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쏜살같이 흘러 택시 기사와 진서준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택시는 벌써 명주시 동호 별장 구역 입구에 도착했다.여기는 고급 주택 단지라 택시가 들어갈 수는 없었다.두 사람은 차에서 내렸다. 서지은은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진서준의 팔을 다시 한번 꼭 끼며 두려운 표정으로 물었다.“서준아, 아까 그 택시 기사 말이 사실일까? 동호 안에 물괴가 정말 있을까?”일반적으로 여자는 남자보다 귀신이나 괴물 같은 것을 더 두려워하는 성향이 있었다.아까 택시 기사가 물괴가 있다고 하자 서지은은 본능적으로 이사를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 별장을 사서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가고 싶었던 것이다.진서준이 서지은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면 아마 깜짝 놀랐을 것이다.고급 별장이란 사치품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을 것이다.대한민국 전체에서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너도 꽤 많은 일을 겪었잖아. 아직도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 감이 잡히지 않아?” 진서준이 웃으며 되물었다.서지은은 그 말을 듣고 이내 금운 운대산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순간 서지은은 섬뜩한 기운이 솟구치며 몸을 부르르 떨었고 진서준의 팔을 더욱 꽉 잡았다.이 순간 서지은은 진서준과 하나가 되어버리고 싶었다.서지은의 탱탱하고 풍만한 가슴이 진서준의 몸을 단단하게 누르자 진서준은 이내 몸에서 반응이 일어났다.“걱정 마, 물괴가 진짜 있다고 해도 내가 널 꼭 지켜줄게.”진서준은 다른 손으로 서지은의 어깨를 톡톡 치며 부드럽게 말했다.“그럼... 그럼 밤에 잘 때는 어쩌지? 아까 택시 기사가 밤에 사건 사고가 더 자주 일어난다고 했잖아.”서지은은 얼굴이 살짝 붉어지며 진서준을 마주 보기 부끄러워했다.“서지은은 지금 말을 빙빙 에둘러 하며 명확한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물괴에 대한 두려움도 진짜였고 진서준과 한방에서 밤을 보내고 싶은 마음도 진짜였다.서지은의 의도를 파악한 진서준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괜찮아, 밤에도 널 지켜줄 수 있
보통 사람은 필요할 수 있지만 진서준은 손원순 풍수사의 굿이 필요하지 않았다.진서준은 오늘 밤 동호에 가서 그 호수 안에 전설속의 물괴가 있는지 확인할 계획이었다.“우리는 필요 없어요.”진서준은 다시 한번 보안 팀장의 말을 끊었다.진서준이 자기 말을 믿지 않자 보안 팀장은 한숨을 내쉬며 더 이상 설득하지 않았다.“믿지 않으셔도 상관없습니다만, 나중에 불미스러운 일이라도 생기면 제가 미리 경고하지 않았다고 원망하지 마세요.”보안 팀장은 이 두 사람이 수백억짜리 별장도 통 크게 사면서 왜 돈을 조금만 들여 자기 생명을 보호하려 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동호의 괴담은 명주시 상류층 사람들 대다수가 알고 있었다.심지어 외지 사람들도 이곳에서 별장을 살 때 이 괴담에 관해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다.손원순은 오래전에 이미 동호에 와서 자세히 살펴본 적이 있었다. 유심히 살펴보고 난 손원순은 이 호수 안에 살기가 강하게 응집되어 있고 원혼들이 자주 나타나서 온갖 잡귀신이 이 호수에서 자라기 쉽다고 말했다.양기가 약한 사람이라면 호수 주변에 왔다가 쉽게 피해를 볼 수 있다고도 했었다.이곳 업주들 대다수가 처음에는 그 말을 믿지 않았지만 매일 거듭되는 악몽과 몽유병 같은 이상한 현상이 반복되자 손원순 풍수사에게 굿을 요청했다.보안 팀장의 말을 들은 진서준의 표정이 순간 차가워졌다.“혹시 지금 날 위협하는 건가요?”“아닙니다, 오해입니다.”보안 팀장은 재빨리 고개를 저으며 부인했다.“그냥 선의의 귀띔을 한 것뿐입니다. 오늘 밤을 여기서 보내면서 뭔가 이상한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괜찮고요, 뭔가 이상이 있으면 내일이라도 저한테 연락하세요. 제가 우리 회사 관리팀장에게 부탁해 손원순 풍수사를 연락할 수 있도록 할게요.”이 남자는 단지 보안 팀장일 뿐, 손원순 풍수사와 같은 최상층 유명 인사와 연락할 수단이 없었다.오직 별장 단지를 관리하는 회사 관리팀장만이 손원순 풍수사와 연락이 닿을 수 있었다.진서준도 더 이상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서지
“이 자식들 정말 손이 많이 가네.”동호 별장 단지의 관리팀장 최승준이 한숨을 쉬며 중얼댔다.최승준의 이 일은 사실 괜찮은 보수를 받고 있어 매달 수입은 거의 2천만 원에 달했다.다른 별장 단지보다 훨씬 많은 월급을 받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동호에서 귀신과 괴물이 떠돌고 있기 때문이었다.이곳에서 사람이 괴물 때문에 목숨을 잃었을 때 유가족들이 와서 크게 소란을 피우곤 했다.이곳 별장을 살 수 있는 사람은 누구나 다 지위나 신분이 높은 사람이었다.그래서 매번 소란이 일어날 때마다 최승준은 머리가 아파 터질 지경이었다.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최승준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어서 그는 유가족들의 욕받이 역할이나 하고 억지로 웃으며 목숨을 잃은 업주의 별장을 대신 팔아주곤 했다.진서준과 서지은 같은 젊은 청년은 최승준이 가장 두려워하는 부류의 사람이었다.진서준이 어느 명문대가의 외동자식인데 여기서 재수 없게 죽게 된다면 유가족들이 찾아와 최승준을 때리고 욕하는 걸로 쉽게 끝날 일이 아니었다.진짜 세력이 어마어마한 가문이라면 분노를 참지 못하고 최승준도 목숨을 잃은 청년과 함께 생매장할 수도 있었다.그러니 보안 팀장의 전화를 받은 최승준이 이곳으로 급히 달려오지 않을 수 없었다.별장 단지 입구에 도착하자 보안 팀장이 최승준을 기다리고 있었다.“팀장님, 그 젊은 커플은 13번 별장에 있습니다.”“알았어요.”“근데 팀장님, 그 남자는 말이 잘 안 통하네요. 아까 제가 좋게 좋게 설득하니 이내 화를 버럭 내더라고요.”보안 팀장이 진서준에 대해 불평했다.보안 팀장은 분명 그 청년을 생각해 주는 차원에서 한 말이었지만 뜻밖에도 청년은 말을 듣기는커녕 보안 팀장에게 찬물을 끼얹어 버렸다.“요즘 청년은 본래 다들 다혈질이에요.”최승준은 이내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아참, 방금 그 두 사람과 말다툼한 건 아니죠?”“물론 싸우진 않았죠. 여기 사는 사람들과 제가 어떻게 감히 시비를 걸겠습니까?” 다른 건 몰라도 인간관계를 잘 다루는 편인
하지만 뜻밖에도 진서준은 이미 이곳에 뭔가 이상한 게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선생님, 전 선생님을 절대 속이지 않았다고 보장할 수 있습니다. 손원순 풍수사의 굿은 효과가 뚜렷합니다. 그 풍수사가 굿을 하고 나면 귀신이나 괴물 같은 불미스러운 것들은 절대로 선생님 앞에 나타나지 않으실 겁니다.”최승준은 마지막까지 설득하려고 애썼다.이 청년이 아직도 요청하지 않으려는 이유는 아마도 손원순 풍수사의 실력을 믿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히지만 진서준은 여전히 고개를 흔들며 거절했다.“그런 사람이 와서 굿을 할 필요는 없어. 난 충분히 내 힘으로 이걸 처리할 수 있어.”“네? 선생님 스스로 해결한다고요?”최승준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진서준을 놀라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왜? 믿지 않아?”진서준은 빙그레 웃으며 되물었다.최승준은 불신이라는 두 글자를 얼굴에 적어 놓은 것만 같았다.아무래도 진서준은 일부러 허세를 부리며 최승준을 놀리는 것 같았다.손원순 풍수사는 거의 백 년 동안 굿을 연구해 왔던 터라 지금처럼 강력한 실력을 갖출 수 있었다.그런데 겨우 스무 살 남짓 되어 보이는 애송이 진서준은 감히 손원순 풍수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자격이 있을 리 없었다.“선생님, 존함이 어떻게 되세요?”최승준이 뒤늦게 진서준의 이름을 물었다.“진서준.”그 이름을 들은 최승준은 살짝 놀랐고 목소리도 한층 더 진지해졌다.“진 선생님, 저는 절대 농담하는 게 아닙니다...”“됐어, 알았으니까 얼른 가 봐.”진서준은 손을 내저으며 대화를 끊으려 했다.“내 말이 믿기지 않으면 오늘 밤 8시에 동호 호숫가로 와서 직접 확인해.”최승준은 그 말에 답답해 울분이 터질 것 같았다.이건 그냥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 뿐이었다.굿을 하지 않았는데 감히 밤에 동호에 간다니, 도무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좋아요, 진 선생님. 오늘 밤 동호에 꼭 가겠습니다.”설득할 수 없다면 어쩔 수 없이 오늘 밤 손원순 대가를 직접 모셔야 할 것 같았다.최승준
중년 남자는 덤덤한 표정을 지은 채 최승준을 바라보며 말했다.“우리 스승님은 외출하셨어.”“곽 선생님!”최승준은 먼저 깍듯하게 인사하고 나서 물었다.“손 선생님은 어디 가셨습니까? 언제 돌아오시죠?”곽윤상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대답 대신 질문을 던졌다.“또 새 업주가 너희 별장 단지에 입주한 거야?”“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오늘 또 손 선생님에게 부탁하려고 온 겁니다.”최승준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쓸 필요는 없어.”곽윤상은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우리 스승님은 며칠 후에 돌아올 거야. 오늘은 내가 너와 함께 가 주지.”곽윤상이 손원순 대신 간다고 하자 최승준은 조금 걱정이 되었다.그동안은 항상 손원순 대가와 함께 다니며 굿을 치렀는데 갑자기 다른 사람이 대신하자 최승준은 마음속으로 확신이 서지 않았다.“왜? 내 실력을 믿지 못하겠어?”최승준의 걱정스러운 표정을 본 곽윤상은 날이 선 말투로 물었다.곽윤상은 손원순이 직접 가르친 문하생으로 이미 상당한 수준의 굿을 익혔고 이제는 시간과 능숙한 정도 문제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동호 별장 단지의 괴물 문제를 처리하는 건 곽윤상에게는 그저 간단한 일일 뿐이었다.“아니요, 그럴 리가요? 저는 곽 선생님을 굳게 믿습니다.”최승준은 급히 태도를 보이며 말을 이었다.“그럼 오늘 밤 곽 선생님과 함께 호수에 가겠습니다.”“뭐라고? 밤에 간다고? 지금 바로 갈 수는 없어?”곽윤상이 눈살을 찌푸리며 묻자 최승준은 이내 조금 전 진서준과 나눈 대화를 다시 털어놨다.최승준의 말을 들은 곽윤상은 콧방귀를 끼며 말했다.“어이없네. 그놈은 아마 어디서 주워들은 기술로 여자 앞에서 자기 실력을 과시하려고 하는 걸 거야. 그런 놈은 죽어도 싸!”최승준도 한숨을 쉬며 맞장구쳤다.“그렇죠, 죽어도 싸죠. 근데 그 사람 이름이 진서준입니다.”최승준은 진서준이 이름을 밝힐 때 뭔가 큰 일이 터질 것을 직감했다.대한민국 전역에서 진씨 성을 가진 가문은 연경의
“무슨 일 있어, 서준아?”서지은이 진서준이 빙그레 웃는 모습을 보고 궁금해 물었다.“아니야, 그냥 즐거운 일이 생각 나 이러는 거야.”진서준은 여전히 웃으며 답하고는 시간을 확인하고 말했다.“벌써 이 시간이야. 얼른 밥 먹자.”“좋아, 내가 밥할게.”서지은이 벌떡 일어서자 진서준은 조금 놀랐다.“너 요리 할 줄도 아는 거야?”“당연하지.”서지은은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예전에 5성급 셰프한테 배운 적이 있어. 내 요리 맛보게 할 테니 기다려 봐.”“좋아, 기다릴게.”진서준은 기대에 찬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서지은이 주방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며 요리하는 동안, 진서준은 국안부 류재훈에게 박씨 가문과 황씨 가문의 정보를 요청했다.그러자 잠시 후 류재훈은 이내 두 가문에 관한 정보를 보내왔다.[최고 부자 황경영이 명주시에 없다고 하네요. 작년부터 황경영은 해외에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았고 황씨 가문의 일은 황현호의 누나 황예은이 전적으로 맡고 있답니다.]이 문자를 본 진서준은 충격을 받았다.황씨 가문의 사업은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있었고 전국 어디든지 황씨 가문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었다.게다가 황경영의 나이는 아직 그렇게 많지 않아 가문에서 은퇴할 시기가 아니었다.그런데 이런 시점에 황경영이 모든 걸 내팽개치고 황씨 가문의 모든 업무를 황예은에게 맡겼다니, 의외가 아닐 수 없었다.“황경영도 아마 돌아오고 싶겠지만 초아국에서 출국하지 못하게 막고 있을지도 몰라.”진서준은 속으로 대충 그럴싸한 가능성을 추측했다.황씨 가문의 기업이 갑자기 망하면 국내 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다.다행히 황예은은 기업 운영에 능력이 있어 혼란에 빠뜨린 기업을 물려받아 제대로 수습했다.지난번 신농산의 선발 현장에 갔을 때 진서준은 황예은을 만난 적이 있었다.황예은은 예쁘기도 했고 일 처리 스타일도 아주 강단 있어 여장부 같은 느낌이 물씬 났다.황씨 가문의 대종사에 대한 기록도 있었다.“팔급 대종사가 한 명 있네.”진서준은
분명 여름이 다가오고 있었지만 동호에 가까워질수록 기온이 급격히 떨어져 한겨울에 들어선 듯한 느낌이었다.호수 중심에 가까워질수록 그 차가운 기운은 더욱 강해졌다.이전에 운대산에서 만났던 원혼들과 비교했을 때, 명주 동호의 수역에서 느껴지는 음기는 훨씬 더 짙었다.물은 음과 관련이 있어 음기를 더욱 강하게 만드는 작용이 있었다.진서준은 이 검은 기운에 거의 닿을 거리에 오자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았다.그러고는 진서준의 체내 영기를 다루기 시작해 그의 발바닥에서부터 호수 수면 위로 영기가 퍼져 나갔다.그러자 호수 수면 곳곳에 금빛 빛발이 교차하며 나타나기 시작했다.이 금빛 빛발은 사실 영기가 형성한 것이고 강력한 정기가 담겨 있었다.바로 이 영기 덕분에 호수 위에 있는 살기가 가두어질 수 있었다.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영기가 점점 희박해지면서 강력한 살기가 일부 빠져나왔다.진서준이 주위를 살펴보는 눈에 금빛 광채가 번뜩였다.“금쇄곤룡진이었구나. 이렇게 대단한 진법까지 사용해 살기를 막고 있다니,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쓰는 격인가, 아니면 동호 아래에 뭔가 더 깊은 비밀이 숨겨져 있는 건가?”진서준은 첫 번째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느꼈다.금쇄곤룡진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 정도의 살기를 처리할 수 있는 능력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그렇다면 결론은 단 하나, 바로 동호 아래에 더 끔찍한 존재가 있을 것이다.이런 판단이 서자 진서준은 안일하게 대처할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체내의 혈해와 영기를 순식간에 다루어 사지와 오장을 가득 채웠다.순식간에 진서준 몸에서 강력한 기세가 흘러나왔다.흥분한 기운을 내며 호시탐탐 진서준을 노리던 살기는 그 기세에 밀려 허겁지겁 후퇴하기 시작했다.진서준은 한 걸음 내디디며 금쇄곤룡진 속으로 들어갔다.그때, 호숫가에서 갑작스러운 차 바퀴 소리가 들려왔다.최승준의 차가 드리프트 하며 호숫가에 멈췄다.차 문이 열리자 최승준과 곽윤상이 차에서 내렸다.두 사람이 차에서 내리자 서지은은
곽윤상은 그 말을 듣고 입이 떡 벌어졌다.곽윤상의 스승 손원순은 호수 위의 음귀를 정리하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스승님도 처리하기 어려워하는 문제를 다른 사람이 처리할 리가 없었다.“그 자식 미친 건 아니지?”곽윤상은 순간 술을 확 깼다.“무슨 일이죠, 곽 선생님?”최승준은 곽윤상이 왜 이렇게 충격을 받은 건지 이해하지 못했다.“호수 위의 악귀들은 진법으로 눌러놓고 있어. 그 자식이 함부로 들어가서 진법을 망가뜨리면 동호는 물론 명주 전역도 안전하지 않을 거야.”곽윤상의 말에 최승준도 얼어붙었다.최승준의 온몸에 식은땀이 솟구쳤고 머리가 순식간에 맑아졌다.“곽 선생님, 그럼 서둘러 그 자식을 제지하러 갑시다.”최승준이 말하지 않아도 곽윤상은 이미 빠르게 호수 위로 뛰어 들어가 호수 중앙으로 달려갔다.곽윤상이 호수 위를 걷는 모습을 본 최승준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역시 고수가 다르긴 다르네요.”곽윤상의 속도는 번개처럼 빨라 심호흡을 몇 번 하는 사이에 진법의 가장자리에 도착했다.천안을 사용하지 않고서는 호수 위의 살기를 전혀 확인할 수 없었고 이 지역이 너무 흐릿하게 보여서 사람들이 자기 시력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착각하게 했다.“천안!”곽윤상은 눈앞에서 손으로 법결을 그렸다.다음 순간, 곽윤상의 눈에는 일반인이 보지 못하는 장면이 펼쳐졌다.누군가가 그 검은 살기 안을 걷고 있었다. 그 사람은 산보하는 것처럼 살기 내부를 유유히 걸어 다니고 있었다.곽윤상은 단번에 그 인물이 누구인지 알아챘다.“젠장, 이 빌어먹을 녀석이 명주시 수천만 시민과 함께 죽으려는 건가?”곽윤상은 식은땀이 머리에서 줄줄 흐르기 시작했다.오랫동안 스승의 얘기를 전해 들은 곽윤상은 호수 위의 살기가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지금의 곽윤상은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다. 그 진법을 망치면 안 될 것 같았다.“이봐, 안에 있는 사람 내 말 들려? 아직 큰 실수를 저지르기 전에 얼른 안에서 나와!”곽윤
사불상 악귀를 하나도 상대할 수 없던 곽윤상이 네 마리나 상대할 리가 없었다.이 순간 곽윤상은 왜 스승이 줄곧 이곳 악귀를 처단하지 않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이놈아, 너 때문에 명주시가 멸망한 거야!”곽윤상은 진서준을 향해 분노와 원망이 섞인 눈빛을 쏟아냈다.진서준이 함부로 이 진법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이 네 마리의 끔찍한 악귀가 풀려날 일은 없었을 것이다.하지만 진서준은 전혀 당황해하지 않고 차분하게 말을 꺼냈다.“이 상태로 몇 년만 더 지나면 그때야말로 명주시가 진짜 멸망하게 될 거야. 네 생각엔 이곳 진법은 단지 이 네 마리 악귀를 억제하기 위해 설계된 것 같아?”곽윤상은 진서준의 말이 이해되지 않아 물었다.“무슨 말이야? 혹시 이곳에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거야?”곽윤상은 주위를 살폈지만 이 네 마리 악귀 외에는 다른 괴물은 보이지 않았다.“이 진법 이름은 금쇄곤룡진이야. 이 진법을 설치한 사람 실력은 최소한 지선 이상이야. 이 네 마리 악귀가 내 상대도 되지 않는데 어떻게 이 진법을 설치한 사람 상대가 될 수 있겠어? 이 호수 밑에는 분명 다른 뭔가가 존재할 거야.”동호는 무려 13제곱 킬로미터의 크기를 자랑하는 대형 호수였고 호숫가에 서면 한눈에 동호의 끝을 볼 수 없었다.수면 아래에 과연 무엇이 있을지 진서준도 확신할 수 없었다.그러나 최소한 지금 눈앞에 있는 이 네 마리 악귀보다 훨씬 더 강한 존재가 있을 거라고 진서준은 확신할 수 있었다.곽윤상은 입을 떡 벌린 채 진서준의 말을 들었고 진서준의 진지한 표정을 보니 허풍을 치는 것 같지 않았다.그때, 갑자기 칼날 소리가 울려 퍼지며 푸른 검의 빛이 어두운 하늘을 가르며 아래로 떨어졌고 진서준이 오른손을 내밀자 참선검이 그의 손에 정확하게 잡혔다.다음 순간, 진서준이 참선검을 휘두르자 겨울바람처럼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더니 검에서 날카로운 소리가 나며 사불상을 향해 일격이 날아갔다.쿵!금속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호수 위에 물기둥이 연이어 솟구쳤다.사불상 한 마리가
“대역죄인이라고?”진서준은 옆에 있는 곽윤상을 흘끗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네가 이 악귀들을 상대할 수 없다고 해서 내가 이것들을 못 이긴다고 생각하는 건가? 내가 네 실력보다 못한지 아닌지 네가 어떻게 알아?”진서준의 연이은 질문에 곽윤상은 입을 떡 벌리고 말을 잇지 못했다.곽윤상은 진서준이 이렇게 대담한 말을 당당하게 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곽윤상의 눈에 진서준은 한낱 스무 살 남짓 되는 젊은 청년일 뿐이었다.대한민국 무도계에서 괴물 같은 신인이 나온 건 곽윤상도 잘 알지만 그 괴물은 이 청년이 아니었다. 이 청년은 그 괴물과 이름만 같을 뿐이었다.충격을 받은 곽윤상은 정신을 차리고 호통쳤다.“너처럼 거만한 놈은 나도 수없이 많이 봤어. 조금 배운 게 있다고 세상에서 자기가 가장 잘났다고 우쭐대며 다니곤 하지.”진서준은 곽윤상의 말을 듣고 담담하게 웃으며 물었다.“혹시 지금 네 얘기를 하는 거야?”“너...”곽윤상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그 사불상 괴물이 두 사람을 향해 덮쳐왔다.괴물이 지나가는 곳마다 호수의 물이 양옆으로 쏟아지며 탁 트인 물길을 만들었다.“이따가 네놈을 혼뜨검 낼 테니까 각오해.”곽윤상은 이 말을 남기고 앞으로 나서서 그 악귀와 맞섰다.“저놈을 베어라!”곽윤상의 호통과 함께 그의 손에 진기가 모이며 투명한 장검이 형성되었다.그 장검은 곽윤상의 손에서 빠르게 솟구쳐 악귀를 향해 내리쳤다.곽윤상의 술법을 보자 사불상의 두 더듬이가 갑자기 흔들리더니 앞으로 돌진하던 몸이 급히 멈춰 섰다.곽윤상은 자지가 날린 이 영허검을 본 악귀가 겁먹고 물러선다고 생각했다.그러나 다음 순간, 곽윤상의 눈이 튀어나올 만한 광경이 일어났다.곽윤상이 날린 영허검이 악귀의 몸에 부딪히자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고 영허검은 그대로 산산이 부서져 유리처럼 바람에 흩어졌다.“이... 이 악귀 몸이 왜 이렇게 단단하지?”곽윤상은 이를 악물고 다시 손으로 법결을 그렸다.순간 번개가 번쩍이며 13개의 뇌검이 곽윤상의 주위에
곽윤상은 그 말을 듣고 입이 떡 벌어졌다.곽윤상의 스승 손원순은 호수 위의 음귀를 정리하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스승님도 처리하기 어려워하는 문제를 다른 사람이 처리할 리가 없었다.“그 자식 미친 건 아니지?”곽윤상은 순간 술을 확 깼다.“무슨 일이죠, 곽 선생님?”최승준은 곽윤상이 왜 이렇게 충격을 받은 건지 이해하지 못했다.“호수 위의 악귀들은 진법으로 눌러놓고 있어. 그 자식이 함부로 들어가서 진법을 망가뜨리면 동호는 물론 명주 전역도 안전하지 않을 거야.”곽윤상의 말에 최승준도 얼어붙었다.최승준의 온몸에 식은땀이 솟구쳤고 머리가 순식간에 맑아졌다.“곽 선생님, 그럼 서둘러 그 자식을 제지하러 갑시다.”최승준이 말하지 않아도 곽윤상은 이미 빠르게 호수 위로 뛰어 들어가 호수 중앙으로 달려갔다.곽윤상이 호수 위를 걷는 모습을 본 최승준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역시 고수가 다르긴 다르네요.”곽윤상의 속도는 번개처럼 빨라 심호흡을 몇 번 하는 사이에 진법의 가장자리에 도착했다.천안을 사용하지 않고서는 호수 위의 살기를 전혀 확인할 수 없었고 이 지역이 너무 흐릿하게 보여서 사람들이 자기 시력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착각하게 했다.“천안!”곽윤상은 눈앞에서 손으로 법결을 그렸다.다음 순간, 곽윤상의 눈에는 일반인이 보지 못하는 장면이 펼쳐졌다.누군가가 그 검은 살기 안을 걷고 있었다. 그 사람은 산보하는 것처럼 살기 내부를 유유히 걸어 다니고 있었다.곽윤상은 단번에 그 인물이 누구인지 알아챘다.“젠장, 이 빌어먹을 녀석이 명주시 수천만 시민과 함께 죽으려는 건가?”곽윤상은 식은땀이 머리에서 줄줄 흐르기 시작했다.오랫동안 스승의 얘기를 전해 들은 곽윤상은 호수 위의 살기가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지금의 곽윤상은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다. 그 진법을 망치면 안 될 것 같았다.“이봐, 안에 있는 사람 내 말 들려? 아직 큰 실수를 저지르기 전에 얼른 안에서 나와!”곽윤
분명 여름이 다가오고 있었지만 동호에 가까워질수록 기온이 급격히 떨어져 한겨울에 들어선 듯한 느낌이었다.호수 중심에 가까워질수록 그 차가운 기운은 더욱 강해졌다.이전에 운대산에서 만났던 원혼들과 비교했을 때, 명주 동호의 수역에서 느껴지는 음기는 훨씬 더 짙었다.물은 음과 관련이 있어 음기를 더욱 강하게 만드는 작용이 있었다.진서준은 이 검은 기운에 거의 닿을 거리에 오자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았다.그러고는 진서준의 체내 영기를 다루기 시작해 그의 발바닥에서부터 호수 수면 위로 영기가 퍼져 나갔다.그러자 호수 수면 곳곳에 금빛 빛발이 교차하며 나타나기 시작했다.이 금빛 빛발은 사실 영기가 형성한 것이고 강력한 정기가 담겨 있었다.바로 이 영기 덕분에 호수 위에 있는 살기가 가두어질 수 있었다.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영기가 점점 희박해지면서 강력한 살기가 일부 빠져나왔다.진서준이 주위를 살펴보는 눈에 금빛 광채가 번뜩였다.“금쇄곤룡진이었구나. 이렇게 대단한 진법까지 사용해 살기를 막고 있다니,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쓰는 격인가, 아니면 동호 아래에 뭔가 더 깊은 비밀이 숨겨져 있는 건가?”진서준은 첫 번째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느꼈다.금쇄곤룡진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 정도의 살기를 처리할 수 있는 능력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그렇다면 결론은 단 하나, 바로 동호 아래에 더 끔찍한 존재가 있을 것이다.이런 판단이 서자 진서준은 안일하게 대처할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체내의 혈해와 영기를 순식간에 다루어 사지와 오장을 가득 채웠다.순식간에 진서준 몸에서 강력한 기세가 흘러나왔다.흥분한 기운을 내며 호시탐탐 진서준을 노리던 살기는 그 기세에 밀려 허겁지겁 후퇴하기 시작했다.진서준은 한 걸음 내디디며 금쇄곤룡진 속으로 들어갔다.그때, 호숫가에서 갑작스러운 차 바퀴 소리가 들려왔다.최승준의 차가 드리프트 하며 호숫가에 멈췄다.차 문이 열리자 최승준과 곽윤상이 차에서 내렸다.두 사람이 차에서 내리자 서지은은
“무슨 일 있어, 서준아?”서지은이 진서준이 빙그레 웃는 모습을 보고 궁금해 물었다.“아니야, 그냥 즐거운 일이 생각 나 이러는 거야.”진서준은 여전히 웃으며 답하고는 시간을 확인하고 말했다.“벌써 이 시간이야. 얼른 밥 먹자.”“좋아, 내가 밥할게.”서지은이 벌떡 일어서자 진서준은 조금 놀랐다.“너 요리 할 줄도 아는 거야?”“당연하지.”서지은은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예전에 5성급 셰프한테 배운 적이 있어. 내 요리 맛보게 할 테니 기다려 봐.”“좋아, 기다릴게.”진서준은 기대에 찬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서지은이 주방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며 요리하는 동안, 진서준은 국안부 류재훈에게 박씨 가문과 황씨 가문의 정보를 요청했다.그러자 잠시 후 류재훈은 이내 두 가문에 관한 정보를 보내왔다.[최고 부자 황경영이 명주시에 없다고 하네요. 작년부터 황경영은 해외에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았고 황씨 가문의 일은 황현호의 누나 황예은이 전적으로 맡고 있답니다.]이 문자를 본 진서준은 충격을 받았다.황씨 가문의 사업은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있었고 전국 어디든지 황씨 가문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었다.게다가 황경영의 나이는 아직 그렇게 많지 않아 가문에서 은퇴할 시기가 아니었다.그런데 이런 시점에 황경영이 모든 걸 내팽개치고 황씨 가문의 모든 업무를 황예은에게 맡겼다니, 의외가 아닐 수 없었다.“황경영도 아마 돌아오고 싶겠지만 초아국에서 출국하지 못하게 막고 있을지도 몰라.”진서준은 속으로 대충 그럴싸한 가능성을 추측했다.황씨 가문의 기업이 갑자기 망하면 국내 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다.다행히 황예은은 기업 운영에 능력이 있어 혼란에 빠뜨린 기업을 물려받아 제대로 수습했다.지난번 신농산의 선발 현장에 갔을 때 진서준은 황예은을 만난 적이 있었다.황예은은 예쁘기도 했고 일 처리 스타일도 아주 강단 있어 여장부 같은 느낌이 물씬 났다.황씨 가문의 대종사에 대한 기록도 있었다.“팔급 대종사가 한 명 있네.”진서준은
중년 남자는 덤덤한 표정을 지은 채 최승준을 바라보며 말했다.“우리 스승님은 외출하셨어.”“곽 선생님!”최승준은 먼저 깍듯하게 인사하고 나서 물었다.“손 선생님은 어디 가셨습니까? 언제 돌아오시죠?”곽윤상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대답 대신 질문을 던졌다.“또 새 업주가 너희 별장 단지에 입주한 거야?”“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오늘 또 손 선생님에게 부탁하려고 온 겁니다.”최승준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쓸 필요는 없어.”곽윤상은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우리 스승님은 며칠 후에 돌아올 거야. 오늘은 내가 너와 함께 가 주지.”곽윤상이 손원순 대신 간다고 하자 최승준은 조금 걱정이 되었다.그동안은 항상 손원순 대가와 함께 다니며 굿을 치렀는데 갑자기 다른 사람이 대신하자 최승준은 마음속으로 확신이 서지 않았다.“왜? 내 실력을 믿지 못하겠어?”최승준의 걱정스러운 표정을 본 곽윤상은 날이 선 말투로 물었다.곽윤상은 손원순이 직접 가르친 문하생으로 이미 상당한 수준의 굿을 익혔고 이제는 시간과 능숙한 정도 문제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동호 별장 단지의 괴물 문제를 처리하는 건 곽윤상에게는 그저 간단한 일일 뿐이었다.“아니요, 그럴 리가요? 저는 곽 선생님을 굳게 믿습니다.”최승준은 급히 태도를 보이며 말을 이었다.“그럼 오늘 밤 곽 선생님과 함께 호수에 가겠습니다.”“뭐라고? 밤에 간다고? 지금 바로 갈 수는 없어?”곽윤상이 눈살을 찌푸리며 묻자 최승준은 이내 조금 전 진서준과 나눈 대화를 다시 털어놨다.최승준의 말을 들은 곽윤상은 콧방귀를 끼며 말했다.“어이없네. 그놈은 아마 어디서 주워들은 기술로 여자 앞에서 자기 실력을 과시하려고 하는 걸 거야. 그런 놈은 죽어도 싸!”최승준도 한숨을 쉬며 맞장구쳤다.“그렇죠, 죽어도 싸죠. 근데 그 사람 이름이 진서준입니다.”최승준은 진서준이 이름을 밝힐 때 뭔가 큰 일이 터질 것을 직감했다.대한민국 전역에서 진씨 성을 가진 가문은 연경의
하지만 뜻밖에도 진서준은 이미 이곳에 뭔가 이상한 게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선생님, 전 선생님을 절대 속이지 않았다고 보장할 수 있습니다. 손원순 풍수사의 굿은 효과가 뚜렷합니다. 그 풍수사가 굿을 하고 나면 귀신이나 괴물 같은 불미스러운 것들은 절대로 선생님 앞에 나타나지 않으실 겁니다.”최승준은 마지막까지 설득하려고 애썼다.이 청년이 아직도 요청하지 않으려는 이유는 아마도 손원순 풍수사의 실력을 믿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히지만 진서준은 여전히 고개를 흔들며 거절했다.“그런 사람이 와서 굿을 할 필요는 없어. 난 충분히 내 힘으로 이걸 처리할 수 있어.”“네? 선생님 스스로 해결한다고요?”최승준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진서준을 놀라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왜? 믿지 않아?”진서준은 빙그레 웃으며 되물었다.최승준은 불신이라는 두 글자를 얼굴에 적어 놓은 것만 같았다.아무래도 진서준은 일부러 허세를 부리며 최승준을 놀리는 것 같았다.손원순 풍수사는 거의 백 년 동안 굿을 연구해 왔던 터라 지금처럼 강력한 실력을 갖출 수 있었다.그런데 겨우 스무 살 남짓 되어 보이는 애송이 진서준은 감히 손원순 풍수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자격이 있을 리 없었다.“선생님, 존함이 어떻게 되세요?”최승준이 뒤늦게 진서준의 이름을 물었다.“진서준.”그 이름을 들은 최승준은 살짝 놀랐고 목소리도 한층 더 진지해졌다.“진 선생님, 저는 절대 농담하는 게 아닙니다...”“됐어, 알았으니까 얼른 가 봐.”진서준은 손을 내저으며 대화를 끊으려 했다.“내 말이 믿기지 않으면 오늘 밤 8시에 동호 호숫가로 와서 직접 확인해.”최승준은 그 말에 답답해 울분이 터질 것 같았다.이건 그냥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 뿐이었다.굿을 하지 않았는데 감히 밤에 동호에 간다니, 도무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좋아요, 진 선생님. 오늘 밤 동호에 꼭 가겠습니다.”설득할 수 없다면 어쩔 수 없이 오늘 밤 손원순 대가를 직접 모셔야 할 것 같았다.최승준
“이 자식들 정말 손이 많이 가네.”동호 별장 단지의 관리팀장 최승준이 한숨을 쉬며 중얼댔다.최승준의 이 일은 사실 괜찮은 보수를 받고 있어 매달 수입은 거의 2천만 원에 달했다.다른 별장 단지보다 훨씬 많은 월급을 받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동호에서 귀신과 괴물이 떠돌고 있기 때문이었다.이곳에서 사람이 괴물 때문에 목숨을 잃었을 때 유가족들이 와서 크게 소란을 피우곤 했다.이곳 별장을 살 수 있는 사람은 누구나 다 지위나 신분이 높은 사람이었다.그래서 매번 소란이 일어날 때마다 최승준은 머리가 아파 터질 지경이었다.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최승준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어서 그는 유가족들의 욕받이 역할이나 하고 억지로 웃으며 목숨을 잃은 업주의 별장을 대신 팔아주곤 했다.진서준과 서지은 같은 젊은 청년은 최승준이 가장 두려워하는 부류의 사람이었다.진서준이 어느 명문대가의 외동자식인데 여기서 재수 없게 죽게 된다면 유가족들이 찾아와 최승준을 때리고 욕하는 걸로 쉽게 끝날 일이 아니었다.진짜 세력이 어마어마한 가문이라면 분노를 참지 못하고 최승준도 목숨을 잃은 청년과 함께 생매장할 수도 있었다.그러니 보안 팀장의 전화를 받은 최승준이 이곳으로 급히 달려오지 않을 수 없었다.별장 단지 입구에 도착하자 보안 팀장이 최승준을 기다리고 있었다.“팀장님, 그 젊은 커플은 13번 별장에 있습니다.”“알았어요.”“근데 팀장님, 그 남자는 말이 잘 안 통하네요. 아까 제가 좋게 좋게 설득하니 이내 화를 버럭 내더라고요.”보안 팀장이 진서준에 대해 불평했다.보안 팀장은 분명 그 청년을 생각해 주는 차원에서 한 말이었지만 뜻밖에도 청년은 말을 듣기는커녕 보안 팀장에게 찬물을 끼얹어 버렸다.“요즘 청년은 본래 다들 다혈질이에요.”최승준은 이내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아참, 방금 그 두 사람과 말다툼한 건 아니죠?”“물론 싸우진 않았죠. 여기 사는 사람들과 제가 어떻게 감히 시비를 걸겠습니까?” 다른 건 몰라도 인간관계를 잘 다루는 편인
보통 사람은 필요할 수 있지만 진서준은 손원순 풍수사의 굿이 필요하지 않았다.진서준은 오늘 밤 동호에 가서 그 호수 안에 전설속의 물괴가 있는지 확인할 계획이었다.“우리는 필요 없어요.”진서준은 다시 한번 보안 팀장의 말을 끊었다.진서준이 자기 말을 믿지 않자 보안 팀장은 한숨을 내쉬며 더 이상 설득하지 않았다.“믿지 않으셔도 상관없습니다만, 나중에 불미스러운 일이라도 생기면 제가 미리 경고하지 않았다고 원망하지 마세요.”보안 팀장은 이 두 사람이 수백억짜리 별장도 통 크게 사면서 왜 돈을 조금만 들여 자기 생명을 보호하려 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동호의 괴담은 명주시 상류층 사람들 대다수가 알고 있었다.심지어 외지 사람들도 이곳에서 별장을 살 때 이 괴담에 관해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다.손원순은 오래전에 이미 동호에 와서 자세히 살펴본 적이 있었다. 유심히 살펴보고 난 손원순은 이 호수 안에 살기가 강하게 응집되어 있고 원혼들이 자주 나타나서 온갖 잡귀신이 이 호수에서 자라기 쉽다고 말했다.양기가 약한 사람이라면 호수 주변에 왔다가 쉽게 피해를 볼 수 있다고도 했었다.이곳 업주들 대다수가 처음에는 그 말을 믿지 않았지만 매일 거듭되는 악몽과 몽유병 같은 이상한 현상이 반복되자 손원순 풍수사에게 굿을 요청했다.보안 팀장의 말을 들은 진서준의 표정이 순간 차가워졌다.“혹시 지금 날 위협하는 건가요?”“아닙니다, 오해입니다.”보안 팀장은 재빨리 고개를 저으며 부인했다.“그냥 선의의 귀띔을 한 것뿐입니다. 오늘 밤을 여기서 보내면서 뭔가 이상한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괜찮고요, 뭔가 이상이 있으면 내일이라도 저한테 연락하세요. 제가 우리 회사 관리팀장에게 부탁해 손원순 풍수사를 연락할 수 있도록 할게요.”이 남자는 단지 보안 팀장일 뿐, 손원순 풍수사와 같은 최상층 유명 인사와 연락할 수단이 없었다.오직 별장 단지를 관리하는 회사 관리팀장만이 손원순 풍수사와 연락이 닿을 수 있었다.진서준도 더 이상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