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244화

Author: 무가
택시 기사가 미안한 말투로 진서준에게 말했다.

차 안에서 진서준은 멀리서 총을 든 군인들이 줄지어 서 있는 걸 봤다.

돈을 지불한 후, 진서준은 택시에서 내려 호텔을 향해 걸어갔다.

“여기는 전면 통제 구역입니다. 아무도 들어갈 수 없습니다.”

군인 한 명이 진서준이 다가오는 걸 보고는 곧장 큰 소리로 외쳤다.

진서준은 그 말에 평온하게 대응했다.

“국안부에서 저를 초청했습니다.”

지금 진서준은 여전히 인피면구를 쓰고 있었다. 김평안은 국안부 사람이 아니었고 초대받아서 온 사람이었다.

“이름이 뭐죠? 확인하러 가겠습니다...”

군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흰 트레이닝복을 입은 노인이 그의 말을 끊었다.

“저 사람 들어가게 해.”

흰옷의 노인이 말하자 문을 지키던 군인들은 진서준을 들어가게 했다.

“네가 바로 김평안인가?”

흰옷의 노인이 진서준을 자세히 살펴보며 물었다.

이 노인이 이렇게 큰 호기심을 보이는 건 당연했다.

최근 대한민국 무도계에서 김평안은 너무나도 눈부신 존재였다.

경성에서 열린 국제 무도 교류회에서 단 일격에 고필두가 겁에 질려 항복한 사람이 바로 김평안이었다.

그리고 그 후, 동부에서 해외 이족들을 여러 명 처치하며 전설을 만들었다.

지금의 김평안은 무도계에서 반짝이는 샛별과도 같았고 모든 무인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네, 제 이름은 김평안입니다.”

진서준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스승은 누구지? 전에 왜 너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을까?”

흰옷의 노인이 궁금해하며 물었다.

“전 오랫동안 스승님과 함께 깊은 산골과 황야에서 수련해서 세상과는 소통하지 않았습니다. 스승님은 소극적인 성격인지라 밖에선 스승님 이름을 함부로 꺼내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진서준이 유창하게 대답했다.

진서준이 스승의 이름을 밝히지 않자 흰옷 노인의 얼굴에는 살짝 실망한 기색이 스쳤다.

노인은 진서준 같은 천재를 가르친 스승이 어떤 인물일지 내심 궁금했던 것이다.

“현천진군님은 어디 계시죠?”

진서준이 흰옷의 노인에게 물었다.

“저기 홀에 있어.”

진서준은 노인
Locked Chapter
Continue Reading on GoodNovel
Scan code to download App

Related chapters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245화

    아무도 떠나지 않았다.국안부에 가입한 그 순간부터 다들 이미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칠 준비를 마쳤다.“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말하겠습니다. 오늘 밤 우리가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으니 가족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밤이 오기 전에 가족에게 전하세요. 자, 이제 해산합시다...”진서훈은 사람들에게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모두가 흩어지자 진서훈은 진서준을 향해 손짓했다.“이리 오너라, 내가 이분들을 소개할게.”이번에 보해에 온 호국장군은 진서훈을 포함해 총 네 명이었다.그중 한 명은 청연진군 최현우, 한 명은 천자진군 송경식, 그리고 마지막 한 명은 하얀 긴머리를 휘날리지만 젊은 얼굴의 남자였다.“이분은 불로진군 예천우, 이분은 천자진군 송경식, 그리고 이분은 청연진군 최현우야. 네가 경성에서 봉호를 놓고 싸울 때, 이 두 사람은 널 보러 왔었지.”진서준은 경건한 마음으로 세 사람에게 공손하게 인사했다.“세 진군님, 처음 뵙겠습니다.”진서준의 존경을 받을 만한 사람이라면 단지 강력한 실력만으로는 부족하고 고귀한 인격 또한 필요한 사람이어야 했다.나라를 위해 목숨을 서슴없이 바칠 수 있는 이들 호국장군이야말로 진서준이 진정으로 존경할 만한 인물이었다.“진서준, 김평안, 만약 진 영감이 네 신분을 밝히지 않았다면 난 이 두 사람이 사실 한 사람이란 걸 절대 짐작하지 못했을 거야.”예천우는 진서준을 보며 담담하게 웃었다.“한 명은 검도 대종사, 다른 한 명은 무도 대종사잖아. 외부에서 보면 이 둘은 전설적인 천재일 수밖에 없지. 아무도 진서준과 김평안이 같은 사람이라고 짐작할 수 없었을 거야. 너희 진씨 가문에 드디어 용이 나왔구나.”최현우와 다른 두 사람은 아낌없이 진서준을 칭찬했다.“다들 그만해, 더 칭찬했다가는 이 자식이 거만해져서 누구도 안중에 없을 거야.”진서훈은 웃으며 겸손하게 받아들였다.“그리고 우리 진씨 가문도 처음 용이 나온 게 아니야.”이 자리에 있는 모두는 진서훈이 말하는 첫 번째 용이 누구인지를 잘 알고 있었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246화

    “아직 그놈들과 싸워보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우리가 반드시 패배한다고 확신할 수 있나요? 이건 우리 호국장군이 갖춰야 할 기개가 절대 아닙니다.”네 명의 호국장군과 스무 명 이상의 대종사란 강력한 진영이라면 신농을 포함한 4대 최고 종문도 감히 정면으로 맞붙을 수 없을 것이다.하지만 전투가 시작되기도 전에 진서훈은 본인을 포함한 국안부 인원이 전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견하고 있었다.“멸용 조직에는 지선이 있어...”진서훈은 먼 곳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우리 네 명이 힘을 합쳐도 지선 하나를 상대하기는 버거워.”진서훈의 말에 진서준은 깜짝 놀랐다.지선만 제외하면 진서훈을 포함한 호국장군은 대한민국 무도계의 정상급 존재들이었다.그런데 이런 대단한 인물 네 명이 힘을 합친다고 해도 해외 지선에 맞설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한다고 했다.그 해외 지선이 정말 이토록 무시무시한 존재란 말인가?“서준아, 네가 우리 경지에 도달하면 그때야 비로소 경지 하나 차이가 얼마나 엄청나게 큰지 알게 될 거야.”진서훈은 담담하게 말했다.팔급 이상만 넘어서면 경지 하나 차이가 하늘과 땅 사이처럼 엄청났다.그러니 자연스럽게 경지를 넘어서는 전투는 거의 불가능한 것이었다.역사상 팔급 이상 대종사들이 경지를 넘어선 전투에서 승리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승리는커녕, 상대의 손에서 살아남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대단한 일이었다.대다수 외부인은 진서훈을 포함한 호국장군들이 경지를 넘어서는 전투에서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자신했다.사실 경지를 넘어선 전투가 가능할지는 진서훈을 포함한 호국장군 자신들만이 잘 알고 있었다.진서준의 마음은 더욱 무거워졌다.나라를 위해 죽는 건 국안부 모든 사람의 최고 영광이 틀림없었다.하지만 진짜 이 전투에서 전사한다면 진서준 아버지를 도대체 누가 구할 수 있을까?어머니와 여동생은 그 후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사연, 연아, 그리고 서지은 등 소중한 사람들은 또 어떤 처지에 놓이게 될까?어깨 위에는 너무나 무거운 짐이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247화

    허사연은 자기 가방에서 자단목으로 정교하게 제작된 나무 상자를 꺼냈다.진서준은 놀란 표정으로 허사연을 바라보았다.여태껏 어머니가 자기에게 줄 것이 있다고 들은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혹시 지난번 신농산에서 나올 때 어머니가 허사연에게 맡긴 걸까?상자가 열리자 고급스러운 하얀 옥으로 만들어진 정교한 옥반지가 조용히 그 안에 놓여 있었다.반지는 투명하게 빛났고 그 위에는 사나운 기운을 보이는 용맹스러운 용이 새겨져 있었다.용은 당장 반지에서 뛰쳐나와 하늘로 날아오를 것처럼 의아할 정도로 생동했다.진서준은 놀라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그 반지를 바라봤다.진서준은 이 반지에서 막대한 에너지가 느껴졌고 이전에 조희선이 그에게 준 옥패의 에너지보다도 훨씬 강력하다는 걸 알아챘다.“이건 우리 엄마가 네게 준 거야?”허사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반지를 꺼내서 직접 진서준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어머님이 그때 이 반지는 사실 아버님이 예전에 준 거라고 나한테 말했어. 당시 아버님과 어머님이 쫓기게 된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이 천용 반지 때문이기도 해.”천용 반지로 불리는 반지를 내려다보며 진서준은 반지 위의 용이 마치 살아있는 듯 움직이는 것을 발견했다.“사연아, 이 반지 위의 용이 방금 움직인 것 같지 않아?”진서준은 혹시 자기가 잘못 본 게 아닌지 바로 허사연에게 보여주었다.허사연은 반지를 자세히 들여다보다가 고개를 저었다.“움직이지 않았어. 아마 네가 잘못 본 거겠지...”정말 진서준이 잘못 본 걸까?진서준은 방금 분명히 이 옥용이 움직이는 걸 발견했다.“어머님이 네가 이 반지를 끼게 되면 앞으로 더욱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을 해낼 거라고 했어. 어머님과 난 네가 위험한 상황에 뛰어드는 걸 원치 않아서 그동안 주지 않았어. 하지만 지금 네가 이렇게 괴로워하는 걸 보니 나도 마음이 찢어질 것 같아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아까 진서준이 우울한 표정으로 넋두리하는 모습을 본 허사연은 가슴이 칼로 도려내듯이 아팠다.허사연은 사실 진서준의 마음속 자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248화

    역천신을 상대하기엔 국안부 네 호국장군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역천신, 25년 전 누가 너희들이 꼬리를 감추고 허겁지겁 도망치게 했던지 벌써 잊었어? 그때 네가 도망치는 속도가 조금만 늦었다면 이미 보해에서 목숨을 잃었을 거야. 오늘 다시 우리 대한민국을 감히 침범하려 한다면 반드시 이곳에서 너희들 숨통을 끊어놓을 거야.”진서훈의 말이 멸용 조직 모두의 귀에 울려 퍼졌다.하지만 역천신은 화를 내지 않았다.25년 전, 역천신은 아직 지선이 아니었다.그 전투에서 역천신은 철저히 패배해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지금의 역천신은 그때와는 완전히 달라졌고 그때 겪었던 굴욕을 모두 되갚아 줄 수 있었다.“숨통을 끊는다고? 너희 몇 사람만으로는 힘들걸.”역천신은 발끝을 갑판에 살짝 댄 후, 깃털처럼 천천히 해수면 위로 착지했다.거친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 위에 서면서도 역천신은 평지에 서 있는 것처럼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했다.끊임없이 출렁이던 바다도 이 순간 신기하게 조용히 가라앉았다.이 광경을 지켜본 국안부 대종사들의 눈에 긴장한 기색이 감돌기 시작했다.이 멸용 조직의 지선은 그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두려운 존재였다.진서훈 일행 네 명의 눈빛도 무겁게 가라앉았다.“저 녀석은 우리 넷이 맡을 테니 나머지는 너희들에게 맡기겠어.”진서훈은 뒤쪽에 있던 호국사들을 돌아보며 부탁했다.“진군님, 걱정 마세요. 우리에게 숨이 붙어 있는 한, 이 해외 이족들을 절대 대한민국에 들이지 않겠습니다.”진서훈 일행 네 명은 고개를 살짝 끄덕인 뒤, 단번에 바다 위로 뛰어내렸다.대한민국 천의방 50위 안에 드는 네 명의 강자와 멸용 조직의 역천신이 바다 위에서 대치하게 되었다.진서훈 일행 네 명은 아직 공격하지 않았지만 그들 뒤의 파도는 갑자기 거세게 요동치기 시작했다.진서훈 일행이 발산하는 기운을 받고 10여 미터 높이의 파도가 역천신을 향해 몰아쳤다.역천신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냉소만 지었다.그러자 역천신의 발 아래에 있는 바닷물이 갑자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249화

    역천신은 경멸이 가득한 눈빛으로 기세가 대폭 상승한 진서훈 네 명을 바라봤다.진서훈 일행과 역천신의 경지 차이는 무려 두 단계나 벌어져 있었다.역천신이 지선 경지에 이르지 않았다면 폭원단을 복용한 진서훈 일행 네 명을 마주하는 상황을 피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하지만 역천신 지선 경지에 이른 지는 이미 10년이 넘었다.이 10년 동안 역천신의 실력은 하나도 상승하지 않았지만 그는 지선의 힘을 극한까지 갈고 닦았다.지선의 힘이 선천강기보다 훨씬 뛰어난 건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었다.계란으로 돌을 깨려는 것과 같아 아무리 단단한 계란이라도 결국 산산이 부서지고 말 것이다.네 가지 색깔이 다른 선천강기가 진서훈 일행의 주위를 감쌌다.“죽어!”진서훈의 포효와 함께 그는 포탄처럼 하늘로 날아올랐고 예천우 등 세 명도 그를 뒤따랐다.네 명은 앞쪽과 뒤쪽 그리고 좌우 양측으로 역천신을 에워쌌다.하지만 겹겹이 포위된 역천신의 표정은 평온했고 눈에는 오히려 조롱이 담긴 눈빛이 서려 있었다.역천신은 자신을 과대평가한 진서훈 일행 네 명이 무모한 도전을 하는 것 같아 그 모습이 참 우스꽝스러웠다.“좋아, 너희에게 지선과 선천 대종사 사이의 차이가 얼마나 엄청난지 보여주겠어.”역천신의 말이 끝나자마자 요란한 소리와 함께 그의 옷이 갑자기 찢어졌다.덩굴처럼 얽힌 근육질의 몸이 달빛에 비치며 극도로 공포스럽게 보였다.횡련 지선인 역천신의 이름은 그의 실력에 걸맞았다.같은 경지에서도 횡련 무인은 강기를 수련한 무인보다 강한 법이다.횡련 지선인 역천신의 몸은 심지어 크루즈 한 척의 무게도 버틸 수 있었다.쾅!진서훈 일행 네 명의 선천 강기가 역천신의 몸에 닿자 역천신의 몸에서 황금빛 광채가 피어올랐다.순식간에 진서훈 네 호국장이 모아낸 선천강기가 힘없이 부서졌다.그리고 진서훈 일행 네 명은 거대한 충격을 받고 체내의 선천강기가 심각하게 흔들려 얼른 후퇴했다. 호국장군들의 눈에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 가득했다.“다들 확인했어? 이게 너희와 내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250화

    이 위급한 순간, 쇠 채찍 하나가 역천신의 오른 주먹을 단단히 휘감아 더 이상 앞으로 휘두르지 못하게 제지했다.동시에 한 손에 불타는 장검을 든 송경식이 소리 없이 역천신의 등 뒤에 나타났다.장검은 휘몰아치는 바람 소리와 함께 역천신의 목을 향해 떨어졌다.역천신의 발 아래 바닷물이 주동적으로 양옆으로 갈라지며 약 20미터 깊이의 바닷길이 나타났다.“젠장!”역천신은 속으로 욕설을 뱉으며 즉시 몸을 옆으로 살짝 기울였다.불타는 장검은 그 순간 역천신의 어깨에 떨어졌다.평소엔 절대 상처 입지 않을 단단한 역천신의 몸에서 시뻘건 핏방울이 조금 흘러나왔다.“네 하늘을 찌르는 오만 때문에 오늘 넌 여기서 즉사하게 될 거야.”은빛 창을 든 예천우가 허공에 나타났고 날카로운 창끝이 역천신의 어깨를 단번에 꿰뚫었다.푸슉...뾰족한 무기가 살을 뚫는 소리가 바다 위에 울려 퍼졌다.“이 빌어먹을 벌레 같은 것들이 감히 내게 상처 입혀?”역천신은 활활 타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역천신이 양손을 흔들자 몸에서 강렬한 금빛이 발산되어 칠흑 같은 밤하늘을 찬란하게 비추었다.그 모습을 본 진서훈 일행의 눈이 휘둥그레졌고 다들 즉시 공격을 멈추고 뒤로 물러나려고 했다.하지만 이미 한발 늦었다.펑! 펑! 펑! 펑!네 명의 몸이 탄알처럼 백 미터나 뒤로 날아가 바다 위에 무서운 기세로 떨어져 10여 미터 높이의 물결이 하늘로 치솟았다.진서훈 일행의 손바닥에서 핏방울이 스며 나왔고 다들 비틀거리며 일어서서 금발이 휘날리는 역천신을 바라보았다.이 순간의 역천신은 분노한 사자 같았고 두 눈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진서훈 일행은 혼란스러운 호흡을 가다듬고 역천신을 주시하며 그의 몸에서 눈길을 떼지 않았다.“다음 공격으로 저 녀석 팔 하나를 잘라내자.”진서훈은 말을 마치고 다시 선두로 뛰어들었다.진서훈 일행이 치열하게 싸우는 동안, 한 척의 요트가 그들 쪽으로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요트 위에서 진서준은 멀리서 요동치는 바다와 흐릿하게 보이는 형체들을 보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251화

    진서준의 목소리와 함께 푸른 검광이 번쩍였다.매미 날개처럼 얇은 푸른 검광이 이 이국 강자의 목을 스쳐 지나갔다.그러자 목에서 피가 천천히 흘러내리며 바닷물 위로 떨어졌다.곧이어 이족의 머리가 바닥으로 떨어져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이족의 눈에는 끝없는 억울함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남아 있었다.해외 강자인 자기가 이렇게 쉽게, 그것도 겨우 20대 초반의 청년에게 죽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맙소사... 이게 용존의 실력인가? 너무 공포스러운데?”“저 붉은 머리 녀석은 지의방 35위일 거야, 게다가 육급 정점 대종사잖아.”“내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다면 용존이 육급 대종사를 이렇게 손쉽게 죽일 줄은 상상도 못 했을 거야.”바다 위에 있던 호국사들은 이 장면을 보고 차가운 숨을 들이마셨다.아무래도 이건 평범한 무인이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진서준은 이제 겨우 스물다섯 살이었고 스물여섯 살 생일도 아직 지나지 않았다.스물다섯에 이렇게 무시무시한 실력을 자랑하는 무인이 몇 년만 더 수련하면 아마 대한민국 전역에서도 그를 상대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다른 해외 강자들은 눈이 시뻘겋게 충혈되어 분노에 찬 목소리로 진서준을 향해 알아듣기 힘든 외국어로 소리를 질렀다.그 모습을 보니 다들 분노와 슬픔으로 뒤섞인 감정을 분출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아쉽게도 해외 이족의 감정 따위는 진서준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누가 개미 같은 존재의 희로애락을 신경 쓰겠는가?“선배님들, 이제는 물러나 쉬십시오. 남은 건 전부 저에게 맡기십시오.”진서준은 아직 전장에 서 있는 여덟 명 정도의 호국사들을 바라보며 정중한 목소리로 말했다.이들은 전부 몸을 던져 나라를 지키는 사람들이니 존경을 받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진 마스터, 조심하십시오. 저기 남은 놈들은 절대 약하지 않습니다...”한 호국사가 소리 내어 진서준을 경고했다.남아 있는 해외 이족은 총 아홉 명이었다.그중 가장 강한 자는 칠급 대종사였고 가장 약한 자도 오급 경지였다.진서준이 천용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252화

    만약 1분 안에 역천신을 죽이지 못하면 이 이족 지선은 누구도 막을 수 없게 될 것이다.진서훈 일행이 죽은 후, 그다음 차례는 진서준과 호국사들이 될 것이다.“아무래도 그 기술을 써야겠어...”진서훈의 얼굴에 처량한 미소가 떠올랐다.이를 들은 예천우를 포함한 세 사람이 크게 동요하기 시작했다.“이기든 지든 마지막 검 한 방에 달렸군.”세 사람은 진서훈의 등 뒤로 다가가 손바닥을 그의 등에 올렸다.곧이어 세 사람은 체내 모든 선천강기를 동시에 진서훈에게 전달했다.선천강기가 전달되자 진서훈의 몸은 풍선처럼 점점 부풀어 올랐고 예천우를 포함한 세 사람은 얼굴이 종잇장처럼 창백해져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았다.진서훈의 손에 든 현철로 만든 유연검이 미세하게 떨리며 은은한 빛을 뿜어냈다.역천신은 온몸의 근육이 긴장되어 발끝부터 서늘한 기운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하지만 역천신은 진서훈 일행을 방해하지 않았다.이건 강자인 역천신이 자기 자존심을 과시하는 일종 수단이었다.진서훈 네 명에게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결코 자기를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똑똑히 보여주려는 것이기도 했다.“나머진 전부 너에게 맡기겠어...”예천우가 말을 마치자마자 힘없이 바다 위로 쓰러졌고 송경식과 최현우도 뒤따라 쓰러졌다.세 사람이 쓰러진 그 순간, 진서훈이 검을 내질렀다.그 검격은 마치 10급 태풍처럼 모든 것을 휩쓸며 끊임없이 울부짖었다.찰나의 순간, 바닷물과 밤하늘이 두 조각으로 갈라졌다.이 무시무시한 검기를 본 역천신은 전력을 다해 포효했다.“나 역천신이 너희 같은 개미가 주제넘게 나무를 흔든 처참한 결과를 알려주마!”역천신의 몸에서 빛이 쏟아져 나와 그의 양손으로 모여들었고 그 빛은 하나의 보호막으로 변해 역천신의 앞을 가로막았다.쾅!검광이 역천신이 보여준 지선의 힘에 부딪히자 사방으로 끝없이 거친 파도가 솟구쳤다.그 파도는 천 미터를 넘게 뻗어나가며 진서준과 해외 강자들마저 흔들리게 했다.다들 그 여파 속에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며 자기가

Latest chapter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73화

    아침, 설표 특전대 기지.단잠에 빠져 있던 소정태와 고인권 등 사령관은 갑작스러운 군부의 전화 소리에 깨어났다.8대 특전대 사령관들은 즉시 회의실에 집합했다.“어젯밤, 묘강에서 폭동이 발생했어. 그러나 배논국 군부가 폭동을 단숨에 진압하며 묘강은 다시 배논국의 영토로 돌아갔어.”상부의 이 한마디에 현장에 있던 여덟 명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소정태 일행은 서남 국경에서 묘강의 사수들과 적지 않게 맞닥뜨린 경험이 있었다.다들 묘강의 사람들은 전부 목숨을 걸고 움직이는 미친놈일 뿐만 아니라 주술과 독충술까지 능숙히 다루는 존재라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게다가 그들은 자기들만의 군대와 탱크와 같은 대형 무기를 갖추고 있었다.배논국 군부가 강제로 공격했다간 양측 모두 피바다가 될 게 뻔했다.그런데, 단 하룻밤 만에 묘강이 평정되다니 너무나 기묘한 일이었다.“혹시... 진 교관이 한 일이 아닐까?”고인권이 불쑥 입을 열었다.어제까지만 해도 여덟 사령관은 진서준이 묘강으로 갈 가능성을 두고 논쟁을 벌였었다.그런데 다음 날 아침, 이렇게 어마어마한 소식이 터진 것이다.“설, 설마 그랬겠어? 진 교관님이 아무리 강해도 혼자서 묘강 전황을 뒤집을 수는 없잖아?”누군가 믿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말했다.“맞아. 그건 너무 황당한 얘기야. 게다가 진 교관이 대체 어떻게 묘강에 갔단 말이야? 그곳은 철통같이 방어되어 있어서 전신전 병사들조차 함부로 발을 들이지 못하는 곳이야.”“난 오히려 가능성이 있다고 봐.”소정태가 갑자기 말했다.“너희들 기억하지? 예전에 너희가 설표 특전대가 최고 특전대로 올라설 거라는 내 말을 믿지 않았지? 근데 진 교관님 덕분에 우리는 그 어려운 걸 해냈어, 그것도 한 달도 안 걸려서 말이야. 지금도 난 똑같이 믿어. 진 교관님은 묘강을 송두리째 무너뜨릴 힘을 가지고 있다고 말이야.”소정태는 진서준에 대해 백 퍼센트 신뢰하고 있었다.소정태는 그야말로 진서준의 열렬한 팬이었다.“그럼, 진 교관님께 전화라도 걸어볼까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72화

    레이더 화면에 수많은 적기가 포착됐고 곧이어 포탄이 몇 발 날아왔다.조종사들은 반응할 틈도 없이 폭격을 정면으로 맞았다.쾅!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칠흑 같은 밤하늘에 거대한 불꽃이 튕기며 대낮처럼 환해졌다.지상에 있던 사람들은 일제히 하늘을 올려다봤다.오스프리 전투기 두 대는 완전히 파괴되어 잔해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유문기는 도망치는 걸 멈추지 않았다.유문기가 두려워하는 건 오스프리 전투기가 아니라 바로 그 괴물 같은 존재, 진서준이었다.묘왕은 자기 비장 카드인 오스프리 전투기가 파괴된 것을 보며 분노로 눈이 뒤집혔다.“누가 한 짓이야? 어떤 미친놈이 감히 내 전투기를 부쉈어?”그 순간, 배논국 군대 로고가 새겨진 전투기 수십 대가 시야에 들어왔다.이 광경에 묘왕은 땅을 치며 후회했다.‘아까 상황 좀 더 제대로 파악하고 행동할 걸...’전투기 편대가 먼저 도착하고 이어 대규모 부대가 들이닥쳤다.지도자를 잃은 묘강은 머리를 잃은 파리 떼처럼 혼란에 빠졌다.잠자코 상황을 지켜보던 진서준은 더 이상 이들과 놀아줄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진서준은 참선검을 손에 잡고 단 일격으로 묘왕의 허리를 두 동강 냈다.눈을 뜬 채 죽은 묘왕의 눈에는 끝없는 분노가 서려 있었다.억울한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게 분명했다.그러나 아무리 억울해도 묘왕에게 다시 시작할 기회는 있을 수 없었다.“날 죽여.”이때의 유기철은 오히려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그 모습은 마치 생사를 초월한 경지에 이른 것 같았지만 사실은 유기철이 본인이 아무리 애원해도 진서준이 살려주지 않을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넌 네 친조카까지 해쳤어. 널 만 번 죽여도 내 분노가 풀리지 않을 거야.”진서준의 얼굴은 여전히 냉랭했다.“난 널 죽이지 않겠어. 대신 널 평생 끝나지 않는 고통 속에 살게 해주지.”그 말과 함께 진서준은 손바닥으로 유기철의 가슴을 내리쳤다.유기철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유기철은 진서준이 자기를 죽이는 건 두렵지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71화

    유령처럼 갑자기 나타난 진서준을 보자 유문기 일행은 순간 얼어붙었다.유문기와 묘왕은 내부 싸움을 벌이고 있었지만 진서준은 그들의 공동의 적이었다.진서준이 살아있다면 그들 모두 죽을 운명이었다.유문기와 묘왕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조금 전, 묘왕과 유기철은 모든 걸 쏟아부었다.두 사람의 몸은 거의 한계에 다다랐고 더는 버틸 수 없을 정도였다.“너 폭탄에 맞아 죽은 줄 알았는데 왜 아직 살아 있는 거야?”유문기의 얼굴은 흉측하게 일그러졌다.방금 폭탄이 터진 후, 묘왕 혼자만 폭발의 중심에서 걸어 나오는 걸 본 유문기는 진서준이 틀림없이 죽었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현실은 유문기의 예상과 전혀 달랐다.유문기의 예측은 현실을 완전히 빗나갔다.“네 생각에 그 포탄 따위가 날 죽일 수 있을 것 같아?”진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네 눈엔 내가 저 늙은 영감탱이만도 못해 보이나?”영감탱이는 당연히 묘왕을 가리키는 말이었다.“진서준, 네가 묘왕을 죽여준다면 내가 묘강의 재산 절반을 네게 주마. 어때?”진서준과 맞설 수 없음을 깨달은 유문기는 새로운 방식을 선택했다.바로 진서준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는 속셈이었다.진서준을 자기편으로 영입하면 진서준이 자기를 건드릴 이유가 사라지게 될 것이다.묘강의 재산은 거의 배논국의 절반과 맞먹는 수준이었다.배논국은 작은 나라이긴 하지만 그래도 하나의 국가였기에 그 재산은 실로 천문학적인 숫자였다.하지만 진서준에게 이 돈은 전혀 필요 없었다.진서준이 이번에 온 이유는 단 두 개, 유문기를 죽이고 묘왕을 없애기 위해서였다.돈을 아무리 많이 준다 해도 진서준의 마음은 흔들리지 않았다.더군다나 묘강의 돈은 대부분 불법적인 경로에서 온 더러운 돈이었다.그런 돈은 진서준이 원하지 않았다.유문기가 진서준을 설득하려는 걸 본 묘왕은 즉시 눈을 굴리며 외쳤다.“이봐 청년, 네가 저놈을 죽인다면 내가 묘왕의 자리를 네게 물려주겠어. 사실 너와 나 사이엔 그렇게 큰 원한도 없어. 유씨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70화

    묘왕의 온몸은 피로 물들어 있었고 옷은 다 찢어졌으며 고약한 타는 냄새가 났다.그 냄새는 묘왕의 옷 속에 숨어 있던 독충들이 조금 전의 고온에 의해 증발한 냄새였다.지금의 묘왕은 바람에 꺼져가는 촛불 같았고 누구든지 쉽게 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이 절호의 찬스를 놓치지 않으려는 유문기는 유기철에게 소리쳤다.“아버지, 저놈을 죽여요! 저놈을 죽이면 우리는 묘강을 손에 넣을 수 있어요!”유기철은 그 말에 순간 멈칫했다.“내가 묘왕을 공격하라고?”유기철의 단전도 파괴되어 공격할 능력이 전혀 없었다.“제 단전도 저 진서준이란 자에게 쥐어박혀서 망가졌어요. 제가 공격할 수 있다면 왜 굳이 아버지를 시키겠어요?”유문기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유문기도 직접 전장에 나서서 묘왕을 죽이고 싶었다.그동안 유문기는 묘왕에게 개처럼 부려지며 살아왔다.때때로 독을 시험하는 일도 겪었는데 그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이었다.몇 년째 묘왕을 죽이고 싶었던 유문기는 드디어 적절한 기회를 잡았지만 아쉽게도 방금 진서준에게 단전이 파괴되어 완전히 폐인이 되어버렸다.“내 단전도 파괴된 거 잊었어?”유기철의 말에 유문기는 주머니에서 약을 꺼냈다.“이걸 드시면 일시적으로 예전의 힘을 조금 되찾을 수 있습니다.”유기철은 약을 받아 들고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이거 부작용 없겠지?”부작용이 없다면 유문기는 자기가 먼저 먹었을 것이다.“부작용 있습니다. 먹으면 온몸의 뼈가 부서지고 폐인이 됩니다.”유문기는 솔직하게 부작용을 실토했다.“아버지. 지금 이게 우리 유일한 기회예요. 저놈을 죽이고 제가 묘왕이 되면 뼈가 다 부서져도 제가 아버지를 먹여 살릴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둘 다 저놈 손에 죽을 겁니다.”유문기의 분석을 듣자 유미철은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묘왕의 손에 죽거나 이 기회에 한 번 싸워보고 나중에라도 누군가 그를 돌봐 줄 수 있는 것,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유기철은 더 이상 망설이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69화

    묘왕의 허락을 받은 후, 두 명의 오스프리 전투기 조종사는 망설이지 않고 진서준을 조준 후 즉시 발포 버튼을 눌렀다.요란한 소리와 함께 끔찍한 불빛 두 개가 오스프리 전투기의 하단에서 솟아올랐고 미사일은 직선으로 진서준을 향해 날아갔다.“정말 목숨을 버리겠다는 거야?”진서준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묘왕을 쳐다보았다.“목숨을 버리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 너겠지!”묘왕은 지옥에서 기어 나온 악마처럼 흉악한 표정을 지었다.두 사람은 모두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이 시점에서 물러나면 상대방이 이 기회를 틈타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그런 상황에 맞닥뜨리면 미사일에 맞아 죽지 않더라도 상대방의 주먹에 죽게 될 것이다.미사일이 당장 떨어져 폭발할 것 같은 시점에서도 두 사람은 전혀 미동도 하지 않았다.“스승님!”유문기는 당황한 표정으로 묘왕을 불렀다.“도망쳐! 멍하니 뭐 하고 있어?”유기철은 유문기를 끌고 급히 먼 곳으로 도망쳤다.쾅!미사일이 바닥에 떨어지자 그 무시무시한 힘이 주위 수백 미터를 순식간에 덮쳤다.유기철과 유문기는 이미 가장자리까지 도망갔음에도 불구하고 그 강력한 기폭에 휘말려 바닥에 사정없이 쓰러졌고 입과 코에서 피가 흐르며 처참한 모습을 보였다.유문기가 폭발 중심에서 연기가 자욱하게 퍼져 있는 걸 확인했다.유문기 부자가 가장자리에서 이렇게 심하게 다쳤으니 폭발 중심에 있던 진서준과 묘왕은 어땠을지 상상할 수 없었다.“저놈이 죽었어, 드디어 죽었어!”유문기는 흥분한 목소리로 외쳤다.유문기가 입에 담은 저놈은 묘왕을 가리키는 건지, 진서준을 가리키는 건지 유기철은 분간할 수 없었다.“문기야, 얼른 떠나자.”유기철은 정신을 차리고 유문기를 잡아끌며 떠나려고 했다.“안 돼요. 난 이날을 정말 오래 기다렸단 말이에요.”유문기는 아버지의 손을 뿌리치며 얼굴에 끔찍한 미소를 떠올렸다.“늙다리가 오늘에 와서야 끝내 죽었네! 내가 널 이렇게 오래 모신 이유가 바로 네가 죽는 오늘을 위해서였어!”유문기는 거리낌 없이 호탕하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68화

    묘왕은 더 이상 생각할 겨를도 없이 체내의 선천강기를 돌려 방어 태세를 취했다.동시에 묘왕은 자기 몸에 숨겨둔 독충들을 풀어 진서준의 얼굴로 날려 보냈다.이 독충들이 가진 독은 전부 강력한 부식성을 지니고 있어 육급 이하의 선천 대종사 강기조차 이 독충들의 독성을 막아낼 수 없었다.독충과 진서준 사이의 거리가 반 미터도 채 남지 않았을 때, 진서준의 눈에서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했다.곧이어 그 불꽃이 하늘로 솟구치며 독충 무리를 덮쳤다.치지직...순간 고기를 구울 때 나는 소리가 울려 퍼지며 독충들은 진서준이 내보낸 영화에 의해 몰살당했다.순식간에 가루로 변한 독충들은 바닥에 닿기도 전에 빗물에 씻겨 사라졌다.이를 본 묘왕의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졌다.그러나 묘왕은 지금 독충을 걱정할 여유조차 없었다.진서준의 양주먹이 이미 묘왕의 가슴팍을 향해 날아오고 있기 때문이었다.묘왕 역시 자기 양 주먹을 내밀어 진서준의 주먹을 정면으로 받아들였다.펑!두 사람의 주먹이 맞부딪히며 산이 무너지는 듯한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발밑의 지면이 지진이라도 난 듯 사방으로 갈라져 퍼져 나갔다.무시무시한 충격파에 머리 위로 떨어지던 빗물조차 접근하지 못했다.이를 꽉 악물고 있는 묘왕의 얼굴이 철판처럼 굳어졌다.묘왕은 산을 뒤엎는 듯한 공포스러운 힘이 주먹에서 시작해 온몸으로 퍼지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게다가 묘왕의 주먹 끝 강기에는 거미줄 같은 균열이 생기고 있었다.반면, 진서준의 상태도 묘왕보다 크게 나아 보이지 않았다.백 년 가까이 살아온 묘왕의 내공과 실력은 역시나 무시무시한 수준이었다.우르릉!하늘에서 갑작스러운 천둥소리가 울렸다.번개의 섬광이 칠흑 같은 밤하늘을 찢어 잠깐의 백광을 드러냈다.곧이어 하늘에서 헬리콥터의 로터 소리가 들려왔다.묘왕과 정면으로 겨루고 있던 진서준이 고개를 들어 쳐다보자 헬리콥터 두 대가 빠르게 이쪽으로 날아오고 있는 걸 발견했다.진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묘왕과 속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67화

    비는 점점 거세졌고 멈출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빗물로 흠뻑 젖은 바닥에 쓰러진 유문기는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진서준을 바라봤다.단 한 방에 자기가 완전히 폐인이 되다니, 이 녀석의 실력이 대체 얼마나 강한 건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진서준은 유문기를 멍청이를 보듯이 바라보며 말했다.“너 같은 비겁한 수작질이나 하는 녀석이 감히 나랑 정면으로 겨룬다고? 널 쉽게 죽이고 싶지 않아서 봐주는 거야. 그게 아니었으면 너도 방금 그 탱크처럼 새까만 시체로 변했을 거야.”탱크조차 진서준의 일격을 당해내지 못했는데 하물며 겨우 종사 경지에 불과한 유문기가 상대가 될 리가 없었다.지금 진서준에게 유문기를 죽이는 건 손바닥 뒤집는 일과도 같았다.하지만 그냥 죽이는 건 유문기에게 너무 가벼운 벌을 내리는 것과 같았다.진서준은 유문기의 뼈를 하나하나 산산이 부수겠다고 속으로 다짐했다.“사람으로 살 수 있는 기회를 두고 왜 굳이 짐승이 되려고 해?”짐승이 되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하는 법이다.“너... 너 대체 누구야?”유문기의 눈알이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았다.같은 20대 청년인데 왜 이 녀석의 실력은 자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수준에 있는 거지?“너희 집 큰 짐승이 안 알려줬어?”진서준이 유기철을 가리켰다.“누굴 짐승이라는 거야? 너야말로 짐승이야!”유기철은 얼굴이 시퍼렇게 질린 채 분노에 차 욕을 내뱉었다.“유기명 삼촌이 네 목숨을 살려줬을 때 고마워할 줄도 모르고 오히려 사람을 시켜 유정을 독살하려고 시도해? 네가 짐승이 아니면 뭔데? 짐승조차도 은혜를 알고 갚을 줄 알아. 넌 인간의 뇌를 가진 고등 동물인 주제에 자각도 없는 거야?”진서준은 유기철을 바라보며 섬뜩한 살기를 내뿜었다.“그건 그 여자가 죽어 마땅했기 때문이야!”유기철은 일말의 자책도 없이 계속 헛소리를 지껄였다.“다들 입 다물어!”묘왕이 분노의 외침을 터뜨리더니 곧이어 원한에 가득 찬 시선으로 진서준을 노려봤다.“이봐, 오늘 네가 무슨 이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66화

    “스승님, 지금 어떡해야 하죠?”유문기가 긴장한 기색으로 묻자 묘왕은 곧 평정심을 되찾으며 말했다.“당황하지 마. 우리에게는 아직 숨겨둔 비장의 카드가 있어. 오늘 저 녀석이 설령 지선이라 하더라도 반드시 여기서 끝장날 거야. 게다가 방금 그 일격으로 꽤 체력을 소모했을 게 분명해. 오늘은 묘강의 모든 주민을 동원해서라도 저놈을 기어이 지치게 만들어야 해.”묘강에는 무려 30만 명이 넘는 인구가 있었고 그중 전투에 참여할 수 있는 남자만 10만 명이 넘었다.이런 어마어마한 전투력을 상대하려면 지선도 버거울 게 뻔했다.죽이지는 못해도 적어도 지쳐서 움직일 수 없게 할 수는 있었다.이게 바로 묘왕이 태연하게 있을 수 있는 이유였다.그러나 진서준은 묘왕 일행에게 비장의 카드를 꺼낼 기회를 줄 생각이 없었다.방금 참선검을 휘두르며 진서준은 곁눈질로 유기철을 발견했다.진서준이 발끝에 힘을 주고 허공에 뛰어오르자 그의 모습이 귀신처럼 제자리에서 사라졌다.사람들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진서준은 이미 묘왕 일행 앞에 나타나 있었다.“너였구나!”유기철은 진서준의 얼굴을 보자마자 표정이 확 변했다.“저 녀석을 알아?”묘왕이 눈썹을 추켜세우며 물었다.“묘왕님, 이 사람이 제가 전에 말씀드렸던 진서준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 녀석이 예전에 우리의 계획을 망쳤습니다.”유기철이 서둘러 진서준을 소개했다.눈앞의 청년이 진서준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묘왕은 충격을 감출 수 없었다.“네놈이 내 오랜 계획을 그렇게 망쳐놓고 감히 혼자서 우리 묘강에 쳐들어와? 우리 묘강이 그렇게 만만한 줄 알아?”묘왕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진서준을 노려보며 버럭 화를 냈다.하지만 진서준은 묘왕의 말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대신 유기철을 차갑게 바라보며 은은한 살기를 드러냈다.유기철은 그 시선에 수만 마리 개미가 자기 몸을 기어다니는 듯한 소름 끼치는 느낌을 받았다.“유기철, 자기 친조카에게 독을 퍼뜨리는 네놈은 더 이상 사람이 아닌 짐승이야.”진서준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65화

    탱크는 현대 전쟁에서 가장 무시무시한 존재 중 하나였고 말 그대로 전쟁 기계라 불릴 만했다.완전히 무장한 병사들이 대전차 무기가 없이 탱크를 마주하면 그건 곧 죽음을 의미한다.무도를 익힌 무인이라 해도 이런 존재 앞에서는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지금의 올기는 체내의 영기가 거의 소진된 상태였다.묘강에 들어왔을 때 탱크를 만났다면 한 번 싸워볼 수 있었겠지만 이제는 모든 희망을 진서준에게 맡길 수밖에 없었다.진서준은 아래를 쓱 훑어보더니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이제 넌 그만 물러나.”“알겠습니다!”올기는 억지를 부리지 않고 곧바로 몸을 줄여 진서준의 어깨 위로 돌아왔다.진서준은 몸을 천천히 놀려 기러기처럼 부드럽게 지면에 내려왔다.지면에 있는 사람들이 진서준의 움직임을 보더니 깜짝 놀랐다.“세상에, 저 용 머리 위에 사람이 서 있었어!”“어머나, 그럼 아까 그 괴수가 주인이 있었단 말이야? 그럼 그 주인은 얼마나 무시무시한 사람일까?”“아무리 강한 사람이라고 해도 어쩌겠어? 우리에겐 탱크가 있잖아. 게다가 전투기들도 곧 도착할 거라고.”놀라 두려워하는 사람도, 오만하게 웃는 사람도 있었다.한편, 묘왕과 유문기 두 사람은 여전히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보아하니 저 녀석이 바로 그 짐승의 주인인가 보구나.”묘왕의 눈에 살기가 번뜩였다.“저놈을 당장 죽여! 묘강의 위엄을 제대로 보여줘!”진서준은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손바닥을 살짝 떨었다.그러자 참선검이 허공에 떠올라 진서준의 손으로 들어왔다.낯선 대한민국 청년을 보자 탱크 안에 있던 병사들은 할 말을 잃었다.그들을 전멸 직전까지 몰아넣었던 자가 겨우 스무 살 남짓의 청년이라고?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노인이라면 차라리 납득이라도 했을 것이다.“포격! 포격해!”지휘관의 목소리가 작전 통신기를 통해 울려 퍼졌다.펑! 펑! 펑!포탄 세 발이 진서준이 서 있는 방향으로 동시에 발사되었다.포탄이 터지며 대지가 흔들리고 귀청이 찢어질 듯한 폭음이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