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준의 표정은 여전히 차가웠다. 정가을이 감히 세자가 있는 자리에서 정민아를 모욕했다.송준은 그녀 앞으로 다가가 한 손으로 정가을의 목을 꽉 잡고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뺨을 후려갈겼다. 정동철이 그녀를 때릴 때보다 훨씬 더 강력한 한 방이었다. 그녀의 이빨이 몇 개 나가떨어질 만큼.송준이 그녀를 바닥에 내팽개치며 혐오스러운 듯이 얘기했다.“널 때리는 게 내 손에게 미안할 지경이야. 네가 뭔데 감히 김세자한테 뭐라는 거야? 죽고 싶지 않으면 가만히 있어.네가 뭔데? 아무 것도 아니잖아.”정가을은 혼이 쏙 빠지고 말았다. 평소 교만하고 야박하던 그녀가 지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내일 이 시간에 모든 예물이 프리미엄 가든에 나타나지 않으면 모두 성남 경찰서로 가야 할 겁니다. 성남 경찰서의 서장이 당신들의 상상보다 훨씬 빨리 움직일 수 있다는 걸 보장해드리죠.”말을 마친 그녀는 바로 이곳을 떠났다.별장의 분위기는 무거워질 대로 무거워졌다.“택아, 지용아, 이제 어떡해야 하니?”정동철은 왠지 십년은 더 늙어 보였다. 그는 겨우 몸을 옮겨 비척비척 자기 자리에 앉았지만 숨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정택과 정지용의 표정은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졌다. 그들은 정가을을 미워할 수밖에 없었다.애당초 그녀가 자기를 김세자의 여자라고 확신하지 않았다면 이런 꼴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와서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그냥 정민아한테 돌려줬다고 하면 되잖아요? 안 그래요?”이때, 누군가가 말했다.정민아가 입을 열기도 전에 임은숙이 눈을 흘기며 말했다.“안 됩니다. 예물을 받지도 않고 그렇게 말할 수 없습니다.”그녀는 지금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오로지 예물을 받고 싶은 마음이었다.“우리가 망하는 꼴을 꼭 봐야겠어? 우리가 도와준 세월이 얼만데, 어떻게 우리한테 이럴 수가 있어?”“가족한테 어려움이 있으면 도와줄 생각을 해야지! 거짓말하는 게 어려운 것도 아니잖아! 김예훈한테서 배우면 되는 거 아니야!”“돈과 물건에 이 가족
결국 정동철이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민아야, 비록 우리가 전에 너와 정씨 가문이 연을 끊는다고 했지만... 우리가 무정했더라도 이 할아버지는 네가 마지막으로 정씨 가문을 한 번 도와주길 바라! 이번 사건이 지나면 다시는 네 앞에 나타나지 않을게.”정동철이 이제 과거를 들먹이며 은혜를 갚으라고 나올 것 같았다. 정민아는 원래 그들을 무시하고 싶었으나 정동철이 나이를 가득 먹고 불쌍한 얼굴을 보이자 마음이 약해졌다.“저한테 생각이 있어요. 들을지 말지는 알아서 결정하세요.”“그래, 한번 말해보렴.”정동철의 두 눈이 밝아졌다.정민아가 숨을 들이마시며 천천히 말했다.“당신들 예물은 다 팔아버리고 현금은 나눠가지고 집도 사고 차도 샀죠? 그럼 지금까지 예물로 바꾼 물건을 바꿔버리고 다 팔아버리고 모을 수 있는 만큼 모으세요. 나머지는 나중에 생각해보죠.”그녀의 말에 정가을이 제일 먼저 버럭했다.“그게 무슨 뜻이죠? 우리가 노숙이라도 해야 마음이 편해요?”“너 집이랑 차는 어떻게 생긴 건데? 내가 너보다 더 잘 알아. 어차피 네 것도 아니잖아. 돌려줄 건 돌려줘야지.그게 인지상정 아니야?”정민아가 담담하게 답했다.“상관없어요. 어차피 난 차랑 집은 안 팔 거예요! 죽으려면 다 같이 죽어요! ”정가을의 표정이 매우 흉했다. 그녀의 말에 정씨 가문 사람들이 불만을 토해냈다.“가을아, 넌 생각 좀 하고 말하면 안 돼? 예물에서 네가 절반이나 차지했으니까 토해낼 건 토해내! 죽을 때 죽더라도 토해낼 건 토해내고 죽어! 너더러 집 팔고 차 팔라고 한건 당연한거잖아!”정가을이 가장 많이 차지했으니 그녀가 모두 토해낼 수 있길 바랐다.“그리고 정지용, 너도 숨지 마! 너도 예물로 얼마 전에 별장을 샀잖아! 얼른 다시 팔아버려!”“그리고 너도!”순식간에 정씨 가족들은 서로 손가락질하며 난장판이 되었다.김예훈은 바로 별장을 나섰다. 정민아가 정 씨 일가와 연을 끊었으니 그는 정 씨 일가가 어떻게 되든 상관이 없었다. 대신 치러야 할 대가는 무조건
정민아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정 씨 일가에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이에 김예훈이 계속해서 말했다.“평소 돈을 물 쓰듯이 쓰니까 다 돌려줄 수는 없지. 그들이 가진 것을 전부 팔아버린다고 해도 예물을 다 모을 순 없을 거야. 하지만 방법이 없는 건 아니야. 예를 들면 정씨 회사 지분 49%를 얻는 거야. 반드시 너에게 전부 전이해야돼.”“그건...”정민아는 순간 망설여졌다. 정 씨 일가가 오랜 시간을 들여 세운 회사의 지분을 뺏는다면 정 씨 일가는 진짜로 무너지고 말 것이다.망설이는 그녀를 보며 김예훈이 말했다.“네가 뭘 생각하고 있는지 알아. 하지만 정 씨 일가는 나머지 지분으로 굶지 않으며 살 수는 있어. 어차피 모든 자산을 팔면 지분을 가지고 있어도 뭐해? 송준이 원하면 저들 회사의 지분이 마이너스가 될 수 있어.그때가 되면 지분은 자산이 아니라 빚이 되어버려. 그러니까 우리가 도와주는 거야. 이번 기회에 네가 되고 싶었던 상류 가문이 되어보는 거야! 49%의 지분에 CY그룹 내에서의 권력을 잘 이용하면 승승장구할 수 있어! 그 때가 되면 나도 매일 배부르게 먹고 잘 잘수 있겠지.”그의 말에 정민아는 김예훈을 째려봤으나 기분이 많이 좋아졌다. 그녀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내일 모든 걸 돌려주지 않는다면 한번 얘기해볼게. 들을지 말지는 저들 선택이지.”김예훈은 미소를 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비록 그가 이 일을 벌이긴 했으나 정민아는 심성이 줄곧 똑같았다. 정민아는 너무나도 착한 사람이었다.그러니 앞으로 정 씨 일가가 어떻게 될지는 그들 자신의 손에 달렸다.이때, 정가을이 갑자기 씩씩거리며 밖으로 나왔다. 그녀의 얼굴이 왠지 더 부어오른 듯했다.도망치듯 달려 나온 그녀는 김예훈을 보자마자 욕설을 퍼부었다.“형부는 아무 쓸모도 없는 쓰레기예요! 형부가 조금만 잘났어도 다른 사람이 민아 언니한테 함부로 프러포즈하지 않았을 텐데! 이게 다 형부 때문이에요!”김예훈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는 어이가 없어 웃음
하지만 김예훈은 정가을의 악담에 아무렇지 않게 미소로 답했다.정가을은 자기의 미모를 굳게 믿고 있었지만 정민아와는 비할 수도 없었다.재벌에게 있어 정가을 같은 여자는 기껏해야 노리개에 불과했다.그러니 재벌가에 시집가려는 건 그녀의 멍청한 꿈이라 할 수밖에 없었다....한편, 진주의 빅토리아 항구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태산을 스치고 지나갔다.귀족들만이 입주할 수 있는 이 산은 오랜 시간 동안 평화로웠다.태산 1호 별장은 태산 제일 꼭대기에 자리 잡고 있다. 여기에서 진주를 한 눈에 담을 수 있다. 진주 이씨 가문이 여기에 살고 있는데, 보통 사람들은4대 상류 가문 중 하나인 이 가문의 실력을 상상도 못 한다.4대 가문은 진주 자산의 60% 이상을 차지했고 거의 모든 진주 사람이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 4대 가문 중, 이씨 가문이 차지한 자산은 진주 자산의 20%에 다다랐다.그 외에도 외국에 대량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이씨 가문은 진주 제일의 가문이라 불러도 무방했다. 평소 경비가 삼엄하던 태산 1호 별장에 오늘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매우 건강해 보이는 백 세 노인이 1호 별장에서 걸어 나왔다. 그는 이씨 가문의 주인인 이준범이다. 진주 이씨는 그의 두 손으로 세운 가문이다.그러나 이때 그의 앞에 누군가 나타났고 이에 이준범은 손이 떨렸다.“이 빌어먹을 놈! 여기가 어디라고 다시 돌아와?”“아버지, 몇십 년 만에 봐도 절 이렇게 알아봐 주다니, 진짜 영광입니다.”이일매는 용의 머리가 조각된 지팡이를 짚고 있었는데 카리스마가 대단했다.“여봐라! 당장 이놈을 쫓아내!”이준범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주위는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이씨 가문을 지키는 경비원들이 끄떡하지 않고 경외스러운 눈길로 이일매를 보고 있었다.이일매는 담담하게 말했다.“제가 돌아왔으니까 이제부터 이씨 가문은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저한테 넘겨주신다면 여생을 편히 보낼 수 있도록 해줄게요.”“퉤! 넌 그럴 자격이 없어! 손자가 돌아오면 널 가장 먼
“회장님!”우렁찬 외침과 함께 진주 이씨 가문의 권력이 바뀌고 있었다. 수십년 동안 이날을 계획해왔던 이일매는 다시 돌아와 무서운 기세로 순조롭게 권력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태산 1호 별장 발코니에서 김병욱이 자기의 손금을 살펴보고 있었다. 왠지 예전과 달라진 듯했다. 이일매가 그의 뒤로 다가가자 그는 얼른 손을 숨겼다.이일매는 먼 곳에 있는 빅토리아 항구를 보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야망이 있는 건 나쁜 게 아니야. 하지만 아무런 생각과 계획이 없는 야망은 결국 널 잡아먹고 말 거야.”김병욱의 눈빛에 의아함이 스쳐지나갔다. 그가 바로 허리를 숙이며 인사했다.“제가 가진 모든 것은 회장님께서 준 것인데 그런 회장님 앞에서 어찌 야망이라는 말을 꺼낼 수 있겠습니까?”이일매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네가 보기에 이제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거야?”“매처럼 사납고 강하게 이씨 가문을 손에 넣었으니까 성공했다고 할 수 있죠.”“그래, 진주 이씨 가문도 이렇게 손쉽게 장악했는데 성남에선 왜 그렇게 된 거지?”이일매가 쓴웃음을 지었다. 김병욱은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았으나 등뒤로 식은땀을 흘렸다.이일매가 말을 이어갔다.“만태한테 알려, 내 인내심에 한계가 있다고. 내가 진주에서 일을 마치기 전에 성남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4걸 중 한 명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질 테니까.”“네.”김병욱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제가 직접 다녀오겠습니다.”“마음대로 해. 이씨 가문의 돈은 마음대로 써도 돼. 하지만 내 인내심에 한계가 있다는 것만 기억해.”말을 마친 이일매는 자리를 떴다. 이일매가 사라지고 나서야 김병욱이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그러곤 그는 빅토리아 항구를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나와.”이윽고 어디선가 선녀 같은 실루엣이 나타났다.김청미는 발코니 난간에 기대 엷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오빠, 진짜 성남으로 돌아갈 거야? 그 사람이 김씨 가문의 모든 자산을 합병했다고 들었어. 지금 돌아가면 다 드러나는 거 아니야?이에 김병
다음날, 성남의 정씨 어르신과 정지용, 정가을 세 사람이 함께 프리미엄 가든에 나타났다. 그의 손엔 부동산 증명과 대량의 금, 보석과 현금이 있었다. 모두 정민아한테 줘야 할 것들이었다.그 모습을 보고 있는 정가을은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정지용은 매우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할아버지, 모든 자산을 다 팔았는데도 한참 모자랍니다.”며칠 사이 집과 차를 팔아버렸으니 당연히 시장 가격에 한참 못 미치게 팔았을 것이다. 정씨 일가는 그 돈을 다 합쳐보았으나 여전히 그들이 써버린 부분을 메꾸지 못했다. 정동철은 어제보다 십년은 더 늙어 보였다. 그는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다.“그래도 어쩔 수 없어. 우리는 반드시 와야 해. 지금은 그저 예전에 가족이었던 걸 생각해서라도 정민아가 우리를 봐주길 바라야지. 아니면 우리 모두 거리에 나앉게 될 거야.”이때, 정가을이 입을 열었다.“할아버지, 근데 우리가 왜 송준 말을 들어야 해요? 지금 우리가 황금과 옥석을 가지고 성남을 떠나도 막을 사람은 없잖아요? 다른 가족은 몰라도 우리 세 사람만 살아있으면 정 씨 일가는 무너지지 않을 거예요. 이 돈이라면 다른 곳에서 충분히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거예요!”그녀의 말에 정지용의 마음도 흔들렸다.“할아버지, 가을이 말이 맞을 지도 몰라요. 복수는 천천히 해도 돼요. 우리가 나중에 다시 강해진 후 복수하면 되잖아요.”정동철은 두 사람을 보며 가슴만 답답했다. 진짜 송준의 손에서 도망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어제부터 감시자가 있다는 걸 눈치채지 못했단 말인가?재물을 들고 성공적으로 도망쳐도 정동철은 자신이 좋은 꼴을 보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저 두 사람이 다른 정씨 가문의 사람도 배신했는데 도망길에서 자신을 죽여버리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가 아닌가? 그렇게 되면 돈을 둘이서만 나눠도 된다.정동철은 비록 실력이 강하지 않아도 그동안 보고 들은 게 많으니 통찰력만큼은 뛰어났다.그 순간, 그가 앞으로 다가가 정가을과 정지용의 뺨을 힘껏 때렸다.“정지용, 정가을
프리미엄 가든 최고층.정군과 임은숙은 일찍이 거실에서 마치 예물이 그들의 것인냥 애를 태우며 기다리고 있었다.곧이어 벨이 울리는 순간, 임은숙은 체면따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달려가 문을 열었다. 마치 행동이 느리면 예물이 사라지기라도 하듯 말이다.“정군아, 은숙아...”정동철이 뒷짐을 쥔 채 온화하게 웃으며 집안으로 들어섰다. 정 씨 일가를 오랫동안 장악하고 있었으니 정군과 임은숙은 무의식적으로 그를 무서워하고 있었다.그런 그의 자태를 보고 있으니 두 사람은 저도모르게 멈칫했다.“정군아, 민아는 어디 있어?”정동철은 자신이 두 사람의 기세를 꺾었다는 생각에 담담하게 물었다.임은숙은 바로 정지용과 정가을한테 눈길을 돌렸다. 그녀는 두 사람 손에 쥐어진 물건을 보고 두 눈이 반짝였다.“민아 출근했어요. 이건 저희한테 맡기세요.”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임은숙은 뺐듯이 물건을 가로챘다. 정지용과 정가을은 아쉬운 듯 쉽게 손을 놓지 못했다.“뭐 하는 거야? 얼른 놔! 송 부대표님 말이 기억 안 나? 이 물건은 모두 김세자가 우리 민아에게 준 거라고!”임은숙이 눈을 부릅뜨고 두 사람을 째려봤다.정지용과 정가을은 얼굴이 잔뜩 흐려진채 기어코 물건에서 손을 떼려하지 않았다.“일단 들어와서 앉아요. 액수가 맞는지 세어봐야죠. 송 부대표님이 예물 리스트를 뽑아줬거든요. 액수가 안 맞으면 저희도 인정하지 않을 겁니다.”임은숙은 한시가 급한듯 물건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려고 잽싸게 움직이기 시작했다.이에 정씨 어르신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듯했다. 지금 가지고 온 물건이 애당초 받은 것의 절반도 되지 않을 것이다. 애초에 그들은 송준이 예물 리스트를 가져올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이때, 금방 잠에서 깬 듯한 김예훈이 방에서 나왔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세 사람과 인사를 나눴다.정씨 어르신은 그를 보고 이를 뿌득뿌득 갈았다. 이 모든 게 다 그의 잘못이라 생각했다. 김예훈이 없었다면 정씨 가문은 현재 전처럼 부귀영화를 누리고 있을 게 분명했다!정동
김예훈의 말을 들은 정지용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고 정동철도 표정이 굳어졌다. 그들은 정민아가 평소 말은 날카롭게 해도 심성은 매우 착하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그녀한테 빌려고 했다. 하지만 오늘 정민아가 모든 일을 김예훈에게 맡겼으니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랐다.“은숙아, 언제부터 너의 집 일을 데릴사위가 도맡게 된 거야?”정동철은 마른기침하고 나서 입을 열었다. 그는 지금 임은숙과 김예훈 사이를 이간질해 얼렁뚱땅 넘어가려 했다.그러나 임은숙은 김예훈을 신경 쓰지도 않고 보석을 하나씩 살펴보았다. 현금을 확인하던 그녀는 표정이 확 바뀌더니 말했다.“어르신, 액수가 맞지 않는데요? 부대표님이 준 예물 리스트와 비교하면 별장 외에 돈과 보석, 옥석만해도 절반이 모자라요! 안 돼요, 이건 인정할 수 없어요. 남은 부분도 반드시 채워넣어야 해요!”임은숙이 팔짱을 끼고 기고만장해서 물건들이 자기 것인 것마냥 말했다. 누가 감히 가져간다면 큰 코 다칠 것이라 경고하는 듯했다.정동철은 당황해서 안색이 점점 더 흐려졌다. 임은숙이 돈을 좋아하는 걸 알았지만 이 정도로 미쳐있는 줄은 몰랐다.예전 같았으면 가문의 주인 신분으로 그녀를 억누를 수 있었지만 관계를 끊은 이상 이젠 자신의 신분으로 임은숙을 누를 수 없었다. 그는 후회가 막심했다. 애당초 왜 정지용과 정가을의 말을 듣고 전군 일가를 가문에서 내쫓았단 말인가? 이젠 그 결과를 오롯이 감당할 수밖에 없었다.한참 후, 정씨 어르신이 한숨을 푹 내쉬고 억지로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은숙아, 우리가 자산을 팔아서 돈을 모으고 싶지 않은 게 아니야. 사실 우린 이미 정씨 가문이 성남에서 가지고 있는 팔 수 있는 모든 자산을 다 팔았어. 그래도 부족했다! 우리가 과거 한 가족이었던 정을 봐서라도 한 번만 봐줘.”말을 마친 그는 정지용과 정가을한테 눈짓했다.이윽고 정지용이 앞으로 나서며 임은숙의 두 손을 덥석 잡았다.“우리가 큰 잘못을 저질렀다고 하지만 그래도 피는 물보다 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