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서준의 말에 소정태는 의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감사합니다, 진 교관님.”소정태는 감격해하며 한마디 더 보탰다.“진 교관님, 제 식구는 이제 진 교관님께 전적으로 맡기겠습니다. 부디 제대로 된 훈련 부탁드립니다.”소정태가 떠난 후, 진서준은 백여 명의 병사를 평온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아직도 날 못 믿겠다는 사람이 있나요?”“없습니다. 우리 모두 진 교관님을 믿고 따르겠습니다!”병사들이 일제히 외치는 모습을 보자 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그렇다면 특훈을 지금 바로 시작합시다.”진서준은 설교 특전대에서 주목을 받는 장서안을 가리켰다.“이리 와 보세요.”장서안은 바로 앞으로 나와 공손히 물었다.“진 교관님, 무슨 지시가 있으십니까?.”“아까 여러분이 연습한 그 권법을 한 번 더 보여줘요.”진서준의 말을 듣자 장서안은 망설임 없이 설표 특전대 특유의 열풍권을 선보이기 시작했다.열풍권이란 권법은 이름 그대로였다.모든 주먹과 발차기가 굉장히 빠르고 맹렬했으며 거의 내지를 때마다 상대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힐 수 있었다.이 권법은 특전대 병사들의 직업 특성과도 관련이 있었다.특전대 병사들은 다들 국가를 지키고 전장에서 적을 처치해야 하는 군인이었다.한 방에 적을 죽이지 못하면 죽는 건 바로 병사들 자신일 것이다.이러한 절박함 때문에 열풍권은 빠르고 강렬하기는 했지만 방어 자세가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그래서 상대가 자기와 동등한 실력이라면 열풍권이 위력을 발휘할 수 있으나 상대가 더 강하다면 한 번의 공격 이후에 쓰러지는 건 오히려 아무런 방어도 없는 본인일 가능성이 높았다.진서준은 열풍권을 유심히 본 후 연신 고개를 저었다.“그 권법은 참 허점투성이군요.”“네?”진서준의 평가에 병사들은 전부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했다.“이제 내가 그 권법을 개량해 줄 거니까 다들 집중해서 보세요.”진서준은 창욱 어르신의 가르침을 받는 3년 동안 권법, 발차기, 검술, 도법 등 다양한 기술을 익혔다.이렇게 여러 분야의
고소연은 설표 특전대에서 유일한 여성 종사였고 그 실력은 압도적이었다.장서안 같은 일반 대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부사령관인 박준명조차 고소연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허윤진과 고소연의 대결 전, 사실 대다수 병사는 허윤진의 패배를 기정사실로 여겼다.진서준이 강하다고 해서 그의 여자친구도 강할 거란 보장은 없었다.병사들은 두 사람을 위해 넓은 공터를 마련했다.“허윤진 씨, 실례하겠습니다.”고소연은 허윤진에게 예를 갖추며 말했다.“저를 봐주지 말고 모든 실력을 보여주세요.”허윤진도 똑같이 예를 갖추어 답했다.그 말이 끝나자 고소연은 미세하게 다리를 굽힌 후 치타처럼 순식간에 허윤진을 향해 돌진했다.고소연의 속도는 너무 빨라서 주변에서 지켜보던 병사들의 시선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였다.고소연이 자기 실력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느낀 허윤진의 눈빛에도 투지가 활활 불타올랐다.고소연은 허리를 낮춘 채 양손을 날카로운 발톱처럼 치켜들고 허윤진의 팔을 향해 덤벼들었다.고소연의 의도는 단순했다.허윤진을 다치게 하지 않고 제압하려고 했던 것이다.“마침 잘 왔네요.”허윤진은 체내의 영기를 모으더니 불꽃처럼 타오르는 기운이 그녀의 양손에 뿜어져 나왔다.이 광경을 본 병사들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맙소사, 진 교관님의 여자친구도 종사였어?.”“세상에, 그래서 사모님이 고소연 부사령관님에게 대련을 신청했구나. 이제야 이해할 것 같네.”“사모님이라고? 야, 너 진짜 표현 잘한다.”곧 사모님이라는 호칭이 병사들 사이에서 퍼졌다.진서준은 그 단어를 듣자 얼굴이 어두워졌다.‘윤진은 내 처제가 아니야. 내 여자친구는 옆에 있는 사연이라고.’고소연은 허윤진도 종사라는 사실을 깨닫자 단전의 강기를 모아 기세를 더욱 끌어 올렸다.쾅...두 사람의 팔이 부딪히며 둔탁한 폭발 소리가 울려 퍼졌고 지면 위의 눈이 순간적으로 튕겨 나가며 사방으로 흩날렸다.허윤진은 제자리를 굳건히 지켰고 고소연은 일곱 발짝 이상 뒤로 물러나며 겨우 몸을 가눴다.
이때 병사들이 몰려와 허윤진에게 칭찬과 존경을 연신 쏟아냈다.“사모님, 정말 대단하시네요. 이렇게 젊으신데 벌써 종사라뇨.”“이런 대단한 사모님이 계시니 저희도 더 열심히 해야겠어요.”주변 사람들이 모두 자기를 사모님이라 부르자 허윤진은 부끄럽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다.허윤진은 허사연을 힐끗 쳐다보고는 서둘러 사람들을 정정했다.“저는 사모님이 아니에요. 저분이 사모님이고 저는 저분 동생이에요.”처제를 사모님으로 착각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사람들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다들 아부하려다 큰 실수를 한 셈이었다.사람들은 급히 허사연 곁으로 가서 사과했다.“죄송합니다, 사모님. 저희가 착각했어요. 마음에 두지 마세요.”“사모님, 저희 때문에 교관님과 다투지 마세요.”“진 교관님, 정말 죄송합니다...”진서준의 얼굴이 잔뜩 굳어지더니 병사들에게 소리쳤다.“다들 한가한 모양이지? 어서 가서 권법 연습이나 해.”백여 명의 병사들은 재빨리 진서준이 개량한 열풍권을 연습하러 뛰어갔다.“진서준, 방금 내 실력 어땠어?”허윤진은 깡충깡충 뛰어 진서준 앞으로 오더니 기대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그러자 진서준이 미소를 지으며 칭찬했다.“정말 강하던데?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실력이 훨씬 늘었어.”“당연하지. 내가 누군데.”허윤진은 한껏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좋아, 너희는 알아서 구경하고 있어. 난 소정태의 상태를 좀 보고 올게.”소정태에게 중상을 입혔으니 진서준은 당연히 확인하러 가야 했다.진서준이 군구 병원에 도착했을 때, 간호사가 소정태에게 붕대를 감고 있었다.“진 교관님!”진서준이 오자마자 소정태는 벌떡 일어나 경례를 올렸다.“크게 다쳤는데 얼른 앉으세요.”진서준이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한쪽에 있던 간호사는 놀라운 눈빛으로 진서준을 쳐다보았다.소정태가 어떤 사람인지 군구 전체가 다 알고 있었다.심지어 군구 최고 책임자를 마주해도 소정태는 항상 당당했다.그런 소정태가 이제 겨우 스무 살 넘은 청년에게 먼저 경례를
뜨거운 김이 피어나는 욕조를 보며 소정태는 머리를 돌려 진서준에게 물었다.“진 교관님, 이제 들어가도 되겠습니까?”“그래요, 근데 처음에는 좀 아플 거니까 꾹 참아야 해요.”진서준이 한마디 일러두었다.소정태는 이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소정태가 횡련 대종사가 될 수 있었던 건 전적으로 여러 전장에서 생존한 덕분이었다.몸에는 칼자국과 총상투성이였고 아무리 강렬한 고통이라도 소정태는 견뎌낼 자신이 있었다.소정태는 옷을 단숨에 벗어 던지고 욕조로 뛰어들었다.그 순간, 소정태의 얼굴은 순식간에 붉어졌고 이마에 핏줄이 불거졌다.강렬한 약효가 소정태의 근육과 뼈대를 자극하며 우두둑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결국 소정태는 견딜 수 없는 고통에 괴로운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진서준이 작성한 처방전은 단번에 효과를 발휘했다.잠깐 사이에 소정태의 몸에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소정태의 고통스러운 비명은 무려 30분간 이어졌다.30분 후, 욕조 안의 약효는 완전히 사라졌고 피처럼 붉었던 욕조 물은 다시 맑고 투명해졌다.소정태를 다시 보니 온몸에서 이전보다 더 강렬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고통스러운 과정을 겪고 난 소정태는 드디어 경지를 돌파하게 된 것이었다.소정태는 일급 대종사의 절정 단계에서 오랫동안 정체되어 있었다.평생 이급 대종사에 이르지 못할 거라 생각했지만 뜻밖에도 진서준이 작성한 처방전 덕분에 단숨에 이급으로 돌파한 것이다.가슴 속에서 밀려오는 기쁨과 감격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욕조에서 나온 소정태는 급히 옷을 입고 무릎을 꿇어 진서준에게 머리를 숙였다.“진 교관님, 당신은 제게 새 생명을 주신 분이나 다름없습니다.”진서준이 없었다면 소정태는 평생 이급 대종사라는 경지의 문턱에도 오지 못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서준 덕분에 소정태는 단 30분 만에 평생 넘지 못할 벽을 뛰어넘을 수 있었다.진서준은 소정태를 일으키며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고마워할 필요 없어요. 사령관님이 돌파할 수 있었던 건 사령관님이 이전부터 쌓아온
“좋아요, 번거롭게 해드려 미안하네요.”밤이 완전히 내려앉은 후, 소정태는 곧바로 사람을 시켜 진서준과 허사연 일행에게 방 세 개를 준비했다.방은 별로 화려하지 않고 심플하고 깔끔했고 필요한 물건은 모두 갖추어져 있었다.저녁 식사를 마친 뒤, 진서준은 휴대폰을 꺼내 들고 조민영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전화벨이 오래 울렸음에도 아무도 받지 않자 진서준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진서준이 전화를 몇 번 더 걸어봤지만 여전히 응답이 없었다.‘조민영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가?’지난번 양씨 가문에서 조민영은 자기 목숨을 걸고 진서준 앞을 막아섰다.그 용기 하나만으로도 진서준은 조민영을 그냥 내버려둘 수 없었다.진서준의 마음속에서 조민영은 이미 친동생과도 같은 존재였다.“모레쯤 조씨 가문에 가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인해 봐야겠어...”봉천시.조씨 가문 저택은 환하게 불이 밝혀져 있었다.조씨 가문의 개인 병원 병실 내 조민영이 조용히 침대에 누워 있었다.조민영의 얼굴은 종잇장처럼 창백했고 숨결이 미약했으며 기운은 극도로 쇠약했다.조민영 곁에는 조태희와 하얀 가운을 입은 중년의 대머리 남성이 서 있었다.“장 의사님, 제 딸 상태가 어떻습니까?”조태희가 초조한 표정으로 물었다.장 의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가주님, 따님께서 단순히 병에 걸린 것이면 다행이었겠지만 문제는 병이 아니라 중독된 겁니다.”딸이 중독되었다는 말을 듣자 조태희의 얼굴이 굳어졌다.‘중독이라고? 언제 중독된 거지? 내가 왜 몰랐지?’“무슨 독에 중독된 겁니까?”지금 범인을 찾는 건 중요하지 않았다. 우선은 딸을 살리는 것이 급선무였다.딸을 살린 후에 범인을 찾아도 늦지 않았다.“민영 아가씨 상태를 보아하니 칠채지독에 중독된 것 같습니다. 이 독은 오독의 독액에 빙정과 천산설련을 섞어 만든 무색무취의 독입니다.”장 의사가 자세하게 독에 관해 설명했다.설명을 들은 조태희의 얼굴이 어두워졌다.빙정과 천산설련은 매우 희귀한 약재로 천지산 근처에서만 발견될 수
조태희가 강 종사를 같이 데리고 가야 한다고 하자 조기강은 순간 망설였다.“형, 강 종사는 집에 남겨두시는 게 좋을 것 같아.”“근데 천산 근처에 대요괴가 출몰하는데 너 혼자 가는 건 너무 위험하잖아.”조태희의 얼굴엔 우려가 가득했다.동북 천산은 사계절 내내 눈이 덮여 있을 뿐만 아니라 보통 사람들이 접근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바로 그 근처에 거대한 요괴가 출몰하기 때문이었다.천산 아래에는 영맥이 흐르고 있어 그 지역 동물들이 영기를 흡수하며 영지를 얻곤 했다.예컨대 얼마 전 진서준이 보운산에서 길들인 누렁이도 그런 대요괴 중 하나였다.조기강은 최근 연이어 전투를 치르며 몸이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다.그런 조기강을 혼자 천산으로 보내는 건 조태희에게도 불안한 일이었다.“대요괴를 만나면 내가 이길 순 없더라도 도망칠 수는 있어.”조기강이 단호하게 말했다.“강 종사가 나와 함께 가면 우리 가문 전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어. 변씨 가문과 심씨 가문이 이 틈을 타 공격하면 어쩌려고 그래?”조기강의 눈엔 깊은 우려가 담겨 있었다.심씨 가문이 이번 가문 사이 혼인을 제안하면서 다른 꿍꿍이를 숨기고 있을지도 몰랐다.겉으론 결혼을 빌미로 선의를 베푸는 척하지만 사실은 다른 목적으로 접근했을 가능성도 컸다.조기강의 뜻을 이해한 조태희는 한참 동안 고심한 끝에 결국 동생의 뜻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기강아, 정말 조심해야 해. 너까지 민영 때문에 다치면 내가 정말 버틸 수 없을 것 같아.”조태희는 동생의 손을 붙잡으며 진심으로 당부했다.40년 넘게 이어진 형제애는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만약 조기강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조태희는 아마 평생 그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 할 것이다.조기강은 간단히 짐을 챙기고 곧바로 차를 타고 북쪽 천산으로 향했다.조기강이 봉천시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심씨 가문과 변씨 가문 모두 이 소식을 접했다.그러나 두 집안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마치 조기강이 봉천시를 떠난 사실조차 모르는 듯한 태도
“정말 중요한 친구 한 명이 연락이 닿지 않아서요. 빨리 가서 확인해 봐야 합니다.”진서준은 한마디 덧붙였다.“우선 설표 특전대원들에게 이번에 도착한 약재로 샤워부터 하게 해주세요. 병사들이 전부 사용하고 나면 그때 떠나겠습니다.”“알겠습니다... 아, 맞다, 진 교관님, 이번에 설표 특전대가 8군 대회에서 우승만 하면 제가 교관님을 위해 신청한 군 계급도 곧 내려올 겁니다.”소정태가 갑자기 화제를 돌렸다.군 계급을 신청하다니?진서준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제 권한으로는 소장 계급까지만 신청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설표 특전대가 우승하면 다른 7개 특전대도 진 교관님을 모시려 들겠죠. 그때가 되면 교관님은 곧바로 중장으로 승진할 겁니다.”소정태는 확신에 찬 얼굴로 말했다.장군 계급은 수많은 군인의 꿈이자 목표였다.하지만 평생을 전장에 바쳐도 고작 위관 계급에서 머무는 군인이 허다했다.그런데 진서준은 위관과 교관 계급을 건너뛰고 바로 소장이 될 수 있었다.이는 최근 군 역사에서도 전례 없는 일이었다.하지만 소정태는 진서준이 그럴 자격이 충분하다고 믿었다.진서준의 훈련을 받은 설표 특전대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특히 개량된 열풍권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력했다.이 훈련 덕분에 설표 특전대는 향후 임무 수행 중 생존율과 완수율 모두 크게 높아질 터였다.대한민국 8대 특전대 임무는 항상 국가의 핵심 이익과 연관이 있는 중요한 임무였다.임무 완수율이 높아지면 국가에도 막대한 이익이 돌아올 것이다.사실 진서훈이 직접 나서 군 고위층에 요구한다면 진서준은 중장이 아니라 상장까지도 바로 승진할 가능성이 있었다.단 한 번의 보해 전투만으로도 진서준은 소장 계급에 오를 자격을 충분히 입증했다.진서준은 잠시 망설이다 말했다.“제가 군에 머물 시간이 없어서요. 장군 계급은 좀...”“아니요, 절대 교관님을 강제로 군에 묶어두진 않습니다.”소정태가 급히 해명했다.“교관님께 드리는 군 계급은 국안부 상경과 같은 개념입니다. 별다른
곧 설표 특전대의 목욕탕에서 귀신 울음소리 같은 아우성이 터져 나왔다.약효가 너무 강렬해 모두가 뼈가 분해되어 다시 조립되는 것 같은 극심한 고통을 느꼈다.이 고통이 심할수록 진서준이 작성한 처방전의 공포스러움이 증명되었다.한 시간 후, 설표 특전대 전원이 귀청이 터질 듯한 환호성을 질렀다.다들 일제히 경지 돌파에 성공한 것이다.본인의 실력이 이전과 비교해 몇 배는 더 강해진 게 확실했다.내공 무인이었던 장서안을 비롯한 몇몇 장병들은 단숨에 내력 절정 경지에 이르러 종사 경지까지 단 한 걸음 남겨둔 상태였다.심지어 무인조차 아니었던 나머지 장병들도 내공 무인이 되어 진기를 모을 수 있게 되었다.이 순간, 모두가 진서준을 신처럼 숭배하기 시작했다.“진 교관님, 정말 우리 부모와 같은 은인이십니다.”“진 교관님, 앞으로 무슨 명령이든 말씀만 하시면 그곳이 지옥이라고 해도 망설임 없이 뛰어들겠습니다!”“교관님이 주신 처방전과 새로 개량된 열풍권 덕분에 이번 8군 대회에서 반드시 우승할 수 있을 겁니다.”기쁨에 찬 장병들의 모습을 보며 진서준도 뿌듯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이들은 진서준이 직접 가르친 병사들이었기에 그의 눈에 반쯤은 자기 자식 같은 존재였다.자기 자식이 뛰어난 성과를 거두는 것을 본 부모가 어찌 기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다들 열심히 수련해. 그리고 15일 후에 처방전을 한 번 더 사용해. 난 일이 있어 먼저 떠나야겠어.”진서준이 떠난다는 말을 듣자 다들 아쉬워 발을 동동 구르며 그의 이탈을 원치 않았다.진서준이 부대에 온 지 고작 이틀 만에 병사들의 태도를 이처럼 극적으로 변화시킨 것이다.진서준이 조금만 더 머물러준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설표 특전대원들은 대한민국 군부의 최고 전당인 전신전에 도전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전신전은 대한민국 8대 특전대 위에 군림하는 최고의 전당이었다.전신전에 소속한 인원은 극히 적어 단 50명뿐이었지만 이 50명은 대한민국 군부의 최고 정점에 선 존재들이었다.장서안을 포함한
“내가 가면 안 돼?”사실 진서준은 거절하려 했었다.르벨은 안개가 짙게 깔린 늪지대 같은 곳이라 진서준조차도 어디에 함정이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웠다.그러니 허사연이 온다면 다칠 가능성이 컸다.하지만 거절하면 허사연이 상처받을 게 뻔했다.“당연히 되지. 지금 위치 보낼게.”진서준은 단호하게 말하며 위치를 보냈다.자기 여자를 지킬 자신도 없으면서 강자들을 상대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자기야, 잘 자.”허사연이 애정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너도 일찍 자.”진서준이 다정하게 답했다.전화를 끊고 나니 진서준의 졸음이 싹 가셨다.진서준은 창가로 다가가 이 화려한 도시를 내려다봤다.“오씨 가문, 안씨 가문, 하씨 가문... 너희가 무슨 꿍꿍이를 꾸미든 난 전부 박살 낼 거야. 이번엔 반드시 나와 아버지의 정체를 밝혀내고 말겠어.”진서준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그렇게 별다른 사건 없이 밤이 지나갔다.다음 날 아침.진서준이 막 눈을 뜨자마자 도지아의 흥분한 외침이 들려왔다.“진서준, 됐어. 나 생겼어!”도지아는 눈 밑이 시커멓게 변해 있었는데 밤새 잠을 자지 않은 게 분명했다.진서준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물었다.“너 아직 처녀 아니었어? 대체 어떻게 임신한 거야?”“미친놈아, 임신은 개뿔, 무슨 헛소리야?”도지아는 얼굴이 빨개지며 진서준을 노려봤다.“그럼 왜 아침부터 난리야?”진서준이 되물었다.보통 사람이라면 이렇게 아침부터 흥분해 날뛰지 않을 것이다.“어제 네가 준 수련법 기억나지? 나 벌써 원기를 형성할 수 있게 됐어.”자기가 대단하다고 여긴 도지아는 자랑스럽게 선언했다.고작 하룻밤 만에 원기를 형성한 건 확실히 대단한 일이었다.“뭐? 그렇게 빠르다고? 너 타고난 천재 맞네?”진서준이 다소 의아한 표정을 보였다.보통 무인은 원기를 익히는 데만 최소 1년이 걸리는데 그것도 매일 꾸준히 수련할 경우에만 발생하는 일이었다.심지어 재능 있는 자들도 한두 달은 족히 걸린다.그런데 도지아는 단 하룻밤에 이 어려
“스위트룸은 따로 갈라져 있으니까 오해하지 마.”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며 도지아가 설명했다.“오해 안 해. 네가 그런 사람 아니라는 거 알아.”진서준이 무심하게 답했다.사실 둘은 황예은의 소개로 알게 되었을 뿐, 알고 지낸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진서준은 본인이 그 정도로 매력적인 남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스위트룸에 들어가자 도지아는 안쪽 방을 골랐다.“네 다리에 바른 연고에 아직 물 닿으면 안 돼. 되도록 샤워는 참아.”진서준이 슬쩍 주의를 줬다.“알았어.”도지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건을 적셔 상반신만 가볍게 닦았다.그리고 거울에 비친 자기 몸매를 보자 진서준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내 몸매가 별론가? 아니면 내 얼굴이 부족한 건가? 예은과 비교하면 차이가 없다고 할 순 없네.’솔직히 외모만 놓고 보면 황예은을 이길 여자는 없었고 심지어 허사연조차도 약간 밀릴 정도였다.10분 후, 도지아는 가운을 입고 방에서 나왔다.진서준도 샤워를 마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상태였다.“아까 얘기했던 거 계속할게. 내공 수련을 하려면 타고난 재능이 엄청 중요해.”진서준이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재능 앞에서는 노력은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만약 네가 타고난 천재라면 빠르게 입문할 거고 아니라면 그냥 시간 낭비야.”감옥에 있을 때, 창욱 어르신이 진서준을 슬쩍 만져보더니 바로 천재라고 단언하며 무조건 제자로 삼겠다고 했었다.지금 돌이켜보면 그 말이 맞긴 했다.진서준이 연마하는 선법을 다른 사람이 똑같이 배운다고 해도 그 사람이 이 속도로 성장하는 건 불가능할 터였다.“알겠어.”도지아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내 재능부터 한번 확인해 줘.”“손 내밀어.”도지아는 조용히 손을 내밀었다.“잠시 후, 내가 너한테 원기 조금 밀어 넣을 거야. 그걸 느낄 수 있다면 넌 무도계에 발을 들일 자격이 있는 거고 못 느끼면 그냥 포기하는 게 나아.”진서준은 그렇게 말하며 도지아의 손목을 잡고 천천히 경락을 따라 원기를
“이게 무슨 천벌 받을 일이야, 기가 막히는구나.”아버지는 가슴을 쥐어뜯으며 한탄했다.“그래도 그렇지. 마약에 손댔다고 해서 어떻게 너를 팔아넘길 생각을 해? 그게 사람이야? 넌 민수 친누나잖아.”이게 바로 도지아 아버지가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었다.마약을 한 건 차라리 괜찮았다.그냥 도민수를 끌고 가서 반년 동안 재활센터에 처박아 두면 된다.하지만 도민수는 마약 때문에 도지아를 팔아넘겼다.이건 이미 인간이 할 짓이 아니라 짐승만도 못한 놈이었다.“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도지아는 부모님을 바라보며 물었다.“경찰에 신고해야지. 이 자식이 저지른 짓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해.”도지아 아버지는 분노로 얼굴이 새빨개졌다.“당신 미쳤어요? 쟤 우리 친아들이라고요. 아들 인생 망칠 일이 있어요?”도지아 어머니는 깜짝 놀라며 황급히 휴대폰을 빼앗았다.“이놈은 더 이상 내 아들이 아니야. 그냥 짐승이야.”도지아 아버지는 분노의 고함을 질렀다.“우리 딸이 이놈 때문에 잘못될 뻔했잖아.”“지아가 없었으면 우리가 납치당했겠어요? 우리가 납치 안 당했으면 민수가 강제로 마약을 했겠어요? 그럼 이후의 일들이 벌어졌겠냐고요?”도지아 어머니는 여전히 아들을 감싸며 말했다.“당신 진짜 노망났어? 그러니까 지아를 그 개자식한테 넘기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도지아 아버지는 아내를 믿을 수 없다는 듯 쳐다봤다.“둘 다 제 자식이에요. 아무튼 경찰 신고는 절대 안 돼요.”도지아 어머니는 도지아에게 애원했다.“지아야, 엄마가 부탁할게. 제발 신고하지 마, 응? 엄마가 약속할게. 다시는 민수가 이런 짓 못 하게 말이야.”솔직히 도지아는 어머니가 이런 반응을 보일 거라고 예상했기에 미리 결론을 내려두었다.“그럼 재활센터로 보내요. 난 집에서 나가서 살 거예요. 민수랑 다시는 마주치지 않을 거예요.”“안 돼, 지아야. 나가야 할 놈은 저 개자식이야. 넌 우리와 함께 있어야 해.”도지아 아버지가 간절하게 설득했다.“아빠, 엄마, 지금까지 키
조호는 동부 구역 귀도파의 두목이었다.그 지위는 노랑머리 청년의 상급 보스와 맞먹었다.그런 조호가 지금 한 청년 앞에서 이렇게 공손하게 행동하고 있었다.이것만 봐도 상대의 정체가 평범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노랑머리 청년은 완전히 얼이 빠졌다.“진서준 씨, 이놈 어떻게 처리할까요?”조호가 고개를 숙이며 공손하게 물었다.“그냥 죽여. 이런 쓰레기는 살아 있어 봤자 사람들에게 해만 끼쳐.”진서준이 무심하게 대답했다.“뭐라고요? 호랑이님, 제발 살려주십시오. 이분도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노랑머리 청년은 그 말을 듣자마자 기겁하며 무릎을 꿇고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하지만 진서준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도지아 쪽으로 걸어갔다.“호랑이님. 저 삼생파 소속입니다. 우리 두목의 체면 봐서라도 한 번만 살려주세요.”노랑머리 청년은 무릎으로 기어가 조호 앞에 매달렸다.“나도 널 살려주고 싶어. 하지만 이건 진서준 씨 명령이야. 따를 수밖에 없어.”조호가 부하들에게 손짓하자 부하 두 명이 즉시 다가왔다.한 명은 검은 두건을 꺼내 노랑머리 청년의 얼굴을 뒤집어씌웠고 다른 한 명은 단단히 밧줄을 감아 그의 목을 조였다.노랑머리 청년은 공중에서 팔다리를 마구 휘저으며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30초 후 완전히 조용해졌다.“네 동생을 어떻게 할 생각이야?”진서준이 질문을 던졌다.“나도 몰라.”도지아는 초점 없는 눈으로 대답했다.친동생이 그깟 마약 한 봉지를 위해서 자기를 배신할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도지아는 이제야 도민수의 눈에 자기가 마약 한 봉지보다도 가치 없는 존재였다는 걸 깨달았다.“이런 일이 없었던 걸로 하고 계속 모르는 척하는 것도 여러 방법의 하나야.”진서준이 제안했다.“하지만 한 번이 있으면 두 번도 있는 법이야.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길 때, 난 아마 이곳에 없을 거야. 그때는 네가 스스로 보호할 줄 알아야 해.”진서준이 솔직하게 말했다.어떤 일이든 한 번 일어나면 두 번도 일어나기 마련이다.도민수는
다음 순간, 도민수의 시선은 흐릿해지고 완전히 환각의 세계로 빠져들었다.“자, 그럼 내가 먼저 할게. 이따가 너희도 실컷 즐겨.”노랑머리 청년은 눈에 불을 켜고 도지아에게 달려들 준비를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요란한 소리와 함께 누군가 별장 대문을 거칠게 걷어찼다.그와 동시에 천장의 전등이 박살 나며 순식간에 실내가 암흑으로 뒤덮였다.그리고 문 쪽에서 서늘한 한기가 흘러들어왔다.“누구야?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감히 여길 쳐들어와? 죽고 싶어?”노랑머리 청년은 분노에 이를 갈았다.딱 한 걸음만 더 가면 이 여자를 즐길 수 있었는데 누군가가 이 좋은 노릇을 방해한 것이다.그때, 별장 대문에서 어떤 남자의 실루엣이 나타났다.어둠 속에서 달빛을 받아 노랑머리 청년 일행은 그의 모습을 똑똑히 확인했다.“야, 너 뭐야? 여긴 네가 끼어들 자리가 아니야. 당장 꺼져.”노랑머리 청년은 버럭 화를 내며 소리쳤다.하지만 진서준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조용히 안으로 걸어왔다.그리고 바닥에 널브러져 환상에 빠진 도민수를 내려다보며 씁쓸하고 실망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도박꾼, 술주정뱅이, 약쟁이... 이 세 부류의 말은 절대 믿어선 안 돼.”진서준이 나지막한 소리로 중얼거렸다.다행히 진서준은 이런 상황을 대비해 도지아에게 위치추적기를 달아두었다.“야, 내 말 들리지 않아? 뭘 멍때리고 있어?”노랑머리 청년은 씩씩거리며 다가오더니 진서준의 뺨을 갈기려 손을 치켜들었다.철썩!따귀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노랑머리 청년의 몸이 팽이처럼 제자리에서 열 바퀴 가까이 빙글빙글 돌았고 진서준이 힘껏 걷어차자 새우처럼 접힌 채 바닥에 처박혔다.“웩!”노랑머리 청년은 쓰러진 채 입을 벌리더니 그 자리에서 어제 먹은 밥까지 모두 토해냈다.“형님, 괜찮으세요?”건달 하나가 달려와 노랑머리 청년을 부축했다.“저 개자식이... 다들 저놈 죽여버려!”노랑머리 청년은 분노에 차 똘마니들에게 명령했다.삼생파 두목인 노랑머리 청년은 정말 오랜만에 누군가에
노랑머리 청년의 말에 도민수는 속에서 분노의 불길이 치솟았다.“너 너무한 거 아니야?”도민수가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너무해? 그게 네가 할 소리야?”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를 비웃으며 코웃음을 쳤다.“고작 마약 좀 얻겠다고 친누나를 바친 건 누구야? 대체 누가 더 개같은 짓을 한 거야?”노랑머리 청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혀를 찼다.“솔직히 말해서 나도 너 같은 쓰레기 동생은 처음 봐.”주변에 있던 똘마니들도 박장대소했다.모두가 도민수를 한심한 광대 보듯이 쳐다봤다.“좋아. 영상 찍을게.”도민수는 이를 갈며 결국 받아들였다.“쯧쯧... 옛날에 많은 장군들이 여러 가지 수모를 견뎠다지만 넌 그 장군들보다 더 대단하네?”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가 이런 정도의 수모도 참을 수 있다고 하자 놀란 표정을 지었다.이건 거의 전대미문의 인내력이라고 볼 수 있었다.“저 여자 데리고 들어가.”노랑머리 청년이 도지아를 가리키며 말했다.“내 누나 건들지 마. 내가 직접 업고 갈 거야.”도민수는 치근덕거리는 건달들을 밀쳐내고 직접 도지아를 업었다.그렇게 도지아를 별장으로 데려오자 노랑머리 청년은 문을 잠그라고 지시했다.“잠깐, 너희 하 도련님은 안 오는 거야?”도민수가 서둘러 물었다.“그 녀석이 오면 우리가 이 짓을 할 수 있겠어?”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너 설마 아직도 우리가 하 도련님을 위해서 일하는 거라고 착각하는 건 아니겠지? 틀려도 한참 틀렸어. 우린 그냥 이 여자를 신나게 맛보고 싶을 뿐이야.”도민수는 순간 멍해졌다.“그럼 나한테 마약을 먹인 것도 너희 결정이었어?”“그래, 그게 아니면 뭐겠어?”노랑머리 청년은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너희 같은 평범한 집안 놈들은 우리 하 도련님 기억 속에 남을 가치도 없어.”“이 벼락 맞아 뒈질 개자식들아!”도민수가 꽉 쥔 주먹에서 우두둑하는 소리가 났다.“이 개자식이 누굴 욕하는 거야?”노랑머리 청년은 곧바로 발차기를 날려 도민수를 바닥에 나뒹굴게
“단순히 하경범의 동선을 조사하라는 것뿐이야. 너더러 그놈이랑 목숨을 걸고 싸우라는 게 아니야.”진서준이 조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사실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야. 나 혼자 여러 일을 대응하기 어려워 그런 거야. 다른 일이 없으면 내가 직접 그놈을 찾아갔을 거야.”조상규가 처참하게 죽는 모습을 떠올리며 조호는 이를 악물고 임무를 받았다.“알겠습니다, 진서준 씨. 사흘 내로 하경범의 일정을 조사해 보고하겠습니다.”“좋아, 그럼 일단 밥부터 먹자.”진서준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식사가 끝난 후, 조호 부자는 먼저 자리를 떠났다.그들이 나간 후, 오영수는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였다.“저 자식 믿을 수 있는 겁니까? 하경범에게 달려가 밀고하면 어쩌려고 그러는 겁니까?”“그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러 저 녀석 앞에서 조상규를 죽인 겁니다.”진서준이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마음만 먹으면 사람을 죽인다는 걸 알게 됐으니 감히 딴생각은 못 할 겁니다.”오영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오영수도 인간 심리에 관한 책을 많이 읽어왔기에 진서준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하세요.”오영수가 입을 열었다.“저는 단 하나만 궁금합니다. 대장님 삼촌은 도대체 언제 돌아오는 겁니까?”진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궁금한 걸 말했다.진서준의 목표는 오영수의 삼촌에게서 자기 가문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이었다.그것이 아버지의 행방을 찾는 단서가 될 수도 있었다.“늦어도 모레면 돌아올 겁니다.”오영수가 대답했다.“셋째 삼촌이 돌아오면 바로 연락할게요.”“부탁할게요.”진서준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저녁 무렵.한 식당에서 둘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민수야, 오늘은 웬일이야? 왜 갑자기 밥을 사주려는 거야?”도지아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이건 도민수의 스타일이 아니었다.최근 도민수는 화약고처럼 사소한 일에도 폭발하기 일쑤였다.그런데 갑자기 자기를 불러 밥을 사준다고 하니 너무나도 이상했다.“
조호는 진서준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사람을 죽이는 걸 보고 앞으로 감히 다른 마음을 품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조상규 같은 대종사조차 가볍게 정리되었는데 하물며 조호 같은 평범한 인간은 말할 것도 없었다.일행은 다른 방으로 자리를 옮겨 다시 식사를 시작했다.“진서준 씨... 잠시 후, 제가 모셔도 될까요?”치파오 여자는 일부러 허리를 숙이며 가슴골을 드러냈다.조상규가 죽으면서 여자는 기댈 곳을 잃었으니 이제는 새로운 든든한 버팀목이 필요했다.조호의 아들은 자기 밥만 쳐다보며 눈길을 감히 다른 데다 돌리지 못했다.괜히 이상한 시선을 줬다간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조금 전엔 일부러 조상규를 자극하려고 연기한 거야. 넌 가봐도 좋아.”진서준이 손을 휘저었다.치파오 여자는 매력적이었지만 진서준은 전혀 관심이 없었다.진서준에게는 이미 여자친구가 있었고 그것도 한 명이 아니었다.이 말을 듣자, 치파오 여자는 눈에 띄게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그럼 저는 문 앞에서 대기하겠습니다. 필요하신 게 있으면 언제든 말씀 주세요.”여자가 나간 후, 진서준이 입을 열었다.“대장님, 하씨 가문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죠?”“하씨 가문이요?”오영수는 멈칫하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그다지 잘 알진 못합니다. 저는 군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서 집에 잘 안 들릅니다.”“그럼 너는?”진서준은 조호를 바라봤다.조호는 급히 젓가락을 내려놓고 입을 닦으며 대답했다.“저도 하씨 가문의 사업에 대해 조금 아는 정도입니다. 현재 르벨의 모든 카지노는 하씨 가문이 장악하고 있고 그 외의 누구도 끼어들 수 없습니다.”다른 지역에서는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의식주가 가장 중요했지만 르벨에서는 도박이 가장 중요했다.80세 노인부터 3살짜리 아이까지 누구나 도박을 했다.르벨 경제의 중심은 도박이었다.덕분에 하씨 가문은 지역 내 절대적인 권력을 쥐고 있었다.오씨 가문, 안씨 가문 같은 명문대가도 하씨 가문 앞에서는 고개를 숙여야 했다.“하경범이라는 인물을
“뭐가 무리야? 네 여자가 따라준 차를 마시면 앞으로 너희 둘의 관계가 완전히 끝난다는 뜻에서 절교차라고 생각하면 되겠네.”진서준이 웃으며 말했다.“진서준 씨가 큰형님이잖아요. 첫 잔은 큰형님이 먼저 드셔야죠.”“얼른 마셔. 마시지 않으면 널 죽일 거야.”진서준의 얼굴이 순간 냉랭하게 변했고 순식간에 분위기가 살벌해졌다.“진서준 씨, 농담이 심하시네요. 설마 차 한 잔 때문에 절 죽이겠습니까?”조상규가 여전히 억지로 웃었다.하지만 다음 순간, 조상규의 웃음은 영원히 얼굴에 굳어버렸다.진서준이 갑자기 손을 뻗어 아무런 예고 없이 젓가락을 던졌다.그 젓가락은 공기를 가르며 날아가 조상규의 가슴을 관통했다.펑!심장이 터지는 끔찍한 소리가 방에 울려 퍼졌다.조상규는 고개를 푹 떨구고 그대로 식탁 위에 쓰러졌다.조호 부자는 겁에 질려 다리가 풀렸고 슬금슬금 진서준과 거리를 벌렸다.‘이건 분명 미친놈이야. 자기 심기를 건드렸다고 사람을 마음대로 죽여?’처음부터 이런 놈인 줄 알았다면 차라리 아까 목숨을 내걸고 싸웠을 것이다.치파오 여자는 더욱 기겁하며 벌벌 떨면서 진서준을 쳐다봤다.“아가씨, 이제 네 남편은 죽었어. 그러니 이 차는 네가 대신 마시도록 해.”진서준이 치파오 여자를 바라봤다.“저, 저요?”치파오 여자의 얼굴이 순간 얼어붙었다.조상규는 차 한 잔을 마시지 않으려다 그대로 목숨을 잃었다.그럼 자기도 거부하면 그대로 죽을 게 아닌가?“왜? 설마 차 한 잔도 못 마시는 건 아니겠지?”진서준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제발... 목숨만 살려주세요.”치파오 여자는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차에 독이 들어 있어요. 조상규가 저를 협박해서 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 전 정말 아무 죄도 없어요.”“뭐? 차에 독이 있다고?”조호 부자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방 하나 더 잡아.”진서준이 무심하게 말했다.“네. 지금 당장 준비하겠습니다.”치파오 여자는 공포에 질린 채 황급히 방을 빠져나갔다.치파오 여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