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채린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서서히 사라졌다. 그녀는 기분 상한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무엇 때문에 부끄러워해야 하는데? 여자 탈의실에 간 사람이 나야? 아니면 내가 약을 먹이기라도 했다는 건가?”“저... 저는...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그건 실수였어, 사고였다고! 아직 숫총각인 내가 도무지 그런 짓을 했을 이유가 없잖아!’민채린은 팔짱 끼고,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안철수는 그녀의 말에 자신감을 잃고 반성하기 시작했다. 민채린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닌 것 같았다. 비록 교활한 여우처럼 보일지라도, 지난번 일은 그녀가 주도한 것이 아니었다.“어떡할까요? 제가 책임지면 되는 건가요?”안철수는 허공을 멍하니 바라보며 물었다. 안철수는 상식적으로 부인이 아닌 다른 여자와 관계를 맺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나쁜 남자라고 생각했다.안철수의 말을 듣고 난 민채린은 낯빛이 변하더니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고는 안철수를 향해 다가갔다. 둘 사이의 거리가 급격히 좁혀졌고, 서로의 숨결이 얽히며 분위기가 갑자기 애매하게 달아올랐다.안철수는 오랜 시간 야외 훈련으로 인해 얼굴이 검게 탔지만, 이 순간만큼은 발그레한 빛을 띠었다. 그는 민채린의 눈빛을 피하며 말했다.“채... 채린 씨, 뭐 하려고요?”“나를 책임질 생각 있어?”“모르겠어요.”만약 민채린이 안철수에게 책임지길 원한다면, 그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쳇, 넌 생각이 너무 많아.”민채린은 다시 자리에 앉아, 자신이 새로 한 네일아트를 감상했다.“됐어, 나 아직 놀고 싶어. 말해봐, 나를 불러낸 용건이 뭐야?”“어...”안철수는 뜸을 들였다.‘여우 같은 여자들은 정직한 사람을 만나려고 하는 거 아닌가? 난 누구보다 정직하고 듬직한 사람인데...’“빨리 말해, 나는 시간이 소중해.”“대표님은 채린 씨에게 심지안 씨의 진찰을 맡기고 싶어 해요.”민채린은 눈을 부릅뜨고 동시에 미간을 찌푸렸다.“혹시 심지안이 고청민에게 최면을 당했다는 걸
심지안은 클렌징폼을 짜다가 잠시 멈추고, 문 쪽을 보며 대답했다.“네, 알겠습니다.”“성씨 집안의 그 아이가 성연신과 너 사이에서 태어난 게 확실해?”성동철은 입고 있던 외투를 벗어 옆에 있는 비서에게 건네며 물었다.“네, 저는 이미 우주에게 제가 그의 친어머니라고 솔직하게 털어놓았어요.”심지안은 미소를 지으며 오랜만에 행복한 기색을 보였다.“며칠 안에 시간 되시면 우주를 데리고 찾아뵙겠습니다.”“그럴 필요 없어.”성동철 담담한 표정으로 거절하고 편안한 실내복으로 갈아입고 나왔다.“너는 청민과 계속 무탈하게 살면 돼, 다시는 사고 치지 말고...”“할아버지, 우주를 증손주로 인정하지 않으시는 거예요?”심지안의 얼굴에 번졌던 미소가 굳어졌고, 눈가에는 슬픔이 비쳤다. 성우주가 자신의 아이라는 사실을 확신한 후, 그녀가 가장 먼저 이 소식을 공유하고 싶었던 사람은 바로 할아버지였다. 어쨌든 할아버지의 혈육이니 분명히 좋아하시리라 생각했었다.‘우주가 얼마나 사랑스러운 아이인데... 할아버지께서도 좋아하실 줄 알았는데...’“지안아, 내가 이미 여러 번 말했듯이, 일상의 안정과 평화가 사람의 가장 큰 행복이야. 그 위에 조금의 경제적 여유가 있고, 사랑하는 남편이 있으며, 건강한 가족이 있다면, 그 사람은 이미 인생에서 큰 승리를 거둔 것과 다름없어. 욕심을 너무 부리지 말아라. 모든 것이 완벽하길 바라는 마음이 때로는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가진 것에 감사하며, 현재의 행복을 소중히 여겨라.”성동철은 평생 사업에 몰두하다 보니, 청년 시절엔 아내를 잃었고, 노년에는 딸마저 잃었다. 그는 가족이 함께 건강하게 지내는 것이 진정한 행복임을 깊이 이해하고 있었다. 돈과 명예는 결국 허무하고, 죽음이 닥치면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으니 말이다.하지만 많은 사람은 현재의 생활을 소중히 여기지 않고, 욕심만 부리다가는 결국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다는 사실을 모른다. 아내가 있으면 아이를 원하고, 아이가 생기면 새로운 것에 눈길을 돌리다가 결
“모르겠어요.”그는 사실대로 말하며 허탈하게 웃었다.“그런데 이 방법 말고 다른 방법이 있나요?”“당분간은 없어요.”“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겠어요?”“지금 저를 협박해서 어부지리를 누리려는 거예요?”송준도 고청민의 꾐수를 눈치채지 못한 것은 아니었지만, 단순히 자기 능력만으로 방매향을 데려가는 것이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성연신이 경계를 늦추지 않는 데다가 수년간 비밀 조직의 추적을 피할 수 있다는 것으로부터 방매향의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고청민이 제안한 방법에 대해서도 실험해 보았었다. 먼저 성우주를 유괴하여 성씨 집안을 혼란에 빠뜨리는 것이었다. 때가 되면 방매향이 반드시 아이를 찾으러 나올 것이니 그들은 부근에서 잠복하고 있다가 그녀를 잡아들일 준비를 하면 됐다.정 안 되면 목숨을 목숨으로 바꾸자고 협상하는 방법도 나쁘지 않았다. 방매향을 넘기는 대신 아들의 목숨을 살려주겠다고 제안한다면 성연신도 분명 동의할 것 같았다.방매향은 어쨌든 죽지 않고 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갈 뿐이니 말이다. 하지만 우주가 인질로 잡혀있게 된다면 평생의 트라우마를 남기게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고청민은 모자를 눌러쓰고 한쪽 입꼬리를 피식 치켜올렸다.“제게 어부지리를 누리려고 하는 거냐고 따져 묻기 전에 당신이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는 현실부터 인정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저는 오히려 이 상황에서 가장 활용할 만한 묘책을 바쳤을 뿐이에요.”송준도 반론하지 않았고, 오히려 턱을 만지며 말장난을 이어갔다.“계획대로라면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변혜영을 이 일게 끌어들일 수 있다고 확답을 드리기 어렵네요.”변혜영의 성격은 송준도 감당이 안 될 정도였다. 데이트할 때도 변혜영에게 순순히 양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이 연애에서 여전히 을의 역할을 하고 있었기에, 송준은 자신이 없었다.“충분히 할 수 있어요. 변혜영이 심지안에게 아버지를 뺏길까 걱정하는 마음을 이용해 보세요.”고청민의 손가락으로
변혜영의 곁에 있던 이유비가 그녀의 귓가에 대고 작은 소리로 말하자, 듣고 있던 변혜영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난 그저 붉은 빛이 도는 비취를 보고 싶을 뿐이야, 심지안을 보러 온 게 아니라고!”“하지만 심지안이 아버님의 사랑을 빼앗아 갈까 두렵지 않으세요? 요즘 왕자님도 임시연 씨의 주변만 맴돌고 계시잖아요. 어제 공주님께서 목이 아팠을 때도 전혀 신경 쓰지 않았었죠...”이유비가 일부러 리액션을 크게 하며 말을 덧붙였다.“제가 쓸데없는 말을 한다고 탓하지 마세요. 솔직히 말해서 임시연 씨의 존재는 공주님께 그렇게 해롭진 않아요. 기껏해야 공주님의 새언니가 될 여자니까요. 하지만 나중에라도 지안에게 공주라는 타이틀이 붙여진다면, 공주님의 지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녀는 충분히 공주님을 압도할 수 있다고요...”“말도 안 돼! 아버지는 심지안을 공주로 삼을 리 없어!”변혜영의 반응은 생각보다 더 컸다. 그녀는 분노로 인해 발을 동동 굴렀다. 이번 생에서 그녀가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것은 바로 자신의 왕실 가문과 사랑하는 부모님이었다. 누군가가 부모님의 사랑을 나눠 가질 수 있다는 생각에, 그녀는 상대방을 해치고 싶은 마음마저 생겼다.“하지만... 붉은빛이 도는 비취와 같은 귀중한 물건을 심지안에게 선물했다는 것은 분명 심지안을 상당히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 아니겠어요?”변혜영은 심호흡하고 나서 간신히 자신의 감정을 다스렸다.“더 이상 말하지 마!”“이것이 바로 유명한 붉은빛이 도는 비취군요. 전에는 사진으로만 봤었는데, 실물을 처음 보니 정말 대단하네요.”“그러게요, 저도 똑같이 벅찬 감동을 느낍니다. 조선 왕조 시기, 청나라에서 건너온 것이라고 하던데요? 꽤 오래된 보물이네요.”“모르겠어요. 저는 전해 듣기만 했지, 실제로 이렇게 가까이에서 본 적은 없어요.”“오늘이야말로 진정한 눈 호강이네요. 세움은 역시 업계 큰손이네요.”“붉은빛이 도는 비취와 세움은 아무 상관 없거든요?”“쯧쯧... 심지안 씨가 인생 승
“오늘 바쁜 와중에도 세움의 신제품 출시 행사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세움을 대표해서 맡은 것이 이번이 처음이라 부족한 점이 많을 텐데,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고 조언해 주시며, 지적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하지만 앞으로 더욱 능숙해지고 발전하여 잘 해낼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심 이사님, 너무 겸손하십니다.”“맞아요. 좋은 시간 보내고 갑니다.”“기회가 되면 다음에 만나요.”“지금까지의 경영진들을 능가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세요.”변혜영은 사람들 사이에서 서서, 귀에 들리는 심지안에 대한 찬사가 울려 퍼질 때마다, 전혀 즐겁지 않은 듯 교만한 표정을 지었다.“만약 문제가 있다면 정말 고칠 수 있나요?”이 말이 나오자, 장내 사람들은 잇달아 고개를 돌려 변혜영을 바라보았다. 변혜영은 목을 길게 빼고 그들을 훑어보았다.심지안은 입꼬리를 올리며 애써 웃음을 짓고 있었지만, 눈가에서는 웃음을 찾아볼 수 없었다.“물론입니다.”“그렇다면 이리로 와봐요, 내가 개선할 점을 말해줄 테니까...”“거기서 말씀하셔도 잘 들려요.”“아니, 이리 와보라니까요? 누가 들으면 듣기 싫어하는 줄로 오해하겠네요.”변혜영의 표정은 애교가 넘치고 익살스러웠지만, 그 속에 숨겨진 의도를 분명히 알아차릴 수 있었다.다른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심지안과 변혜영을 바라보았지만, 아무도 개입할 용기를 내지 못했다.심지안은 변혜영에게로 다가가다가 세 걸음 떨어진 거리에서 멈추었다.“이제 얘기해도 되겠습니까?”변혜영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싱긋 웃으니, 한쪽 발을 내밀며 느슨해진 신발 끈을 가리켰다.“느슨하게 묶여 있네요?”“후...”관객들이 일제히 숨을 들이켰고, 공공연히 도발하는 변혜영의 모습에 놀랐다.아무리 공주라고 해도 어떻게 이러한 일을 시킬 수 있을까? 심지안도 저항하지 않고, 그저 참고 넘기려는 듯했다.변혜영은 생각해 보았지만, 결국 심지안에게 실제로 신발 끈을 묶게 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스스로 신발 끈을 묶
변혜영이 어떻게 심지안의 말뜻을 알아듣지 못했겠는가? 변혜영의 얼굴은 창백해지다 못해 붉으락푸르락하였다.‘정말 말주변이 좋다!’변혜영은 뭇사람의 시선에 눈을 질끈 감고는 발끝을 이유비에게로 돌렸다.“뭘 꾸물거리는 거야!”이유비는 대단한 배경이 없었지만, 이렇게 굴욕을 당한 적도 처음이었다.“공주님... 저는...”변혜영의 얼굴이 시커멓게 변했다.“싫다고 말하려는 거야?”“아닙니다, 바로 묶어드리겠습니다.”이유비는 마지못해 허리를 굽히고 주저앉았다.타이트한데다 짧은 드레스를 입은 이유비가 바닥에 주저앉아, 허벅지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어느 각도에서나 속바지가 노출되었다.심지안은 냉정하게 쳐다보며 모두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했다.이유비는 서둘러 변혜영의 신발 끈 묶어주었다. 그러고 나서 두 사람은 더 이상 이곳에 머물 수 없었다. 체면이 깎일 대로 깎인 상황이 되자, 빨리 이곳을 떠나고 싶어 했다.변혜영은 뒤돌아 출구를 향해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그녀는 자신을 반성하기는커녕 오히려 심지안에 대한 원망만 늘려갔다.“거기 서.”변혜영이 고개를 들자, 성연신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났고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쏘아보았다. 변혜영은 가슴이 철렁했고, 목이 뻣뻣해졌다.“뭘 어쩔건데요? 폭력이라도 행사하실 생각이세요?”“아니요...”“그런 것이 아니라면 빨리 비켜줄래요?”변혜영은 은근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다행히도, 성연신은 여전히 아버지에게 약간의 체면을 세워 주네?’“배가 좀 고픈데 먹을 것 좀 가져다주세요.”성연신은 빤히 쳐다보며 분명하게 변혜영에게 말했다.변혜영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조용히 이유비에게 눈짓했다.“빨리 안 가, 꾸물대지 마.”일이 일찍 끝나면 일찍 갈 수 있었다. 어찌 됐든 그녀는 여기에 1초도 더 있고 싶지 않았다. 이유비의 눈이 반짝반짝 빛나는 것을 보면 성연신은 정말 잘생긴 남자인 것이 확실했다.‘나한테 반한 거 아니야?’그녀는 수줍은 표정으로 과자 코너로 가서 작은 케이크와 나이프, 포크를 가져왔다
“놓아줄 수는 있지만, 그 전에 일러둘 게 하나 있습니다.앞으로 심지안에 대해 아무 짓도 하지 마세요. 그녀의 명예나 안전을 위협한다면, 사는 게 죽는 것보다 못하다는 게 어떤 건지 제대로 알려줄 거니까요. 당신 아버지가 나서서 부탁해도 소용없을 겁니다. 오늘은 단지 간단한 경고일 뿐이지만, 이 경고를 무시하고 심지안에게 해를 끼친다면, 다음번에는 이렇게 신사적으로 대하지 않을 것입니다.”성연신의 눈빛에서 서늘하고 차가운 기운이 풍겨 나와 주변에 무서운 분위기를 조성했다. 손에 쥔 포크는 이미 이유비의 손을 깊숙이 찌르고 있었다. 성연신은 마침내 싫증이 난 듯 포크를 휙 던져버렸다. 이유비는 고통을 참으며 그대로 주저앉았다.변혜영은 몸을 떨며 성연신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멋지고 훌륭한 남자가 왜 심지안을 좋아하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사실 변혜영이 처음부터 심지안을 싫어한 건 아니었다. 아버지가 성연신과 일부러 엮으려 했었을 때, 성연신은 그녀는 마음에 들지 않아 했었다. 그럼에도 항상 오만했던 변혜영은 상처받거나 그에게 매달려 슬퍼하지 않았었다.그러나 심지안이 아버지가 밖에서 낳은 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질투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그녀는 늘 심지안에게 기회를 줬지만, 심지안이 그 기회를 소중히 여기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임시연이 임신한 사실을 감추며 자신을 바보로 만들려고 했다고 생각했다.아버지가 무조건 심지안을 믿고 감싸고, 오히려 그녀의 오빠가 외로움을 참지 못하고 임시연과 아이를 가졌다고 꾸짖는 상황이 황당하기 짝이 없다고 느꼈다.이제 그녀는 성연신이 심지안의 안위를 자신의 안위보다 우선으로 본다는 것을 믿을 수 있었다.변혜영은 절대로 성연신을 화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섣불리 행동했다가는 아버지가 그녀를 용서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심지안이 잘난 척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그녀는 분노를 감출 수 없었다.변혜영은 자신이 어떻게 세움 전시회를 나왔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았다. 이유비를 상관하지 않고 궁으
심지안은 언제 오는지도 모르는 성연신을 째려보았다. 어린 꿈나무에게 타격을 주는 행동은 질타받아 마땅하기에 힘껏 성연신의 발을 밟았다.“그만 떠들어요, 피아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잖아요.”“지금 내가 피아노에 대해 모른다고 단정 지은 거예요?”성연신은 오만하게 턱을 올리며 말했다.“나 피아노 실기 급수 10급을 딴 사람인데요?”“그래요? 대단하네요!”심지안이 눈을 희번덕거리며 얼버무렸다.그러자 성연신이 얇은 입술을 일자로 꾹 다물었다가 냉소적으로 물었다.“믿기 어렵나요?”“믿기 어렵네요.”지안은 솔직히 대답했다. 피아노 10급이라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가 모든 면에서 뛰어나다는 사실을 그녀가 인정하기 어려웠다. 비즈니스에서의 성공은 인정할 수 있어도, 예술적 재능까지 겸비하다니!“오늘 귀 호강 제대로 하는 줄 아세요.”성연신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긴 다리를 내딛고 높은 무대로 올라갔다.심지안은 눈동자가 약간 흔들렸다. 심지안은 이 사람이 진심인지 의아해했다.꺼져 있던 무대 조명이 갑자기 밝아지면서 성연신을 비추었고, 그는 피아노 앞에 앉아 있었다. 그는 검은색 정장을 입고 있었으며, 침착하고 매력적이며, 강한 카리스마를 뿜어냈다. 마치 왕자와 같은 태생적으로 고귀함을 풍겼다.심지안은 마음이 움직이며 흥미롭게 지켜보았다.‘정말로? 좋아, 돈 내고 듣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무료로 다시 들을 수 있는 것도 나쁘지 않아.’안철수는 바삐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어 기념했다. 대표님이 심지안 씨를 위해 이렇게 힘을 쏟다니, 몇 년 동안 피아노에 손도 대지 않았을 테지만 기본기가 탄탄해서 걱정할 건 없었다.‘와이프를 되찾기 위해 정말 가지가지 하시네요.’무대 위의 남자는 심지안을 깊게 응시하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 그의 눈빛은 더 이상 날카롭지 않았다. 누구라도 그의 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마치 그녀만을 위해 이 곡을 연주하는 것 같았다.성연신의 뜨거운 시선에 심지안은 안절부절못했고, 헛기침하며 입 모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