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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3화

작가: 무가
자기 앞을 막아선 개미 한 마리를 보며 역천신은 순간 분노에 휩싸였다.

“꺼져!”

냉랭한 눈빛을 번뜩이는 역천신은 호통치며 손바닥을 내리쳤다.

콰직!

뼈가 부러지고 근육이 찢어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진서훈 앞을 가로막았던 칠급 대종사는 온몸의 뼈가 부러졌고 강기가 완전히 고갈됐다.

그 대종사는 낡은 천 조각처럼 바다 위로 힘없이 떨어졌고 입에서 끊임없이 피가 쏟아져 나왔다.

이 광경을 본 진서훈과 다른 사람들은 분노가 치밀어 올라 머리가 터질 정도였다.

죽어가는 낙타가 살아있는 말보다 크다는 말이 이 상황에 딱 맞아떨이지는 것 같았다.

지금 역천신은 팔 하나가 잘려 나가고 체내 지선의 힘도 많이 소모되었지만 이렇게 심각한 상처를 입었음에도 칠급 대종사가 상대할 수 없는 인물일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호국사와 지선 사이의 실력 차이는 이토록 크단 말인가?

다른 호국사들 또한 이 순간 깊은 절망에 빠졌다.

지선의 힘은 역시 호국사들이 감히 감당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다음 한 방으로 네 놈을 지옥으로 보내주마.”

역천신의 음침한 얼굴에는 살기가 가득했다.

진서훈은 가슴 속에 온갖 불만과 분노가 들끓었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죽음의 순간이 찾아오기를 조용히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역천신이 손을 들어 올리자 체내 지선의 힘이 그의 손바닥에 맴돌기 시작했다.

진서훈의 머리를 날려 버리려는 그 순간, 또 다른 형체가 갑자기 진서훈 앞에 나타났다.

“개미 같은 것들이 끝까지 제 주제도 파악하지 못하고 덤비는구나. 어디서 굴러온 놈이 감히 날 막아보겠다고 설쳐대?”

방금도 개미가 불쑥 튀어나오더니 또 다른 개미가 튀어나오자 역천신은 가슴속의 분노가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진서훈의 표정이 달라졌다.

눈앞에 나타난 사람은 어리숙해 보이는 청년이었기 때문이었다.

“서준아, 너 미쳤어?”

자기 손자를 본 진서훈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진서훈은 죽어도 상관없지만 진서준은 절대 죽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조금 전의 칠급 대종사와는 다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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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성광의 머릿속은 온통 의문투성이였다.방금 한 바퀴 둘러봤지만 이곳에 대단한 인물이 있을 만한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사람들이 이곳의 진짜 대단한 인물이 누구인지 추측하는 가운데, 소정태는 이미 진서준 앞까지 걸어가고 있었다.“진 교관님! 저희 설표 특전대 전원이 특별히 교관님을 맞이하러 왔습니다.”정확하고 위엄 있는 군례를 본 사람들은 충격에 눈이 휘둥그레졌다.특히 조금 전 비즈니스석에 있던 몇몇 승객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진서준을 바라봤다.이 청년이 이렇게 엄청난 배경을 숨기고 있었다니, 도저히 상상도 못 한 일이었다.얼마나 대단한 신분이면 특전대 대원들이 직접 나와 맞이하는 거지?“진 교관님, 환영합니다!”“진 교관님, 환영합니다!”공항에 있던 설표 특전대의 백여 명 전사들도 전부 경례하며 존경 어린 눈빛으로 진서준을 바라봤다.“수고했어요. 근데 다음엔 이렇게 거창하게 하지 않아도 돼요. 사실 이럴 필요 없거든요.”진서준이 평온한 어조로 말하자 소정태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 다음엔 절대 그러지 않겠습니다.”사실 소정태도 진서준에게 최대한의 예의를 표하고 싶었을 뿐이었다.그 후,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진서준은 설표 특전대와 함께 공항을 떠났다.“맙소사, 방금 저 청년이 특전대 고위 인물이었다니, 정말 소름 돋는 일이야.”“저 청년이 이렇게 대단한 사람일 줄은 상상도 못 했어.”“쯧쯧, 역시 대단한 사람일수록 더 겸손한 태도를 보이는 법이지. 어떤 사람처럼 쥐꼬리만 한 명성을 얻었다고 온 세상에 자랑하려 드는 이들과는 다르게 말이야.”누군가 주성광을 빗대어 냉랭하게 말했다.주성광의 얼굴은 파랗게 질렸고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꾹 참고 있었다.“저기, 아가씨, 우리 어디로...”주성광이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방금까지 자기에게 붙어있던 그 성형 미인은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아, 갑자기 생각난 일이 있어요.”“젠장. 이게 뭔 망신이야!”주성광은 속으로 울부짖었다.이 자그마한 소동은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12화

    “이게 네가 계급을 뛰어넘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는 걸 몰라? 파레 패션에 들어가서 모델이 되기만 하면 전 세계 부자를 만날 수 있어.”그렇게 말하면서 여자는 부러움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부자와 인맥을 쌓고 싶고 누워서 돈 벌고 싶어 할 것이다“관심 없어.”허윤진은 냉랭하게 네 글자로 답하고는 바로 눈을 감고 휴식을 취했다.“안목도 없고, 기회를 잡을 줄도 모르니 당연히 가난하게 사는 거지.”여자는 허윤진을 매섭게 노려보며 비아냥거렸다.그러더니 표정을 싹 바꾸며 아부가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주 디자이너, 저라면 가능할까요?”주성광은 그 여자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외모는 허윤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컸고 얼굴은 성형 티가 팍팍 났지만 몸매는 그나마 볼만했다.'어쩔 수 없지, 차선책으로 가자.'“물론 가능하죠.”주성광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정말요? 제가 진짜 파레 패션에 들어갈 수 있는 거예요?”여자는 감격에 겨워 눈물을 글썽였다.“제가 아가씨를 속일 필요가 있을까요?”주성광은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되물었다.“조금만 사고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이게 사기라는 걸 눈치챌 거야.”진서준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한낱 디자이너가 무슨 권한으로 회사에 사람을 들일 수 있겠어?”주성광의 얼굴이 굳어졌다.그는 진서준의 말대로 확실히 그런 권한이 없었다.사실 아까 찝쩍댄 것도 허윤진의 얼굴과 몸매에 반해서였을 뿐이다.“닥쳐. 네가 뭘 안다고 떠드는데? 디자이너는 패션 회사에서 얼마나 높은 지위에 있는지 몰라? 디자이너 심기를 건드려 패션을 설계하지 않으면 회사가 망하는 건 시간문제야!”여자는 냉랭하게 웃으며 진서준을 비웃었다.그 말을 들은 진서준은 이 여자의 머릿속이 얼마나 단순한지 바로 알 수 있었다.진서준은 더 이상 대화에 끼어들지 않았다. 굳이 이렇게 미련한 사람과 말을 섞이고 싶지 않았다.진서준이 침묵을 지키자 여자는 자기가 반박하자 할 말을 잃었다고 생각하며 더욱 의기양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11화

    설표 특전대와 가장 가까운 도시에 있는 공항은 군인들로 완전히 포위되어 있었다.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 검은색 군용 허머가 도로 옆에 줄지어 서 있었다.허머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표정은 심각하기 그지없었다.자세히 보면 그 사람들이 바로 설표 특전대 백여 명의 장병이란 걸 확인할 수 있었다.어젯밤 먹고 마시며 한껏 즐기던 모습과는 완전히 딴판이었고 각자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가 너무나도 무시무시했다.다들 그저 앉아 있기만 해도 사람을 숨 막히게 하는 압박감이 전해졌다.“교관님이 30분 후에 도착하신다. 전원 하차! 주변을 경계하고 불법침입자는 절대 허용하지 마라.”그 지시가 떨어지자 홍수가 터지듯 장병 백 명이 한순간 흩어져 모든 교통 요지를 지켰다.소정태는 군복을 정리하고 엄숙한 표정을 유지한 채 공항 홀 입구로 향했다.수천 명이 드나드는 공항이지만 지금은 고요함만이 감돌아 침 떨어지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였다.한편, 진서준 일행이 탑승한 비행기 안.진서준 일행 네 명은 조용히 가기 위해 비즈니스석을 예약했다.하지만 원치 않는 일은 늘 찾아오기 마련이다.허윤진 옆자리 쪽에 말쑥한 정장 차림에 롤렉스 시계를 찬 채 자리에 앉아 있는 남자가 있었다.이 남자는 누가 봐도 성공한 사람처럼 보였다.남자는 비행기에 탑승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줄곧 허윤진을 쳐다보고 있었다.비행 도착까지 약 30분만 남았는데 이대로라면 두 사람 사이의 인연도 여기서 끝날 터였다.결국 정장남은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허윤진 쪽으로 다가갔다.“아가씨, 안녕하세요.”갑작스러운 인사에 졸음을 참던 허윤진이 고개를 들었다.“무슨 일이죠?”허윤진은 살짝 짜증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저는 성이 주라고 합니다. 파레 패션 소속 디자이너인데 아가씨 기품을 보고 우리 회사에서 모델로 활동해 보시는 게 어떨까 해서요. 연봉은 이 정도로 시작합니다.”정장남은 손가락 다섯 개를 펼쳐 보였다.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 있던 젊은 여성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어머나, 혹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10화

    “설표 특전대를 네 손에서 무너뜨리는 게 네 진짜 목적이야?”고인권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소정태와 따졌다.소정태는 화내지 않고 미소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고인권, 이제 이틀 후면 대회가 시작돼. 우리 대원들에게 마지막으로 편하게 좀 쉬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지금 쉬는 게 좋다고? 설표 특전대가 나중에 또 마지막 자리를 차지할 때, 그때 네가 여전히 이 자리에 남아있을지 두고 보자!”고인권은 떠나기 전에 한 번 더 소정태를 돌아보며 말했다.“소정태! 너 정말 실망이야!”이상아도 고인권과 마찬가지 입장이었다.“소정태, 같은 문하 형제로서 네가 이렇게 타락할 줄은 몰랐어.”두 사람이 떠난 후, 소정태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그는 창밖을 바라보며 완전히 다른 두 세계의 사람들을 보았다.“지금의 설표 특전대는 이미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했어. 두고 봐, 대회 당일, 너희는 너무 놀라 할 말을 잃을 거야.”흑기린 기지로 돌아오자 부사령관이 고인권에게 다가왔다.“고 사령관님, 설표 특전대 사람들은 미친 겁니까? 이런 비상시기에 놀기만 한다니, 설표 특전대가 어차피 마지막 자리를 차지할 걸 예상하고 자포자기하는 걸까요?”고인권은 심기가 불편한 굳은 얼굴로 지시를 내렸다.“내 명령을 전해. 대회 당일 우리 흑기린은 전부 설표 특전대를 공격해. 그 누구도 자비를 베풀지 마!”부사령관이 우려의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고 사령관님, 이건 너무 지나친 게 아닙니까? 우리는 필경 같은 특전대잖아요.”“괜찮아, 설표 특전대에 따끔한 교훈을 줘야 해. 어차피 내년부터 설표 특전대라는 부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거야.”고인권의 태도는 단호했다.“정말 설표 특전대를 폐지하려는 걸까요?”“원래 상부에 간청하려고 했지만 지금 저 녀석들이 자포자기한 모습을 보니 더 이상 필요 없을 것 같아. 차라리 이 기회에 폐지하고 우리 8대 특전대 명예를 지키는 편이 훨씬 낫겠어.”고인권은 분노에 가득 찬 채 거침없이 비난했다.부사령관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09화

    “우리 총사령관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시도해 보려고 하십니다. 총사령관의 목표는 항상 전신전에 들어가는 거였거든요.”박준명이 설명했다.“그래? 전신전은 사람을 받을 때 나이 제한이 없어?”진서준은 소정태의 목표를 듣고 놀랐다.보통 들어가기 어려운 조직은 나이 제한이 엄격하기 마련이었다.예를 들어, 신농이 제자를 받을 때 그 사람은 천부와 실력도 뛰어나야 했지만 나이도 중요한 요소로 고려된다.나이가 아무리 많아도 마흔을 넘으면 신농에 들어갈 수 없었다.“전신전은 나이 제한이 없습니다. 시험을 통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들어갈 수 있습니다.”고소연이 옆에서 함께 설명했다.“지금 소 사령관은 대종사가 되었어?”진서준이 궁금한 걸 물었다.“네, 대종사로 승급했지만 무도와 군대는 조금 다릅니다. 대종사가 된다고 해서 바로 전신전에 들어갈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전신전 내부에는 대종사가 아닌 사람이 3분의 2나 됩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은 군대 내부 무기를 다루는 능력이 거의 사람과 기계가 하나 되는 경지에 이르렀습니다.”박준명은 진심으로 부러워하며 말했다.이렇게 높은 수준에 도달하려면 튼튼한 신체도 있어야 했고 타고난 천부도 매우 중요했다.성공은 70%의 천부, 20%의 운, 그리고 10%의 노력이 결정하게 된다.노력만 한다고 모두 성공하는 건 아니었다. 사람마다 천부가 달랐기 때문이다.노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사실 그 말을 듣는 사람이 잘못된 길로 가도록 유도하려는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었다.음식이 금방 나왔고 진서준 일행은 술잔을 나누며 식사를 즐겼다.배가 부른 후, 그들은 집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했다.한편,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설표 특전대 기지는 이때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반 달 넘게 긴장한 상태로 대회 준비를 하던 설표 특전대 대원들은 지금 이 순간 엄격한 훈련을 받지 않고 오히려 연회를 즐기고 있었다.이건 소정태가 내린 명령이었다.8대 특전대 대회 전, 대원들에게 긴장을 늦추고 푹 쉬게 하라는 명령이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08화

    교관이 이상하리만큼 강한 건 이유가 있었다. 진서준은 진씨 가문 출신 천재였다.두 사람은 바로 진서준이 대단한 실력을 갖춘 원인을 속으로 추리해 냈다.대한민국의 4대 가문 중 하나인 진씨 가문의 배경은 일반 사람이 상상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진서준이 이런 신분을 갖췄다면 뛰어난 실력은 너무 당연한 일이었다.“그게 맞든 아니든, 너와 무슨 상관인데?”진서준이 되물었다.“이번엔 내가 패배를 인정할게. 근데 이제 다른 기회 잡히면 절대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행크는 진서준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으름장을 놓고는 바로 돌아서 호텔을 떠났다.“뭐야, 어디 가? 여기 남아 밥 먹어. 난 너처럼 인색해서 한 끼 밥도 못 먹게 하진 않아.”진서준이 빙그레 웃으며 살살 도발했다.행크는 아무 말도 없었지만 마음속 감정을 숨기지 않고 얼굴에 그대로 드러냈다.지금의 행크는 분노 외에는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샛터 왕자라는 엄청난 자부심과 신분을 갖춘 사람이 대한민국의 한낱 평범한 천민에게 두 번이나 굴욕을 당하다니, 이 원한을 갚지 않으면 행크는 마음 편하게 잘 수 없을 것 같았다.“사장님, 이쪽으로 오세요. 식사는 꼭대기 층에서 준비했습니다. 오늘 밤, 꼭대기 층은 다른 손님을 받지 않고 오로지 사장님만을 위해 서비스를 제공할 겁니다.”매니저는 행크가 떠난 후 바로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아부하기 시작했다.진서준은 매니저를 흘끗 쳐다보며 물었다.“꼭대기 층은 날 위해 준비한 거야, 아니면 저 왕자를 위해 준비한 거야?”매니저는 진서준이 숨겨진 사실을 알아차리자 순간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당연히 사장님을 위해 준비한 겁니다...”“알았어, 쓸데없는 얘기는 그만하고 그냥 우리에게 아무 방이나 찾아줘. 그리고 너희 대표 메뉴를 다 가져와.”진서준이 정색하며 말했다.진서준은 쓸데없는 사치와 낭비를 좋아하지 않았다.꼭대기 층 전체를 진서준만을 위해 비우게 하면 그만큼 돈을 벌 수 없게 될 것이다.세계적인 갑부 소하비를 만나고 나서야 진서준은 자기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07화

    “사... 사장님!”순식간에 호텔 매니저는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매니저는 눈앞의 청년이 진짜 자기 사장을 아는 사람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앞으로 이 호텔은 네 눈앞 청년 진서준의 것이야. 내일 여기 돌아와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실하게 설명해.”진광의 목소리는 차갑고 단호했다.진광은 진서준이 이유 없이 이 5성급 호텔을 원할 리 없다고 확신했다.분명 호텔 쪽에서 진서준을 화나게 할 일을 저질렀을 것이다.진씨 가문은 부유하지만 정작 진광 자신은 그렇게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다.부유하지 않은 진광이 이 5성급 호텔을 그냥 내어주는 건 너무 가슴 아픈 일이었다.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이 호텔을 내어주는 사람이 바로 자기와 관계가 썩 좋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이다.만약 진서준이 진광의 절친이었다면 이렇게까지 가슴이 아프지 않았을 것이다.“알, 알겠습니다...”호텔 매니저는 침울하고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지금 이 순간 매니저는 진광이 자기에게 살길을 남겨주기를 간절히 바랐다.“그럼 아직도 날 쫓아낼 거야?”진서준은 전화를 끊고 차갑게 따졌다.“아, 아니, 아닙니다! 이 호텔은 이제 사장님 호텔입니다. 제가 어떻게 감히 사장님을 쫓아내겠습니까?”이마에 식은땀이 가득한 매니저는 즉시 실실 웃으며 말했다.“날 쫓아내지 않겠다면 누가 네게 그 명령을 내렸는지 얼른 말해봐.”진서준의 질문에 매니저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그, 그건...”진서준은 건드릴 수 없는 사람이었다.하지만 행크 왕자 역시 건드릴 수 없는 사람이었다.“난 진광이 호텔을 내게 양도할 수 있게 할 수도 있고 널 아무런 흔적도 없이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만들 수도 있어.”진서준은 차가운 어조로 일부러 위협하듯 말했다.“알겠습니다. 아까 그 명령을 내린 건 샛터의 행크 왕자입니다.”매니저는 손가락으로 멀리서 지켜보는 행크를 가리켰다.그 말을 들은 진서준은 쌀쌀하게 웃으며 행크 쪽 방향을 바라봤다.두 사람은 서로 멀리서 시선을 교환했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06화

    허씨 가문은 서울에서 정말 영향력 있는 가문이지만 경성 진씨 가문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매니저는 몇 초 동안 멍하니 서 있다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아, 허성태 갑부라고요? 당신이 갑부 딸이었네요. 근데 아쉽게도 오늘 우리 호텔은 만실이라 네 분은 나가셔야겠습니다.”매니저는 새로운 이유를 들었지만 여전히 그들을 내쫓으려는 태도였다.“너무 억지로 괴롭히는 거 아니야?”허윤진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단지 너희가 건드리면 안 될 사람을 건드렸기 때문이야.”매니저는 속으로 가만히 생각했다.그때, 진서준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이 호텔이 경성 진씨 가문 소유라고 들었는데, 그게 사실이야?”“맞아요.”매니저는 자랑스럽게 대답했다.“이 호텔은 우리 진광 도련님이 개업한 곳입니다. 진광 도련님은 진씨 가문 직계 후손이고요.”매니저가 시원하게 인정하자 구경꾼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이 네 사람, 진짜 큰일 났네.”모두가 진서준 일행이 쫓겨날 거라고 여겼고 고소연과 박준명도 얼굴이 굳어졌다.경성 진씨 가문은 말 그대로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명문대가였다.부사령관인 두 사람은 물론, 소정태 같은 사령관조차 진씨 가문과 대립할 수 없었다.이건 정말 답답한 상황이었지만 두 사람은 참을 수밖에 없었다.“거 참 공교롭네. 난 너희 진씨 가문 사람을 알거든.”진서준은 대수롭지 않게 씩 웃으며 말했다.“네? 진씨 가문 사람을 안다고요?”매니저는 진서준의 말이 무척이나 의심스러웠다.“오늘 우리 사장님이 몸소 이곳에 오지 않는 한...”매니저의 말은 점점 더 노골적으로 변했다.진서준이 건드린 사람은 거의 이 호텔 사장과 같은 등급의 인물이었다.“사장님이라고?”진서준은 웃으며 휴대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웬일이야? 난 네가 이 늙다리를 잊어먹었나 했어.”전화 속에서 한 노인의 시원시원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요 며칠은 너무 바빴어요. 이제 제가 경성에 가면 꼭 할아버지께 직접 사과드릴게요.”진서준은 무척이나 미안해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05화

    문을 열고 장사를 하는 장사꾼은 보통 가게에서 손님을 쫓아내지 않았다.손님이 호텔에서 너무 지나친 행동을 했거나 호텔의 지배자와 손님 사이에 큰 갈등이 있었을 때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었다.진서준을 포함한 네 사람은 오늘 이 호텔에 처음 방문했다.호텔 매니저가 그들을 쫓아내려고 하자 진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왜 나가야 하죠?”“이유는 간단합니다. 여러분의 존재는 우리 호텔의 품격을 떨어뜨리기 때문입니다.”매니저는 전혀 미안해하지 않고 오히려 당당하게 말했다.“우리는 5성급 호텔이고 얼마 전에 개업한 새로운 호텔입니다. 여기 오는 사람은 전부 이 지역의 유명 인사입니다. 제가 못된 말을 하는 것 같지만 여긴 여러분이 올 만큼의 소비 수준이 아닙니다. 여러분이 입은 그 옷만 봐도 여러분 수준을 알 수 있겠군요.”매니저의 말에 다혈질인 박준명의 화가 폭발했다.“뭐라고? 그 입 다 찢어버릴까?”본인이 비웃음당하는 건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존경하는 진 교관을 비하하는 건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고소연 역시 얼굴이 굳어지고 매니저를 차가운 눈빛으로 노려봤다.“우리가 누군지 알아?”설표 특전대는 비록 8대 특전대 중에서 실력이 가장 약한 특전대였지만 일반인이 갈망하고 존경하는 존재였다.게다가 돈과 권력을 거머쥔 유명 인사들은 더욱 특전대와 친밀한 관계를 맺으려고 했다.게다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소장 신분까지 갖춘 진서준에게 자격이 없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나야 당연히 모르죠. 궁금하지도 않으니까 지금 당장 나가 주세요.”매니저는 더욱 차갑게 입을 열었다.매니저의 단호한 태도에 허윤진 일행은 단단히 화가 났다.나가는 건 별거 아니지만 체면을 잃는 건 참을 수 없는 치욕이었다.매니저가 목소리를 높인 덕에 주변 사람들이 슬슬 그들을 주목하기 시작했다.“이게 무슨 일이지? 매니저가 저 사람들을 쫓아내려고 하는 건가?”“저 네 사람이 도대체 총매니저한테 뭐라고 했길래 저렇게 된 거야?”“이 호텔은 경성 진씨 가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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