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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화

유월영은 말없이 티슈를 꺼내 엄마의 눈가에 묻은 눈물을 닦아주었다.

괜찮다는 말은 건성으로도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원망하지 않는다는 말도 할 수 없었다.

다만 전처럼 부모님이 원망스럽지도 않았다.

“지나간 일은 이제 다 잊어. 내 걱정은 안 해도 돼.. 그 동안 잘 지냈어. 수술비도 걱정하지 마. 나한테 돈이 있어. 적합한 기증자가 나타나면 바로 수술 들어가면 돼.”

이영화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잘 지냈다니까 안심이야.”

유월영은 엄마랑 아주 오래 이야기를 나누다가 저녁을 챙겨주고 엄마가 잠든 뒤에야 병실을 나왔다.

병실 밖 의자에 앉아 있던 유현석이 그녀를 보고 다급히 일어섰다.

그는 딸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과거의 일 때문에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유월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큰언니랑 막내는?”

유현석이 다급히 말했다.

“네 언니랑 형부는 청허포에서 일해. 금방 아이를 출산해서 오늘 부르지 않았어. 내일 연락해서 오라고 할게. 막내는 2년 전에 어떤 남자랑 집을 나간 뒤로 연락이 끊겼어.”

유월영은 조용히 듣고만 있다가 핸드폰을 꺼내며 말했다.

“계좌번호 좀 불러줘.”

유현석이 미안한 얼굴로 그녀에게 계좌번호를 알려줬다.

유월영은 그의 계좌로 2천만 원을 입금했다.

“엄마 잘 보살펴. 치료비는 걱정하지 말고. 의사 선생님이 하신 말씀 들었지? 엄마는 현재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해. 그러니까 엄마한테 다시는 짜증 부리지 마.”

유현석은 멍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병원에 간이침대 파는 게 있을 거야. 이따가 간호사한테 말해서 가져다 달라고 해. 오늘은 아빠가 여기 있어. 내일 간병인 보내줄게.”

유월영은 메모지를 꺼내 핸드폰 번호를 적어서 유현석에게 건넸다.

“이건 내 연락번호야.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해.”

말을 마친 그녀는 그대로 뒤돌아섰다.

그녀가 복도 모퉁이까지 갔을 때,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월영아, 아빠가 미안해. 앞으로는 집에 자주 들를 거지?”

유월영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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