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가 되면, 신농은 전력을 다해 널 잡으려 들 거야.”진서훈이 무거운 말투로 말했다.진서준이 죽인 건 비록 중상을 입은 지선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진서준의 실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충분히 보여줄 수 있었다.이 일은 너무 충격적인 일이기에 절대로 외부로 새어 나가서는 안 됐다.일단 외부에 퍼진다면 진서준은 평생을 쫓기며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알겠습니다.”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들였다.“그래서 우리 네 늙다리가 염치없게도 네 공을 빌려다 쓰려고 해.”진서훈은 미안한 얼굴로 조심스럽게 말했다.“할아버지, 제 안전을 위해 그러시는 거라는 걸 잘 압니다.”진서준은 담담히 받아들이며 미소를 지었다.“게다가 저는 명예에 연연하는 사람이 아니잖아요. 그리고 사실 할아버지들 네 분이 먼저 역천신에게 치명상을 입히지 않으셨다면 제가 어떻게 역천신을 처치할 수 있었겠습니까?”진서준의 말은 사실이었다.역천신이 중상을 입지 않았다면 진서준이 천용 반지의 힘을 빌린다고 해도 목숨을 부지할 수 없었을 것이다.진서준과 지선 사이의 격차는 단순한 재능이나 선법으로 메울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어젯밤 역천신과의 전투를 통해 진서준도 한 가지 확신을 얻었다.바로 이른바 지선이라는 인물은 전부 장청결에서 언급된 금단 수사라는 점이다.다만 이들은 진정한 선법을 익힌 수사와 비교하면 그 실력이 엄청나게 부족해 그저 가짜 금단 수사에 불과했다.“그럼 다행이야. 내가 사람을 잘못 보지 않았구나.”진서훈은 자기 턱수염을 만지며 흐뭇하게 웃었다.“좋아, 여기서 좀 더 쉬어. 난 이만 가볼게.”“잠깐만요, 할아버지. 혹시 휴대폰 좀 구해 주실 수 있을까요?”진서준은 집에서 자기를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을 허사연과 허윤진 자매를 잊은 적이 없었다.하룻밤 동안 연락 없이 사라진 자기 때문에 허사연 자매가 분명 걱정했을 것이다.혹여 허사연 자매가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이라도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최악의 상황이었다.“알겠어. 잠시만 기다려.”진서훈은 병실에서
“우리가 도와줄게.”허사연은 진서준을 화장실에 데려가는 일이 누워서 떡 먹기처럼 간단한 일인 듯 가벼운 말투로 말했다.“그건... 좀 불편하지 않을까?”진서준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성인 남자가 화장실에 가는데 두 여자가 도와준다는 게 너무 창피한 일인 것 같았다.이게 소문이라도 나면 앞으로 얼굴 들고 다니기 힘들 것 같았다.“뭐가 어때서? 난 네 여자친구잖아. 네가 지금 혼자 화장실도 못 가는데 내가 못 도와줄 이유가 있나?”허사연은 태연하게 말했다.“그럼 너 혼자 도와주면 돼. 윤진은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진서준이 허윤진의 호의를 거절했다.진서준과 허사연은 이미 특별한 관계를 맺었기 때문에 허사연 앞에서는 굳이 숨길 필요가 없었다.하지만 허윤진은 달랐다. 허윤진은 허사연의 여동생일 뿐, 진서준과 특별한 관계는 아니었다.“진서준, 혹시 날 싫어하는 거야?”허윤진은 눈을 부릅뜨며 진서준을 노려봤다.“아니야, 내가 왜 싫겠어? 그냥 이건 네가 돕기엔 좀 부적절하잖아.”진서준이 급히 해명했다.“넌 남자잖아, 뭐 그런 걸 갖고 쑥스러워해?”허사연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근데 윤진까지 따라오면 좀 그렇긴 하네. 윤진아, 넌 여기서 기다려.”허윤진은 입술을 삐죽이며 마지못해 소파에 앉았다.“가자.”허사연은 진서준을 부축해 천천히 화장실로 데려가 문을 잠갔다.“왜 문까지 잠그는 거야?”문을 잠그는 소리를 들은 허윤진은 얼굴이 굳었다.단순히 화장실 가는 건데 굳이 문까지 잠글 필요가 있나?혹시... 화장실에서 뭔가 하려는 건 아닌지 허윤진은 의심이 들었다.허윤진은 이런 부부 사이의 일을 경험해 본 적은 없지만 어느 정도 상상은 할 수 있었다.순식간에 허윤진의 얼굴은 새빨갛게 물들었고 잠잠하던 심장이 쿵쾅쿵쾅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허윤진은 심호흡을 하고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몰래 화장실 문 앞으로 갔다.그러고는 귀를 문에 대고 안쪽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몰래 듣기 시작했다.그 순간, 허윤진의 얼굴은 잘 익은
“응... 그래...”허윤진은 어딘가 집중하지 못한 모습이었다.허윤진의 눈길은 자꾸만 어떤 특정한 곳으로 향했다.진서준은 허윤진의 시선이 몹시 불편했다.‘설마 이 아이가 방금 뭔가 들은 건 아니겠지?'방에 진서준과 허윤진만 남자 분위기가 더 어색하고 묘해졌다.진서준은 숨 막히는 분위기를 참지 못하고 먼저 입을 열었다.“윤진아, 며칠 동안 할 일이 별로 없는데 이제 우리 셋이 해변 구경하러 가자.”“응... 좋아.”허윤진은 대화에 집중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너 왜 그래? 뭔가 마음이 딴 데로 가 있는 것 같은데.”진서준이 질문에 허윤진은 얼굴이 빨개진 채 대답했다.“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앞으로 내가 있을 때 언니랑 좀 자제해줄래?”진서준은 그 말에 얼굴이 화끈해졌다.아무래도 화장실 안의 소리가 밖에 들렸던 것 같았다.“저기... 나 목이 좀 말라, 물 좀 떠줄래?”이 화제를 멈춰야겠다는 생각이 든 진서준은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더 이상 얘기했다가는 앞으로 처제 얼굴을 제대로 볼 자신이 없었다.허윤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물을 떠 왔다.“조금 뜨거운데, 내가 불어서 식혀줄게.”허윤진은 물컵을 들고 침대 옆으로 왔다.“아냐, 내가 알아서 할게.”진서준은 서둘러 손을 뻗어 물컵을 받으려 했다.“내가 해줄게...”허윤진과 진서준이 물컵을 두고 실랑이를 벌이던 중, 그만 뜨거운 물이 허윤진의 가슴 쪽으로 쏟아졌다.“아야!”뜨거운 물이 닿자 허윤진은 놀라서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윤진아, 괜찮아?”진서준은 깜짝 놀라며 물었다.“괜찮아, 괜찮아...”허윤진은 서둘러 젖은 겉옷을 벗어 던졌다.하지만 물이 너무 많이 쏟아진 탓에 겉옷뿐만 아니라 안쪽의 하얀 셔츠에도 물 자국이 생겼다.“여기 드라이기가 있어. 드라이기로 말리는 게 어때?”진서준이 서둘러 물었다.진서준이 머무는 곳은 고급 병실로 무려 17평 정도 크기였다.최첨단 의료 장비만 없다면 누가 봐도 이곳은 고급 스위트룸처럼 보였을 것이다.허윤진은 고개
허사연의 장난기 어린 시선을 보자 허윤진은 언니가 전혀 이해하지 못했음을 직감했다.언니는 자기를 완전히 오해하고 있었다.허윤진과 진서준 사이는 아무런 특별한 것도 없이 깔끔했다.넘지 말아야 할 선을 허윤진은 단 한 번도 넘은 적이 없었다.지난번 온천 사건도 그저 우연일 뿐이었다.허사연은 흥미로운 미소를 띤 채 아침 식사를 들고 진서준 쪽으로 걸어갔다.“아까 어땠어? 기분 좋았어?”허사연은 침대 가장자리에 앉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뭐가 좋았다는 거야?”진서준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모르는 척은. 윤진이 셔츠를 빨러 갔던데 너희 둘이 아까 화장실에서 뭐 했던 거 아니야?”허사연의 눈에서 야릇한 빛이 반짝였다.진서준은 그 말에 피를 토할 뻔했다.“그게 아니야. 내가 목이 말라서 윤진에게 물을 부탁했는데, 그 애가 가져오다가 실수로 자기 몸에 쏟은 거야.”진서준은 급히 해명했다.만약 무슨 일을 정말로 저질렀다면 허사연의 말을 반박하지 않았겠지만 문제는 정말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이었다.“윤진은 지금 마스터 급인데 그런 애가 물 한 잔도 제대로 들지 못할 것 같아?”허사연은 진서준을 째려보며 말했다.“거짓말을 하더라도 좀 더 그럴듯한 이유를 대야지?”“정말 거짓말이 아니야...”진서준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됐어, 나도 내 친동생한테 질투하진 않을 거니까.”허사연은 두유와 삶은 달걀을 꺼내며 말했다.“단백질 보충 좀 해. 아까 그렇게 많이 소모했잖아.”허사연의 말이 점점 더 이상해지자 진서준은 황급히 외쳤다.“그만, 그만하라고!”“푸흡...”허사연은 그 모습에 웃음을 터뜨렸다.“넌 왜 자꾸 날 여자 변태로 만드는 거야?”진서준은 속으로 투덜댔다.‘그게 사실이 아니라고 할 수 있나?'물론 이 말을 입 밖에 내진 않았다.만약 말했다간 한 달 동안 허사연과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게 뻔할 것이다....대한민국에서는 해가 막 떠오른 시간이었지만 서반구에 있는 초아국에서는 밝은 달이 하늘을 비추고 있었다.깊은
매부리코 노인은 담담히 말했다.“아닙니다, 그런 뜻은 전혀 없습니다...”사람들은 급히 고개를 숙였다.매부리코 노인은 방금 앞으로 나섰던 중년 남자를 바라보며 말했다.“네가 교회로 가서 내가 주교들과 대화하고 싶다고 전해. 대한민국 무도계를 멸망시키려면 이제 각자 따로 움직일 때가 아니야. 그리고 가는 길에 올림푸스 신전에 들러 약속한 물건을 전해줘. 신전이 대화에 응할 뜻이 있다면 신왕 한 명을 보내라고 해.”“알겠습니다.”중년 남자는 고개를 끄덕인 후 망설이다가 다시 물었다.“천신님, 혈수 쪽에는 따로 지시하실 게 있습니까?”혈수라는 단어가 나오자 매부리코 노인의 눈에 날카로운 빛이 스쳤다.“그 쓸모없는 것들과 대화할 필요 없어. 교회와 협상이 끝나면 혈수 놈들부터 먼저 무너뜨릴 거야.”혈수를 제거하라는 말에 모인 사람들의 눈에는 전투 의지가 번뜩였다.교회와 비교하면 혈수의 전력은 훨씬 약했다.교회와 멸용 조직이 손을 잡으면 혈수를 단 하루 만에 소탕할 수 있을 것이다.그것도 멸용 조직이 이미 엄청난 피해를 본 상황에서 말이다.이번 대한민국 무도계 공격으로 멸용 조직도 막대한 손실을 보았다.이 저택에 모인 열 명 남짓한 사람들이 멸용 조직의 남은 소수 정예였다.만약 이들이 또 죽는다, 멸용 조직은 지선 두 명만 남게 될 것이다....대한민국과 북조의 국경 지대, 눈이 소복이 쌓인 설산.피투성이가 된 두 남자가 북조 국경 안쪽으로 빠르게 도망치고 있었다.“빌어먹을, 호국장군이 왜 여기 나타난 거야?”박시윤은 두려움과 분노로 가득 찬 눈빛을 하고 있었다.박시윤과 함께 장라산을 통해 대한민국으로 들어왔던 남조의 고수들과 몇몇 멸용 조직의 강자들이 모두 대한민국 땅에서 죽었다.사실 박시윤은 대한민국 무도계를 피로 물들일 계획이었다.하지만 장라산에서 호국장군과 검존 조기강을 마주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당시 그곳에는 이 두 사람뿐이었다.하지만 그 두 사람만으로도 박시윤 일행을 산산이 부수기에 충분했다.박시윤과
대한민국에는 총 여덟 개의 특수 부대가 있다.각 부대는 대략 100명으로 구성되어 있고 모두 군대 내에서 가장 뛰어난 정예들이었다.심지어 다들 각 전구의 병왕이라 불리는 최강자이기도 했다.그래서 이 여덟 개 특수 부대는 병왕 집합소로도 불리기도 했다.이 여덟 부대는 대한민국 수많은 군인의 꿈이고 목표였다.군에 입대한 모든 군인의 궁극적인 목표는 이 여덟 개 특수 부대에 들어가는 것이다.이 부대에 들어가기만 하면 신분, 지위, 그리고 군인으로서의 앞날이 눈부시게 밝아지게 된다.심지어 명문대가에서도 8대 특전대 출신이라는 신분은 특별한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했다.비록 호국사나 무도 종사와는 비교할 수 없지만 충분히 대단한 존재들이었다.대한민국에는 수많은 가문이 있지만 종사를 초빙할 수 있는 가문은 극히 드물었다.대다수 가문은 특수 부대에서 은퇴한 병왕을 초빙하는 게 일반적이었다.진서훈이 말한 설표 특전대는 바로 이 8대 특전대 중 하나였다.“네 말이 맞아. 설표 특전대는 대한민국 8대 특전대 중 하나야. 그곳의 현재 사령관이 한때 우리 국안부에 있었던 적이 있어.”진서훈은 설명을 덧붙였다.“곧 8대 특전대 사이의 실력 대회가 열리는데 설표 특전대 젊은 대원들의 실력이 걱정된다고 하더군. 그래서 사령관이 날 찾아왔어. 상황을 전해 들은 난 바로 널 추천했어. 설표 특전대에서 교관을 맡으면서 여론의 주목을 벗어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그래.”설표 특전대에 교관으로 간다니, 진서준은 이 제안을 듣고 순간 멍해졌다.“할아버지, 제가 못 가겠다는 건 아니지만 지금은 서라의 해독제를 찾아야 합니다. 우리 서라 체내 독을 치료하지 않으면...”진서준은 다소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지금은 시간이 너무나 촉박했다.임시로 진서라 체내의 독을 억제하고 있는 상태에서 독이 폭발하는 날이 온다면 창욱 어르신이 아니고서는 진서준도 치료할 방법이 없었다.“네 상황을 잘 알아. 근데 이번 일이 네 시간을 많이 뺏지 않을 거야. 게다가 동북 지역은 최상급 약재
그 후로도 허성태는 두 아이를 데리고 몇 번 본가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하지만 허사연과 허윤진은 동북의 고향이 여전히 낯설었다.“설표 특전대 사람들이 이미 와 있어. 먼저 나와 함께 만나러 가자.”진서훈이 세 사람을 재촉했다.“좋아요, 저도 마침 퇴원하려던 참입니다.”이후, 진서준은 진서훈을 따라 전에 묵었던 호텔로 향했다.호텔 로비에는 위장복을 입은 남녀 한 쌍이 앉아 있었다.박준명은 체격이 크고 건장하여 한 그루의 소나무 같았다.고소연은 당당하고 깔끔한 모습으로 남자들조차 그녀 앞에서는 기가 죽을 정도였다.“진 어르신!”진서훈이 돌아오자 두 사람은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예를 갖췄다.진서훈의 정체에 대해 두 사람은 제대로 알지 못했지만 출발 전 두 사람의 사령관은 그들에게 진서훈을 만나거든 신을 대하듯 공손하게 대하라고 지시한 적이 있었다.그래서 두 사람은 진서훈을 경외심이 가득한 마음으로 공손하게 모셨다.전에 진서훈이 교관을 만나러 간다고 했을 때, 두 사람은 진서훈을 따라가고 싶어 했지만 진서훈은 이를 거절했다.진서준이 교관 제안을 거부할 경우 불편한 상황이 생길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진 어르신, 소개해 주실 교관님은 어디 계시죠?”두 사람은 진서훈 뒤쪽을 살폈지만 보이는 건 젊은 남성 한 명과 여성 두 명뿐이었다.그중 한 명은 왜소한 체구였고 나머지 두 명은 여성이다 보니 셋 다 교관으로는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바로 이 사람이 내가 너희에게 소개할 교관이야. 이름은 진서준이라고 해.”진서훈이 정식으로 진서준을 두 사람에게 소개했다.“네?”두 사람은 즉시 얼어붙었고 믿기 힘든 표정을 지었다.자신들보다도 어려 보이는 사람이 설표 특전대의 교관으로 온다니, 이건 별로 웃기지 않는 농담인 것 같았다.“진 어르신, 농담하시는 건 아니죠?”박준명이 정신을 차리고 급히 물었다.“당연히 농담이 아니야. 이 청년은 나이가 어리지만 너희 사령관자조차 그의 상대가 되지 못할 거야.”진서훈은 자신감에 찬 얼굴로 말했다
박준명과 고소연은 진서훈이 자기 후배를 밀어줘 특전대에서 경력을 쌓게 하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았다.이런 일은 군대에서 너무 흔한 일이었다.하지만 이번은 일반적인 상황과는 조금 달랐다.왜냐하면 가는 곳이 바로 대한민국 8대 특전대 중 하나인 설표 특전대였기 때문이다.진서준이 설표 특전대에서 경력을 쌓으려 한다고 해도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었다.사령관이 진서준의 허약해 보이는 모습을 보면 틀림없이 그를 쫓아낼 것이기 때문이었다.현재 설표 특전대는 절박하게도 최상급의 인재가 필요했다.2년마다 대한민국의 8대 특전대는 대규모 경합을 벌였는데 설표 특전대는 이미 3번 연속 꼴찌를 기록했다.이번에도 꼴찌를 기록한다면 대한민국의 특수부대는 7개로 줄어들 가능성이 컸다.그렇게 되면 설표 특전대 인원들은 각 군구로 흩어져 재평가를 받은 후, 다른 7개 부대에 들어가야 할 것이다.이런 상황은 사령관뿐만 아니라 설표 특전대의 병사들에게도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다.그래서 설표 특전대 사령관은 체면을 무릅쓰고 진서훈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 직접 찾았던 것이다.진서준과 허사연 자매는 설표 특전대의 두 부사령관을 따라 성도에 있는 군사 기지로 이동한 후, 그곳에서 군용기를 타고 대한민국 최북단에 위치한 군사 기지로 향했다.4월은 본래 따스한 봄바람이 불고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었다.하지만 대한민국의 최북단은 여전히 얼음과 눈으로 뒤덮여 있었다.진서준과 허사연 자매는 반소매와 얇은 외투만 입고 있었다.비행기에서 내리자 자연스레 뼛속까지 스며드는 찬바람이 불어왔다.하지만 세 사람은 전혀 추위를 느끼지 않는 듯 태연한 자태를 유지했다.박준명과 고소연은 세 사람의 몸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두 사람은 진서준 일행이 추위에 벌벌 떠는 모습을 기대했지만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설마 이 녀석, 진짜 고수인가?’“와, 눈이 이렇게 많이 쌓였어.”허윤진은 눈밭을 보며 신나서 이리저리 뛰어다녔다.서울에서는 한겨울에도 눈이 쌓이는 경우가 극히 드물었다.하지만
“내가 가면 안 돼?”사실 진서준은 거절하려 했었다.르벨은 안개가 짙게 깔린 늪지대 같은 곳이라 진서준조차도 어디에 함정이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웠다.그러니 허사연이 온다면 다칠 가능성이 컸다.하지만 거절하면 허사연이 상처받을 게 뻔했다.“당연히 되지. 지금 위치 보낼게.”진서준은 단호하게 말하며 위치를 보냈다.자기 여자를 지킬 자신도 없으면서 강자들을 상대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자기야, 잘 자.”허사연이 애정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너도 일찍 자.”진서준이 다정하게 답했다.전화를 끊고 나니 진서준의 졸음이 싹 가셨다.진서준은 창가로 다가가 이 화려한 도시를 내려다봤다.“오씨 가문, 안씨 가문, 하씨 가문... 너희가 무슨 꿍꿍이를 꾸미든 난 전부 박살 낼 거야. 이번엔 반드시 나와 아버지의 정체를 밝혀내고 말겠어.”진서준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그렇게 별다른 사건 없이 밤이 지나갔다.다음 날 아침.진서준이 막 눈을 뜨자마자 도지아의 흥분한 외침이 들려왔다.“진서준, 됐어. 나 생겼어!”도지아는 눈 밑이 시커멓게 변해 있었는데 밤새 잠을 자지 않은 게 분명했다.진서준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물었다.“너 아직 처녀 아니었어? 대체 어떻게 임신한 거야?”“미친놈아, 임신은 개뿔, 무슨 헛소리야?”도지아는 얼굴이 빨개지며 진서준을 노려봤다.“그럼 왜 아침부터 난리야?”진서준이 되물었다.보통 사람이라면 이렇게 아침부터 흥분해 날뛰지 않을 것이다.“어제 네가 준 수련법 기억나지? 나 벌써 원기를 형성할 수 있게 됐어.”자기가 대단하다고 여긴 도지아는 자랑스럽게 선언했다.고작 하룻밤 만에 원기를 형성한 건 확실히 대단한 일이었다.“뭐? 그렇게 빠르다고? 너 타고난 천재 맞네?”진서준이 다소 의아한 표정을 보였다.보통 무인은 원기를 익히는 데만 최소 1년이 걸리는데 그것도 매일 꾸준히 수련할 경우에만 발생하는 일이었다.심지어 재능 있는 자들도 한두 달은 족히 걸린다.그런데 도지아는 단 하룻밤에 이 어려
“스위트룸은 따로 갈라져 있으니까 오해하지 마.”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며 도지아가 설명했다.“오해 안 해. 네가 그런 사람 아니라는 거 알아.”진서준이 무심하게 답했다.사실 둘은 황예은의 소개로 알게 되었을 뿐, 알고 지낸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진서준은 본인이 그 정도로 매력적인 남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스위트룸에 들어가자 도지아는 안쪽 방을 골랐다.“네 다리에 바른 연고에 아직 물 닿으면 안 돼. 되도록 샤워는 참아.”진서준이 슬쩍 주의를 줬다.“알았어.”도지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건을 적셔 상반신만 가볍게 닦았다.그리고 거울에 비친 자기 몸매를 보자 진서준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내 몸매가 별론가? 아니면 내 얼굴이 부족한 건가? 예은과 비교하면 차이가 없다고 할 순 없네.’솔직히 외모만 놓고 보면 황예은을 이길 여자는 없었고 심지어 허사연조차도 약간 밀릴 정도였다.10분 후, 도지아는 가운을 입고 방에서 나왔다.진서준도 샤워를 마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상태였다.“아까 얘기했던 거 계속할게. 내공 수련을 하려면 타고난 재능이 엄청 중요해.”진서준이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재능 앞에서는 노력은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만약 네가 타고난 천재라면 빠르게 입문할 거고 아니라면 그냥 시간 낭비야.”감옥에 있을 때, 창욱 어르신이 진서준을 슬쩍 만져보더니 바로 천재라고 단언하며 무조건 제자로 삼겠다고 했었다.지금 돌이켜보면 그 말이 맞긴 했다.진서준이 연마하는 선법을 다른 사람이 똑같이 배운다고 해도 그 사람이 이 속도로 성장하는 건 불가능할 터였다.“알겠어.”도지아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내 재능부터 한번 확인해 줘.”“손 내밀어.”도지아는 조용히 손을 내밀었다.“잠시 후, 내가 너한테 원기 조금 밀어 넣을 거야. 그걸 느낄 수 있다면 넌 무도계에 발을 들일 자격이 있는 거고 못 느끼면 그냥 포기하는 게 나아.”진서준은 그렇게 말하며 도지아의 손목을 잡고 천천히 경락을 따라 원기를
“이게 무슨 천벌 받을 일이야, 기가 막히는구나.”아버지는 가슴을 쥐어뜯으며 한탄했다.“그래도 그렇지. 마약에 손댔다고 해서 어떻게 너를 팔아넘길 생각을 해? 그게 사람이야? 넌 민수 친누나잖아.”이게 바로 도지아 아버지가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었다.마약을 한 건 차라리 괜찮았다.그냥 도민수를 끌고 가서 반년 동안 재활센터에 처박아 두면 된다.하지만 도민수는 마약 때문에 도지아를 팔아넘겼다.이건 이미 인간이 할 짓이 아니라 짐승만도 못한 놈이었다.“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도지아는 부모님을 바라보며 물었다.“경찰에 신고해야지. 이 자식이 저지른 짓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해.”도지아 아버지는 분노로 얼굴이 새빨개졌다.“당신 미쳤어요? 쟤 우리 친아들이라고요. 아들 인생 망칠 일이 있어요?”도지아 어머니는 깜짝 놀라며 황급히 휴대폰을 빼앗았다.“이놈은 더 이상 내 아들이 아니야. 그냥 짐승이야.”도지아 아버지는 분노의 고함을 질렀다.“우리 딸이 이놈 때문에 잘못될 뻔했잖아.”“지아가 없었으면 우리가 납치당했겠어요? 우리가 납치 안 당했으면 민수가 강제로 마약을 했겠어요? 그럼 이후의 일들이 벌어졌겠냐고요?”도지아 어머니는 여전히 아들을 감싸며 말했다.“당신 진짜 노망났어? 그러니까 지아를 그 개자식한테 넘기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도지아 아버지는 아내를 믿을 수 없다는 듯 쳐다봤다.“둘 다 제 자식이에요. 아무튼 경찰 신고는 절대 안 돼요.”도지아 어머니는 도지아에게 애원했다.“지아야, 엄마가 부탁할게. 제발 신고하지 마, 응? 엄마가 약속할게. 다시는 민수가 이런 짓 못 하게 말이야.”솔직히 도지아는 어머니가 이런 반응을 보일 거라고 예상했기에 미리 결론을 내려두었다.“그럼 재활센터로 보내요. 난 집에서 나가서 살 거예요. 민수랑 다시는 마주치지 않을 거예요.”“안 돼, 지아야. 나가야 할 놈은 저 개자식이야. 넌 우리와 함께 있어야 해.”도지아 아버지가 간절하게 설득했다.“아빠, 엄마, 지금까지 키
조호는 동부 구역 귀도파의 두목이었다.그 지위는 노랑머리 청년의 상급 보스와 맞먹었다.그런 조호가 지금 한 청년 앞에서 이렇게 공손하게 행동하고 있었다.이것만 봐도 상대의 정체가 평범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노랑머리 청년은 완전히 얼이 빠졌다.“진서준 씨, 이놈 어떻게 처리할까요?”조호가 고개를 숙이며 공손하게 물었다.“그냥 죽여. 이런 쓰레기는 살아 있어 봤자 사람들에게 해만 끼쳐.”진서준이 무심하게 대답했다.“뭐라고요? 호랑이님, 제발 살려주십시오. 이분도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노랑머리 청년은 그 말을 듣자마자 기겁하며 무릎을 꿇고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하지만 진서준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도지아 쪽으로 걸어갔다.“호랑이님. 저 삼생파 소속입니다. 우리 두목의 체면 봐서라도 한 번만 살려주세요.”노랑머리 청년은 무릎으로 기어가 조호 앞에 매달렸다.“나도 널 살려주고 싶어. 하지만 이건 진서준 씨 명령이야. 따를 수밖에 없어.”조호가 부하들에게 손짓하자 부하 두 명이 즉시 다가왔다.한 명은 검은 두건을 꺼내 노랑머리 청년의 얼굴을 뒤집어씌웠고 다른 한 명은 단단히 밧줄을 감아 그의 목을 조였다.노랑머리 청년은 공중에서 팔다리를 마구 휘저으며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30초 후 완전히 조용해졌다.“네 동생을 어떻게 할 생각이야?”진서준이 질문을 던졌다.“나도 몰라.”도지아는 초점 없는 눈으로 대답했다.친동생이 그깟 마약 한 봉지를 위해서 자기를 배신할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도지아는 이제야 도민수의 눈에 자기가 마약 한 봉지보다도 가치 없는 존재였다는 걸 깨달았다.“이런 일이 없었던 걸로 하고 계속 모르는 척하는 것도 여러 방법의 하나야.”진서준이 제안했다.“하지만 한 번이 있으면 두 번도 있는 법이야.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길 때, 난 아마 이곳에 없을 거야. 그때는 네가 스스로 보호할 줄 알아야 해.”진서준이 솔직하게 말했다.어떤 일이든 한 번 일어나면 두 번도 일어나기 마련이다.도민수는
다음 순간, 도민수의 시선은 흐릿해지고 완전히 환각의 세계로 빠져들었다.“자, 그럼 내가 먼저 할게. 이따가 너희도 실컷 즐겨.”노랑머리 청년은 눈에 불을 켜고 도지아에게 달려들 준비를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요란한 소리와 함께 누군가 별장 대문을 거칠게 걷어찼다.그와 동시에 천장의 전등이 박살 나며 순식간에 실내가 암흑으로 뒤덮였다.그리고 문 쪽에서 서늘한 한기가 흘러들어왔다.“누구야?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감히 여길 쳐들어와? 죽고 싶어?”노랑머리 청년은 분노에 이를 갈았다.딱 한 걸음만 더 가면 이 여자를 즐길 수 있었는데 누군가가 이 좋은 노릇을 방해한 것이다.그때, 별장 대문에서 어떤 남자의 실루엣이 나타났다.어둠 속에서 달빛을 받아 노랑머리 청년 일행은 그의 모습을 똑똑히 확인했다.“야, 너 뭐야? 여긴 네가 끼어들 자리가 아니야. 당장 꺼져.”노랑머리 청년은 버럭 화를 내며 소리쳤다.하지만 진서준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조용히 안으로 걸어왔다.그리고 바닥에 널브러져 환상에 빠진 도민수를 내려다보며 씁쓸하고 실망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도박꾼, 술주정뱅이, 약쟁이... 이 세 부류의 말은 절대 믿어선 안 돼.”진서준이 나지막한 소리로 중얼거렸다.다행히 진서준은 이런 상황을 대비해 도지아에게 위치추적기를 달아두었다.“야, 내 말 들리지 않아? 뭘 멍때리고 있어?”노랑머리 청년은 씩씩거리며 다가오더니 진서준의 뺨을 갈기려 손을 치켜들었다.철썩!따귀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노랑머리 청년의 몸이 팽이처럼 제자리에서 열 바퀴 가까이 빙글빙글 돌았고 진서준이 힘껏 걷어차자 새우처럼 접힌 채 바닥에 처박혔다.“웩!”노랑머리 청년은 쓰러진 채 입을 벌리더니 그 자리에서 어제 먹은 밥까지 모두 토해냈다.“형님, 괜찮으세요?”건달 하나가 달려와 노랑머리 청년을 부축했다.“저 개자식이... 다들 저놈 죽여버려!”노랑머리 청년은 분노에 차 똘마니들에게 명령했다.삼생파 두목인 노랑머리 청년은 정말 오랜만에 누군가에
노랑머리 청년의 말에 도민수는 속에서 분노의 불길이 치솟았다.“너 너무한 거 아니야?”도민수가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너무해? 그게 네가 할 소리야?”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를 비웃으며 코웃음을 쳤다.“고작 마약 좀 얻겠다고 친누나를 바친 건 누구야? 대체 누가 더 개같은 짓을 한 거야?”노랑머리 청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혀를 찼다.“솔직히 말해서 나도 너 같은 쓰레기 동생은 처음 봐.”주변에 있던 똘마니들도 박장대소했다.모두가 도민수를 한심한 광대 보듯이 쳐다봤다.“좋아. 영상 찍을게.”도민수는 이를 갈며 결국 받아들였다.“쯧쯧... 옛날에 많은 장군들이 여러 가지 수모를 견뎠다지만 넌 그 장군들보다 더 대단하네?”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가 이런 정도의 수모도 참을 수 있다고 하자 놀란 표정을 지었다.이건 거의 전대미문의 인내력이라고 볼 수 있었다.“저 여자 데리고 들어가.”노랑머리 청년이 도지아를 가리키며 말했다.“내 누나 건들지 마. 내가 직접 업고 갈 거야.”도민수는 치근덕거리는 건달들을 밀쳐내고 직접 도지아를 업었다.그렇게 도지아를 별장으로 데려오자 노랑머리 청년은 문을 잠그라고 지시했다.“잠깐, 너희 하 도련님은 안 오는 거야?”도민수가 서둘러 물었다.“그 녀석이 오면 우리가 이 짓을 할 수 있겠어?”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너 설마 아직도 우리가 하 도련님을 위해서 일하는 거라고 착각하는 건 아니겠지? 틀려도 한참 틀렸어. 우린 그냥 이 여자를 신나게 맛보고 싶을 뿐이야.”도민수는 순간 멍해졌다.“그럼 나한테 마약을 먹인 것도 너희 결정이었어?”“그래, 그게 아니면 뭐겠어?”노랑머리 청년은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너희 같은 평범한 집안 놈들은 우리 하 도련님 기억 속에 남을 가치도 없어.”“이 벼락 맞아 뒈질 개자식들아!”도민수가 꽉 쥔 주먹에서 우두둑하는 소리가 났다.“이 개자식이 누굴 욕하는 거야?”노랑머리 청년은 곧바로 발차기를 날려 도민수를 바닥에 나뒹굴게
“단순히 하경범의 동선을 조사하라는 것뿐이야. 너더러 그놈이랑 목숨을 걸고 싸우라는 게 아니야.”진서준이 조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사실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야. 나 혼자 여러 일을 대응하기 어려워 그런 거야. 다른 일이 없으면 내가 직접 그놈을 찾아갔을 거야.”조상규가 처참하게 죽는 모습을 떠올리며 조호는 이를 악물고 임무를 받았다.“알겠습니다, 진서준 씨. 사흘 내로 하경범의 일정을 조사해 보고하겠습니다.”“좋아, 그럼 일단 밥부터 먹자.”진서준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식사가 끝난 후, 조호 부자는 먼저 자리를 떠났다.그들이 나간 후, 오영수는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였다.“저 자식 믿을 수 있는 겁니까? 하경범에게 달려가 밀고하면 어쩌려고 그러는 겁니까?”“그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러 저 녀석 앞에서 조상규를 죽인 겁니다.”진서준이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마음만 먹으면 사람을 죽인다는 걸 알게 됐으니 감히 딴생각은 못 할 겁니다.”오영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오영수도 인간 심리에 관한 책을 많이 읽어왔기에 진서준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하세요.”오영수가 입을 열었다.“저는 단 하나만 궁금합니다. 대장님 삼촌은 도대체 언제 돌아오는 겁니까?”진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궁금한 걸 말했다.진서준의 목표는 오영수의 삼촌에게서 자기 가문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이었다.그것이 아버지의 행방을 찾는 단서가 될 수도 있었다.“늦어도 모레면 돌아올 겁니다.”오영수가 대답했다.“셋째 삼촌이 돌아오면 바로 연락할게요.”“부탁할게요.”진서준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저녁 무렵.한 식당에서 둘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민수야, 오늘은 웬일이야? 왜 갑자기 밥을 사주려는 거야?”도지아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이건 도민수의 스타일이 아니었다.최근 도민수는 화약고처럼 사소한 일에도 폭발하기 일쑤였다.그런데 갑자기 자기를 불러 밥을 사준다고 하니 너무나도 이상했다.“
조호는 진서준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사람을 죽이는 걸 보고 앞으로 감히 다른 마음을 품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조상규 같은 대종사조차 가볍게 정리되었는데 하물며 조호 같은 평범한 인간은 말할 것도 없었다.일행은 다른 방으로 자리를 옮겨 다시 식사를 시작했다.“진서준 씨... 잠시 후, 제가 모셔도 될까요?”치파오 여자는 일부러 허리를 숙이며 가슴골을 드러냈다.조상규가 죽으면서 여자는 기댈 곳을 잃었으니 이제는 새로운 든든한 버팀목이 필요했다.조호의 아들은 자기 밥만 쳐다보며 눈길을 감히 다른 데다 돌리지 못했다.괜히 이상한 시선을 줬다간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조금 전엔 일부러 조상규를 자극하려고 연기한 거야. 넌 가봐도 좋아.”진서준이 손을 휘저었다.치파오 여자는 매력적이었지만 진서준은 전혀 관심이 없었다.진서준에게는 이미 여자친구가 있었고 그것도 한 명이 아니었다.이 말을 듣자, 치파오 여자는 눈에 띄게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그럼 저는 문 앞에서 대기하겠습니다. 필요하신 게 있으면 언제든 말씀 주세요.”여자가 나간 후, 진서준이 입을 열었다.“대장님, 하씨 가문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죠?”“하씨 가문이요?”오영수는 멈칫하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그다지 잘 알진 못합니다. 저는 군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서 집에 잘 안 들릅니다.”“그럼 너는?”진서준은 조호를 바라봤다.조호는 급히 젓가락을 내려놓고 입을 닦으며 대답했다.“저도 하씨 가문의 사업에 대해 조금 아는 정도입니다. 현재 르벨의 모든 카지노는 하씨 가문이 장악하고 있고 그 외의 누구도 끼어들 수 없습니다.”다른 지역에서는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의식주가 가장 중요했지만 르벨에서는 도박이 가장 중요했다.80세 노인부터 3살짜리 아이까지 누구나 도박을 했다.르벨 경제의 중심은 도박이었다.덕분에 하씨 가문은 지역 내 절대적인 권력을 쥐고 있었다.오씨 가문, 안씨 가문 같은 명문대가도 하씨 가문 앞에서는 고개를 숙여야 했다.“하경범이라는 인물을
“뭐가 무리야? 네 여자가 따라준 차를 마시면 앞으로 너희 둘의 관계가 완전히 끝난다는 뜻에서 절교차라고 생각하면 되겠네.”진서준이 웃으며 말했다.“진서준 씨가 큰형님이잖아요. 첫 잔은 큰형님이 먼저 드셔야죠.”“얼른 마셔. 마시지 않으면 널 죽일 거야.”진서준의 얼굴이 순간 냉랭하게 변했고 순식간에 분위기가 살벌해졌다.“진서준 씨, 농담이 심하시네요. 설마 차 한 잔 때문에 절 죽이겠습니까?”조상규가 여전히 억지로 웃었다.하지만 다음 순간, 조상규의 웃음은 영원히 얼굴에 굳어버렸다.진서준이 갑자기 손을 뻗어 아무런 예고 없이 젓가락을 던졌다.그 젓가락은 공기를 가르며 날아가 조상규의 가슴을 관통했다.펑!심장이 터지는 끔찍한 소리가 방에 울려 퍼졌다.조상규는 고개를 푹 떨구고 그대로 식탁 위에 쓰러졌다.조호 부자는 겁에 질려 다리가 풀렸고 슬금슬금 진서준과 거리를 벌렸다.‘이건 분명 미친놈이야. 자기 심기를 건드렸다고 사람을 마음대로 죽여?’처음부터 이런 놈인 줄 알았다면 차라리 아까 목숨을 내걸고 싸웠을 것이다.치파오 여자는 더욱 기겁하며 벌벌 떨면서 진서준을 쳐다봤다.“아가씨, 이제 네 남편은 죽었어. 그러니 이 차는 네가 대신 마시도록 해.”진서준이 치파오 여자를 바라봤다.“저, 저요?”치파오 여자의 얼굴이 순간 얼어붙었다.조상규는 차 한 잔을 마시지 않으려다 그대로 목숨을 잃었다.그럼 자기도 거부하면 그대로 죽을 게 아닌가?“왜? 설마 차 한 잔도 못 마시는 건 아니겠지?”진서준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제발... 목숨만 살려주세요.”치파오 여자는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차에 독이 들어 있어요. 조상규가 저를 협박해서 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 전 정말 아무 죄도 없어요.”“뭐? 차에 독이 있다고?”조호 부자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방 하나 더 잡아.”진서준이 무심하게 말했다.“네. 지금 당장 준비하겠습니다.”치파오 여자는 공포에 질린 채 황급히 방을 빠져나갔다.치파오 여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