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진짜냐? 누가 우리 아들을 죽였는지 알아낸 거야?”남혁수 부부는 흥분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들이 3년 동안 힘들게 버틴 건 언젠가 아들의 복수를 하기 위해서였다.고진감래라고 이제 복수할 희망이 생겼다.만약 김예훈이 처음에 그 말을 했더라면 그들은 믿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조금 전 광경을 목격한 뒤 부부는 자신감이 생겼다.“아저씨, 아주머니. 앞으로 전 두 분을 제 가족처럼 대할 겁니다. 저희 같이 가요. 오늘 밤 당장 이곳에서 떠나 다른 곳으로 가서 살아요.”잠시 뒤, 김예훈은 남혁수 부부를 데리고 그곳을 떠났고 골목길은 흔적 하나 없이 깨끗해졌다.그곳에 나타난 적 없듯이 오정범 등 사람들은 감쪽같이 사라졌다.김예훈 일행이 골목길 중앙에 도착했을 때, 갑자기 나무 문 하나가 열리며 짙은 화장에 노출이 심한 옷을 입은 여자가 김예훈의 앞에 무릎을 꿇고 천천히 고개를 세 번 조아렸다.그녀를 선두로 다른 문들도 천천히 열렸고 잇달아 사람들이 나와서 김예훈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김예훈은 의아해했고 남혁수 부부는 짙은 화장을 한 여자를 부축하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이건 유리 씨야. 유리 씨 남편이 용수 형님한테 큰 빚을 져서 유리 씨가 어쩔 수 없이 이곳에서 몸을 팔아 빚을 갚았어. 그런데 사실 유리 씨는 오래전에 빚을 다 갚았어... 하지만 용수 형님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었지...”거기까지 말하고 남혁수 부부는 한숨을 쉬었다.최하층 서민들의 삶이 얼마나 고단한지는 일반인이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다.지금 밖으로 나와 고개를 조아리는 사람들은 김예훈에게 감사 인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에게 애원하는 것이었다.그들은 보아낼 수 있었다. 김예훈은 어쩌면 그들의 운명을 바꿀 수 있을지 모른다. 적어도 용수의 협박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김예훈은 그 광경을 보고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오정범 씨에게 앞으로 이곳은 오정범 씨의 구역이라고 말해요. 똑똑한 사람이니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을 거예요.”“알겠습니다.”하
유미니의 맞은편에 앉아있는 남자의 이름은 주경훈이었다. 그는 창업해서 작은 회사를 차렸고 몇십억의 자산이 있었다. 그리고 성남시 중심부와 교외, 해변에 각각 집을 하나씩 소유하고 있었다.사람들은 이런 남자를 성공한 사람이라고 불렀고 유미니의 부모님은 그를 만났을 때 그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마치 장모가 사위를 바라보는 듯한 표정이었다.그리고 맞은편에 앉은 주경훈은 유미니가 입을 열었을 때 반드시 그녀를 손에 넣어야겠다고 다짐했다.유미니는 정말 예뻤고 몸매도 좋은 데다가 인맥도 넓었다.이런 여자와 결혼한다면 필시 사업에 큰 도움이 될 터였다.주경훈은 자신이 모든 방면에서 유미니보다 훨씬 잘났으니 오늘 틀림없이 그녀를 얻을 거로 생각했다.물론 주경훈의 부모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들의 아들은 무척 훌륭했기 때문이다.“정식아, 너희 집도 별문제 없다고 생각되면 오늘 바로 결정하자.”주경훈의 아버지가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뭐? 벌써 정한다고?”유미니의 아버지는 다소 의아한 듯 대답했다.“경훈이가 훌륭하긴 하지. 나도 경훈이가 내 사위였으면 좋겠어.”유미니의 부모님은 당연히 기뻤다.주경훈 같은 사람은 그야말로 복덩이였다. 그와 결혼한다면 유미니도 사람들 앞에서 체면이 설 것 같았다.유미니는 미간을 구겼다. 주경훈은 여러 방면에서 훌륭했고, 사회 경험이 있는 그녀가 보기에도 이렇게 훌륭한 젊은이는 많지 않았다.하지만 상대방을 봤을 때 유미니는 갑자기 누군가 떠올랐고 본능적으로 거절했다.“아뇨. 아직 친하지도 않은데 조금 더 알아갈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알아간다고요? 뭘 더 알고 싶은 거죠? 제 예금 잔액이라도 보여드릴까요?”주경훈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유미니 같은 여자들은 많이 봐왔다. 알아가고 싶다고는 하지만 그의 차 키, 집문서, 예금 잔액을 보게 되면 다들 그의 정장 아래 무릎을 꿇었다.만약 유미니가 훌륭하고 인맥이 넓으며 부모님이 소개한 사람이 아니었더라면 그냥 가지고 놀았을지도 모른다. 어차피 그는 바람둥이
유미니도 넋이 나갔다.그녀는 김예훈이 자신을 곧바로 찾아올 정도로 조급할 줄은 몰랐다. “누구시죠? 뭐 하시는 거예요? 이곳이 어떤 곳인지 몰라 난동을 부리는 건가요?”주경훈은 참지 못하고 화를 내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그는 조금 전 말 몇 마디로 유미니를 손에 넣을 뻔했다. 그런데 갑자기 튀어나온 김예훈이 분위기를 망쳐버렸다.언제 또 이런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이 순간, 주경훈은 김예훈을 목 졸라 죽이고 싶은 심정이었다.유미니의 부모님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김예훈을 바라보며 물었다.“딸아, 이 사람은 누구니? 어쩐지 눈에 익은데.”유미니는 어쩔 수 없이 대답했다.“엄마, 아빠. 김예훈이에요.”유미니 아버지의 안색이 순식간에 변했다.“뭐? 김예훈? 너랑 대학 동기라던 걔? 얘가 여긴 왜 온 거야? 왜 아직도 얘랑 연락하고 있어?”“그... 저번에 동창회에서 만났다가 연락하게 됐어요.”유미니가 설명했다.맞은편에 있던 주경훈 아버지의 안색이 흐려졌다. 그는 따져 물었다.“정식아, 이게 뭐 하는 거야? 설마 맞선 보러 나오는데 남자를 한 명 더 데려온 거야? 우리 경훈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냥 얘기하지, 이게 지금 뭐 하는 거야?”김예훈은 그제야 그들이 맞선을 보고 있었음을 깨달았다.유미니의 아버지가 곧바로 해명했다.“오해야, 이 자식은 우리 미니 대학 친구일 뿐이야. 그리고 경훈이는 어린 나이에 성공을 거뒀는데 이 자식이랑 경훈이를 어떻게 비교해? 이 자식 얘기 들어보니까 데릴사위래. 능력이라고는 눈곱만치도 없는 쓸모없는 자식이지! 경훈이는 자산이 몇십 억대인 대표님이잖아!”유미니의 아버지가 아부하자 주경훈의 안색이 한결 편안해졌다.조금 전 유미니가 김예훈을 마주쳤을 때 어쩔 줄 몰라 하는 걸 보고 두 사람 사이에 뭔가가 있는 건 아닐까 의심했다.그런데 지금 보니 김예훈은 겨우 데릴사위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주경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김예훈을 이용해 자신을 올려 칠 생각이었
“맞아.”김예훈은 고개를 끄덕였다.“조용하고 편하고 안전하면서 뭐든 완전히 갖춰져 있는 게 가장 중요해.”유미니는 이해했다. 김예훈은 별장을 사고 싶은 것이었다. 그게 아니면 프리미엄 가든에 집을 하나 사도 괜찮았다. 프리미엄 가든이 성남시에서 가장 좋은 아파트였기 때문이다.“이렇게 하자. 우리 회사에 네가 원하는 주택 구조가 있을 거야. 나랑 같이 가보자.”유미니는 재빨리 입을 연 뒤 몸을 돌렸다.“아저씨, 아주머니. 오늘 죄송해요. 전 먼저 돌아가서 친구 집 문제를 처리해야겠어요. 다음에 다시 만나죠.”유미니는 이렇게 일찍 결혼을 결정할 생각이 없었다. 김예훈이 찾아와 그녀에게 좋은 핑곗거리가 되었다.그 점만 놓고 보면 유미니는 김예훈에게 고마웠다.그런데 유미니 부모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이렇게 하자. 어차피 다들 다 먹은 것 같은데 같이 네 근무 환경을 보는 거야. 어때?”유미니는 지금 당장 결혼을 결정할 생각이 없었지만 그녀의 부모님은 마음이 급했다.“그래요, 미니 씨. 같이 가서 보죠.”주경훈이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는 부동산 중개인인 김예훈이 얼마나 큰 집을 살 수 있을지 지켜볼 셈이었다.그와 김예훈을 비교해 보면 유미니도 그가 얼마나 훌륭한지 알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유미니는 미간을 살짝 찌푸릴 뿐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김예훈의 의견을 묻듯이 그를 바라보았다.김예훈은 별생각이 없었고 오히려 그들의 자리를 방해해서 미안한 마음이었다.“전 상관없으니 같이 가시죠.”“잘됐네요. 같이 가요.”레스토랑에서 나올 때 주경훈은 카운터에서 화이트골드 카드를 긁었다.계산을 마친 뒤 그는 화이트골드 카드를 흔들거리며 웃었다.“화이트골드 카드 대우가 이렇게 좋을 줄은 몰랐어요. 조금 전 밥값 몇십만 원이 나왔는데 20% 할인해주더라고요...”유미니의 아버지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경훈아, 네가 들고 있는 카드 경기도 은행의 화이트골드 카드지? 은행에 자산이 몇십억이 있어야 그 카드를 만들 수 있다고 하던데!
모두 넋이 나갔다.그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김예훈과 유미니를 바라보았다.“별... 별장을 산다고...”주경훈의 목소리가 떨렸다.“맞아요. 별장 사러 온 건데요. 일반 주택이나 마당 딸린 단독 주택은 프리미엄 가든에도 있잖아요.”유미니는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주경훈은 얼이 빠졌다. 그의 자산으로는 프리미엄 가든에서 가장 작은 집을 사기에도 부족했다.그러니 프리미엄 가든 산하의 별장은 말할 것도 없었다.이곳 별장은 200억 이하가 없었다.주경훈의 아버지는 돌연 웃음을 터뜨렸다.“자네 업무 능력이 좋네. 다른 사람을 대신해 별장 한 채 사주는 건데 보너스 많이 받겠어!”주경훈 아버지가 보기에 김예훈은 그냥 부동산 중개인이었다.“하하하, 우리가 너무 얕봤네요. 그렇게 급한 이유가 있었네요. 이번 업무 끝내면 보너스로 몇천만 원은 받겠죠?”주경훈은 정신을 차리고 조롱하듯 말했다.하지만 그는 사실 내심 부러웠다.그는 한 번에 몇천만 원씩 벌 때가 많지 않았다. 부동산 중개인인 데릴사위가 이렇게 돈을 잘 벌 줄은 몰랐다.유미니의 부모님도 김예훈이 중개인이라고 생각했고 그들의 딸을 이용해 돈을 버는 것으로 생각했다.데릴사위는 역시 데릴사위였다. 너무 염치없었다.하지만 이어진 광경에 그들은 다시 한번 얼이 빠졌다.프리미엄 가든의 대표 하석윤이 정중한 태도로 걸어 나왔기 때문이다.그는 경제 매거진에 자주 나오는 사람이라 다들 잘 알고 있었다.하석윤은 밖에 나오자마자 다른 사람들은 신경 쓸 새 없이 곧바로 김예훈의 앞에 서서 감격에 겨워 말했다.“김예훈 씨, 안녕하세요! 오신다고 미리 연락하셨으면 제가 직접 모시러 나갔을 텐데요!”“환영합니다, 김예훈 씨.”별장 구역의 직원들이 일제히 입을 열었다. 그들은 양쪽으로 줄지어 서 있었고 누군가는 꽃을 들고 축하하고 있었다.개업식도 이렇게 성대하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주경훈 부자는 완전히 넋이 나갔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데릴사위가 이런 대접을 받을 리가 없는데 말이다.유미
김예훈은 가격조차 묻지 않았다.남혁수 부부는 그의 가장 친한 형제의 부모님이었기에 당연히 그들에게 최고의 것을 주고 싶었다.그리고 별장 한 채일 뿐이니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김예훈에게는 그냥 밥 한 끼 먹는 것과 다름없었다.그러나 그 광경에 주경훈 부자는 겁을 먹었다.조금 전 그들은 김예훈이 잘난 척하는 거로 생각하며 요행을 바라고 있었다.그러나 지금 그들은 김예훈이 진짜 부자라는 걸 눈치챘다.별장을 사는데 가격도 묻지 않는다니, 별장 사는 것을 장 보는 것처럼 여기는 것 같았다.조금 전 김예훈을 조롱했던 걸 떠올린 그들은 얼굴이 화끈거렸다.김예훈이 보기에 그들은 광대와 다름없었을 것이다.“김예훈 씨, 이쪽으로 오시죠. 우선 도면을 보시겠어요?”하석윤이 적극적으로 나섰다.“한 번 둘러볼게요.”김예훈은 적어도 구조는 알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김예훈 씨, 이것이 바로 별장의 도면입니다. 3층이지만 살기 좋고 큰 정원도 있어요. 어르신들께서 직접 채소를 심기를 바란다면 저희 쪽에서도 협조할 수 있습니다.”하석윤은 무척 친절했다. 일부 어르신들은 직접 농사하는 취미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리고 이 별장은 인테리어가 세련된 편입니다. 어르신들은 대부분 고전적인 스타일을 좋아하시거든요. 인테리어는 1평에 삼천만 원 정도입니다... 가전제품은 독일에서 수입한 스마트 가전제품이고...”“오늘 저녁에 입주할 수 있을까요?”“당연히 할 수 있습니다. 저희 쪽에서 가정부 세 명, 집사 한 명, 토요타 알파드 한 대와 전담 운전기사 한 명을 제공해 드릴 수 있습니다... 경비원은 하루 3번 교대 근무할 예정이라 절대적으로 안전할 겁니다. 식재료는 저희가 5성급 셰프를 배치해 매주 어르신들 입맛에 맞게 영양식을 준비할 겁니다. 전담 의사는 보름마다 간단한 검진을 진행할 거고 반년에 한 번씩 종합검진을 할 겁니다...”“좋네요...”김예훈은 무척 만족스러웠다. 프리미엄 부동산의 서비스는 정말 주도면밀했다.“김예훈 씨, 이 별장의
옆에 서 있는 유미니는 별로 충격받지 않았다.그녀는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이번 건 덕분에 그녀는 적어도 20억의 수수료를 받을 수 있었다.문제는 그녀가 한 거라고는 옆에서 지켜보는 것 외에 아무것도 없다는 점이다.유미니가 순식간에 20억을 벌자 유미니의 부모님은 주경훈이 별로라고 느껴졌다.그들의 딸은 하루에 20억을 버는데 자산이 몇십억인 남자가 어떻게 그들의 딸을 넘볼 수 있단 말인가?시내에 한 채, 교외에 한 채, 해변에 집 한 채가 있어도 김예훈이 산 별장 한 채에는 전혀 미치지 못했다.“현수야, 아이들 일은 다음에 다시 얘기하자...”유미니의 아버지는 갑자기 폼을 잡으면서 무정하게 말했다.“뭐? 아니, 그게 이거랑 무슨 상관이야?”주경훈은 유미니가 쉽게 20억을 벌어들이자 반드시 그녀를 손에 넣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유미니 아버지의 말에 그는 넋이 나갔다.애석하게도 유미니의 아버지는 그저 뒷짐을 진 채로 떠나갔고 유미니는 김예훈의 절차 밟는 걸 도와주러 갔다.그녀가 책임진 것이었으니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었다....저녁이 되고 별장 쪽에서 알파드를 보내 김예훈과 함께 남혁수 부부를 모셔갔다.“아저씨, 아주머니. 앞으로 이곳에서 편히 지내세요. 모든 비용은 제가 해결할게요. 여기서 즐겁게, 건강하게 지내면서 좋은 소식 기다려 주세요.”남혁수 부부를 그곳으로 모시고 나서야 김예훈은 마음이 조금 놓였다.프리미엄 부동산은 무척 프로페셔널했다. 도우미들은 두 어르신의 입주를 밤새 도왔고 두 분을 간단히 검진한 뒤 영양가 있는 음식을 준비했다....복씨 가문.복률은 재밌다는 표정으로 서류를 보고 있었다.복현은 그의 곁에 서서 허리를 약간 숙였다.“세자, 뭘 그렇게 뚫어져라 보세요...”“별거 아냐. 당시 남겨 뒀던 창녀가 쓸모 있을 줄은 몰랐네. 이거 봐.”복률은 말하면서 들고 있던 서류를 복현의 앞에 놓았다.복현은 조심스럽게 서류를 들어 살펴보더니 안색이 살짝 달라졌다.“그 망할 놈의 부모님을 구한 사람이 있
밤.복씨 가문에서 사람들을 대거 이끌고 정씨 가문에 방문했다. 선두에 선 사람은 복현이었다. 그는 이번에 정지용의 체면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고 그 바람에 정동철 등 사람들은 겁을 먹었다.“복현 씨, 무슨 일로 이곳에 오신 거죠? 이렇게 늦은 시각에...”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을 쭉 둘러본 정동철은 겁에 질려서 더듬거리며 말했다.오늘 복현의 표정은 차갑게 굳어있었다. 예전처럼 부드럽고 우아한 기품이라고는 온데간데없었다.“무슨 일이냐고요? 당연히 심각한 일 때문이죠!”복현이 차갑게 대답했다.“당신네 가문의 데릴사위 참 잘났더라고요? 감히 우리 복씨 가문 일에 간섭해요? 당신들에게 CY그룹이라는 뒷배가 생겼다고 해서 우리 복씨 가문이 당신들을 어쩌지 못할 거로 생각하는 거예요? 경고하는데 이 일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우리 복씨 가문이 당신들을 성남시에서 쫓아낼 수도 있어요! 이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면 결혼 약속은 취소예요! 그리고 당신들을 죽이지 않는다면 내 성을 고칠 거예요!”“복현 씨, 김예훈 그 망할 놈 말이죠?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가 반드시 만족스러운 답변을 드리겠습니다!”정동철은 겁을 먹어 무릎을 꿇을 뻔했다.지금 이 순간, 권력 싸움이나 세력 싸움, 정씨 가문 내부의 균형을 지키려는 생각은 전부 사라졌다.복씨 가문의 요구대로 적당한 해명을 내놓지 못한다면 정말 비참하게 죽을 거라는 생각만 들었다.복현이 사람들을 데리고 돌아간 뒤 정동철은 자리에 쓰러지듯 앉아서 몸을 떨었고 한참 뒤에야 버럭 화를 냈다.“이건 모두 김예훈 때문이야! 복씨 가문은 왜 건드렸대? 걔 때문에 우리까지 발목 잡히게 생겼잖아! 지금 당장 김예훈을 죽이고 싶네! 우리 같이 셋째네 집으로 가자!”정동철은 벌벌 떨다가 정군의 집으로 향했다.한 무리의 사람이 40평 남짓한 방 안에 모여있었다. 정동철은 정군의 뺨을 때린 뒤 그에게 당장 김예훈과 정민아를 불러오라고 했다.1층에 도착한 김예훈과 정민아는 정씨 집안 차가 그곳에 전부 세워져 있는 걸 발견했
김예훈이 입을 벌리기도 전에 허유주가 먼저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김 세자님, 어떻게 된 일이에요? 선재 스님이 제 편을 들어줬다고 불만을 품고 오륜 사찰의 보물을 깨트린 거예요? 화를 내시려면 저한테 내시지, 왜 선재 스님한테 화풀이하는 거예요?”“이 수맥 탐지 봉에 문제가 있어서요.”김예훈은 평온한 표정으로 허유주를 힐끔 쳐다보면서 말했다.“수맥 탐지 봉의 질량에 문제가 있다고 할까요?”“김 세자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표정이 어두워진 선재 스님은 말투마저 상냥하지 않았다.“근 200년 동안 물려받은 저희 오륜 사찰의 수맥 탐지 봉은 천년에 한번 볼까 말까한 보물이라고요. 풍수를 볼 때마다 이 수맥 탐지 봉을 사용했고, 이것으로 저희 오륜 사찰에서 얼마나 많은 문제를 해결했는데요. 그런데 질량에 문제가 있다고요? 어디 제대로 말씀해 보시죠!”허유주는 자기 체면을 세워주지 않아 잔뜩 화가 난 생태인데 김예훈이 수맥 탐지 봉마저 망가뜨렸으니 더는 그 화를 참을 수 없었다.“김 도련님, 비록 오륜 사찰이 무술의 성지이긴 하지만 의술이나 풍수, 관상 방면에서도 일반적인 풍수 대가나 의사보다는 훨씬 뛰어납니다. 저도 이 수맥 탐지 봉을 여러 번 보았는데 오륜 사찰의 보물이 맞았습니다.”허순재는 망설이다 결국 나서기로 했다.“아까 김 회장님께서 망가뜨린 수맥 탐지 봉은 확실히 오륜 사찰의 보물이 맞습니다. 잘못 보셔서 실수로 망가뜨린 거라면 제가 대신 배상해 드리죠. 이 기회를 빌어 다 같이 친구로 지내는 거 어떨까요?”김예훈은 바닥에 남은 일부 조각을 주으면서 말했다.“선재 스님, 제가 본것이 맞다면 이 수맥 탐지 봉은 소문으로만 듣던 얼음 형 옥석으로 만들어진 거 맞죠?”선재 스님이 뿌듯한 표정으로 말했다.“얼음 형 옥석을 알아보시다니 안목이 높으시네요.”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얼음 형 옥석이 얼마나 귀한 건지 알고 있지만 이 수맥 탐지 봉은 그만큼 귀한 물건은 아니에요. 어디서 온 물건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중에 음기가 가
“유주야, 너무 속상해하지 마. 잘못했으면 인정할 줄 알아야지. 다음부터 너무 흥분해하지 마.”여자 스님은 웃으면서 허유주를 위로해 주었다.허유주는 막무가내의 성격이긴 해도 여자 스님의 말은 잘 들었다.허순재는 더는 허유주를 혼내지 않고 웃으면서 김예훈에게 말했다.“김 회장님, 제가 자식 교육을 잘 하지 못해서 죄송해요. 이해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마침 소개해 드릴게요. 이분은 오륜 사찰에 계시는 선재 스님이시고, 제 불효자식의 스승이기도 합니다. 유주도 오륜 사찰에서 수행하고 있거든요. 저희 허씨 가문에 일어난 일을 듣고 보러오신 겁니다. 선재 스님, 스님께서도 아시다시피 이분은 김 세자님이시자 김 회장님이신 진주·밀양의 귀인이기도 합니다.”허순재가 웃으면서 소개해 주자 김예훈이 먼저 예의 바르게 오른손을 내밀었다.“처음 뵙겠습니다.”하지만 김예훈은 손이 가까워지는 순간 깜짝 놀라고 말았다.오륜 사찰에 대해 익히 들은 적이 있었다. 200여 년 전에 지어진 오륜 사찰은 경기도 구역에서 무술의 성지로 불리고 있다.오륜 사찰에서 가장 유명한 영춘권은 그야말로 천하무적이었다.‘오륜 사찰 스님이라니. 글쎄 포스가 일반인들과 다르다 했어.’“김 세자님, 안녕하세요.”선재 스님은 살짝 미간을 찌푸리면서 오른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김예훈에 대한 첫인상이 안 좋은지 굳이 오래 악수할 생각 없이 바로 손을 거뒀다.선재 스님은 도도한 표정으로 허순재를 쳐다보았다.“허씨 가문에 벌어진 일을 저희 성녀분께서 아시고 해결하라고 저를 보내셨습니다. 괜찮으시다면 무슨 일때문에 하인들이 실종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게 다른 분들을 이만 보내시는 것이 어떠신지요.”허순재는 멈칫하더니 웃으면서 말했다.“성녀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해주세요. 하인은 다 내보내긴 하겠는데 여러분들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도록 보디가드 몇 분은 남겨둬도 괜찮지 않을까요?”선재 스님이 담담하게 말했다.“네. 쓸데없는 사람만 나가주시면 됩니다.”선재 스님은 일부러 김예훈을 힐끔 쳐다보았
“아까 김 회장님께서 아빠를 섬라 3대 마승의 손에서 구해주셨어. 그러고도 총으로 쏴 죽이고 싶어? 유주야, 담이 너무 커진 거 아니야? 세상 사람들이 우리 허씨 가문을 배은망덕하다고 수군거려야 속이 시원하겠어? 지금 당장 김 회장님께 사과해! 사과 안 하면 바로 집에서 쫓아낼 거야! 우리 허씨 가문에는 막무가내이자 상황 파악마저 못 하는 사람은 필요 없어!”허순재는 허유주가 김예훈한테 무례해서 많이 화난 모양이다.김예훈과 허순재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고 있는 허준서 등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아버지가 왜 김예훈을 저렇게 감싸고 도는 거지?’허순재의 아내들을 포함한 모든 사람은 의문에 빠지고 말았다. 김예훈에게 본때를 보여주려고 했는데 허순재가 가장 예뻐하는 허유주가 욕을 먹자 하나같이 고개 숙이고 차만 마실 뿐이다.허유주의 얼굴에는 분노가 사라지고 두려움이 밀려왔다.지금까지 허순재가 이 정도로 화를 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도포를 입은 여자 스님은 평온한 표정으로 일어서더니 허유주를 뒤에 숨기고는 웃으면서 말했다.“도박왕님, 유주도 흥분해서 해서는 안 될 말을 했을 것입니다. 열여덟 살짜리 여자아이가 무슨 나쁜 마음을 품고 있겠습니까. 이분이 바로 어제 한마디로 진주·밀양 용전 전주를 교체시킨 김 세자님이자 김 회장님이시겠네요? 배포가 넓으시다고 들었는데 이런 어린 여자아이가 한 말을 마음에 두진 않겠죠?”여자 스님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아래위로 훑어보고는 허유주를 힐끔 쳐다보면서 말했다.“유주야, 얼른 김 세자님께 사과해야지.”허유주는 눈가를 파르르 떨고 말았다. 내심 속으로 내키진 않았지만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김 세자님, 죄송해요.”김예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허순재가 집안사람들을 교육하든, 허씨 가문이 이 기회를 빌어 허순재의 권력에 도전장을 내밀든, 김예훈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그저 피도 안 마른 어린애가 앞에서 거들먹거려서 불쾌할 뿐이다.이때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
살짝 시간을 확인한 김예훈은 아직 여유가 있다고 생각해 고개를 끄덕였다.“도박왕님께서 초대하셨는데 말 나온 김에 오늘 바로 가서 확인하시죠.”“여기서 멀지 않아요. 제가 길을 안내해 드릴게요.”허순재는 차를 부르지 않고 고즈넉한 길로 안내했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앞을 내다보았다. 이순간 허순재의 몸에서 왠지 모르게 검은 기운이 뿜이져 나오는 것만 같았다. 혹은 살기라고 할까......별로 멀지 않았기 때문에 몇 분도 안 지나 바로 허씨 가문에 도착하게 되었다.앞장서는 허순재를 본 순간 문을 지키고 있던 보디가드들은 정신을 바짝 차리더니 공손하게 길을 비켜드렸다.“김 회장님, 안으로 들어가시죠. 허씨 가문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는 김 회장님께 달렸습니다.”...거실에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앉아있었다.김예훈과 일면식이 있는 허성빈, 허도겸, 허준서 등 외에 기껏해 18살로 보이는 소녀가 앉아있었다.김예훈이 걸어들어오는 모습을 본 허씨 가문 3형제는 일그러진 표정으로 그를 째려보고 있었다.18살짜리 소녀 역시 기세등등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면서 말했다.“네가 바로 우리 둘째 오빠의 손을 부러뜨리고, 셋째 오빠의 다리를 부러뜨린 것도 모자라 넷째 오빠 뺨까지 때린 김예훈이야?”이 사람은 딱 봐도 허씨 가문의 다섯째, 허유주로 보였다.그녀의 뒤에는 허준서의 약혼녀인 허영미도 서 있었다.아까 허유주의 귓가에 속삭이는 것을 보니 김예훈의 신분을 확인하는 것 같았다.허씨 가문 자녀들 외에 도포를 입고있어도 몸매가 좋아보이는, 얼굴까지 예쁜, 속세를 벗어난 것만 같은 여자 스님이 앉아있었다.허씨 가문 사람들은 그녀를 신처럼 모시듯이 주위를 에워싸고 있었다.김예훈은 허유주를 힐끔 쳐다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네. 제 이름은 김예훈이 맞습니다.”“이런 젠장!”김예훈이 신분을 인정하자 허유주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우리 허씨 가문을 건드린 것도 모자라 감히 우리 구역을 침범해? 저 자식을 그냥 총으로 쏴서 죽여버려
그야말로 올킬이었다!3대 마승은 김예훈 앞에서 마치 연기처럼 사라지고 말았다.둘째 마승과 셋째 마승은 그대로 숨을 거두었고, 대마승도 곧 숨통이 끊어질 것만 같이 경련을 일으켰다.김예훈은 아까의 격투에 전혀 참여하지 않은 것처럼 깔끔한 모습으로 담담하게 서 있었다.“김예훈! 죽여버릴 거야!”두 명의 동생이 자기 눈앞에서 죽어가는 걸 지켜본 대마승은 마지막 힘을 다해 총을 꺼내 김예훈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려고 했다.피융! 피융! 피융!하지만 그가 움직이기 전에 담담한 표정으로 한쪽에 서 있던 허순재가 갑자기 예술품과도 같은 총을 꺼내 대마승의 급소를 향해 사정없이 방아쇠를 당겼다.그러고선 손수건을 꺼내 아무렇지않게 총을 닦았다.김예훈은 확장된 동공으로 대마승의 시체를 쳐다보았다.총알마다 완벽하게 대마승의 급소를 노리고 있었기 때문에 대마승은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라고 없었다.이런 사격술은 몇십 년 연습하지 않았다면 이루어 낼 수 없는 기술이었다.“도박왕님, 사격 솜씨가 장난이 아니네요.”김예훈은 허순재에게 경계심을 품으면서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그러다 갑자기 굳이 자기가 나서지 않았어도 3대 마승은 허순재의 상대가 되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밖에서 돌아다니는 소문에 의하면 허순재는 3개월도 버티지 못할 거라고 했는데 이게 웬걸.’그 사람들은 허순재에게 총을 맞아도 무슨 영문인지 모를 것이다.“도박왕님!”이때, 전신 무장한 보디가드들이 허순재가 습격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냉큼 달려왔다.사처에 깔린 수백 명의 보디가드를 보고 있자니 밀양에서는 허씨 가문이 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허순재는 담담한 표정으로 보디가드들더러 물러가라면서 김예훈의 곁으로 걸어갔다.“김 회장님, 역시 실력이 대단하시네요. 아까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허순재는 옷에 피 한 방울조차 묻지 않은 김예훈을 보고도 표정 변화 하나 없었지만 그를 기피 대상 리스트에 추가하기로 마음먹었다.심지어 김예훈과 한편이어서 다행이라는 생각까지
쨕! 쨕!귀가 째질 듯한 거대한 뺨 소리가 울려 퍼지고, 둘째 마승과 셋째 마승은 움찔도 잠시 저 멀리 바닥에 떨어졌을 때 퉁퉁 부어오른 얼굴로 피를 토해내고 있었다.김예훈은 뒤로 몇발짝 물러서면서 여력을 흡수시켰다.그 순간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대마승을 향해 발길질했다.퍽!김예훈의 발에 얼굴이 차인 대마승 역시 저 멀리 날아가고 말았다.김예훈의 덤덤한 표정을 보고있던 허순재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물었다.“김 회장님, 괜찮으세요?”“괜찮아요. 섬라 마승이라고 해도 그냥 그렇네요, 뭐.”예전에 전쟁터에서 일당백으로 수백 명의 장병을 때려눕혔는데 이 세 명의 장병급 실력자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허순재 앞에서 진정한 실력을 숨기지만 않았다면 뺨 한 대로 아예 죽여버렸을 것이다.대마승은 얼굴을 감싸쥔 채 겨우 바닥에서 일어나면서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너희들 괜찮아?”둘째 마승과 셋째 마승도 얼굴을 감싸쥔 채 휘청거리면서 일어서다 일그러진 표정으로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냈다.비록 크게 다치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 움직일 수는 있었다.얼굴에 뺨 자국이 나 있는 이 세 명의 마승은 상상을 초월하는 김예훈의 실력에 표정이 심각해지고 말았다.‘이런 천재는 절대 내버려 둬서는 안 돼. 아니면 대한민국이 더욱더 강해질 수밖에 없어.’섬라는 대한민국에 총사령관급 실력자가 존재하기를 절대 바라지 않았다.“대마승, 실력이 그냥 그 정도라면 너무 실망인데?”김예훈이 뒷짐을 쥔 채 앞으로 걸어갔다.“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아예 너희 셋이 동시에 붙어.”“죽여버려!”대마승이 일그러진 표정으로 명령했다.“속전속결로 죽여버려!”이때, 세 명의 마승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흩어져 자신의 도사 지팡이를 챙겼다.“황금 삼각 법진!”세 명의 마승은 동시에 하늘로 솟더니 김예훈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갔다.세 자루의 도사 지팡이를 교차하면 무신 급 실력자를 진압할 수 있는 일격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황금 삼각 법진을 알아본 허순재는 표정이 확 변하고 말았다.
“널 죽이지 못할 거라고?”대마승은 허순재의 말이 우스갯소리처럼 들렸다.“너를 죽일만한 기회를 엿보기 위해 보름 동안 미행했어. 점까지 쳐봤는데 오늘이 바로 네가 죽는 날이더라고.”둘째 마승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허순재, 걱정하지 마. 널 죽이고 나서 너의 아들들도 같이 보내줄게. 딸만 살려둬서 그 딸이 나중에 허씨 가문을 물려받으면 우리 섬라 왕자님께 시집와야 할 거야. 허씨 가문이 동의하든 말든 그때 가서는 모든 재산이 우리 섬라의 것이 되겠지. 이건 법에 어긋나는 일도 아니잖아. 아무도 우리를 말리지 못해.”셋째 마승도 피식 웃었다.“오늘은 무조건 죽어야겠어. 그런데 걱정하지 마. 내년의 오늘, 딸한테 제사를 멋지게 차려달라고 할게. 김예훈도 살아서 이곳을 나갈 생각하지 마. 우리 큰형님을 상대할 순 있어도 우리 셋을 동시에 막지는 못할 거야. 우리 섬라의 비밀을 알아버렸으니 오늘 무조건 죽어야겠어!”김예훈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그제야 왜 황금 삼각지대에 깡패가 무리 지어 다니고, 또 동남 해역에 해적이 많았던 건지 이해할 수 있었다.‘동남 해역의 제1 강국이라는 섬라의 능력이 이정도밖에 되지 않다니.’김예훈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내 시간 낭비하지 말고 그냥 셋이 같이 덮쳐. 너희들을 해결하고 도박왕님을 위해 풍수도 봐 드려야 하거든.”“이 자식이!”“너부터 죽여야겠어!”“그리고 허순재 너도 도망가지 못해!”대마승은 콧방귀를 뀌더니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시간을 지체해봤자 보디가드들이 와서 널 도와주지 못할 거야. 우리 제자들이 이미 그들을 상대하고 있거든. 이곳에 오려면 반 시간은 걸릴 거야. 그러니까 오늘 너희 둘은 죽을 수밖에 없어! 얘들아! 다 같이 덤벼!”3대 마승은 거의 동시에 앞으로 덮쳤다.이때, 우르릉 쾅쾅 천둥·번개가 치는 소리가 들려오면서 3대 마승은 어느샌가 김예훈 앞에 나타나 그의 길을 막기 위해 진법을 세워놨다.기세등등한 3대 마승과는 달리 김예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앞으로 한 발짝 다가가
“그래서 오늘 우리 위대한 섬라를 위하여! 위대한 섬라왕을 위하여 너랑 허순재는 죽어야겠어!”대마승은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내고 정의로운 말투로 말했다.김예훈은 휴지를 바닥에 툭 던지고는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말했다.“한 명씩 달려들 거야? 아니면 세 명이 동시에 달려들 거야?”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허순재는 이미 김예훈의 실력을 예상했기 때문에 전혀 놀라운 표정이 아니었다.부산 용문당 회장이 된 것만 봐도 모든 것이 설명되었다.허순재가 마승을 쳐다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김 회장님이 어느 정도로 대단한 분이신지 알겠지? 그러니까 그냥 보내는 것이 좋을거야. 나를 죽이는 것이 너희들 주요 목적이 아니었어? 굳이 다른 사람한테 힘 뺄 필요는 없지 않아?”“꺼져!”허순재의 청산유수에 마승은 표정이 어두워지고 말았다.“허순재, 무슨 자격으로 우리를 가르치려고 드는 거야. 네가 한 번이고 두 번이고 우리 섬라왕의 요청을 거절하지 않았다면 우리 섬라에서도 대단한 젊은이들을 만들어 냈다고. 그러면 우리 셋이 굳이 나설 필요도 없이 섬라는 세계 강국 중의 하나로 거듭났겠지. 그런데 네가 감히 우리를 무시해? 이런 제기랄!”대마승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나머지 두 마승의 표정도 어두워지고 말았다.섬라는 동남 해역의 강국 중의 하나이긴 하지만 그냥 이 정도의 범위에서만 왕 노릇을 할 수 있었다.젊은 인재를 배양해 낼 자금도 부족해서 도박왕 허순재에게까지 손 벌릴 정도였으니 말이다.허순재는 한때 도박왕인 만큼 재산이 어마어마했다.이들은 도박왕 같은 사람은 무조건 섬라를 모시고 헌신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밀양도 동남 해역 범위에 있었기 때문에 밀양의 돈은 섬라의 돈과도 같다고 생각할 정도였다.이런 근거 없는 자신감에 김예훈은 어이가 없었다.정정당당하게 강도질하는 사람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이때 김예훈이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허순재를 힐끔 쳐다보았다.“섬라왕이 도박왕님과 손잡는 전제 조건이 무엇인지 혹시 여쭤봐도 될까요? 너무 궁금해서요.”허순재
마승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김예훈은 또 한 번 앞으로 튕겨 나가면서 그의 뺨을 때리려고 손바닥을 내밀었다.깜짝 놀란 마승은 피해 보려고 했지만 차마 법장을 들어 올릴 새도 없이 주먹을 내밀뿐이다.퍽!손바닥과 주먹은 마치 망치가 서로 맞닿은 듯이 거대한 소리와 함께 눈 부신 스파크를 일으켰다.빠직!살짝 뼈가 끊어지는 소리가 들려오면서 마승은 표정이 확 바뀌더니 손에 쥐고 있던 법장을 내려놓고 두 손으로 김예훈의 공격을 막아보려고 했다.파바박!하지만 아무런 쓸모도 없었다. 김예훈은 여전히 어마어마한 기세로 마승의 오른쪽 뺨을 노렸다.샤샤샥!마승은 식은땀을 흘리면서 발 빠르게 뒤로 물러섰다.하지만 아무리 빨라도 그림자도 쫓아 못 오는 김예훈의 스피드보다는 빠르지 못했다.그는 어떻게든 마승의 얼굴을 때릴 작정이었다.쨕!또 한 번 뺨 소리가 들려오더니 마승은 공중에서 머무르다 바닥에 떨어진 순간, 얼굴이 돼지머리처럼 퉁퉁 부어올랐다.현장은 쥐 죽은 듯 조용해지고 말았다.첫 번째 뺨은 피습이라면 두번째 뺨은 진정한 실력을 보여준 것이다.“재밌군. 섬라 마승이 장병급 실력을 갖추고 있다니. 좀만 더 연마하면 무신 급이 되겠어.”김예훈은 휴지로 손바닥을 닦았다.“그런데 이깟 실력으로 자칭 마승이라고 하는 거야? 무슨 염치로? 우물 안의 개구리라 이 세상에서 제일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거야?”“너!”김예훈에게 손가락질하던 마승은 화가 치밀어오른 나머지 피를 토해냈다.섬라 3대 마승은 최근 몇 년 동안 동남 해역을 헤집고 다니면서 천하무적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다들 체면을 지켜주었다.3대 마승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들이 있을 정도였다.하지만 김예훈한테는 그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이순간 3대 마승은 김예훈을 갈기갈기 찢어놓고 싶은 심정이었다.지금까지 이렇게 짓밟힌 적도, 무시를 당했던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3대 마승은 진지한 표정으로 서로 쳐다볼 뿐이다.섬라왕 특유의 전통 무술을 연마한 이 세 명은 누구나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