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들이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정민아조차도 눈살을 찌푸리고 김예훈을 쳐다보았다.그녀는 김예훈이 허세를 부리기 좋아하는 버릇은 평생 고칠 수 없는 병이라고 생각했다.그때, 인청가하 풋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하.... 뭐라고요? 입대 시험에 참가하고 싶으면 참가하는 거라고요? 당신이 뭔데요?”“진짜 웃겨죽겠네!”“입대 시험 내용이 무엇인지 알고 있어요? 매 부대에서 제일 우수한 사람 10명에게만 자격이 주어져요!”“데릴 사위 주제에 입대 시험에 참석하고 싶은 거예요?”김예훈을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그럼. 한 사람당 가족을 3명밖에 데려오지 못하잖아요?”“그리고 이번 시험에 제가 특별 요청받았어요. 제가 없으면 이번 시험은 할 이유가 없어요.”여경택과 임지숙은 김예훈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정군과 임은숙 두 사람의 안색도 많이 어두워졌다.정민아는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었다.대체 왜 이러는 거야!입대 시험도 그가 아니면 진행하지 않을 거라고?다른 사람이 아니라 그녀 자신도 믿지 않았다.부끄러워 죽겠어!인청하가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진짜 너무 웃겨요!”“당신이 없으면 진행을 하지 않는다고요? 당신은 박장군인가요? 아니면 김세자?”임지숙은 정군과 임은숙을 쳐다보며 말했다.“언니, 가풍을 다시 잘 잡아봐!”“진짜 왜 이러는 거야? 부끄러워 죽겠어!”안색이 어두워진 정군은 김예훈을 보며 소리를 질렀다.“내가 어제저녁에 말했잖아? 조용히 밥만 먹으면 되는 자리라고 말했잖아! 너 왜 그렇게 쓸데없는 말이 많아?”“대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 거야?”“이럴 줄 알았다면 같이 오지 않는 게 좋았어.”임은숙은 김예훈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김예훈이 말했다.“네 그러세요. 저는 입대 시험에 참석할 거예요.”“팡!!!”여경택의 오른쪽 손이 책상을 힘껏 내리쳤다.“정군! 대체 자식 교육을 어떻게 하는 거야!”“데릴 사위 교육을 이 정도 밖에 하지 못했어? 우리 어르신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
인청하는 그 말만 남기고 거만하게 자리를 떠났다.룸에 남은 정군 가족들은 서로 서로의 눈치만 살폈다.임은숙은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임씨 가문과 인씨 가문 모두 가풍이 확실한 가문이야. 이런 터무니없는 말을 듣고 어떻게 화가 나지 않을 수 있겠어."정군은 김예훈을 죽일 듯이 노려보며 소리를 질렀다."쓸모없는 놈. 넌 정말 아무 일도 해내지 못하는 멍청이야. 어떻게 매일 다른 방법으로 우리한테 엿을 먹여?""지금 당장이라도 너를 죽이고 싶어!""팍!"말이 끝나기 무섭게 정군은 손을 휘둘렀다.정민아가 막지 않았다면 그의 손바닥은 김예훈의 뺨을 내리쳤을 것이다."아빠, 엄마. 큰일도 아니잖아요. 다음날 이모와 이모부한테 사과를 하면 되는 일이에요!"정민아는 정군과 임은숙을 설득했다."이게 큰일이 아니야? 쟤 하나 때문에 우리가 친정 식구들 앞에서 체면을 잃었어!""그리고, 지금 우리가 정씨 가문에서 얼마나 어렵게 살고 있는데. 이번 기회에 친정과의 관계도 다시 잘해보려고 했단 말이야!""결국 김예훈 네가 망쳤어!"임은숙은 김예훈을 삿대질하며 욕을 내뱉었다.김예훈은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아버지, 어머니. 저 진짜 거짓말하지 않았어요. 저 진짜 입대 시험에 참가하는 거 맞아요!""네가 참가한다 참가하지 않는 것의 문제가 아니야!""넌 우리의 체면을 깎은 것도 모자라 친정 식구들의 심기를 건드리게 만들었어.""네가 입대 시험에 참가하면 뭐가 달라져? 너 대체 뭐야? 네가 김세자라도 되는 거야?""넌 그냥 쓸모없는 놈이야."정군은 잔뜩 화를 내며 말했다.임은숙은 정군보다 더욱 크게 화를 내며 욕설을 퍼부었다."참가할 수 있어! 뭘 믿고 참가하는 건데? 아내 덕을 보려는 거 아니야?""밖에서 너를 어떻게 말하는지 알기나 해?""정민아는 김세자가 숨겨놓은 여자라고 수군거려!""너는 부인의 피를 빨아먹고 살며 아내의 외도를 도운 남자라고 말해!""뭐가 아직도 그렇게 좋아?""부끄러운 줄 하나도 모르는 놈."김예훈은
성남 부대의 운전병 군인이 웃으며 말했다."인청하 병사, 운이 아주 좋습니다!""최근 당도 부대 군인 모집이 기회가 아주 적습니다. 3년 동안 당도 부대에 합격된 인수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라지요.""김세자가 성남시에 돌아온 관계로 박장군께서 더욱 많은 군인을 모집한다고 합니다.""오늘 박장군 뿐만 아니라 김세자도 볼 수 있습니다. 박장군께서 아침 일찍 김세자를 모시러 갔다고 합니다.""김세자 우리 성남 부대의 신이잖습니까!""용안을 직접 볼 수 있는 것만으로 가문의 영광입니다!"인청하도 한껏 기대에 찬 얼굴이었다.김세자, 성남 부대의 전설.중앙아시아의 혹독한 전장 속에서 승리를 거둔 그는 전장의 신이자 군사들의 우상이었다."네. 저도 얼마 전에 들었습니다. 미각의 삼각주 부대를 부순 전설의 그분이 김세자군요!""살면서 제가 김세자의 용안을 직접 보는 날이 오다니요!"인청하는 한껏 감격스러운 얼굴이었다. 그는 지금 마치 인생의 전성기에 머무른 것 같았다."청하 병사께서 우수한 탓입니다. 많은 병사들도 청하 병사가 당도 부대에 합격되리라 굳게 믿고 있습니다.""전설의 인물이 김세자라는 사실을 외부인에게 발설할 이유도 없지 않습니까?"운전병은 웃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거렸다.뒷자리에 앉은 임지숙도 웃으며 말했다."청하야, 넌 충분히 대단해. 네가 아니었다면 김세자의 풍문을 우리가 어디서 듣겠니?"임지숙의 말에 인청하는 어깨를 당당하게 펴고 앉았다.그런 그가 정소현을 힐끔 쳐다보더니 안색이 어두워졌다.정소현의 앞에서 허세를 조금 부리면 정소현이 홀딱 반할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정소현은 무표정한 얼굴로 무언가를 고민하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인청하의 안색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설마 그 데릴 사위 놈을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그 데릴 사위 놈이 대체 뭐가 그리 좋다고 이러는 거야?달리는 자동차의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낀 여경택과 임지숙은 다급하게 대화의 주제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차가 한 시간 달려 도착한 곳은 바로
여경택과 임지숙은 많은 모임에 가보았지만 살기가 가득한 장소는 처음이었다.하지만 그래도 기뻤다.이곳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군관 학교 졸업생 아니면 군인 가족들이기 때문이다.친척들 모두 관직에 있거나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신분은 다르지만 내력은 하나같이 대단한 가문 사람들이다.여기서 잘만 친해 진다면 가문에 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모든 병사들 앞으로, 가족분들은 이곳에 모입니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2개의 무리로 나뉘었다. 훈련을 받은 병사들은 일사불란하게 대열을 지었다.가족들은 모두 관중석에 앉았다.자신들의 곁에 모두 알만한 큰 인물들이 앉아있는 것을 본 여경택과 임지숙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였다.그때,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듯 임지숙은 무리들 속에서 누군가를 찾는 것 같았다. 주위를 한 고패 둘러본 임지숙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김예훈 그것이 나를 웃기는 거였어.""쓸모없는 놈!""혼자 온다고 했잖아? 왜 내 눈에는 보이지 않는 거지?""여보, 그런 놈의 말도 믿기로 한 거야? 나는 처음부터 믿지 않았어."여경택은 피식 웃음을 터뜨리고 말했다."소현아, 앞으로는 그런 사람들과 말도 하지 말고 인청하와 가까이 지내도록 해. 청하는 앞으로 큰 인물 될 사람이야. 이모부도 너를 생각해서 하는 말인 걸 알지?"정소현은 어물쩍 대답만 하고 김예훈을 찾아 두리번거렸다.그녀는 자신의 형부가 대단한 사람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으며 자신을 속이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리 둘러보아도 김예훈을 찾지 못했다.군인들 사이에서 제일 앞줄에 선 인청하도 김예훈을 찾아 두리번 거렸지만 찾지 못했다.설마 내가 바보 같은 놈의 말을 진짜라고 생각한 거야?"정숙, 박장군께서 오십니다!"군복을 입은 군인이 소리 높게 말하자 주위는 삽시간에 조용해졌다.모두 숨을 죽이고 한곳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잠시 후, 군용 자동차 한 대가 천천히 들어왔다.대문을 지키는 군인들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경례를 하고 모든 군사가 근
수많은 사람들 앞에 선 박인철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우선, 우리 당도 부대의 시험을 참관하러 와 주신 분들 환영합니다!""김세자께서 지금 차에 계십니다.""하지만 고귀한 김세자의 용안을 여러분들은 만날 자격이 없습니다."그의 말을 들은 사람들 모두가 아쉬운 표정이었다. 김세자가 자신들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으나 만나지 못한다는 아쉬움. 그의 용안을 직접 볼 수 없다는 자격.인청하의 안색도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하지만, 우리 당도 부대의 신, 김세자가 없었다면 우리 당도 부대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잠시 후, 김세자께서 직접 시험에 참가한 군인들을 만나러 올 겁니다."박인철이 말했다.군인들 모두가 들뜬 표정이었다. 인청하도 마찬가지였다.드디어 전설 속의 그 인물을 만날 수 있어!김세자와 같은 급의 인물들을 만나려면 조상들부터 덕을 쌓아야 한다.가족들은 실망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어떤 사람들은 눈을 크게 뜨고 뒷자리에 있는 사람의 모습을 찬찬히 보려고 노력했다.여경택과 임지숙도 차의 뒷자리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정소현도 김세자가 궁금한지라 큰 눈을 가늘게 뜨고 쳐다보았다.그때, 정소현이 말했다."난 왜 뒷자리에 앉아있는 사람이 형부처럼 보일까?"정소현의 말을 들은 임지숙도 뚫어지게 쳐다보고 말했다."그래 그 쓸모없는 놈이랑 비슷해 보여!"여경택도 열심히 쳐다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비슷해. 뚜렷하게 보이지 않지만 실루엣이 비슷해."세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말했다.설마, 김예훈이 바로 김세자?하지만 그들은 바로 아니라고 부인했다.김세자가 뭐가 아쉬워서 데릴 사위를?첩을 많이 들여도 모자란 사람이 데릴 사위를 한다고?김예훈이 곤룡포를 입어도 그 자태가 아니야. 곧 시험 의식이 끝났다.진정한 시험이 남았다.시험 현장에 가족들은 직접 참관할 수 없다. 군사 기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임지숙과 여경택 두 사람은 소원대로 박인철과 인사를 나눴다.그것은 김예훈의 뜻이기도 했다.
김예훈과 박인철은 대열의 제일 앞에 섰다.박인철은 자연스럽게 캐주얼룩을 입은 사람의 한 발자국 뒤편에 섰다. 그 남자의 신분이 자신보다 더욱 높다는 것을 의미했다.제일 앞에 선 군인들을 보며 박인철은 입을 열었다."세자, 신인 군사 집결 완료되었습니다. 시험을 거쳐 통과된 사람만 뽑는 것이...""하지만 모두 일상적인 규칙이죠. 세자께서 직접 오셨으니 명을 내려주세요."박인철의 말에서 제일 선두에 선 남자의 신분이 김세자라는 것을 확신했다.김예훈은 제일 앞에 선 군인들을 보고 싱긋 웃으며 말했다."저는 군인이 아니지만 박장군의 요청을 받고 여러분들에게 지도를 하러 왔습니다. 의견이 있으신지 모르겠습니다.""영광입니다!"군인들이 입을 모아 말했다.김세자는 군인이 아니었지만 성남 군부대의 전설이 아니던가!그의 지도를 받는 것은 더욱 큰 영광이다!군인들은 하나같이 모두 숨을 죽이고 감격에 겨운 얼굴로 김세자를 쳐다보았다.당도 부대를 이끌고 거의 불가능한 전적을 세운 이 남자는 성남 부대의 전설이다!성남 부대의 모든 군인들의 우상이다!그때, 제일 뒷줄에 있던 인청하는 드디어 김예훈의 얼굴을 똑똑히 쳐다보았다.순간, 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그 사람이야! 어떻게!김세자가 저 사람이라고?다시 여러 차례 확인을 해보아도 자신이 본 것이 틀림없다. 인청하는 순간 머리가 어지러운 느낌을 받았다.그래!김예훈이 김세자였어!그래서 참석하고 싶으면 참석한다는 거였어.....그래서 본인이 참석하지 않으면 진행을 하지 못한다는 거였어....순간, 인청하는 온몸에 피가 거꾸로 흐르는 느낌을 받으며 피를 토할 것 같았다.그가 김예훈을 쳐다볼 때, 김예훈도 마침 김예훈과 눈이 마주쳤다.김예훈은 마치 악마의 굴에서 나온 악마이자 군왕처럼 보였다.인청하는 순간 눈앞이 까매졌다.그는 무언의 압박을 견딜 수가 없었다."쿨럭!"눈앞이 까매지는 순간 피를 토한 인청하는 바닥에 쓰러져 정신을 잃었다.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 깜짝 놀랐다.당도 부대
"너희 이모가 오늘따라 기분이 유난히 좋아 보여. 너의 사과를 받아들이겠다고 했으니 준비해."정군이 말했다."네. 그럼 저희가 밥을 사겠습니다."김예훈이 말했다.로열 회관의 레스토랑 VIP 룸에 자리가 마련되었다.저녁이 되자 임지숙과 여경택이 도착했다. 그들의 곁에는 정소현도 있었다.여경택과 임지숙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펴 로또에 당첨된 사람들 마냥 입을 다물지 못했다.정군 부부도 마냥 웃는 얼굴로 그들을 맞이했다."동생, 매부. 기분이 아주 좋아 보이네? 말해봐. 우리도 같이 즐겁자고."임은숙이 웃으며 말했다.임지숙은 한껏 들뜬 표정으로 자랑을 늘어놓았다."오늘 인청하의 덕을 많이 봤지 뭐야. 당도 부대를 참관했을 뿐만 아니라 박장군과 인사도 했어!""그리고 제일 중요한 김세자의 얼굴도 직접 봤지!"실루엣일 뿐이지만 임지숙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정소현도 고개를 끄덕거리며 사건의 진실에 힘을 실었다."정말? 박장군과 친분을 쌓을 수 있다니!"정군도 감격에 겨워 말했다.성남시에서 지낸 오랜 시간 동안 신분이 높으신 분들과 얼마나 친하고 싶었는지 모른다.아쉽게도 모두 환상 속에서 그쳤다.여경택은 기침소리를 내더니 기고만장한 태도로 말했다."그럼, 박장군은 마치 우리를 미리 알아본 것처럼 소현이와 먼저 인사를 나누고 일이 있으면 찾아오라고 했어.""뭐? 박장군께서 너희들을 먼저 알아보고 따뜻하게 맞이했다고?"정군과 임지숙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랑했다.임지숙은 눈을 가늘게 뜨고 웃으며 말했다."아주 지극히 정상이지. 우리는 인청하 그 애가 있잖아.""인청하 정말 대단한 아이야! 박장군도 청하의 가능성을 보고 우리한테 인사를 한거 아니겠어?"임지숙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휴, 두 사람이 가지 못해서 얼마나 아쉬운지 몰라. 박장군과 안면을 트는 아주 중요한 자리였는데 말이야."여경택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들의 말을 들은 정군과 임은숙은 부러워 미칠 지경이었다.비록 정소현은 자신들의 딸이지만 인청하는 임씨
“됐어. 그래 기분도 좋으니 내가 한번 용서해 줄게!”임지숙은 손을 휘휘 저으며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여경택은 불현듯 무언가 생각난 듯 물었다.“참, 오늘 당도 부대의 시험에 간다고 하지 않았어? 우린 왜 너를 보지 못했지?”임지숙도 김예훈을 쳐다보았다.그들은 데릴 사위가 어떤 변명을 하는지 궁금했다.그들은 김예훈이 자신의 체면을 깎는 모습을 직접 보고 싶었다.김예훈은 잠시 머뭇거리다 사실대로 말했다.“사실, 저도 당도 부대의 시험 현장에 있었어요. 이모와 이모부께서 저를 만날 자격이 없었던 것뿐이에요.”그의 말이 끝나고 방은 순식간에 고요해졌다.여경택과 임지숙 두 사람은 순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자격이 없어?데릴 사위 놈이 진짜 미쳤나?김예훈을 노려보는 여경택은 눈빛만으로 김예훈을 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정군과 임은숙 두 사람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긴 마찬가지였다.어렵게 두 집안의 관계를 이끌었는데 이 죽일 놈의 데릴 사위 말 한마디에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된다고?진짜 미쳤어!정민아도 깜짝 놀라 할 말을 잃었다.김예훈이 이런 말을 할 줄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정군이 김예훈을 향해 욕설을 뱉으려던 그때, 임지숙과 여경택의 전용 기사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어르신, 사모님. 큰일 났습니다!”“성남 부대의 사람들이 인청하 도련님을 집으로 돌려보냈습니다.”“인청하 도련님 몸이 너무 허약해 의식을 치르는 도중에 쓰러졌다고 합니다!”“당도 부대에 입대할 자격이 취소되었다고 전했습니다!”소식을 들은 여경택과 임지숙의 안색이 어둡게 깔렸다.김예훈의 말에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어떻게 된 일이야?”“몸이 허약해? 자격이 없어? 웃기지 말라고 해!”“어디서 들은 소식이야? 잘못되지 않았어?”두 사람은 전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따져 물었다.인청하는 금릉 재벌가의 인씨 가문에서 태어나 부족한 것이 없고 엘리트 교육을 받고 자란 사람이다.실력이면 실력, 배경 또한 탄탄했다.그런 사람이 어떻게 참
동하임이 본능적으로 말했다.“의사 선생님, 이분은 제 친구인데 좀 양해해주시면 안 될까요?”“양해요? 양해로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요.”의사 선생님은 동하임의 명찰을 보고 깜짝 놀라더니 말했다.“동하임 씨였네요. 그런데 아무리 동하임 씨라고 해도 규칙을 어길 수는 없어요. 그런데 이분을 들이는 거 불가능한 것도 아니에요. 밖에 나가서 먼저 등록하고 기록을 남겨야 들어올 수 있는 거예요.”김예훈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래요? 그러면 먼저 등록하러 다녀올게요. 등록실이 어디죠?”의사 선생님은 직접 밖으로 나가 등록실 방향으로 안내했다..“저쪽에 보시면 등록실이 있을 거예요. 송학민이라고 등록을 도와주시는 분이 계실 거예요.”“감사해요.”김예훈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텅 빈 복도를 걸어갔다.의사 선생님은 김예훈의 모습이 사라져서야 두 명의 경찰한테 시선을 돌렸다.“어머!”그녀는 갑자기 발목을 접질렸는지 비명을 질렀다.경찰들은 본능적으로 하얗고 가느다란 발목을 쳐다보게 되었다.샤샤샥!두 명의 경찰이 시선을 돌린 순간, 그녀가 휘두른 소매에서 하얀 연기가 퍼져 나왔다.두 경찰은 그대로 휘청거리면서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다시 시체를 확인하려던 동하임은 이 소리에 본능적으로 몸을 돌렸다.결국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미간을 찌푸렸다.“당신 누구야. 아무런 원한도 없는 모르는 사이인 것 같은데 뭐 하려는 거야. 누가 보냈어.”동하임은 본능적으로 허리춤에 있는 총을 꺼내려 했지만 방호복을 입고있는 관계로 재빨리 빼낼 수 없었다.그러자 정체 모를 그녀가 문을 잠그고는 웃으면서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총독님 딸을 제가 뭘 어떻게 하겠어요. 당신이 죽어버리면 저도 곤란할 수밖에 없어요. 그냥 잘 협조해달라고 요청하는 것뿐이에요. 원망하려면 제 동생을 죽인 김예훈을 원망하세요.”“동생?”멈칫한 동하임은 본능적으로 눈앞에 있는 시체를 한번 쳐다보았다.“타케이 누나라고?”상대방의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했다.“맞아요. 타케이
뚜뚜뚜.김예훈은 걸어가면서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냈다.복도 끝에 있는 영안실 입구에는 경찰 두명이 손을 모으고 서 있었다. 이들은 김예훈을 보자마자 살짝 고개를 끄덕이면서 바로 안으로 모셨다.동하임은 흰색 의료용 장갑을 끼고 짧은 머리를 묶어 이국적인 매력을 지닌 목을 드러냈다.김예훈이 서서히 다가갔을 때, 그녀는 타케이 목에 나 있는 상처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너무나도 집중한 나머지 하얀 가슴골이 드러난 것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의사 가운을 입고 있다고 해도 날씬한 몸매는 여전히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김예훈은 마음을 가다듬고 다가가 말했다.“하임 씨, 검시관 일까지 해버리면 그분들이 뭐 해 먹고 살겠어요?”동작을 멈춘 동하임은 눈빛 하나로 무한한 매력을 발산했다.“검시관 결과는 이미 나왔어요. 현장 증거도 모두 수집 완료한 상태고요. 그 증거들 모두 김 도련님이 살인자라고 말해주고 있어요.”김예훈이 어깨를 으쓱이더니 말했다.“그런데 저는 살인을 저지를 시간이 없었잖아요. 어젯밤 내내 구룡성 경찰서에서 조사받고 있었잖아요. CCTV가 증거로 될수 있는 거 아니에요? 그리고 오늘 아침에는 동씨 가문 별장에 같이 있었잖아요. 하임 씨가 증인이 될수 있는 거잖아요. 범죄를 저지를 시간이 없는데 저를 살인자라고 단정 지을 수 없는거 아니에요?”말하는 사이, 김예훈은 타케이의 창백한 얼굴과 아직 가시지 않은 놀라운 표정을 발견했다.살인을 저지른 사람은 아마도 타케이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사람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동하임은 경직된 어깨를 움켜잡으면서 김예훈의 생각을 읽었는지 말했다.“사실 누가 범인인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아요. 어차피 증거가 위조되었을 가능성이 높아요. 이것으로 김 도련님을 정기적으로 조사하는 것도 불가능하고요. 문제는 이 쓸모없는 증거들이 일본인에게는 확실한 증거가 될 수도 있다는 거예요. 게다가 사카모토 류이치마저 죽였잖아요. 여러 가지 관계로 경찰이 죄를 묻지 않았지만, 일본인에게는 용서받을 수 없는 행동이잖아요
하지만 아무리 지위가 높다고 해도 배시시 웃으면서 일어나 말할 뿐이다.“김현민 도련님, 걱정하지 마세요. 이미 특별 경로를 통해 일본 야마구치파에 소식을 전했거든요. 야마구치파 장로님인 나오키가 오늘 저녁 진주에 도착한다고 해요. 아들딸 세이이치로와 루미코도 동행한다고 하네요. 가족인 타케이의 억울한 죽음을 파헤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거예요.”김현민이 가식적으로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이 세상이 너무 불공평한 거 아니에요? 직접 진실을 파헤쳐야 하다뇨. 정말 일본인 친구들한테 미안하네요. 지훈 씨, 저를 대신해 일본 손님들을 잘 대접해 주세요. 원하는 것이 있으면 얼마든지 드리고요. 물론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말아야 한다는 거 아시죠?”남지훈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남씨 가문은 밀수로 일어난 가문이잖아요. 아무도 추적할 수 없을 거예요.”김현민은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김병욱을 힐끔 쳐다보았다.“병욱아, 정말 김예훈이 타케이 도련님을 죽인 게 확실해?”김병욱이 피식 웃었다.“그럼요. 병원 CCTV에 김예훈 모습이 찍혔고, 현장에 남겨진 당도 위에 그의 반쪽 지문이 남아있거든요. 비록 확실한 증거가 아니라 평생 콩밥을 먹일 순 없겠지만 일본인이 복수할 만한 증거가 되지 않을까요?”김현민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증거는 증거야. 확실한 증거든 아니든 우리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일본인에게 이 사실을 알리는 것뿐이야. 그들이 어떻게 선택할지는 그들의 문제라고. 아, 또 한 가지 일이 있어.”김현민이 곽영현을 힐끔 쳐다보면서 말했다.“곽씨 가문에 믿을만한 변호사가 몇 명 있잖아요. 진세은 씨를 구해내죠? 일본 손님을 대접하는데 진세은 씨가 없어서 되겠어요?”곽영현은 반짝이는 두눈으로 말했다.“네.”김현민은 또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저희는 진주·밀양의 고위층을 대표하기도 하고 공평 공정을 대표하기도 하는 거예요. 기관에서 공평 공정하게 처리 못 하는데
동하임은 남윤지의 도발을 무시한 채 다소 긴장한 모습으로 여유작작 차를 마시고 있는 김현민을 쳐다보았다.“김현민 도련님한테서 듣고 싶은 대답이 있어서 찾아왔어요.”“하임 씨, 저를 다시 경찰서에 데려가서 조사할 예정이에요? 어젯밤 이미 충분히 잘 답변해 드린 것 같은데요? 저는 그저 우연히 그 자리에 있었을 뿐이라고요. 그리고 저는 진주의 치안을 생각해서 쌍방의 모순을 중재했을 뿐인데 ‘착한 시민’ 상을 안 줄지언정 정한테 누명을 씌울 건 아니죠?”김현민은 의심할 여지 없이 확고한 말투였다.동하임은 평소였다면 이런 분노가 섞인 말투를 들었을 때 더 이상 질문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런데 예전과는 다르다는 생각에 깊이 숨을 마시고는 천천히 말했다.“김현민 도련님, 제가 묻고 싶은 것은 왜 타케이를 죽이고 김예훈한테 누명을 씌웠느냐예요.”“타케이가 죽었어요?”놀란 표정을 보면 전혀 연기하는 것 같지 않았다.“어젯밤 안동 김씨 가문의 명의를 에드워드 병원으로 보내드렸잖아요. 그런데 왜 죽어요?”동하임은 김현민을 자세히 쳐다보면서 잠시 후 입을 열었다.“단순한 죽음이 아니라 살해당했다고요. 죽은 사람은 그 어떤 의사도 살릴 수 없어요.”퍽!“이럴 수가!”김현민은 갑자기 일어나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바닥에 던졌다.“내가 타케이 도련님을 구하려고 얼마나 힘들게 의사와 간호사를 동원했는데. 그런데 죽었다고요? 하임 씨, 반드시 진상을 규명해서 일본대사관에 알려야 해요. 아니면 위에 항의해서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거예요.”분노로 가득찬 김현민은 결코 연기하는 것 같지 않았다. 오히려 법을 지키는 정의로운 사람처럼 보였다.동하임은 한참동안 그를 바라보다 뒤돌아 문을 열고 나가려던 순간, 갑자기 이렇게 말했다.“김현민 도련님, 걱정하지 마세요. 이 사건은 제가 직접 범인을 찾아낼 것입니다. 나쁜 사람을 절대 놓치지 않겠지만 절대 좋은 사람을 억울하게 만들지 않을 거예요. 결과가 나오자마자 알려드릴게요. 도련님께서는 결과를 기다리고 계시면 돼요.
동씨 가문 자제는 침을 꼴깍 삼키더니 말했다.“네. 살해된 것도 모자라 목구멍에 칼자국이 있었어요. 초보적으로는 당도로 인해 생긴 상처라고 보고요. 다른 단서는 추가적인 수색이 필요해요. 그런데 지금까지 모든 단서와 어젯밤 사건을 놓고 보면 알게모르게 김예훈 씨를 범인으로 몰고 있어요.”동태원은 표정이 미세하게 변했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이 나설 거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빨리 움직일 줄 몰랐다.이제 막 ‘착한 시민’ 상은 수여하려던 찰나에 안동 김씨 가문이 김예훈에게 살인죄를 뒤집어씌울 줄 몰랐다.안동 김씨 가문과 김현민에 대해 잘 알고있는 동태원은 이들이 나서는 순간 절대적인 치명타를 입게 될 거일 것도 잘 알고 있었다.타에이의 죽음은 김예훈이 진범임을 증명할 수 있었다.동태원이 직접 나서서 해명한다고 해도 범인임을 증명할 만한 증거가 충분할 것이 틀림없었다.동태원은 태양혈을 문지르며 동하임에게 시선을 돌렸다.“김현민한테 가봐.”“왜요?”동하임은 미간을 찌푸렸다.“우리 동씨 가문의 입장을 알려줘야지.”동태원은 한숨을 내쉬며 별장 밖에 있는 남태평양 바다를 쳐다보았다.지평선 끝에 먹구름이 가득한 것이 곧 폭풍우가 진주를 휘몰아칠 것만 같았다.그런데 이 폭풍우가 지나면 진주에 남게 될 자가 과연 누구일지 아무도 몰랐다....퍽!오후 3시. 동하임은 비를 뚫고 빅토리아 항구에 있는 고급 사무실 문을 열었다.동하림은 프론트 데스크 여직원을 무시한 채 성큼성큼 넓은 회의실로 향했다.이곳은 안동 김씨 가문의 건물이자 김현민의 사무실이기도 했다.이 순간 사무실 안에는 김현민 외에도 진주·밀양에서 내로라하는 젊은 층이 앉아있었다.진주 4대 도련님 중의 한 명인 김병욱, 진주 4대 도련님 중의 한 명인 곽영현 및 나머지 두 명, 진주 잡지사 아들, 일본의 귀족 등등...이들은 저마다 진주·밀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이 자리에 있는 사람 중에 어느 누가 밖에 나가서 발을 구른다고 해도 진주가 휘청거릴 정도였
“네가 아무리 김예훈 성과를 무시한다고 해도 진주·밀양에 온 지 며칠이나 되었는지 생각해 봐. 김예훈 때문에 밀양 상황이 완전히 뒤집혀 허씨 가문이 더 이상 왕으로 불리지 않잖아. 대립 구도에 서 있어야 하는 허씨 가문과 추씨 가문이 서로 손잡지 않았다고 해도 김예훈 편에 서 있잖아. 추씨 가문은 말할 것도 없어. 김예훈이 추하린을 진주·밀양 용전 주인 자리에 앉히는 순간 한 편이 된 거야. 허씨 가문 쪽은 허순재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든지 간에 김예훈이 어젯밤 그의 소중한 딸을 구출해 냈잖아. 허순재가 얼마나 명성을 아끼는 사람인데. 게다가 김예훈이 허순재를 두 번이나 구해줬잖아. 그런데도 김예훈을 지지하지 않고 김예훈 편에 서지 않아서야 되겠어? 두 가문의 지지를 받는 이상 밀양을 발칵 뒤집는 날은 멀지 않을 거라고. 그래도 김예훈이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거야?”생각에 잠겨있던 동하임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김예훈이 진주·밀양에서 온 이후로 이 사람 저 사람을 건드린 것 같아도 불과 두 주일 만에 든든한 기반을 다지게 되었다.이러한 속도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했다.“그리고 우리 동씨 가문마저 김예훈의 편에 서도 김현민과 힘을 겨룰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동태원은 남은 커피를 한 모금에 다 마시고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동하임은 한참 동안 생각에 빠져있더니 잠시 후에 말했다.“그러면 저희는 앞으로 무엇을 하면 되는 거예요? 대놓고 김예훈 편에 서 있으면 되는 거예요?”동태원은 이 순진한 딸 때문에 한숨만 나왔다. “우리 동씨 가문이 그 정도로 지조 없는 가문이었어? 잘 기억해. 김예훈이 일본인을 유도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순간 ‘착한 시민’을 수여해야 해. 그리고 진주에서 어려운 일이 있으면 무조건 도와줘야 하고. 인정은 바라지 않고 그저 친해지기만 하면 돼...”동하임은 그의 말을 알 듯 말 듯 했다.“아빠, 그런데 아까는 전폭적으로 지지하라고 했잖아요...”“물론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건 맞지.”동태원은 동하임의
김예훈은 점심이 지나서야 배를 만지면서 별장에서 나왔다.동태원이 직접 문 앞까지 배웅하는 모습에 동씨 가문 사람들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항상 겸손함과 신비로움을 지키던 총독님께서 직접 배웅까지 한다고? 김예훈이라는 사람이 도대체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길래?’이에 따라 동씨 가문 사람들은 하나둘씩 김예훈을 더 눈여겨보게 되었고, 기회가 생기면 김예훈과 친해지려 했다.동태원이 이 정도로 중시하는 사람은 절대 만만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동태원이 집안으로 돌아갔을 때, 화가 나서 표정이 어두워진 동하임이 커피 한 잔을 가져다주며 말했다.“아빠가 김예훈을 집까지 초대한 이유는 알겠는데 그냥 사람들한테 소식만 전달하면 되지 왜 이렇게 대놓고 지지한다고 말씀하신 거예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에서 알면 무조건 아빠한테 불만이 생길 거잖아요. 진주·밀양의 왕이라고 불리는데 건드렸다간 저희 동씨 가문이 곤란해질 거란 말이에요.”동하임의 표정은 일그러져 있었다. 동태원이 총독 자리에 앉아있는 것도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안동 김씨 가문이 위에서 누르고 있어 동태원은 몇 년 동안 숨어서 지내야 했다.“저희 계속 조용히 숨어서 지내도 되었잖아요. 그런데 어젯밤 그 사건 때문에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냥 휘말여 들어간 거잖아요.”동태원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무표정으로 말했다.“김예훈이 두 통의 전화로 경찰서 사람들과 기자들을 불렀어. 그건 우리 동씨 가문을 불구덩이로 몰고 간 거라고. 우리가 권력자 편에 서서 김예훈 같은 착한 시민을 억압한다면 내가 오늘 바로 제거당했을 거야.”동태원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진주·밀양이 대한민국 관할이 아니라고 해도 결국엔 대한민국 땅이야. 설마 국가에서 권력자 편에 서서 기준도, 양심도 없는, 법도 모르는 총독을 용납할 수 있었을까?”“저도 알긴 아는데...”동하임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그런데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을 이 정도까지 적대할 필요는 없지 않아요?”동태원이 담담하게 말했다.
“둘째, 밖에서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이며 홍성파며 총독님께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소문이 나 있습니다. 지금 얼마나 많은 사람이 구경하고 있는데 총독님 위치가 위태해지는 순간 반드시 끌어내리려고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 식사 한 끼로 오히려 그 사람들에게 아무런 문제도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 아닐까요? 셋째, 동맹자를 찾기 위함이겠죠. 제가 진주·밀양에 오고부터 용전을 흔들었을 뿐만 아니라 김현민이 여러 번 손쓰게 했으니까요. 그래서 총독님께서는 제가 도대체 어떤 경지에 도달했는지, 그리고 연합할 가치가 있는지 궁금했던 거죠.”김예훈의 분석에 동하임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자기 아버지가 다른 사람에게 상황을 설명할 정도로 어젯밤 이렇게 큰 압박을 받고 있을 줄 몰랐다.이와 동시에 김예훈의 깊은 의미를 분석할 수 있는 총명함에 놀란 것이다.동태원이 흥미롭게 김예훈을 바라보며 말했다.“첫 번째와 두번째는 확실히 제 생각이 맞지만, 세 번째는 어떤 의미가 온 걸까요? 김 도련님께서 저에게 조언 좀 해줄 수 있을까요?”무의식중에 변한 호칭으로 그가 김예훈에 관한 생각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이 순간 동태원은 김예훈을 어깨를 나란히 대화할 수 있는 사람으로 여겼다.이때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천하에 백성의 왕은 한 명뿐이 아니겠습니까. 이전의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은 상대적으로 겸손함을 유지했다면 김현민은 다르죠. 용전에서 새로 거듭난 무신이자 진주·밀양 젊은 층 중에서 1인자로 꼽히고 있고, 또 9대 국방부 총사령관이 될 사람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잖아요. 그런데 총독님께서 봤을 때 김현민이 9대 국방부 총사령관이 되든 말든 그 사람이 총독님을 계속 주목할 것 같은 거죠? 맞죠? 김현민의 성격과 인품을 봤을 때, 그 자리에 올라서면 진주·밀양에서 두 가지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거예요. 그때되면 총독님께서는 자리를 양보하거나 머리를 수일 수밖에 없겠죠. 그리고 이 두 가지 상황 모두 총독님께서 원하는 것이 아닐 테고
아직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동태원은 90퍼센트의 힘을 사용하기까지 했다.그런데 아무리 힘을 실어봤자 오히려 자기 손바닥만 점점 찢어지듯이 아파져 왔다.“대단하네요.”동태원은 적당히 물러나서 더 이상 계속하지 않았다.김예훈을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계속해서 말했다.“머리가 뛰어난 것도 모자라 실력과 마음가짐도 대단하시네요. 이번에 그 쪽한테 당한 것이 하나도 억울하지 않네요.”이때 동태원의 손짓 하나에 집사 한명이 테이블과 의자를 두 사람 옆으로 가져왔다.김예훈한테 자리에 앉으라면서 직접 차를 한 잔 우려주었다. 이어 집사가 정교한 다과를 차례로 가져왔다.동하임은 아버지가 김예훈을 이렇게 높게 평가할 줄 몰랐는지 의아하기만 했다.복수극이 열릴 줄 알았는데 마치 갑자기 오랜만에 반가운 친구를 만난 느낌이었다.동태원은 보이차를 마시면서 이상한 표정으로 동하임을 힐끗 보더니 갑자기 웃으면서 말했다.“하임아, 내가 김 도련님을 죽여버리지 않고 식사 초대를 해서 이상해?”동하임은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를 끄덕였다.이에 동태원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원래부터 김 도련님께 식사를 초대하고 싶었어. 이곳까지 모신 이유는 나에게 중시 받을 자격이 있는지 테스트해 보려고 했던 것뿐이야. 그럴 자격이 없더라도 그냥 단순히 운이 좋아서 어젯밤 일을 일으켰다고 생각하고 똑같이 식사를 초대했을 거야. 그런데 그때는 그저 순수한 저녁 식사 한 끼에 불과한 거지.”동태원의 의미가 담긴 말에 동하림은 생각에 잠겼다.그러다 이제 막 보석으로 풀려난 김예훈이 자신의 아빠에게 이렇게 중시 받고 있을 줄 몰랐는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김예훈은 동태원 말속에 숨은 뜻을 알아차리고도 그저 피식 웃을 뿐이다.이 생각 많은 늙은 여우한테 함부로 말을 걸었다가 낭패 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김예훈이 아무말도 하지 않자, 동태원이 계속해서 말했다.“하임아, 내가 김 도련님께 음식을 대접해 드리고 싶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동하임이 생각하더니 말했다.“어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