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 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검은 그림자는 부딪혀 5.6미터나 날아갔다. 전조등 앞에 눈에 거슬리는 빨간 핏자국이 묻었다.잠이 슬슬 내려오던 허윤진은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형부! 저 사람을 박은 것 같아요.”당황한 허윤진은 진서준을 깨웠다. 그러자 그녀의 다급한 목소리를 들은 다른 사람들도 모두 잠에서 깨어났다.“당황하지 마. 내가 내려가 볼게.”진서준은 눈을 뜨더니 허윤진을 달랬다. 차 문을 열자 진서준은 쏜살같이 차 앞으로 달려갔다. 그는 쓰레기를 줍는 노인과 부딪힌 줄 알았다. 새벽에 혼자 걸어 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 말이다.하지만 진서준은 상대방의 얼굴을 확인한 후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화려한 옷차림을 한 아름다운 여자였다. 그녀의 옷차림으로 봐도 평범한 여자가 아닌 것 같았다.“서준 씨, 어때요? 살아 있어요?”허사연 등인은 달려와 다급하게 물었다. 한밤중에 무고한 행인과 부딪쳐서 그녀들은 속이 타들어 갔다.“잠시만. 한 번 볼게.”진서준은 웅크리고 앉아 그 여자의 맥을 짚었다. 쓰러져 있는 사람이 미녀라는 것을 확인하자 허윤진은 갑자기 경계했다.이 여자가 깨어나면 진서준에게 반할까 봐 걱정되었다. 그러면 경쟁자가 한 명 더 생기는 셈이니 말이다.여자의 맥을 짚은 후 진서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다행히 차 속도가 빠르지 않아서 아직 숨은 붙어 있어요.”진서준의 말을 듣자 다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윤진아, 좀 쉬어. 내가 운전할게.”허사연이 말했다.“응? 그럼 난 어디 앉아야 해?”허윤진의 얼굴은 갑자기 빨개졌다. 그녀는 진서준의 품에 안기는 이날을 오랫동안 기다려왔다. 전에 다쳐서 진서준의 품에 안겼을 때의 느낌을 잊을 수 없었다.마치 하늘이 무너져도 이렇지 않은 듯한 편안함과 행복감이었다.“뒤에 앉아. 이렇게 다쳤는데 이 여자를 뒤에 앉힐 수는 없잖아.”허사연이 말했다. 날이 어두워 허사연은 허윤진의 표정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허윤진의 기분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듯 다시 우울해졌다.“그런데
여자는 주위를 둘러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여기는 지옥이 아니라 인간 세상입니다.”진서준은 웃으며 말했다.“누구세요? 저 방금 차에 치였는데...”여자는 땅에서 일어나 경계하는 표정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미안해요. 방금 저희가 실수로 당신과 부딪혔는데 제 남친이 당신을 구해줬어요. 정말 미안해요.”“아... 저도 제가 치인 것 같았는데 살아 있다는 게 너무 신기해서요.”여자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그녀는 이미 심각한 부상을 입었고 또 차에 치여서 아주 대단한 의사가 아니면 그녀를 구할 수 없었다.“내가 구해주지 않았으면 당신은 10분 뒤에 죽었을 거예요.”진서준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자 그 여자는 어리둥절해하며 진서준을 쳐다봤다. 자기 또래의 남자가 이렇게 뛰어난 의술을 가지고 있다니.그리고 그의 일행들을 봐도 자기와 나이가 비슷해 보였다.‘그럼 정말 이 남자가 나를 구한 건가?’“고마워요.”그녀는 허리를 굽혀 감사를 표했다.“별말씀을요. 우리 잘못입니다.”허사연은 얼른 손사래를 쳤다. 이때 그 여자 뒤에서 자동차 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그녀는 놀란 토끼처럼 표정이 바뀌었다.“그럼 이만 가볼게요!”그리고 그 여자는 자리를 떠나려고 했다. 진서준은 비록 그녀의 내상을 치료했지만 적어도 하룻밤 쉬어야 빨리 걸을 수 있었다. 그래서 여자가 빨리 걸으려 하자 뼈가 부서지는 것 같았다.“아!”그녀는 두 발짝도 걷지 못하고 땅바닥에 주저앉자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괜찮으세요?”허사연은 얼른 다가가서 물었다.“괜찮... 괜찮아요. 빨리 떠나세요. 저 때문에 괜히 번거로워질 거예요.”그녀는 진서준 일행을 보며 말했다. 김연아 등인은 그 말을 듣자마자 서로 눈을 마주쳤다. 역시 그들의 추측대로 이 여자는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었다.진서준은 더 이상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가자.”허사연은 안쓰러운 표정으로 진서준을 쳐다보았다.“서준 씨, 아니면 함께 데려갈까요?”“아니요. 됐어요. 당신들은 저를 도울 수 없
“한 발 맞았는데도 이렇게 멀리 도망칠 수 있는 걸 보니 그 늙은이가 많은 걸 가르쳐 줬네.”선두에 선 중년 남자가 변희영을 보며 차갑게 말했다. 그는 아예 진서준 등인을 무시했다. 그들은 보이게 너무 평범해서 아예 그 남자의 안중에도 없었다.“황윤준, 이 미친 자식들. 너희들은 사람도 아니야. 할아버지가 돌아오시면 반드시 너희들을 가만두지 않을 거야.”변희영은 중년 남자를 향해 소리쳤고 화가 치밀어 올라 몸을 떨었다. 진서준은 그들 사이에 어떤 원한이 있는지 모른다. 그리고 궁금하지도 않았다. 진서준은 당장 이 네 사람을 해결하고 빨리 허사연 등을 데리고 호텔에 가서 하룻밤 푹 쉬게 하고 싶었다.그들은 하루 종일 운전했다. 진서준은 수선자이기에 보통 사람과 신체 조건이 달랐지만 허사연 등은 모두 보통 사람이기에 지금 피곤함에 찌들어 있을 것이다. 유일한 수련자인 허윤진도 버틸 수 없을 정도이니 다른 사람들의 상태는 더 심각했다.“3초 이내에 내 앞에서 사라져.”진서준은 차갑게 말했다. 그러자 황윤준은 고개를 돌려 진서준을 매섭게 째려보았다.“뭐라고? 내가 누군지 알아?”진서준은 대답하지 않고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셋.”“윤준 씨 이 자식은 저희에게 맡기세요. 저 자식을 죽이고 저년들을 데리고 가 오늘 저녁 신나게 놀아봅시다.”황윤준 옆에 서 있던 세 남자는 느끼한 눈빛으로 허사연 등을 쳐다보았다.사실 진서준이 이 일에 끼어들지 않았어도 그들은 허사연 등을 풀어줄 생각이 없었다.첫번째 이유는 증거를 남기고 싶지 않았고 그리도 두 번째 이유는 그들의 미모에 반했기 때문이다.황윤준은 나이가 들어서 여색에 관심이 없었지만 그를 따라온 세 청년은 모두 20대 초반의 남자들이라 미녀들만 보아도 흥분된 생각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진서준은 그 말을 듣자 눈에 살기가 스쳐 지나갔다.“혼자 이렇게 많은 미녀를 데리고 논다고? 대단하네. 하지만 오늘부터는 그러지 못할 거야.”한 청년이 진서준을 향해 걸어갔다.진서준의 앞에 다다르자 그는 손을 들
성약당 사람들은 변희영을 이렇게 그냥 놔두지 않을 것이다.“쓸데없는 말이 좀 많네.”말이 끝나자 진서준은 갑자기 사라졌다. 순간 황윤준 등은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그는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공포를 느꼈다. 죽어가는 자기 모습이 상상이 될 만큼 한 공포였다.황윤준은 무의식적으로 체내의 강기를 동원하여 자신의 온몸을 감쌌다. 하지만 진서준은 그에게 손을 쓰지 않고 먼저 다른 두 명을 죽였다.우드득...두 명의 부하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른 채 눈을 부릅뜨더니 목이 부러진 채 죽었다.“개자식, 덤벼!”황윤준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발에 힘을 주어 쿵 내딛더니 단단한 도로 바닥에 5cm의 깊은 발자국이 생겼다. 그리고 거미줄 같은 균열이 생기면서 발자국을 따라 사방으로 퍼졌다.황윤준이 주먹을 휘두르자 하늘을 찌르는 듯한 굉음이 들렸고 공기마저 산산조각이 나는 듯했다.“조심하세요.”놀란 변희영은 얼른 큰 소리로 진서준에게 귀띔했다. 하지만 허사연은 담담하게 위로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일개 종사가 제 남친을 다치게 할 순 없죠.”비록 말은 그렇게 했지만 허사연도 속으로 긴장했다. 낮에 진서준은 김씨 가문과 서씨 가문 연회에서 치열한 싸움을 겪었다. 비록 반날 쉬었다지만 완전히 회복됐는지는 미지수이다.진서준은 날아오는 주먹을 보면서 손가락 하나를 내밀었다. 그리고 모든 영기를 손끝에 모으자 마치 날카로운 검처럼 무서운 기세를 뿜어냈다.황윤준은 이 모습을 보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진서준이 너무 날뛴다고 생각했다.“그렇게 잘난 척하더니 이젠 죽을 때가 됐네.”황윤준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쿵...진서준의 손가락과 황윤준의 주먹이 부딪히자 주먹을 감싸고 있던 강기는 마치 거울처럼 부서지면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황윤주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설마 이 녀석이 나보다 실력이 더 강하단 말인가? 말도 안 돼!’황윤준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을 때 진서준은 왼손으로 황윤준을 공격했다.쿵...황윤준
차는 시동을 걸고 다시 출발했다. 이젠 다들 전혀 졸리지 않았다. 김연아와 함께 뒷줄에 앉아 있던 변희영은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진서준을 쳐다봤다.“당신이 육장로를 죽인 진서준이예요? 저는 40, 50대 아저씨인 줄 알았는데.”그러자 진서준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제 얘기는 그만하고 당신은 누군데요? 성약당 사람들이 왜 당신을 죽이려고 해요?”진서준은 방금 황윤준이 한 말이 귀에 거슬렸다.늙은이가 변희영에게 많은 걸 가르쳐줬다고 했었으니 그 늙은이는 분명 변희영의 할아버지일 것이다.그러자 변희영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사실 저도 성약당 사람이에요.”그 말을 듣자 모두 변희영을 쳐다보았다.“하지만 저는 아까 나쁜 놈들이랑 달라요.”“맥을 끊지 말고 한 번에 다 말하는 게 좋을 거예요. 제가 도와줄 수도 있으니.”진서준은 성약당 사람들이 한 짓에 대해 매우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그들은 하마터면 그의 어머니를 죽일 뻔했고 성약당 수하들은 심지어 가짜 약을 팔았다.그들은 잡히고도 자기가 성약당 사람이라고 협박하며 큰소리를 쳤다.진서준이 보기에 모든 이들의 존경을 받는 성약당은 사실 온갖 나쁜 짓을 다 하는 도적 소굴일 것 같았다.변희영은 고개를 숙이고 한참 생각하더니 천천히 말했다.“제 할아버지는 지금의 성약당 당주 변지산이에요.”변희영이 말했다.“네? 성약당 당주 손녀라고요? 그런데 왜 성약당 사람들이 당신을 잡아요? 할아버지의 명령인가요?”허윤진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녀는 순간 막장 드라마의 여러 장면이 머릿속에 떠 올랐다.“아니요. 할아버지는 5년 전 외출하셨다가 돌아오지 않으셨어요. 할아버지가 떠나기 전 성약당의 모든 경영권을 육장로님에게 넘기셨거든요. 처음에는 다들 열심히 사람을 구하고 약을 만들고 팔았죠. 하지만 점점 돈에 눈이 멀면서 성약당을 망쳤어요. 그리고 금지약물을 만들기 위해 살아있는 사람을 잡아다가 약으로 쓰기도 했죠. 저는 그들의 범행을 모두 기록했고 할아버지가 돌아오면 다 일러바치려고 했어요. 하지만
사람을 약재로 쓴다는 말을 듣자 진서준의 눈에는 살기가 스쳐 지나갔다. 이런 사람은 죽여도 마땅하다. 심지어 인간이라고 불릴 자격이 없다.“4품 대종사... 좀 까다롭긴 하지만 저도 조력자가 있어서 뭐...”진서준은 담담하게 웃었다.강주는 서남도의 중심 도시이다. 중심 도시에는 자연히 호국사가 있을 것이다. 진서준은 그때 국안부의 호국사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변희영은 진서준의 조력자가 누구인지 몰라서 물었다.“조력자는 사람이 혹시 유씨 가문 사람이에요?”그러자 진서준은 고개를 가로저었다.“유씨 가문? 전혀 들어본 적도 없는데요.”변희영은 눈을 부릅뜨고 믿기지 않는다는 듯 진서준을 바라봤다.“종사라는 분이 어떻게 서남 유씨 가문을 몰라요? 유씨 가문은 서남 제일 가문이고 우리 성약당과도 친분이 깊어요. 하지만 할아버지가 떠난 후 왕래가 뜸해졌죠.”변희영은 유씨 가문과 협력할 수만 있다면 성약당의 나쁜 사람들을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아이디어를 실천에 옮기기도 전에 그들에게 잡혔다.“제 조력자는 유씨 가문 사람들이 아닙니다.”진서준은 담담하게 말했다.명문가일수록 더 무정하기 마련이다. 김연아의 일 때문에 진서준은 제일 가문에 대해 아무런 호감이 없어졌다.“그럼 내일에 유씨 저택으로 갈까요? 유씨 가문에서 우리를 도와줄 수도 있는데.”변희영은 격동된 어조로 말했다.“아니요. 필요 없어요.”진서준은 차갑게 대답했다. 그러자 변희영은 잠시 멍해졌다. 그녀는 진서준의 태도가 변했음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서준 씨 혹시 전에 유씨 가문과 갈등이 있었어요?”“아니요. 그저 대가문들에 대해 호감이 없어서요.”“아, 그래요...”변희영은 마음속으로 유씨 가문의 도움을 구하기로 했다. 유씨 가문과 변지산은 관계가 좋은 편이다. 변희영도 지금의 유씨 가문 가주를 알고 있어 유씨 가문의 도움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그들은 또 30분을 달려서야 강주에 도착했다. 그리고 고급 호텔을 찾아 재빨리 샤워하고 바로
“서준 씨, 기다려. 늦어도 내일까지는 서준 씨를 찾으러 갈게. 살아 있을 때 함께 하지 못했다면 죽어서 같이 부부가 되면 되지. 주변에 여자가 많은 건 알겠지만 귀신이 된 후에 이리저리 매력을 흘리고 다니면 안 돼. 두세 명 정도는 이해해 줄게. 더 많으면 안 돼...”서지은은 손에 들고 있는 사진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것은 그녀가 운대산에서 몰래 찍은 진서준의 옆모습이었다.이때 방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서지은은 얼른 사진을 거두고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지은아!”서광문은 창백해진 서지은의 얼굴을 보자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왜 오셨어요?”서지은은 차갑게 물었다. 그녀의 어투에 서광문은 무척 실망했다. 애지중지 키운 딸이 만난 지 보름 남짓 된 남자 때문에 자기를 이토록 차갑게 대하다니.서광문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지은아, 진서준이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알려주러 왔어.”서광문은 긴 숨을 들이마시며 천천히 말했다.“살아 있다고요? 저를 속이지 마세요. 결혼식장에 그렇게 많은 대종사가 있었는데 서준 씨가 어떻게 살아남아요?”서지은은 서광문의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 그녀는 서광문이 자기가 바보짓을 할까 봐 속이려고 하는 줄 알았다.“속인 거 아니야. 진서준은 둘째 삼촌에게 죽임을 당할 뻔했으나 마지막 위급한 상황에서 전송 대진을 쓰며 김연아와 함께 도망쳤어.”서광문은 황급히 설명했다.“아빠, 이젠 소설을 쓰시네요. 제가 바보 같아요?”‘전송 대진? 차라리 블랙홀이라고 하지 그래요?’“지은아, 정말 사실이야. 만약 믿지 못하면 내가 이한석을 불러올게. 네가 직접 물어봐.”서강문은 너무 답답했다. 어떻게 아버지로서 할 역할을 해야 할지 이젠 막막했다.“그럼 한석 삼촌을 불러오세요. 제가 물어볼게요.”서지은이 말했다.“알았어. 지금 부를게.”서광문은 직접 이한석을 불러왔다.“한석 삼촌, 서준 씨는 죽었어요?”서지은은 이한석을 보며 진지하게 물었다.“아니.”그러자 이한석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서지
“나중에 다시 오면 절대 절 제지하면 안 돼요.”서지은이 정색해서 말하자 서광문이 한숨을 내쉬더니 고개를 끄덕이었다....성약당.두 번째로 파견한 사람이 황윤준을 찾았을 때 그는 이미 기절해 있었고 이튿날 아침이 되어서야 깨났다.“황윤준, 너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닭 붙들 힘도 없는 여자도 못 잡아?”사장로가 병상 옆에 서서 황윤준을 나무라자 황윤준이 창백한 얼굴로 급히 설명했다.“사장로님, 제 말 먼저 들어보세요. 변희영을 거의 잡으려고 할 때 진서준이 나타났어요.”진서준의 이름을 듣자마자 사장로는 바로 황윤준의 멱살을 잡으며 말했다.“어디서 허튼소리야? 진서준은 중부 남주 사람인데 이곳에 있을 리가 없잖아.”황윤준도 답답하긴 마찬가지였다.‘남주 사람이 집에 가만히 있지 않고 뭐 하러 서남 지역에 왔지?’“사장로님, 절대 거짓말이 아니에요. 진짜로 진서준을 만났어요. 그리고 그 자식이 자기 입으로 진서준이라고 승인했어요.”황윤준이 울상이 되어 설명하자 사장로는 거짓말인 것 같지 않아 콧방귀를 뀌면서 잡았던 멱살을 풀어줬다.“전에 진서준을 손 안 본 건 나와 사형 몇이 새로운 약을 만들기 위해서였어. 끝나서 남주로 찾으러 가려던 참인데 제 발로 올 줄이야.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자식.”사장로의 눈빛이 차가워지더니 황윤준에게 분부했다.“그 자식이 지금 어디 묵고 있는지 당장 알아봐. 내가 직접 다섯째 동생을 위해 복수할 거야.”그 말에 황윤준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가려면 세 명의 장로님과 함께 가세요. 진서준의 실력이 아주 강해요. 혼자 가시면 아마...”말이 끝나기도 전에 사장로가 버럭 화를 내며 눈이 퉁방울만 해졌다.“네 뜻은 내 실력이 진서준보다 못하는 거야? 무슨 헛소리를 하고 있어? 난 지금 대종사야. 종사 나부랭이를 죽이는 건 개미 한 마리 죽이는 것보다 쉬워.”말이 끝나자 사장로의 체내에서 선천강기가 폭발하더니 산이 무너지고 바다가 뒤집어지는 듯한 기세가 몸에서 뿜어져나왔다.순간 황윤준의 이마에서 식은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