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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외과의사와 신부의 복수
천재 외과의사와 신부의 복수
Author: 꿈을 좇는 나비

1 화

Author: 꿈을 좇는 나비
고하린은 깊은 산골짜기로 끌려가 3년 동안 지옥 같은 삶을 살았고 겨우 숨만 붙어 있는 상태에서 극적으로 구조됐다.

경찰은 그녀를 친정집 앞까지 데려다줬다.

차에서 내린 고하린은 눈앞에 펼쳐진 대저택을 바라보았다. 익숙한 듯 낯선 풍경에 그녀는 이곳이 정말 자신의 집이 맞나 싶었다.

사실 고하린이 집을 어색해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고씨 가문은 집 안팎을 새로 장식했고 잔칫집 분위기가 한껏 흘러넘치고 있으니까.

“여기가 고씨 가문네 저택 맞죠?”

운전하던 경찰관이 의아한 눈빛으로 물었다.

그러자 옆자리 동료가 확신에 차 대답했다.

“맞아요. 제가 몇 번이나 전화했었는데 따님 찾았다고 했더니 보이스피싱인 줄 알고 전화를 뚝 끊더라고요.”

차 안에 있는 다른 여자 경찰은 콧방귀를 뀌며 투덜댔다.

“딸이 납치돼서 3년이나 실종됐는데 잔치를 열 여유가 있다니.”

작열하는 태양 아래 고하린은 땀에 젖은 채 우뚝 서 있었다. 경찰들의 말이 귀에 들려오자 그녀는 마음이 복잡했다.

그런데 동시에 심장이 설렘으로 요동치기도 했다. 드디어 집에 돌아왔으니까 이제 가족들이 그녀를 안아줄 것이다.

“고하린 씨, 집에 들어가세요.”

여자 경찰관이 그녀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네...”

고하린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정원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오늘 무슨 날인가? 이렇게 축하하는 분위기를 봐서... 혹시 오빠가 결혼이라도 하나?’

게다가 마침 그녀가 돌아오는 날에 오빠가 결혼식을 올리는 거라면 겹경사가 아닌가. 고하린은 부모님이 자신을 보면 무척 기뻐하실 거라고 기대했다.

집 현관에 점점 가까워질수록 심장이 두근대고 눈가도 벌써 촉촉해졌다. 고씨 가문 저택 앞에 고급 차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마당 곳곳에 로맨틱한 분위기의 장식들이 놓여 있었다.

더 가까이 다가가자 커다란 포스터가 눈에 들어왔다.

[진우석 군과 고유진 양의 약혼식].

그것을 본 순간 고하린은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졌다. 조금 전까지의 설렘은 산산이 부서졌고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을 뻔했다.

진우석은 경한시의 명문가 진씨 가문의 아들이자 어린 시절부터 줄곧 고하린의 곁에 있었던 그녀의 연인이었다.

그런데 그가 그녀의 여동생 고유진과 약혼을 한다니? 그녀를 평생 지켜주고 사랑해 주겠다던 그 사람이?

고하린은 믿을 수 없어서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그녀는 입술을 꼭 깨물며 포스터를 다시 뚫어지게 바라봤다.

“고하린 씨, 어서 들어가세요. 가족분들이 보고 얼마나 기뻐하겠어요.”

곁에 있던 여자 경찰관이 부축였지만 고하린은 미동도 없었다. 그녀의 시선은 계속해서 그 포스터에 박혀 있었다.

저택 안은 말 그대로 축제의 장이었다. 사람들이 떠들썩하게 웃고 떠들고 예비 신랑 신부에게 키스를 요구하고 있었다.

그러다 누군가가 갑자기 외쳤다.

“하린이가 돌아왔어요!”

순식간에 정적이 흘렀고 모든 시선이 출입문 앞에 멈춰 선 여자에게 향했다. 다들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진짜 고하린이야... 근데 저게 무슨 몰골이야?”

“그러게, 거지꼴도 저런 거지꼴이 없지...”

“소문 들으니까 산골에 잡혀가서 늙은이의 애를 낳았다던데? 어떻게 살아서 나온 거야?”

“경찰이 구해서 데려왔대...”

사람들은 고하린을 쳐다보면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예비 신랑 신부는 정원에 서 있는 그녀를 보자 얼굴이 굳었다.

“언니...”

고씨 가문의 양녀 고유진은 믿기지 않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중얼거렸다.

‘고하린이 살아 돌아왔다니?’

문밖에 서 있는 고하린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심지어 온갖 시선이 자신을 꿰뚫고 지나가는데도 아무 반응도 없었다.

한때 그녀는 경한시 최고의 명문가 딸로서 어디에 가든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이었다.

아무리 성대하고 화려한 자리에 나서도 고하린은 언제나 눈부시게 빛났고 당당해서 누구도 그녀를 가릴 수 없었다.

사람들은 ‘고씨 가문의 아가씨’라 하면 하나같이 감탄 섞인 말투로 이렇게 말했다.

“아, 그분은 고씨 가문에서 금지옥엽 아끼는 아가씨이자 수많은 도련님의 마음을 사로잡은 여신이죠.”

하지만 그 모든 영광은 3년 전 어느 날 산산조각 났다.

그날 고하린은 고유진과 함께 한 연회에 참석했었는데 늦은 밤 귀가하던 길에 타이어가 터져 교체하던 도중에 갑자기 밴 한 대가 질주해 오더니 고유진을 강제로 태우고 데려가려 했다.

그러자 고하린은 몸을 날려 막았고 운전기사가 합세해 가까스로 동생을 빼냈다.

그러나 그 틈을 타 납치범은 고하린에게 포대기를 씌운 채 데리고 달아났다.

처음엔 돈을 목적으로 한 단순한 납치인 줄 알았으나 알고 보니 상대는 전국을 떠돌며 범죄를 저지르는 대형 인신매매 조직이었다.

고하린은 깊은 산속 오지로 팔려 갔고 3년 동안 돼지우리에서 돼지들과 함께 살았다. 쇠사슬에 묶이고 구타와 학대를 당하고 여러 차례 성폭행을 당할 위기에 처했으나 그때마다 지적장애를 가진 그녀의 ‘남편’이 몸을 던져 막아줬다.

고하린은 자신이 그 어둠 속에서 영원히 빠져나오지 못할 줄 알았다.

그러나 운명은 그녀를 버리지 않았다. 경찰서의 인신매매 전담 작전팀이 그녀를 구해낸 것이다.

고하린은 3년 동안 머릿속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장면을 수백 번이나 상상했었다.

그러나 그토록 그리워하던 집 앞에서 마주한 건 남자 친구와 여동생의 약혼식이었다.

정적을 깬 건 어느 하객의 어색한 인사였다.

“하린아, 왔구나?”

고하린은 시선을 포스터에서 떼고 자신에게 말을 건 친척을 바라보면서 옅은 미소를 지었다.

“네, 저 왔어요...”

다른 사람도 걱정스럽게 말했다.

“많이 힘들었지? 얼굴이 못쓰게 됐네...”

그 말을 들은 옆 사람은 다급히 팔꿈치로 그 사람을 찔렀다.

“조용히 해. 하린이 무슨 병 걸렸다던데 괜히 말 걸었다가 옮으면 어쩌려고.”

“말 좀 한 게 뭐 어때서...”

그 어색한 대화는 고씨 가문 식구들의 등장에 끊겼다.

고하린의 어머니 양서정은 계단 아래에 있는 딸을 보고 놀라서 눈이 저절로 커졌고 몸이 굳어버렸다.

원래 길었던 머리는 흉하게 잘렸고 낡고 찢어진 옷에 남성 신발을 신고 있을 뿐만 아니라 팔과 발목엔 멍 자국과 밧줄에 묶여서 생긴 자국이 가득했다.

양서정은 고하린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보고 충격에 휩싸였다.

한참 후에야 그녀는 입술을 달싹였다.

“진짜 하린이 맞네...”

그토록 그리웠던 어머니를 보자 고하린의 마음속에 다시 기쁨이 차올랐다. 그녀는 앞으로 다가서며 말했다.

“엄마, 저 돌아왔어요.”

그리고 아버지와 오빠도 나타나자 고하린은 더욱 흥분했다.

“아빠! 오빠!”

그녀는 벅찬 마음으로 그들을 불렀지만 고씨 가문의 가장 고태진은 왠지 기묘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돌아왔구나...”

그리고 그는 곧 아내와 눈빛을 교환했다.

두 사람 모두 작년에 경찰서에서 본 딸의 사건보고서를 떠올렸다. 그 보고서에 따르면 고하린은 늙은 남자들과 결혼을 강요당했고 그러다 아이를 낳았는데 그 아이는 기형아였고 고하린은 HIV에 감염되었다고 했다.

그날 이후 양서정은 한 달 넘게 잠에 들지 못했고 체중이 10kg 넘게 빠졌다. 그녀는 울고 또 울다 결국 결단을 내렸다. 딸을 찾지 않겠다고. 그게 고씨 가문의 체면과 가족의 건강을 지키는 길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그 딸이 집에 다시 돌아온 것이다.

“고태진 씨, 따님이 돌아왔는데 반응이 왜 이렇죠?”

경찰은 싸늘하기 쩍이 없는 부부의 태도에 목소리를 높였다.

보통 이런 경우엔 가족들이 경찰차만 봐도 달려 나와 끌어안고 오열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 집 식구들은 딸이 살아 돌아왔는데도 전혀 기뻐하는 기색이 없었다.

그제야 고태진은 뒤늦게 정신이 든 듯 억지 미소를 지으며 경찰 쪽으로 다가갔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 그런데 작년엔 딸을 찾기 어려울 거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때 그들이 경찰서에 찾아갔을 때, 담당 형사는 그 마을 사람들이 다 한 통속이라 경찰들이 찾아가도 제압해 버려 절대 납치된 사람들을 구할 수 없을 거라고 했었다.

“네? 그게 지금 하실 말씀이신가요? 따님을 찾아 드렸는데...기쁜 마음은커녕 전혀 감동도 없으신 것 같네요.”

“아, 아닙니다. 당연히 감사하고 기쁩니다.”

고태진은 어색하게 웃으며 고하린에게 몇 걸음 다가갔다.

“하린아, 잘 돌아왔구나. 엄마 아빠가 너 걱정하다가 머리가 다 하얘졌어.”

하지만 고하린은 그의 까맣게 염색한 머리를 보고 조용히 웃었다.

“저도... 많이 보고 싶었어요.”

“하린아...”

양서정도 어색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그녀는 가까이 다가오자마자 코끝을 찌르는 듯한 악취에 본능적으로 코를 막고 한 발 물러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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