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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7화

Author: 무가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11-23 19:00:06
서광문이 걸어 들어오는 것을 본 서광철은 전혀 놀란 기색이 없었다.

“네가 한 짓이야?”

서광문은 차가운 시선으로 서광철을 노려보며 물었다.

“그래, 내가 했어.”

서광철은 소파에서 일어나 통쾌하게 인정했다.

어차피 진서준은 이미 도착했으니 서지은도 생명의 위협은 없을 것이다.

서광문은 이따위 일로 서광철이 자기와 결투까지 하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어찌 됐든 두 사람은 혈연관계가 있는 친형제였기 때문이다.

서광문은 복수하고 싶어 하는 서광철의 마음이 어느 정도 이해할 수는 있었다.

“결국엔 진서준에게 복수하고 싶어서 그런 거야?”

서광문은 이를 악물며 따지기 시작했다.

“잘 아네.”

서광철은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

“석 달 넘게 진서준을 보지 못했잖아. 난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어. 지난번에는 형 체면을 봐서 진서준을 놓아주었지만 이번에는 절대 그 녀석을 가만두지 않을 거야.”

서광철은 서광문이 자기 복수를 도와주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다.

그래서 서광철은 오늘 특별히 고수 두 명을 초청했다.

오늘 서광철은 절대 진서준이 서씨 가문을 살아서 나가지 못하게 하겠다고 속으로 다짐했다.

“형, 이 일은 그냥 모른 척하세요.”

서광철이 한마디 충고했다.

서광철이 이토록 고집스러운 것을 보며 서광문은 한숨을 내쉬었다.

“넌 아직도 상황 파악이 되지 않는구나. 내가 이러는 건 널 보호하기 위해서야. 석 달 동안 보지 않았는데 진서준의 실력이 더욱 강해졌어. 네가 데려온 이 두 명이 실력이 뛰어나긴 해도 진서준의 상대가 될지는 장담할 수 없어. 광철아, 이 복수는 이제 그만 포기해. 나중에 내가 다시 동현에게 성대한 결혼식을 열어줄게.”

서광문은 이렇게밖에 말할 수 없는 자기가 답답하기만 했다.

“아니, 난 포기할 수 없어. 당시 그 많은 하객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망신당한 사람이 형 딸과 형 자신이었다면 이 복수를 내려놓을 수 있겠어?”

서광철의 감정은 격해졌고 목소리도 점점 커졌다.

당시 강남 전역의 사람에서 조롱거리가 된 사람이 서광문이었다면 그 역시 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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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지은의 몸에서 나는 향이 코끝을 스치자 진서준의 마음이 동요하기 시작했다.“서준아, 정말 보고 싶었어...”진서준을 꼭 껴안은 서지은은 얼굴을 그의 품에 묻은 채 진서준을 그윽하게 바라보았다.“나도 보고 싶었어.”진서준이 솔직하게 말했다.둘은 그렇게 서로를 꽉 껴안고 한참 동안을 말없이 있었다.오붓한 시간을 보내던 진서준은 서지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샤워하고 옷 갈아입어. 밖에서 기다릴게.”그제야 서지은은 자기가 알몸 상태로 진서준과 이렇게 마주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순간 서지은의 얼굴은 익은 복숭아처럼 붉어졌고 살짝만 건드려도 물이 흐를 것 같았다.“진서준, 너... 왜 내 옷을 벗긴 거야? 여긴 어디지?”서지은은 자기가 이미 사흘간 혼수상태에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다.진서준은 잠시 생각한 후 말했다.“네가 기절했었어. 그래서 내가 방금 추나요법으로 치료했어.”“뭐? 내가 기절했다고?”서지은은 살짝 미간을 찌푸린 채 코를 만지작거리며 기억을 더듬었다.하지만 기절하기 전의 일들은 아무리 생각해도 가물가물했다.“내 기억으로는 오후에 광철 삼촌이 잠을 잘 잘 수 있게 해준다며 향낭을 주셨던 것 같아.”서지은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혼자 중얼거렸다.역시 범인은 그 녀석이었다.이제까지는 진서준의 추측이었지만 서지은의 말을 들으니 확신할 수 있었다. 모든 것은 서광철의 소행이었다.“잠은 잘 잤어?”진서준이 미소 지으며 물었다.“잘 잤어, 근데 이제 다시 잠들고 싶지 않아. 다음에 깨어났을 때 네가 또 사라질까 봐 겁나.”서지은은 진서준의 손을 꼭 붙잡고 작은 고양이처럼 가련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난 떠나지 않아. 먼저 샤워하러 가. 감기 걸리겠어.”진서준이 부드럽게 말했다.“알겠어, 샤워하고 올게. 밖에서 기다려줘.”서지은은 부끄러운 듯하면서도 태연히 침대에서 내려와 한 바퀴 돌며 진서준에게 일부러 자기 몸을 보여주었다.서지은은 은근슬쩍 진서준의 반응을 살폈다.진서준이 자기 몸에 시선을 빼앗긴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177화

    서광문이 걸어 들어오는 것을 본 서광철은 전혀 놀란 기색이 없었다.“네가 한 짓이야?”서광문은 차가운 시선으로 서광철을 노려보며 물었다.“그래, 내가 했어.”서광철은 소파에서 일어나 통쾌하게 인정했다.어차피 진서준은 이미 도착했으니 서지은도 생명의 위협은 없을 것이다.서광문은 이따위 일로 서광철이 자기와 결투까지 하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어찌 됐든 두 사람은 혈연관계가 있는 친형제였기 때문이다.서광문은 복수하고 싶어 하는 서광철의 마음이 어느 정도 이해할 수는 있었다.“결국엔 진서준에게 복수하고 싶어서 그런 거야?”서광문은 이를 악물며 따지기 시작했다.“잘 아네.”서광철은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석 달 넘게 진서준을 보지 못했잖아. 난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어. 지난번에는 형 체면을 봐서 진서준을 놓아주었지만 이번에는 절대 그 녀석을 가만두지 않을 거야.”서광철은 서광문이 자기 복수를 도와주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다.그래서 서광철은 오늘 특별히 고수 두 명을 초청했다.오늘 서광철은 절대 진서준이 서씨 가문을 살아서 나가지 못하게 하겠다고 속으로 다짐했다.“형, 이 일은 그냥 모른 척하세요.”서광철이 한마디 충고했다.서광철이 이토록 고집스러운 것을 보며 서광문은 한숨을 내쉬었다.“넌 아직도 상황 파악이 되지 않는구나. 내가 이러는 건 널 보호하기 위해서야. 석 달 동안 보지 않았는데 진서준의 실력이 더욱 강해졌어. 네가 데려온 이 두 명이 실력이 뛰어나긴 해도 진서준의 상대가 될지는 장담할 수 없어. 광철아, 이 복수는 이제 그만 포기해. 나중에 내가 다시 동현에게 성대한 결혼식을 열어줄게.”서광문은 이렇게밖에 말할 수 없는 자기가 답답하기만 했다.“아니, 난 포기할 수 없어. 당시 그 많은 하객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망신당한 사람이 형 딸과 형 자신이었다면 이 복수를 내려놓을 수 있겠어?”서광철의 감정은 격해졌고 목소리도 점점 커졌다.당시 강남 전역의 사람에서 조롱거리가 된 사람이 서광문이었다면 그 역시 참지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176화

    진서준은 서지은의 중독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했다.그러자 황운재가 갑자기 깨달은 듯 말했다.“그래서 제가 아가씨 맥을 짚었을 때, 맥은 평온했지만 어떤 방법으로도 깨울 수 없었던 거군요.”만년몽이라는 이 현혹향은 황운재도 의서에서 본 적이 있었다.이 향은 일반 사람들은 구하기 힘들고 보통 부유한 사람들이 불면증에 시달릴 때 수면제로 조금씩 사용하는 것이었다.서지은이 스스로 만년몽을 사용했다고 해도 과다하게 사용하진 않았을 것이다.따라서 이는 누군가 서지은을 해치려 했다는 하나의 결론으로 이어졌다.그 사람이 서지은을 죽이려는 것이 아닌 다른 목적이 있었을 것이다.생각이 여기까지 미친 진서준의 눈이 날카로워졌다.서지은이 병에 걸린 후, 서광문 부부 외에 가장 마음이 급한 사람은 진서준이었다.그리고 서씨 가문에는 진서준을 이를 갈며 미워하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서광문의 동생 서광철이었다.이전에 진서준은 서광철의 아들 결혼식에서 김연아를 억지로 식장에서 밖으로 데려간 적이 있었다.그 사건으로 인해 서광철 가족은 대한민국 명문대가 사이에서 체면을 완전히 잃게 되었다.그런 치욕을 당했던 서광철이 진서준에게 복수하고 싶어 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하지만 작년 연말 이후로 진서준은 인간 세상에서 증발한 듯 자취를 감췄다.그래서 진서준을 끌어들이기 위해 서광철은 이 방법을 생각해냈던 것이다.서지은의 모습을 보면서 진서준은 대충 무슨 상황인지 감이 잡혔다.진서준뿐만 아니라 서광문도 진서준의 설명을 듣고 나서 모든 것이 연결된 것처럼 머릿속이 개운해졌다.“그 녀석이 감히 우리 딸에게 이런 개수작을 부려?”서광문은 화가 치밀어 올라 주먹을 꽉 쥐며 이를 갈았다.서지은이 치료될 수는 있겠지만 진서준이 겁쟁이처럼 머뭇거리며 오지 않았다면 자기 딸은 끝장났을 것이다.“서 가주, 이제 나가주세요. 서지은을 치료해야죠. 치료가 끝나면 서광철과 결판을 내겠습니다.”진서준의 눈에는 차디찬 살기가 번뜩였다.이미 서지은을 자기 가족으로 인정한 이상, 가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175화

    가랑비가 하늘에서 내리고 있었다.검은 먹구름이 드리운 서씨 가문 위, 그 분위기는 지금 서씨 가문 모든 사람의 심경과 딱 맞아떨어졌다.사흘 전, 서씨 가문 가주 서광문의 딸 서지은이 갑작스럽게 쓰러졌다.병의 징후는 전혀 없었던 이번 사태는 몇 년 전 불시에 닥쳤던 대지진처럼 서씨 가문 사람들을 당황하게 했다.서지은이 쓰러졌다는 소문을 듣자마자 서광문은 곧바로 외지에서 달려와 전국 각지의 명의를 초청해 딸의 병을 치료하게 했다.하지만 수많은 명의가 다녀갔어도 서지은의 병의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다.서광문은 심지어 성약당에 사람을 보내기도 했다.하지만 변지산은 제자 모집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어 서씨 가문에 들릴 시간이 없었다.그래서 변지산을 대신해 새로 임명된 장로 황운재가 초청받아 왔지만 그 역시 원인을 알아내지 못했다.게다가 설상가상으로 어젯밤 황운재마저도 급히 걸려 온 전화 한 통에 호출을 받아 서씨 가문을 떠났다.“여보, 딸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나도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아요.”서광문의 아내는 눈물로 얼굴이 번진 채 울부짖었다.본래 나이에 걸맞지 않게 젊어 보이던 그녀는 단 사흘 만에 십 년은 늙어버린 것 같았다.“그만 울어. 내가 다시 변 당주를 청하기 위해 사람 보냈어. 변 당주가 이래도 안 온다면 그때 내가 직접 갈 거야.”서광문의 눈에는 날카로운 빛이 번뜩였다.만약 변지산이 자기를 따라오지 않는다면 왕안석 대종사에게 부탁해 강제로 밧줄로 묶어서라도 데려올 생각이었다.“우리 딸의 그 옛 남자친구는요? 그 사람도 의사잖아요?”서광문의 아내가 문뜩 뭔가 기억난 듯 말했다.“그 녀석은 잊어. 내가 안 찾은 줄 알아? 연락이 안 되잖아!”서광문은 굳은 얼굴로 냉정하게 말했다.그 역시 진서준의 뛰어난 의술을 알고 있었지만 수없이 전화를 걸어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연락되지 않자 서광문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작년 연말부터 진서준은 사람들의 시야에서 증발한 것처럼 행방이 묘연했다.바로 이때, 서씨 가문 집사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174화

    “너 뭐라고 지껄였어? 또 한 대 더 맞으려고 작정했어?”허윤진의 차가운 표정을 보자 허준서는 겁먹고 한발 물러났다.허준서의 얼굴은 여전히 화끈거리고 아파서 말을 잇지 못할 지경이었다.허준서는 씩씩거리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좋아, 허윤진. 이 한 대는 내가 꼭 기억할게. 너희 자매 두고 보자.”“왜? 사람이라도 불러 내게 복수라도 하자고 그래?”허윤진은 냉소하며 대꾸했다.“좋아, 그럼 얼른 불러 봐. 난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허윤진의 거만한 태도를 보자 허준서는 치를 떨며 분노를 삭이지 못했다.허준서가 돌아서 별장을 떠나려 할 때, 눈앞에 누렁이가 한 마리 나타났다.허윤진을 실력으로 누를 수 없어도 허윤진이 기르는 개는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떠오른 허준서는 몇 걸음 다가가 누렁이에게 발길질했다.산책을 마치고 돌아온 누렁이는 허준서가 갑자기 공격해 오자 커다란 입을 벌려 허준서에게 달려들었다.우두둑!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거실에 울려 퍼졌다.허사연은 이 장면을 보고 이마에 손을 대고 미간을 찌푸렸다.허준서가 허윤진에게서 받은 화를 누렁이에게 풀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누렁이는 사실 단순한 개가 아니라 전에 진서준에게 훈련받은 대형 사자였다.비록 허사연 자매의 실력은 지금 큰 변화가 있었지만 아직도 누렁이를 상대하기에는 둘이 힘을 합쳐도 역부족이었다.“아악!”발목이 물린 허준서는 극심한 통증에 울음을 터뜨리며 끔찍한 비명을 질렀다.“누렁이야, 그만 물어.”허사연은 인명 사고가 날까 걱정스러워 얼른 누렁이에게 명령했다.허사연의 명령에 누렁이는 그제야 발목을 물었던 입을 벌렸다.하지만 누렁이의 이빨에는 이미 피가 흥건하게 묻어 있었다.허준서는 바닥에 엎드려 고장 난 수도꼭지처럼 펑펑 울고 있었다.문 앞의 경호원들도 처절한 비명을 듣고 급히 달려와 상황을 살폈다.허준서가 물린 것을 보고 경호원들은 허사연을 바라보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시선을 보냈다.“저분을 병원으로 데려다주세요.”허사연은 손을 내저으며 답답한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173화

    허준서가 다시 나타나자 허사연 자매의 이마가 살짝 찌푸려졌다.어젯밤 허준서의 행동은 허씨 가문 모두에게 크나큰 불쾌감을 주었다.“성태 삼촌, 안녕하세요. 사연아, 안녕.”허준서는 오자마자 허사연 일행에게 차례로 인사했다.허성태는 미소를 지으며 허사연에게 말했다.“젊은이들끼리 얘기해. 이 영감은 끼지 않을게.”말이 끝나자 허성태는 낚시 도구를 챙기고 별장 옆 호수로 낚시하러 갔다.허성태가 그렇게 급히 나가는 모습을 보자 허준서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어젯밤 허사연의 남자친구는 평범한 사람이 틀림없었다.물론 그 남자가 어젯밤 데려온 여자도 연기하고 있는 거였다.허성태도 두 사람이 망신을 당할 걸 알았기에 여기서 체면을 구길 수 없었던 것이다.속으로 이런 결론을 내린 허준서는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사연아, 네 남자친구는 어디 있어? 그 여자랑 황 장로님도 같이 데려오라고 얼른 전해. 난 여기서 네 남자친구를 기다리고 있을게.”허준서는 별장이 자기 집인 것처럼 소파에 털썩 주저앉으며 말했다.“넌 한발 늦었어. 진서준 일행은 비행기를 타고 강남으로 갔어.”허윤진은 허준서와 그의 여자친구를 차갑게 쳐다보며 말했다.“뭐라고? 강남에 갔다고? 그럴 리가 없잖아.”허준서는 끝내 참지 못하고 폭소를 터뜨렸다.“그 사람이 강남에 간다고 해도 너희 허씨 가문 명성으로는 황 장로님을 청할 수 없어. 사연아, 내 말이 거칠게 들릴 수 있지만 잘 들어. 서울에선 너희 허씨 가문이 어느 정도 체면은 있어도 서울만 넘어가면 모든 걸 장담할 수 없어...”말을 마치며 허준서는 경멸의 미소를 지었다.물론 허준서가 말하고자 하는 뜻은 명확했다.“뭐라고?”허윤진은 이를 악물고 허준서를 노려보았다.지금 허윤진의 성격은 이전보다 많이 부드러워졌다.진서준을 만나기 전이라면 허준서가 이렇게 허씨 가문을 모욕했으면 허윤진은 이미 경호원을 불러 허준서를 처리하라고 했을 것이다.친척이라고 해서 봐줄 필요는 없었다. 맞아야 할 사람은 맞아야 제정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172화

    이건 사실을 직접 허준서에게 알려주는 것보다 더 잔인한 방식이었다.이미 목적지에 다다른 허준서에게 발차기를 날려 출발 지점으로 되돌려버리는 방식은 중간에 허준서를 막아서는 것보다 훨씬 더 가혹했다.하지만 그 잔혹함을 잘 모르는 변희영은 살짝 분개하며 말했다.“그럼 황 장로는 헛걸음한 셈이잖아요?”황운재는 자기가 헛걸음이었다는 말을 감히 하지 못하고 급히 말을 돌렸다.“괜찮습니다, 아가씨. 여기 이제 제가 필요한 일은 없는 것 같으니 다시 강남으로 돌아가겠습니다.”황운재가 급히 돌아가려는 모습을 보자 변희영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황 장로, 하루 쉬고 가세요.”“안 됩니다. 강남에는 이상한 병을 앓고 있는 환자가 한 명 있습니다. 시간을 지체할 순 없습니다.”황운재는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강남에 황운재의 치료를 기다리는 환자가 있다는 말을 들은 변희영은 더욱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환자가 누구죠?”진서준이 참지 못하고 대화에 끼어들었다.비록 성약당이 새롭게 개편되었지만 일반인들은 여전히 성약당의 장로급 인물의 치료를 받을 수 없었다.황 장로를 부른 사람은 분명 강남에서 유명한 가문일 것이다.강남의 유명한 가문 중, 진씨 가문과 서씨 가문은 진서준도 알고 있었다.만약 진씨 가문이라면 진서준은 상관하지 않을 거지만 서씨 가문의 사람이면 진서준은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서씨 가문 현 가주의 딸입니다.”황 장로가 진서준의 질문에 대답했다.“뭐라고요?”진서준의 눈동자가 확장되며 황 장로를 믿기지 않는 듯 쳐다보았다.진서준의 큰 반응에 황 장로는 깜짝 놀랐다.“진 선생님, 왜 그러십니까?”서씨 가문 현 가주의 딸이라면, 서지은이 아닌가?시지은이 병에 걸렸다니, 그야말로 금시초문이었다.진서준은 황운재의 손목을 잡고 다급하게 물었다.“환자가 서지은이 맞습니까?”“네, 진 선생님도 혹시 아시나요?”황 장로가 진서준이 환자를 알자 깜짝 놀랐다.진서준은 서지은이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듣고 마음이 다급해졌다.“무슨 병인가요?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171화

    아침 햇살이 창밖 나뭇잎을 뚫고 지나가며 산산이 부서져 진서준의 몸 위로 떨어졌다.“오빠, 밥 먹으러 나와!”진서라의 목소리가 문밖에서 들려왔다.여동생의 목소리에 진서준은 천천히 눈을 뜨고 깊게 숨을 내쉬었다.“알았어!”진서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서며 진서라를 따라 1층 거실로 내려갔다. 조희선과 김연아는 이미 일찍 일어나 아침 식사를 준비해 두었다.아침 식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 변희영의 전화가 울렸다.“위치를 보낼 테니 바로 그리로 오세요.”변희영은 전화를 끊고 진서준에게 휴대폰을 건네 허씨 가문 별장의 위치를 황운재에게 보내게 했다.“진짜 그 장로를 불렀어요?”진서준은 변희영의 행동에 살짝 놀랐다.어제는 변희영이 그냥 장난으로 하는 말인 줄 알았기 때문이다.“당연하죠, 우리 성약당은 이제 예전과 달라 허준서 같은 돌팔이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어요.”변희영은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진서준은 그 말에 고개를 저으며 미소를 지었다.“사실 그 녀석이 돌팔이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보통 사람을 깔보는 의사가 될 거예요. 그런 사람은 정말 당신들 성약당에 들어가면 안 되죠.”의사는 부모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만약 모든 의사가 허준서처럼 약삭빠른 사람이라면 성약당도 결국 다시 과거처럼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약삭빠른 사람이라고요? 그럼 더더욱 성약당에서 받아들일 수 없죠.”변희영은 쌀쌀한 표정으로 차갑게 말했다.“자, 얼른 식사나 하죠. 성약당 새 장로를 오래 기다리게 할 순 없잖아요.”아침 식사를 마친 후, 진서준은 변희영과 함께 허씨 가문으로 향했다.두 사람이 도착했을 때, 황운재는 이미 대문 앞에서 한참 동안 기다리고 있었다.황운재는 올해 예순이 넘은 백발의 노인이었다.황운재는 무인이 아니었지만 대신 뛰어난 의술과 높은 덕망을 가진 사람이었다.밤새 차를 타고 와서인지 황운재는 매우 피곤해 보였다.“아가씨, 진 선생님!”황운재는 진서준과 변희영을 보자마자 억지로 정신을 차리고 두 사람 앞에 공손히 다가갔다.황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170화

    허준서는 웃으며 믿지 않았다.“너 정말 연기 잘한다. 황 장로가 어떤 사람인지 알기나 해? 너 같은 계집이 어떻게 그런 분 전화번호를 알 수 있겠어?”변희영은 허준서의 말을 신경 쓰지 않고 황운재에게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황 장로도 들었죠?”“네... 들었습니다. 아가씨는 지금 어디 계시는가요? 제가 오늘 저녁에 바로 운전해서 그쪽으로 가겠습니다.”황운재는 화가 나서 머리카락이 곤두설 지경이었다.황운재는 현장에 도착해서 허준서를 죽도록 두들겨 패겠다고 속으로 다짐했다.“서울에 있어요. 도착하면 전화하세요.”변희영이 말을 마치고 전화를 끊자 허준서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비웃었다.“계속해 봐, 왜 그만두는 거야? 네 기막힌 연기를 더 보고 싶어.”변희영은 냉랭하게 한마디 남겼다.“황운재가 내일 온대.”이때 허성태가 앞으로 나서며 중재하기 시작했다.“됐어, 더 이상 이런 재미없는 얘기 하지 말고 같이 식사나 하자.”미래의 장인어른이 이렇게 말하니 진서준도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식탁에 앉자 아무도 허준서와 그의 여자친구에게 말을 건네지 않았다.모두가 두 사람이 불편했고 마음에 들지 않았다.이런 불편한 분위기기 계속되자 허준서는 진서준 일행이 자기를 질투하고 있다고 더욱 확신했다.저녁 식사를 끝낸 후, 진서준은 조희선과 다른 여자들을 데리고 함께 떠났고 허사연 자매는 집에 남았다.허사연 자매는 집에서 허성태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오랫동안 자매는 아버지와 이렇게 오붓한 시간을 보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반면 허준서와 이청아는 허씨 가문의 별장이 마음에 들지 않아 5성급 호텔에 가서 밤을 보내기로 했다.물론 두 사람이 머문 5성급 호텔도 사실 허씨 가문의 재산이라는 사실은 알 리가 없었다.“오빠, 그런 사람 때문에 화내지 마.”귀가하는 길에 진서라가 진서준을 위로했다.진서준은 그 말에 웃으며 답했다.“서라야, 네가 지나치게 걱정하는 거야. 내가 오늘 기분이 안 좋은 건 그 사람 때문이 아니야.”배수정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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