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준은 유월영의 행동을 이미 예측한 듯 재빨리 그녀의 팔을 반대로 잡았다. 균형을 잃은 그는 땅에 쓰러지면서도 그녀를 함께 끌어내렸다!두 사람은 풀밭에 떨어져 서로 엉켜버렸다.유월영은 곧바로 일어나려고 했지만 연재준은 먼저 몸을 돌려 그녀 위에 올라탔고 아무 말도 없이 그녀의 입술에 강제로 키스했다!유월영의 머리가 하얗게 질려왔다. 그녀는 두 손으로 그를 밀어내려고 했지만 연재준은 그녀의 입술을 놓아주지 않고 오히려 그녀의 입안을 휘저었다. 간신히 그를 떼어내자마자 그녀는 손을 올려 그의 뺨을 세차게 때리며 외쳤다.“연재준!”연재준은 날아오는 그 따귀를 고스란히 맞았지만 여전히 그녀 위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이마에 흩날린 머리카락이 그의 눈을 가렸고 그에게서 평소와는 다른 우울하고 집착적인 기운이 느껴졌다.연재준은 고개를 숙여 다시 그녀에게 키스를 했고 유월영은 그가 풍기는 한약 냄새에 싸여 치를 떨며 또 한 번 그의 뺨을 강하게 때렸다!연재준은 같은 자리에 연속으로 두 번 뺨을 맞았다. 그의 하얗고 잘생긴 얼굴에는 붉은 손자국이 선명하게 남았지만, 그는 아무 말 없이 그녀의 반항하는 손을 붙잡아 머리 위로 고정했다.그의 가슴이 유월영의 가슴을 눌러왔고 그의 다리가 유월영의 다리를 꼼짝 못 하게 했다.두 사람의 코끝이 서로 스치며, 얼마 지나지 않아 둘의 창백했던 입술은 짙은 붉은빛으로 변했다.유월영은 그의 압박에 숨이 막힐 것 같았고 그의 뜨거운 체온이 느껴졌다. 연재준은 갑자기 그녀의 셔츠 단추를 뜯기 시작했고 유월영은 그가 무슨 짓이라도 할까 두려웠다. 그가 정말 더 강제로 탐하려고 한다면 그 자리에서 그의 숨통을 끊어버리겠다고 다짐했다!하지만 연재준은 그녀의 쇄골을 깨물어 왔다. 마치 살점을 뜯어내려는 듯이.유월영은 온몸에 전해지는 고통에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었고 숨이 거칠어졌다. 그리고 그의 미친 듯한 심장박동 소리도 들려왔다.연재준은 지금 마치 그날 호텔에서처럼 미쳐버린 듯했다....그는 분명히 제정신이 아닌
유월영은 결국 고속도로에 오르지 않고 차를 돌려 빠르게 돌아왔다.신현우의 차는 사실 길가에 주차되어 있었지만 유월영은 너무 화가 나서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신현우는 백미러로 멀어져 가는 유월영의 차를 한 번 보고 자갈길에 있는 연재준을 다시 한번 보았다.그는 두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는 들을 수 없었지만, 그들의 모든 행동은 눈에 보였고 한바탕 몸싸움을 한 상황임을 알아차렸다.신현우는 잠시 생각에 잠겼지만 굳이 연재준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네지 않고 그대로 돌아섰다.강수영이 카톡으로 연재준의 상태를 물었다.신현우는 방금 찍어둔 사진을 그녀에게 보냈다.풀밭에서 두 사람이 뒤엉킨 사진을 보고 강수영은 헉하고 숨을 들이쉬었다.“정말 격렬하네...”그녀는 손톱을 깨물며 중얼거렸다.“그래 내가 말했잖아, 그들은 단지 밀어주는 사람이 부족했을 뿐이라고...결국에는 내가 나서야 해.”3년 전과 똑같이, 그녀가 도와 이 관계를 뜨겁게 만들 필요가 있었다.강수영은 신현우와의 대화창을 나와 ‘화학과 우수 졸업생'이라고 저장된 연락처를 열고, 40만원으로 송금한 후 메시지를 보냈다.[그 약 좀 보내줘]상대는 돈을 받고 답장했다.[OK]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강수영은 아직 계획을 더 세워야 했다....유월영은 곧바로 옛집으로 차를 몰고 돌아왔다.그녀의 얼굴은 매우 어두웠고 특히 옷이 더럽혀진 것을 보자마자 방금 연재준이 했던 짓이 떠올라 더 화가 났다.유월영은 차에서 내려 냉랭한 얼굴로 집에 들어서서, 거실을 지나 2층으로 올라갔다.1층의 오픈형 서재에서 일을 하고 있던 현시우가 인기척을 듣고 나와 말했다.“월영아.”하지만 유월영은 못 들은 척 더 빨리 2층으로 뛰어 올라갔다.현시우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고 이내 들고 있던 책을 내려놓고 그녀를 따라 올라갔다.유월영은 방에 들어가 문을 재빨리 닫았다. 현시우가 문밖에서 두 번 두드렸다.“월영아?”유월영은 방 안에서 답했다.“잠깐만.”
현시우가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 바로 유월영이 그에게 건네는 “고마워”와 “미안해”였다.그런말은 어색함과 거리감을 주는 것 같았고 그들 사이에서는 굳이 그런 말이 필요 없었다.현시우의 표정은 조금 어두워졌지만 유월영은 그걸 알아차리지 못했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빈 컵을 받아 들고 부엌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세척기에 깨끗이 씻겨나가는 컵을 보면 생각에 잠겼다.현시우는 이제 연재준을 만나야 할 때가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다음 날 유월영이 깨어났을 때는 이미 점심 무렵이었다.그녀는 침대 옆 가습기를 껐다. 어젯밤 잠을 설친 그녀는 가습기를 틀었고 그 안에는 숙면을 위한 에센셜 오일도 들어있었다. 그 덕분에 지금까지 깊이 잠들 수 있었다.유월영은 머리를 긁적이며 침대에서 일어나 아래층으론 내려갔다. 한세인은 이미 일을 마치고 돌아와 거실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유월영을 보자 한세인이 일어나 인사했다.“안녕하세요, 아가씨.”“네. 어젯밤 고생했어요.”유월영은 물컵 두 개를 들고 따뜻한 물을 따라 그녀에게 한 잔을 건넸다.“어떻게 됐어요?”한세인은 두 손으로 컵을 받으며 먼저 결과를 말했다.“별다른 소득은 없었습니다.”유월영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에게 앉아서 이야기하라고 손짓했다.“왜요?”한세인이 자세히 설명했다.“저와 지남 씨가 여행 온 커플로 위장해 우선 호텔에 체크인했습니다. 안내 데스크에서 저희한테 어떻게 이 호텔을 알게 되었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자신들의 호텔은 온라인에도 소개가 없고 주변에도 유명한 다른 온천 호텔도 많다면서 저희가 이 호텔을 선택한 것이 이상하다고 여긴 거죠.”“저희가 배낭여행 위주로 해서 계획을 세우지 않고, 그냥 가는 곳마다 즉흥적으로 호텔을 정해서 묵는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서 미리 호텔을 예약하지 않았고 혹시 방이 없으면 다른 곳으로 가겠다고 했죠.”유월영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아주 잘 넘어갔어요. 그리고 나서는요?”“직원이 위에 보고해 보고 알려주겠다고 하더니 허락을
“...아마도 기회가 없어서 말씀드리지 못했을 겁니다.”한세인도 정확히 알지 못했다.“하지만 레온 그룹과 해성 그룹은 협력 관계이고, 현 대표님께서도 마침 신주시에 계시니 해성을 방문하는 게 당연하지요.”“그들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확인해 주세요. 나도 옷을 갈아입고 가볼게요.”유월영은 말하고는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옷을 갈아입고 가벼운 화장을 했다.그리고 다시 내려오며 물었다.“어디 있어요?”한세인이 대답했다.“알아냈습니다. 현 대표님 일행은 해성 그룹 방문을 마친 후 연 대표님의 초대로 지금 해운 그룹으로 갔습니다.”유월영은 잠시 멈칫하더니 발걸음을 서둘렀다.그 시각, 해운 그룹.연재준과 현시우는 둘 다 깔끔한 양복 차림으로 각자 팀을 이끌고 나란히 걸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두 사람은 회사의 발전, 제품의 장단점, 시장 전망, 업계 동향 등 다양한 주제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대화는 유쾌하고 끊임없었으며 마치 오랜 협력 파트너처럼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불과 며칠 전, 이 두 사람이 신연아의 결혼식에서 큰 다툼을 벌일 뻔했다는 걸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여기는 마케팅 부서입니다. 지금은 사람들이 별로 없네요. 아마 회의 중일 겁니다. 원래라면 크로노스 씨한테 이들의 데이터 분석 능력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월가의 전문 분석가들에게 전혀 뒤지지 않아요.”연재준은 부서를 지나가며 자연스럽게 소개했다.현시우는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명성은 오래전부터 들었습니다. 해운 그룹 마케팅팀에서 아무 사람만 데려가도 회사를 꾸릴 수 있다고들 하죠.”연재준도 드물게 농담을 주고받았다.“그래서 연봉도 가장 높습니다.”두 사람은 계속 걸으며 마케팅 부서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듯했지만 현시우가 갑자기 이야기를 이어갔다.“마케팅 부서는 회사에서 가장 바쁜 부서 중 하나죠. 연봉이 아무리 높아도 과분하지 않을 겁니다. 월영이도 처음 레온 그룹에 들어갔을 때 마케팅 부서로 갔는데, 그때는 밤낮없이 바빴어요. 제가 그녀를 보려면 회의
연재준이 하정은에게 눈짓을 하자 하정은은 그 의미를 알아차리고 모든 사람에게 물러나라고 신호를 보냈다.따라오던 사람들은 두 사람의 얘기를 들을 수 없는 거리까지 물러났다.연재준의 표정은 한층 얼음처럼 차가워졌고 얇은 입술을 꽉 깨물다 조용히 물었다.“월영이 많이 아픈가요? 육체적인 건가요, 아니면 심리적인 것인가요?”평일의 회사 건물 안은 고요했고 햇살만이 거울처럼 빛나는 하얀 타일 바닥에 비췄다.두 남자는 서로 마주 서 있었다. 둘 다 훤칠한 키에 무심하게 서로를 바라봤지만 누구도 밀리지 않았다.현시우가 그에게 말했다.“그날 밤, 월영이는 회사에서 야근을 했어요. 고열이 났지만 말하지 않고 참고 견딘 거죠. 그러다가 열이 난 채 물을 마시려다가 탕비실에서 기절했어요.”“빌딩의 보안 요원은 탕비실에 사람이 있는 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직원들이 모두 퇴근한 줄 알고 불을 끄고 문을 잠근 후 퇴근했죠.”연재준의 눈에 깊은 파도가 일렁였다.“난 아무리 연락해도 월영이를 찾을 수 없었고 사람들을 보내 곳곳에서 찾아봤어요. 거의 동이 틀 때쯤 월영이를 찾았는데 그때는 이미 깨어있었더랬죠. 월영이가 혼수 상태에서 악몽을 꾸다 깨어난 거라고 했는데 나중에 무슨 꿈을 꿨는지 물어보니...꿈에서 예전의 일들을 떠올렸다고 하더라고요.”연재준의 얼굴에 핏기가 가셨다.현시우는 차갑게 말했다.“월영이는 그 동안 회사에서의 일도 잘 풀리지 않았어요. 항상 전 직장과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그리고 그 일들을 떠올렸죠. 그리고 그런 것들이 월영의 억눌린 마음을 더 무겁게 만들었어요.”유월영의 이전 직장이란 정확히 말하면 신현우의 회사에서 그의 비서로 일하고 있었을 때였다.하지만 연재준은 알고 있었다. 유월영에게 악몽을 꾸게 한 것은 분명 자신이 원인이라는 것을.그녀는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마다 그의 밑에서 일했던 시절을 떠올렸을 것이다.“월영이는 이미 그때 벼랑 끝에 서 있었어요. 악몽에서 깨어나 어둠 속에서 혼자 갇혀 있으면서 월영이의 슬픔과 분노는 절정에
비록 직원들이 휴식과 재충전을 할 수 있도록 제공된 장소이지만 대기업답게 회사 오락실에는 각종 장비가 매우 완벽하게 갖춰져 있었다.심지어 펜싱할 수 있는 풀세트의 펜싱복도 있다.양 회사의 고위 임원들은 방금전까지 두 명의 대표를 따라 작업 현장을 시찰하고 있었지만 어쩌다 보니 지금은 두 사람이 순백의 펜싱복을 입고 각자 한 자루의 긴 검을 들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두 사람은 마치 검객 같았다.펜싱복은 몸에 딱 맞게 디자인되어 상의와 바지가 하나로 이어졌고 한 치의 여유도 없이 깔끔하게 떨어져 펜싱 운동의 엄격함과 우아함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게다가 두 남자 모두 늘씬하였기에 이러한 복장이 더욱 잘 어울렸다.그들은 서로 마주 보고 서서 금속 망사로 된 헬멧을 썼다.촘촘한 금속 실로 짜인 헬멧이 얼굴을 가렸지만 두 눈의 날카로움은 가릴 수 없었다.한 임원이 심판을 맡았고 신호가 떨어지자마자 두 사람은 긴 검을 휘둘러 상대를 향해 직진했다.유월영은 마침 밖에서 돌아온 노현재와 마주쳤다.그녀가 해운 그룹으로 가려는 걸 알게 되자 노현재는 자신도 연재준에게 제대로 인사를 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 바로 조수석 문을 열었다.“타요. 나도 같이 가죠.”그들은 해운 그룹에 도착했을 때 빌딩 안은 예전과 달리 조용했다.유월영은 직원들이 늦은 점심을 먹고 있을 거라 생각하고 현시우 일행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려 지남에게 전화를 걸었다.지남의 다소 초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아가씨, 저희는 지금 4층에 있습니다. 빨리 오세요.”“4층?”“내 기억이 맞다면, 4층은 직원 휴게실일 텐데?”그들은 거기서 뭐 하는 걸까?유월영은 더 이상 생각하지 않고 노현재와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라 층수를 눌렀다.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휴게실 입구에 사람들이 가득 모여 무엇을 구경하고 있는듯한 모습이 보였다.유월영은 무슨 일인지 몰랐고 노현재는 사람들을 헤치고 들어갔다.펜싱복을 입은 두 남자가 표준적이고 날카로운 자세로 끊임없이 서로를 공격하고 있었
연재준은 잠시 말없이 바라보다가 헬멧을 벗고 시큰둥하게 말했다.“크로노스 씨는 정말 운이 좋군요.”유월영이 그를 노려봤다. 눈에는 불만이 가득했다.연재준은 유월영이 현시우 때문에 자신을 노려본다는 생각이 들자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내가 일부러 현 대표님을 다치게 한 거 아니잖아. 그렇게 나를 노려볼 필요가 있나? 게다가 경기에는 승패가 갈라지는 법인데 만약 다쳤다 해도 그건 그가 자발적으로 한 거야.”“내가 아직 한참 더 배워야겠네요. 제가 아는 한 업무 시찰을 하다가 두 대표가 직접 맞붙는 걸 본 건 이번이 처음이라서요.”유월영이 말했다.“게다가 여기는 연 대표님의 회사이잖아요, 이게 연 대표가 손님을 대접하는 방식인가요?”어쨌든, 그녀는 현시우가 다친 것을 연재준의 탓으로 돌리고 있었다.연재준은 억울함에 기가 차서 웃고 있었지만 심장에 둔한 고통이 전해졌다.현시우가 유월영의 팔을 잡아당기며 미소를 지었다.“내가 연 대표님께 맞붙자고 한 거야. 너무 연 대표한테 그러지 마.”노현재가 휘파람을 휙 불었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미운 법, 크로노스 씨의 대답이 뭔가 묘하게 느껴졌다.유월영은 여전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씩씩거렸다.“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내가 모를 줄 알아? 받은 건 반드시 갚아주는 성격이야. 그를 두둔할 필요 없어. 시우 씨, 정말 안 다쳤어?”“...”연재준은 어이가 없어 헬멧을 선반에 벗어던졌다.현시우는 유월영의 여기저기를 만지는 손을 잡으며 말했다.“정말 다치지 않았어. 이제 그만해. 모두가 보고 있다고, 이러다 우리를 웃겠어.”유월영은 그가 정말 다치지 않았다는 걸 확인한 후에야 손을 떼었다. 그리고 더 이상 해운 그룹에 머물고 싶지 않아 바로 물었다.“일 다 끝났어? 끝났으면 그냥 가자.”연재준은 펜싱복의 벨크로를 뜯으면서도 속상한 마음을 달래며 조금이라도 더 그녀를 보고 싶어 참아내며 입을 열었다.“이미 점심시간이에요. 손님으로 오신 만큼 제가 고 대표와 크로노스 씨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게 맞
연재준은 끝내 참지 못하고 자리를 떠났다.그는 노현재가 건넨 물을 밀어내고 테이블을 짚고 일어나면서 쉰 목소리로 말했다. “이쯤에서 식사는 끝내는 걸로 하죠. 크로노스 씨도 오후에 일정이 있으니 더는 방해하지 않겠습니다.”그는 그대로 자리를 떠나 바로 문을 나섰다.그러나 기침을 억누를 수 없어서 몇 걸음 걸을 때마다 기침이 터져 나왔다.하정은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연재준을 바라봤다. 원래 안정됐던 그의 병세가 다시 재발한 것이다.“연 대표님, 병원에 가보셔야겠어요.”연재준은 눈을 감고 쉰 목소리로 대답했다.“괜찮아.”하정은이 더 설득하려 했으나 그때 뒤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연 대표님.”하정은이 뒤돌아보니 따라 나온 사람은 유월영이였다.하정은이 안도하듯 말했다.“월영 씨, 빨리 대표님을 좀 설득해 주세요. 이렇게 기침을 심하게 하는데 병원에 안 가면 어떡해요?”연재준은 억지로 기침을 참으며 돌아서서 그녀를 바라봤다. 아까 기침을 너무 심하게 해서인지 그의 눈가가 약간 붉어져 있었다.그가 말했다.“당신은 내가 병원에 가길 바래서 설득하러 나온 게 아닌 것 같은데. 크로노스 씨에게 다가가지 말라고 경고하러 나온 거겠지.”유월영이 그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잘 알고 있으면 됐어요.”“그가 먼저 나를 도발했다는 생각은 안 들어?”연재준은 얇은 입술을 꽉 다물고 유월영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녀는 단호하게 말했다.“시우 씨는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연재준은 웃으며 가슴을 감싸 쥔 채 힘겹게 말했다.“그를 그렇게 잘 안다고 생각해? 내가 보기에 당신은 그가 누군지도 모르는 것 같던데.”유월영은 그의 말이 더 우습기만 했다.“내가 뭘 모른다는 거죠? 마치 연 대표님은 잘 안다는 걸로 들리는데요?”“당신 정말로 그를 잘 안다고 확신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콜록, 콜록.연재준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입을 가리며 다시 기침을 시작했다.유월영은 그가 하는 말에 마음이 어지러워진 건지, 아니면 그가 기침을 심하게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