야겠어요.”

심지안은 어리둥절했다했다. 그녀가 예약했던 이 여의사는 제경 심리학계에서 충분히 유명하다 말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런 분마저 치료하지 못하겠다니, 그렇다면 자신의 정신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정말이라는 것 아닌가.

심지안은 자기 삶에 있어 정신 질환이라는 건 먼일이라고만 생각했었다.

진료실에서 나오니 진유진이 얼른 와서 물었다.

“의사 선생님께선 뭐래?”

“치료 못하겠대. 심리연구소에 가보라는데.”

심지안은 멀뚱멀뚱 앞을 보며 말없이 걸어 나갔다. 그저 묵묵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좀처럼 종잡을 수 없게.

진유진이 발걸음을 멈추더니 중얼거렸다.

“말도 안 돼. 이 의사도 능력이 출중한데.”

전 세계 가장 유명한 심리학자들이 모여있다는 심리연구소는 제경에 위치하여 있으며 1년 내내 받는 환자의 수가 너무 적어 진료받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

그런 연구소를 심지안에게 추천했다는 것은 그녀의 병세가 상당히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진유진은 앞서가는 늘씬한 몸매의 여인을 바라보았다. 부드러운 똑단발의 머릿결이 늘씬한 목선을 드러내 특이한 아우라를 풍겼다.

지안이에게 정신 질환이 있다고?

말도 안 돼.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이 성립되지 않는 답을 마음속으로 부정했다.

“나 물어볼 게 있어. 진지하게.”

심지안이 문득 걸음을 멈추더니 진유진을 바라보았다.

“너 문제 없어. 넌 몸도 마음도 다 건강해.”

진유진이 한발 앞서 격려의 말을 건넸다.

이건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타격일 테니까.

이에 심지안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거 말고.”

심지안은 잘 알고 있다. 자신은 문제없다.

그녀라도 자신을 믿어야 했다.

“그럼 뭘 물어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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