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기회가 없어서 말씀드리지 못했을 겁니다.”한세인도 정확히 알지 못했다.“하지만 레온 그룹과 해성 그룹은 협력 관계이고, 현 대표님께서도 마침 신주시에 계시니 해성을 방문하는 게 당연하지요.”“그들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확인해 주세요. 나도 옷을 갈아입고 가볼게요.”유월영은 말하고는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옷을 갈아입고 가벼운 화장을 했다.그리고 다시 내려오며 물었다.“어디 있어요?”한세인이 대답했다.“알아냈습니다. 현 대표님 일행은 해성 그룹 방문을 마친 후 연 대표님의 초대로 지금 해운 그룹으로 갔습니다.”유월영은 잠시 멈칫하더니 발걸음을 서둘렀다.그 시각, 해운 그룹.연재준과 현시우는 둘 다 깔끔한 양복 차림으로 각자 팀을 이끌고 나란히 걸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두 사람은 회사의 발전, 제품의 장단점, 시장 전망, 업계 동향 등 다양한 주제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대화는 유쾌하고 끊임없었으며 마치 오랜 협력 파트너처럼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불과 며칠 전, 이 두 사람이 신연아의 결혼식에서 큰 다툼을 벌일 뻔했다는 걸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여기는 마케팅 부서입니다. 지금은 사람들이 별로 없네요. 아마 회의 중일 겁니다. 원래라면 크로노스 씨한테 이들의 데이터 분석 능력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월가의 전문 분석가들에게 전혀 뒤지지 않아요.”연재준은 부서를 지나가며 자연스럽게 소개했다.현시우는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명성은 오래전부터 들었습니다. 해운 그룹 마케팅팀에서 아무 사람만 데려가도 회사를 꾸릴 수 있다고들 하죠.”연재준도 드물게 농담을 주고받았다.“그래서 연봉도 가장 높습니다.”두 사람은 계속 걸으며 마케팅 부서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듯했지만 현시우가 갑자기 이야기를 이어갔다.“마케팅 부서는 회사에서 가장 바쁜 부서 중 하나죠. 연봉이 아무리 높아도 과분하지 않을 겁니다. 월영이도 처음 레온 그룹에 들어갔을 때 마케팅 부서로 갔는데, 그때는 밤낮없이 바빴어요. 제가 그녀를 보려면 회의
연재준이 하정은에게 눈짓을 하자 하정은은 그 의미를 알아차리고 모든 사람에게 물러나라고 신호를 보냈다.따라오던 사람들은 두 사람의 얘기를 들을 수 없는 거리까지 물러났다.연재준의 표정은 한층 얼음처럼 차가워졌고 얇은 입술을 꽉 깨물다 조용히 물었다.“월영이 많이 아픈가요? 육체적인 건가요, 아니면 심리적인 것인가요?”평일의 회사 건물 안은 고요했고 햇살만이 거울처럼 빛나는 하얀 타일 바닥에 비췄다.두 남자는 서로 마주 서 있었다. 둘 다 훤칠한 키에 무심하게 서로를 바라봤지만 누구도 밀리지 않았다.현시우가 그에게 말했다.“그날 밤, 월영이는 회사에서 야근을 했어요. 고열이 났지만 말하지 않고 참고 견딘 거죠. 그러다가 열이 난 채 물을 마시려다가 탕비실에서 기절했어요.”“빌딩의 보안 요원은 탕비실에 사람이 있는 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직원들이 모두 퇴근한 줄 알고 불을 끄고 문을 잠근 후 퇴근했죠.”연재준의 눈에 깊은 파도가 일렁였다.“난 아무리 연락해도 월영이를 찾을 수 없었고 사람들을 보내 곳곳에서 찾아봤어요. 거의 동이 틀 때쯤 월영이를 찾았는데 그때는 이미 깨어있었더랬죠. 월영이가 혼수 상태에서 악몽을 꾸다 깨어난 거라고 했는데 나중에 무슨 꿈을 꿨는지 물어보니...꿈에서 예전의 일들을 떠올렸다고 하더라고요.”연재준의 얼굴에 핏기가 가셨다.현시우는 차갑게 말했다.“월영이는 그 동안 회사에서의 일도 잘 풀리지 않았어요. 항상 전 직장과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그리고 그 일들을 떠올렸죠. 그리고 그런 것들이 월영의 억눌린 마음을 더 무겁게 만들었어요.”유월영의 이전 직장이란 정확히 말하면 신현우의 회사에서 그의 비서로 일하고 있었을 때였다.하지만 연재준은 알고 있었다. 유월영에게 악몽을 꾸게 한 것은 분명 자신이 원인이라는 것을.그녀는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마다 그의 밑에서 일했던 시절을 떠올렸을 것이다.“월영이는 이미 그때 벼랑 끝에 서 있었어요. 악몽에서 깨어나 어둠 속에서 혼자 갇혀 있으면서 월영이의 슬픔과 분노는 절정에
비록 직원들이 휴식과 재충전을 할 수 있도록 제공된 장소이지만 대기업답게 회사 오락실에는 각종 장비가 매우 완벽하게 갖춰져 있었다.심지어 펜싱할 수 있는 풀세트의 펜싱복도 있다.양 회사의 고위 임원들은 방금전까지 두 명의 대표를 따라 작업 현장을 시찰하고 있었지만 어쩌다 보니 지금은 두 사람이 순백의 펜싱복을 입고 각자 한 자루의 긴 검을 들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두 사람은 마치 검객 같았다.펜싱복은 몸에 딱 맞게 디자인되어 상의와 바지가 하나로 이어졌고 한 치의 여유도 없이 깔끔하게 떨어져 펜싱 운동의 엄격함과 우아함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게다가 두 남자 모두 늘씬하였기에 이러한 복장이 더욱 잘 어울렸다.그들은 서로 마주 보고 서서 금속 망사로 된 헬멧을 썼다.촘촘한 금속 실로 짜인 헬멧이 얼굴을 가렸지만 두 눈의 날카로움은 가릴 수 없었다.한 임원이 심판을 맡았고 신호가 떨어지자마자 두 사람은 긴 검을 휘둘러 상대를 향해 직진했다.유월영은 마침 밖에서 돌아온 노현재와 마주쳤다.그녀가 해운 그룹으로 가려는 걸 알게 되자 노현재는 자신도 연재준에게 제대로 인사를 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 바로 조수석 문을 열었다.“타요. 나도 같이 가죠.”그들은 해운 그룹에 도착했을 때 빌딩 안은 예전과 달리 조용했다.유월영은 직원들이 늦은 점심을 먹고 있을 거라 생각하고 현시우 일행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려 지남에게 전화를 걸었다.지남의 다소 초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아가씨, 저희는 지금 4층에 있습니다. 빨리 오세요.”“4층?”“내 기억이 맞다면, 4층은 직원 휴게실일 텐데?”그들은 거기서 뭐 하는 걸까?유월영은 더 이상 생각하지 않고 노현재와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라 층수를 눌렀다.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휴게실 입구에 사람들이 가득 모여 무엇을 구경하고 있는듯한 모습이 보였다.유월영은 무슨 일인지 몰랐고 노현재는 사람들을 헤치고 들어갔다.펜싱복을 입은 두 남자가 표준적이고 날카로운 자세로 끊임없이 서로를 공격하고 있었
연재준은 잠시 말없이 바라보다가 헬멧을 벗고 시큰둥하게 말했다.“크로노스 씨는 정말 운이 좋군요.”유월영이 그를 노려봤다. 눈에는 불만이 가득했다.연재준은 유월영이 현시우 때문에 자신을 노려본다는 생각이 들자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내가 일부러 현 대표님을 다치게 한 거 아니잖아. 그렇게 나를 노려볼 필요가 있나? 게다가 경기에는 승패가 갈라지는 법인데 만약 다쳤다 해도 그건 그가 자발적으로 한 거야.”“내가 아직 한참 더 배워야겠네요. 제가 아는 한 업무 시찰을 하다가 두 대표가 직접 맞붙는 걸 본 건 이번이 처음이라서요.”유월영이 말했다.“게다가 여기는 연 대표님의 회사이잖아요, 이게 연 대표가 손님을 대접하는 방식인가요?”어쨌든, 그녀는 현시우가 다친 것을 연재준의 탓으로 돌리고 있었다.연재준은 억울함에 기가 차서 웃고 있었지만 심장에 둔한 고통이 전해졌다.현시우가 유월영의 팔을 잡아당기며 미소를 지었다.“내가 연 대표님께 맞붙자고 한 거야. 너무 연 대표한테 그러지 마.”노현재가 휘파람을 휙 불었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미운 법, 크로노스 씨의 대답이 뭔가 묘하게 느껴졌다.유월영은 여전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씩씩거렸다.“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내가 모를 줄 알아? 받은 건 반드시 갚아주는 성격이야. 그를 두둔할 필요 없어. 시우 씨, 정말 안 다쳤어?”“...”연재준은 어이가 없어 헬멧을 선반에 벗어던졌다.현시우는 유월영의 여기저기를 만지는 손을 잡으며 말했다.“정말 다치지 않았어. 이제 그만해. 모두가 보고 있다고, 이러다 우리를 웃겠어.”유월영은 그가 정말 다치지 않았다는 걸 확인한 후에야 손을 떼었다. 그리고 더 이상 해운 그룹에 머물고 싶지 않아 바로 물었다.“일 다 끝났어? 끝났으면 그냥 가자.”연재준은 펜싱복의 벨크로를 뜯으면서도 속상한 마음을 달래며 조금이라도 더 그녀를 보고 싶어 참아내며 입을 열었다.“이미 점심시간이에요. 손님으로 오신 만큼 제가 고 대표와 크로노스 씨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게 맞
연재준은 끝내 참지 못하고 자리를 떠났다.그는 노현재가 건넨 물을 밀어내고 테이블을 짚고 일어나면서 쉰 목소리로 말했다. “이쯤에서 식사는 끝내는 걸로 하죠. 크로노스 씨도 오후에 일정이 있으니 더는 방해하지 않겠습니다.”그는 그대로 자리를 떠나 바로 문을 나섰다.그러나 기침을 억누를 수 없어서 몇 걸음 걸을 때마다 기침이 터져 나왔다.하정은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연재준을 바라봤다. 원래 안정됐던 그의 병세가 다시 재발한 것이다.“연 대표님, 병원에 가보셔야겠어요.”연재준은 눈을 감고 쉰 목소리로 대답했다.“괜찮아.”하정은이 더 설득하려 했으나 그때 뒤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연 대표님.”하정은이 뒤돌아보니 따라 나온 사람은 유월영이였다.하정은이 안도하듯 말했다.“월영 씨, 빨리 대표님을 좀 설득해 주세요. 이렇게 기침을 심하게 하는데 병원에 안 가면 어떡해요?”연재준은 억지로 기침을 참으며 돌아서서 그녀를 바라봤다. 아까 기침을 너무 심하게 해서인지 그의 눈가가 약간 붉어져 있었다.그가 말했다.“당신은 내가 병원에 가길 바래서 설득하러 나온 게 아닌 것 같은데. 크로노스 씨에게 다가가지 말라고 경고하러 나온 거겠지.”유월영이 그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잘 알고 있으면 됐어요.”“그가 먼저 나를 도발했다는 생각은 안 들어?”연재준은 얇은 입술을 꽉 다물고 유월영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녀는 단호하게 말했다.“시우 씨는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연재준은 웃으며 가슴을 감싸 쥔 채 힘겹게 말했다.“그를 그렇게 잘 안다고 생각해? 내가 보기에 당신은 그가 누군지도 모르는 것 같던데.”유월영은 그의 말이 더 우습기만 했다.“내가 뭘 모른다는 거죠? 마치 연 대표님은 잘 안다는 걸로 들리는데요?”“당신 정말로 그를 잘 안다고 확신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콜록, 콜록.연재준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입을 가리며 다시 기침을 시작했다.유월영은 그가 하는 말에 마음이 어지러워진 건지, 아니면 그가 기침을 심하게 하는
신현우는 윤영훈이 감옥에 들어가고 오성민이 신주시에 발이 묶인 이 상황은 모두 유월영의 계획임을 알고 있었다.그래서 자연히 그녀가 그들 네 가문을 상대로 복수를 시작했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자신 역시 언젠가는 그녀의 목표가 될 것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아무리 그의 동생이 신연우라고 해도, 그 어떤 것도 바꾸지 못할 것이다.하지만 그는 앉아서 당할 수 없었고 최소한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그가 연재준과 유월영을 감시한 이유였다.하지만 오성민은 그의 말에 크게 동의하지 않았다.“그 두 사람이 아직도 서로에 대한 감정이 남아 있을 수 있을까요?”그날 연재준이 쏜 그 화살은 단순히 유월영이 연재준에게 품고 있던 마지막 환상만을 물거품으로 만든 게 아니었다. 그 자리에 있던 목격자들조차 연재준이 유월영에게 더 이상 일말의 감정도 남아있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다.그들이 다시 합칠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어떻게 다시 합칠 수 있겠어요? 두 가문의 피로 얼룩진 원수가 있는데.”그러나 신현우는 사람을 보는 눈이 정확하다고 자신했고 자신의 생각을 굽히지 않았다.오성민은 소파에 기대어 말했다.“그래서 신 대표님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요?”“응어리는 풀면 풀수록 좋은 법이지. 원수 갚는다고 끝나는 것도 아니고. 어쩌면 우리가 연재준을 이용해서 유월영을 다시 우리 편으로 만들 수 있을지도 몰라요.”신현우는 언제나 폭력적인 방식보다 이성적인 해결 방식을 선호했고 진심으로 유월영과의 갈등을 해결하고 싶어 했다.오성민은 그 말이 터무니없다고 느꼈다.“말도 안 돼요. 그때도 못 했는데 지금은 더더욱 불가능해요. 게다가 지금 유월영 곁에는 현시우가 지키고 있어요. 그 여자가 무슨 이유로 연 대표와 화해하겠어요?”신현우가 말했다.“유월영은 그 당시 연재준의 곁에 억지로 머물렀고 마음속으로는 강하게 거부감을 느꼈을 거예요. 하지만 내가 아는 한 가지 사실을 이용한다면 유월영이 연 대표에 대한 생각을 바꿀 수 있는 여지가 있을 거라고 믿어요.”오성
노현재는 더 이상 무슨 말로 위로해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 연재준이 퇴근할 때까지 기다린 후 그와 함께 서덕궁에 가서 한잔하기로 했다.물론 그는 술을 마셨고 연재준은 생수를 마셨다.자리를 떠난 건 새벽 1시쯤이었다. 끝나고 노현재는 고씨 가문의 옛집으로 향했다.노현재는 집에 들어가기 전에 거실의 불이 다 꺼져 있어서 모두 잠들었을 거라 생각했지만, 들어가 보니 유월영이 거실 한쪽에 있는 서재에서 여전히 일하고 있었다.유월영 머리 위에는 딱 책상을 밝힐 정도의 조명이 있었다.노현재는 다가가며 물었다.“아직도 안 자고 있었어요?”“마르세유에서 문서가 와서요. 시우 씨가 내일 보면 처리하려고 할 텐데 내가 야근해서 마무리하려고요.”유월영은 이미 샤워를 마친 상태였고 얼굴에는 화장기가 없이 피부는 깨끗하고 창백했다. 문서를 너무 오래 본 탓에 눈이 피로해진 듯 검은 뿔테 안경을 쓰고 있었다.그 차가운 분위기가 조금 차분하고 풋풋한 느낌이 더해졌다.“월영 씨는 정말 현시우 씨를 많이 아끼는 것 같아요.”노현재는 헛웃음을 지으며 거실로 돌아와 소파에 몸을 던졌다.유월영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현재 씨도 좀 아껴줄까요?”노현재는 눈을 감고 혀를 차며 말했다.“말해봐요, 이번엔 또 무슨 일이에요? 나를 아껴준다고 하면서 매번 날 죽도록 고생시키는 일이잖아요.”“오성민이 온천 호텔을 열었는데 그 호텔에 분명 뭔가 문제가 있어요. 한 비서와 지남 씨가 조사를 했지만 아무것도 찾지 못했어요. 현재 씨가 먼저 정보를 수집해서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파악한 다음 실마리를 찾으면 한번 조사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노현재가 대답했다.“보수는요?”“현재 씨 계좌로 제때 입금해 줄게요.”노현재는 그냥 일하는 게 아니었으며 유월영은 항상 보수를 주었다.그가 소파에서 일어나 소파 등받이에 기대면서 말했다.“딱 들어도 귀찮은 일이네요. 보수 인상 요구할게요.”유월영은 늘 이런 일에 관대했다.“얼마나 더 올려줄까요?”“한...”노현재가 입꼬리를
신주시의 의료 환경이 지성보다 더 좋았기 때문에 신연우는 계속 신주시에 머물며 치료를 받고 있었다.유월영이 신씨 가문에 도착했을 때는 아침 9시였다. 신연우는 막 일어난 참이었고 아직 씻지 않은 상태였다. 그는 가정부에게 차를 준비하게 하고 유월영에게 잠시 기다려달라고 했다.유월영은 거실에 앉아 있다가 우연히 고개를 돌려 창가에 있는 푸른 잎을 발견했다. 호기심에 다가가 보니 몇 개의 민트 화분이었다.유월영이 잠시 넋을 놓고 화분을 보고 있자니 뒤에서 신연우가 웃으며 말했다. “이건 월영 씨가 그때 나에게 줬던 민트 화분의 ‘후손’이에요.”“전에 사무실과 집에도 있어요. 몇몇 동료들이 보고 좋아해서 그들에게도 몇 개씩 나눠 줬는데 그 후로도 잘 자라고 있어요.”유월영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그럼 제가 준 민트가 계속 자손을 번식하고 있다는 거네요?”“그렇죠.”유월영은 그가 휠체어에 앉아 무릎에 담요를 덮고 있는 것을 보고 다정하게 물었다. “요즘은 어때요?”신연우가 말했다.“형도 그렇고 월영 씨도 그렇고, 나를 위해 초대한 분들이 모두 유명한 정형외과 의사들이라 이렇게 많은 명의들이 봐주는데 다리가 낫지 않고 배기겠어요? 많이 좋아졌어요.”“점점 좋아지고 있다니 다행이에요.”유월영은 그저 신연우의 다리가 예전처럼 회복되기를 바랐다.신연우가 말했다.“이렇게 이른 시간에 오면서 아직 아침을 못 드셨겠죠? 같이 먹을까요?”유월영은 당연히 거절하지 않았다.아침을 다 먹은 후 유월영은 신연우의 휠체어를 밀고 집 근처를 두 바퀴 돌았다.돌아오니 신현우가 보였다.유월영은 예전에 병실에서 그들 형제의 대화를 우연히 들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신현우는 동생이 유월영 때문에 다치게 된 거라고 그녀에게 불만을 품고 있었고 신연우를 보러 오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다.그래서 그와 마주치자 유월영은 자연스럽게 작별 인사를 하고 나섰다.정문 밖으로 나가 차를 타려고 준비하던 중 신현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고 대표님.”유월영이 고개를 돌렸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