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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2화

유월영이 비꼬듯이 말했다.

“마치 내가 거절하면 따라오지 않을 것처럼 말하네요.”

연재준은 따라오지 말라고 해도 분명히 몰래 따라다닐 터였다.

연재준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동의한 거지?”

유월영이 몸을 돌려 걸어가며 말했다.

“가는 길에 백합 파는 꽃집이나 찾아보세요.”

연재준은 그녀의 내키지 않는 듯한 뒷모습을 보며 오늘 날씨가 참 좋다고 생각했다.

“알았어.”

연재준은 비서나 운전기사를 데리고 오지 않고 직접 운전했다. 유월영은 그를 운전기사처럼 대했고 그가 열어둔 조수석이 아니라 뒷좌석에 바로 올라탔다.

연재준은 아랑곳하지 않고 웃음을 참으며 차 문을 닫고 운전석에 올랐다.

차가 출발하자 유월영은 창문을 내려 바람을 쐬며 백미러로 뒤쪽을 힐끗 보았다.

그리고 무언가 발견한 듯 그녀의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살짝 떠올랐다.

“당신과 현 대표는...”

연재준이 말을 꺼내자 유월영이 담담하게 말했다.

“난 운전기사랑 얘기하지 않아요.”

연재준은 그녀의 말을 자연스럽게 이어갔다.

“그럼 내가 계속 네 운전기사를 해도 괜찮을까?”

유월영은 피곤한 듯 눈을 감고 쉬고 있었다.

“보아하니 해운 그룹이 정말 망해가는 건가 봐요. 연 대표님께서 이제 대리운전도 다 하시고.”

유월영은 이제 모든 감성적인 말이나 애정 표현에 면역이 된 듯했다.

연재준은 차의 오디오를 켜서 잔잔한 클래식을 틀었다. 그녀가 편히 쉴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었다.

꽃집을 발견한 연재준은 갓길에 차를 세우고 안전벨트를 풀며 말했다.

“피곤하면 계속 쉬고 있어. 내가 가서 사 올게.”

유월영은 아무 대꾸도 없었고 연재준은 차에서 내려 꽃집으로 들어갔다.

그는 꽃집에서 두 송이 백합을 골랐다. 그러다 꽃 진열대에 놓인 수국 한 다발을 발견했다. 수국의 연하고 아름다운 색깔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이내 자신들의 결혼식에 쓰일 뻔했던 꽃을 떠올렸다.

“이것도 한 다발 포장해 주세요.”

연재준의 목소리가 떨려왔다.

꽃집 주인은 당황하며 말했다.

“죄송하지만 이 수국은 오늘 저녁 결혼식에 쓰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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