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남자는 덤덤한 표정을 지은 채 최승준을 바라보며 말했다.“우리 스승님은 외출하셨어.”“곽 선생님!”최승준은 먼저 깍듯하게 인사하고 나서 물었다.“손 선생님은 어디 가셨습니까? 언제 돌아오시죠?”곽윤상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대답 대신 질문을 던졌다.“또 새 업주가 너희 별장 단지에 입주한 거야?”“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오늘 또 손 선생님에게 부탁하려고 온 겁니다.”최승준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쓸 필요는 없어.”곽윤상은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우리 스승님은 며칠 후에 돌아올 거야. 오늘은 내가 너와 함께 가 주지.”곽윤상이 손원순 대신 간다고 하자 최승준은 조금 걱정이 되었다.그동안은 항상 손원순 대가와 함께 다니며 굿을 치렀는데 갑자기 다른 사람이 대신하자 최승준은 마음속으로 확신이 서지 않았다.“왜? 내 실력을 믿지 못하겠어?”최승준의 걱정스러운 표정을 본 곽윤상은 날이 선 말투로 물었다.곽윤상은 손원순이 직접 가르친 문하생으로 이미 상당한 수준의 굿을 익혔고 이제는 시간과 능숙한 정도 문제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동호 별장 단지의 괴물 문제를 처리하는 건 곽윤상에게는 그저 간단한 일일 뿐이었다.“아니요, 그럴 리가요? 저는 곽 선생님을 굳게 믿습니다.”최승준은 급히 태도를 보이며 말을 이었다.“그럼 오늘 밤 곽 선생님과 함께 호수에 가겠습니다.”“뭐라고? 밤에 간다고? 지금 바로 갈 수는 없어?”곽윤상이 눈살을 찌푸리며 묻자 최승준은 이내 조금 전 진서준과 나눈 대화를 다시 털어놨다.최승준의 말을 들은 곽윤상은 콧방귀를 끼며 말했다.“어이없네. 그놈은 아마 어디서 주워들은 기술로 여자 앞에서 자기 실력을 과시하려고 하는 걸 거야. 그런 놈은 죽어도 싸!”최승준도 한숨을 쉬며 맞장구쳤다.“그렇죠, 죽어도 싸죠. 근데 그 사람 이름이 진서준입니다.”최승준은 진서준이 이름을 밝힐 때 뭔가 큰 일이 터질 것을 직감했다.대한민국 전역에서 진씨 성을 가진 가문은 연경의
“무슨 일 있어, 서준아?”서지은이 진서준이 빙그레 웃는 모습을 보고 궁금해 물었다.“아니야, 그냥 즐거운 일이 생각 나 이러는 거야.”진서준은 여전히 웃으며 답하고는 시간을 확인하고 말했다.“벌써 이 시간이야. 얼른 밥 먹자.”“좋아, 내가 밥할게.”서지은이 벌떡 일어서자 진서준은 조금 놀랐다.“너 요리 할 줄도 아는 거야?”“당연하지.”서지은은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예전에 5성급 셰프한테 배운 적이 있어. 내 요리 맛보게 할 테니 기다려 봐.”“좋아, 기다릴게.”진서준은 기대에 찬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서지은이 주방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며 요리하는 동안, 진서준은 국안부 류재훈에게 박씨 가문과 황씨 가문의 정보를 요청했다.그러자 잠시 후 류재훈은 이내 두 가문에 관한 정보를 보내왔다.[최고 부자 황경영이 명주시에 없다고 하네요. 작년부터 황경영은 해외에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았고 황씨 가문의 일은 황현호의 누나 황예은이 전적으로 맡고 있답니다.]이 문자를 본 진서준은 충격을 받았다.황씨 가문의 사업은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있었고 전국 어디든지 황씨 가문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었다.게다가 황경영의 나이는 아직 그렇게 많지 않아 가문에서 은퇴할 시기가 아니었다.그런데 이런 시점에 황경영이 모든 걸 내팽개치고 황씨 가문의 모든 업무를 황예은에게 맡겼다니, 의외가 아닐 수 없었다.“황경영도 아마 돌아오고 싶겠지만 초아국에서 출국하지 못하게 막고 있을지도 몰라.”진서준은 속으로 대충 그럴싸한 가능성을 추측했다.황씨 가문의 기업이 갑자기 망하면 국내 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다.다행히 황예은은 기업 운영에 능력이 있어 혼란에 빠뜨린 기업을 물려받아 제대로 수습했다.지난번 신농산의 선발 현장에 갔을 때 진서준은 황예은을 만난 적이 있었다.황예은은 예쁘기도 했고 일 처리 스타일도 아주 강단 있어 여장부 같은 느낌이 물씬 났다.황씨 가문의 대종사에 대한 기록도 있었다.“팔급 대종사가 한 명 있네.”진서준은
분명 여름이 다가오고 있었지만 동호에 가까워질수록 기온이 급격히 떨어져 한겨울에 들어선 듯한 느낌이었다.호수 중심에 가까워질수록 그 차가운 기운은 더욱 강해졌다.이전에 운대산에서 만났던 원혼들과 비교했을 때, 명주 동호의 수역에서 느껴지는 음기는 훨씬 더 짙었다.물은 음과 관련이 있어 음기를 더욱 강하게 만드는 작용이 있었다.진서준은 이 검은 기운에 거의 닿을 거리에 오자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았다.그러고는 진서준의 체내 영기를 다루기 시작해 그의 발바닥에서부터 호수 수면 위로 영기가 퍼져 나갔다.그러자 호수 수면 곳곳에 금빛 빛발이 교차하며 나타나기 시작했다.이 금빛 빛발은 사실 영기가 형성한 것이고 강력한 정기가 담겨 있었다.바로 이 영기 덕분에 호수 위에 있는 살기가 가두어질 수 있었다.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영기가 점점 희박해지면서 강력한 살기가 일부 빠져나왔다.진서준이 주위를 살펴보는 눈에 금빛 광채가 번뜩였다.“금쇄곤룡진이었구나. 이렇게 대단한 진법까지 사용해 살기를 막고 있다니,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쓰는 격인가, 아니면 동호 아래에 뭔가 더 깊은 비밀이 숨겨져 있는 건가?”진서준은 첫 번째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느꼈다.금쇄곤룡진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 정도의 살기를 처리할 수 있는 능력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그렇다면 결론은 단 하나, 바로 동호 아래에 더 끔찍한 존재가 있을 것이다.이런 판단이 서자 진서준은 안일하게 대처할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체내의 혈해와 영기를 순식간에 다루어 사지와 오장을 가득 채웠다.순식간에 진서준 몸에서 강력한 기세가 흘러나왔다.흥분한 기운을 내며 호시탐탐 진서준을 노리던 살기는 그 기세에 밀려 허겁지겁 후퇴하기 시작했다.진서준은 한 걸음 내디디며 금쇄곤룡진 속으로 들어갔다.그때, 호숫가에서 갑작스러운 차 바퀴 소리가 들려왔다.최승준의 차가 드리프트 하며 호숫가에 멈췄다.차 문이 열리자 최승준과 곽윤상이 차에서 내렸다.두 사람이 차에서 내리자 서지은은
곽윤상은 그 말을 듣고 입이 떡 벌어졌다.곽윤상의 스승 손원순은 호수 위의 음귀를 정리하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스승님도 처리하기 어려워하는 문제를 다른 사람이 처리할 리가 없었다.“그 자식 미친 건 아니지?”곽윤상은 순간 술을 확 깼다.“무슨 일이죠, 곽 선생님?”최승준은 곽윤상이 왜 이렇게 충격을 받은 건지 이해하지 못했다.“호수 위의 악귀들은 진법으로 눌러놓고 있어. 그 자식이 함부로 들어가서 진법을 망가뜨리면 동호는 물론 명주 전역도 안전하지 않을 거야.”곽윤상의 말에 최승준도 얼어붙었다.최승준의 온몸에 식은땀이 솟구쳤고 머리가 순식간에 맑아졌다.“곽 선생님, 그럼 서둘러 그 자식을 제지하러 갑시다.”최승준이 말하지 않아도 곽윤상은 이미 빠르게 호수 위로 뛰어 들어가 호수 중앙으로 달려갔다.곽윤상이 호수 위를 걷는 모습을 본 최승준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역시 고수가 다르긴 다르네요.”곽윤상의 속도는 번개처럼 빨라 심호흡을 몇 번 하는 사이에 진법의 가장자리에 도착했다.천안을 사용하지 않고서는 호수 위의 살기를 전혀 확인할 수 없었고 이 지역이 너무 흐릿하게 보여서 사람들이 자기 시력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착각하게 했다.“천안!”곽윤상은 눈앞에서 손으로 법결을 그렸다.다음 순간, 곽윤상의 눈에는 일반인이 보지 못하는 장면이 펼쳐졌다.누군가가 그 검은 살기 안을 걷고 있었다. 그 사람은 산보하는 것처럼 살기 내부를 유유히 걸어 다니고 있었다.곽윤상은 단번에 그 인물이 누구인지 알아챘다.“젠장, 이 빌어먹을 녀석이 명주시 수천만 시민과 함께 죽으려는 건가?”곽윤상은 식은땀이 머리에서 줄줄 흐르기 시작했다.오랫동안 스승의 얘기를 전해 들은 곽윤상은 호수 위의 살기가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지금의 곽윤상은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다. 그 진법을 망치면 안 될 것 같았다.“이봐, 안에 있는 사람 내 말 들려? 아직 큰 실수를 저지르기 전에 얼른 안에서 나와!”곽윤
“대역죄인이라고?”진서준은 옆에 있는 곽윤상을 흘끗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네가 이 악귀들을 상대할 수 없다고 해서 내가 이것들을 못 이긴다고 생각하는 건가? 내가 네 실력보다 못한지 아닌지 네가 어떻게 알아?”진서준의 연이은 질문에 곽윤상은 입을 떡 벌리고 말을 잇지 못했다.곽윤상은 진서준이 이렇게 대담한 말을 당당하게 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곽윤상의 눈에 진서준은 한낱 스무 살 남짓 되는 젊은 청년일 뿐이었다.대한민국 무도계에서 괴물 같은 신인이 나온 건 곽윤상도 잘 알지만 그 괴물은 이 청년이 아니었다. 이 청년은 그 괴물과 이름만 같을 뿐이었다.충격을 받은 곽윤상은 정신을 차리고 호통쳤다.“너처럼 거만한 놈은 나도 수없이 많이 봤어. 조금 배운 게 있다고 세상에서 자기가 가장 잘났다고 우쭐대며 다니곤 하지.”진서준은 곽윤상의 말을 듣고 담담하게 웃으며 물었다.“혹시 지금 네 얘기를 하는 거야?”“너...”곽윤상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그 사불상 괴물이 두 사람을 향해 덮쳐왔다.괴물이 지나가는 곳마다 호수의 물이 양옆으로 쏟아지며 탁 트인 물길을 만들었다.“이따가 네놈을 혼뜨검 낼 테니까 각오해.”곽윤상은 이 말을 남기고 앞으로 나서서 그 악귀와 맞섰다.“저놈을 베어라!”곽윤상의 호통과 함께 그의 손에 진기가 모이며 투명한 장검이 형성되었다.그 장검은 곽윤상의 손에서 빠르게 솟구쳐 악귀를 향해 내리쳤다.곽윤상의 술법을 보자 사불상의 두 더듬이가 갑자기 흔들리더니 앞으로 돌진하던 몸이 급히 멈춰 섰다.곽윤상은 자지가 날린 이 영허검을 본 악귀가 겁먹고 물러선다고 생각했다.그러나 다음 순간, 곽윤상의 눈이 튀어나올 만한 광경이 일어났다.곽윤상이 날린 영허검이 악귀의 몸에 부딪히자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고 영허검은 그대로 산산이 부서져 유리처럼 바람에 흩어졌다.“이... 이 악귀 몸이 왜 이렇게 단단하지?”곽윤상은 이를 악물고 다시 손으로 법결을 그렸다.순간 번개가 번쩍이며 13개의 뇌검이 곽윤상의 주위에
사불상 악귀를 하나도 상대할 수 없던 곽윤상이 네 마리나 상대할 리가 없었다.이 순간 곽윤상은 왜 스승이 줄곧 이곳 악귀를 처단하지 않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이놈아, 너 때문에 명주시가 멸망한 거야!”곽윤상은 진서준을 향해 분노와 원망이 섞인 눈빛을 쏟아냈다.진서준이 함부로 이 진법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이 네 마리의 끔찍한 악귀가 풀려날 일은 없었을 것이다.하지만 진서준은 전혀 당황해하지 않고 차분하게 말을 꺼냈다.“이 상태로 몇 년만 더 지나면 그때야말로 명주시가 진짜 멸망하게 될 거야. 네 생각엔 이곳 진법은 단지 이 네 마리 악귀를 억제하기 위해 설계된 것 같아?”곽윤상은 진서준의 말이 이해되지 않아 물었다.“무슨 말이야? 혹시 이곳에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거야?”곽윤상은 주위를 살폈지만 이 네 마리 악귀 외에는 다른 괴물은 보이지 않았다.“이 진법 이름은 금쇄곤룡진이야. 이 진법을 설치한 사람 실력은 최소한 지선 이상이야. 이 네 마리 악귀가 내 상대도 되지 않는데 어떻게 이 진법을 설치한 사람 상대가 될 수 있겠어? 이 호수 밑에는 분명 다른 뭔가가 존재할 거야.”동호는 무려 13제곱 킬로미터의 크기를 자랑하는 대형 호수였고 호숫가에 서면 한눈에 동호의 끝을 볼 수 없었다.수면 아래에 과연 무엇이 있을지 진서준도 확신할 수 없었다.그러나 최소한 지금 눈앞에 있는 이 네 마리 악귀보다 훨씬 더 강한 존재가 있을 거라고 진서준은 확신할 수 있었다.곽윤상은 입을 떡 벌린 채 진서준의 말을 들었고 진서준의 진지한 표정을 보니 허풍을 치는 것 같지 않았다.그때, 갑자기 칼날 소리가 울려 퍼지며 푸른 검의 빛이 어두운 하늘을 가르며 아래로 떨어졌고 진서준이 오른손을 내밀자 참선검이 그의 손에 정확하게 잡혔다.다음 순간, 진서준이 참선검을 휘두르자 겨울바람처럼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더니 검에서 날카로운 소리가 나며 사불상을 향해 일격이 날아갔다.쿵!금속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호수 위에 물기둥이 연이어 솟구쳤다.사불상 한 마리가
한동안 곽윤상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일어나 진서준의 곁으로 다가가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용존님, 조금 전에 제가 무례를 범했습니다. 용존님께서 널리 양해해 주시길 바랍니다.”진서준은 곽윤상을 흘긋 쳐다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여기서 날 기다려. 난 호수 아래로 내려가야겠어.”곽윤상이 진서준의 말뜻을 이해할 새도 없이 진서준은 바로 발을 구르고 물속으로 잠수했다.“용존님! 용존님!”곽윤상은 두 번이나 크게 외쳤지만 진서준은 아무런 응답도 하지 않았다.곽윤상은 진서준이 도대체 뭘 하러 가는지 이해할 수 없어 그저 그 자리에 멍하니 서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호수 밑은 본래 흐릿하고 탁한 상태였는데 지금은 밤이라 시야는 더욱 흐려졌다.진서준이 물속에 들어가자마자 그의 눈이 옅은 청색으로 변했다.검고 흐릿했던 호수 바닥이 진서준의 시야에서는 대낮처럼 밝고 선명했다.동호는 매우 깊었고 그 깊이는 약 100미터 정도에 달했다.사람이 아래로 내려갈수록 몸이 받는 압력은 점점 커지게 된다.진서준이 거의 100미터까지 내려가자 체내 혈기가 격렬하게 번지면서 몸 표면에 나타나기 시작했다.100미터 밑까지 내려가자 아무리 진서준이라고 해도 그 아래에서 무언가를 뚜렷하게 볼 수는 없었다.하지만 호수 바닥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기운은 점점 더 선명해졌다.30초도 채 지나지 않아 진서준의 발이 부드러운 진흙에 닿았다.주변엔 물고기나 새우도 보이지 않았고 심지어 물풀 같은 식물도 보이지 않았다.수십 미터의 반경 안에는 살아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진서준은 무릎을 꿇고 진흙 속에서 손으로 뭔가를 찾기 시작했다.오랫동안 손을 뻗어 찾은 결과 진서준은 마침내 단단한 물체를 하나 찾아냈다.진서준은 눈을 반짝이며 손끝에 힘을 주어 그 단단한 물체를 모래에서 꺼냈다.그것은 검은색의 공 모양의 물체였다.길거리에서 봤다면 대다수 사람이 이 물체를 단순한 돌덩어리로 여길 것이다.하지만 이 물체를 수련자들이 본다면 아마 놀라서 말문이
곽윤상은 진서준이 손에 쥐고 있는 그 검은 구슬 속에서 한 마리 거대한 용이 이를 드러내며 끊임없이 포효하는 모습을 제대로 확인했다.용의 눈에는 기쁨과 분노가 섞여 있었다.용이 분노하는 건 자기가 이 법기 속에 갇혀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그리고 용이 기뻐하는 건 오랜 잠에서 깨어난 후, 자기를 억누르던 법기의 영기가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고 주변의 진법도 마찬가지로 사라졌다는 사실 때문이었다.그리고 이 법기를 손에 쥔 자는 기 수련 상급 단계에 있는 수련자일 뿐이었다.“세상에, 진짜 용이 있었네요!”곽윤상은 거듭되는 충격에 할 말을 잃었다.오늘 밤에 발생한 모든 일들은 곽윤상이 평생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진서준은 구슬 안에서 불안하게 몸을 움직이는 용을 바라보며 미소 지은 후, 계속해서 영기를 그 안으로 흘려보냈다.용의 눈에는 흥분이 가득했다.오랜 가뭄의 땅에 비가 내리듯, 용은 진서준의 영기를 마구 빨아들였다.“이 영기가 어떻게 이렇게 진할 수 있지? 이 녀석이 정말 기 수련 상급 수련자에 불과한 게 맞아?”용은 의아해하며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영기를 빨아들이는 과정에서 용은 큰 문제를 하나 발견했다.자기가 이미 여러 번 용위를 방출했지만 눈앞의 이 수련자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용위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모습에 용은 조금 화가 났다.구슬 안의 용은 비록 아직 진정한 용은 아니었고 용위도 진용 수준으로 방출한 게 아니었지만 이 수준의 수련자가 도무지 견뎌낼 수 없는 커다란 충격이었다.용이 한참 동안 제멋대로 날뛰게 놔둔 후, 진서준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네 이름이 무엇이야?”진서준의 목소리가 영석을 가로질러 용의 귀에 전달되었다.용은 거만한 머리를 들고 진서준을 쳐다봤다. 작은 영석 속에 갇혀 있지만 용의 몸에서 모든 생명체를 내려다보는 듯한 위엄이 뿜어 나왔다.“내 이름은 올기야. 기 수련 수사에 불과한 네가 감히 내 이름을 물어봐? 얼른 날 이 영석에서 풀어주지 못해?”올기의 이름을 알게 된
“내가 가면 안 돼?”사실 진서준은 거절하려 했었다.르벨은 안개가 짙게 깔린 늪지대 같은 곳이라 진서준조차도 어디에 함정이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웠다.그러니 허사연이 온다면 다칠 가능성이 컸다.하지만 거절하면 허사연이 상처받을 게 뻔했다.“당연히 되지. 지금 위치 보낼게.”진서준은 단호하게 말하며 위치를 보냈다.자기 여자를 지킬 자신도 없으면서 강자들을 상대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자기야, 잘 자.”허사연이 애정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너도 일찍 자.”진서준이 다정하게 답했다.전화를 끊고 나니 진서준의 졸음이 싹 가셨다.진서준은 창가로 다가가 이 화려한 도시를 내려다봤다.“오씨 가문, 안씨 가문, 하씨 가문... 너희가 무슨 꿍꿍이를 꾸미든 난 전부 박살 낼 거야. 이번엔 반드시 나와 아버지의 정체를 밝혀내고 말겠어.”진서준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그렇게 별다른 사건 없이 밤이 지나갔다.다음 날 아침.진서준이 막 눈을 뜨자마자 도지아의 흥분한 외침이 들려왔다.“진서준, 됐어. 나 생겼어!”도지아는 눈 밑이 시커멓게 변해 있었는데 밤새 잠을 자지 않은 게 분명했다.진서준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물었다.“너 아직 처녀 아니었어? 대체 어떻게 임신한 거야?”“미친놈아, 임신은 개뿔, 무슨 헛소리야?”도지아는 얼굴이 빨개지며 진서준을 노려봤다.“그럼 왜 아침부터 난리야?”진서준이 되물었다.보통 사람이라면 이렇게 아침부터 흥분해 날뛰지 않을 것이다.“어제 네가 준 수련법 기억나지? 나 벌써 원기를 형성할 수 있게 됐어.”자기가 대단하다고 여긴 도지아는 자랑스럽게 선언했다.고작 하룻밤 만에 원기를 형성한 건 확실히 대단한 일이었다.“뭐? 그렇게 빠르다고? 너 타고난 천재 맞네?”진서준이 다소 의아한 표정을 보였다.보통 무인은 원기를 익히는 데만 최소 1년이 걸리는데 그것도 매일 꾸준히 수련할 경우에만 발생하는 일이었다.심지어 재능 있는 자들도 한두 달은 족히 걸린다.그런데 도지아는 단 하룻밤에 이 어려
“스위트룸은 따로 갈라져 있으니까 오해하지 마.”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며 도지아가 설명했다.“오해 안 해. 네가 그런 사람 아니라는 거 알아.”진서준이 무심하게 답했다.사실 둘은 황예은의 소개로 알게 되었을 뿐, 알고 지낸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진서준은 본인이 그 정도로 매력적인 남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스위트룸에 들어가자 도지아는 안쪽 방을 골랐다.“네 다리에 바른 연고에 아직 물 닿으면 안 돼. 되도록 샤워는 참아.”진서준이 슬쩍 주의를 줬다.“알았어.”도지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건을 적셔 상반신만 가볍게 닦았다.그리고 거울에 비친 자기 몸매를 보자 진서준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내 몸매가 별론가? 아니면 내 얼굴이 부족한 건가? 예은과 비교하면 차이가 없다고 할 순 없네.’솔직히 외모만 놓고 보면 황예은을 이길 여자는 없었고 심지어 허사연조차도 약간 밀릴 정도였다.10분 후, 도지아는 가운을 입고 방에서 나왔다.진서준도 샤워를 마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상태였다.“아까 얘기했던 거 계속할게. 내공 수련을 하려면 타고난 재능이 엄청 중요해.”진서준이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재능 앞에서는 노력은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만약 네가 타고난 천재라면 빠르게 입문할 거고 아니라면 그냥 시간 낭비야.”감옥에 있을 때, 창욱 어르신이 진서준을 슬쩍 만져보더니 바로 천재라고 단언하며 무조건 제자로 삼겠다고 했었다.지금 돌이켜보면 그 말이 맞긴 했다.진서준이 연마하는 선법을 다른 사람이 똑같이 배운다고 해도 그 사람이 이 속도로 성장하는 건 불가능할 터였다.“알겠어.”도지아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내 재능부터 한번 확인해 줘.”“손 내밀어.”도지아는 조용히 손을 내밀었다.“잠시 후, 내가 너한테 원기 조금 밀어 넣을 거야. 그걸 느낄 수 있다면 넌 무도계에 발을 들일 자격이 있는 거고 못 느끼면 그냥 포기하는 게 나아.”진서준은 그렇게 말하며 도지아의 손목을 잡고 천천히 경락을 따라 원기를
“이게 무슨 천벌 받을 일이야, 기가 막히는구나.”아버지는 가슴을 쥐어뜯으며 한탄했다.“그래도 그렇지. 마약에 손댔다고 해서 어떻게 너를 팔아넘길 생각을 해? 그게 사람이야? 넌 민수 친누나잖아.”이게 바로 도지아 아버지가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었다.마약을 한 건 차라리 괜찮았다.그냥 도민수를 끌고 가서 반년 동안 재활센터에 처박아 두면 된다.하지만 도민수는 마약 때문에 도지아를 팔아넘겼다.이건 이미 인간이 할 짓이 아니라 짐승만도 못한 놈이었다.“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도지아는 부모님을 바라보며 물었다.“경찰에 신고해야지. 이 자식이 저지른 짓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해.”도지아 아버지는 분노로 얼굴이 새빨개졌다.“당신 미쳤어요? 쟤 우리 친아들이라고요. 아들 인생 망칠 일이 있어요?”도지아 어머니는 깜짝 놀라며 황급히 휴대폰을 빼앗았다.“이놈은 더 이상 내 아들이 아니야. 그냥 짐승이야.”도지아 아버지는 분노의 고함을 질렀다.“우리 딸이 이놈 때문에 잘못될 뻔했잖아.”“지아가 없었으면 우리가 납치당했겠어요? 우리가 납치 안 당했으면 민수가 강제로 마약을 했겠어요? 그럼 이후의 일들이 벌어졌겠냐고요?”도지아 어머니는 여전히 아들을 감싸며 말했다.“당신 진짜 노망났어? 그러니까 지아를 그 개자식한테 넘기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도지아 아버지는 아내를 믿을 수 없다는 듯 쳐다봤다.“둘 다 제 자식이에요. 아무튼 경찰 신고는 절대 안 돼요.”도지아 어머니는 도지아에게 애원했다.“지아야, 엄마가 부탁할게. 제발 신고하지 마, 응? 엄마가 약속할게. 다시는 민수가 이런 짓 못 하게 말이야.”솔직히 도지아는 어머니가 이런 반응을 보일 거라고 예상했기에 미리 결론을 내려두었다.“그럼 재활센터로 보내요. 난 집에서 나가서 살 거예요. 민수랑 다시는 마주치지 않을 거예요.”“안 돼, 지아야. 나가야 할 놈은 저 개자식이야. 넌 우리와 함께 있어야 해.”도지아 아버지가 간절하게 설득했다.“아빠, 엄마, 지금까지 키
조호는 동부 구역 귀도파의 두목이었다.그 지위는 노랑머리 청년의 상급 보스와 맞먹었다.그런 조호가 지금 한 청년 앞에서 이렇게 공손하게 행동하고 있었다.이것만 봐도 상대의 정체가 평범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노랑머리 청년은 완전히 얼이 빠졌다.“진서준 씨, 이놈 어떻게 처리할까요?”조호가 고개를 숙이며 공손하게 물었다.“그냥 죽여. 이런 쓰레기는 살아 있어 봤자 사람들에게 해만 끼쳐.”진서준이 무심하게 대답했다.“뭐라고요? 호랑이님, 제발 살려주십시오. 이분도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노랑머리 청년은 그 말을 듣자마자 기겁하며 무릎을 꿇고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하지만 진서준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도지아 쪽으로 걸어갔다.“호랑이님. 저 삼생파 소속입니다. 우리 두목의 체면 봐서라도 한 번만 살려주세요.”노랑머리 청년은 무릎으로 기어가 조호 앞에 매달렸다.“나도 널 살려주고 싶어. 하지만 이건 진서준 씨 명령이야. 따를 수밖에 없어.”조호가 부하들에게 손짓하자 부하 두 명이 즉시 다가왔다.한 명은 검은 두건을 꺼내 노랑머리 청년의 얼굴을 뒤집어씌웠고 다른 한 명은 단단히 밧줄을 감아 그의 목을 조였다.노랑머리 청년은 공중에서 팔다리를 마구 휘저으며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30초 후 완전히 조용해졌다.“네 동생을 어떻게 할 생각이야?”진서준이 질문을 던졌다.“나도 몰라.”도지아는 초점 없는 눈으로 대답했다.친동생이 그깟 마약 한 봉지를 위해서 자기를 배신할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도지아는 이제야 도민수의 눈에 자기가 마약 한 봉지보다도 가치 없는 존재였다는 걸 깨달았다.“이런 일이 없었던 걸로 하고 계속 모르는 척하는 것도 여러 방법의 하나야.”진서준이 제안했다.“하지만 한 번이 있으면 두 번도 있는 법이야.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길 때, 난 아마 이곳에 없을 거야. 그때는 네가 스스로 보호할 줄 알아야 해.”진서준이 솔직하게 말했다.어떤 일이든 한 번 일어나면 두 번도 일어나기 마련이다.도민수는
다음 순간, 도민수의 시선은 흐릿해지고 완전히 환각의 세계로 빠져들었다.“자, 그럼 내가 먼저 할게. 이따가 너희도 실컷 즐겨.”노랑머리 청년은 눈에 불을 켜고 도지아에게 달려들 준비를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요란한 소리와 함께 누군가 별장 대문을 거칠게 걷어찼다.그와 동시에 천장의 전등이 박살 나며 순식간에 실내가 암흑으로 뒤덮였다.그리고 문 쪽에서 서늘한 한기가 흘러들어왔다.“누구야?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감히 여길 쳐들어와? 죽고 싶어?”노랑머리 청년은 분노에 이를 갈았다.딱 한 걸음만 더 가면 이 여자를 즐길 수 있었는데 누군가가 이 좋은 노릇을 방해한 것이다.그때, 별장 대문에서 어떤 남자의 실루엣이 나타났다.어둠 속에서 달빛을 받아 노랑머리 청년 일행은 그의 모습을 똑똑히 확인했다.“야, 너 뭐야? 여긴 네가 끼어들 자리가 아니야. 당장 꺼져.”노랑머리 청년은 버럭 화를 내며 소리쳤다.하지만 진서준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조용히 안으로 걸어왔다.그리고 바닥에 널브러져 환상에 빠진 도민수를 내려다보며 씁쓸하고 실망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도박꾼, 술주정뱅이, 약쟁이... 이 세 부류의 말은 절대 믿어선 안 돼.”진서준이 나지막한 소리로 중얼거렸다.다행히 진서준은 이런 상황을 대비해 도지아에게 위치추적기를 달아두었다.“야, 내 말 들리지 않아? 뭘 멍때리고 있어?”노랑머리 청년은 씩씩거리며 다가오더니 진서준의 뺨을 갈기려 손을 치켜들었다.철썩!따귀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노랑머리 청년의 몸이 팽이처럼 제자리에서 열 바퀴 가까이 빙글빙글 돌았고 진서준이 힘껏 걷어차자 새우처럼 접힌 채 바닥에 처박혔다.“웩!”노랑머리 청년은 쓰러진 채 입을 벌리더니 그 자리에서 어제 먹은 밥까지 모두 토해냈다.“형님, 괜찮으세요?”건달 하나가 달려와 노랑머리 청년을 부축했다.“저 개자식이... 다들 저놈 죽여버려!”노랑머리 청년은 분노에 차 똘마니들에게 명령했다.삼생파 두목인 노랑머리 청년은 정말 오랜만에 누군가에
노랑머리 청년의 말에 도민수는 속에서 분노의 불길이 치솟았다.“너 너무한 거 아니야?”도민수가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너무해? 그게 네가 할 소리야?”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를 비웃으며 코웃음을 쳤다.“고작 마약 좀 얻겠다고 친누나를 바친 건 누구야? 대체 누가 더 개같은 짓을 한 거야?”노랑머리 청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혀를 찼다.“솔직히 말해서 나도 너 같은 쓰레기 동생은 처음 봐.”주변에 있던 똘마니들도 박장대소했다.모두가 도민수를 한심한 광대 보듯이 쳐다봤다.“좋아. 영상 찍을게.”도민수는 이를 갈며 결국 받아들였다.“쯧쯧... 옛날에 많은 장군들이 여러 가지 수모를 견뎠다지만 넌 그 장군들보다 더 대단하네?”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가 이런 정도의 수모도 참을 수 있다고 하자 놀란 표정을 지었다.이건 거의 전대미문의 인내력이라고 볼 수 있었다.“저 여자 데리고 들어가.”노랑머리 청년이 도지아를 가리키며 말했다.“내 누나 건들지 마. 내가 직접 업고 갈 거야.”도민수는 치근덕거리는 건달들을 밀쳐내고 직접 도지아를 업었다.그렇게 도지아를 별장으로 데려오자 노랑머리 청년은 문을 잠그라고 지시했다.“잠깐, 너희 하 도련님은 안 오는 거야?”도민수가 서둘러 물었다.“그 녀석이 오면 우리가 이 짓을 할 수 있겠어?”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너 설마 아직도 우리가 하 도련님을 위해서 일하는 거라고 착각하는 건 아니겠지? 틀려도 한참 틀렸어. 우린 그냥 이 여자를 신나게 맛보고 싶을 뿐이야.”도민수는 순간 멍해졌다.“그럼 나한테 마약을 먹인 것도 너희 결정이었어?”“그래, 그게 아니면 뭐겠어?”노랑머리 청년은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너희 같은 평범한 집안 놈들은 우리 하 도련님 기억 속에 남을 가치도 없어.”“이 벼락 맞아 뒈질 개자식들아!”도민수가 꽉 쥔 주먹에서 우두둑하는 소리가 났다.“이 개자식이 누굴 욕하는 거야?”노랑머리 청년은 곧바로 발차기를 날려 도민수를 바닥에 나뒹굴게
“단순히 하경범의 동선을 조사하라는 것뿐이야. 너더러 그놈이랑 목숨을 걸고 싸우라는 게 아니야.”진서준이 조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사실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야. 나 혼자 여러 일을 대응하기 어려워 그런 거야. 다른 일이 없으면 내가 직접 그놈을 찾아갔을 거야.”조상규가 처참하게 죽는 모습을 떠올리며 조호는 이를 악물고 임무를 받았다.“알겠습니다, 진서준 씨. 사흘 내로 하경범의 일정을 조사해 보고하겠습니다.”“좋아, 그럼 일단 밥부터 먹자.”진서준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식사가 끝난 후, 조호 부자는 먼저 자리를 떠났다.그들이 나간 후, 오영수는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였다.“저 자식 믿을 수 있는 겁니까? 하경범에게 달려가 밀고하면 어쩌려고 그러는 겁니까?”“그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러 저 녀석 앞에서 조상규를 죽인 겁니다.”진서준이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마음만 먹으면 사람을 죽인다는 걸 알게 됐으니 감히 딴생각은 못 할 겁니다.”오영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오영수도 인간 심리에 관한 책을 많이 읽어왔기에 진서준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하세요.”오영수가 입을 열었다.“저는 단 하나만 궁금합니다. 대장님 삼촌은 도대체 언제 돌아오는 겁니까?”진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궁금한 걸 말했다.진서준의 목표는 오영수의 삼촌에게서 자기 가문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이었다.그것이 아버지의 행방을 찾는 단서가 될 수도 있었다.“늦어도 모레면 돌아올 겁니다.”오영수가 대답했다.“셋째 삼촌이 돌아오면 바로 연락할게요.”“부탁할게요.”진서준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저녁 무렵.한 식당에서 둘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민수야, 오늘은 웬일이야? 왜 갑자기 밥을 사주려는 거야?”도지아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이건 도민수의 스타일이 아니었다.최근 도민수는 화약고처럼 사소한 일에도 폭발하기 일쑤였다.그런데 갑자기 자기를 불러 밥을 사준다고 하니 너무나도 이상했다.“
조호는 진서준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사람을 죽이는 걸 보고 앞으로 감히 다른 마음을 품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조상규 같은 대종사조차 가볍게 정리되었는데 하물며 조호 같은 평범한 인간은 말할 것도 없었다.일행은 다른 방으로 자리를 옮겨 다시 식사를 시작했다.“진서준 씨... 잠시 후, 제가 모셔도 될까요?”치파오 여자는 일부러 허리를 숙이며 가슴골을 드러냈다.조상규가 죽으면서 여자는 기댈 곳을 잃었으니 이제는 새로운 든든한 버팀목이 필요했다.조호의 아들은 자기 밥만 쳐다보며 눈길을 감히 다른 데다 돌리지 못했다.괜히 이상한 시선을 줬다간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조금 전엔 일부러 조상규를 자극하려고 연기한 거야. 넌 가봐도 좋아.”진서준이 손을 휘저었다.치파오 여자는 매력적이었지만 진서준은 전혀 관심이 없었다.진서준에게는 이미 여자친구가 있었고 그것도 한 명이 아니었다.이 말을 듣자, 치파오 여자는 눈에 띄게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그럼 저는 문 앞에서 대기하겠습니다. 필요하신 게 있으면 언제든 말씀 주세요.”여자가 나간 후, 진서준이 입을 열었다.“대장님, 하씨 가문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죠?”“하씨 가문이요?”오영수는 멈칫하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그다지 잘 알진 못합니다. 저는 군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서 집에 잘 안 들릅니다.”“그럼 너는?”진서준은 조호를 바라봤다.조호는 급히 젓가락을 내려놓고 입을 닦으며 대답했다.“저도 하씨 가문의 사업에 대해 조금 아는 정도입니다. 현재 르벨의 모든 카지노는 하씨 가문이 장악하고 있고 그 외의 누구도 끼어들 수 없습니다.”다른 지역에서는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의식주가 가장 중요했지만 르벨에서는 도박이 가장 중요했다.80세 노인부터 3살짜리 아이까지 누구나 도박을 했다.르벨 경제의 중심은 도박이었다.덕분에 하씨 가문은 지역 내 절대적인 권력을 쥐고 있었다.오씨 가문, 안씨 가문 같은 명문대가도 하씨 가문 앞에서는 고개를 숙여야 했다.“하경범이라는 인물을
“뭐가 무리야? 네 여자가 따라준 차를 마시면 앞으로 너희 둘의 관계가 완전히 끝난다는 뜻에서 절교차라고 생각하면 되겠네.”진서준이 웃으며 말했다.“진서준 씨가 큰형님이잖아요. 첫 잔은 큰형님이 먼저 드셔야죠.”“얼른 마셔. 마시지 않으면 널 죽일 거야.”진서준의 얼굴이 순간 냉랭하게 변했고 순식간에 분위기가 살벌해졌다.“진서준 씨, 농담이 심하시네요. 설마 차 한 잔 때문에 절 죽이겠습니까?”조상규가 여전히 억지로 웃었다.하지만 다음 순간, 조상규의 웃음은 영원히 얼굴에 굳어버렸다.진서준이 갑자기 손을 뻗어 아무런 예고 없이 젓가락을 던졌다.그 젓가락은 공기를 가르며 날아가 조상규의 가슴을 관통했다.펑!심장이 터지는 끔찍한 소리가 방에 울려 퍼졌다.조상규는 고개를 푹 떨구고 그대로 식탁 위에 쓰러졌다.조호 부자는 겁에 질려 다리가 풀렸고 슬금슬금 진서준과 거리를 벌렸다.‘이건 분명 미친놈이야. 자기 심기를 건드렸다고 사람을 마음대로 죽여?’처음부터 이런 놈인 줄 알았다면 차라리 아까 목숨을 내걸고 싸웠을 것이다.치파오 여자는 더욱 기겁하며 벌벌 떨면서 진서준을 쳐다봤다.“아가씨, 이제 네 남편은 죽었어. 그러니 이 차는 네가 대신 마시도록 해.”진서준이 치파오 여자를 바라봤다.“저, 저요?”치파오 여자의 얼굴이 순간 얼어붙었다.조상규는 차 한 잔을 마시지 않으려다 그대로 목숨을 잃었다.그럼 자기도 거부하면 그대로 죽을 게 아닌가?“왜? 설마 차 한 잔도 못 마시는 건 아니겠지?”진서준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제발... 목숨만 살려주세요.”치파오 여자는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차에 독이 들어 있어요. 조상규가 저를 협박해서 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 전 정말 아무 죄도 없어요.”“뭐? 차에 독이 있다고?”조호 부자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방 하나 더 잡아.”진서준이 무심하게 말했다.“네. 지금 당장 준비하겠습니다.”치파오 여자는 공포에 질린 채 황급히 방을 빠져나갔다.치파오 여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