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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0화

작가: 무가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2-11 19:00:00
이 위급한 순간, 쇠 채찍 하나가 역천신의 오른 주먹을 단단히 휘감아 더 이상 앞으로 휘두르지 못하게 제지했다.

동시에 한 손에 불타는 장검을 든 송경식이 소리 없이 역천신의 등 뒤에 나타났다.

장검은 휘몰아치는 바람 소리와 함께 역천신의 목을 향해 떨어졌다.

역천신의 발 아래 바닷물이 주동적으로 양옆으로 갈라지며 약 20미터 깊이의 바닷길이 나타났다.

“젠장!”

역천신은 속으로 욕설을 뱉으며 즉시 몸을 옆으로 살짝 기울였다.

불타는 장검은 그 순간 역천신의 어깨에 떨어졌다.

평소엔 절대 상처 입지 않을 단단한 역천신의 몸에서 시뻘건 핏방울이 조금 흘러나왔다.

“네 하늘을 찌르는 오만 때문에 오늘 넌 여기서 즉사하게 될 거야.”

은빛 창을 든 예천우가 허공에 나타났고 날카로운 창끝이 역천신의 어깨를 단번에 꿰뚫었다.

푸슉...

뾰족한 무기가 살을 뚫는 소리가 바다 위에 울려 퍼졌다.

“이 빌어먹을 벌레 같은 것들이 감히 내게 상처 입혀?”

역천신은 활활 타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역천신이 양손을 흔들자 몸에서 강렬한 금빛이 발산되어 칠흑 같은 밤하늘을 찬란하게 비추었다.

그 모습을 본 진서훈 일행의 눈이 휘둥그레졌고 다들 즉시 공격을 멈추고 뒤로 물러나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한발 늦었다.

펑! 펑! 펑! 펑!

네 명의 몸이 탄알처럼 백 미터나 뒤로 날아가 바다 위에 무서운 기세로 떨어져 10여 미터 높이의 물결이 하늘로 치솟았다.

진서훈 일행의 손바닥에서 핏방울이 스며 나왔고 다들 비틀거리며 일어서서 금발이 휘날리는 역천신을 바라보았다.

이 순간의 역천신은 분노한 사자 같았고 두 눈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진서훈 일행은 혼란스러운 호흡을 가다듬고 역천신을 주시하며 그의 몸에서 눈길을 떼지 않았다.

“다음 공격으로 저 녀석 팔 하나를 잘라내자.”

진서훈은 말을 마치고 다시 선두로 뛰어들었다.

진서훈 일행이 치열하게 싸우는 동안, 한 척의 요트가 그들 쪽으로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요트 위에서 진서준은 멀리서 요동치는 바다와 흐릿하게 보이는 형체들을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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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서준의 목소리와 함께 푸른 검광이 번쩍였다.매미 날개처럼 얇은 푸른 검광이 이 이국 강자의 목을 스쳐 지나갔다.그러자 목에서 피가 천천히 흘러내리며 바닷물 위로 떨어졌다.곧이어 이족의 머리가 바닥으로 떨어져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이족의 눈에는 끝없는 억울함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남아 있었다.해외 강자인 자기가 이렇게 쉽게, 그것도 겨우 20대 초반의 청년에게 죽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맙소사... 이게 용존의 실력인가? 너무 공포스러운데?”“저 붉은 머리 녀석은 지의방 35위일 거야, 게다가 육급 정점 대종사잖아.”“내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다면 용존이 육급 대종사를 이렇게 손쉽게 죽일 줄은 상상도 못 했을 거야.”바다 위에 있던 호국사들은 이 장면을 보고 차가운 숨을 들이마셨다.아무래도 이건 평범한 무인이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진서준은 이제 겨우 스물다섯 살이었고 스물여섯 살 생일도 아직 지나지 않았다.스물다섯에 이렇게 무시무시한 실력을 자랑하는 무인이 몇 년만 더 수련하면 아마 대한민국 전역에서도 그를 상대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다른 해외 강자들은 눈이 시뻘겋게 충혈되어 분노에 찬 목소리로 진서준을 향해 알아듣기 힘든 외국어로 소리를 질렀다.그 모습을 보니 다들 분노와 슬픔으로 뒤섞인 감정을 분출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아쉽게도 해외 이족의 감정 따위는 진서준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누가 개미 같은 존재의 희로애락을 신경 쓰겠는가?“선배님들, 이제는 물러나 쉬십시오. 남은 건 전부 저에게 맡기십시오.”진서준은 아직 전장에 서 있는 여덟 명 정도의 호국사들을 바라보며 정중한 목소리로 말했다.이들은 전부 몸을 던져 나라를 지키는 사람들이니 존경을 받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진 마스터, 조심하십시오. 저기 남은 놈들은 절대 약하지 않습니다...”한 호국사가 소리 내어 진서준을 경고했다.남아 있는 해외 이족은 총 아홉 명이었다.그중 가장 강한 자는 칠급 대종사였고 가장 약한 자도 오급 경지였다.진서준이 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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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 앞을 막아선 개미 한 마리를 보며 역천신은 순간 분노에 휩싸였다.“꺼져!”냉랭한 눈빛을 번뜩이는 역천신은 호통치며 손바닥을 내리쳤다.콰직!뼈가 부러지고 근육이 찢어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진서훈 앞을 가로막았던 칠급 대종사는 온몸의 뼈가 부러졌고 강기가 완전히 고갈됐다.그 대종사는 낡은 천 조각처럼 바다 위로 힘없이 떨어졌고 입에서 끊임없이 피가 쏟아져 나왔다.이 광경을 본 진서훈과 다른 사람들은 분노가 치밀어 올라 머리가 터질 정도였다.죽어가는 낙타가 살아있는 말보다 크다는 말이 이 상황에 딱 맞아떨이지는 것 같았다.지금 역천신은 팔 하나가 잘려 나가고 체내 지선의 힘도 많이 소모되었지만 이렇게 심각한 상처를 입었음에도 칠급 대종사가 상대할 수 없는 인물일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호국사와 지선 사이의 실력 차이는 이토록 크단 말인가?다른 호국사들 또한 이 순간 깊은 절망에 빠졌다.지선의 힘은 역시 호국사들이 감히 감당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다음 한 방으로 네 놈을 지옥으로 보내주마.”역천신의 음침한 얼굴에는 살기가 가득했다.진서훈은 가슴 속에 온갖 불만과 분노가 들끓었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죽음의 순간이 찾아오기를 조용히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역천신이 손을 들어 올리자 체내 지선의 힘이 그의 손바닥에 맴돌기 시작했다.진서훈의 머리를 날려 버리려는 그 순간, 또 다른 형체가 갑자기 진서훈 앞에 나타났다.“개미 같은 것들이 끝까지 제 주제도 파악하지 못하고 덤비는구나. 어디서 굴러온 놈이 감히 날 막아보겠다고 설쳐대?”방금도 개미가 불쑥 튀어나오더니 또 다른 개미가 튀어나오자 역천신은 가슴속의 분노가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었다.하지만 이번에는 진서훈의 표정이 달라졌다.눈앞에 나타난 사람은 어리숙해 보이는 청년이었기 때문이었다.“서준아, 너 미쳤어?”자기 손자를 본 진서훈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진서훈은 죽어도 상관없지만 진서준은 절대 죽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조금 전의 칠급 대종사와는 다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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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천신이 아니라 누가 되었든 간에 이 상황에서는 끝없는 분노가 치밀어 오를 것이다.역천신의 눈에는 오직 넘치는 분노와 살기가 가득할 뿐, 더 이상 긴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지금 역천신의 목표는 단 하나, 바로 자기 분수를 모르는 개미 같은 놈들을 반드시 모조리 죽이겠다는 것이었다.역천신의 유일한 손바닥 위로 날카로운 풍날들이 떠올랐다.이 풍날이 지나가는 곳이라면 그게 건물이든 가장 강력한 장갑차든 전부 갈기갈기 찢겨나갈 것이다.진서준은 평온한 눈빛으로 역천신을 바라보며 손에 들고 있던 참선검을 서서히 거두었다.“검을 거두다니... 왜 저러는 거지?”이 광경을 본 모두가 이해하지 못하자 진서훈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봉호전에서 이 녀석이 말했었어. 자기는 검도를 그다지 능숙하게 다루지 못한다고...”검도를 잘하지 못한다니, 모두가 어안이 벙벙해졌다.본인이 능숙하지 못한 방식으로 불과 몇 분 만에 아홉 명의 해외 강자를 처치했다고?이건 참 놀라운 일이었다.모두가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는 사이, 갑자기 진서준의 등 뒤에서 거대한 용 두 마리가 나타났다.이 두 마리의 용은 얼핏 보면 진서준의 몸속에서 자라난 것 같았다.우렁찬 용의 포효가 울려 퍼지자 하늘의 구름과 안개가 흩어져버렸다.곧이어 두 마리의 용은 다시 진서준의 몸속으로 사라졌고 그의 두 팔에 나타났다.진서준의 두 팔은 푸른 용과 붉은 용이 휘감고 있었고 그 빛은 이 어두운 밤을 대낮처럼 밝히고 있었다.“죽어!”역천신은 진서준의 두 마리 용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손에 모은 풍날을 내리쳤다.순간, 폭풍 같은 강풍이 만군의 힘을 담아 압도적인 기세로 진서준을 향해 돌진했다.“흩어져!”진서준의 목소리가 떨어지자 그는 전력을 다해 주먹을 내질렀다.쿵!풍날이 완전히 흩어진 순간, 진서준은 거대한 산처럼 미동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반면, 역천신은 뒤로 크게 한 걸음 물러났다.“이, 이럴 수가!”지선인 역천신이 한 걸음 물러난 모습을 본 모두가 눈알이 튀어나올 듯한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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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255화

    만룡파천이라 불리는 이 기술은 장청결에 포함된 것이 아니었다.이 기술은 진서준이 자기 혈해를 각성시킨 후, 자연스럽게 진서준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이었다.그 느낌은 마치 태어날 때부터 몸에 새겨져 있었던 것 같았다.진서준은 이 사실을 깨달은 후, 거울을 들여다본 적이 있었다.그러자 거울 속에 진서준의 등에 하나의 붉은 빛이 나는 거대한 용이 새겨져 있는 듯한 모습이 비쳤다.혈해의 힘을 발동하면 그 거대한 용이 나타났고 그렇지 않으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현재 진서준의 힘으로는 최대 여섯 마리의 혈용을 응집할 수 있었다.그것도 천용 반지의 힘을 빌렸기에 가능한 일이었다.천용 반지가 없었다면 네 마리 혈용을 모으는 것만으로도 기력이 완전히 소진되어 기절해 버렸을 것이다.하늘에 떠오른 그 생동감 넘치는 여섯 마리 혈용을 바라보며 역천신은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역천신뿐 아니라 진서훈과 다른 이들 역시 숨이 턱 막혔다.“진용 혈맥이라니...”이 혈맥은 전설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전해지는 얘기로는 2천 년 전 대한민국 대륙을 통일한 초대 황제가 바로 진용 혈맥을 지녔다고 했다.그 후 2천 년 동안, 진용 혈맥은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진서준의 아버지인 진요한조차도 이 기술을 사용한 적은 없었다.“이 주먹에 죽는 것은 네게도 영광일 거야...”이 말과 함께 진서준의 모습은 사라졌다.여섯 마리 혈용이 압도적인 기세로 몰려오자 역천신의 얼굴에는 공포가 가득 찼다.역천신은 지금 태어나 처음으로 이런 절망적인 곤경에 빠지게 됐다.심지어 25년 전, 대한민국의 지선과 맞섰을 때도 이런 무력함은 없었다.‘말도 안 돼. 내가 이런 애송이에게 죽을 리 없어. 이 몸은 지선이란 말이야!’“애송이야, 누가 살고 죽을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야!”말은 그렇게 했지만 역천신은 저도 모르게 마음속에 커다란 변화가 생기고 있었다.역천신은 스스로 세상에 본인의 생명을 위협할 자는 없다고 믿었으나 진서준의 이 주먹 앞에서 처음으로 패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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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행히 채취한 지 오래되지 않아 영약의 약효가 남아 있었다.그렇지 않았다면 껍데기만 남은 허상에 불과했을 것이다.진서준은 즉시 영기를 다루어 두 약재를 감싸 약효가 흩어지는 것을 막았다.준비를 마친 진서준은 동굴을 나서려 했지만 밖으로 나가는 순간 갑자기 눈앞이 어두워졌다.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체형이 약 3미터에 이르는 하얀 털로 뒤덮인 괴물이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었다.쾅!설괴가 지면에 떨어지자 주변 100미터 내의 눈이 심하게 흔들렸고 단단한 지면마저 갈라지며 충격이 사방으로 퍼졌다.진서준은 설괴의 몸에 난 칼자국과 피를 보며 의아한 기색이 눈에서 스쳤다.아까 동굴 안에서 발견했던 핏자국은 이 설괴의 것이었고 그 영약도 이 설괴가 채집한 것이 분명했다.설괴의 상처를 보며 진서준은 누가 남긴 흔적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아마도 천산설련을 찾으러 온 조기강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았다.사실 진서준의 추측은 거의 정확했다.천산설련과 천산빙련은 전부 설괴가 발견하고 오랫동안 키운 영약이었다.수년간 자신을 위해 아껴 두었지만 조기강이 그중 한 송이를 훔쳐 가버린 것이다.나머지 두 영약까지 빼앗길까 봐 두려웠던 설괴는 나머지 두 송이를 동굴 안으로 가져와 오늘 사용하려던 예정이었다.하지만 운이 없게도 진서준이라는 도둑을 만나고 말았으니 설괴 입장에서는 최악의 하루였다.“으르르르...”설괴는 진서준의 몸에서 자기 영약 기운을 감지하고 분노의 포효를 터뜨리며 둥근 동전만 한 눈동자로 진서준을 날카롭게 노려보고 있었다.“화내지 마. 이 영약은 내가 가져가겠지만 그냥 가져가는 건 아니야. 내가 적절한 공법으로 너와 교환하마.”진서준은 무식하게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방식을 경멸했다.설령 상대가 설괴와 같은 괴물이더라도 진서준은 교환의 방식을 선호했다.진서준의 말을 설괴도 이해했지만 이미 분노로 가득 찬 상태인지라 진서준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설괴는 대화 대신 거대한 나무보다 굵은 팔을 들어 진서준의 머리를 내리쳤다.공기를 가르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285화

    “장 의사님,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조태희는 당황한 얼굴로 장 의사를 바라보며 물었다. 장 의사에게서 어떤 해결책이라도 듣고 싶었던 것이다.장 의사도 속으로는 약간 흔들렸지만 겉으로는 애써 침착함을 유지했다.“어떻게 된 일이냐고요? 다 조 가주님 잘못이죠. 다른 사람이 제 환자 몸에 멋대로 손대게 하니까 이렇게 됐죠. 일단 맥을 짚어봅시다. 아직 희망이 있는지 확인해 봐야죠.”장 의사는 곧바로 조민영의 손목을 잡고 맥을 짚기 시작했다.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장 의사의 얼굴은 점점 어두워졌다.“큰일이네요. 따님은 가망이 없는 것 같습니다. 독소가 심장을 침범해서 오늘 하루를 넘기지 못할 것 같습니다.”장 의사의 냉혹한 선언에 조태희와 조기강은 벼락이라도 맞은 듯 얼어붙었다.딸이 죽는다니, 너무나 갑작스러운 청천벽력이었다.“장 의사님, 농담하는 거죠? 용존님은 제 딸에게 단지 침 몇 개만 꽂았을 뿐입니다.”정신을 차린 조태희는 눈이 벌겋게 충혈된 채 울먹이며 물었다.“제가 농담하는 사람으로 보입니까? 침놓은 사람이 은침으로 따님의 심장과 단전을 봉쇄했어요. 그 침을 뽑는 순간, 따님의 체내 독소가 즉시 심장과 단전으로 몰려든 거고요. 이제는 신선이 와도 따님을 구할 수 없겠네요.”장 의사가 냉혹하게 말했다.“하지만 그 침은 장 의사님이...”“내가 뽑으라 한 건 맞아요. 하지만 상황이 이렇게 심각할 줄은 몰랐죠.”장 의사는 단호하게 반박했다.“조 가주님이 다른 사람에게 함부로 침을 놓게 허락하지 않았다면 이런 일이 생겼겠어요?”장 의사의 비난에 조태희는 말문이 턱 막혔다.조태희는 멍하니 한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장 의사를 바라보며 간절히 부탁했다.“장 의사님, 제발 방법을 찾아주십시오. 의사님은 해외에서도 명성이 자자한 명의 아닙니까? 우리 딸을 살릴 방법이 꼭 있을 겁니다. 살려낼 수만 있다면 우리 조씨 가문은 무엇이든 드리겠습니다...”“저는 의사지 염라대왕이 아닙니다. 따님의 병은 이미 손쓸 수 없는 상태가 됐고요. 장례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284화

    “빙맥인가?”빙맥은 일종의 영맥으로 다른 영맥과 비교했을 때 발산하는 영기가 차가운 기운을 띠고 있다.그리고 이 차가운 영기는 수련자가 흡수하면 근골을 단련시켜 주는 효과가 있었다.만약 이곳에서 장청결을 수련한다면 진서준은 두 달 안에 경지를 한 단계 더 돌파할 자신이 있었다.여기에서 경지 돌파란 단순히 단전의 돌파뿐 아니라 근골과 혈육까지 강화되는 걸 의미했다.“서라의 병을 고치고 나서 다시 이곳에 돌아와 수련해야겠어. 속도를 더 내서 실력을 제고해 아버지를 하루라도 빨리 구해야 해.”진서준의 눈에는 날카로운 빛이 스쳐 지나갔다.만약 금단 경지에 이를 수만 있다면 진서준은 신농과도 정면으로 대결할 자신이 있었다.결의를 다진 진서준은 곧바로 새하얀 눈이 덮인 천산을 뒤지며 천산설련과 천산빙련을 찾기 시작했다.한편, 온몸이 상처투성이인 조기강은 천산의 한 구역에서 간신히 산 아래로 내려왔다.차에 올라탄 조기강은 목적지를 말한 뒤 그대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날이 밝아올 무렵, 조기강은 가까스로 눈을 떴고 이미 집 앞에 거의 도착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도련님, 괜찮으세요?”운전기사가 조기강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물었다.“괜찮아.”조기강은 고개를 저으며 자기 상처를 살펴보았고 어느 정도 치유된 것을 확인했다.이번만큼 심각한 상처를 입은 건 조기강 생애 처음이었다.이번 천산행을 통해 조기강은 천산에 검존인 자신조차도 제압하지 못할 괴수가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다.그 무시무시한 괴수를 떠올리자 조기강은 또 등골이 오싹해졌다.다행히 조기강의 속도가 빨랐기에 살아 돌아올 수 있었다.집에 도착한 조기강은 천산에서 목숨 걸고 따온 천산설련을 들고 병실로 향했다.“형, 천산설련을 가져왔어.”조기강이 병실 문을 열고 들어오며 다급히 말했다.“어, 기강아, 드디어 왔구나. 정말 다행이구나... 근데 네 몸에 난 상처는 뭐야? 설마 설괴라도 만난 건 아니지?”조기강의 실력을 잘 아는 조태희는 조기강의 만신창이가 된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283화

    동북 지역을 오랜 세월 동안 독점하던 조씨 가문이 점차 몰락하면서 심씨 가문과 변씨 가문이 서서히 따라잡고 있었다.그렇지 않았다면 조태희가 조씨 가문과 심씨 가문의 혼인을 받아들일 리가 없었을 것이다.한편, 변씨 가문 가주는 자기 가문이 고립된 상황에서 아들을 내세워 명문대가와 정치적 혼인을 성사하고 싶어 했다.이 소식은 동북 세 지역의 명문대가 사이에 이미 널리 퍼져 있었다.여러 가문에서 너도나도 가문 내 귀한 딸을 변씨 가문으로 시집보내고 싶어서 안달이었다.허순재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마침 오늘 허윤진이 집에 왔으니 이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이건 자기 친손녀를 시집보내지 않는 선에서 변씨 가문과의 관계를 돈독히 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기 때문이다.허윤진은 허순재의 말을 듣고 고개를 좌우로 세차게 저었다.“아니에요, 작은할아버지. 저는 아직 연애할 생각이 없어요.”사실 연애를 하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이미 마음속에 담아둔 짝사랑이 있기 때문이었다.그러니 자연스레 다른 남자들은 허윤진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그 말을 들은 허순재는 화내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윤진아, 이제 너도 나이도 찼으니 슬슬 네 반쪽에 대해 생각해 볼 때가 되지 않았어? 내가 말한 변씨 가문은 동북 3대 가문 중 하나야. 너와 결혼할 사람은 변씨 가문 가주 장남이야. 너희 허씨 가문이 서울시에서는 꽤 잘나가는 집안이라지만 변씨 가문 앞에서는 상대가 안 되는 거 알지? 네가 변씨 가문으로 시집가면 네 아버지도 무척 기뻐하실 거야.”허순재는 부드럽게 유도하며 변씨 가문과 혼인 관계를 맺으면 생길 장점을 끊임없이 늘어놓았다.사실 허순재의 진짜 목적은 허씨 가문의 번영을 꾀하는 것이었다.변씨 가문이라는 든든한 백을 얻으면 허씨 가문은 앞으로 더 높은 자리로 도약할 수 있을 게 뻔했다.“작은할아버지, 제게 좋은 뜻으로 말씀하시는 거 아는데, 저는 지금 그런 생각이 정말 없어요.”허윤진은 거듭 거절했다.허순재가 아무리 설득해도 허윤진이 꿈쩍도 하지 않자 그의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282화

    이 여자가 선천적으로 괴력이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허준서는 충격에 휩싸여 휠체어에서 벌떡 일어섰고 우두둑 소리가 날 정도로 두 손을 꽉 쥔 채 분노를 억누르지 못했다.자기가 정말 여자의 힘에도 못 미치고 짐승보다도 못한 건가?강정숙은 정신을 차리자마자 대성통곡하며 쓰러진 검정이에게 달려가 꽉 껴안고 울분을 쏟아냈다.“아이고 내 새끼야!”“아줌마, 짐승 하나 죽은 거잖아요. 아들이 죽기라도 한 것처럼 그렇게 울 필요가 있나요?”허윤진이 웃으면서 비꼬았다.“아니, 설마 이 짐승이 아줌마한테는 아들이나 다름없는 존재였던 거예요?”강정숙은 검정이가 아들이라고 우기려다가 순간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그렇게 말하면 자기 아들 허준서가 짐승이라는 것과 같았다.“이 빌어먹을 계집이 감히 우리 검정이를 죽여?”강정숙의 눈에서는 금방이라도 불길이 뿜어져 나올 듯한 분노가 서려 있었다.하지만 허윤진은 피식 웃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후후, 애초에 아줌마가 기른 짐승이 너무 약했던 거죠. 왜 날 탓하는 거죠?”“그만해, 윤진아. 아줌마랑 더 이상 싸우지 마. 두 아들이 모두 너보다 못한 걸 인정 못 하시는 거겠지.”허사연이 한마디 더 얹자 강정숙과 허준서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허준서는 지금 당장 칼이라도 들고 허사연 자매와 결판을 내고 싶었지만 두 사람의 실력을 떠올리자 어쩔 수 없이 포기하고 말았다.사자개조차 허윤진의 주먹 한 방에 죽었는데 불구자가 된 자기가 싸울 수 있는 수단이 없었다.“뭐가 그리 시끄러워? 뒷마당에 있는데도 시끄러운 소리가 다 들리더구나.”그때, 한 노인이 뒷마당에서 걸어 나왔다.노인을 보자마자 허준서는 다급히 말했다.“할아버지, 제발 저 대신 저 여자들을 혼내주세요. 제 다리가 이렇게 된 건 다 저 여자들이 키운 개 때문이에요.”울상을 한 허준서가 노인에게 호소했다.노인의 이름은 허순재였고 허준서의 친할아버지이자 허사연 자매의 작은할아버지였다.허사연 자매가 이전에 집에 돌아왔을 때도 그나마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281화

    그 날카롭고 매서운 얼굴의 중년 여성은 바로 허준서의 어머니 강정숙이었다.허준서가 성약당에 선발된 이후, 강정숙은 허씨 가문의 다른 가족들을 안중에 두지 않았다.허씨 가문 사람들과 대화할 때면 강정숙은 목이 하늘 끝까지 뻗어 나갈 것 같은 태도를 보였다.허사연 자매를 보자마자 강정숙은 자기 아들 자랑하려는 마음이 가득했다.하지만 아들이 이들 자매와 원한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자 태도가 확 달라졌다.“엄마, 제 다리가 이렇게 된 게 누구 때문인지 아세요?”허준서는 독기 어린 눈길로 허사연 자매를 쏘아보았다.“설마 이 애들 때문이야?”강정숙의 눈빛이 서늘해졌다.“바로 이 애들이에요.”“헛소리하지 마! 네 다리는 우리 집 누렁이가 물어서 그렇게 된 거잖아. 개도 못 이기면서 무슨 낯짝으로 그런 헛소리를 해?”허윤진은 화가 나 언성을 높였다.“내가 너라면 벌써 벽에 머리를 박고 죽었을 거야. 짐승만도 못한 자식이 얼굴 들고 있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허윤진의 말이 날카로운 비수처럼 가슴에 박히자 허준서는 그 자리에서 기절할 뻔했다.누렁이는 사실 개가 아니라 영지가 깃든 사자였지만 허준서는 누렁이를 개라고 착각하고 있었다.“너... 너!”허준서는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해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허윤진을 가리키며 말문이 막혔다.허준서가 허윤진의 욕설에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자 강정숙이 대화에 끼어들었다.“어디서 이런 싸가지 없는 계집애가 굴러와 막말하고 있어? 네 집 개를 제대로 묶어두지도 않고 우리 아들을 탓해? 우리 아들이 짐승을 못 이겼다고 치자. 넌 뭐 짐승을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한번 우리 집 사자개와 붙어볼래?”“물론이죠. 아줌마 아들이 얼마나 한심한지 증명하고 싶다면 한번 시원하게 붙어보죠.”허윤진은 비웃으며 말했다.이전 같았으면 허윤진은 사자개와 싸우는 걸 엄두도 내지 못했을 거지만 지금은 달랐다.허윤진의 눈에 사자개는 단지 보잘것없는 장난감일 뿐이었다.허윤진은 지금 자기 주먹 한 방으로 사자개의 정신을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280화

    진서준은 30초 정도 조민영의 맥을 짚고 나서 손을 놓으며 미간을 찌푸렸다.“독이 이미 깊이 퍼졌습니다. 제가 먼저 은침으로 병세를 완화하죠. 이후 천산설련을 구해 오면 완전히 치료할 수 있습니다.”진서준이 조민영의 상태에 관해 설명했다.“네? 용존님께서 병을 치료할 줄도 아는 건가요?”조태희는 깜짝 놀라며 물었다.“맞아요, 병을 치료하고 사람을 살리는 게 사실 제 본업입니다.”진서준은 담담하게 대답했지만 이 말에 조태희와 집사는 속으로 경악을 금치 못했다.사람을 살리는 게 본업이라니, 성약당의 장로들조차 감히 이런 허세를 부릴 엄두를 내지 못할 것이다.“용존님, 제 동생 조기강이 이미 천산에 가서 천산설련을 찾고 있습니다. 여기서 조금 기다리시는 게 어떻겠습니까?”조태희의 제안에 진서준은 고개를 저었다.“저도 천산에 가보겠습니다. 둘이 찾으면 천산설련을 발견할 확률이 더 높아지겠지요.”진서준이 천산으로 가려는 이유는 단순히 조민영을 위한 것만이 아니었다.진서준은 동생 진서라를 위해 천산빙련도 구해야 했기 때문이다.빙련과 설련은 이름은 물론 생김새까지 매우 비슷하지만 약효는 완전히 달랐다.동생의 생명이 걸린 일이라 진서준은 조금의 실수도 허용할 수 없었다.“용존님께서 저희 조씨 가문을 위해 이렇게까지 해주시다니...”조태희는 감격스러워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조태희는 진서준이 조민영을 위해 천산에 가려는 줄로만 알았다.사실 천산에 가는 목적은 조민영 외에도 진서라의 몫이 컸다.“먼저 은침을 가져오세요. 제가 민영 씨 체내 독소를 조금 완화하겠습니다.”진서준이 차분하게 말했다.“내일 해 질 녘까지 제가 천산설련을 찾든 찾지 못하든 반드시 돌아올 것입니다. 근데 제가 돌아오기 전까지는 민영 씨 몸에 꽂힌 은침을 절대 빼지 마세요. 알겠습니까?”조태희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용존님, 안심하셔도 됩니다.”곧 은침이 준비되었고 진서준은 간호사에게 조민영의 외투를 벗겨 달라고 부탁했다.이후 진서준은 조민영의 가슴과 단전 부위에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279화

    진서준은 서둘러 조씨 가문의 원로 집사를 부축해 일으켰다.“어르신, 이렇게까지 하실 필요 없습니다. 저는 그저 조씨 가문 가주님께 몇 가지를 여쭙고자 왔을 뿐입니다.”집사는 몸을 일으키며 진서준에게 말했다.“용존님께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우리 조씨 가문에 지금 골치 아픈 문제가 생겼습니다. 가주님도 그 일 때문에 요새 예민하셔서 차라리 저에게 직접 물어보시지요. 제가 아는 건 숨기지 않고 전부 말씀드리겠습니다.”조씨 가문에 문제가 생겼다는 말을 들은 진서준은 순간 움찔했다.혹시 그 일이 조민영과 관련된 건 아닌지 걱정되어서였다.잠시 고민하던 진서준은 말문을 열었다.“저는 조씨 가문 가주님의 딸 조민영 씨와 친구 사이입니다. 어제 봉천시에 도착해서 민영 씨에게 연락을 시도했는데 전화를 받지 않더군요. 그래서 이렇게 직접 찾아와 무슨 일이 생겼는지 확인하러 온 겁니다.”진서준이 조씨 가문 아가씨 친구라는 말을 들은 노인은 깜짝 놀랐다.진서준이 얻은 용존이라는 이름의 명성은 이미 대한민국 모든 명문대가에 널리 퍼져 있었다.이토록 뛰어난 젊은 천재가 조씨 가문과 연을 맺게 된다면 가문의 위세가 크게 올라갈 게 분명했다.노인은 속으로 기쁘긴 했지만 동시에 걱정스러운 기색도 감출 수 없었다.칠채지독에 중독된 조민영이 그 독을 버텨내지 못하고 병상에서 생을 마감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조민영이 정말 병상 위에서 죽게 된다면 진서준이 아무리 조민영의 친구라 하더라도 조씨 가문을 위해 힘을 써줄 가능성은 사라질 것이다.“용존님, 걸으며 말씀 나누시지요.”집사는 진서준을 안으로 안내하며 말을 이어갔다.“우리 집 아가씨가 칠채지독에 걸려 병상에 누운 지 한참입니다. 지금 병상에 누워 있는데 지금 상태로선 오래 버티기 어려울 듯합니다...”“뭐라고요?”진서준은 그 말에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조민영이 하필이면 악명 높은 칠채지독에 중독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칠채지독에 관해 진서준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이 독은 제작이 매우 어렵기로 유명하고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278화

    그런데 진서준이 자기 애인을 보러 온 것임을 깨닫자 자연스레 투덜댔다.허사연의 눈빛 또한 장난기가 가득했다.“서준아, 대체 언제 그 조씨 가문 가주 딸이랑 특별한 관계로 엮인 거야?”진서준은 곧바로 쓴웃음을 지으며 해명에 나섰다.“오해야, 나랑 조민영은 그런 사이 아니야. 우리 만남은 정말 우연이었고 난 그 아이를 단지 여동생처럼 생각할 뿐이야. 그 아이만 보면 꼭 서라를 보는 것 같거든.”진서준이 조민영을 여동생처럼 생각한다는 말을 듣자 허사연 자매의 싸늘한 분위기가 금세 누그러졌다.제아무리 지선까지 처치했던 진서준이지만 허사연 앞에서 다른 여자 이야기를 꺼내는 건 긴장하고 식은땀이 나는 일이었다.“여동생처럼 생각하는 거라면 괜찮아.”허사연이 솔직한 소감을 밝혔다.“조민영은 이제 막 성인이 됐어. 이따가 그 아이를 만나면 그 아이가 서라랑 얼마나 비슷한지 알게 될 거야.”진서준이 덧붙여 설명했다.처음에 진서준이 조민영을 돕기로 결심했던 것도 조민영의 성격이 진서라와 너무나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너 혼자 그 조씨 가문 아가씨 만나러 가봐. 우리 둘은 고향에 좀 들러볼게.” 허사연이 말에 진서준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고향에 가?”“그래, 우리 고향이 여기 봉천시거든. 근데 몇 년 동안 한 번도 오지 못했어. 이번 기회에 한 번 들려보려고 해.”허사연이 설명했다.진서준은 허사연의 고향이 이곳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허사연이 따로 얘기하지 않았던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허사연이 태어나고 나서 지금까지 고향에 온 횟수는 다섯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였다.“그래, 그럼 조심해서 다녀와.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전화해.”진서준은 손으로 전화 거는 제스처를 하며 말했다.“응, 너도 조심하고. 낯선 여자한테 홀리지 않도록 조심해.”허사연이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진서준은 그 말에 순간 움찔했다.지금 진서준은 더 이상 다른 여자와 엮이고 싶지 않았다.허사연, 김연아, 서지은만으로도 이미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또 다른 배수정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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