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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4화

Author: 무가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05-11 16:04:52
“이 자식, 내 말 들었어?”

서정훈은 목청을 높이며 화가 난 얼굴로 말했다.

“됐어요, 여보. 화내지 말아요. 의사 선생님이 화내면 안 된다고 했잖아요.”

심해윤은 곧바로 서정훈을 말리며 그를 소파에 앉혔다.

차분함을 되찾은 서정훈은 곧바로 한숨을 쉬었다.

“해윤아, 나한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그동안 서정훈은 가끔 심장이 빠르게 뛰고, 또 가끔은 심장이 아주 느리게 뛰는 걸 느꼈다. 두려움이 들 정도로 아주 느렸다.

의사도 서정훈에게 솔직히 얘기했다. 적합한 심장을 찾지 못한다면 1년밖에 살지 못할 거라고 말이다.

“얼른 퉤퉤퉤 해요. 그런 말 함부로 하는 거 아니에요!”

심해윤은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

“현욱이 저 자식 때문에 마음이 놓이지 않아. 항상 사고만 치고 말이야!”

서정훈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내가 살아있을 때는 저 성질머리를 좀 죽일 수 있었지만 내가 죽으면 저 녀석 아주 제멋대로 날뛸 거야! 그러다가 되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를까 봐 걱정이야!”

서정훈은 서현욱을 엄하게 가르쳤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일 때문에 가르침이 조금 부족했다.

심해윤은 절망한 서정훈의 모습을 보고 오후에 반재윤에게서 전화가 온 사실을 얘기했다.

“여보, 좋은 소식 알려줄게요. 당신 병 치료할 수 있대요!”

서정훈은 웃었다.

“장난치지 마. 내가 살 수 있을지 없을지는 내가 가장 잘 알아!”

예전에 부영권이 그를 진료해 준 적이 있는데 부영권의 의술로는 치료할 수 없어서 약만 처방해서 그의 수명을 반년 정도 늘려줬다.

부영권도 그를 살리지 못하는데 서울시의 다른 의사는 말할 것도 없었다.

“거짓말 아니에요. 반재윤 씨가 직접 전화했다니까요. 신의를 한 명 만났는데 부영권 씨보다 의술이 훨씬 뛰어나대요!”

심해윤이 서둘러 설명했다.

의술이 부영권보다 더 뛰어나다는 말에 서정훈은 흠칫했다.

“설마 반 처장님이 경성에 아는 의사가 있는 걸까?”

서정훈은 서울시 부시장이었지만 서울시에서만 조금 지위가 있을 뿐이다.

남주성에는 그와 같은 부시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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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st Updated : 2024-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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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st Updated : 2024-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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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세히 생각해 보니 정말 진서준의 말대로였다.해외 의학 기술은 발전한 지 겨우 2, 300년 정도였다.그러나 대한민국은 아주 오래전부터 발전해 왔다.대한민국이 한동안 전란으로 혼란스러워서 엄청난 의학 서적들을 잃지만 않았어도 해외파들이 이 정도로 따라잡지는 못했을 것이다.“진서준 씨, 부영권 선생님이 진서준 씨를 그렇게 칭찬하시던 이유가 있었어요. 그걸 전 오늘에야 깨달았습니다!”반재윤이 존경하는 얼굴로 말했다.“일단 차부터 주차해 두고 올게요!”진서준은 주차해 놓은 뒤 곧바로 반재윤을 찾아갔다.두 사람은 곧 엘리베이터를 타고 심해윤 일행이 있는 층에 도착했다.진서준은 회의실 앞에 도착한 뒤 곧바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회의실 안에서 수술을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토론하고 있던 최문혁 등 사람들은 갑자기 조용해졌다.“누구죠? 누가 들어오라고 했죠?”최문혁이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심해윤은 반재윤을 알고 있었기에 곧바로 설명했다.“이분은 식약처 처장님이에요.”공윤석은 이곳으로 오기 전에 최문혁에게 자신과 반재윤 사이에 아주 큰 갈등이 있다고, 만약 최문혁이 서정훈의 병을 치료한다면 공윤석은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갈 수 있다고 했다.그래서 반재윤의 신분을 알게 된 최문혁은 태도가 좋지 않았다.“저희는 지금 어떻게 수술을 진행해야 할지 논의 중이었습니다. 그러니 조용히 해주시죠!”반재윤은 상대방이 기를 꺾으려고 일부러 그런다는 걸 알았다. 그러나 어쩔 수가 없었기에 진서준과 함께 자리를 찾아서 앉았다.심해윤은 반재윤의 옆에 앉아 있는 진서준을 보더니 미간을 살짝 구기며 그에게로 걸어갔다.“반 처장님, 이분은 누구죠?”“이분이 바로 어제 제가 소개했던 진 선생님입니다. 우리 서울시의 명의시죠!”반재윤은 곧바로 작은 목소리로 소개했다.눈앞의 청년이 신의라는 것을 알게 되자 심해윤은 당장 몸을 돌려 자리를 뜨고 싶었다.진서준은 그의 아들보다도 어려 보였는데 어떻게 신의라 불린단 말인가?심해윤의 눈빛을 본 진서준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Last Updated : 2024-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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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윤석도 의대 출신이었기에 그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최문혁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공윤석은 최문혁의 말을 심해윤에게 전했고 그녀에게 결정을 맡겼다.50%의 성공률이었기에 심해윤은 결정을 내리기 힘들었다.“남편이랑 상의해 볼게요.”심해윤은 곧바로 병실로 돌아와서 병상 위 서정훈에게 얘기했다.“그쪽에서 의논한 결과 수술을 하면 성공률이 50%래요.”서정훈은 그 말을 듣더니 덤덤히 웃었다.“적어도 50%의 희망이 있는 거네. 실패한다고 해도 위험은 없겠어.”평온한 발전을 추구하던 서정훈이 지금 이 순간만큼은 도박을 걸었다.그는 자신의 목숨을 걸었다.“알겠어요. 지금 바로 얘기할게요.”심해윤은 다른 사람에게 추태를 들키지 않기 위해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았다. 그녀는 서정훈과 결혼한 지 30년이 되었다. 두 사람 사이의 감정은 사랑 따위가 아니라 그 모든 걸 초월한 가족 간의 정이었다.심해윤은 회의실로 돌아와서 최문혁에게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최 선생님, 부탁드릴게요!”“네, 저희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이때 진서준이 갑자기 말했다.“제가 옆에서 수술 참관해도 괜찮죠?”조금 전 진서준이 갑자기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을 때 최문혁은 불쾌해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수술을 참관하겠다고 하자 최문혁은 곧바로 거절했다.“안 됩니다!”“왜 안 되죠? 제가 뭐 기술을 배우겠다는 것도 아니고, 방해가 되지도 않을 텐데요.”진서준은 덤덤히 웃으며 말했다.“수술실도 엄청나게 커서 저 한 명 더 들어간다고 해도 넉넉할 겁니다.”진서준이 수술실에 따라 들어가겠다고 한 건 최문혁 등이 서정훈의 병을 치료하지 못할까 걱정돼서였다.서정훈은 심장에 문제가 있었기에 혹시라도 무슨 문제가 생긴다면 한 시도 지체해서는 안 됐다.반재윤도 말을 보탰다.“진 선생님이 참관하게 하시죠. 진 선생님은 한의학 전공이라 절대 기술을 몰래 배울 일은 없습니다.”진서준이 한의학 전공이라고 하자 최문혁 등 사람들은 코웃음을 쳤다. 그들은 진서준을 더 얕잡아봤다.

    Last Updated : 2024-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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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장은 가장 중요한 기관이자 가장 약한 기관이었다.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긴다면 심장이 견디지 못할 수 있었다.서정훈의 심장은 원래도 문제가 있었기에 빠르게 수술을 진행하지 않는다면 서정훈이 수술대 위에서 숨을 거둘 수도 있었다.서정훈의 상황이 심각해진 건 진서준이 예상한 일이었다.하지만 최문혁 등 사람들은 당황했다. 수술이 이제 막 시작되었는데 벌써 견디지 못한다면, 반쯤 진행되었을 때 서정훈은 틀림없이 죽을 터였다.“얼른 응급조치를 취해. 일단 환자 상태부터 안정시켜야 해!”최문혁은 전문가였기에 곧바로 침착함을 되찾고 부하에게 응급조치를 하라고 명령했다.“그렇게 해봤자 못 구해요. 그냥 시간 낭비일 뿐이죠.”옆에 있던 진서준이 갑자기 말했다.현재 서정훈의 상태를 보면 더는 미룰 수 없었다. 응급조치를 할 겨를조차 없었다.유일한 방법은 일반적인 방법이 아니라 특별한 방법으로 최선을 다해 심장을 치료하는 것이었다.“입 닥쳐요. 환자에게 문제가 생긴다면 다 당신 탓이에요!”최문혁은 문득 자신이 환자를 구하지 못해도 모든 책임을 진서준에게 돌리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떠올랐다.무려 부시장인 서정훈이 죽게 된다면, 이렇게 큰 의료 사고를 최문혁은 감당할 수 없었다.하지만 다행히도 대신 책임을 져 줄 사람이 있었다.그런 생각이 들자 최문혁은 부담감이 줄어들어 응급조치를 취하는 속도로 늦어졌다.진서준은 그 모든 걸 지켜보면서 속으로 냉소했다.최문혁처럼 인품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의사가 될 자격이 없었다.그러나 진서준은 대놓고 얘기하지 않고 최문혁이 어떻게 하는지 지켜봤다.약 10분간 응급조치를 취했지만 약간의 기복이 있던 심전도가 완전히 직선이 되었다.다들 서정훈이 죽을 거라고 생각했다..“나가죠. 환자는 가망이 없어요.”최문혁은 한숨을 쉬면서 제일 처음 수술실을 떠났다.다른 조수들도 최문혁을 뒤따랐다. 아무도 진서준을 신경 쓰지 않았다.진서준은 최문혁 팀이 전부 나가고 나서야 은침과 메스를 들고 서정훈의 옆에 섰다.다른 사람은 서

    Last Updated : 2024-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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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황씨 가문엔 황현호 같은 멍청이만 남았으니 황씨 가문을 손에 넣는 건 시간문제인 것 같았다.박씨 가문과 황씨 가문은 오래전부터 경쟁 관계였고 절대 친구가 될 수 없는 사이였다.그런데도 머리가 비어 있는 황현호는 자기가 박진강과 진정한 친구가 되었다고 착각하고 있었다.박진강은 황현호의 곁에 앉아 위로하기 시작했다.“너무 초조해하지 마. 너희 누나가 누군가에게 구조되었다고 했잖아? 그렇다면 그건 아직 살아 있다는 뜻이야.”“그런데 왜 전화를 받지 않지? 밤새도록 전화를 걸었는데도 말이야.”황현호는 초조하게 말을 이어갔다.“황씨 가문의 모든 직원이 우리 누나를 찾으러 나갔지만 밤새도록 아무런 소식도 없었어.”황현호가 아무리 생각해도 누나는 죽었거나 누군가에게 잡혀 감금당했을 가능성이 큰 것 같았다.어느 쪽이든 황현호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지금 황씨 가문의 회사는 뱃사공이 없어 산으로 가는 중이었다. 황예은이 빨리 나타나지 않는다면 회사는 큰 혼란에 빠질 것이 뻔했다.“너무 초조해하지 마. 산에 이르면 길이 있는 법이잖아.”박진강이 또 황현호를 달랬다.그때 황현호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황현호는 누나가 전화한 줄 알고 급히 휴대폰을 들어 올렸다.하지만 발신자를 확인한 순간 황현호의 얼굴이 어두워졌다.전화 건 사람은 회사 이사회 멤버 중 한 명인 동식 삼촌이었다.“동식 삼촌, 무슨 일이시죠?”“네 누나는 찾았어?”“아직 못 찾았습니다.”황현호가 무거운 목소리로 대답했다.“그럼 일단 회사로 와.”전화 너머에서 동식 삼촌이 말했다.동식 삼촌은 황경영과 오랜 친구였고 회사 설립 초기부터 몸담아 온 원로급 인물이었다.일부 사람들은 황씨 가문에 유능한 사람이 없다면 황씨 가문의 회사는 동식 삼촌의 손에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지금 황씨 가문의 유능한 사람인 황예은이 갑자기 생사가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남은 건 황현호라는 무능한 인물뿐이었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사회 사람들은 슬슬 견디기 힘들어지고 있었다.“누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373화

    “진서준을 경호원으로 쓰겠다고요?”서지은이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이번에 진서준이 명주시에 온 건 아주 중요한 일이 있기 때문이었다.이런 상황에서 진서준이 황예은의 경호원을 맡을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였다.“언니 곁에는 항상 죽청 어르신 두 분이 계셨잖아요. 근데 오늘 밤엔 그분들이 왜 따라오지 않았어요?”서지은이 문득 황예은 곁을 지키던 육급 정점 대종사 두 명을 떠올리며 물었다.“그 두 분은 요즘 칠급 대종사 경지에 오르려고 폐관 수련 중이야.”황예은이 답했다.신농산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죽청 어르신은 황예은을 찾아와 폐관 수련에 들어가겠다고 알렸다.이 두 사람이 동시에 칠급 대종사로 올라선다면 황예은의 목숨을 노리는 자들은 자기 실력을 몇 번이나 재고 또 재야 할 것이다.그러나 뜻밖에도 누군가가 이 두 사람의 폐관 시기를 노리고 황예은을 공격한 것이다.황씨 가문에는 죽청 어르신 외에도 팔급 대종사 한 마스터가 있었다.하지만 한 마스터는 황경영을 따라 해외에 나가 있어 지금 명주시에 없었다.그 외의 대종사들은 실력이 평범했고 진서준처럼 압도적인 실력을 갖춘 사람은 없었다.게다가 진서준은 의술까지 겸비하고 있어 설령 독에 걸린다 해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내일 아침 일어나면 진서준한테 직접 물어봐요.”서지은은 진서준을 대신해 결정을 내릴 권리가 없었다.사실 서지은은 마음속으로 이 제안을 반대했다.겨우 진서준과 단둘이 있을 기회가 생겼는데 황예은 때문에 깨져버린 것도 모자라 이젠 경호원까지 맡으라고 한다니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황예은은 명주시에서 외모와 몸매가 모두 최상급으로 평가받는 인물이었다.서지은은 언젠가 진서준이 황예은의 유혹에 넘어가 버릴까 봐 내심 걱정되었다.허사연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당장이라도 서울시에서 급히 달려올 게 뻔했다.“일단 오늘 밤은 여기서 묵고 가세요.”서지은이 대화를 마무리했다.그날 밤, 황예은은 아주 달콤하게 잠들었지만 그녀의 동생 황현호는 급한 마음에 미칠 뻔했다.시장은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372화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누구나 범인일 수 있었다.박씨 가문과 마찬가지로 황씨 가문의 적도 수없이 많았다.“그럼 오늘 저녁은 누구랑 먹었어요?”서지은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우리 동생이랑 먹었어.”서지은은 그 대답을 듣자마자 순식간에 동공이 흔들리며 무서운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명문대가에서는 혈육 사이에 관계가 틀어져서 원수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황씨 가문이 대한민국 최고 재벌 가문이라는 사실을 고려할 때, 황현호가 자기 누나를 질투해 이런 일을 벌일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다.황예은은 서지은의 생각을 꿰뚫어 본 듯 미소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우리 동생은 권력이나 돈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야. 동생이 그런 것에 환장하는 사람이라면 내가 황씨 가문을 이끌 기회는 없었을 거야. 다만 내가 가장 우려하는 건 우리 동생이 멍청하게 다른 사람에게 이용당할 수도 있다는 거야. 내 부하들이 말하길, 요즘 들어 황현호가 박서명 아들과 친하게 지낸다고 하더라.”황예은과 황현호 남매는 어릴 때 어머니를 여의었다.황현호에게 있어서 황예은은 누나인 동시에 어머니와 같은 존재였다.황경영이 황현호가 가장 두려워하는 사람이라면 황예은은 그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었다.황현호가 황예은을 해치려고 한다는 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단, 황현호가 누군가에게 이용당하지 않았다면 말이다.“현호 씨 바보 아니에요? 황씨 가문이랑 박씨 가문 사이가 어떤지 뻔히 알면서 어떻게 그럴 수 있죠?”서지은이 화난 목소리로 물었다.강남 서씨 가문 아가씨인 서지은조차도 황씨 가문과 박씨 가문 사이의 악연을 알고 있을 정도였으니 황씨 가문의 직계인 황현호는 더더욱 이를 모를 리 없었다.“지난번에 내가 현호를 신농산에서 데리고 온 후로 그 애는 무도에 심취해서 그 김평안이라는 남자를 직접 쓰러뜨리고 싶다고 했어. 그 뒤로 현호는 무도 수련에 미쳐버린 것처럼 보였어. 마치 무엇에 홀린 사람 같았지. 박서명 아들 중 한 명이 엄청난 수련법을 얻었다고 하더라고. 우리 그 멍청한 동생은 그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371화

    “황예은 씨가 몸에 흉터를 남기고 싶으면 다른 사람한테 맡기세요.”진서준이 고개를 저으며 단호히 말했다.황예은의 몸에는 몇 군데나 총상이 남아 있었고 그 흔적은 꽤나 눈에 띄었다.완벽주의자인 황예은에게 있어서 가장 참기 힘든 것은 몸에 흉터가 남는 것이었다.만약 흉터를 없애지 못한다면 황예은은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며 잠에서 깨어날 게 분명했다.잠시 고민하던 황예은은 이를 악물고 결정을 내렸다.“좋아요, 이번에도 진서준 씨가 마음대로 해보세요.”어차피 이 남자는 이미 볼 것도 다 봤고 만질 것도 다 만진 남자였다.이런 사소한 것에 연연해 몸에 흉터가 남는다면 평생 후회할 게 뻔했다.진서준은 황예은의 말을 듣고 살짝 눈썹을 치켜올리며 불만스럽게 말했다.“황예은 씨 몸에 있는 흉터를 없애주는 게 어떻게 내가 제멋대로 하는 겁니까? 제가 뭐 황예은 씨 몸을 좀 본다고 해서 황예은 씨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것도 아니잖아요.”“하지만 진서준 씨는 본 것만이 아니라 만지기까지 했잖아요.”황예은이 억울하다는 듯 반박했다.“그건 다 황예은 씨를 살리려고 그런 게 아니겠습니까?”진서준은 진심으로 화나기 시작했다.“황예은 씨가 이런 사람인 줄 알았다면 그때 구하지 말 걸 그랬네요.”지금까지 진서준이 구해준 사람들은 전부 감사의 인사를 연발했는데 황예은처럼 은혜를 원망으로 갚는 사람은 처음이었다.황예은도 사실 진서준이 자기에게 큰 은혜를 베풀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황예은은 자기가 지금까지 지켜온 순결이 훼손된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됐어, 서준아. 너 어젯밤 내내 고생했으니까 이제 가서 좀 쉬어.”서지은이 진서준을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예은 언니, 잠시만 기다려요. 먼저 서준을 방으로 데려다줄게요.”진서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서지은을 따라 방으로 갔다.방으로 돌아오자 서지은이 조용히 말했다.“서준아, 예은 언니한테 조금만 양보해 줘. 언니는 성격이 워낙 강해서 그래. 그래도 내가 보기엔 네게 진심으로 고마워하고 있어.”서지은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370화

    황예은이 옷을 다 갈아입자 서지은이 자리에서 일어나 진서준을 찾으러 갔다.“서준아, 예은 언니가 좀 화난 것 같으니까 이따가 해명할 때 되도록 조심해.”서지은이 걱정스럽게 당부했다.“알았어.”진서준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진서준은 조심하라는 말을 다시 되새겼다.만약 상대가 너무 무례하게 굴면 진서준도 결코 양보하며 자세를 낮추지 않을 예정이었다.문제는 자기가 일부러 실수한 게 아니라는 점이었다.진서준은 황예은이 안에서 옷을 갈아입는 걸 번연히 알면서도 들어간 게 아니었다.게다가 진서준은 황예은 생명의 은인이기도 했다.“진서준 씨, 아까 지은한테서 들었는데, 진서준 씨가 저를 구했다고 하던데요.”황예은은 소파에 앉아 고개를 들어 진서준을 바라보았다.그 눈빛과 태도는 마치 왕좌에 앉은 여왕처럼 고압적이었다.이는 오랫동안 높은 자리를 지키며 형성된 자연스러운 분위기였다.황경영이 대한민국을 떠나기 전에 이미 황예은은 회사 업무의 일부를 맡아 처리하고 있었다.회사의 지도자, 그것도 여성이 지도자가 되는 것은 쉽지 않았다.그러니 황예은의 성격도 강인하고 단호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회사 사람들을 제대로 관리할 수 없었다.황예은이 이사장으로 올라간 후, 회사 내에서 황예은의 이름만 들어도 직원들이 벌벌 떨곤 했다.“맞아요. 제가 구했습니다.”진서준은 담담한 표정으로 황예은 맞은편에 앉았다.그런데 앉고 나서야 진서준은 후회했다.황예은이 입은 옷은 목선이 매우 낮았다.비록 황예은이 자세를 바르게 고치고 앉아 있었지만 풍만한 가슴이 살짝 드러나 있었고 그 모습이 진서준의 시야에 그대로 들어왔다.당혹한 모습을 감추려고 진서준은 뒤로 기대어 눈을 감았다.하지만 이 자세는 상대방에게 매우 무례하다는 인상을 주었다.황예은은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었다. 그녀와 대화할 때 이런 태도로 임하는 것은 큰 실례였다.진서준이 소파에 기대 누운 모습을 보자 황예은의 마음속에서 잠잠했던 분노가 다시 타오르기 시작했다.“진서준 씨는 다른 사람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369화

    별장에서 황예은은 이미 깨어난 상태였다.다만 지금 황예은의 몸에는 옷이 거의 없었다.정확히 말하면 상반신에는 레이스가 달린 검은 속옷 하나만 걸쳐져 있었다.이 속옷은 서지은이 가져온 속옷이었고 아직 한 번도 입지 않은 새것이었다.그리고 하반신에는 아까 진서준이 마사지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없었다.문 여는 소리가 들리자 두 여자는 동시에 문 쪽을 바라보았다.황예은은 문을 열고 들어온 낯선 남자를 보고 얼굴이 잿빛으로 변했다.비록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지는 않았지만 황예은의 차가운 눈빛만으로도 지금 심정을 충분히 드러내고 있었다.황예은은 자기 알몸을 보고 있는 이 남자를 죽여버리고 싶었다.하지만 황예은은 사실 이번이 진서준에게 두 번째로 알몸을 고스란히 드러낸 순간이란 걸 몰랐다.“서준아, 왜 노크하지 않고 그냥 들어왔어...”서지은이 어색한 표정으로 물었다.서지은은 진서준이 약왕 이용진과 저녁 식사를 오래 하고 밤늦게나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예상과 달리 진서준이 너무 일찍 돌아온 것이다.“언제까지 더 볼 생각이야?”황예은이 얼음장 같은 목소리로 물었다.진서준은 정신을 차리고 코를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돌린 뒤 말했다.“먼저 나가 있을게. 옷을 다 갈아입었으면 날 불러.”진서준이 나간 뒤, 황예은은 서지은을 바라보며 물었다.“저 사람 누구야?”“진서준이에요. 제 남자친구거든요.”서지은이 솔직하게 대답하며 한마디 보탰다.“예은 언니, 사실 언니 목숨도 진서준이 구한 거예요.”그 말을 듣자 황예은의 눈에서 뿜어나오던 냉기가 다소 누그러졌다.어쨌든 자기 목숨을 구해준 은인인데 너무 차가운 태도로 대할 수는 없었다.그러나 황예은은 문득 뭔가가 떠올랐다.“내 옷은 네가 벗긴 거야?”서지은은 그 말에 순간 멈칫했지만 이내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서준이 언니를 치료할 때 상황이 너무 위급해서 먼저 언니를 여기 데려온 거예요. 나도 여기 들어와 치료 과정을 볼 때 서준이 언니를 추행하는 줄 알았어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368화

    지금까지도 진서준은 박씨 가문의 의도가 오리무중이었다.하지만 박씨 가문의 일은 더 이상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지금 진서준의 우선순위는 약재를 구하고 모든 정력을 간첩을 잡는 데 쏟아부어야 했다.호텔을 떠난 진서준은 이용진의 차를 타고 이동했다.30여 분을 달린 끝에 진서준 일행은 마침내 이용진의 장원에 도착했다.이용진의 장원 면적은 서씨 가문 것만큼 크지 않았지만 화려함만큼은 서씨 가문을 능가할 기세였다.각종 명인의 고화와 진귀한 보물들이 온 사방에 진열되어 있었다.이 모든 보물은 하나하나가 최소 10억 이상의 진품이었고 적어도 진서준이 자세히 살펴본 결과 위조품은 하나도 없었다.이 보물들만 해도 자산 가치가 조 단위를 뛰어넘을 될 터였다.“용존님,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말만 하세요.”이용진이 호탕한 어조로 말했다.“난 이런 것들에는 관심 없습니다.”진서준은 담담히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그렇군요...”이용진은 약간 실망한 기색을 보였다.돈을 통해 진서준과의 관계를 더 가까이 만들고자 했던 이용진의 계획이 무산되는 순간이었다.진서준과 친분이 두터워지면 나중에 치료를 부탁하기도 훨씬 수월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진서준은 이용진의 속셈을 꿰뚫어 본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약왕님 체내 내상이 다 나으면 매주 두 번씩 무도를 연마하고 한 달에 다른 사람과 한 번 실력을 겨루는 수준으로 수련하면 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약왕님 무도 실력도 늘어날 뿐 아니라 건강에도 아무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겁니다.”“알겠습니다. 앞으로 꼭 용존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이용진은 힘주어 고개를 끄덕였다.수많은 별장을 지나 진서준은 이용진을 따라 규모가 어마어마한 냉장실로 들어갔다.냉장실 안에는 사람 키 절반 정도 되는 기둥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각 기둥 위에는 희귀한 약재들이 놓여 있었고 방탄유리로 보호되고 있었다.진서준이 자세히 둘러보니 여기에 진열된 약재는 성약당의 것만큼 많지는 않았지만 희귀성만큼은 성약당을 훨씬 뛰어넘었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367화

    이 사람은 바로 어제 서울시에서 체포되었던 박운기였다.진서준 역시 이렇게 빨리 박운기를 다시 마주칠 줄은 몰랐다.“운기야, 저 사람 알아?”무리의 선두에 서 있던 중년 남자가 박운기를 힐끔 바라보며 물었다.“바로 저놈이 사람들을 이끌고 내 계획을 망쳤습니다.”박운기가 이를 갈며 말했다.만약 진서준이 방해하지 않았더라면 박운기의 계획은 이미 성공했을 것이다.그랬다면 박씨 가문으로 돌아갈 때는 차가운 시선 대신 온갖 선물이 기다리고 있었을 터였다.이번에 서울시에서의 임무를 맡기 위해 박운기는 온갖 시련을 이겨내며 경쟁했다.모두가 보기에 이 임무는 그야말로 공을 세우기 위한 절호의 기회였기 때문이다.하지만 이렇게 쉬운 임무를 박운기가 망쳐버렸다.망친 것도 모자라 박씨 가문은 관계를 동원해 박운기를 구출해야만 했다.공을 세워야 할 장사가 완전히 손해만 본 장사로 탈바꿈한 것이다.박씨 가문의 계획을 망친 장본인이 진서준이라는 사실을 알자 중년 남자는 진서준을 쓱 훑어보고는 냉랭하게 비웃었다.“전설 속의 용존님, 역시 이름값 제대로 하시는군요.”진서준은 그 남자를 힐끗 보고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엘리베이터로 걸어 들어갔다.진서준이 자기를 무시하자 중년 남자의 눈빛에 차가운 기운이 잠깐 스쳤지만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았다.“약왕님은 언제부터 용존님과 친구가 되셨습니까?”중년 남자는 이용진을 발견하자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박재명, 분명히 말해두지. 용존님 일은 바로 내 일이야. 감히 용존님에게 시비를 걸려고 한다면 내가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이용진이 싸늘하게 대응했다.박재명은 박씨 가문의 실질적인 권력자가 아니었다.그는 단지 박서명의 넷째 동생일 뿐이었다.그래서 이용진은 굳이 박재명을 깍듯하게 모시며 아부할 필요가 없었다.이용진의 말에 박재명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약왕님, 굳이 한 사람 때문에 우리 박씨 가문을 적으로 돌릴 필요가 있겠습니까?”이용진은 그 말에 코웃음을 쳤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366화

    “당연히 가능하죠. 그렇지 않았다면 제가 애초에 병이 있다고 말하지도 않았겠죠.”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정말 다행입니다. 감사합니다, 용존님.”그러자 진서준이 손을 내저으며 진지하게 말했다.“아직은 섣불리 고마워하지 마세요. 제가 치료하는 데에는 조건이 있습니다.”“무엇이든 말씀만 하십시오. 저 이용진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기꺼이 돕겠습니다!”이용진이 자신 있게 가슴을 치며 말했다.“제가 약왕인 당신에게 부탁이 있다면 당연히 약재 때문이죠.”진서준은 차분하게 진서라의 체내 독소를 치료하기 위해 필요한 네 가지 약재를 설명했다.이용진은 그 얘기를 들은 뒤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용존님, 솔직하게 말할게요. 용존님이 언급하신 약재 중 혈령지는 제 약재 창고에 하나 있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세 가지 약재는 아쉽게도 제 창고에 없습니다.”“그것 하나만 있어도 충분합니다.”진서준은 크게 실망하진 않았다. 적어도 하나는 확보했으니 오늘 헛걸음을 한 게 아니었다.“얼마면 되겠습니까? 시세대로 구매하겠습니다.”이용진은 그 말을 듣고 자기 얼굴을 가볍게 툭툭 쳤다.“용존님, 가격을 말하는 건 제게 따귀를 날리는 겁니다. 용존님이 제 목숨을 구해주셨는데 제가 어떻게 돈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제 약재 창고에 나머지 세 가지 약재가 있었다면 전부 무료로 드렸을 겁니다.”이용진이 이렇게 호탕하게 나오자 진서준도 더는 사양하지 않았다.생명을 구해준 대가로 혈령지 하나를 받는 건 결코 과한 요구가 아니었다.“용존님, 급하지 않으시다면 식사를 마친 후 제가 약재 창고로 가서 혈령지를 가져오겠습니다.”이용진의 제안에 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하죠.”“오늘 식사는 제가 모시겠습니다. 곽 선생님, 어서 앉으시죠.”이용진은 웨이터를 불러 이곳의 대표 요리를 전부 주문했다.이 대표 요리들만 해도 가격이 2억을 넘겼다.일반인 한평생 월급을 한 끼 식사로 소비하는, 그야말로 호화로운 만찬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음식이 차려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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