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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4화

Author: 무가
하지만 뜻밖에도 진서준은 이미 이곳에 뭔가 이상한 게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선생님, 전 선생님을 절대 속이지 않았다고 보장할 수 있습니다. 손원순 풍수사의 굿은 효과가 뚜렷합니다. 그 풍수사가 굿을 하고 나면 귀신이나 괴물 같은 불미스러운 것들은 절대로 선생님 앞에 나타나지 않으실 겁니다.”

최승준은 마지막까지 설득하려고 애썼다.

이 청년이 아직도 요청하지 않으려는 이유는 아마도 손원순 풍수사의 실력을 믿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히지만 진서준은 여전히 고개를 흔들며 거절했다.

“그런 사람이 와서 굿을 할 필요는 없어. 난 충분히 내 힘으로 이걸 처리할 수 있어.”

“네? 선생님 스스로 해결한다고요?”

최승준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진서준을 놀라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왜? 믿지 않아?”

진서준은 빙그레 웃으며 되물었다.

최승준은 불신이라는 두 글자를 얼굴에 적어 놓은 것만 같았다.

아무래도 진서준은 일부러 허세를 부리며 최승준을 놀리는 것 같았다.

손원순 풍수사는 거의 백 년 동안 굿을 연구해 왔던 터라 지금처럼 강력한 실력을 갖출 수 있었다.

그런데 겨우 스무 살 남짓 되어 보이는 애송이 진서준은 감히 손원순 풍수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자격이 있을 리 없었다.

“선생님, 존함이 어떻게 되세요?”

최승준이 뒤늦게 진서준의 이름을 물었다.

“진서준.”

그 이름을 들은 최승준은 살짝 놀랐고 목소리도 한층 더 진지해졌다.

“진 선생님, 저는 절대 농담하는 게 아닙니다...”

“됐어, 알았으니까 얼른 가 봐.”

진서준은 손을 내저으며 대화를 끊으려 했다.

“내 말이 믿기지 않으면 오늘 밤 8시에 동호 호숫가로 와서 직접 확인해.”

최승준은 그 말에 답답해 울분이 터질 것 같았다.

이건 그냥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 뿐이었다.

굿을 하지 않았는데 감히 밤에 동호에 간다니, 도무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좋아요, 진 선생님. 오늘 밤 동호에 꼭 가겠습니다.”

설득할 수 없다면 어쩔 수 없이 오늘 밤 손원순 대가를 직접 모셔야 할 것 같았다.

최승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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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매장은 유람선의 가장 위층에 자리 잡고 있고 입구의 보안 검사도 매우 엄격했다.첫 번째 검사는 바로 자산을 제시하는 것이었다.전체 자산이 조 단위여야 했고 손에 쥔 예금 역시 조 단위여야 했다.첫 번째 검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경매장에 들어갈 수 없었다.이 검사만 해도 99%의 사람들이 걸러지게 된다.조 단위 자산을 자랑하는 부자는 꽤 있겠지만 조 단위 예금을 갖춘 사람은 매우 드물었다.대다수 부자는 손에 쥔 돈을 투자해 더 많은 돈을 벌려고 했다.“너랑 함께 와 참 다행이네. 네가 없었다면 절대 들어올 수 없었을 거야.”진서준이 엄격한 검사를 보며 감탄했다.황예은은 보기 드물게 얼굴에 자랑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진서준도 드디어 황예은의 도움이 필요하게 되었다.진서준은 경매장에 들어서자, 한 번 둘러보았다.경매장은 70여 평 크기로 4줄의 계단식 좌석이 있었고 그 좌석들 정면에는 무대가 하나 놓여 있었다.경매가 시작되면 전시물은 바로 이 무대에서 등장하게 된다.두 사람은 한적한 구석 자리를 찾아 앉아 조용히 경매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네 여자 둘을 데려오지 않아서 불안하지 않아?”황예은이 조용히 질문을 던졌다.서지은과 허윤진은 함께 경매장에 따라오지 않았고 유람선의 다른 곳에서 이것저것 구경하고 있었다.“괜찮아, 누군가 그 애들을 보호하고 있어.”진서준이 대답했다.정확히 말하면 그건 사람이 아니라 교룡이었다.진서준은 올기가 서지은과 허윤진과 함께 다니게 했다.예상치 못한 사태가 발생해도 교룡인 올기 한 마리로도 충분히 그녀들을 보호할 수 있다.올기는 동호에서 풀려난 이후 서서히 실력을 회복하고 있었다.비록 아직 절정의 상태는 아니지만 칠급 이하의 대종사는 올기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황예은 씨, 또 만났네요.”이때 박서명이 다가오며 말을 걸었다.“황예은 씨도 여기 물건에 관심이 있나 보네요.”예전에 박서명이 경매에 참석했을 때 황예은은 얼굴을 비치지 않았다.황예은이 예전에 오지 않은 건 단순히 시간이 없었기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412화

    진서준과 서정훈은 환경 오염을 대가로 지역 경제 발전을 바라는 사람이 아니었다.“박진강은 네가 죽였지?”진서준이 갑자기 화제를 돌렸다.예상외의 질문에 박서명은 움찔하며 눈을 가늘게 뜨고 진서준을 쳐다봤다.박서명의 얼굴에 있던 미소는 사라지고 대신 차가운 냉기를 품은 독기가 눈에서 뿜어나왔다.박신준과 연락이 닿지 않게 된 그 순간부터 박서명은 자기 형제가 뭔가 큰 일을 당했음을 직감했다.“내가 어떻게 내 아들을 죽일 수 있지?”박서명이 차가운 목소리로 묻자 진서준은 바로 사실을 폭로했다.“그 녀석이 네 친아들이 아니니까 죽일 수 있지. 물론 너와 박신준 둘 중에 누가 누구에게 오쟁이를 진 건지는 나도 잘 모르겠어.”이 말에 박서명은 순간 당황해하며 심호흡을 크게 하고 말했다.“오늘 밤 달빛이나 제대로 즐겨. 오늘이 지나면 다시는 볼 수 없을 거야.”말을 마친 박서명은 자기 사람들을 데리고 자리를 떠났다.“너 말이 참 거칠어.”황예은의 말에 진서준은 어깨를 으쓱했다.“이건 전부 저놈이 자초한 일이야.”“너는 혼자잖아. 박씨 가문이 공해에서 너에게 무슨 일을 할지 걱정되지 않냐=아?” 황예은의 질문에 진서준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말했다.“언젠가는 한 판 벌여야 할 싸움이야.”“대한민국 전역에서 너처럼 거침없고 대담한 사람은 아마 몇 명 되지 않을걸?”“그 말은 칭찬이야? 아니면 욕이야?”진서준이 눈썹을 추켜세우며 묻자 황예은은 대답하지 않았다.황예은의 말에는 칭찬과 비하가 골고루 섞여 있었다.잠시 후, 유람선에서 둔탁한 소리가 나더니 유람선은 서서히 부두를 떠나 어두운 바닷속으로 향해 나갔다.차가운 바닷바람이 불어오자 기온이 급격히 떨어졌다.진서준은 전혀 개의치 않았지만 평범한 사람에 불과한 황예은은 달랐다.“유람선 안으로 들어가자.”진서준이 제안하자 황예은은 선뜻 동의했다.“좋아.”두 사람이 막 유람선 안으로 들어가려던 찰나,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진 마스터님.”진서준이 머리를 돌리자 두 사람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411화

    “이렇게 큰 유람선은 처음 봐!”차에서 내리자 허윤진은 바다 위에 떠 있는 철갑 괴물을 감탄하며 호들갑을 떨었다.서울시 명문대가 출신인 허윤진도 이 유람선 앞에서는 감탄 이외에 할 말이 없었다.평범한 사람이라면 아마 말을 잃을 정도로 놀랐을 것이다.주변을 지나가는 권력자들도 유람선의 규모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듯했다.대한민국에는 부유한 사람이 많지만 천하 유람선에 올라설 수 있는 부유한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황예은이라는 대한민국 최고 갑부 맏딸이 아니었다면 진서준은 초대장을 받을 수 없었을 것이다.“진서준, 너랑 서지은은 이렇게 큰 유람선을 본 적 있어? 너희는 전혀 놀라지 않은 것 같은데.”허윤진이 두 사람을 돌아보며 묻자 서지은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전에 아빠랑 이 유람선에 탄 적 있어. 그때 내 표정도 너 지금 표정과 똑같았거든.”서씨 가문은 강남 최고의 가문인지라 서지은이 천하 유람선에 올라탄 것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난 오늘이 처음이야.”진서준이 솔직하게 말하자 허윤진이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넌 이 유람선이 하나도 놀랍지 않아?”“안 놀랍다면 거짓말이지.”진서준이 웃으며 대답했다.허윤진은 말로만 놀랍다고 하고 전혀 놀란 기색을 보이지 않는 진서준이 못마땅해 눈을 굴렸다.“배에 올라타자.”황예은이 말을 꺼내자 다들 그녀를 따라 여러 차례의 보안 점검을 거쳐 유람선에 올랐다.유람선 안에 들어선 후, 진서준은 서지은에게 허윤진을 데리고 유람선 내부를 구경하라고 시켰다.그리고 자기는 황예은과 함께 유람선 갑판에 올라가 배에 오르는 사람들을 유심히 살펴보았다.유람산에 올라온 사람 중, 권력자도 많았고 무인도 적지 않았다.종사 경지의 무인들은 흔치 않았고 대다수는 사급 대종사였으며 오급 대종사와 육급 대종사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이 정도 인원만 해도 이미 굉장히 큰 규모였다.강남과 서남 지역에서는 이렇게 많은 대종사가 한자리에 모인 걸 진서준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명주시는 역시 진짜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410화

    이 자식은 정말 밉상인데 의술 하나만은 정말 뛰어난 듯했다.황예은은 오늘 진서준이라는 사람에 대해 또 다른 평가를 내렸다.“미리 말해두지만 난 거기서 널 보호하는데 그렇게 많은 정력을 퍼부을 수 없어.”진서준이 미리 경고했다.진서준은 진서라을 치료할 약재를 손에 넣은 후, 간첩을 찾으러 가야 했다.그때가 되면 유람선 위에 사람이 많아 자연스레 보는 눈도 많을 것이다.누군가 황예은에게 해를 끼치려 하면 그건 큰 문제가 될 것이다.황예은은 이내 얼굴이 어두워졌지만 여전히 단호하게 말했다.“내가 알아서 날 보호할 사람을 구할 거야. 알았어, 그럼 너 먼저 밥 먹어. 나중에 약 바르러 올게.”진서준은 방을 나갔다.허윤진은 진서준이 방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물었다.“진서준, 오늘 밤만 지나면 우리는 서울로 돌아갈 거지?”“왜 그렇게 급하게 돌아가려 해?”진서준은 허윤진의 말에 의아해했다.황예은이라는 여우를 경계하기 위해서 서둘러 돌아가야 한다는 말은 허윤진이 차마 꺼낼 수 없었다.“너무 늦으면 엄마랑 진서라가 걱정할까 봐 그래.”허윤진이 비장 카드인 두 사람을 꺼냈다.어머니와 진서라를 생각하니 진서준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약재만 받으면 내일 바로 돌아가자.”“이따가 또 저 여자 약 발라줘야 해?”허윤진이 질투와 원한이 섞인 눈빛을 보이자 진서준은 등골이 서늘했다.상황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진서준이 허윤진을 속이고 불륜을 피운 거로 오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응, 근데 이따가 바르는 건 마지막 약이야.”“그럼 다행이네.”허윤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황예은의 몸매는 너무 매력적이라 여성인 허윤진조차도 만져보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진서준 같은 정상적인 남자라면 더 말할 것도 없었다.만약 두 사람 사이에 정말 불꽃이라도 튄다면 수습할 수 없을 것 같았다.“약 바를 시간이야. 일단 들어가서 약 바르고 나올게.”진서준이 약을 들고 들어가자 황예은이 이미 죽을 다 먹은 걸 발견했다.“엎드려, 먼저 등부터 발라줄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409화

    뼛속까지 파고드는 고통은 이미 사라졌다.황예은은 낯선 방을 바라보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내가 죽었나?”그날 밤의 고문은 황예은이 평생 잊을 수 없는 지독한 기억이었다.살 속에 깊숙이 박힌 가시가 빠져나갈 때는 피부와 살까지 함께 묻어 나왔다.그 고통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이다.“깨어났구나.”익숙한 목소리가 황예은의 귀에 들려왔다.고개를 돌려보니 진서준이 평범한 죽 한 그릇을 들고 방으로 들어오고 있었다.“여기는 어디지?”진서준은 천천히 대답했다.“내 방이야.”이건 사실이지만 그 말을 꺼내는 것만으로도 왠지 기분이 이상했다.황예은은 얼굴이 살짝 붉어지며 진서준을 빤히 쏘아보았다.지금의 황예은은 병기운이 살짝 있었고 평소의 차갑고 도도한 여왕의 분위기와는 완판 다른 다소 애교가 섞인 느낌이 있었다.진서준은 황예은의 반응에 눈썹을 추켜세우며 물었다.“왜? 내가 말실수라도 했나?”“맞긴 한데, 그 말은 오해를 일으킬 수 있어.”황예은은 얼굴을 붉히며 말을 이었다.“누가 들으면 우리 둘이 이 방에서 무슨 일이라도 있었든 줄 알겠어.”“무슨 일이 있었다고 해도 손해 본 건 나야.”진서준이 아무렇지 않게 대응하자 황예은은 순간 멈칫하더니 이내 냉랭한 표정으로 말했다.“너 정말 얼굴 두껍구나.”“난 여자친구가 있어. 내 여자친구가 내가 다른 여자를 내 방으로 데려온 걸 알면 과연 어떻게 생각할까? 여자친구가 화나서 나랑 헤어지면 내가 손해 본 게 아니야?”진서준이 논리적으로 해명하자 황예은은 더 이상 반박할 말을 찾지 못했다.“쓸데없는 말은 그만 집어치워. 일단 밥이나 먹어. 다 먹었으면 약 바를 거야.”진서준은 그릇을 황예은에게 건넸다.황예은이 일어나자 몸에 덮인 이불이 떨어졌다.진서준의 눈앞에 황예은의 완벽한 곡선을 자랑하는 풍만한 가슴이 그대로 드러났다.진서준은 그 부위를 힐끗 보고는 바로 고개를 돌렸다.“내 잘못 아니야.”진서준이 한마디 보태자 황예은의 얼굴은 눈에 띄게 더 붉어졌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408화

    황씨 가문은 일시적으로 갈 수 없었다. 그곳은 아직 안전하지 않다.동호 별장에 돌아왔을 때, 올기는 여전히 문 앞에서 지키고 있었다.“용존님.”진서준이 돌아오자 올기는 신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그에게 달려갔다.진서준은 진지한 말투로 한마디 던졌다.“문을 잘 지켜.”‘또 그 여자야? 이 여자는 왜 자꾸 다치지? 혹시 액운이 깃든 운명인가?’올기는 호기심을 품고 생각했다.이때는 이미 깊은 밤인지라 허윤진과 서지은은 잠들어 있었다.진서준은 가볍게 발을 옮기면서 될수록 소리를 내지 않고 황예은을 자기 방으로 데려갔다.황예은을 침대에 눕히고 진서준은 큰 물통에 물을 채운 후 가제와 은침을 준비했다.모든 준비가 끝난 후, 진서준은 황예은의 볼품없게 된 옷을 벗겼다.이전의 완벽하고 무결했던 몸과는 달리 지금의 황예은은 차마 직시할 수 없을 정도로 참혹했다.황예은의 몸은 온전한 곳 하나 없이 피와 상처로 뒤덮여 있었다.채찍에 맞은 자국, 피부가 갈라진 자국, 심지어 가시가 박혀 있는 곳도 있었다.진서준은 그 상처들을 보며 가슴속에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억지로 억누르려 했다.허사연 일행이 이런 고문을 당했다면 진서준은 오늘 밤 이후, 박씨 가문이 다시는 명주시에 존재하지 않게 만들 자신이 있었다.진서준은 황예은을 사랑하지 않았다.하지만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연약한 여성이 이렇게 비인간적인 무자비한 대우를 받는 것을 보면 누구나 분노가 치밀어 오를 것이다.진서준이 젖은 수건으로 황예은의 몸에 묻은 피를 닦을 때 의도치 않게 그녀의 상처에 손이 닿았다.가볍게 닿기만 해도 황예은은 몸을 바르르 떨며 움찔했다.진서준이 황예은의 온몸에 묻은 피를 닦는 데만 두 시간이나 걸렸고 수건은 20개 이상 교체해야 했다.가제에 묻은 핏자국은 설명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많았다.진서준은 흉터를 없애는 약을 만드는 데 필요한 약재가 부족해 늦은 시간임을 뻔히 알면서도 약왕 이용진에게 전화를 걸었다.“누구야?”밤늦게 전화를 받은 이용진이 기분 나쁘게 말했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407화

    보이지 않는 압박감이 모든 이들의 몸을 감쌌다.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은 보이지 않는 커다란 산맥이 자기를 짓누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숨이 막혀 호흡이 어려웠다.본래 아무런 두려움도 없던 군인들도 이 순간, 총을 잡고 있던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진서준은 박신준의 비명이 울려 퍼지든 말든 상관하지 않고 손에 든 참선검의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불과 몇 분도 채 되지 않아 박신준의 배 부분의 살과 피부가 모두 떨어져 나가 바닥에 떨어졌고 그 안에 하얀 뼈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몇몇 사람들은 이 장면을 보고 참지 못하고 허리를 굽혀 구토하기 시작했다.너무나 끔찍하고 잔인한 장면이었다.하문천도 이 광경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어 몸을 돌렸다.“이건 시작에 불과해.”진서준의 말에 박신준은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배가 파여 나갔으나 이건 겨우 시작에 불과하다니, 박신준의 몸과 정신은 이와 같은 무자비한 대우를 감당할 수 없었다.진서준은 발을 들어 박신준에게 발차기를 날려 넘어뜨렸다.바닥에 쓰러진 박신준의 등은 진서준을 향해 있었다.이후, 진서준은 다시 참선검을 꺼내 이전의 행동을 반복했다.3분도 채 되지 않아 박신준의 등 쪽에 있던 척추뼈가 그대로 드러났다.박신준의 팔과 다리에 피가 남아 있지 않았다면, 다른 사람들은 이 물건이 수십 년 된 유골일 것이라 오해했을 것이다.박신준의 드러난 뼈 위에 살이 하나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날 죽여줘... 날 얼른 죽여!”박신준이 비참하게 울부짖었다.“진서준, 그 녀석을 죽여.”하문천의 목소리가 천천히 들려왔다.“박씨 가문 사람들은 내가 하나도 빠짐없이 모조리 몰살하겠어.”말이 끝나자 진서준은 손을 들어 공중에서 박신준의 등을 가격했다.딱!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박신준의 등에 있는 뼈는 한 조각씩 부서져 부스러기로 변했다.진서준은 참선검을 들고 지옥에서 나온 악마처럼 냉정하게 자기를 막고 있는 군인들을 바라보았다.“비켜! 비키지 않는 놈은 죽는 길밖에 없을 거야.”살인귀의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406화

    “저기 있어...”진서준은 박신준을 바닥에 내던지고 빠르게 건물로 달려갔다.“경비 연대 좀 보내.”박신준은 숨을 두어 번 가까스로 몰아쉬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오늘 박신준은 무슨 일이 있어도 황예은이 떠나는 걸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하문천 어르신, 보셨죠? 저는 어르신의 체면을 봐서 얌전하게 있는데 저 녀석은 제 체면 따윈 신경도 안 씁니다.”박신준이 이를 악물고 바로 고자질하자 하문천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만둬, 방금 일어난 일은 못 본 걸로 할게.”박신준은 하문천이 자기를 위로하려고 하는 말인 줄 알고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그러나 그 말은 사실 진서준에게 하는 말이었다.지선도 죽일 수 있는 진서준이 굳이 박신준을 두려워할 리 없다.진서준은 속도를 내서 뛰어가 작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들어가자마자 진서준은 진한 피비린내를 맡고 당황한 표정을 지은 채 빠르게 피비린내가 나는 쪽을 따라갔다.우르릉!갑자기 진서준은 벼락을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눈앞의 황예은은 도살장에 끌려간 죽은 돼지처럼 공중에 매달려 있었다.황예은의 몸은 피투성이였고 피부가 찢겨나갔으며 살점이 거의 다 떨어져 나갔다.지금 황예은의 몸에는 거의 온전한 상태의 피부가 보이지 않았다.피는 황예은의 발끝에서부터 조금씩 떨어져 바닥에 흘러내리고 있었다.쿵!진서준은 발로 감옥 문을 열어젖히고 참선검을 꺼내 밧줄을 끊어냈다.그러자 황예은이 이내 진서준의 품에 떨어졌다.“이 개자식!”진서준은 황예은의 처참한 몰골을 보며 참을 수 없는 분노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박신준이 여자에게 이렇게 가혹한 대우를 할 줄은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다.더군다나 박신준의 아들 박진강은 황예은이 죽인 게 아니었다.참선검도 주인의 살기를 감지한 듯 미세한 빛을 발산했다.진서준은 황예은를 안고 천천히 건물을 빠져나갔고 참선검은 그의 뒤를 떠다녔다.작은 건물 밖에는 수백 명이 총을 장전하고 출구를 겨누고 있었다.진서준이 황예은를 안고 나오는 것을 보자 군인들은 총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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