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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5화 “지원이에게 잘해주지 않을 거잖아!”

그의 표정은 평소와 다름없었고, 서두르지 않는 그의 태도에는 모든 존재에 대한 경멸이 느껴졌다.

하지웅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고청민의 옷깃을 움켜쥐고 세게 조였고, 전례 없는 모욕감에 그만 참지 못하고 다른 손을 들어 거칠게 주먹을 날렸다.

여전히 학창 시절과 다를 것이 없었다. 고청민은 늘 이런 식이었다. 그는 모든 과목에서 1등을 차지했고, 덕분에 하지웅은 아무리 노력해도 2등이었다. 분명 한 개 등급 차이밖에 나지 않았지만, 그들은 너무 다른 대우를 받았고, 결국 그의 여동생조차도 고청민을 좋아하게 되었다.

졸업 후 하지웅 일가는 해외로 이주했다. 그렇게 모든 것이 잘 풀릴 때쯤, 하지원의 병세가 심각해져 치료받기 위해 귀국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는데, 때마침 고청민이 찾아와 협조를 약속하면 결혼을 해주겠다는 제안을 했던 것이었다.

하지웅은 그의 제안에 응하는 것이 손해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동의했다.

“왜 그렇게 화를 내?”

고청민은 무심하게 입가에 흐르는 피를 닦으며 소파에 몸을 기대고,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워진 채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애초에 네 것이 아닌 것을 탐내지 말았어야지, 내가 두 손으로 세움 주얼리를 떠먹여 줘도 제대로 받아먹지 못하는 주제에...”

하지웅은 몸을 부들부들 떨었고, 다시 한번 주먹을 날리고 싶었다.

“닥쳐!”

고청민은 말을 이어가지 않고 은색 카드 한 장을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여기 7천만 원 들어있어.”

“고작 이 돈으로 나를 떼어내려고?”

“생각 좀 해봐, 난 사람한테 빚지고 사는 성격이 아니야. 네가 가업을 전부 팔았을 때도 거의 이 정도였을 뿐이야. 거기에 10억을 더 얹어줬으니 만족해. 하지원은...”

말하는 내내 고청민의 눈빛에서 아무런 감정 변화가 보이지 않았다.

“지원이는 소원대로 나랑 결혼하면 행복하지 않겠어?”

“지원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거잖아!”

하지웅은 고청민을 똑바로 바라보며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너야말로 왜 네 것도 아닌 것에 집착해야 해? 성동철에게 잘못을 제대로 인정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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