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준은 잠시 말없이 바라보다가 헬멧을 벗고 시큰둥하게 말했다.“크로노스 씨는 정말 운이 좋군요.”유월영이 그를 노려봤다. 눈에는 불만이 가득했다.연재준은 유월영이 현시우 때문에 자신을 노려본다는 생각이 들자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내가 일부러 현 대표님을 다치게 한 거 아니잖아. 그렇게 나를 노려볼 필요가 있나? 게다가 경기에는 승패가 갈라지는 법인데 만약 다쳤다 해도 그건 그가 자발적으로 한 거야.”“내가 아직 한참 더 배워야겠네요. 제가 아는 한 업무 시찰을 하다가 두 대표가 직접 맞붙는 걸 본 건 이번이 처음이라서요.”유월영이 말했다.“게다가 여기는 연 대표님의 회사이잖아요, 이게 연 대표가 손님을 대접하는 방식인가요?”어쨌든, 그녀는 현시우가 다친 것을 연재준의 탓으로 돌리고 있었다.연재준은 억울함에 기가 차서 웃고 있었지만 심장에 둔한 고통이 전해졌다.현시우가 유월영의 팔을 잡아당기며 미소를 지었다.“내가 연 대표님께 맞붙자고 한 거야. 너무 연 대표한테 그러지 마.”노현재가 휘파람을 휙 불었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미운 법, 크로노스 씨의 대답이 뭔가 묘하게 느껴졌다.유월영은 여전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씩씩거렸다.“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내가 모를 줄 알아? 받은 건 반드시 갚아주는 성격이야. 그를 두둔할 필요 없어. 시우 씨, 정말 안 다쳤어?”“...”연재준은 어이가 없어 헬멧을 선반에 벗어던졌다.현시우는 유월영의 여기저기를 만지는 손을 잡으며 말했다.“정말 다치지 않았어. 이제 그만해. 모두가 보고 있다고, 이러다 우리를 웃겠어.”유월영은 그가 정말 다치지 않았다는 걸 확인한 후에야 손을 떼었다. 그리고 더 이상 해운 그룹에 머물고 싶지 않아 바로 물었다.“일 다 끝났어? 끝났으면 그냥 가자.”연재준은 펜싱복의 벨크로를 뜯으면서도 속상한 마음을 달래며 조금이라도 더 그녀를 보고 싶어 참아내며 입을 열었다.“이미 점심시간이에요. 손님으로 오신 만큼 제가 고 대표와 크로노스 씨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게 맞
연재준은 끝내 참지 못하고 자리를 떠났다.그는 노현재가 건넨 물을 밀어내고 테이블을 짚고 일어나면서 쉰 목소리로 말했다. “이쯤에서 식사는 끝내는 걸로 하죠. 크로노스 씨도 오후에 일정이 있으니 더는 방해하지 않겠습니다.”그는 그대로 자리를 떠나 바로 문을 나섰다.그러나 기침을 억누를 수 없어서 몇 걸음 걸을 때마다 기침이 터져 나왔다.하정은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연재준을 바라봤다. 원래 안정됐던 그의 병세가 다시 재발한 것이다.“연 대표님, 병원에 가보셔야겠어요.”연재준은 눈을 감고 쉰 목소리로 대답했다.“괜찮아.”하정은이 더 설득하려 했으나 그때 뒤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연 대표님.”하정은이 뒤돌아보니 따라 나온 사람은 유월영이였다.하정은이 안도하듯 말했다.“월영 씨, 빨리 대표님을 좀 설득해 주세요. 이렇게 기침을 심하게 하는데 병원에 안 가면 어떡해요?”연재준은 억지로 기침을 참으며 돌아서서 그녀를 바라봤다. 아까 기침을 너무 심하게 해서인지 그의 눈가가 약간 붉어져 있었다.그가 말했다.“당신은 내가 병원에 가길 바래서 설득하러 나온 게 아닌 것 같은데. 크로노스 씨에게 다가가지 말라고 경고하러 나온 거겠지.”유월영이 그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잘 알고 있으면 됐어요.”“그가 먼저 나를 도발했다는 생각은 안 들어?”연재준은 얇은 입술을 꽉 다물고 유월영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녀는 단호하게 말했다.“시우 씨는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연재준은 웃으며 가슴을 감싸 쥔 채 힘겹게 말했다.“그를 그렇게 잘 안다고 생각해? 내가 보기에 당신은 그가 누군지도 모르는 것 같던데.”유월영은 그의 말이 더 우습기만 했다.“내가 뭘 모른다는 거죠? 마치 연 대표님은 잘 안다는 걸로 들리는데요?”“당신 정말로 그를 잘 안다고 확신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콜록, 콜록.연재준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입을 가리며 다시 기침을 시작했다.유월영은 그가 하는 말에 마음이 어지러워진 건지, 아니면 그가 기침을 심하게 하는
신현우는 윤영훈이 감옥에 들어가고 오성민이 신주시에 발이 묶인 이 상황은 모두 유월영의 계획임을 알고 있었다.그래서 자연히 그녀가 그들 네 가문을 상대로 복수를 시작했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자신 역시 언젠가는 그녀의 목표가 될 것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아무리 그의 동생이 신연우라고 해도, 그 어떤 것도 바꾸지 못할 것이다.하지만 그는 앉아서 당할 수 없었고 최소한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그가 연재준과 유월영을 감시한 이유였다.하지만 오성민은 그의 말에 크게 동의하지 않았다.“그 두 사람이 아직도 서로에 대한 감정이 남아 있을 수 있을까요?”그날 연재준이 쏜 그 화살은 단순히 유월영이 연재준에게 품고 있던 마지막 환상만을 물거품으로 만든 게 아니었다. 그 자리에 있던 목격자들조차 연재준이 유월영에게 더 이상 일말의 감정도 남아있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다.그들이 다시 합칠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어떻게 다시 합칠 수 있겠어요? 두 가문의 피로 얼룩진 원수가 있는데.”그러나 신현우는 사람을 보는 눈이 정확하다고 자신했고 자신의 생각을 굽히지 않았다.오성민은 소파에 기대어 말했다.“그래서 신 대표님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요?”“응어리는 풀면 풀수록 좋은 법이지. 원수 갚는다고 끝나는 것도 아니고. 어쩌면 우리가 연재준을 이용해서 유월영을 다시 우리 편으로 만들 수 있을지도 몰라요.”신현우는 언제나 폭력적인 방식보다 이성적인 해결 방식을 선호했고 진심으로 유월영과의 갈등을 해결하고 싶어 했다.오성민은 그 말이 터무니없다고 느꼈다.“말도 안 돼요. 그때도 못 했는데 지금은 더더욱 불가능해요. 게다가 지금 유월영 곁에는 현시우가 지키고 있어요. 그 여자가 무슨 이유로 연 대표와 화해하겠어요?”신현우가 말했다.“유월영은 그 당시 연재준의 곁에 억지로 머물렀고 마음속으로는 강하게 거부감을 느꼈을 거예요. 하지만 내가 아는 한 가지 사실을 이용한다면 유월영이 연 대표에 대한 생각을 바꿀 수 있는 여지가 있을 거라고 믿어요.”오성
노현재는 더 이상 무슨 말로 위로해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 연재준이 퇴근할 때까지 기다린 후 그와 함께 서덕궁에 가서 한잔하기로 했다.물론 그는 술을 마셨고 연재준은 생수를 마셨다.자리를 떠난 건 새벽 1시쯤이었다. 끝나고 노현재는 고씨 가문의 옛집으로 향했다.노현재는 집에 들어가기 전에 거실의 불이 다 꺼져 있어서 모두 잠들었을 거라 생각했지만, 들어가 보니 유월영이 거실 한쪽에 있는 서재에서 여전히 일하고 있었다.유월영 머리 위에는 딱 책상을 밝힐 정도의 조명이 있었다.노현재는 다가가며 물었다.“아직도 안 자고 있었어요?”“마르세유에서 문서가 와서요. 시우 씨가 내일 보면 처리하려고 할 텐데 내가 야근해서 마무리하려고요.”유월영은 이미 샤워를 마친 상태였고 얼굴에는 화장기가 없이 피부는 깨끗하고 창백했다. 문서를 너무 오래 본 탓에 눈이 피로해진 듯 검은 뿔테 안경을 쓰고 있었다.그 차가운 분위기가 조금 차분하고 풋풋한 느낌이 더해졌다.“월영 씨는 정말 현시우 씨를 많이 아끼는 것 같아요.”노현재는 헛웃음을 지으며 거실로 돌아와 소파에 몸을 던졌다.유월영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현재 씨도 좀 아껴줄까요?”노현재는 눈을 감고 혀를 차며 말했다.“말해봐요, 이번엔 또 무슨 일이에요? 나를 아껴준다고 하면서 매번 날 죽도록 고생시키는 일이잖아요.”“오성민이 온천 호텔을 열었는데 그 호텔에 분명 뭔가 문제가 있어요. 한 비서와 지남 씨가 조사를 했지만 아무것도 찾지 못했어요. 현재 씨가 먼저 정보를 수집해서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파악한 다음 실마리를 찾으면 한번 조사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노현재가 대답했다.“보수는요?”“현재 씨 계좌로 제때 입금해 줄게요.”노현재는 그냥 일하는 게 아니었으며 유월영은 항상 보수를 주었다.그가 소파에서 일어나 소파 등받이에 기대면서 말했다.“딱 들어도 귀찮은 일이네요. 보수 인상 요구할게요.”유월영은 늘 이런 일에 관대했다.“얼마나 더 올려줄까요?”“한...”노현재가 입꼬리를
신주시의 의료 환경이 지성보다 더 좋았기 때문에 신연우는 계속 신주시에 머물며 치료를 받고 있었다.유월영이 신씨 가문에 도착했을 때는 아침 9시였다. 신연우는 막 일어난 참이었고 아직 씻지 않은 상태였다. 그는 가정부에게 차를 준비하게 하고 유월영에게 잠시 기다려달라고 했다.유월영은 거실에 앉아 있다가 우연히 고개를 돌려 창가에 있는 푸른 잎을 발견했다. 호기심에 다가가 보니 몇 개의 민트 화분이었다.유월영이 잠시 넋을 놓고 화분을 보고 있자니 뒤에서 신연우가 웃으며 말했다. “이건 월영 씨가 그때 나에게 줬던 민트 화분의 ‘후손’이에요.”“전에 사무실과 집에도 있어요. 몇몇 동료들이 보고 좋아해서 그들에게도 몇 개씩 나눠 줬는데 그 후로도 잘 자라고 있어요.”유월영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그럼 제가 준 민트가 계속 자손을 번식하고 있다는 거네요?”“그렇죠.”유월영은 그가 휠체어에 앉아 무릎에 담요를 덮고 있는 것을 보고 다정하게 물었다. “요즘은 어때요?”신연우가 말했다.“형도 그렇고 월영 씨도 그렇고, 나를 위해 초대한 분들이 모두 유명한 정형외과 의사들이라 이렇게 많은 명의들이 봐주는데 다리가 낫지 않고 배기겠어요? 많이 좋아졌어요.”“점점 좋아지고 있다니 다행이에요.”유월영은 그저 신연우의 다리가 예전처럼 회복되기를 바랐다.신연우가 말했다.“이렇게 이른 시간에 오면서 아직 아침을 못 드셨겠죠? 같이 먹을까요?”유월영은 당연히 거절하지 않았다.아침을 다 먹은 후 유월영은 신연우의 휠체어를 밀고 집 근처를 두 바퀴 돌았다.돌아오니 신현우가 보였다.유월영은 예전에 병실에서 그들 형제의 대화를 우연히 들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신현우는 동생이 유월영 때문에 다치게 된 거라고 그녀에게 불만을 품고 있었고 신연우를 보러 오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다.그래서 그와 마주치자 유월영은 자연스럽게 작별 인사를 하고 나섰다.정문 밖으로 나가 차를 타려고 준비하던 중 신현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고 대표님.”유월영이 고개를 돌렸다.“네
“크로노스 씨께서 궁술과 기마, 사격에 능하다고 들었습니다. 고 대표님의 궁술도 틀림없이 크로노스 씨가 직접 가르쳤나 봅니다.”유월영은 부정하지 않았다.“그분이 저보다 훨씬 뛰어나죠.”그러자 또 한 차례의 아첨이 이어졌다.유월영이 신현우를 바라보며 말했다.“현 대표님의 활 솜씨도 훌륭해요. 예전에 현 대표님과 연 대표님이 겨루는 걸 봤는데, 거의 막상막하였죠.”신현우가 쏜 화살이 정확히 표적의 중심에 꽂혔다.유월영이 앞장서서 박수를 쳤다.사격이 거의 끝나가자, 그 노련한 사장들은 드디어 자신들의 목적을 드러냈다. 신현우의 예상대로 모두 레온 가문과의 협력을 바라고 온 거였다.유월영은 거절하지도 수락하지도 않고 여지를 주며 원만하게 대처했다.사장들은 모두 만족스러운 대답을 얻었고 유월영은 잠시 휴식이 필요하다는 핑계로 자리를 피했다.신현우도 유월영을 따라 함께 휴게실로 향했다.“내가 고 대표님을 과소평가했군요. 예전부터 이런 상황을 잘 처리하셨다는 걸 잊고 있었어요. 내가 괜히 나서서 화력을 분산시킬 필요가 없었네요.”주변에 시중드는 직원들이 있었지만 유월영은 직접 찻주전자를 들어 두 잔의 차를 따라 신현우에게 한 잔을 건넸다.“제가 신 대표님과 신 교수님께 예전에 큰 은혜를 받았잖아요. 그 은혜를 잊지 않고 있어요.”신현우는 손을 들어 시중드는 이들에게 물러나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리고 말했다.“안타깝게도 세월이 흐르고 모든 것이 변했죠. 오랜만에 다시 만나게 되었지만, 이제는 적이 되어버렸어요. 아무리 우리 사이에 연우가 있다고 해도 결국엔 서로 죽고 죽이는 관계로 갈 수밖에 없을 겁니다.”유월영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신 대표님도 참, 그런 말씀을 하시니 제가 다 불안해지네요. 지금 우리는 협력 파트너가 아닌가요? 왜 갑자기 그런 끔찍한 말씀을 하시는 거죠?”신현우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여기엔 우리 둘만 있으니 고 대표님도 더 이상 연기하실 필요는 없어요.”유월영의 눈동자는 잠시 반짝였다.“신
유월영은 마치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은 듯 웃으며 말했다.“제가 연 대표를 오해했다는 말씀인가요?”“당시 윤영훈 대표가 스피커로 틀었던 녹음파일을 신 대표님께서도 같이 들으셨잖아요. 연 대표가 병실에서 어떻게 저의 양어머니에게 장부의 행방을 추궁했었는지요. 마치 죽이기라도 할 것처럼 몰아붙인 그 모습이 오해라는 건가요?”그러자 신현우가 반문했다.“그럼 월영 씨는 왜 그 녹음파일이 존재하는지 생각해 본 적 있어요?”유월영이 멈칫하며 물었다.“그게 무슨 뜻이죠?”신현우는 의자에서 등을 떼고 팔꿈치를 테이블 위에 올리며 그녀에게 몸을 기울였다. “그건 도청 장치로 녹음된 음성이에요. 도청 장치를 설치한 사람은 윤 대표이고요. 그러면 그는 왜 병실을 도청했을까요?”유월영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신현우는 세 번째 질문을 던졌다.“만약 그가 연 대표님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연 대표가 월영 씨와 유 부인을 감싸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다면, 그는 결과만 기다리면 됐겠죠. 그런데 왜 도청을 했을까요?”유월영은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가볍게 두드리며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신 대표님,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직설적으로 해주세요. 저는 질문을 당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요.”“그 이유는 당시 우리 네 가문이 연맹을 맺고 있었지만 목적은 같지 않았기 때문이죠. 윤영훈은 철저히 뿌리를 뽑고 목격자를 제거하고 싶어 했지만 연 대표는 당신들을 보호하려 했어요. 그래서 윤영훈이 연 대표를 믿지 못해 도청 장치를 설치하고 직접 확인한 거죠.”신현우가 유월영을 응시하며 말했다.“고 대표님 생각엔 연 대표님이 그 도청 장치의 존재를 알았을까요, 몰랐을까요? 미안하군요, 또 질문하게 됐네요.”유월영을 완전히 없애고 싶어 하는 사람은 윤영훈이 아닐 수도 있었다. 오히려 오성민일 가능성이 더 컸다.유월영이 싸늘한 목소리로 응수했다.“신 대표님의 말은, 연 대표가 내 양어머니에게 장부의 행방을 그렇게까지 추궁한 것이, 사실 사람들에게 연극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는 건가요
사격장은 야외 잔디밭에 있었다. 하지만 아직 봄이 오지 않아서 잔디밭은 모두 말라버린 잎과 가지들로 덮여 있었다.유월영은 바람에 흔들려 잔잔한 물결이 일렁이는 차를 바라보며 턱을 살짝 굳게 다물었다.신현우는 자신의 차를 들어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제 말을 믿지 않는다면 직접 윤 대표에게 물어보세요. 윤 대표가 이미 감옥에 들어간 이상 이런 일로 월영 씨를 속일 필요는 없을 겁니다.”유월영의 시선은 자신보다 조금 더 나이가 들어 보이는, 언제나 여유로운 분위기를 가진 이 남자를 바라보았다.“이해가 안 되네요. 신 대표님은 왜 저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거죠? 중매쟁이가 되고 싶으신 건가요? 아니면 그저 저와 연 대표를 화해시키고 싶으신가요?”신현우가 솔직하게 말했다.“응어리는 풀 수 있을 때 풀어야 해요. 나는 우리가 이렇게 싸우다가는 양쪽 모두에게 득이 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레온 그룹이 월영 씨의 후원자가 되더라도 월영 씨가 정말로 남은 세 가문을 망하게 만들기는 힘들 겁니다. 그리고 레온 그룹이 월영 씨를 보호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역시 당신에게 손을 쓸 수 없을 테고요.”“그렇다면 차라리 갈등을 풀고 화해하는 게 낫지 않겠어요? 우리는 아직도 협력 파트너니까, 함께 돈을 벌고, 함께 성공하는 것이 모두에게 이득일 겁니다.”유월영이 웃음기 없는 미소를 지었다.좋은 게 좋은 거라고, 신현우는 상황을 명확히 이해하고 판단했다. 가만히 앉아 유월영의 공격을 기다리거나 죽기 살기로 반격하기보다는 화해를 선택했다.서로 옛날의 원한은 기억할 필요가 없고 앞으로 좋은 날만 바라보자는 화해의 손길이었다.유월영이 고개를 돌려 아직도 활쏘기하고 있는 몇몇 사장들을 바라보았다.그리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설사 진실이 신 대표님 말대로라고 해도 연 대표가 나를 지키려 했을지 모르지만, 내 어머니는 이미 죽었어요. 그는 여전히 내 어머니를 죽인 원수라고요. 만약 신 대표님이라면 당신의 가족을 죽인 원수를 용서할 수 있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