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서준은 옥과 운석을 쥐고서 미소를 지었다.운석으로는 그의 천문검을 담금질할 수 있었고 옥은 반으로 나누어서 그 안에 방어 진법을 설치하여 어머니와 허사연에게 줄 생각이었다.이 옥에 진법을 설치한다면 전력을 다한 대성 종사의 일격을 한 번 막아낼 수 있었다. 게다가 그들에게 위험이 생겼다는 것을 곧바로 알 수 있기 때문에 바로 그들을 구하러 갈 수 있었다.“서준 씨, 이 두 물건이 그렇게 귀한 거예요?”허사연이 궁금한 듯 물었다.“당연하죠. 이 옥은 돌아간 뒤에 사연 씨에게 줄게요.”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걸 항상 몸에 지니고 다녀요. 이걸로 종사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거든요. 그리고 사연 씨가 위험에 처했다는 것도 바로 알 수 있어서 빠르게 사연 씨를 구하러 갈 수 있어요.”허사연은 그 말을 듣자 눈을 빛냈다.종사의 일격을 막아낼 수 있다면 그녀에게 있어 아주 귀한 보물이었다.진서준은 삶의 의욕이 사라진 황서진을 바라보았다.“네가 불러온 사람들 다 도망쳤는데, 뭐 더 하고 싶은 말 있어?”황서진은 공허한 눈빛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난 귀신이 되어서도 절대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진서준은 그 말을 듣더니 같잖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난 널 죽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네 영혼까지 파괴할 수 있어.”황서진은 악귀가 되어 복수하겠다고 했지만 진서준은 그에게 기회를 주지 않을 생각이었다.진서준은 영결 하나를 손에 쥐고 황서진의 미간을 내리쳤다.곧 황서진은 바닥에 쓰러진 채 창백한 얼굴로 경련을 일으켰다.“가서 처리해요. 바로 태워버려요.”진서준이 강은우에게 분부했다.“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가서 처리하겠습니다.”강은우는 부하들과 함께 황서진을 데리고 레스토랑을 떠났다.강은우 일행이 떠난 뒤 진서준 일행도 떠났다. 그들은 한씨 일가로 돌아갔다.가는 길에 진서준은 한보영을 바라보았다.“보영 씨, 아까 그 노인이 말한 천의방과 지의방, 인의방에 대해 알아요?”진서준은 처음 천의방과 지의방, 인의방을 알게 되어
“그 사람은 수십 년 전부터 유명했어요. 서른에 종사 경지가 되었고 겨우 5년 사이에 대성 종사가 되었거든요. 그리고 그가 선천 1품 대종사가 되었을 때는 이미 종사 10명을 죽인 뒤였어요. 국안부에서 그를 죽이려고 호국사 여러 명을 파견했었는데 결국 도망쳤어요.”진서준은 깜짝 놀랐다.그는 보운산에서 죽였던 종사들이 인의방 50위 안일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겨우 90위권이었다.인의방에 천재들이 많은 듯했다.그렇다면 지의방과 천의방에 이름을 올린 사람들은 더 보기 드문 천재들일 것이다.허사연은 조금 긴장한 얼굴로 진서준의 팔을 잡았다.“호국장군 사람들도 천의방이라니. 만약 그들이 서준 씨를 잡으러 온다면...”인의방의 강자들도 이렇게나 강한데 천의방에 이름을 올린 호국장군은 더 막강할 것이다.한보영은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서 전 진서준 씨가 황씨 일가와 완전히 척지는 걸 바라지 않았어요. 만약 정말로 호국장군이 찾아온다면 진서준 씨는 아마...”한보영은 말을 마치지 못했다. 호국장군은 너무도 두려운 존재였다.그동안 해외 강자들이 감히 화진 무도계에 침입하지 못한 이유가 바로 그 8명의 호국장군 때문이었다.그들이 있기 때문에 해외 악인들은 감히 화진을 건드리지 못했다.진서준의 표정이 어느샌가 엄숙해졌다.높은 곳에 서면 더 멀리 내다보게 된다. 그러면 알게 되는 것도 더욱 많아진다.전에 혈운 조직의 네 종사를 쓰러뜨렸을 때 진서준은 매우 기뻤다. 당시 자신이 종사 경지에서는 무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지금 보니 갈 길이 아주 먼 듯했다.“참, 고양시의 탁현수라는 사람도 인의방이라고 하던데, 그 사람은 몇 위인가요?”진서준은 문득 그가 떠올랐다.당시 진서준은 그의 제자 우소영을 혼쭐냈었다.그러니 상대는 결코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탁현수 씨요?”한보영은 미간을 찌푸리고 고민했다.“5년 전 탁현수 씨는 인의방 64위였어요. 그런데 소문에 따르면 지금은 대종사 경지에 거의 다다른 수준이라고 해요. 대종사
“넌 여기서 열심히 수련해. 난 그 네 사람을 찾으러 가야겠어.”어쨌든 예준섭도 혈운 조직 사람이었기에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인해 봐야 했다.만약 그 네 명이 정말로 죽임당했다면 권시준은 그 네 사람을 위해 복수해야 했다.“네, 사부님!”강성준은 서둘러 대답했다.혈운 조직의 전투 인원은 10명뿐이었다. 하지만 그들 조직에는 다른 인원들도 있었고, 그들만의 정보 부문도 있었다.권시준은 정보 부문을 통해 예준섭 등 네 명이 마지막에 나타났던 곳이 보운산이라는 걸 알아냈다.“설마 그 네 명, 보운산의 그 늙은이들 손에 죽은 건가?”권시준이 추측했다.권시준은 우선 보운산에 가서 그들이 정말로 그곳에서 죽었는지 알아볼 셈이었다.다행히 노정명 등 사람들은 이미 떠난 상태였다. 권시준을 만났더라면 그들 모두 죽었을 것이다....이때 서울에 도착한 조천무 일행은 곧장 진서준의 별장으로 향했다.조희선은 허씨 일가의 별장에 있었기에 조천무 일행은 조희선을 찾지 못했다.그러나 그들은 옆 건물에서 고한영과 유정을 발견했다.“당신들은 누구죠?”고한영과 유정 두 사람은 불청객을 보고 깜짝 놀라서 들고 있던 그릇이 바닥에 떨어진 것도 눈치채지 못했다.“너희 진서준의 여자야?”조천무는 눈을 가늘게 뜨고 고한영과 유정을 바라보았다.그는 유정과 고한영이 진서준의 여자인 줄 알았다.“아니에요!”고한영은 곧바로 부정했다.그녀는 그들이 나쁜 의도를 가지고 있음을 보아냈다.만약 두 사람이 진서준과 아는 사이라는 걸 들키게 된다면 그들은 분명 인질로 잡혀 진서준을 위협하는 데 이용당할 것이었다.고한영은 죽음이 두렵지 않았다. 그녀가 두려운 건 진서준이 두 사람 때문에 다치는 것이었다.“참나, 여긴 진서준의 별장이야. 너희가 진서준의 여자가 아니라면 왜 여기 있겠어?”조천무는 차갑게 웃었다.“데려가. 난 너희를 인질로 잡아둘 거야. 진서준 그 자식이 인정할지 안 할지 어디 한번 지켜보자고!”“이거 놔요!”고한영과 유정은 겁을 먹고 소리를 질렀다.“입
조천무가 유정을 납치했는데 어떻게 화가 나지 않겠는가?“하하, 네 여자를 구하고 싶다면 내일 아침 8시에 조씨 일가로 찾아와! 명심해. 시간 맞춰 와야 할 거야. 안 그러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나도 장담 못 해!”조천무가 차갑게 말했다.진서준에게 지금 당장 오라고 하지 않는 이유는 진서준을 잡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이번에는 반드시 진서준에게 제대로 복수할 생각이었다.전화를 끊은 뒤 진서준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진서라가 납치당했고 이젠 유정도 납치당했다. 진서준은 가족조차 지키지 못한 자신이 무능하게 느껴졌다.진서준이 뒤척거리고 있을 때 그곳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인천에서는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그것은 인천에서 일어난 스무 번째 살인 사건이었다.그러나 범인은 아직도 잡히지 않았고 그로 인해 민심이 흉흉했다.인천의 순찰사가 몇 번이나 오씨 일가를 찾아와 오윤산에게 범인을 잡는 걸 도와달라고 했다.오윤산은 보운산 대장로의 도움을 받기 위해 보운산으로 사람을 보냈으나 천경문은 지금까지도 오지 않았다.그건 천경문이 하산할 때 마침 진서준을 만나서 시간이 지체되었기 때문이다.그 뒤 사문을 떠났을 때 천경문은 오씨 일가의 일을 잊었다.“할아버지, 진서준 씨의 도움을 받는 건 어떨까요?”오세정이 오윤산에게 말했다.“지금 보니 그럴 수밖에 없겠어.”오윤산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쉬었다.오윤산은 사실 진서준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저번에 진서준의 도움 덕분에 종사의 경지에 다다를 수 있었는데 아직 그 은혜도 갚지 못했기 때문이다.“지금은 너무 늦었으니 내일 아침 연락하자.”오윤산은 오세정에게 말했다.“세정아, 너도 요 며칠 피곤했을 텐데 어서 돌아가서 쉬어.”“네, 할아버지도 일찍 쉬세요.”오세정은 고개를 끄덕인 뒤 방으로 돌아가 쉬려고 했다.이때 오윤산은 별장 앞마당에서 들리는 소리를 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밖에 누구야?”몇 초 뒤, 검은색 옷을 입은 남자가 안으로 들어왔다.그의 검은 옷에는
창격이 그렇게 많은 여성을 죽인 이유는 노정을 찾기 위해서였다.창격은 마수였다. 마수가 음살 마스터가 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좋은 노정을 찾는 것이었다.오세정은 지음지체라서 창격이 필요로 하는 노정의 조건에 부합되었다.오세정을 자신의 밀실에 가둬둔 뒤 창격은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내일이면 만월이라 이번 달 중에서 음기가 가장 충만할 때였다.내일 오세정의 음기를 전부 흡수한다면 창격은 음살 마스터가 될 수 있었다.마수가 수련하는 자들의 미움을 받는 이유는 반드시 일반인들의 목숨을 수행에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내일 밤이 지나면 남주성이 아니라 강남 전체를 아울러봐도 날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없을 거야.”창격은 마치 지옥에서 올라온 마귀처럼 비열하게 웃었다....오세정은 오윤산이 가장 아끼는 손녀였다.오세정이 창격에게 납치당하자 오윤산은 너무 화가 난 나머지 기절해 버렸다.다행히 집안 도우미가 싸우는 소리를 듣고 나와서 오윤산이 기절한 걸 발견해 그를 곧바로 오씨 일가의 개인 병원으로 보냈다.오윤산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아침 6시였다.오윤산은 곧바로 휴대전화를 꺼내 진서준에게 연락했다.오윤산의 전화를 받은 진서준은 당황했다.“어르신, 무슨 일이세요?”진서준이 물었다.“진서준 씨, 인천으로 한 번 와주세요. 제 손녀가 납치당했어요!”오윤산은 울먹거리면서 말했다.진서준은 그 말에 안색이 달라졌다.“어르신, 조급해 하지 마세요. 어떻게 된 일인지 먼저 설명해 주시겠어요?”“최근 인천에 살인마가 나타났어요. 젊은 여성들만 골라서 죽이는데 수단이 아주 잔인해요. 전 순찰관과 순찰사와 함께 오랫동안 조사했지만 범인을 찾지 못했어요. 그런데 바로 어젯밤 범인이 절 찾아왔어요. 전 그와 싸웠지만 그의 일격에 바로 쓰러져 버렸고 범인은 제 손녀를 납치했어요.”오윤산은 결국 눈물을 터뜨렸다.70대 노인이 우는 걸 듣게 된 진서준은 마음이 좋지 않았다.하지만 진서준은 잠시 뒤 조씨 일가로 가서 조천무를 만나 유정과 고한영을
하지만 조천무는 그런 것까지 신경 쓸 수가 없었다. 진서준이 조씨 일가를 멸문시켰기 때문이다.복수를 위해서라면 처분받는 것 따위 두렵지 않았다.“진서준 씨, 조천무는 분명 진서준 씨를 잡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을 거예요. 이렇게 가신다면 분명 큰일 날 거예요.”한제성은 서둘러 말했다.“급해하지 마세요. 제가 아버지를 불러서 방법을 생각해 달라고 할게요.”“괜찮아요. 대신 인천으로 가는 기차표 끊어줄래요? 오후에 인천에도 한 번 가야 하거든요.”진서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인천에는 왜요?”한제성은 당황했다.“사람을 구하려고요.”진서준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인천은 제가 잘 압니다. 예전에 인천에 있는 학교에 다녔거든요. 제가 인천까지 운전해서 모셔다드릴게요.”한제성이 말했다.“좋아요. 그러면 차를 준비해 주세요. 참, 도와줄 사람을 불러줄 필요는 없어요. 그리고 권해철 씨는 절대 부르면 안 돼요.”말을 마친 뒤 진서준은 한제성의 어깨를 토닥인 뒤 한씨 일가 저택을 떠났다.진서준은 아주 위험할 것이란 걸 알고 있었기에 권해철 등 사람들까지 위험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진서준이 떠난 뒤 정신을 차린 한제성은 곧바로 허사연의 방문을 두드렸다.“형수님, 형수님!”허사연은 세수를 마친 상태라 방문을 열고 물었다.“무슨 일이에요?”허사연은 형수라는 호칭을 묵인했다.“진서준 씨가 조씨 일가로 간답니다. 조천무가 진서준 씨 의매를 납치했다고 해요!”“뭐라고요?”허사연의 안색이 돌변했다.그녀는 진서준의 의매가 유정이라는 걸 알았다. 하지만 조천무가 인질을 잡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얼른 권해철 씨를 불러서 진서준 씨를 도우라고 하세요.”허사연은 곧바로 말했다.“하지만 진서준 씨는 떠나기 전 절대 권해철 씨 등 사람을 부르지 말라고 하셨어요.”한제성이 난처한 얼굴로 말했다.허사연은 더욱 당황스러웠다.진서준이 그렇게 말했다는 건, 일이 그의 예상을 벗어났다는 걸 의미했다.진서준조차 장악하지 못할 상황이라니, 이런
허사연의 목소리는 우렁차고 힘이 넘쳤다. 반박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엄청난 기세였다.자신을 진심으로 생각해 주는 허사연 때문에 진서준은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사연 씨, 제 평생 가장 행운 같은 일은 바로 사연 씨를 만난 거예요.”진서준은 허사연을 품속에 꼭 안았다.“저도 마찬가지예요!”허사연이 웃으며 말했다.두 사람은 그렇게 조용히 서로를 안은 채로 조천무를 기다렸다.잠시 뒤 차 몇 대가 도착했다.한서강이 한씨 일가의 모든 무인, 세 명의 종사와 스무여 명의 무인을 데리고 온 것이다.“진서준 씨, 저희 한씨 일가는 진서준 씨와 생사를 함께할 겁니다.”한서강은 진서준의 앞으로 가서 결연한 얼굴로 말했다.“진서준 씨, 진서준 씨는 보운산에서 제 목숨을 구해주셨죠. 전 오늘 제 목숨을 바쳐서 그 은혜를 갚도록 하겠습니다.”권해철은 웃으면서 말했다. 그는 죽음이 더는 두렵지 않았다.“여러분...”진서준은 무척 감동했다.“좋아요. 우리 오늘 살아도 함께 살고 죽어도 함께 죽읍시다!”진서준은 크게 외쳤다. 그의 우렁찬 목소리에 근처 숲에 있던 새들은 깜짝 놀라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갔다.시간은 계속해 흘렀다.곧 8시인데 조천무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무슨 수작을 부리려고 이러는 걸까요?”진서준은 미간을 찡그린 채 말했다.“설마 우리 쪽에 사람이 많은 걸 보고 감히 오지 못하는 건 아니겠죠!”한제성이 장난스럽게 말했다.“그럴 리가.”한서강은 고개를 저었다.“국안부는 남주성에만 6명의 호국사를 두고 있어. 심지어 그중 세 명은 대성 종사야. 그리고 조천무는 인의방 제76위인 고수지. 성씨 일가에서 분명 사람을 보내올 거야. 그렇다면 적어도 종사 4명이 올 거야. 그렇게 되면 우리는 적어도 7명의 종사를 상대해야 해.”한서강의 말에 사람들은 헛숨을 들이켰다. 그들은 모두 바짝 긴장했다.7명의 종사라니, 머리털이 쭈뼛 솟는 숫자였다.남주성의 종사를 다 더 해도 겨우 십여 명일 것이다.그런데 오늘 적어도 7명의 종사를 상대
허사연과 오세정은 사이가 아주 좋았다.친한 친구가 납치당했다는 말에 허사연은 걱정이 됐다.“서준 씨, 저도 같이 가요!”“좋아요.”진서준도 허사연 혼자 전라도에 있는 게 걱정되었다.조천무는 실력이 뛰어났기에 한씨 일가가 그를 막지 못할 수도 있었다.“진서준 씨,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 어쩌면 제가 도움이 될지도 모르잖아요!”권해철이 말했다.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는 마수였기에 권해철이라면 그에 대해 잘 알지도 몰랐다.곧 진서준 일행은 함께 차를 타고 인천으로 향했다....진서준이 예상한 대로 조천무 쪽에는 문제가 생겼다.게다가 문제가 하나가 아니었다.우선은 성씨 일가 쪽에 문제가 생겼다.진서준이 성규영과 성재흥 두 사람을 죽여서 동성의 다른 가문들이 호시탐탐 성씨 일가를 노리다가 몰래 손을 쓴 것이다.소식을 접한 성진형은 곧바로 동성으로 돌아갔다.그다음엔 인천 쪽에 마수가 나타났다. 오윤산이 조천무에게 도움을 요청했기에 반드시 그곳에 사람을 보내야 했다.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이틀 뒤 점심으로 시간을 변경한 것이다.이번에 조천무는 인천에 직접 가지 않고 엄재욱이라는 종사를 보냈다.엄재욱도 실력이 강했다. 그는 인의방 82위의 대성 종사였다.국안부에 들어갈 수 있는 종사는 대부분이 천의방, 지의방, 인의방에 이름을 올린 사람들이었다.엄재욱은 진서준 일행보다 한발 빨리 조씨 일가에 도착했다.“엄재욱 씨!”엄재욱을 본 오윤산은 곧바로 그를 맞이했다.“다른 쓸데없는 말은 하실 필요 없습니다. 범인의 위치는 찾았습니까?”엄재욱은 이 일을 마친 뒤 바로 전라도로 돌아가야 했다.“아뇨...”오윤산이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러면 지금 당장 사람을 시켜 찾으세요!”엄재욱이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전 이곳에 이틀만 있을 겁니다. 이틀 뒤면 돌아갈 겁니다.”조천무는 그에게 이틀 뒤 그 마수를 죽일 수 있든 없든 꼭 돌아와야 한다고 명령했다.국안부에서 호국사들끼리는 급이 나뉘지 않지만 내부적으로는 실력이 강한 자가
“내가 가면 안 돼?”사실 진서준은 거절하려 했었다.르벨은 안개가 짙게 깔린 늪지대 같은 곳이라 진서준조차도 어디에 함정이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웠다.그러니 허사연이 온다면 다칠 가능성이 컸다.하지만 거절하면 허사연이 상처받을 게 뻔했다.“당연히 되지. 지금 위치 보낼게.”진서준은 단호하게 말하며 위치를 보냈다.자기 여자를 지킬 자신도 없으면서 강자들을 상대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자기야, 잘 자.”허사연이 애정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너도 일찍 자.”진서준이 다정하게 답했다.전화를 끊고 나니 진서준의 졸음이 싹 가셨다.진서준은 창가로 다가가 이 화려한 도시를 내려다봤다.“오씨 가문, 안씨 가문, 하씨 가문... 너희가 무슨 꿍꿍이를 꾸미든 난 전부 박살 낼 거야. 이번엔 반드시 나와 아버지의 정체를 밝혀내고 말겠어.”진서준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그렇게 별다른 사건 없이 밤이 지나갔다.다음 날 아침.진서준이 막 눈을 뜨자마자 도지아의 흥분한 외침이 들려왔다.“진서준, 됐어. 나 생겼어!”도지아는 눈 밑이 시커멓게 변해 있었는데 밤새 잠을 자지 않은 게 분명했다.진서준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물었다.“너 아직 처녀 아니었어? 대체 어떻게 임신한 거야?”“미친놈아, 임신은 개뿔, 무슨 헛소리야?”도지아는 얼굴이 빨개지며 진서준을 노려봤다.“그럼 왜 아침부터 난리야?”진서준이 되물었다.보통 사람이라면 이렇게 아침부터 흥분해 날뛰지 않을 것이다.“어제 네가 준 수련법 기억나지? 나 벌써 원기를 형성할 수 있게 됐어.”자기가 대단하다고 여긴 도지아는 자랑스럽게 선언했다.고작 하룻밤 만에 원기를 형성한 건 확실히 대단한 일이었다.“뭐? 그렇게 빠르다고? 너 타고난 천재 맞네?”진서준이 다소 의아한 표정을 보였다.보통 무인은 원기를 익히는 데만 최소 1년이 걸리는데 그것도 매일 꾸준히 수련할 경우에만 발생하는 일이었다.심지어 재능 있는 자들도 한두 달은 족히 걸린다.그런데 도지아는 단 하룻밤에 이 어려
“스위트룸은 따로 갈라져 있으니까 오해하지 마.”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며 도지아가 설명했다.“오해 안 해. 네가 그런 사람 아니라는 거 알아.”진서준이 무심하게 답했다.사실 둘은 황예은의 소개로 알게 되었을 뿐, 알고 지낸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진서준은 본인이 그 정도로 매력적인 남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스위트룸에 들어가자 도지아는 안쪽 방을 골랐다.“네 다리에 바른 연고에 아직 물 닿으면 안 돼. 되도록 샤워는 참아.”진서준이 슬쩍 주의를 줬다.“알았어.”도지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건을 적셔 상반신만 가볍게 닦았다.그리고 거울에 비친 자기 몸매를 보자 진서준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내 몸매가 별론가? 아니면 내 얼굴이 부족한 건가? 예은과 비교하면 차이가 없다고 할 순 없네.’솔직히 외모만 놓고 보면 황예은을 이길 여자는 없었고 심지어 허사연조차도 약간 밀릴 정도였다.10분 후, 도지아는 가운을 입고 방에서 나왔다.진서준도 샤워를 마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상태였다.“아까 얘기했던 거 계속할게. 내공 수련을 하려면 타고난 재능이 엄청 중요해.”진서준이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재능 앞에서는 노력은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만약 네가 타고난 천재라면 빠르게 입문할 거고 아니라면 그냥 시간 낭비야.”감옥에 있을 때, 창욱 어르신이 진서준을 슬쩍 만져보더니 바로 천재라고 단언하며 무조건 제자로 삼겠다고 했었다.지금 돌이켜보면 그 말이 맞긴 했다.진서준이 연마하는 선법을 다른 사람이 똑같이 배운다고 해도 그 사람이 이 속도로 성장하는 건 불가능할 터였다.“알겠어.”도지아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내 재능부터 한번 확인해 줘.”“손 내밀어.”도지아는 조용히 손을 내밀었다.“잠시 후, 내가 너한테 원기 조금 밀어 넣을 거야. 그걸 느낄 수 있다면 넌 무도계에 발을 들일 자격이 있는 거고 못 느끼면 그냥 포기하는 게 나아.”진서준은 그렇게 말하며 도지아의 손목을 잡고 천천히 경락을 따라 원기를
“이게 무슨 천벌 받을 일이야, 기가 막히는구나.”아버지는 가슴을 쥐어뜯으며 한탄했다.“그래도 그렇지. 마약에 손댔다고 해서 어떻게 너를 팔아넘길 생각을 해? 그게 사람이야? 넌 민수 친누나잖아.”이게 바로 도지아 아버지가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었다.마약을 한 건 차라리 괜찮았다.그냥 도민수를 끌고 가서 반년 동안 재활센터에 처박아 두면 된다.하지만 도민수는 마약 때문에 도지아를 팔아넘겼다.이건 이미 인간이 할 짓이 아니라 짐승만도 못한 놈이었다.“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도지아는 부모님을 바라보며 물었다.“경찰에 신고해야지. 이 자식이 저지른 짓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해.”도지아 아버지는 분노로 얼굴이 새빨개졌다.“당신 미쳤어요? 쟤 우리 친아들이라고요. 아들 인생 망칠 일이 있어요?”도지아 어머니는 깜짝 놀라며 황급히 휴대폰을 빼앗았다.“이놈은 더 이상 내 아들이 아니야. 그냥 짐승이야.”도지아 아버지는 분노의 고함을 질렀다.“우리 딸이 이놈 때문에 잘못될 뻔했잖아.”“지아가 없었으면 우리가 납치당했겠어요? 우리가 납치 안 당했으면 민수가 강제로 마약을 했겠어요? 그럼 이후의 일들이 벌어졌겠냐고요?”도지아 어머니는 여전히 아들을 감싸며 말했다.“당신 진짜 노망났어? 그러니까 지아를 그 개자식한테 넘기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도지아 아버지는 아내를 믿을 수 없다는 듯 쳐다봤다.“둘 다 제 자식이에요. 아무튼 경찰 신고는 절대 안 돼요.”도지아 어머니는 도지아에게 애원했다.“지아야, 엄마가 부탁할게. 제발 신고하지 마, 응? 엄마가 약속할게. 다시는 민수가 이런 짓 못 하게 말이야.”솔직히 도지아는 어머니가 이런 반응을 보일 거라고 예상했기에 미리 결론을 내려두었다.“그럼 재활센터로 보내요. 난 집에서 나가서 살 거예요. 민수랑 다시는 마주치지 않을 거예요.”“안 돼, 지아야. 나가야 할 놈은 저 개자식이야. 넌 우리와 함께 있어야 해.”도지아 아버지가 간절하게 설득했다.“아빠, 엄마, 지금까지 키
조호는 동부 구역 귀도파의 두목이었다.그 지위는 노랑머리 청년의 상급 보스와 맞먹었다.그런 조호가 지금 한 청년 앞에서 이렇게 공손하게 행동하고 있었다.이것만 봐도 상대의 정체가 평범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노랑머리 청년은 완전히 얼이 빠졌다.“진서준 씨, 이놈 어떻게 처리할까요?”조호가 고개를 숙이며 공손하게 물었다.“그냥 죽여. 이런 쓰레기는 살아 있어 봤자 사람들에게 해만 끼쳐.”진서준이 무심하게 대답했다.“뭐라고요? 호랑이님, 제발 살려주십시오. 이분도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노랑머리 청년은 그 말을 듣자마자 기겁하며 무릎을 꿇고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하지만 진서준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도지아 쪽으로 걸어갔다.“호랑이님. 저 삼생파 소속입니다. 우리 두목의 체면 봐서라도 한 번만 살려주세요.”노랑머리 청년은 무릎으로 기어가 조호 앞에 매달렸다.“나도 널 살려주고 싶어. 하지만 이건 진서준 씨 명령이야. 따를 수밖에 없어.”조호가 부하들에게 손짓하자 부하 두 명이 즉시 다가왔다.한 명은 검은 두건을 꺼내 노랑머리 청년의 얼굴을 뒤집어씌웠고 다른 한 명은 단단히 밧줄을 감아 그의 목을 조였다.노랑머리 청년은 공중에서 팔다리를 마구 휘저으며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30초 후 완전히 조용해졌다.“네 동생을 어떻게 할 생각이야?”진서준이 질문을 던졌다.“나도 몰라.”도지아는 초점 없는 눈으로 대답했다.친동생이 그깟 마약 한 봉지를 위해서 자기를 배신할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도지아는 이제야 도민수의 눈에 자기가 마약 한 봉지보다도 가치 없는 존재였다는 걸 깨달았다.“이런 일이 없었던 걸로 하고 계속 모르는 척하는 것도 여러 방법의 하나야.”진서준이 제안했다.“하지만 한 번이 있으면 두 번도 있는 법이야.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길 때, 난 아마 이곳에 없을 거야. 그때는 네가 스스로 보호할 줄 알아야 해.”진서준이 솔직하게 말했다.어떤 일이든 한 번 일어나면 두 번도 일어나기 마련이다.도민수는
다음 순간, 도민수의 시선은 흐릿해지고 완전히 환각의 세계로 빠져들었다.“자, 그럼 내가 먼저 할게. 이따가 너희도 실컷 즐겨.”노랑머리 청년은 눈에 불을 켜고 도지아에게 달려들 준비를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요란한 소리와 함께 누군가 별장 대문을 거칠게 걷어찼다.그와 동시에 천장의 전등이 박살 나며 순식간에 실내가 암흑으로 뒤덮였다.그리고 문 쪽에서 서늘한 한기가 흘러들어왔다.“누구야?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감히 여길 쳐들어와? 죽고 싶어?”노랑머리 청년은 분노에 이를 갈았다.딱 한 걸음만 더 가면 이 여자를 즐길 수 있었는데 누군가가 이 좋은 노릇을 방해한 것이다.그때, 별장 대문에서 어떤 남자의 실루엣이 나타났다.어둠 속에서 달빛을 받아 노랑머리 청년 일행은 그의 모습을 똑똑히 확인했다.“야, 너 뭐야? 여긴 네가 끼어들 자리가 아니야. 당장 꺼져.”노랑머리 청년은 버럭 화를 내며 소리쳤다.하지만 진서준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조용히 안으로 걸어왔다.그리고 바닥에 널브러져 환상에 빠진 도민수를 내려다보며 씁쓸하고 실망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도박꾼, 술주정뱅이, 약쟁이... 이 세 부류의 말은 절대 믿어선 안 돼.”진서준이 나지막한 소리로 중얼거렸다.다행히 진서준은 이런 상황을 대비해 도지아에게 위치추적기를 달아두었다.“야, 내 말 들리지 않아? 뭘 멍때리고 있어?”노랑머리 청년은 씩씩거리며 다가오더니 진서준의 뺨을 갈기려 손을 치켜들었다.철썩!따귀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노랑머리 청년의 몸이 팽이처럼 제자리에서 열 바퀴 가까이 빙글빙글 돌았고 진서준이 힘껏 걷어차자 새우처럼 접힌 채 바닥에 처박혔다.“웩!”노랑머리 청년은 쓰러진 채 입을 벌리더니 그 자리에서 어제 먹은 밥까지 모두 토해냈다.“형님, 괜찮으세요?”건달 하나가 달려와 노랑머리 청년을 부축했다.“저 개자식이... 다들 저놈 죽여버려!”노랑머리 청년은 분노에 차 똘마니들에게 명령했다.삼생파 두목인 노랑머리 청년은 정말 오랜만에 누군가에
노랑머리 청년의 말에 도민수는 속에서 분노의 불길이 치솟았다.“너 너무한 거 아니야?”도민수가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너무해? 그게 네가 할 소리야?”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를 비웃으며 코웃음을 쳤다.“고작 마약 좀 얻겠다고 친누나를 바친 건 누구야? 대체 누가 더 개같은 짓을 한 거야?”노랑머리 청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혀를 찼다.“솔직히 말해서 나도 너 같은 쓰레기 동생은 처음 봐.”주변에 있던 똘마니들도 박장대소했다.모두가 도민수를 한심한 광대 보듯이 쳐다봤다.“좋아. 영상 찍을게.”도민수는 이를 갈며 결국 받아들였다.“쯧쯧... 옛날에 많은 장군들이 여러 가지 수모를 견뎠다지만 넌 그 장군들보다 더 대단하네?”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가 이런 정도의 수모도 참을 수 있다고 하자 놀란 표정을 지었다.이건 거의 전대미문의 인내력이라고 볼 수 있었다.“저 여자 데리고 들어가.”노랑머리 청년이 도지아를 가리키며 말했다.“내 누나 건들지 마. 내가 직접 업고 갈 거야.”도민수는 치근덕거리는 건달들을 밀쳐내고 직접 도지아를 업었다.그렇게 도지아를 별장으로 데려오자 노랑머리 청년은 문을 잠그라고 지시했다.“잠깐, 너희 하 도련님은 안 오는 거야?”도민수가 서둘러 물었다.“그 녀석이 오면 우리가 이 짓을 할 수 있겠어?”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너 설마 아직도 우리가 하 도련님을 위해서 일하는 거라고 착각하는 건 아니겠지? 틀려도 한참 틀렸어. 우린 그냥 이 여자를 신나게 맛보고 싶을 뿐이야.”도민수는 순간 멍해졌다.“그럼 나한테 마약을 먹인 것도 너희 결정이었어?”“그래, 그게 아니면 뭐겠어?”노랑머리 청년은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너희 같은 평범한 집안 놈들은 우리 하 도련님 기억 속에 남을 가치도 없어.”“이 벼락 맞아 뒈질 개자식들아!”도민수가 꽉 쥔 주먹에서 우두둑하는 소리가 났다.“이 개자식이 누굴 욕하는 거야?”노랑머리 청년은 곧바로 발차기를 날려 도민수를 바닥에 나뒹굴게
“단순히 하경범의 동선을 조사하라는 것뿐이야. 너더러 그놈이랑 목숨을 걸고 싸우라는 게 아니야.”진서준이 조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사실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야. 나 혼자 여러 일을 대응하기 어려워 그런 거야. 다른 일이 없으면 내가 직접 그놈을 찾아갔을 거야.”조상규가 처참하게 죽는 모습을 떠올리며 조호는 이를 악물고 임무를 받았다.“알겠습니다, 진서준 씨. 사흘 내로 하경범의 일정을 조사해 보고하겠습니다.”“좋아, 그럼 일단 밥부터 먹자.”진서준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식사가 끝난 후, 조호 부자는 먼저 자리를 떠났다.그들이 나간 후, 오영수는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였다.“저 자식 믿을 수 있는 겁니까? 하경범에게 달려가 밀고하면 어쩌려고 그러는 겁니까?”“그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러 저 녀석 앞에서 조상규를 죽인 겁니다.”진서준이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마음만 먹으면 사람을 죽인다는 걸 알게 됐으니 감히 딴생각은 못 할 겁니다.”오영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오영수도 인간 심리에 관한 책을 많이 읽어왔기에 진서준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하세요.”오영수가 입을 열었다.“저는 단 하나만 궁금합니다. 대장님 삼촌은 도대체 언제 돌아오는 겁니까?”진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궁금한 걸 말했다.진서준의 목표는 오영수의 삼촌에게서 자기 가문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이었다.그것이 아버지의 행방을 찾는 단서가 될 수도 있었다.“늦어도 모레면 돌아올 겁니다.”오영수가 대답했다.“셋째 삼촌이 돌아오면 바로 연락할게요.”“부탁할게요.”진서준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저녁 무렵.한 식당에서 둘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민수야, 오늘은 웬일이야? 왜 갑자기 밥을 사주려는 거야?”도지아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이건 도민수의 스타일이 아니었다.최근 도민수는 화약고처럼 사소한 일에도 폭발하기 일쑤였다.그런데 갑자기 자기를 불러 밥을 사준다고 하니 너무나도 이상했다.“
조호는 진서준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사람을 죽이는 걸 보고 앞으로 감히 다른 마음을 품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조상규 같은 대종사조차 가볍게 정리되었는데 하물며 조호 같은 평범한 인간은 말할 것도 없었다.일행은 다른 방으로 자리를 옮겨 다시 식사를 시작했다.“진서준 씨... 잠시 후, 제가 모셔도 될까요?”치파오 여자는 일부러 허리를 숙이며 가슴골을 드러냈다.조상규가 죽으면서 여자는 기댈 곳을 잃었으니 이제는 새로운 든든한 버팀목이 필요했다.조호의 아들은 자기 밥만 쳐다보며 눈길을 감히 다른 데다 돌리지 못했다.괜히 이상한 시선을 줬다간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조금 전엔 일부러 조상규를 자극하려고 연기한 거야. 넌 가봐도 좋아.”진서준이 손을 휘저었다.치파오 여자는 매력적이었지만 진서준은 전혀 관심이 없었다.진서준에게는 이미 여자친구가 있었고 그것도 한 명이 아니었다.이 말을 듣자, 치파오 여자는 눈에 띄게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그럼 저는 문 앞에서 대기하겠습니다. 필요하신 게 있으면 언제든 말씀 주세요.”여자가 나간 후, 진서준이 입을 열었다.“대장님, 하씨 가문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죠?”“하씨 가문이요?”오영수는 멈칫하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그다지 잘 알진 못합니다. 저는 군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서 집에 잘 안 들릅니다.”“그럼 너는?”진서준은 조호를 바라봤다.조호는 급히 젓가락을 내려놓고 입을 닦으며 대답했다.“저도 하씨 가문의 사업에 대해 조금 아는 정도입니다. 현재 르벨의 모든 카지노는 하씨 가문이 장악하고 있고 그 외의 누구도 끼어들 수 없습니다.”다른 지역에서는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의식주가 가장 중요했지만 르벨에서는 도박이 가장 중요했다.80세 노인부터 3살짜리 아이까지 누구나 도박을 했다.르벨 경제의 중심은 도박이었다.덕분에 하씨 가문은 지역 내 절대적인 권력을 쥐고 있었다.오씨 가문, 안씨 가문 같은 명문대가도 하씨 가문 앞에서는 고개를 숙여야 했다.“하경범이라는 인물을
“뭐가 무리야? 네 여자가 따라준 차를 마시면 앞으로 너희 둘의 관계가 완전히 끝난다는 뜻에서 절교차라고 생각하면 되겠네.”진서준이 웃으며 말했다.“진서준 씨가 큰형님이잖아요. 첫 잔은 큰형님이 먼저 드셔야죠.”“얼른 마셔. 마시지 않으면 널 죽일 거야.”진서준의 얼굴이 순간 냉랭하게 변했고 순식간에 분위기가 살벌해졌다.“진서준 씨, 농담이 심하시네요. 설마 차 한 잔 때문에 절 죽이겠습니까?”조상규가 여전히 억지로 웃었다.하지만 다음 순간, 조상규의 웃음은 영원히 얼굴에 굳어버렸다.진서준이 갑자기 손을 뻗어 아무런 예고 없이 젓가락을 던졌다.그 젓가락은 공기를 가르며 날아가 조상규의 가슴을 관통했다.펑!심장이 터지는 끔찍한 소리가 방에 울려 퍼졌다.조상규는 고개를 푹 떨구고 그대로 식탁 위에 쓰러졌다.조호 부자는 겁에 질려 다리가 풀렸고 슬금슬금 진서준과 거리를 벌렸다.‘이건 분명 미친놈이야. 자기 심기를 건드렸다고 사람을 마음대로 죽여?’처음부터 이런 놈인 줄 알았다면 차라리 아까 목숨을 내걸고 싸웠을 것이다.치파오 여자는 더욱 기겁하며 벌벌 떨면서 진서준을 쳐다봤다.“아가씨, 이제 네 남편은 죽었어. 그러니 이 차는 네가 대신 마시도록 해.”진서준이 치파오 여자를 바라봤다.“저, 저요?”치파오 여자의 얼굴이 순간 얼어붙었다.조상규는 차 한 잔을 마시지 않으려다 그대로 목숨을 잃었다.그럼 자기도 거부하면 그대로 죽을 게 아닌가?“왜? 설마 차 한 잔도 못 마시는 건 아니겠지?”진서준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제발... 목숨만 살려주세요.”치파오 여자는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차에 독이 들어 있어요. 조상규가 저를 협박해서 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 전 정말 아무 죄도 없어요.”“뭐? 차에 독이 있다고?”조호 부자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방 하나 더 잡아.”진서준이 무심하게 말했다.“네. 지금 당장 준비하겠습니다.”치파오 여자는 공포에 질린 채 황급히 방을 빠져나갔다.치파오 여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