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가 끝난 뒤, 유월영은 조서희와 함께 오피스텔로 돌아갔다.그녀는 내일 어머니 병원에 갈 짐을 정리하고 조서희는 편하게 소파에 누워 핸드폰을 하다가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월영아!”유월영이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왜 그래?”조서희가 잔뜩 흥분한 얼굴로 말했다.“너 일자리 찾은 것 같아!”유월영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친구를 바라봤다.조서희가 핸드폰을 바라보며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SNS보는데 내 옛 상사가 인원 모집 공고를 냈어. 부서 담당을 모집한다는데 너랑 어울릴 것 같아서 네 이력서를 보내드렸었거든. 그쪽에서 아주 만족스럽다는 답변이 왔어.”유월영이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너 전에 안성에서 일하지 않았어? 그때 직장 내 괴롭힘 때문에 퇴사했잖아.”“그렇긴 하지. 해운과는 못 비기지만 사실 신주의 대부분 회사들이 다 그렇잖아? 안성 정도면 대우는 괜찮을 거야.”조서희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사실 그 인간 한 명 빼고는 다 괜찮았어. 그 인간 아니었으면 회사를 안 나왔을 거야. 퇴사한 뒤에도 계속 이분과는 연락을 주고받았는데 사람이 정말 괜찮아.”유월영이 웃으며 말했다.“네가 그렇게까지 말하니까 좀 끌리긴 하네.”조서희의 옛 상사라면 유월영도 만난 적이 있었다. 전에 연재준이 클럽으로 그녀를 불러냈을 때 마침 노현재와 어깨동무를 하고 지나가던 여성을 보았다. 그 여자가 바로 조서희의 옛 상사였다.나중에 둘이 헤어지고 그녀가 많이 힘들어했다는 말을 조서희를 통해 들은 적 있었다.“그분이 그러시는데 저녁이 같이 식사라도 하면서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대.”조서희가 들뜬 얼굴로 친구를 꼬드겼다.“가자. 조건이 안 맞더라도 같은 여자끼리 식사 정도는 괜찮잖아.”친구가 이렇게까지 얘기하는데 유월영도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러자.”사실 이 시점에 직장까지 구한다면 엄마의 수술 후 관리비용까지 해결할 수 있으니 그녀에게는 괜찮은 제안이었다.유월영은 감기약을 먹은 후, 옷을 갈아입고 화장을 했
둘이 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김우희가 다시 둘의 앞길을 막았다.“뭘 그렇게 급하게 가려고 해?”조서희가 인상을 쓰며 그녀에게 물었다.“언니, 대체 저한테 왜 이러세요?”김우희는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내가 뭘 어쨌다고 그래? 일자리 소개해 주려고 나온 거잖아.”“일자리가 아니라 우리를 팔아먹으려고 불러낸 것 같은데요?”성질 급한 조서희가 날이 선 말투로 반박했다.왕 대표가 술을 들고 다가오며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어린 아가씨가 무슨 말을 그렇게 심하게 해? 당장 우희 씨한테 사과해! 사과의 의미로 이 술을 한잔씩 마시면 되겠네! 마시기 전에는 나갈 생각하지 마!”드디어 본색을 드러낸 것이다.유월영과 조서희는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아마 저 술을 마셔도 이 방을 빠져나가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둘은 김우희의 어깨를 밀치고 밖으로 나가려 했다.김우희가 바닥에 넘어지자 뒤에 있던 왕 대표가 소리를 질렀다.“저것들 잡아!”문이 열리고 밖에서 정장을 입은 경호원이 안으로 들어왔다.그들은 다짜고짜 유월영과 조서희의 팔목을 잡으려 했고 그러다 보니 몸싸움이 일어나게 되었다.둘은 핸드백으로 상대의 얼굴을 가격하고 다리를 들어 상대의 중심부를 걷어찼다.순식간에 고급 별실은 아수라장이 되었다.둘은 바깥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사람 살려요! 이 사람들이 저희를 납치하려고 해요!”바깥에는 직원들도 적지 않았지만 어쩐 일인지 힐끗 바라만 보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고개를 돌렸다. 흔히 있는 일이라서 무관심한 건지, 아무도 그들을 구해주려 나서지 않았다.유월영은 경호원 한 명을 밀쳐내고 미친 듯이 도망쳤다. 그렇게 한참을 달려서 뒤를 돌아보았지만 조서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별실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모양이었다.유월영은 이를 악물고 핸드폰으로 경찰에 신고한 뒤, 별실로 달려갔다.그리고 굳게 닫힌 문을 발로 걷어찼다.느끼남 왕 대표가 조서희를 소파에 깔아뭉개고 있었다. 그녀의 옷은 군데군데 찢겨서 볼품이 없었고 울며 살려달라고 애원하고
왜 항상 이런 식일까?매번 그녀는 가장 비참한 모습을 그에게 보였다. 마치 그의 그림자를 벗어나면 살아갈 수 없는 사람처럼.연재준은 외투를 벗어 그녀의 몸을 덮었다.남자의 외투에서 느껴지는 익숙한 향기에 유월영의 의식은 점점 흐릿해졌다.연재준은 그녀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곧장 왕 대표에게로 다가갔다.왕덕호는 욕설을 퍼부으며 바닥에서 몸을 일으켰다.“누구야! 누가 감히 내 일을 방해하는 거야? 죽고 싶어? 악!”옆에 있던 노현재가 다리를 들어 왕덕호의 복부를 걷어차며 말했다.“건방지게 누구 안전이라고 욕설이야? 죽고 싶어?”왕덕호는 싸늘한 웃음을 짓고 있는 노현재와 시선이 마주치자 순간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노… 노 사장….”연재준은 담배를 입에 물고 왕덕호에게로 다가갔다.그리고 담뱃재를 왕덕호의 얼굴에 털어냈다.그를 알아본 왕덕호는 당황해서 말까지 더듬었다.“연 대표님이 왜 여기에….”노현재는 발끝으로 왕덕호의 얼굴을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내 가게에서 술을 마시면서 우리 재준이 여자를 건드려 놓고 왜 여기 있냐고 묻는 건 너무 멍청한 질문 아닌가?”왕덕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아… 아닙니다! 연 대표님, 제 말씀 한 번만 들어보세요. 일부러 그런 거 아니에요! 저도 김우희 그 여자한테 속아서 왔단 말입니다!”“마침 안성에 볼일이 있어서 갔다가 만났는데 김우희가 젊은 여자랑 놀아보지 않겠냐고 해서 나온 거예요.”“유… 유 비서가 해운에서 퇴사했다고 더 이상 해운의 직원이 아니라고 그 여자가 그랬단 말입니다. 그래서 좀 데리고 놀아도 아무 문제 없다고 하길래 한 순간 정신이 나가서 그러겠다고 했어요. 유 비서가 대표님 사람인 줄 알았으면 절대 안 건드렸을 겁니다!”연재준이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그래서 김우희 그 여자는 지금 어디 있지?”왕 대표는 당황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았다.“아까까지도 여기 있었는데….”“도망갔다는 얘기네. 그럼 왕 대표 한 사람 말만 듣고 우리가 그걸 어떻게 믿어? 증거 있어?”노현재가
연재준은 유월영을 빤히 내려다보다가 손을 내밀었다.“일어나.”유월영은 그가 내민 손을 잡지 않고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힘이 들어가지 않아 다시 주저앉았다.연재준은 거칠게 그녀의 손목을 낚아채고 잡아서 일으켰다. 유월영은 일어서자마자 그의 어깨를 밀치며 차갑게 말했다.“연재준, 당신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최악이었어!”연재준이 황당하다는 듯이 말했다.“상상력이 너무 풍부한 것도 병이야.”그는 이 일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말이었다.“끼리끼리 모인다고 전에는 내가 너무 어려서 사람을 잘못 봤어.”“당신 정말 치졸한 거 알아? 대기업에 압력을 넣어 날 취직 못하게 하고, 중소기업 시켜서 날 면접 보러 오라고 뺑뺑이 돌게 만들고, 백유진이랑 다시 만나면서도 날 놓아줄 생각이 없잖아. 당신이 이렇게까지 하지 않았으면 내가 이런 자리에 나올 일도 없었어!”연재준이 그녀를 빤히 쳐다보며 차갑게 말했다.“네가 먼저 날 배신했어.”유월영이 소리쳤다.“내가 언제 배신했어?”“하! 발뺌하는 거야?”연재준은 비릿한 미소를 흘리며 그녀에게 바짝 가까이 다가섰다. 남자에게서 풍기는 싸늘한 기운에 유월영이 흠칫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3년 전에 널 살려준 사람이 누구지? 갈 곳도 없는 너를 거두어 주고 일자리까지 줬어. 내 여자가 되겠다고 한 사람도 너야. 평생 배신하지 않고 내 옆을 지키겠다고 말한 사람도 너야. 우리야 말로 진짜 가족이라고 평생 함께하자고 했잖아!”“그만!”유월영이 새된 비명을 질렀다.연재준이 싸늘하게 말했다.“날 먼저 버린 사람도 너야.”그녀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지금도 그에게 했던 말들이 머릿속에 생생했다.그날 폭우가 내리던 밤에 연재준은 건달들에게 둘러싸인 그녀를 구해주고 차에 태웠다. 지금도 그 따뜻한 온도를 잊을 수 없었다.연재준은 홀딱 젖은 그녀를 보고 외투를 벗어 그녀의 몸에 덮어주었다.“이제 괜찮을 거야. 아무도 너 못 건드려.”그는 떨고 있는 그녀를 빤히 바라보다가 손을 뻗어 따뜻한 품으로 그녀
유월영은 어쩔 수 없이 임영웅에게 전화를 걸어 위치를 알려줬다. 임영웅은 전화를 끊자마자 차를 끌고 달려왔다.조서희는 그의 품에 안겨 엉엉 울었다. 그렇게 임영웅이 조서희를 데려가고 유월영도 집까지 갈 힘이 남아 있지 않았기에 서덕궁 맞은편에 있는 호텔로 들어갔다.그녀가 카운터로 가서 입주 수속을 마칠 때, 구석진 곳에서 누군가가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방으로 간 유월영은 씻지도 못하고 그대로 침대에 몸을 던졌다.취직이 실패하고 엄마는 중병에, 일주일 동안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면접을 보다 보니 그녀는 많이 지친 상태였다.잠이라도 자고 싶었지만 이상하게도 잠이 오지 않았다.무거운 돌이 가슴을 짓누르는 것처럼 갑갑하고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그녀는 애써 불안을 잠재웠다. 내일은 엄마가 입원하는 날이니 푹 쉬어둬야 했다.그렇게 힘들게 잠이 들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핸드폰이 울렸다.요란한 핸드폰 벨소리에 그녀는 벌떡 침대에서 일어났다. 너무 급하게 일어나서인지 눈앞이 어지러웠다.그녀는 다급히 핸드폰을 찾아 통화 버튼을 눌렀다.발신자는 그녀의 아버지였다.“아빠, 무슨 일이야?”유월영이 물었다.수화기 너머로 아버지의 울음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월영아, 우리 병원에 도착했는데 이 사람들이 우리한테 돌아가래. 기증자의 심장을 다른 환자가 이식 받을 거라고 수술을 못한대. 월영아, 이를 어쩌면 좋니!”유월영은 순식간에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녀는 곧 간다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하지만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다. 급한 마음에 그녀는 벽을 짚고 힘겹게 다시 몸을 일으켰다.거리로 나온 유월영은 곧바로 택시를 잡았다.“제일 병원으로 가주세요. 빨리요!”병원에 도착했더니 진료실 앞에서 아버지가 의사와 다투고 있었다.그는 손에 과도를 들고 간호사 한 명을 붙잡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어제 수술할 수 있다고 당신들이 먼저 연락했잖아! 그런데 오늘 갑자기 수술 일정이
유월영은 주먹을 꽉 쥐고 애써 침착한 목소리로 아버지에게 말했다.“아빠, 칼 내려놔요. 일단 칼부터 내려놔요.”유현석도 주변을 포위한 형사들을 보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나도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어. 너무 화가 나서 참을 수 없어서 그런 건데… 월영아, 나 진짜 사람을 죽일 마음은 없었어….”“그 칼 어디서 났어?”유월영이 울며 물었다.“복도에서 한참 기다렸는데 의사가 오지 않는 거야. 그래서 네 엄마 사과 좀 먹인다고 사과를 깎고 있었어. 그런데 간호사가 오더니 수술이 취소됐다고 돌아가라는 거야. 기증자 심장은 다른 사람한테 넘어갔다고. 어떻게 이럴 수 있냐고 따지니까 저쪽에서도 자꾸 얼버무리더라고. 그래서 순간 이성이 날아가서 그만….”유월영은 한층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아빠, 칼 내려놔. 그리고 나머지는 나한테 맡겨.”유현석은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부들부들 떨며 간호사를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간호사는 바로 도망가고 형사들이 달려들어 유현석을 제압했다. 유월영은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돌렸다.형사들은 유현석의 손목에 수갑을 채워 끌고 갔다. 유월영이 쫓아가려고 하는데 형사 한 명이 그녀를 불러세웠다.“가해자 가족분 되시죠?”유월영은 입술을 질끈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네.”“저희랑 같이 가시죠.”유월영은 다른 형사와 경찰차를 타고 경찰서로 갔다.하지만 아버지를 만날 수는 없었다. 참고인 조사를 한다고 형사들이 그녀를 조사실로 불렀다.그녀는 형사들의 질문에 최선을 다해 객관적으로 대답했다.“우리 아빠 나쁜 사람 아니에요. 일부러 난동을 부린 건 아니고 엄마 상태가 너무 걱정돼서 충동적으로 저지른 것 같아요. 학교도 안 나온 분이라 선생님이 설명해 준 복잡한 절차에 대해서 잘 몰라서 오해한 것 같아요. 그 간호사분께는 적절한 보상을 해드리겠습니다.”여형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희도 병원 관계자에게 상세한 내용을 들었습니다. 유현석 씨의 마음도 이해는 해요. 하지만 병원 의료진을 칼 들고
한 시간 뒤, 회의가 끝나 연재준은 사무실로 돌아갔다.조 비서가 그의 사무실로 찾아왔다.“대표님, 백유진 씨 아버님은 무사히 수술실로 들어가셨습니다. 아직 수술이 진행 중이지만 순조롭게 끝날 것 같아요.”연재준이 오만상을 쓰고 말했다.“유월영한테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좀 알아봐.”조 비서는 움찔했지만 이내 공손히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경찰서를 나온 유월영은 봉현군으로 돌아갔다.사고가 날 조짐이 보이자 형부는 바로 이영화를 데리고 집으로 왔다. 안 그래도 상태가 안 좋은데 그런 상황을 눈앞에서 목격하면 병세만 악화될 것 같아서였다.유월영이 집에 들어서자 큰언니 유은영이 다급히 물었다.“월영아, 어떻게 됐어?”“구속됐어.”유은영이 털썩 의자에 주저앉으며 물었다.“그… 그럼 감옥에 가야 하는 거야?”유월영은 멍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아마 그럴지도.”유은영이 자책하며 말했다.“다 내 잘못이야. 아빠 성격 알면서 내가 거기 남아 있어야 했는데!”“언지 잘못 아니니까 이상한 생각하지 마. 내가 변호사를 알아볼게. 무슨 방법이 있겠지.”유월영은 물컵에 물을 따라 마신 뒤, 화제를 돌렸다.“엄마는 좀 어때?”유은영은 침실을 가리키며 말했다.“많이 걱정하셨지. 그래도 발작은 안 하셨어. 지금은 침대에서 쉬고 계셔.”유월영은 엄마를 보러 침실로 들어갔다.그녀를 보자 엄마의 두 눈이 기대로 반짝였다.“월영아, 네 아빠는….”유월영은 얼른 다가가서 엄마를 다시 눕혔다.“아빠 걱정은 하지 마. 내가 해결할게. 나 믿어줘.”이영화가 눈물을 쏟으며 말했다.“차라리 돌아오지 말지 그랬어. 집이랑 연을 끊겠다고 나갔으면 끝까지 독하게 뒤돌아보지 말았어야지. 우리가 결국 또 네 발목을 잡았구나.”“그런 말을 왜 해? 하늘이 무너져도 벗어날 구멍이 있겠지.”유월영은 담담히 말했다.“정말 최선을 다했는데 안 되면 어쩔 수 없어. 잘못을 했으면 대가를 치러야지 뭐. 아빠 들어갔다 나오면 우리가 또 반갑게 맞아주면 돼.”이
유월영은 감정을 추스르고 친구들에게 문자를 보내 괜찮은 변호사나 로펌을 아는지 물어봤다.다행히 해운에서 일하면서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기에 어려울 때 돕겠다고 나설 지인은 많았다.한 친구가 그녀에게 승형 로펌을 추천했다.“이승연 변호사, 승률이 꽤 높은 실력 있는 변호사야. 형사 사건이든 민사 소송이든 패소를 거의 하지 않아. 지난 주에도 비슷한 사건을 맡아서 담당했는데 형이 가장 낮게 나왔대.”유월영은 그 친구에게 고맙다고 인사하고 연락처를 받았다.그날 밤, 그녀는 부모님의 집에서 밤을 보냈다. 그녀가 원래 쓰던 방에 가서 누웠더니 다섯 명이 같이 찍은 가족사진이 눈에 들어왔다.유월영은 밤잠을 설치다가 아침 일찍 큰언니에게 엄마를 맡기고 밖으로 나왔다.떠나기 전 그녀는 어제 엄마와 했던 이야기를 큰언니에게 말하며 다른 생각하지 않게 좀 더 신경 쓰라고 부탁했다.큰언니는 엄마 옆에서 절대 떨어지지 않겠다고 장담했다.유월영은 그 길로 택시를 타고 승형 로펌으로 왔다.친구가 미리 연락을 주었기에 이승연 변호사를 바로 만날 수 있었다.“이 변호사님은 지금 의뢰인을 만나고 계시니까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감사합니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무실 문이 열리고 30대 여성이 안으로 들어왔다. 반듯한 검은색 정장에 깔끔하게 머리를 위로 묶은 날카로운 인상의 여자였다.엄청난 미인이었지만 왠지 믿음직하고 지적인 인상마저 주었다.유월영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인사를 건넸다.“이 변호사님이시죠? 유월영이라고 합니다. 신가희가 소개해서 왔어요.”이승연은 그녀와 악수를 나눈 뒤, 자리를 권했다.“이승연입니다. 상황은 대충 가희 씨한테서 전해 들었어요. 자세한 상황은 지금부터 천천히 얘기해 봐요.”그녀는 단도직입적으로 질문했고 유월영도 아는 대로 상황을 다시 진술했다.이승연은 담담한 얼굴로 고개만 끄덕일 뿐, 아무런 감정표현도 하지 않았다.이야기를 다 들은 뒤에 그녀가 말했다.“양형의 기준에 범행의 동기나 가해자의 어려운 사정도 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