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안은 곁눈질로 성연신의 행동을 보며 주먹을 꽉 쥐었고 이렇게까지 했는데 그가 반응이 없을까 봐 걱정하면서도 반응을 보이면 어떡해야 할지 몰라서 갈팡질팡했다.그녀도 처음이었기에 너무 불안하고 무서웠으며 어느새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고 터질 정도로 뜨거웠다.심지안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안절부절못하고 있을 때, 성연신이 벗은 니트를 그녀의 머리 위로 확 던졌고 심지안은 돌발 상황에 눈앞이 까매진 채, 멍하니 서있었다.“다음에 또 이런 돌발 행동을 하면 그땐 본인의 행동에 책임져야 할 거예요.”그녀의 귓가에 차디찬 목소리가 들려왔고 아무리 노력해도 성연신의 마음을 녹일 수 없을 것만 같았다.수치심이 폭발한 심지안은 화끈하게 달아올랐던 열기가 순식간에 식어버렸으며 얼음 물에 들어간 듯 온몸에 오한이 느껴졌다.그녀는 머리 위로 던져진 니트를 허둥지둥 몸에 걸친 뒤 한걸음에 욕실로 달려 들어갔고 바로 진유진에게 전화를 걸어 그녀의 말도 안 되는 아이디어에 버럭 화를 냈다.성연신을 꼬시지 못한 것도 모자라 그를 화나게까지 만들다니.잠시 침묵을 지키던 진유진이 한마디로 결론을 내렸다.“적당히 하고 포기해.”한편,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성연신은 흐르는 코피를 닦았으며 다행히도 코피가 흐르기 전에 심지안의 시선을 막았지만 마음은 쉽사리 진정되지 않았고 머릿속에는 그녀의 모습으로 가득 찼다. 특히 가운이 벗겨지던 그 순간이 머릿속에 제대로 박혀버려서 아무리 애를 써도 잊혀 지지 않았다.“왜 이러지?”힘이 확 풀린 성연신은 침대에 누워 이리저리 뒤척이면서 쉽게 잠이 들지 못했으며 날이 점점 밝아지자 차라리 침대에서 일어나 회사로 떠났다. 대표 사무실로 들어온 정욱은 퀭한 성연신의 모습에 화들짝 놀라서 물었다.“대표님, 어제 못 주무셨어요?”회사에 와이프와 싸우고 출근한 직원보다 얼굴이 더 초췌했다.“잠이 안 와서.”성연신이 덤덤하게 말하자 정욱은 더 이상 묻지 않고 성연신이 평소에 마시던 커피를 치우고 건강에 좋은 차로 바꾼 뒤, 조심스럽게 물었
”그럴 리가, 두 사람 완전히 모범 커플이었잖아.”“진짜야? 장난치는 거 아니지?”“강우석 선배는 얼굴도 잘생기고 너만 바라볼 것만 같았는데, 왜 헤어진 거야?”도무지 믿을 수 없었던 사람들이 너도나도 심지안에게 말을 걸고 있을 때, 진유진이 걸어 들어오면서 비꼬듯이 대답했다.“맞아, 너희들이 그렇게 완벽하게 생각했던 선배가 바람을 피웠어. 심지어 상대가 지안이 배다른 언니야.”진유진의 폭탄 발언에 사람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얼굴이 굳어지기 시작했고 반장이었던 주관민이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리며 친구들에게 말을 걸었다.이 화제가 끝나긴 했지만 여전히 그녀에게 다가가 위로를 해주는 친구들이 있었기에 살짝 부담스러웠던 심지안이 일어서서 화장실로 향했고 이를 지켜보던 주관민이 그녀의 뒤를 따라나섰다.화장실에서 나온 심지안은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던 주관민을 발견하자 지나가는 말로 덤덤하게 물었다.“반장, 너도 화장실 가?”“아니, 너 기다리고 있었어.”“날 왜 기다려?”“지안아, 너에게 할 말이 있어.”술이 얼큰하게 취한 주관민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말해.”“나 너 좋아해. 나 옛날부터 너 좋아하고 있었어. 예전에 네가 강우석이랑 만날 때, 난 강우석보다 잘난 게 없었거든. 근데 너희 두 사람 이제 헤어졌으니 나한테도 기회를 줄 수 없어? 나 이제 집도 사고 차도 샀어. 물론 매달 대출을 갚아야 하지만 날 믿어줘. 내가 앞으로 너에게 점점 더 좋은 미래를 만들어줄 수 있어.”주관민의 말에 골치가 아파진 심지안이 단호하게 대답했다.“반장, 너 취했어.”“나 안 취했어, 난 너에게 진심이야.”“이러지 마, 우린 안 어울려.”“만나보지도 않고 안 어울린다는 거 어떻게 알아?”주관민이 심지안의 손을 덥석 잡더니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지안아, 날 좀 봐줘. 네가 훌륭한 사람이라는 거 알아. 나도 지금 꽤 잘나가. 내 밑으로 부하가 스무 명이나 되거든. 회사에서 내년에 승진시켜준다고 했어. 나중에 넌 일하지 말고 집에서 집안일만 해. 내가
그러고 보니 그녀가 곤경에 처할 때마다 성연신은 매우 시기 적절하게 나타난다...그가 성격이 그렇게 이상하지 않고 말을 그렇게 독하게 하지 않는다면 그녀는 그를 정말 좋아했을 것이다....... 다리를 저는 사람이라 할지라도.성연신은 투덜거리며 거만하게 얼굴을 돌려버리고 심지안을 보지 않았다.“우연이었을 뿐이에요. 당신이 상씨 가문의 여주인 신분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게 싫었어요!”“사람들을 끌어들이다니요, 저도 이렇게 인기 있고 싶지 않아요.”심지안은 너무 억울해하면서 입을 삐죽 내밀었다. 그녀가 훌륭해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것이 그녀의 잘못일까?말도 안 됐다.성연신은 화가 나서 웃음이 나왔다.“당신은 내가 봤던 여자 중에서 가장 뻔뻔한 여자예요.”그녀가 한 말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지만 그녀의 태도는 사람을 매우 불쾌하게 만들었다.상대방이 고백하면 결혼했다고 말하면서 거절하면 되지 않는가. 이렇게 복잡할 일인가?그는 벌건 대낮에 그녀가 다른 남자와 같이 있는 모습을 보고 화가 치밀어 올랐고 혈압이 높아지는 것을 느꼈다.“나에 대해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요. 당신한테 화내고 싶지 않아요.”심지안은 진지한 표정으로 성연신을 바라보았다.그가 그녀를 곤경에서 벗어나게 도와준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녀를 혼내도 되는 건 아니었다.성연신은 느긋하게 그녀를 바라보며 대답할 생각도 하지 않고 다른 룸으로 들어갔다.심지안은 앞으로 걸어가서 호수를 똑똑히 보았다.‘오늘도 이곳에서 약속이 있나?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심지안이 나가서 너무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자 진유진은 그녀를 찾으러 나왔다. 진유진은 심지안이 맞은편의 룸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것을 보고 물었다.“너 여기서 뭐 하고 있어?”“내 계약 남편이 여기 있어.”심지안은 쓴웃음을 지었다.진유진은 멈칫했다.“이런 우연이?”“그러게.”“너희 두 사람 인연이 참 깊네.”“농담하지 마.”심지안은 머리가 아파서 관자놀이를 문질렀다.“주관민 씨가 방금 나한
진유진의 키는 심지안보다 머리의 절반 정도 작았다. 성연신은 쉽게 그녀를 지나쳐 룸 안의 광경을 볼 수 있었고 빈자리가 많이 보였다. 심지안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아마도 집에 갔을 것이다.그는 다시 시선을 돌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죄송합니다. 잘못 봤어요.”“네, 괜찮아요.”진유진은 그의 대답에 놀라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정욱은 이미 운전석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성연신이 스카이 호텔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 재빨리 우산을 들고 차에서 내려 마중 나갔다.가까이 다가가서 똑바로 보니 성연신의 손에 우산이 들려있었다.정욱은 별생각 없었다. 협력사에서 밖에 비가 오는 것을 보고 특별히 챙겨줬을 것이라도 생각했다.40분 후.중정원.집에 도착한 성연신은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거실에 들어갔고 현관에 놓인 젖은 여성 운동화를 보고 약간 눈살을 찌푸렸다.비를 맞더라도 그를 기다리기 싫다고?성연신은 샤워하고 나와 심지안의 방 앞을 지났다. 문은 닫히지 않았고 방 안은 어두운 것을 보아 자고 있는 것 같았다.갑자기 중얼거리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때리지 마세요, 전 아무것도 안 훔쳤어요...”“아빠, 제발 믿어주세요...”성연신은 눈썹을 살짝 찌푸리고 손을 뻗어 심지안의 침실 문을 밀고 들어왔다.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불빛에 침대에 누워 있는 심지안의 모습이 희미하게 보였다.그녀는 눈을 꼭 감고 악몽을 꾸는 듯 머리에 식은땀을 흘렸다.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얼굴에 붙어있었고 입술은 창백하고 건조했다.성연신은 뭔가 잘못되었다 싶어 손을 뻗어 그녀의 이마를 만졌다.엄청 뜨거운 것을 보아 열이 나고 있다.쌤통이다.이게 바로 그를 기다리지 않은 결과이다.성연신은 물 한 컵과 감기약을 가져다가 침대 옆 탁자 위에 놓고 손으로 누워있는 심지안을 흔들었다.“일어나서 약 먹어요.”심지안은 반응이 없었고 입으로 중얼거리는 소리만 더 잦아졌다.그녀는 무슨 꿈을 꾸고 있는지 눈가에 눈물이 맺혀있었다. 찌푸린 눈썹은 유난히 가여워 보였다.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았다.성연신은 눈썹을 찌푸렸다. 그도 자신이 왜 침대에 누워있는지 몰랐고 입을 열고 해명하고 싶었지만 심지안이 먼저 말했다.“저는 아니에요. 왜 당신이 내 침대에 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둘 다 옷을 입고 있으니까 오해하지 마요!”성연신은 그녀가 다급히 해명하려는 모습을 보고 의미심장하게 웃었다.“하, 이제야 조신해지네요.”심지안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난 항상 조신했어요.”“당신이랑 조신이라는 단어는 관련이 없어요.”“그건 당신한테 그렇죠.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자연스레 모든 룰을 깨게 돼요.”그녀는 당당하게 듣기 좋은 말을 했다.아직 끝나지 않았다.그녀는 자신이 낯간지러운 말을 잘하는 것을 보고 자신이 능숙하다고 생각했다.성연신의 기분이 약간 좋아졌고 느긋하게 풀린 단추를 끼웠다. 그 여유로운 움직임은 매우 금욕적이었다.심지안은 갑자기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숙이고 내려다보면서 슬리퍼를 신었다.감기가 낫지 않은 탓인지 일어나자마자 머리가 어지럽고 눈앞이 어두워져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다행히 성연신이 그녀를 붙잡았다.심지안은 저도 모르게 그의 허리를 안았고 눈을 감고 몇 분 지나자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그녀가 고개를 들자 조롱하는 듯한 성연신의 눈빛을 마주했고 입꼬리가 격렬하게 떨렸다.“당신 지금 내가 일부러 넘어졌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아니에요?”심지안은 심호흡을 한 후 바로 잡으려 애를 쓰지 않기로 결정했다. '오해하면 오해하라지 뭐. 어차피 그도 밀어내지 않았잖아?'“발견했다면 숨기지 않을게요.”그녀는 성연신을 다정하게 바라보면서 말했다.성연신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어젯밤에 비에 흠뻑 젖은 것도 당신의 계획이였어요?”“...”'내가그렇게 멍청해 보이나?'심지안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겉으로는 눈시울이 붉어지며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아니에요... 택시가 돌아오는 도중에 고장 나서 걸어왔어요. 길에 가로등이 없어서 넘어지기까지 했어요. 흑흑, 연
심지안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옅은 메이크업을 했지만 그래도 안색이 안 좋은 것을 알 수 있었다.성연신은 덤덤하게 말했다.“가요.”심지안은 그가 이렇게 바로 동의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해 깜짝 놀랐다.아마도 일부러 수건을 떨어뜨려 그를 유혹한 그날부터 자신을 대하는 그의 태도가 조금 달라진 것 같았다.심지안은 조수석에 올라탔다.휴대폰을 꺼내 내비게이션 앱을 열고 부용을 입력했다.“내비게이션 필요 없어요. 나 길 알아요.”“아... 그래요.”부용은 금용 회사이고 성연신도 금융업계에 종사하니 아는 것이 이상하지 않았다.한참 가다가 심지안의 상사가 전화를 걸어왔다.“지안 씨, 내가 전에 말했던 보광 경영진과 자원 입찰에 관해 얘기를 나누는 거 생각해 봤어요?”스피커를 켜지는 않았지만 두 사람의 거리가 가까워 성연신도 통화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그는 그 말을 듣고 옆을 흘끗 쳐다봤다.심지안은 그의 눈빛에 신경 쓰지 않고 진지하게 대답했다.“죄송하지만 저는 그 일을 맡을 수 없는 것 같아요. 다른 사람 찾아보세요. 자원 입찰은 제 전문이 아니에요.”그녀는 이 일을 계속 고민하고 있었다.협상이 잘되면 그녀는 보너스를 받게 되겠지만 만약 협상이 결렬되면 그녀에게 어떤 일이 닥칠지 알 수가 없었다.아무튼 손해가 이익보다 컸다.그녀는 지금 주목을 받고 싶지도 않았고 그래서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도 않았다.전화 건너편은 한참 조용했다.“그래요. 지안 씨가 원하지 않으면 저도 강요하지 않을게요. 그런데 지안 씨가 입사한 지도 오래됐으니 지안 씨와 비슷한 능력을 갖춘 사람을 추천해 줘요. 그 사람을 보낼게요.”심지안은 대답하지 않았다.“...”약한 게 안먹히자 이제는 세게 나왔다.전화를 끊었고 심지안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표정이 혼란스러워 보였다.“그 사람이 말한 보광 중신의 경영진 이름이 뭐예요?”성연신이 물었다.“나도 몰라요. 오 대표님이라고 부르시던데요.”오 대표...성연신은 코웃음을 쳤다. 보광 중신에서 입찰을 책
성연신은 티슈를 받고 얼굴을 세게 문질렀는데, 문제는 심지안의 립스틱이 잘 지워지지 않았다. 아무리 세게 문질러도 지워지지 않았다. 좋은 생각이 떠오른 정욱은 달려가서 리무버를 한 병 사와 문제를 해결했다.그래서 성연신은 고위 경영진 회의를 하는 동안 처음부터 끝까지 안색이 암울했다. 그는 큰 아우라를 지니고 있어 마치 지옥에서 온 사자 같았고 모두가 감히 아무 말도 못 하게 만들었다.회의가 끝났다.성연신은 오중수를 불러 세웠다.십 분 후.오중수는 회의실에서 걸어 나왔고 성연신이 왜 갑자기 부서를 조정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오후에 심지안의 상사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엄청 화가 나 있었고 동료들은 불똥이 자기한테 튈까 봐 무서워서 일부러 길을 에돌아 다녔다.“왜 저러셔요?”심지안은 물을 마시러 다용도실에 갔다가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상사의 비서에게 물었다.비서는 어깨를 으쓱하며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보광 중신의 오 대표님이 오늘 부서 조정을 당하셨대요.”심지안은 놀랐다.“그럼 저희 입찰 건은 가능성이 없지 않아요?”“그러게 말이에요.”’“혹시 보광 중신 쪽에서 뭔가 눈치를 챈 건 아닐까요?”상사가 그녀더러 오 대표에게 자원 입찰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라고 부탁했기 때문에 미리 인사는 했을 것이고 오 대표도 그들의 뜻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비서는 잠시 말을 하지 않았다.“그럴 수 있어요.”심지안은 물컵을 꽉 쥐었고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몰랐다.저녁에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자 진찬우는 그녀를 찾아왔다.“퇴근하고 한잔 할래? 새언니랑 진현수도 데려갈게.”그녀는 생각하더니 말했다.“좋아요. 오늘 할 일이 많지 않아요. 우리 어디 가서 먹어요?”“네가 정해. 우리는 가리는 거 없어.”“그래요!”시간이 빨리 흘렀고 심지안은 열 손가락으로 키보드를 두드리며 열심히 일했다.시계의 시침이 6을 가리키자 그녀는 노트북을 닫고 가방을 챙겨 진찬우와 회사 앞에서 모였다.진찬우는 시간을 확인했다.“진현수도 거의 다
“시간이 너무 오래되어서 제가 까먹었나 봐요.”곽준위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럼 이렇게 해요, 제가 내일 회사에 출근하고 서류를 잘 검토한 다음 다시 연락드릴게요.”심지안은 그런 곽준위가 이상하게만 느껴졌다.“불과 지난달에 우리 아버지한테 연락하지 않았어요?”어떻게 이렇게 빨리 잊을 수가 있지?곽준위가 그 말을 듣더니 잠깐 머뭇거리고는 대답했다.“요즘 일이 바빠서요.”“혹시 친구 추가해도 될까요? 일이 있으면 바로 연락할게요. 될수록 혼수 전달받을 날짜도 빨리 정하고요.”곽준위는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하지만 심지안의 강요에 못 이겨 할 수 없이 연락처를 추가하곤 했다.심지안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계속 곽준위의 태도가 찝찝하게 느껴졌다. 뭔가 그녀와 얘기를 나누고 싶어 하지 않았던 것 같았다....중정원에서.심지안이 집에 도착하자 원이가 바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그녀에게 다가가고는 반갑게 맞아주었다.“배고프지? 얼른 밥 줄게.”“멍멍멍!”하지만 원이의 강아지 집 앞에 다가간 심지안은 뜻밖에도 그릇에 먹이가 가득 담긴 걸 발견했다.그녀의 뒤에서 성연신이 팔짱을 낀 채 퉁명스럽게 말했다.“지안 씨가 밥 줄 때까지 원이가 기다려야 했다면 아마 굶어 죽었을 거예요.”심지안은 어이가 없었다.“오늘 친구랑 밥 먹느라 조금 늦게 돌아왔어요.”“친구랑 밥 먹었다고요?”그는 못마땅해하며 말했다.“남성 친구랑 밥 먹었겠죠?”손남영이 저녁에 그에게 문자를 했는데 어떤 해산물 가게에서 심지안이 어떤 삼십 대 초반의 남자와 같이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남자는 심지안을 집으로 데려다주려는 모양인 듯했다고 한다.손남영은 또 동영상까지 찍어서 보내왔다. 동영상에서는 진현수의 목소리도 어렴풋이 들려왔다. 진현수는 바로 며칠 전 심지안과 저녁에 영상통화를 한 남자였다.‘어쩐지 저녁에 코빼기도 보이지 않더라니 다른 남자랑 좋은 시간을 보내러 갔네.’“남자도 있었죠. 여러 명이 같이 모였으니까요.”심지안은 그제야 이상한 낌새를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