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신자가 손여진임을 확인한 이민혁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이민혁, 어디야. 내가 데리러 갈까?”휴대폰 너머로 손여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이민혁이 바로 대답했다.“아니, 괜찮아. 내가 갈게.”“그럼 알았어. 지각하지 마.”말을 마친 손여진은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이민혁은 미소를 지었다. 솔직히 말해, 동창들과 만나 함께 얘기를 나눌 수 있다는 건 그에게 아주 기쁜 일이었다. 여하간에 그는 친구가 별로 없었고, 게다가 진정한 친구 또한 사귀기 어려운 것이었다.집을 나선 그는 차를 운전해 바로 도담원으로 갔다.도담원은 한식당과 각종 오락과 휴식 센터를 결합한 서경시에서 꽤 유명한 곳이었다.반 시간이 지난 후, 이민혁은 도담원에 도착했다. 안으로 들어선 그는 바로 소파에 앉아 마치 그를 기다리고 있는 듯한 모습의 손여진을 발견하게 되었다.손여진도 이민혁을 발견하곤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웃으면서 그를 맞이했다.“가자, 애들이 이미 와 있어.”이민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손여진을 따라 룸으로 들어갔다.룸 안에는 열댓 명의 동창들이 앉아 있었고 즐거운 듯 얘기를 나누며 웃고 있었다.이민혁이 온 것을 발견한 그들은 모두 반가운 듯 인사를 했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 이민혁은 울컥하는 감정이 올라왔다.중학교 졸업한 후 그는 바로 해외로 떠났고 몇십 년간 살기 가득한 곳에서 청춘을 보냈기에 이런 우정을 느낄 겨를이 없었다.그는 아주 열정적으로 동창들과 인사를 하며 자리에 앉았다.이때, 손여진이 말했다.“이민혁, 너 중학교 졸업하고 바로 사라졌잖아. 우리는 서로 가끔 연락하고 지냈거든. 근데 너만 소식이 없으니까 다들 널 보고 싶어 했어...”“미안해.”이민혁은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해외에서 먹고 사느라 바빴어. 그래서 너희들과 연락할 시간도 없었거든. 그런데 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갈 줄은 몰랐네.”그들은 바로 미소를 지으며 이민혁이 그간 해외에서 어떻게 지냈는지를 물었다. 이민혁은 그저 가볍게 아르바이트하면서 지냈다고 말하면서 넘어갔다.
조현영은 거만한 모습으로 장영도와 팔짱을 낀 채 자리에 앉았다. 장영도도 그녀와 같은 거만한 얼굴이었고 마치 그들을 깔보는 듯한 표정이었다.이민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두 사람의 모습에 기분이 불쾌해진 것이다.조현영은 분명 자랑을 하기 위해 남자친구를 데리고 온 것임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이곳은 동창회를 하는 자리였고 자랑하라고 만들어진 자리가 아니었다.조현영은 입을 가리며 웃었다.“뭘 그렇게 멍하니 보고 있어? 영도 씨 신분을 듣고 놀랐다는 거 나도 알아. 하지만 어렵게 대할 필요 없어. 내 남자친구니까 괜찮아.”그녀의 말은 정말로 괜찮은 것처럼 들렸지만 사실은 괜찮지가 않았다.동창들은 그만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리고 누군가가 먼저 일어나 술잔에 술을 따라주었고,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에겐 차를 따라주고 있었다.그러자 반장이었던 석지원이 일어나 술잔을 들었다.“오늘 다들 어렵게 시간 내서 와줘서 고마워. 앞으로의 영원한 우정을 위해 건배하자.”그들은 다들 잔을 들었다. 이민혁도 술잔을 들고 동창들과 함께 술을 마쳤고 손여진과 몇몇 다른 여자 동창은 술 대신 차를 마셨다.술 한잔을 이미 꿀꺽 마신 사람들은 젓가락을 들고 음식을 집어 먹기 시작하면서 다시 수다를 떨었다.이때 조현영의 시선이 이민혁에게로 옮겨졌고 다소 의외라는 듯 물었다.“이민혁, 너 정말 오랜만이다. 그 오랜 시간 동안 어디에 있었던 거야?”조현영이 그에게 물었다.이민혁이 답했다.“해외에서 일하다가 돌아온 지 얼마 안 됐어.”“해외파구나.”조현영은 입을 가리고 웃었다.“그럼 지금 어느 대기업을 다니고 있는 거야?”이민혁은 살짝 미간을 구겼다.“아직 취직하지 않았어.”그의 말을 들은 조현영은 바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취직 안 하면 어떡해. 내가 소개라도 해줘? 우리 회사로 와. 나 지금 HT 그룹에서 일하고 있거든. 운전기사, 경비원이라면 내가 너 꽂아줄 수 있어.”“괜찮아. 난 아직 쉬고 싶거든.”이민혁은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그는 조현
손여진이 재빠르게 일어서며 말했다.“즐겁기 위해 모인 모임에서 다들 화내지 말자고요. ”그러나 장영도가 말했다.“풉, 웃기시네. 내가 오늘 이 자리에 온건 현영 씨 체면 보고 온 거에요. 그게 아니면, 당신들이 나랑 겸상이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장영도가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을 저격하자, 모임에 참석한 모두의 표정이 금세 일그러졌다.그러나 장영도의 신분 때문에 불만이 있어도 뭐라고 할 수는 없었다.다들 서경시에서 일하고 생활하기 때문에 서경시를 관리하는 집안 아들에게 미움을 사면 안 되었다.이때 동창생 한 명이 술잔을 들며 일어섰다.“장영도 씨, 너무 화내지 마시고, 제가 한잔 올리겠습니다.”“응? 그쪽은 누구죠?”장영도가 오만하게 답했다.그러자 동창생이 재빠르게 답했다.“저는 박성주라고 합니다. 얼마 전 성서구 대대에 전근되어 일하게 됐는데 아무쪼록 잘 부탁드리겠습니다.”그 말을 들은 장영도는 가소롭다는 듯 술잔을 들며 말했다.“그래, 알겠어요. 현영 씨 때문에라도 내가 잘 봐줄게요.”박성주는 얼굴에 웃음을 띠며, 한 번에 그 술을 원샷했다.어디에 가던 그곳에는 우두머리가 있고, 그 옆에는 그 우두머리를 따르려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동창 모임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의 모습에 옆에 있던 나머지 동창생들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이 모임은 더 이상 별 의미도 없게 되었고 이민혁도 더는 대꾸조차 하기 귀찮았다.이민혁은 손여진의 체면을 봐서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식사 자리가 끝나면 바로 자리를 뜨려고 했다.한창 생각에 잠겨 밥을 먹고 있을 때쯤 누군가에 의해 룸 문이 열렸고 한 중년의 남성이 걸어 들어왔다.“안녕하세요. 저는 여기 가게 실장 정석천입니다. 저희 가게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정석천이 술잔을 들며 모두에게 술을 권했다.이곳의 실장이면 신분도 낮지 않을 건데, 여기에 와서 술을 권하는 모습에 다들 놀란 듯했다.다들 속속히 술잔을 들고 있을 때쯤, 장영도가 입을 열었다.“정 실장, 감사해요.”정
그 말을 듣자마자 장영도는 바로 그 남성을 막아 나서며 차갑게 말했다.“당신이 내 여자친구 엉덩이 만졌어?”“그렇다면 또 뭐 어쩔 건데?”그 남성은 당당하게 맞받아쳤다.그 말에 장영도는 분노했다.“이 새끼가 뒤지려고.”장영도는 그 남성의 얼굴을 주먹으로 내리쳤다.박성주도 옆에서 잘 보일 기회가 이때다 싶어 두말없이 그 남성을 때리기 시작했다.그 남성은 반격하지도 못한 채 바닥에 엎드려 구타당하고 있었다.장영도가 차갑게 바라보며 말했다.“이게 바로 그쪽이 내 여자를 감히 건드린 최후야.”“당신 앞으로도 조심해야 할 거야. 알겠어?”조현영도 질세라 말을 덧붙였다.이윽고 그들은 의기양양하게 그 자리를 떠났다.그 남성은 한참 만에 일어나더니, 멀어져 가는 그들이 들어간 룸을 보며 단단히 벼르고 있었다.“씨발, 너네 두고봐.”그러면서 남성은 씩씩거리며 자기의 룸으로 돌아갔다.남성의 888실 안에는 몇십 명의 사람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룸의 가운데에는 우두머리처럼 돼 보이는 30대 남자가 양쪽에 여자를 끼고 앉아있었고, 그의 뒤에는 두 손을 공손히 모은 조폭 같은 사람들이 서 있었다.그의 옆에는 몇 명의 남녀도 앉아있었고, 실장 정석천도 그 자리에 있었다.해당 남성은 분노에 차올라 욕설을 퍼부었다.“악, 씨발.”정석천이 그 모습을 보고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조 사장님, 무슨 일이에요?”“아 말도 마세요. 조금 전 나가서 맞았거든요.”조사장이 씩씩거리며 말했다.정석천이 깜짝 놀라서 물었다.“설마요. 누가 감히 여기서 그런 일을 저질러요?”“여기가 내 구역이었으면 그것들은 오늘 다 뒤졌어요.”조사장은 화가 나서 그 일을 되뇌었다.그의 이름은 조원산, 서산의 금광 사장이며 적지 않은 돈을 가지고 있다.그도 나쁘기로 소문난 사람이며, 그 금광을 차지하기 위해 많은 사람의 목숨도 앗아간, 즉 보통내기가 아닌 사람이다.그는요 몇 년 동안 많은 돈을 벌어들여 이제는 대도시에 진출하여 큰 사업 한번 해보려 온 것이었다.그는
서동헌은 그 말에 피식 웃어 보였고, 정석천이 이어서 말했다.“조 사장님, 서씨 가문은 서경에서 이름난 가문입니다. 계승자 서동희 씨도 제일 비서 부문의 부 비서실장이고요. 그리고 서씨 가문의 적지 않은 식구들도 여러 직무를 맡고 있습니다. 정치계에도 여럿 되고요. 이 바닥에서 장호도 저희한테는 머리를 조아려야 해요. 이런 서씨가문이, 그딴 어린 애새끼를 무서워할 것 같아요?”서씨 가문의 세력은 조원산도 알고 있다. 그런 게 아니면 그도 서동헌과 굳이 사업적으로 협업하러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말에 대한 목적 또한 그들 서로서로 다 알고 있다.정석천의 말을 들은 조원산은 웃어 보이며 답했다.“아 서씨 가문의 위력은 저도 당연히 잘 알고 있죠, 그러면 이 일은 어떻게 처리할 예정인가요?”“조 사장은 제 손님이고, 누가 조 사장을 때렸으니, 제가 당연히 나서야죠.”서동헌이 목소리를 낮추어 답했다.“조 사장을 때린 사람, 제가 오늘 그 다리를 분질러 버리겠습니다.”“네, 알겠습니다.”조원산이 손뼉을 치며 말했다.“서 사장님이 이렇게 나서주신다면 저도 당연히 거기에 대해 사업적으로 보답해야죠.”서동헌이 웃으며 답했다.“좋아요. 그렇게 하시죠.”이윽고 그는 정석천을 보며 차갑게 말했다.“가서 그놈들 여기 데려와 봐요. 감히 이 서동헌의 손님을 건드려? 간덩이가 부었군.”정석천은 고개를 끄덕인 뒤, 몇 명의 건장한 남자들을 그쪽으로 보냈다.이맘때쯤, 이민혁의 룸안에서는 장영도가 한창 자신의 경험담을 자랑하고 있었다. 자기가 어떻게 그 뚱보를 때렸는지, 어떻게 조현영을 위해 복수해 줬는지 말이다.박성주도 그 옆에서 그의 말에 가담하며 그를 띄워줬다.조현영은 고개를 쳐들며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녀는 마치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온 여장군 같았다.이민혁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고, 나머지 친구들도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냥 한시라도 빨리 이 자리가 끝나기만 바라고 있었다.그 말에 부정하고 싶어도 괜히 쓸데없는 일에 엮일
장영도의 이마에는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때 조현영이 앞서서 말했다.“가면 가는 거죠. 누가 뭐 겁나나요? 영도씨, 정 안되면 아버님께 전화드려요. 안 되겠어요.”장영도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하지만 이 일은 이대로 지나칠 수 없어 정석천을 바라보며 말했다.“정 실장님, 아니면 그냥 저 혼자 가죠?”장영도의 뜻은 자기 혼자 가서 사과 후 정 안되면 돈으로 무마할 생각이었다.또한 서씨 가문도 장영도 아버지 체면 때문에라도 어느 정도는 넘어가 줄 거로 생각했다하지만 정석천은 그에게 체면 따위 줄 생각이 없었기에 오히려 차갑게 말했다.“지금 제 말귀를 이해 못 하는 건가요?”이때 박성주가 일어서며 분노 섞인 어투로 말했다.“당신 지금 뭐 하는 짓이에요? 지금 장영도 씨가 누군지 몰라서 이러는 거예요? 말 좀 가려서 하시죠!”박성주 또한 서씨 가문이 어느 정도로 대단한지 모르고 있었다.정석천이 고개를 돌려 박성주를 보며 차갑게 웃어 보였다.“장영도 씨가 누군지 저도 잘 알고 있죠. 그러나 당신들은 서씨가문이 뭘 대표하는지를 모르고 있어요. 야, 밖에 있는 애들 여기 들어와 봐.”정석천의 부름에 밖에 있던 건장한 남성들이 룸에 들어와 한 줄로 쫙 서 있었고, 그 남성들은 위협적으로 그들을 바라봤다.그 남성들은 하나같이 정장 차림에 체형도 건장하고 생긴 거도 험상궂게 생겨 보기만 해도 무서웠다.몇 명의 여 동창생들은 놀란 나머지 뒷걸음쳤고 다른 남자 동창생들도 겁에 질린 표정이었다.손여진도 얼굴색이 굳어졌고 이민혁이 그녀의 어깨를 살며시 다독이며 웃어 보였다.“괜찮아, 겁내지 마!.”손여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녀 얼굴의 걱정은 가셔지지 않았다.조현영 또한 지금 상황에 어안이 벙벙했다. 고작 한 가게의 실장이 감히 장영도에게 체면을 주지 않으니 말이다.잠시 후 그녀는 장영도를 보며 화를 내며 말했다.“당신 뭐 하는 거예요. 왜 고작 한 가게 실장이 당신에게 이러는 건데요.”조현영이 막무가내로 쏘아붙였지
이민혁은 장영도를 한번 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그쪽이 감당할 수 없다고 해서 나도 감당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하지마요. 제가 저 사람한테 때릴 기회 줄 거니까, 진짜로 때릴 수 있는지 보자고요.”동창생들은 모두 놀라서 멍해졌다.그들은 계속 말이 없던 이민혁이 이렇게 강하게 나올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그들 앞에서 장영도도 어찌할 줄 몰라 하는 걸 보았는데, 말없이 조용하던 이민혁이 이렇게까지 나올 줄은 그 누가 알았을까?손여진은 재빠르게 이민혁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하지 말라는 사인을 보냈다.이민혁은 손여진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이며 그녀더러 걱정하지 말라는 눈빛을 보냈고, 담담하게 정석천을 바라보았다.정석천은 한동안 이민혁의 기세에 살짝 기가 눌린듯했다.잠시 후, 그는 정신을 차리고 분노에 섞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지금 이럴수록 당신 목숨을 더 단축한다는 거 알고 있어요?”“누가 먼저 죽을지는 그때 가봐야 알죠.”이민혁이 담담하게 말했다.“서씨 가문이 그 정도로 대단한 거 같지도 않던데요?.”정석천의 눈빛은 삽시간에 날카로워졌고, 또박또박 그를 향해 말했다.“서씨 가문을 농락하면, 한번 맞는 거로 쉽게 끝나지 않을 건데요?”“그래요? 그러면 저 물기라도 하게요?”이민혁이 가소롭다는 듯 말했다.정석천 가슴의 분노는 머리끝까지 차올랐고, 그 분노는 기존의 일에서 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것만 같았다.서씨 가문은 서경시에서 손꼽히는 가문 중 하나로 누구든 그 이름을 더럽혀서는 안 되었다.이민혁의 그 말은 서씨 가문 전체를 농락하는 거였고 생명의 대가라도 치르지 않는 이상 그냥 지나갈 수 없을 것이다.게다가 이민혁도 서씨 가문의 이름을 더럽히는 사람에게 닥칠 결과가 어떠할지 잘 알고 있었다.현재 상황으로 인해,장영도와 조원산 사이의 일은 아무 일도 아니게 되어버렸다.정석천은 분노에 찬 눈빛으로 이민혁을 쳐다보며 말했다.“지금 감히 그런 말을 할 수 있다고? 과연 서 사장님 앞에 가도 그런 말 지껄일 수 있을까?”이민
서동건은 의아한 눈빛으로 정석천을 바라봤고, 정석천이 입을 열었다.“사장님, 그게 원래는 손을 댄 그 몇놈을 데려오했는데 이놈이 감히 서씨 집안을 조롱하는 게 아니겠어요? 그래서 일단은 이놈 먼저 데려왔습니다. 이놈 먼저 처리하시고, 이따가 그 나머지 놈들은 제가 손 봐주겠습니다.”그 말을 들은 서동헌의 표정이 삽시간에 일그러지더니 차갑게 이민혁을 보며 입을 열었다.“네가 간덩이가 부었구나? 감히 우리 서씨 가문을 도발해?”“풉.”이민혁이 웃으며 담담하게 말했다.“서씨가문이 왜요? 기껏해야 다른 사람들 뒤꽁무니나 따라다니는 거 아닌가요? 말만 들어서는 뭐 대단한 거처럼 얘기하네요?”이민혁은 이미 정석천에게서 서씨 가문에 대해 들은 뒤였고 그들은 아까 말하다시피 서경시 3대 가문 중의 하나이다.하지만 서씨가문도 민씨 가문 앞에서는 머리를 조아려야만 했고 어찌할 방법은 없는 것이다.그들은 기껏 해 평범한 일반인들 앞에서나 센척할 수 있는 거고 진짜로 권력이 있는 사람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이민혁의 말에 서동헌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고 바로 손짓으로 사인을 보냈다. 그러자 열몇 명의 건장한 남성들이 손에 칼과 몽둥이를 들고 이민혁을 둘러쌌다.서동헌이 차갑게 말했다.“오늘 반드시 네 피로 우리 서씨 가문의 모욕을 깨끗이 씻어내야겠어.”“그래요?”이민혁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서씨 가문 사람이라면서 어제저녁에 저는 당신을 못 본 거 같은데요?”“어제저녁?”서동헌은 그 말에 멈칫했고, 이민혁의 하는 말뜻을 이해할 수 없었다.이민혁이 웃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어제저녁 해호섬이요. 보아하니 서씨 가문에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간 것 같던데, 그쪽은 안 갔나 봐요?”서동헌은 깜짝 놀랐다. 어젯밤의 일을 이민혁이 알고 있다니.민씨 가문에서 누구를 참교육한다고 해서, 서씨가문과 정씨 가문이 모두 초대받았었다. 하지만 그는 어제저녁 다른 일 때문에 그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이놈이 설마 정씨 가문과 아는 사이인가? 아니면 민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