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욱은 잠깐의 침묵 후에 결단을 내렸다.“좋아. 네 말대로 하자꾸나! 다만 이거 하나만 약조해야 한다. 무슨 일이 생겨도 네 자신의 안전이 최우선이야!”봉구안은 결연한 표정으로 대답했다.“걱정 마세요, 폐하. 꼭 무사히 돌아오겠습니다.”소욱은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만지며 아쉬운 표정으로 말했다.“우리가 다시 만난지 얼마나 지났다고 또 떨어져 지내야 하다니.”상위자로서 참 많은 책임을 져야 하기에 그만큼 포기해야 하는 것도 많았다.봉구안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정색해서 말했다.“잠깐의 헤어짐은 신혼 때의 열정을 되찾게 한다고 합니다. 우린 일반 부부보다 더 많은 신혼을 얻게 된 셈이지요.”그녀는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 귓가에 대고 매혹적으로 속삭였다.“이번에 돌아오면 완벽한 신혼밤을 선사해 드리지요.”그렇게 그녀의 홀림에 홀딱 넘어간 소욱은 그날 밤 황후에게 대장군의 권한을 하사하고 동부로 진군한다는 비밀 첩지를 내리게 되었다.비밀 첩지였기에 봉구안이 황성을 떠난 다음 날까지 아무도 이 사실을 몰랐다.변방 곳곳에 전쟁이 터진 상황에 서왕은 더 이상 소식만 기다릴 수 없었다.그는 전장에 나가 조금이나마 자신의 힘을 보태고 싶었다.그리하여 그는 입궁하여 황제에게 간청을 드릴 생각이었다.소욱도 그에게 중임을 맡길 생각을 갖고 있었다. 동부에는 황후가, 북부에는 맹건이 있는데 유독 남부에만 유능한 장수가 없었다.게다가 남부는 남강과 잇닿아 있고 서왕비 완부옥이 남강 사람이니 서왕을 남부군 수장으로 보내는 것도 이치에 맞았다.한편, 서왕부.완부옥은 남부로 떠날 채비를 마쳤다.동문의 동생인 갈십칠이 왕부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다.그녀는 그래도 양심은 있어 서왕에게 서신을 남겼다.그렇게 조용히 떠나려는데 어찌 알았는지 서왕이 그녀의 앞을 막았다.“왕비.”서왕의 온화한 표정은 그녀가 메고 있는 짐가방을 보고 순식간에 사라졌다.“내 아이를 데리고 어디로 가려는 것이냐!”그는 다급한 마음에 그녀의 팔목을 잡았다.완부옥은
관내경이 죽고 동부 전선을 주관하는 자는 부장 서봉이었다.그는 달려나가려는 병사들을 가로막고 그들에게 호통쳤다.“관 장군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잊었느냐! 장군마저 저들의 상대가 안 됐는데 너희가 나가서 뭘 할 수 있겠느냐! 헛된 죽음만 당할 게 뻔하지 않느냐!”서봉도 분노하긴 마찬가지였지만 이는 좋은 방도가 아니었다.성을 나가겠다고 나선 병사들은 평소에도 지시를 안 따르고 충동이 앞서는 인물들이었다.그들은 오히려 서봉의 말에 반박했다.“그럼 이대로 비웃음을 당하고만 있어야 합니까!”“우리 남제군은 나약한 존재가 아닙니다! 죽더라도 관 장군의 시신을 되찾아야 합니다!”“맞습니다! 되찾지 못하더라도 헛된 죽음은 아닙니다! 조유관 안에서 나약한 것 소리 듣는 것보다야 낫지 않습니까!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습니다!”순간 다른 병사들도 동요하기 시작했다.서봉은 상황이 통제를 잃어가자 선동자들을 전부 잡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군은 상급의 지시에 복종해야 한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조유관을 잘 지키고 성문을 열지 않는 것이다!”병사들 틈에서 불만이 터져나왔다.“당신이 무슨 장군입니까! 우리의 대장군은 관 장군뿐입니다! 장군이 돌아가셨다고 상급이 된 양 하지 마세요!”또 누군가가 소리쳤다.“관 장군은 영웅입니다! 죽더라도 겁쟁이는 되지 않았어요! 우리도 그분처럼 살아야 합니다!”서봉은 그자를 끌어내서 귀뺨을 쳤다.“멍청한 것! 다시 군심을 선동하는 날에는 형벌이 내려질 것이다!”짝!이때 사람들 틈에서 달려나온 한 여인이 서봉의 귀뺨을 쳤다.서봉은 버럭 화를 내려다가 여인의 얼굴을 보고 안색이 급변했다.“형수님….”여인은 다름아닌 관내경의 부인이었다.“서 부장군! 병사들이 틀린 말을 한 건 아니지 않느냐! 내 부군이 영웅이 아니라 말할 셈이냐? 당연히 시신을 되찾아와야 하는 것 아니냔 말이다!”머리에 흰 꽃을 달은 관 부인은 시뻘겋게 충혈된 눈을 하고 기세등등하게 서봉을 노려보고 있었다.“평소에는 내 부군에게 형님이라고 부르며
관 부인은 통증에 오만상을 쓰며 고개를 돌려 자신을 제압한 자를 돌아보았다. 편한 복장을 입은 여인이 날카로운 분위기를 풍기며 서 있었다.관 부인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넌 누구지? 어찌 이렇게 거만을 떨어?”관 부인의 두 아들도 나서서 그녀를 비난했다.“당장 그 손 놓지 못할까! 우리 어머니가 누군 줄 알고!”관씨 모자와 다르게 서봉과 뭇 장령들은 상대의 얼굴을 보고 순식간에 당황하더니 공손히 예를 행했다.“황후마마를 뵙습니다!”관 부인도 순간 당황했다.“뭐? 화… 황후마마?”눈앞의 이 여인이 정말 이 나라의 황후란 말인가!황후가 어쩌다가 동부에 오게 된 걸까? 무릇 황후라면 시위들의 보호를 받으며 황궁에 있어야 마땅했다.관 부인의 두 아들도 당황하긴 마찬가지였다.황후마마라면 북대영의 맹 소장군 아닌가!그들은 곧장 예를 행했다.봉구안은 관 부인의 손을 놓아주고 싸늘한 눈으로 뭇 장령들을 노려보며 물었다.“방금 전에 뭘 하려고 했던 거지?”뭇 장령들은 여전히 분개하며 자신의 입장을 전했다.“황후마마, 관 장군께서는 충직한 장군이셨습니다. 그런 분이 지금 적들의 능욕을 당하고 있는데 저희가 어찌 지켜만 보겠습니까! 나가서 관 장군의 시신을 되찾아와야 합니다!”관 부인의 두 아들들은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그래요, 마마. 저 사람들은 아버지를 구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데 서봉 저 사람만 저희를 막고 나가지 못하게 하면서 제 어머니까지 몰아세워 죽게 만들 뻔했습니다.”서봉은 억울했다.그는 비통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황후마마, 저는 단지...”“되었다. 더 말할 필요 없어.”봉구안이 서봉의 말을 잘랐다.다른 사람들은 그녀가 서봉을 처벌하려는 줄 알고 의기양양했지만 그녀에게서 뜻밖의 말이 들려왔다.“너는 장군으로서 병사들을 이끌고 조유관을 지키려 했던 것뿐이니 아무런 잘못이 없다.”“황후마마!”관 부인이 눈물을 흘리며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서봉이 무슨 생각이든 소인은 관심없습니다.
잔뜩 풀이 죽었던 관 부인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봉구안을 바라봤다.그녀는 제 귀를 의심했다.직접 시신을 수습해 오겠다니!관 부인의 두 아들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다.서봉이 다급히 그녀를 말렸다.“황후마마, 그건 아니 됩니다! 동부군이 천만이나 되는데 어찌 마마를 그 위험에 빠뜨리겠습니까! 하물며 마마는 황자를 회임 중이지 않습니까!”뭇 장령들도 정신을 차리고 봉구안을 말렸다.“마마, 심사숙고해 주십시오!”이 나라에 황제가 황후를 얼마나 아끼는지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게다가 황후 태중의 아이는 황제의 첫 아이가 아닌가! 만약 동부에서 변을 당한다면 뒷감당을 누가 한단 말인가!광 부인의 시선이 봉구안의 복부에 닿았다.회임 중인 황후가 먼 길을 달려 이곳 동부까지 왔을 줄은 정말 뜻밖이었다.봉구안은 한번 내린 결정을 굽히지 않는 사람이었다.그녀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분부했다.“장순을 불러오너라.”은이가 공손히 답했다.“예.”조유관에서 십리 떨어진 곳, 대하를 필두로 한 4개국 연맹군이 주둔하고 있었다.주장 막사 안에서 장군들은 향긋한 술과 고기를 즐기고 있었다.상석에는 대하의 주장 단춘이 앉아 있었다.그의 앞에는 통양 구이가 놓여 있었고 그는 한창 칼로 고기를 베서 허겁지겁 입에 넣고 있었다.그의 좌측으로 타국 세 장령들이 앉아 아부를 떨고 있었다.“역시 단 장군입니다. 가장 적은 병력 손실로 남제를 침공하다니. 나중에 남제 요충지를 점령하게 되면 다른 나라들에 자랑해야겠습니다!”“단 장군을 위해 건배합시다! 앞으로 우린 대하만 믿겠습니다!”고기가 지겨워진 단춘은 술 몇 잔을 퍼마시더니 만족스러운 트림을 했다.그는 호탕한 웃음을 터뜨리며 건방지게 말했다.“북연 그 놈들 속셈이야 뻔하지. 비록 같이 남제를 치기로 했지만 북연이 떡을 평등하게 나누려 하진 않을 거야. 교활한 놈들이니까!”“그러니 우리 4개국 연맹이 한마음을 가져야 해.”“조유관 전쟁에서 너무 많은 병사들을 희생할 필요가 없어.”“일대일 전투에서 남
남제가 축경관 전서를 내렸다는 말에 4개국 연합군 모두 건방지다고 생각했다.“단 장군, 남제인들은 정말 상황파악이 안 되는군요!”“우리가 우세이긴 하지만 그래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합니다! 절대 저들에게 승리를 내어줄 수 없어요!”“그래요, 단 장군! 겨우 관내경을 죽여서 남제군의 사기를 꺾었는데 다시 살아나게 해서는 안 됩니다!”단춘은 얼굴이 불그락푸르락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지금 그의 머릿속에는 전부 남제군이 자신과 자신의 아비를 모욕하던 노래뿐이었다.남제가 축경관을 신청했으니 가장 유능한 장수를 내보내 응전할 것이다!그 시각 남제 군영의 분위기도 별로 좋지 않았다.서봉과 다른 장령들은 수심이 가득한 얼굴이었다.“서 장군, 정말 황후마마를 전장에 내보내야 합니까?”서봉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안 그럼 어쩌갰어? 누가 황후마마를 막을 수 있겠냐고.”한 장령이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말했다.“마마께선 회임 중이잖습니까! 어떻게 전투에 나간단 말입니까! 축경관에서 승리를 거둔다고 해도 만약에 아이가…”“됐어! 재수없는 소리하지 마!”서봉은 짜증스럽게 소리쳤다. 회임한 여인이 전장에 나갔다가 무슨 일이 생길지 상상도 하기 싫었다.하지만 황후에게는 동부군의 지휘권을 담당한다는 황제의 밀서가 있었다.그러니 어찌 명을 거스를 수가 있을까?막사 안.봉구안은 평온한 표정으로 지도를 보고 있었다.“마마, 관 부인께서 알현을 청합니다.”“들라 하라.”봉구안은 고개도 들지 않고 작은 깃발을 들어 조유관 위치에 꽂았다.관 부인은 직접 끓인 닭백숙과 반찬을 들고 막사를 찾아왔다.그녀는 경외심 가득한 눈으로 봉구안을 바라보며 말했다.“마마, 낮에 있었던 일은 소인이 어리석었습니다. 내일이면 전장에 나가실 텐데 좋은 걸 드시고 체력을 보충하셔야지요.”관 부인은 말하면서 봉구안의 배를 살폈다.다들 황후가 회임했다고 하는데 전혀 티가 나지 않았다.봉구안은 그녀가 가져온 도시락을 받으며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마음은 고맙게 받도록 하지
막사 안, 장순이 분개해서 불만을 토로했다.“황후마마, 저들이 정말 그랬다니까요? 저런 이기적인 자들은 동정할 가치도 없어요! 마마께선 자신들의 아버지 시신을 수습하려고 전장에 나가신다는데 마마의 아이가 어떻게 되든 전혀 관심이 없잖아요! 도와줄 필요 없어요!”낮에 말을 너무 한 탓에 장순의 목 상태는 무척 좋지 않았다.얘기를 들은 봉구안은 관씨 모자 세 사람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내일의 전장은 그들을 위한 것도 아니고 관내경 개인을 위한 것도 아니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남제의 승리였다.그녀는 한낱 시신 한구 수습한다고 목숨을 내던질 정도로 바보가 아니었다.4개국 연맹군이 동부군의 기세를 한풀 꺾어놓았으니 반격에서 이겨 그들의 사기를 꺾어야만 했다.장순이 계속해서 말했다.“마마, 귀한 황자님을 회임하신 몸인데 신중을 기하셔야 합니다!”황제는 그의 은인이니 그 역시도 황제의 자식을 지켜주고 싶었다.봉구안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왜? 날 대신해 네가 전장에 나가려고?”순간 장순은 입을 다물었다.그의 나이 이제 겨우 열살, 키가 말보다 작은 아이인데 어찌 전장에 나간단 말인가!그날 밤, 조유관에만 있는 적미새가 긴 울음소리를 냈다.성을 지키는 병사들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밖을 경계했다.자진궁.늦은 시간임에도 소욱은 각지의 전보를 읽고 있었다.그의 얼굴에는 피로감이 역력했다.옆에서 시중을 들던 유사양이 조심스레 말했다.“폐하, 옥체도 생각하셔야지요. 시간도 늦었는데 이만 쉬시는 게 어떠신가요?”소욱은 갑자기 현기증이 일며 미간을 확 찌푸렸다.글자를 똑똑히 보려고 눈에 힘을 주었지만 그럴수록 흐릿해질 뿐이었다.그는 전보를 내려놓고 손으로 미간을 문질렀다. 차갑기만 하던 얼굴에 걱정이 가득 서렸다.이 전장이 언제쯤이면 끝날지 예측할 수 없어서 더 갑갑했다.그는 황후에게 미안했다.부군으로서 부인에게 안락한 삶을 제공해야 하건만 그녀는 항상 나라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었다.동부 상황이 어떤지 걱정도 되었다.고개를 든 소
단춘은 고개를 잔뜩 뺴들고 출전한 남제 전사를 바라보았다.체구가 건장한 것도 아니고 몸이 무척 가벼운 것으로 보아 남제의 부장인 서봉은 아닌 듯했다.‘어디서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자식이 축경관을 도전한 거지?’단춘은 눈을 가늘게 뜨며 자리로 돌아가서 앉았다. 그의 입가에 비웃음 가득한 미소가 지어졌다.첩자를 보내 알아본 결과, 남제 동부에는 관내경과 서봉을 제외하면 인물이라고 할 자가 없었다.출전한 상대가 서봉이 아니라면 남제는 축경관을 완성할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단춘은 자신이 직접 선발한 백명의 무사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말했다.“남제군의 목을 벤 자에게 황금 백냥을 하사하겠다.”무사들은 장창을 들고 전방을 바라보며 사기를 불태웠다.“죽인다! 죽인다! 죽인다!”가면 아래 봉구안의 표정에는 여유가 넘쳤다.그녀는 여기 혼자 나왔지만 등 뒤의 성루에는 천만 수성군이 관전하고 있었다.그들은 주먹을 쥐고 승리가를 부르며 징을 울렸다.부장 서봉은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제발 황후와 태중의 아이가 무사하게 해달라고 하늘에 기도했다.봉구안은 장창을 들고 앞으로 나섰다.이때 바람이 일었다.동부는 북방보다 기후가 따스하지만 모래바람이 불어 사람의 시야를 가렸다.바람이 흙먼지를 일으켰고 봉구안의 긴 머리가 바람에 흩날렸다.그녀는 위축하지 않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말발굽소리가 들려왔다.적군의 첫 번째 도전자였다.광풍이 휘몰아쳐서 모래폭풍 속에서 두 사람이 어떻게 싸우는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그럼에도 단춘은 전혀 긴장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바람이 그쳤다.남제 대표는 장창을 쥐고 꼿꼿하게 서 있고 옆에는 전마가 서 있었는데 멀지 않은 곳에 대하 무사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아무도 대하의 무사가 어떻게 죽었는지 보지 못했다.게다가 이 짧은 시간 안에 목이 날아간 채로 말에서 떨어지다니.단춘이 눈을 부릅뜨며 중얼거렸다.“이럴 수는 없어.”그가 선발한 무사는 전부 다 정예병들이었다. 상대에게 지더라도 이렇게 짧은 시간 안
도끼는 역량형 무기이지만 도끼날의 곡선은 도끼에 실리는 많은 힘을 손실하게 한다. 날카로운 창은 쉽게 도끼의 방어를 뚫을 수 있다.그래서 창과 도끼가 상극이라는 말이 예로부터 돌고 있었다.병기에 정통한 자라면 다 아는 사실이었다.단춘의 얼굴이 퍼렇게 질렸다.남제에서 나온 어린 장수는 대체 정체가 뭘까?봉구안은 안정적으로 창을 잡고 상대가 가까이 오기를 기다렸다가 공세를 시작했다.장코는 강력한 기류를 느끼고는 바로 도끼를 휘둘렀다. 왼손 도끼는 방어, 오른손 도끼는 공격용이었다.도끼를 휘두르는 그의 모습은 조금 둔해 보여도 진한 살기가 담겨 있었다.하지만 봉구안의 창술이 더 현란했다.두 사람은 십여차례 공격을 주고받았고 지켜보는 사람들이 현기증이 올 정도였다.단춘의 표정은 점점 안 좋아지고 있었다.장코의 쌍도끼는 거의 적수가 없었는데 지금은 상대에게 계속 끌려만 다니면서 역습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상황이 점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조유관 성루.북소리가 점점 힘차게 울리며 병사들의 사기를 돋우고 있었다.황후의 창술을 본 병사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북대영의 유명한 명장 맹 소장군답게 그녀의 창술은 가히 따라올 자가 없었다.봉구안은 점점 더 빠르게 공격을 시전했고 장코는 계속해서 뒤로 밀려나고 있었다.쌍도끼의 위력은 그녀를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점점 짜증을 느낀 장코가 소리를 질렀다.“죽여버릴 테다! 악!”아둔한 그는 맹공격밖에 할 줄 아는 게 없었다.봉구안은 날렵하게 피해 후방으로 간 뒤에 창을 휘둘러 그의 허벅지를 찔렀다.그가 뒤돌아서자 그녀의 창은 곧바로 그의 눈앞까지 날아왔다.“악!”상대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예리한 창끝은 쌍도끼 사이의 빈틈을 파고들어 상대의 눈을 찔렀다.극심한 고통에 장코는 도끼 하나를 버리고 본능적으로 손을 피가 철철 흐르는 눈으로 가져갔다.그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도끼를 마구 휘두르며 고함을 질렀다.“남제의 쥐새끼, 죽여 버릴 테다! 피하지 마! 당장 널 가루로 만들어 시체
도끼는 역량형 무기이지만 도끼날의 곡선은 도끼에 실리는 많은 힘을 손실하게 한다. 날카로운 창은 쉽게 도끼의 방어를 뚫을 수 있다.그래서 창과 도끼가 상극이라는 말이 예로부터 돌고 있었다.병기에 정통한 자라면 다 아는 사실이었다.단춘의 얼굴이 퍼렇게 질렸다.남제에서 나온 어린 장수는 대체 정체가 뭘까?봉구안은 안정적으로 창을 잡고 상대가 가까이 오기를 기다렸다가 공세를 시작했다.장코는 강력한 기류를 느끼고는 바로 도끼를 휘둘렀다. 왼손 도끼는 방어, 오른손 도끼는 공격용이었다.도끼를 휘두르는 그의 모습은 조금 둔해 보여도 진한 살기가 담겨 있었다.하지만 봉구안의 창술이 더 현란했다.두 사람은 십여차례 공격을 주고받았고 지켜보는 사람들이 현기증이 올 정도였다.단춘의 표정은 점점 안 좋아지고 있었다.장코의 쌍도끼는 거의 적수가 없었는데 지금은 상대에게 계속 끌려만 다니면서 역습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상황이 점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조유관 성루.북소리가 점점 힘차게 울리며 병사들의 사기를 돋우고 있었다.황후의 창술을 본 병사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북대영의 유명한 명장 맹 소장군답게 그녀의 창술은 가히 따라올 자가 없었다.봉구안은 점점 더 빠르게 공격을 시전했고 장코는 계속해서 뒤로 밀려나고 있었다.쌍도끼의 위력은 그녀를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점점 짜증을 느낀 장코가 소리를 질렀다.“죽여버릴 테다! 악!”아둔한 그는 맹공격밖에 할 줄 아는 게 없었다.봉구안은 날렵하게 피해 후방으로 간 뒤에 창을 휘둘러 그의 허벅지를 찔렀다.그가 뒤돌아서자 그녀의 창은 곧바로 그의 눈앞까지 날아왔다.“악!”상대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예리한 창끝은 쌍도끼 사이의 빈틈을 파고들어 상대의 눈을 찔렀다.극심한 고통에 장코는 도끼 하나를 버리고 본능적으로 손을 피가 철철 흐르는 눈으로 가져갔다.그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도끼를 마구 휘두르며 고함을 질렀다.“남제의 쥐새끼, 죽여 버릴 테다! 피하지 마! 당장 널 가루로 만들어 시체
단춘은 고개를 잔뜩 뺴들고 출전한 남제 전사를 바라보았다.체구가 건장한 것도 아니고 몸이 무척 가벼운 것으로 보아 남제의 부장인 서봉은 아닌 듯했다.‘어디서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자식이 축경관을 도전한 거지?’단춘은 눈을 가늘게 뜨며 자리로 돌아가서 앉았다. 그의 입가에 비웃음 가득한 미소가 지어졌다.첩자를 보내 알아본 결과, 남제 동부에는 관내경과 서봉을 제외하면 인물이라고 할 자가 없었다.출전한 상대가 서봉이 아니라면 남제는 축경관을 완성할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단춘은 자신이 직접 선발한 백명의 무사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말했다.“남제군의 목을 벤 자에게 황금 백냥을 하사하겠다.”무사들은 장창을 들고 전방을 바라보며 사기를 불태웠다.“죽인다! 죽인다! 죽인다!”가면 아래 봉구안의 표정에는 여유가 넘쳤다.그녀는 여기 혼자 나왔지만 등 뒤의 성루에는 천만 수성군이 관전하고 있었다.그들은 주먹을 쥐고 승리가를 부르며 징을 울렸다.부장 서봉은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제발 황후와 태중의 아이가 무사하게 해달라고 하늘에 기도했다.봉구안은 장창을 들고 앞으로 나섰다.이때 바람이 일었다.동부는 북방보다 기후가 따스하지만 모래바람이 불어 사람의 시야를 가렸다.바람이 흙먼지를 일으켰고 봉구안의 긴 머리가 바람에 흩날렸다.그녀는 위축하지 않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말발굽소리가 들려왔다.적군의 첫 번째 도전자였다.광풍이 휘몰아쳐서 모래폭풍 속에서 두 사람이 어떻게 싸우는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그럼에도 단춘은 전혀 긴장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바람이 그쳤다.남제 대표는 장창을 쥐고 꼿꼿하게 서 있고 옆에는 전마가 서 있었는데 멀지 않은 곳에 대하 무사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아무도 대하의 무사가 어떻게 죽었는지 보지 못했다.게다가 이 짧은 시간 안에 목이 날아간 채로 말에서 떨어지다니.단춘이 눈을 부릅뜨며 중얼거렸다.“이럴 수는 없어.”그가 선발한 무사는 전부 다 정예병들이었다. 상대에게 지더라도 이렇게 짧은 시간 안
막사 안, 장순이 분개해서 불만을 토로했다.“황후마마, 저들이 정말 그랬다니까요? 저런 이기적인 자들은 동정할 가치도 없어요! 마마께선 자신들의 아버지 시신을 수습하려고 전장에 나가신다는데 마마의 아이가 어떻게 되든 전혀 관심이 없잖아요! 도와줄 필요 없어요!”낮에 말을 너무 한 탓에 장순의 목 상태는 무척 좋지 않았다.얘기를 들은 봉구안은 관씨 모자 세 사람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내일의 전장은 그들을 위한 것도 아니고 관내경 개인을 위한 것도 아니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남제의 승리였다.그녀는 한낱 시신 한구 수습한다고 목숨을 내던질 정도로 바보가 아니었다.4개국 연맹군이 동부군의 기세를 한풀 꺾어놓았으니 반격에서 이겨 그들의 사기를 꺾어야만 했다.장순이 계속해서 말했다.“마마, 귀한 황자님을 회임하신 몸인데 신중을 기하셔야 합니다!”황제는 그의 은인이니 그 역시도 황제의 자식을 지켜주고 싶었다.봉구안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왜? 날 대신해 네가 전장에 나가려고?”순간 장순은 입을 다물었다.그의 나이 이제 겨우 열살, 키가 말보다 작은 아이인데 어찌 전장에 나간단 말인가!그날 밤, 조유관에만 있는 적미새가 긴 울음소리를 냈다.성을 지키는 병사들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밖을 경계했다.자진궁.늦은 시간임에도 소욱은 각지의 전보를 읽고 있었다.그의 얼굴에는 피로감이 역력했다.옆에서 시중을 들던 유사양이 조심스레 말했다.“폐하, 옥체도 생각하셔야지요. 시간도 늦었는데 이만 쉬시는 게 어떠신가요?”소욱은 갑자기 현기증이 일며 미간을 확 찌푸렸다.글자를 똑똑히 보려고 눈에 힘을 주었지만 그럴수록 흐릿해질 뿐이었다.그는 전보를 내려놓고 손으로 미간을 문질렀다. 차갑기만 하던 얼굴에 걱정이 가득 서렸다.이 전장이 언제쯤이면 끝날지 예측할 수 없어서 더 갑갑했다.그는 황후에게 미안했다.부군으로서 부인에게 안락한 삶을 제공해야 하건만 그녀는 항상 나라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었다.동부 상황이 어떤지 걱정도 되었다.고개를 든 소
남제가 축경관 전서를 내렸다는 말에 4개국 연합군 모두 건방지다고 생각했다.“단 장군, 남제인들은 정말 상황파악이 안 되는군요!”“우리가 우세이긴 하지만 그래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합니다! 절대 저들에게 승리를 내어줄 수 없어요!”“그래요, 단 장군! 겨우 관내경을 죽여서 남제군의 사기를 꺾었는데 다시 살아나게 해서는 안 됩니다!”단춘은 얼굴이 불그락푸르락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지금 그의 머릿속에는 전부 남제군이 자신과 자신의 아비를 모욕하던 노래뿐이었다.남제가 축경관을 신청했으니 가장 유능한 장수를 내보내 응전할 것이다!그 시각 남제 군영의 분위기도 별로 좋지 않았다.서봉과 다른 장령들은 수심이 가득한 얼굴이었다.“서 장군, 정말 황후마마를 전장에 내보내야 합니까?”서봉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안 그럼 어쩌갰어? 누가 황후마마를 막을 수 있겠냐고.”한 장령이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말했다.“마마께선 회임 중이잖습니까! 어떻게 전투에 나간단 말입니까! 축경관에서 승리를 거둔다고 해도 만약에 아이가…”“됐어! 재수없는 소리하지 마!”서봉은 짜증스럽게 소리쳤다. 회임한 여인이 전장에 나갔다가 무슨 일이 생길지 상상도 하기 싫었다.하지만 황후에게는 동부군의 지휘권을 담당한다는 황제의 밀서가 있었다.그러니 어찌 명을 거스를 수가 있을까?막사 안.봉구안은 평온한 표정으로 지도를 보고 있었다.“마마, 관 부인께서 알현을 청합니다.”“들라 하라.”봉구안은 고개도 들지 않고 작은 깃발을 들어 조유관 위치에 꽂았다.관 부인은 직접 끓인 닭백숙과 반찬을 들고 막사를 찾아왔다.그녀는 경외심 가득한 눈으로 봉구안을 바라보며 말했다.“마마, 낮에 있었던 일은 소인이 어리석었습니다. 내일이면 전장에 나가실 텐데 좋은 걸 드시고 체력을 보충하셔야지요.”관 부인은 말하면서 봉구안의 배를 살폈다.다들 황후가 회임했다고 하는데 전혀 티가 나지 않았다.봉구안은 그녀가 가져온 도시락을 받으며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마음은 고맙게 받도록 하지
잔뜩 풀이 죽었던 관 부인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봉구안을 바라봤다.그녀는 제 귀를 의심했다.직접 시신을 수습해 오겠다니!관 부인의 두 아들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다.서봉이 다급히 그녀를 말렸다.“황후마마, 그건 아니 됩니다! 동부군이 천만이나 되는데 어찌 마마를 그 위험에 빠뜨리겠습니까! 하물며 마마는 황자를 회임 중이지 않습니까!”뭇 장령들도 정신을 차리고 봉구안을 말렸다.“마마, 심사숙고해 주십시오!”이 나라에 황제가 황후를 얼마나 아끼는지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게다가 황후 태중의 아이는 황제의 첫 아이가 아닌가! 만약 동부에서 변을 당한다면 뒷감당을 누가 한단 말인가!광 부인의 시선이 봉구안의 복부에 닿았다.회임 중인 황후가 먼 길을 달려 이곳 동부까지 왔을 줄은 정말 뜻밖이었다.봉구안은 한번 내린 결정을 굽히지 않는 사람이었다.그녀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분부했다.“장순을 불러오너라.”은이가 공손히 답했다.“예.”조유관에서 십리 떨어진 곳, 대하를 필두로 한 4개국 연맹군이 주둔하고 있었다.주장 막사 안에서 장군들은 향긋한 술과 고기를 즐기고 있었다.상석에는 대하의 주장 단춘이 앉아 있었다.그의 앞에는 통양 구이가 놓여 있었고 그는 한창 칼로 고기를 베서 허겁지겁 입에 넣고 있었다.그의 좌측으로 타국 세 장령들이 앉아 아부를 떨고 있었다.“역시 단 장군입니다. 가장 적은 병력 손실로 남제를 침공하다니. 나중에 남제 요충지를 점령하게 되면 다른 나라들에 자랑해야겠습니다!”“단 장군을 위해 건배합시다! 앞으로 우린 대하만 믿겠습니다!”고기가 지겨워진 단춘은 술 몇 잔을 퍼마시더니 만족스러운 트림을 했다.그는 호탕한 웃음을 터뜨리며 건방지게 말했다.“북연 그 놈들 속셈이야 뻔하지. 비록 같이 남제를 치기로 했지만 북연이 떡을 평등하게 나누려 하진 않을 거야. 교활한 놈들이니까!”“그러니 우리 4개국 연맹이 한마음을 가져야 해.”“조유관 전쟁에서 너무 많은 병사들을 희생할 필요가 없어.”“일대일 전투에서 남
관 부인은 통증에 오만상을 쓰며 고개를 돌려 자신을 제압한 자를 돌아보았다. 편한 복장을 입은 여인이 날카로운 분위기를 풍기며 서 있었다.관 부인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넌 누구지? 어찌 이렇게 거만을 떨어?”관 부인의 두 아들도 나서서 그녀를 비난했다.“당장 그 손 놓지 못할까! 우리 어머니가 누군 줄 알고!”관씨 모자와 다르게 서봉과 뭇 장령들은 상대의 얼굴을 보고 순식간에 당황하더니 공손히 예를 행했다.“황후마마를 뵙습니다!”관 부인도 순간 당황했다.“뭐? 화… 황후마마?”눈앞의 이 여인이 정말 이 나라의 황후란 말인가!황후가 어쩌다가 동부에 오게 된 걸까? 무릇 황후라면 시위들의 보호를 받으며 황궁에 있어야 마땅했다.관 부인의 두 아들도 당황하긴 마찬가지였다.황후마마라면 북대영의 맹 소장군 아닌가!그들은 곧장 예를 행했다.봉구안은 관 부인의 손을 놓아주고 싸늘한 눈으로 뭇 장령들을 노려보며 물었다.“방금 전에 뭘 하려고 했던 거지?”뭇 장령들은 여전히 분개하며 자신의 입장을 전했다.“황후마마, 관 장군께서는 충직한 장군이셨습니다. 그런 분이 지금 적들의 능욕을 당하고 있는데 저희가 어찌 지켜만 보겠습니까! 나가서 관 장군의 시신을 되찾아와야 합니다!”관 부인의 두 아들들은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그래요, 마마. 저 사람들은 아버지를 구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데 서봉 저 사람만 저희를 막고 나가지 못하게 하면서 제 어머니까지 몰아세워 죽게 만들 뻔했습니다.”서봉은 억울했다.그는 비통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황후마마, 저는 단지...”“되었다. 더 말할 필요 없어.”봉구안이 서봉의 말을 잘랐다.다른 사람들은 그녀가 서봉을 처벌하려는 줄 알고 의기양양했지만 그녀에게서 뜻밖의 말이 들려왔다.“너는 장군으로서 병사들을 이끌고 조유관을 지키려 했던 것뿐이니 아무런 잘못이 없다.”“황후마마!”관 부인이 눈물을 흘리며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서봉이 무슨 생각이든 소인은 관심없습니다.
관내경이 죽고 동부 전선을 주관하는 자는 부장 서봉이었다.그는 달려나가려는 병사들을 가로막고 그들에게 호통쳤다.“관 장군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잊었느냐! 장군마저 저들의 상대가 안 됐는데 너희가 나가서 뭘 할 수 있겠느냐! 헛된 죽음만 당할 게 뻔하지 않느냐!”서봉도 분노하긴 마찬가지였지만 이는 좋은 방도가 아니었다.성을 나가겠다고 나선 병사들은 평소에도 지시를 안 따르고 충동이 앞서는 인물들이었다.그들은 오히려 서봉의 말에 반박했다.“그럼 이대로 비웃음을 당하고만 있어야 합니까!”“우리 남제군은 나약한 존재가 아닙니다! 죽더라도 관 장군의 시신을 되찾아야 합니다!”“맞습니다! 되찾지 못하더라도 헛된 죽음은 아닙니다! 조유관 안에서 나약한 것 소리 듣는 것보다야 낫지 않습니까!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습니다!”순간 다른 병사들도 동요하기 시작했다.서봉은 상황이 통제를 잃어가자 선동자들을 전부 잡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군은 상급의 지시에 복종해야 한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조유관을 잘 지키고 성문을 열지 않는 것이다!”병사들 틈에서 불만이 터져나왔다.“당신이 무슨 장군입니까! 우리의 대장군은 관 장군뿐입니다! 장군이 돌아가셨다고 상급이 된 양 하지 마세요!”또 누군가가 소리쳤다.“관 장군은 영웅입니다! 죽더라도 겁쟁이는 되지 않았어요! 우리도 그분처럼 살아야 합니다!”서봉은 그자를 끌어내서 귀뺨을 쳤다.“멍청한 것! 다시 군심을 선동하는 날에는 형벌이 내려질 것이다!”짝!이때 사람들 틈에서 달려나온 한 여인이 서봉의 귀뺨을 쳤다.서봉은 버럭 화를 내려다가 여인의 얼굴을 보고 안색이 급변했다.“형수님….”여인은 다름아닌 관내경의 부인이었다.“서 부장군! 병사들이 틀린 말을 한 건 아니지 않느냐! 내 부군이 영웅이 아니라 말할 셈이냐? 당연히 시신을 되찾아와야 하는 것 아니냔 말이다!”머리에 흰 꽃을 달은 관 부인은 시뻘겋게 충혈된 눈을 하고 기세등등하게 서봉을 노려보고 있었다.“평소에는 내 부군에게 형님이라고 부르며
소욱은 잠깐의 침묵 후에 결단을 내렸다.“좋아. 네 말대로 하자꾸나! 다만 이거 하나만 약조해야 한다. 무슨 일이 생겨도 네 자신의 안전이 최우선이야!”봉구안은 결연한 표정으로 대답했다.“걱정 마세요, 폐하. 꼭 무사히 돌아오겠습니다.”소욱은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만지며 아쉬운 표정으로 말했다.“우리가 다시 만난지 얼마나 지났다고 또 떨어져 지내야 하다니.”상위자로서 참 많은 책임을 져야 하기에 그만큼 포기해야 하는 것도 많았다.봉구안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정색해서 말했다.“잠깐의 헤어짐은 신혼 때의 열정을 되찾게 한다고 합니다. 우린 일반 부부보다 더 많은 신혼을 얻게 된 셈이지요.”그녀는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 귓가에 대고 매혹적으로 속삭였다.“이번에 돌아오면 완벽한 신혼밤을 선사해 드리지요.”그렇게 그녀의 홀림에 홀딱 넘어간 소욱은 그날 밤 황후에게 대장군의 권한을 하사하고 동부로 진군한다는 비밀 첩지를 내리게 되었다.비밀 첩지였기에 봉구안이 황성을 떠난 다음 날까지 아무도 이 사실을 몰랐다.변방 곳곳에 전쟁이 터진 상황에 서왕은 더 이상 소식만 기다릴 수 없었다.그는 전장에 나가 조금이나마 자신의 힘을 보태고 싶었다.그리하여 그는 입궁하여 황제에게 간청을 드릴 생각이었다.소욱도 그에게 중임을 맡길 생각을 갖고 있었다. 동부에는 황후가, 북부에는 맹건이 있는데 유독 남부에만 유능한 장수가 없었다.게다가 남부는 남강과 잇닿아 있고 서왕비 완부옥이 남강 사람이니 서왕을 남부군 수장으로 보내는 것도 이치에 맞았다.한편, 서왕부.완부옥은 남부로 떠날 채비를 마쳤다.동문의 동생인 갈십칠이 왕부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다.그녀는 그래도 양심은 있어 서왕에게 서신을 남겼다.그렇게 조용히 떠나려는데 어찌 알았는지 서왕이 그녀의 앞을 막았다.“왕비.”서왕의 온화한 표정은 그녀가 메고 있는 짐가방을 보고 순식간에 사라졌다.“내 아이를 데리고 어디로 가려는 것이냐!”그는 다급한 마음에 그녀의 팔목을 잡았다.완부옥은
관내경이 죽었다.봉구안은 그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충의로운 대장부였다.지금 그녀가 떠올리는 것은 관내경 한 사람의 죽음이 아니었다.“동방군 상황은 어떠합니까?”주장의 죽음은 사기를 반드시 흔들 것이었다.소욱이 봉구안에게 설명하였다.“동방군은 조유관 안에서 방어 중이다. 조유관 밖에는 대하를 비롯한 여러 나라의 병력이 집결해 있지.”봉구안이 의아한 듯 물었다.“이미 조유관 안에서 방어 중이라면, 관내경은 어찌하여 죽음을 맞이한 것입니까?”소욱이 차근차근 대답했다.“적군이 관문 앞에서 입에 담기 어려운 모욕적인 말로 관내경을 자극했다고 하더군. 관내경은 이를 참지 못하고 관문 밖으로 나가 맞섰다가, 결국 대하국의 한 젊은 무장에게 목숨을 잃었다고 들었다.”일대일 결투, 즉 단독 싸움은 '대장 싸움'이라 불리기도 한다.이는 두 군대가 진을 치고 대치하는 상황에서, 각 군의 장수를 한 명씩 내보내 결투로 승패를 가르는 방식이다.결투에서 승리한 쪽은 병사들의 사기를 크게 끌어올리고 자부심을 충족시킬 수 있다.반대로, 패배한 쪽은 사기가 급격히 떨어지고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이처럼 단독 결투는 위험성이 너무 커, 이미 오래전에 폐지된 방식이었다.아무리 뛰어난 장수라 할지라도, 자신의 승리를 절대적으로 보장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관내경처럼 경험 많은 노련한 장수라면, 함부로 응전하지 말았어야 했다.그러나 상황을 돌아보건대, 적군의 도발이 워낙 심각했을 것으로 보였다.게다가 일반적으로 장수들은 군대의 보호를 받으며 전투에 나서는 것이 보통이다.이처럼 단독으로 나가 싸우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더구나 결투에서 승리한 측은 패배한 자를 추격하거나 죽이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단지 상처를 입히는 데 그쳐야 한다는 규칙이 있다.하지만 관내경이 단독 결투 중 살해당한 것은, 대하를 포함한 연합군이 명백히 이 규칙을 어겼음을 보여준다.봉구안의 표정이 단단히 굳어졌다.“폐하, 이제 동방으로 지원군을 보내야 할 때입니다.”그녀의 목소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