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미니도 넋이 나갔다.그녀는 김예훈이 자신을 곧바로 찾아올 정도로 조급할 줄은 몰랐다. “누구시죠? 뭐 하시는 거예요? 이곳이 어떤 곳인지 몰라 난동을 부리는 건가요?”주경훈은 참지 못하고 화를 내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그는 조금 전 말 몇 마디로 유미니를 손에 넣을 뻔했다. 그런데 갑자기 튀어나온 김예훈이 분위기를 망쳐버렸다.언제 또 이런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이 순간, 주경훈은 김예훈을 목 졸라 죽이고 싶은 심정이었다.유미니의 부모님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김예훈을 바라보며 물었다.“딸아, 이 사람은 누구니? 어쩐지 눈에 익은데.”유미니는 어쩔 수 없이 대답했다.“엄마, 아빠. 김예훈이에요.”유미니 아버지의 안색이 순식간에 변했다.“뭐? 김예훈? 너랑 대학 동기라던 걔? 얘가 여긴 왜 온 거야? 왜 아직도 얘랑 연락하고 있어?”“그... 저번에 동창회에서 만났다가 연락하게 됐어요.”유미니가 설명했다.맞은편에 있던 주경훈 아버지의 안색이 흐려졌다. 그는 따져 물었다.“정식아, 이게 뭐 하는 거야? 설마 맞선 보러 나오는데 남자를 한 명 더 데려온 거야? 우리 경훈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냥 얘기하지, 이게 지금 뭐 하는 거야?”김예훈은 그제야 그들이 맞선을 보고 있었음을 깨달았다.유미니의 아버지가 곧바로 해명했다.“오해야, 이 자식은 우리 미니 대학 친구일 뿐이야. 그리고 경훈이는 어린 나이에 성공을 거뒀는데 이 자식이랑 경훈이를 어떻게 비교해? 이 자식 얘기 들어보니까 데릴사위래. 능력이라고는 눈곱만치도 없는 쓸모없는 자식이지! 경훈이는 자산이 몇십 억대인 대표님이잖아!”유미니의 아버지가 아부하자 주경훈의 안색이 한결 편안해졌다.조금 전 유미니가 김예훈을 마주쳤을 때 어쩔 줄 몰라 하는 걸 보고 두 사람 사이에 뭔가가 있는 건 아닐까 의심했다.그런데 지금 보니 김예훈은 겨우 데릴사위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주경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김예훈을 이용해 자신을 올려 칠 생각이었
“맞아.”김예훈은 고개를 끄덕였다.“조용하고 편하고 안전하면서 뭐든 완전히 갖춰져 있는 게 가장 중요해.”유미니는 이해했다. 김예훈은 별장을 사고 싶은 것이었다. 그게 아니면 프리미엄 가든에 집을 하나 사도 괜찮았다. 프리미엄 가든이 성남시에서 가장 좋은 아파트였기 때문이다.“이렇게 하자. 우리 회사에 네가 원하는 주택 구조가 있을 거야. 나랑 같이 가보자.”유미니는 재빨리 입을 연 뒤 몸을 돌렸다.“아저씨, 아주머니. 오늘 죄송해요. 전 먼저 돌아가서 친구 집 문제를 처리해야겠어요. 다음에 다시 만나죠.”유미니는 이렇게 일찍 결혼을 결정할 생각이 없었다. 김예훈이 찾아와 그녀에게 좋은 핑곗거리가 되었다.그 점만 놓고 보면 유미니는 김예훈에게 고마웠다.그런데 유미니 부모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이렇게 하자. 어차피 다들 다 먹은 것 같은데 같이 네 근무 환경을 보는 거야. 어때?”유미니는 지금 당장 결혼을 결정할 생각이 없었지만 그녀의 부모님은 마음이 급했다.“그래요, 미니 씨. 같이 가서 보죠.”주경훈이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는 부동산 중개인인 김예훈이 얼마나 큰 집을 살 수 있을지 지켜볼 셈이었다.그와 김예훈을 비교해 보면 유미니도 그가 얼마나 훌륭한지 알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유미니는 미간을 살짝 찌푸릴 뿐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김예훈의 의견을 묻듯이 그를 바라보았다.김예훈은 별생각이 없었고 오히려 그들의 자리를 방해해서 미안한 마음이었다.“전 상관없으니 같이 가시죠.”“잘됐네요. 같이 가요.”레스토랑에서 나올 때 주경훈은 카운터에서 화이트골드 카드를 긁었다.계산을 마친 뒤 그는 화이트골드 카드를 흔들거리며 웃었다.“화이트골드 카드 대우가 이렇게 좋을 줄은 몰랐어요. 조금 전 밥값 몇십만 원이 나왔는데 20% 할인해주더라고요...”유미니의 아버지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경훈아, 네가 들고 있는 카드 경기도 은행의 화이트골드 카드지? 은행에 자산이 몇십억이 있어야 그 카드를 만들 수 있다고 하던데!
모두 넋이 나갔다.그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김예훈과 유미니를 바라보았다.“별... 별장을 산다고...”주경훈의 목소리가 떨렸다.“맞아요. 별장 사러 온 건데요. 일반 주택이나 마당 딸린 단독 주택은 프리미엄 가든에도 있잖아요.”유미니는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주경훈은 얼이 빠졌다. 그의 자산으로는 프리미엄 가든에서 가장 작은 집을 사기에도 부족했다.그러니 프리미엄 가든 산하의 별장은 말할 것도 없었다.이곳 별장은 200억 이하가 없었다.주경훈의 아버지는 돌연 웃음을 터뜨렸다.“자네 업무 능력이 좋네. 다른 사람을 대신해 별장 한 채 사주는 건데 보너스 많이 받겠어!”주경훈 아버지가 보기에 김예훈은 그냥 부동산 중개인이었다.“하하하, 우리가 너무 얕봤네요. 그렇게 급한 이유가 있었네요. 이번 업무 끝내면 보너스로 몇천만 원은 받겠죠?”주경훈은 정신을 차리고 조롱하듯 말했다.하지만 그는 사실 내심 부러웠다.그는 한 번에 몇천만 원씩 벌 때가 많지 않았다. 부동산 중개인인 데릴사위가 이렇게 돈을 잘 벌 줄은 몰랐다.유미니의 부모님도 김예훈이 중개인이라고 생각했고 그들의 딸을 이용해 돈을 버는 것으로 생각했다.데릴사위는 역시 데릴사위였다. 너무 염치없었다.하지만 이어진 광경에 그들은 다시 한번 얼이 빠졌다.프리미엄 가든의 대표 하석윤이 정중한 태도로 걸어 나왔기 때문이다.그는 경제 매거진에 자주 나오는 사람이라 다들 잘 알고 있었다.하석윤은 밖에 나오자마자 다른 사람들은 신경 쓸 새 없이 곧바로 김예훈의 앞에 서서 감격에 겨워 말했다.“김예훈 씨, 안녕하세요! 오신다고 미리 연락하셨으면 제가 직접 모시러 나갔을 텐데요!”“환영합니다, 김예훈 씨.”별장 구역의 직원들이 일제히 입을 열었다. 그들은 양쪽으로 줄지어 서 있었고 누군가는 꽃을 들고 축하하고 있었다.개업식도 이렇게 성대하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주경훈 부자는 완전히 넋이 나갔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데릴사위가 이런 대접을 받을 리가 없는데 말이다.유미
김예훈은 가격조차 묻지 않았다.남혁수 부부는 그의 가장 친한 형제의 부모님이었기에 당연히 그들에게 최고의 것을 주고 싶었다.그리고 별장 한 채일 뿐이니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김예훈에게는 그냥 밥 한 끼 먹는 것과 다름없었다.그러나 그 광경에 주경훈 부자는 겁을 먹었다.조금 전 그들은 김예훈이 잘난 척하는 거로 생각하며 요행을 바라고 있었다.그러나 지금 그들은 김예훈이 진짜 부자라는 걸 눈치챘다.별장을 사는데 가격도 묻지 않는다니, 별장 사는 것을 장 보는 것처럼 여기는 것 같았다.조금 전 김예훈을 조롱했던 걸 떠올린 그들은 얼굴이 화끈거렸다.김예훈이 보기에 그들은 광대와 다름없었을 것이다.“김예훈 씨, 이쪽으로 오시죠. 우선 도면을 보시겠어요?”하석윤이 적극적으로 나섰다.“한 번 둘러볼게요.”김예훈은 적어도 구조는 알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김예훈 씨, 이것이 바로 별장의 도면입니다. 3층이지만 살기 좋고 큰 정원도 있어요. 어르신들께서 직접 채소를 심기를 바란다면 저희 쪽에서도 협조할 수 있습니다.”하석윤은 무척 친절했다. 일부 어르신들은 직접 농사하는 취미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리고 이 별장은 인테리어가 세련된 편입니다. 어르신들은 대부분 고전적인 스타일을 좋아하시거든요. 인테리어는 1평에 삼천만 원 정도입니다... 가전제품은 독일에서 수입한 스마트 가전제품이고...”“오늘 저녁에 입주할 수 있을까요?”“당연히 할 수 있습니다. 저희 쪽에서 가정부 세 명, 집사 한 명, 토요타 알파드 한 대와 전담 운전기사 한 명을 제공해 드릴 수 있습니다... 경비원은 하루 3번 교대 근무할 예정이라 절대적으로 안전할 겁니다. 식재료는 저희가 5성급 셰프를 배치해 매주 어르신들 입맛에 맞게 영양식을 준비할 겁니다. 전담 의사는 보름마다 간단한 검진을 진행할 거고 반년에 한 번씩 종합검진을 할 겁니다...”“좋네요...”김예훈은 무척 만족스러웠다. 프리미엄 부동산의 서비스는 정말 주도면밀했다.“김예훈 씨, 이 별장의
옆에 서 있는 유미니는 별로 충격받지 않았다.그녀는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이번 건 덕분에 그녀는 적어도 20억의 수수료를 받을 수 있었다.문제는 그녀가 한 거라고는 옆에서 지켜보는 것 외에 아무것도 없다는 점이다.유미니가 순식간에 20억을 벌자 유미니의 부모님은 주경훈이 별로라고 느껴졌다.그들의 딸은 하루에 20억을 버는데 자산이 몇십억인 남자가 어떻게 그들의 딸을 넘볼 수 있단 말인가?시내에 한 채, 교외에 한 채, 해변에 집 한 채가 있어도 김예훈이 산 별장 한 채에는 전혀 미치지 못했다.“현수야, 아이들 일은 다음에 다시 얘기하자...”유미니의 아버지는 갑자기 폼을 잡으면서 무정하게 말했다.“뭐? 아니, 그게 이거랑 무슨 상관이야?”주경훈은 유미니가 쉽게 20억을 벌어들이자 반드시 그녀를 손에 넣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유미니 아버지의 말에 그는 넋이 나갔다.애석하게도 유미니의 아버지는 그저 뒷짐을 진 채로 떠나갔고 유미니는 김예훈의 절차 밟는 걸 도와주러 갔다.그녀가 책임진 것이었으니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었다....저녁이 되고 별장 쪽에서 알파드를 보내 김예훈과 함께 남혁수 부부를 모셔갔다.“아저씨, 아주머니. 앞으로 이곳에서 편히 지내세요. 모든 비용은 제가 해결할게요. 여기서 즐겁게, 건강하게 지내면서 좋은 소식 기다려 주세요.”남혁수 부부를 그곳으로 모시고 나서야 김예훈은 마음이 조금 놓였다.프리미엄 부동산은 무척 프로페셔널했다. 도우미들은 두 어르신의 입주를 밤새 도왔고 두 분을 간단히 검진한 뒤 영양가 있는 음식을 준비했다....복씨 가문.복률은 재밌다는 표정으로 서류를 보고 있었다.복현은 그의 곁에 서서 허리를 약간 숙였다.“세자, 뭘 그렇게 뚫어져라 보세요...”“별거 아냐. 당시 남겨 뒀던 창녀가 쓸모 있을 줄은 몰랐네. 이거 봐.”복률은 말하면서 들고 있던 서류를 복현의 앞에 놓았다.복현은 조심스럽게 서류를 들어 살펴보더니 안색이 살짝 달라졌다.“그 망할 놈의 부모님을 구한 사람이 있
밤.복씨 가문에서 사람들을 대거 이끌고 정씨 가문에 방문했다. 선두에 선 사람은 복현이었다. 그는 이번에 정지용의 체면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고 그 바람에 정동철 등 사람들은 겁을 먹었다.“복현 씨, 무슨 일로 이곳에 오신 거죠? 이렇게 늦은 시각에...”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을 쭉 둘러본 정동철은 겁에 질려서 더듬거리며 말했다.오늘 복현의 표정은 차갑게 굳어있었다. 예전처럼 부드럽고 우아한 기품이라고는 온데간데없었다.“무슨 일이냐고요? 당연히 심각한 일 때문이죠!”복현이 차갑게 대답했다.“당신네 가문의 데릴사위 참 잘났더라고요? 감히 우리 복씨 가문 일에 간섭해요? 당신들에게 CY그룹이라는 뒷배가 생겼다고 해서 우리 복씨 가문이 당신들을 어쩌지 못할 거로 생각하는 거예요? 경고하는데 이 일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우리 복씨 가문이 당신들을 성남시에서 쫓아낼 수도 있어요! 이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면 결혼 약속은 취소예요! 그리고 당신들을 죽이지 않는다면 내 성을 고칠 거예요!”“복현 씨, 김예훈 그 망할 놈 말이죠?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가 반드시 만족스러운 답변을 드리겠습니다!”정동철은 겁을 먹어 무릎을 꿇을 뻔했다.지금 이 순간, 권력 싸움이나 세력 싸움, 정씨 가문 내부의 균형을 지키려는 생각은 전부 사라졌다.복씨 가문의 요구대로 적당한 해명을 내놓지 못한다면 정말 비참하게 죽을 거라는 생각만 들었다.복현이 사람들을 데리고 돌아간 뒤 정동철은 자리에 쓰러지듯 앉아서 몸을 떨었고 한참 뒤에야 버럭 화를 냈다.“이건 모두 김예훈 때문이야! 복씨 가문은 왜 건드렸대? 걔 때문에 우리까지 발목 잡히게 생겼잖아! 지금 당장 김예훈을 죽이고 싶네! 우리 같이 셋째네 집으로 가자!”정동철은 벌벌 떨다가 정군의 집으로 향했다.한 무리의 사람이 40평 남짓한 방 안에 모여있었다. 정동철은 정군의 뺨을 때린 뒤 그에게 당장 김예훈과 정민아를 불러오라고 했다.1층에 도착한 김예훈과 정민아는 정씨 집안 차가 그곳에 전부 세워져 있는 걸 발견했
“네가 뭐? 넌 항상 이런 식이야! 내 기분 따위는 안중에도 없지! 지금 넌 복씨 가문에 단단히 미운털이 박혔어. 정씨 가문은 너 때문에 발목 잡히게 생겼고! 복씨 가문이 만족스러워하지 않는다면 정씨 가문은 성남시에서 절대 살아남지 못해! 심지어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어. 정말 우리를 죽여야 속이 시원해?”정민아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김예훈은 지금 해명할 수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열심히 해명해도 절대 말이 통하지 않을 터였다.“이제 어떡하냐?”정동철은 머리가 아팠다.옆에 서 있던 정지용은 이마를 ‘탁’ 치면서 말했다.“해결 방법은 하나뿐이에요... 민아 누나랑 이혼시켜야 해요! 그래야만 우리 정씨 가문과 그의 관계를 완전히 떨쳐낼 수 있어요! 그래야만 우리 모두 안전해요!”그 말에 정가을 등 사람들은 곧바로 반응했다.“맞아요! 당장 이혼해요! 지금 당장! 그래야만 이 일을 해결할 수 있어요!”정군과 임은숙 두 사람은 완전히 배척되었지만 그들도 이 일에서만큼은 정씨 가문과 같은 입장이었다.정군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사고쳤으니 네가 해결해. 우리까지 끌어들이지 말고. 우리 모두 네가 이혼하길 바란다.”임은숙도 냉랭하게 말했다.“맞아. 당장 이혼해. 적어도 마음 편히 살 수 있겠다 싶었는데 이런 일이 있을 줄은 몰랐다. 넌 우리 정씨 가문에서 지낼 자격이 없어!”정씨 집안사람들은 다들 같은 입장이었다. 그들 모두 정민아와 김예훈이 이혼하길 원했다.정씨 가문이 이토록 단결한 적은 처음이었다. 그들은 김예훈이 단 한 순간이라도 정씨 가문에 있기를 바라지 않았다.하지만 김예훈은 그들의 생각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그는 고개를 돌려 진지한 표정으로 정민아를 바라보았다.그가 신경 쓰는 건 정민아의 생각뿐이었다.김예훈은 정민아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민아야, 넌 어떻게 생각해? 난 네 선택을 존중해.”만약 정민아가 이혼하자고 한다면 김예훈은 거절하지 않고 정민아의 선택을 존중할 생각이
“난 결정했어요! 집안사람들에게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난... 예훈이랑 정씨 가문에서 나갈게요! 앞으로 우리는 정씨 가문이랑 아무 관계도 없어요... 난 내 남편이랑 같이 역경을 이겨낼 거예요!”정민아는 김예훈의 손을 꼭 잡고 그와 함께 앞으로 나섰다.김예훈은 잠깐 넋을 놓고 있다가 잠시 뒤에야 미소를 띠었다.정민아는 역시 그의 아내다웠다.그녀의 결정에 정씨 집안사람들은 전부 넋이 나갔다.정군과 임은숙은 서로 시선을 주고받았다. 한참 뒤, 정군이 욕을 내뱉었다.“멍청하긴! 지금 뭐 하는 거야? 이혼해! 반드시 이혼해야 해! 네가 얼마나 어렵게 얻은 기회인데, 할아버지도 이혼에 동의했잖아! 당장 쟤를 떠나야지. 설마 평생 저 기생충 같은 놈이랑 같이 살 거야? 넌 우리가 금이야 옥이야 길렀어. 그런데 네가 어떻게 그런 고생을 견뎌? 그건 사람이 견딜 수 있는 게 아니야!”정군은 주절주절 그녀를 위해서 하는 말이라는 표정으로 말했다.그러나 정민아는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아뇨. 난 이혼하지 않을 거예요. 이혼할 생각이었으면 일찍 이혼했을 거예요. 왜 지금까지 기다렸겠어요? 할아버지, 복씨 가문이 우리에게 손을 쓸까 봐 두려운 건 알아요. 전 여러분들을 탓하지 않아요... 정씨 가문의 안전을 위해서 절 정씨 가문에서 내쫓아 주세요!”“그건...”정동철은 머뭇거렸다.정민아가 그의 손녀라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서가 아니었다.가장 중요한 이유는 정민아가 김세자와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점 때문이었다.정동철은 정말 어렵사리 김세자에게 연줄을 댔다.혹시나 정민아를 내쫓는다면 CY그룹이 정씨 가문에 대한 지지를 즉각 회수할 수도 있었다.그리고 정씨 가문의 주식 통제권은 CY그룹에 있었기에 정말 그렇게 된다면 정씨 가문은 끝장이었다.정동철이 머뭇거리고 있을 때 정지용이 다급한 표정으로 나서서 말했다.“할아버지, 얼른 결정하세요! 정민아를 희생하고 우리 정씨 가문을 살려야죠!”정지용은 우쭐해졌다. 정민아를 내쫓을 수만 있다면 그의 앞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