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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3화

연재준이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올린다.

그러자 이혁재가 차갑게 웃어보이며 말한다.

“사무실 입구에 가드 두 명 세워놓고는 못 들어가게 막는거 있지! 남편을 무슨 도둑놈 취급하는것도 아니고. 재산 협의서에 사인 안 했다고 이렇게까지 할 노릇이야? 환상 속에 갇혀 사는거라고 생각 안 해? 애초에 그 거액의 유산 아니었으면 내가 왜 일사천리로 결혼까지 했겠냐고.”

연재준이 이윽고 묻는다.

“고작 그 돈이 너희 집에 그렇게 막대한 돈도 아니잖아.”

이혁재가 웃으며 말한다.

“그건 결코 고작이라고 할수 있는 액수가 아니야.”

하긴.

부모님이 갑작스런 비행기 사고로 돌아가신 뒤, 막대한 유산이 전부 이승연에게 쥐어졌으니 그럴만도 했다. 더우기 변호사인 그녀의 재산을 나눠 가지려는건 꿈도 못 꿀 일이었고 유독 남편이란 명목하에야만 나눠가질 가능성이 있었던 것이다.

이혁재는 소파 등받이에 머리를 턱 기대더니 천장을 바라보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돈이 화를 불러 일으키는 법인데 그걸 모른단 말이지. 보기엔 똑똑해 보이는데 사실......휴, 능력 있는 여자들은 이렇게 고분고분 말을 안 듣더라.”

“재준아, 너도 이 말엔 동의하지?”

연재준이 눈썹을 씰룩거린다.

“누가 동의한대?”

“아 그러셔? 너 그 유 비서라는 사람 내가 듣기론 SK그룹 입사제안까지 받았다던데 진짜 가버리는거면 3년이나 길들이지 못한거고 그건 곧 말을 안 듣는다는 거지.”

“억지로 이승연이 네거라고 우길 자격도 없어 넌. 그리고 유월영은 너무 말을 잘 들어서 문제지, SK그룹인지 뭔지에 갈 일도 없고.”

연재준이 술잔을 가볍게 흔들며 말한다.

“유 비서라고 불리는건 내 비서니까 그런거겠지? 알아들어?”

이미 반쯤 넘게 취한 이혁재는 냅다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잘 못 알아 듣겠는데.”

연재준이 다시 입을 열려는 찰나,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온다.

“여보세요?”

묵묵부답에 그의 미간이 찌푸려진다.

“누구세요?”

그제야 흐느끼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사장님......”

연재준의 얼굴이 사악 굳어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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