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를 받은 이승연은 무슨 얘기를 들었는지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았어. 곧 갈게.”유월영은 바쁜 사람을 잡고 싶지 않아서 웃으며 말했다.“나 혼자 갈 수 있어. 그런데 지금 핸드폰 배터리가 다 됐네. 병원에 보조 배터리 대여하는 거 있을 것 같은데 언니가 대여 좀 해줘.”이승연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아마 안내데스크로 가면 있을 거야. 지금 가자.”병원 로비로 향하며 유월영은 고민에 잠긴 얼굴로 말했다.“엄마한테는 아빠 형기가 연기되었다는 말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고민돼. 싸웠다는 말은 절대 하면 안 되고… 지금 입원해 있거든.”“그런 건 사실을 말하면 안 되지.”유월영은 먹구름이 낀 하늘을 바라보며 씁쓸히 말했다.“그거 알면 엄마 쓰러질 거야.”그 시각, 신주 병원.의사가 회진을 돌기 전이었다. 간병인은 따뜻한 물수건으로 이영화의 몸을 닦아주고 있었다.유신영은 아침을 사러 나가고 자리를 비웠다.이영화는 오늘 따라 기분이 좋은지 웃으며 간병인에게 말했다.“수고가 많아요.”“수고는요. 제 할 일인걸요.”간병인도 흔쾌히 이영화와 담소를 나누었다.“딸이 출장 중이라던데 올 때가 되지 않았나요.”유월영 얘기가 나오자 이영화는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그렇죠. 며칠 전에 전화했을 때는 오늘이나 내일 안으로 돌아올 거랬어요.”“남편도 곧 나온다면서요.”그래서 그런지 이영화는 오늘 따라 기분이 아주 좋았다.“기억력도 좋으시네요. 내일 나오는 날이에요.”그런데 눈알을 굴리던 간병인이 갑자기 표정을 바꾸더니 말했다.“내일은 못 나올걸요?”이영화가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그게 무슨 말이죠?”간병인은 환자복을 가져오며 주절거렸다.“너무 상심하지 말아요. 어제 남편분이 구치소에서 같은 방 수감자랑 피 터지게 싸우다가 둘이 같이 병원으로 실려갔다고 들었어요.”이영화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하게 질리더니 벌떡 일어났다.“그 얘기 어디서 들었어요?”간병인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수감 중에 폭행 사건을 일으키면 엄벌
유신영은 넋이 나간 채로 의사의 말을 듣고 있었다.“인공심장… 위험하다면서요….”‘하지만 사람이 죽을 판에 그런 게 무슨 소용일까.’‘월영이도 결정을 못한 건데 내가 할 수 있을까?’‘혹시 수술이 실패하면… 비싼 수술비랑 치료비는 어떻게 감당하지?’유신영의 머릿속에는 온갖 생각이 교차했다. 고막을 자극하는 기계음이 그녀에게 결정을 재촉하고 있었다.다시 유월영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여전히 꺼진 상태였다.의사가 계속 재촉했다.“가족분! 빨리 결정을 내려주셔야 합니다!”유신영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눈물만 흘렸다.살면서 남들 다 다니는 일반 대학에 다니고 부모님 뜻에 따라 결혼하고 결혼한 뒤에는 남편의 말에 순종하며 살아온 여자였다. 그녀는 한 번도 스스로 결정을 내려본 적이 없었다.이렇게 중대한 일을 앞두고 그녀는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그녀는 의사를 붙잡고 절규했다.“다른 방법은 없나요? 방법 좀 생각해 주세요. 차라리 할 수 있다 없다로 얘기해 주세요! 선생님들 말에 따를게요.”하지만 의사가 가족 대신 결정을 내릴 수는 없었다.“곤란하시면 일단은 ECMO생명 연장 장치로 잠깐 시간을 끌 수는 있어요. 동생이 오면 그때 결정하죠.”유신영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그게 뭔데요?”“중태에 빠진 환자에게 체외에서 호흡순환을 도와주는 기계입이다. 임시방편일 뿐 시간을 많이 끌 수는 없어요.”유신영이 물었다.“위험한가요?”“상대적으로 안전합니다. 환자의 생명을 잠깐 연장하는 용도예요.”유신영은 주저없이 대답했다.“할게요! 그렇게 해주세요!”의사가 계속해서 말했다.“다만 장치를 가동하는 비용이 천문학적 숫자예요. 수술 후에는 중환자실로 옮겨야 하고요. 결정을 내릴 때까지 시간만 연장해 주는 용도예요.”하지만 유신영에게는 엄마의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는 말만 중요했다.“그렇게 할게요! 동생이 와서 비용 지불할 거예요!”유월영은 보조배터리를 연결하고 핸드폰을 켰다. 부재중 전화를 확인하려던 찰나에 누군가가 뒤에서 부르
윤미숙이 말했다.“네 아빠 병원에서 난동 부린 사건 회장님이 뒤를 봐주셨잖니. 그 뒤로 아래 직원들은 회장님이 이 일에 관심을 갖고 계신 줄 알고 약간 무슨 소식 있으면 우리한테 보고하더라. 아부하는 거지.”주변을 둘러보던 윤미숙이 말했다.“여기 서서 얘기하지 말고 어디 들어가자. 커피숍은 어때?”유월영은 잠깐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병원을 나서는데 비가 내리고 있었다.유월영은 운전기사에게서 우산을 받아 들고 윤미숙과 함께 커피숍으로 향했다.그 모습을 마침 병원 근처로 왔던 연재준이 보게 되었다.그의 두 눈이 어둡게 가라앉았다.커피숍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그들이 창가에 자리하자 직원이 메뉴판을 들고 다가왔다.“주문하시겠습니까?”윤미숙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월영이 네가 주문하렴.”“화이트 모카랑 카페라떼로 따뜻한 거로 주세요.”윤미숙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직도 내가 화이트 모카만 마시는 거 기억하고 있었네. 너처럼 다른 사람 취향을 다 기억하는 애들도 흔치 않아. 작년에 회장님 생일에 네가 바둑판을 선물한 뒤로 회장님은 지금도 그 바둑판만 사용하고 계시잖아.”유월영은 비서로서 당연한 일을 했다고 생각했다.“두 분께 도움을 받은 게 얼마인데 그 정도는 당연한 거죠.”윤미숙이 웃으며 말했다.“네가 예쁘니까 잘해주는 건 당연한 거야. 우린 여전히 널 며느리로 생각한다고.”“사모님,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저랑 대표님 이제 정말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그래, 알았다.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지. 그래도 난 널 딸처럼 생각하는 거 알지?”윤미숙은 흐뭇한 얼굴로 유월영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유월영은 조금 불편한 감을 느꼈지만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다.윤미숙이 화제를 돌렸다.“아버지는 좀 어때?”유월영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골절상이라 심각한 것 같더라고요.”“사람이 나이가 들면 뼈가 잘 안 붙어. 게다가 구치소 환경이야 안 봐도 뻔하지. 제대로 치료나 되겠어? 빨리 나오게 하면 좋은데.
아니나 다를까, 윤미숙이 계속해서 말했다.“시은이 3개월 지나면 출산해. 우리는 이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면 공개하기로 했어. 그래서 월영이 너도 이 일을 말하지 않았으면 해.”유월영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입술을 깨물었다.설탕을 두 스푼이나 넣은 커피에서 쓴맛이 느껴졌다.그녀는 호흡을 가다듬은 뒤, 윤미숙을 바라보며 진심을 담아 말했다.“사모님, 제 친구가 일부러 그분을 알아보러 다닌 건 아니에요. 원래 호기심이 많은 친구라서 그래요. 어디에 소문 내고 다닐 만큼 철이 없는 아이는 아니에요.”“혹시 기분 나쁘셨다면 제가 친구를 대신해서 사과 드릴게요. 그러니 사모님도 제 친구를 너무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마세요.”윤미숙이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월영이가 그렇게 말하면 내가 섭섭하지. 네 엄마는 입원해 있고 아버지도 나오면 치료를 받아야 해서 힘들 텐데. 네가 곧 SK로 들어간다는 얘기는 들었어. 너도 바쁠 텐데 그런 걸 신경 쓸 여유가 어디 있겠어.”유월영은 이야기를 들으며 윤미숙이 자신의 일정에 대해 너무 자세히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일종의 경고가 아닐까?그녀는 다른 시선으로 윤미숙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온화하고 자상한 이 사모님의 내면에 다른 모습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윤미숙은 창 밖으로 시선을 돌리며 계속해서 말했다.“비가 점점 더 세게 내리네. 이만 돌아가야겠어. 월영이 너도 어서 집으로 돌아가. 비 맞으면 감기 걸려.”“네, 살펴가세요.”윤미숙은 자리에서 일어서려는 유월영을 향해 손을 젓고는 혼자 커피숍을 나갔다.유월영은 자리에 앉아 인상을 찌푸렸다.‘서희한테 전화해 봐야겠어.’하지만 핸드폰을 꺼낸 순간 액정이 깨졌다는 것을 기억해 내고 쓴웃음을 지었다.망가진 건지 아예 켜지지도 않는 핸드폰을 보며 유월영은 짜증을 삼켰다.조서희한테서 들은 바로는 시은이라는 그 여자는 윤미숙을 어머니라고 부른다고 했다.그렇다면 시은은 윤미숙의 숨겨둔 자식이거나 며느리라는 얘기였다.만약 후자라면 연 회장에게는
유월영은 미처 표정을 수습하지도 못하고 착잡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연재준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나 모르게 저 여자랑 따로 만난 게 미안하기는 한가 보네.”유월영은 가까스로 표정을 수습하고 담담히 물었다.“그걸 내가 왜 미안해해야 하죠?”그는 윤미숙이 마시던 커피를 옆으로 밀고 차갑게 물었다.“둘이 무슨 얘기했어?”“그걸 대표님께 보고해야 하나요?”유월영은 짜증스럽게 대꾸하고는 계속해서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연재준은 다 안다는 듯이 질문을 계속했다.“네 아버지가 사고친 거 수습해 달라고 불렀어?”핸드폰은 여전히 전원이 돌아오지 않았다.빗소리가 거세질수록 유월영은 자신이 뭔가를 놓치고 있다는 기분이 들면서 가슴이 갑갑했다.그녀는 결국 포기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핸드폰은 그냥 새로 사는 게 나을 것 같았다.지금 시대에 핸드폰이 없으면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연재준의 옆을 지나치는 순간, 그가 손을 뻗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이거 놔요.”“분명 눈앞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데 굳이 다른 사람에게 도와달라고 하는 건 무슨 심보야? 게다가 다들 능력도 없는 것들을 상대로 말이지.”유월영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대표님이 말씀하신 능력 없는 사람들은 저를 도와줄 때 부가조건이 붙지 않잖아요.”연재준이 웃으며 받아쳤다.“또 내가 한 말 잊었어? 값을 매길 수 없는 게 가장 비싼 법이야. 난 대놓고 가격을 제시하고 거래를 하자는데 넌 안 된다고 거부만 하잖아. 그리고는 어디 제대로 도움도 줄 수 없는 인간들이나 찾아 다니고 말이야.”여태까지 반응 없던 핸드폰에 갑자기 진동이 들어왔다.그녀는 억지로 그의 손을 뿌리치고 밖으로 향했다.깨진 액정을 통해 간신히 확인해 보니 언니에게서 여덟 통의 부재중 전화가 들어와 있었다.언니는 전화를 안 받는다고 계속 전화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유월영은 순간 가슴이 철렁하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그녀는 바로 전화를 걸었다.수화기 너머로 언니의 울음 섞인 목소
이영화는 금방 수술을 끝내고 중환자실에 누워 있었다.가족들은 면회를 할 수 없기에 언니와 형부가 병실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유월영은 그들을 보자마자 달려갔다.“언니!”눈물범벅이 된 언니가 그녀를 보자마자 달려와서 그녀의 어깨를 치며 울부짖었다.“왜 전화를 안 받았어! 왜!”유월영은 간신히 버티고 서서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 엄마 대체 무슨 상황이야?”그녀는 울부짖는 언니를 보자 숨이 막혀왔다. 그녀도 어제 한가하게 보낸 건 아니었다. 아버지 일 때문에 안 그래도 잠을 못 잤는데 지금은 머리가 어질어질했다.형부는 유월영과 함께 병실 창문이 있는 곳으로 갔다.유리 창 너머로 호흡기를 달고 누워 있는 엄마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였다. 깜빡이며 그래프를 그리는 바이탈 기계만이 엄마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유월영은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왜 이렇게 된 거지?어쩌다가….분명 며칠 전에 통화했을 때도 괜찮다고 했고 아빠가 나오면 엄마 컨디션 봐서 집으로 돌아가 가족끼리 밥을 먹자고 했었다.무슨 요리를 하고 누가 장을 보고 설거지를 할지 의논하기도 했는데 대체 왜 갑자기 이렇게 도니 걸까?이영화는 전에도 병증이 발작한 적 있지만 지금처럼 온몸에 삽관하고 멀리 떠날 사람처럼 누워 있는 모습은 처음이었다.너무 큰 충격에 눈앞이 캄캄했다.형부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선생님은 지금 상황으로는 오래 못 버틸 거라고 했어. 이제 어떻게 할지는 우리한테 결정하라는데… 치료 포기할 거면 사인하고 장치 제거할 거래. 차라리 이럴 거면 편하게 보내드리는 게 좋을까 싶기도 하고.”유월영은 더는 견디지 못하고 바닥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아버지가 사고 났다고 했을 때는 그나마 이성적으로 대처할 수 있었다. 어차피 최악의 결과라고 해봐야 형기가 며칠 더 늘어날 뿐이고 생명에 지장은 없었다.하지만 엄마는 어쩌면 영원히 그들을 떠날 수도 있었다.어떻게든 치료는 포기할 수 없었다.형부가 계속해서 말했다.“처제,
그게 아니다.계획대로라면 이영화는 3개월 전 이미 기증자의 심장을 이식받고 무탈하고 건강하게 살아갔을지도 모른다.3개월 전 기증을 받았더라면 지금처럼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맬게 아니라 시골 집에서 따뜻한 차 한 잔 우려마시며 꿀이냐 설탕이냐를 여유롭게 논하고 있었겠지? 현 상황에 어쩔수 없이 후회가 몰려오는 유월영이다.숨을 크게 들이쉰다. 하지만 호흡기를 뚫고 들어오는건 비릿한 피냄새뿐.몸을 돌린 유월영은 곧장 내려가 연재준을 찾아나선다.......병원 주차장.내렸던 곳으로 가보니 연재준의 차는 여전히 그대로 있었고 하정은이 우산을 들고 서있는게 보인다. 분명 그들은 유월영을 기다리고 있는게 틀림없다. 아무리 아득바득 애를 써도 당최 이 남자에게서 벗어날수 없는 듯한 느낌. 상위 10%의 의료진이 어쩌고 할 때부터 이미 자신의 그의 손바닥 안이라고 확신했었으니 말이다.교도관에게 잡혀간 아빠와 ICU에서 사경을 헤매는 엄마의 모습이 밀물처럼 몰려와 머릿속을 잠식시킨다. 유월영은 곧바로 차가 있는 방향으로 달음박질 치기 시작했다.하정은이 다급히 문을 여니 느긋하게 다리를 꼰 채 담배를 피는 연재준이 보인다.달려오는 유월영을 본 연재준은 지난 3년동안 늘 사랑스럽고 진심어린 눈빛으로 그를 바라봐줬던 그녀를 회상한다. 애석하게도 퇴사한 뒤엔 단 한 번도 보지 못했지만. 하지만 별 일 아니다, 앞으로 기회야 많으니까.입꼬리를 살짝 올린 그는 휴대폰 너머에 대고 “알겠다”는 말만 남긴 채 전화를 끊어버렸다.유월영은 차에 타지도 않으면서 우산을 씌워주려는 하정은마저 밀쳐낸다. 온 몸은 이미 흠뻑 젖어 만신창이가 됐지만 그런것 따위 신경도 쓰지 않는것 같다. 하늘은 뭐가 그렇게 기분이 나쁜지 오늘따라 구멍이라도 뚫린듯 장대비를 쏟아부었고 세찬 빗물은 떡하니 서있는 그녀의 몸에서 연신 물줄기가 되어 흘러내렸다.연재준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그녀의 얼굴은 물론 입술조차 핏기 한 점 없이 창백하다.연재준이 퉁명스럽게 쏘아붙인다.“할 말 있으면 해.
짧은 침묵이 지나고 이내 유월영이 입을 연다.“---그래요.”연재준이 뚫어져라 그녀를 쳐다본다.유월영이 입꼬리를 들썩이더니 조금 쉰 소리로 말한다.“사장님, 그렇게 놀란척 할 필요 없으시잖아요? 이미 다 예상하고 있었던거 아니에요?”그제야 연재준은 콧방귀를 뀌며 말한다.“다 예상하고 있었지.”유월영은 한숨을 푹 쉬더니 이윽고 물었다.“의료팀은 언제 건너올수 있는거예요? 엄마 길어봐야 3일밖에 못 버티신다는데.”“약속했으니까 할 수 있어.”연재준은 이마를 지그시 짚은 채 묻는다.“어머니 오늘 수술 한 번 더 받으실수 있나?”“그게 무슨 말이에요?”“감당하실수만 있으면 오늘 바로 수술할수도 있어.”흠칫 놀란 유월영은 뭔가 이상한지 되묻는다.“의료팀은 미국에서 온다면서요?”비에 쫄딱 젖은 모습이 거슬렸는지 연재준은 옆으로 자리를 옮기고는 유월영의 손목을 끌어당겨 곁에 앉힌다.“지금 모든건 다 내 예상대로 흘러가는거 안다며. 내가 미리 의료팀 데려온게 그렇게 이상해? 의료진, 기계는 벌써 3일 전에 신주시에 와있었다고. 어머니만 견뎌낼수 있으시면 언제든지 수술할수 있어.”차가운 빗물을 맞은 유월영은 히터에서 나오는 뜨거운 바람을 맞자 저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떤다.“......수술이 가능한지는 저도 잘 몰라요. 주치의 선생님한테 여쭤봐야 돼요.”연재준은 밖에 있던 하정은을 쳐다본다.“가서 잘 말씀드려.”하정은은 분부를 받고는 차 문을 닫았다.그 모습을 본 루장월이 몸을 틀어 차에서 내리려고 하자 연재준이 그녀의 손을 덥석 잡는다.“동해안으로 가.”운전기사는 곧바로 차에 시동을 거는데.전엔 잠자리를 가지고 싶을때만 그녀를 동해안으로 데리고 갔었다.유월영이 그런 그를 바라보며 화를 꾹꾹 참는다.“돌아오겠다고 했더니 그새를 못 참고 그런 짓을 하려는거예요? 엄마 ICU에 누워계시는데 도대체가 양심이라고는 없는거예요?”잠시 주춤한 연재준은 이윽고 웃기다는 듯 말한다.“과연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 걸까? 아니면 네가 착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