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훈은 진성국을 훑어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오늘은 진성국 씨 체면을 봐서 한번 용서해 줄게요. 얼른 데려가시고 다시는 제 눈앞에 나타나지 않게 하세요.”진성국의 표정이 활짝 펴더니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그는 곧바로 진성과 그 비제이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모두들 꿈 같은 사실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김예훈이 도대체 무슨 짓을 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진성국이 왜 그 앞에서 꼼짝하지 못했던 것일까?고결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말도 안 돼. 데릴사위 주제에 어떻게...”이윽고 그는 구석진 곳을 찾아 누군가한테 전화를 걸었다.대략 5분 후, 그는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김예훈을 보는 그의 눈빛에 두려움과 멸시가 공존했다.곧 현장에 있는 동창들은 김예훈이 장가 간 정씨 가문이 CY그룹의 계열 회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의 아내는 전설 속 인물인 김세자의 인정을 받은 사람이었다.김예훈도 덕분에 승승장구하게 되었다.그러니 진성국이 예의를 지킨 것도 이해가 되는 바였다.‘퉤! 아내가 딴 남자랑 잤는데 이렇게 좋아할 일이야? 진짜 바보가 따로 없네!’고결은 혼자 속으로 욕했지만 겉으론 드러내지 못했다.지금 그 누구도 김예훈한테 함부로 못 했다.진실을 알고 있는 유미니만 경악을 금치 못했다. 김예훈은 아내 덕분에 승승장구한 것이 아니고 그의 신분 덕분에 지금의 자리에 있게 되었다. 그는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유일하게 사실을 알고 있는 그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여러분, 방금 일어난 일은 모두 의외였어요! 작은 오해였으니까 모두 신경 쓰지 말고 계속 밥 먹어요...”이에 모두들 자기 자리에 다시 앉았다.“반찬은 언제 나오는 거야?”김예훈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반찬이 나오자마자 그는 허겁지겁 먹었다. 배부르게 먹은 그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다른 볼일 없다면 난 먼저 갈게.”유미니도 따라 일어나며 그를 배웅하려
복씨 집안, 복률은 자기 반지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가 반지를 내려놓자 누군가가 다가와 공손하게 말했다.“세자, 전에 저희가 파견했던 자가 돌아왔습니다.”“들여보내.”복세자는 흥미를 느끼는 듯 미소를 지었다.잠시 후, 고결이 예의를 갖춘 채 들어왔다. 그는 바로 무릎을 꿇으며 머리를 바닥에 대고 말했다.“세자를 뵙습니다.”“어떻게 됐어?”복률이 물었다.“세자가 시킨 대로 정씨 가문의 그 데릴사위와 만났습니다. 그놈이 너무 나대는 것 같지만 제가 보기엔...”“어떤 것 같아?”복률은 마음이 급했다.“그놈은 데릴사위라는 신분 빼고는 내세울 게 없는 놈입니다. 그냥 아내를 잘 만난 거죠.”“그래? 그놈이 전설 속의 김세자일 가능성은 없어?”복률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걔요?”고결이 피식 웃었다.“세자, 그 데릴사위는 제 대학교 동창입니다. 학창 시절에 나대기만 하던 놈이 데릴사위가 되고 더 심해진 것뿐입니다. 그런 놈이 김세자일 리가 전혀 없습니다!”고결은 김세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단지 김세자가 사라진 건 김병욱 때문이라는 것만 알고 있었다.복률이 또 웃었다.“김세자가 3년 동안 몸을 숨기고 있다가 다른 가문의 데릴사위가 되는 것도 웃기기는 해. 그 사람 성격에도 맞지 않아. 그럼 김예훈 그놈이 정씨 가문에 신경 쓰는 건 모두 정민아 때문이라는 거네?”고결이 하찮다는 표정을 지었다.“그 데릴사위는 자기가 아내한테 배신당했다는 것도 모르고 있을 겁니다.”복률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 그는 반지를 만지작거리다가 말했다.“그래, 그만 가봐.”잠시 후, 정장을 입은 몇몇 남성들이 들어왔다. 선두엔 복현이 서 있었다. 그는 허리를 숙이며 인사했다.“세자, 무슨 분부라도 있습니까?”복률이 담담하게 말했다.“그 데릴사위는 아무것도 아니야. 계획 계속 진행시켜. 정씨가 우리랑 협력하고 있다가 갑자기 김씨 가문으로 발길을 돌렸으니 더 이상 존재할 가치도 없어.”“네! 세자의 확신이 있다면 저희도 두려울 게 없습니다
같은 시각, 산 너머에 있는 백운별원 내 김병욱이 걸상에 앉아 사색에 잠겨 있었다.가까운 곳에 누군가가 말없이 곧게 서 있었다. 바로 진성국이었다.김예훈 앞에서 허리를 굽히던 그는 지금 많이 점잖았다.“처음부터 다시 말해봐...”김병욱이 눈을 뜨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진성국은 사건의 자초지종을 이미 세 번이나 말했지만 그는 거절할 수 없어 다시 한번 회상했다.김병욱은 조용히 듣기만 하며 가만히 있다가 미소를 지었다.“3년 전에 비해 많이 변했어?”진성국이 고민하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예전의 패기를 잃은 것 같습니다...”“그래? 어떻게 변했는데?”김병욱은 흥미로웠다.“하지만 예전보다 더 점잖아지고 더 위험해진 것 같습니다.”진성국이 말을 이어갔다.“3년 전의 수단은 더 이상 먹히지 않을 듯합니다...”“그럼 준비한 선물을 보내줘.”김병욱이 담담하게 말했다.진성국은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끄덕이고 뒤로 물러났다. 기다란 복도를 지나고 나서야 그는 허리를 펴고 한숨을 내쉬었다.김세자든 김병욱이든 모두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3년 전, 김병욱 줄에 섰으니 이번에도 김병욱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프리미엄 가든 내, 김예훈은 아직도 사무를 처리하고 있는 정민아를 보며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사장이 된 후로 그녀는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이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고 유미니한테서 온 전화였다. 김예훈은 잠시 고민하다가 전화를 받았다.“미니 씨, 어쩐 일이에요?”유미니는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예훈아, 네 신분이 심상치 않다는 걸 알고 있어...그러니까 내 얘기 잘 들어...대신 그 누구한테도 말하면 안 돼...”“말해요.”“혹시 남문호 기억해?”유미니가 물었다.“기억하죠, 왜요?”김예훈의 눈빛이 차가워졌다.남문호는 그의 대학교 동창이었고 당시 베프였다. 그는 유일하게 김예훈의 진짜 신분을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김예훈이 그룹을 세울 때 남문호가 많은 도움을 줬었다. 그러나 3년 전 일
“그래, 알겠어.”전화를 끊은 뒤 김예훈은 곧장 CY그룹 대표 사무실로 향했다. 그는 하은혜에게 지금 하는 모든 업무를 멈추고 그 사건을 조사하라고 했다.하은혜는 남문호를 알고 있었다.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에 하은혜는 무척 놀랐고 곧바로 일을 처리하러 갔다.30분 뒤, 하은혜가 창백한 얼굴로 돌아왔다.“조사했어요?”김예훈이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조사했어요.”하은혜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3년 전, 대표님이 강제로 성남시를 떠난 지 사흘 만에 남문호 씨는 누군가의 손에 죽어 강에 던져졌어요.”“김병욱이 한 짓인가요?”김예훈이 차갑게 입을 열었다.“김병욱이 아니라 복씨 가문이 한 짓이에요.”하은혜가 대답했다.“복씨 가문은 그때 자신의 입장을 확실히 보여주기 위해 직접 나서서 남문호 씨를 해쳤어요.”“복씨 가문이요.”김예훈이 들고 있던 찻잔이 부서졌다.“대표님, 절대 충동적으로 굴면 안 돼요. 복씨 가문은 이제 더 이상 예전의 복씨 가문이 아니에요. 복률도 더 이상 예전의 복률이 아니에요. 지금의 복씨 가문은 경기도의 일류 가문 중 최고라 할 수 있어요. 상대하기 까다로워요.”하은혜가 걱정스럽게 입을 열었다.김예훈은 자리에서 일어나 바다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남문호는 내게 가장 친한 친구이자 최고의 형제였어요. 나 때문에 남문호가 죽임당했는데 예전에는 몰랐다 쳐도 오늘 알게 되었으니 난 문호를 위해 복씨 가문을 완전히 무너뜨릴 거예요.”김예훈의 말투는 싸늘했다. 그는 대수롭지 않은 듯, 아주 당연한 일인 듯 말했다.하은혜는 깊이 숨을 들이마시며 말했다.“대표님, 일단 계획을 세우고 움직여야 합니다. 제가 최대한 빨리 복씨 집안의 모든 상황을 조사할게요...”“시간이 얼마나 필요하죠?”김예훈은 침착하려 애썼다.“일주일, 일주일 안에 복씨 가문의 모든 것을 조사할게요. 그래야 확신이 있는 상태에서 손을 쓸 수 있을 거예요.”하은혜는 잠깐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하은혜 씨, 수고하세요
김예훈은 미간을 구기고 대답했다.“이상하네요. 내가 기억하기론 문호의 부모님은 대기업 직원이었고 그 회사에서 주택을 마련해줬어요. 그런데 왜 달동네 같은 곳에서 사는 거죠?”하은혜는 잠깐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복씨 가문이 꾸민 짓인 것 같아요. 기업은 그들의 명령을 거역할 수 없어 두 분에게 줬던 주택을 다시 거둬갔어요. 그리고 제가 들은 바로는 두 분의 퇴직금도 정지당했대요! 두 분은 어쩔 수 없이 달동네로 이사하셔서 폐지를 줍고 산대요.”김예훈의 안색이 다시 어두워졌다.복씨 가문은 너무 악랄했다.두 어르신에게 복수할 힘이 있었다면 아마 그들도 죽임당했을 것이다.그걸 생각하면 복씨 가문이 김병욱보다 훨씬 더 괘씸했다.복씨 가문은 반드시 죽어야 했다!“갑시다! 같이 가서 봐요. 문호의 부모님은 내 부모님과 다름없어요! 감히 누가 그분들을 건든 건지 봐야겠어요!”김예훈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하은혜는 깜짝 놀랐다. 이렇게 화가 난 모습의 김예훈은 정말 오랜만이었다.김예훈이 떠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도적구자가 사람들을 한 무리 데리고 무덤을 수리하러 왔다.오정범도 그들과 함께 왔고 양쪽을 더하면 적어도 수백 명이었다.김예훈이 조금 전 화를 냈기 때문에 하은혜는 곧바로 문제를 처리해야 했다....성남시 달동네. 그곳은 더러웠고 오물과 역겨운 냄새가 곳곳에 흘러넘쳤다. 성남시에 이런 곳이 있으리라고는 절대 상상할 수 없었다.다른 사람이 봤다면 아마 전설 속에나 존재할 법한 빈민가인 줄로 알 것이다.하지만 그곳은 성남시가 맞았다.그곳은 온갖 사람이 한데 섞여 있는 곳이었고 정부 사람들도 그곳을 신경 쓰고 싶어 하지 않았다.솔직히 말하자면 이곳은 도시의 어두운 이면이고 회색 지대였다.골목길은 무척 좁았고 그 안에는 빈둥대는 사람들이 가득했다.그중에는 노출이 많은 차림에 촌스러운 화장을 한 여자들이 골목 어귀에 서 있었다.게다가 골목길 안에는 도처에 쓰레기가 가득했고 토할 것 같은 냄새가 났다.김예훈은 가슴이 저렸다.이런
선두에 서 있던 건달은 저도 모르게 몸을 돌렸고 그 순간 김예훈의 차게 굳은 표정을 보았다.“미친, 넌 뭐야? 감히 날 막아? 죽고 싶어?”건달이 본능적으로 협박했다.“철컥.”김예훈이 살짝 힘을 쓰자 건달의 팔이 부러졌고 그의 복부를 걷어차니 멀리 날아갔다.건달은 바닥에서 계속 버둥거렸지만 비명만 내지를 뿐 일어서지는 못했다.다른 건달들은 화가 난 표정으로 달려들었지만 다들 김예훈에게 걷어차여 날아갔다.그들이 앓는 소리를 내며 뒷걸음질 치고 있을 때 맨 앞에 서 있던 건달이 큰 소리로 외쳤다.“이 빌어먹을 노인네가 사람을 불러? 딱 기다려! 당신 오늘 죽었어! 용수 형님 이제 곧 오실 거야. 당신들 당신네 아들이랑 사이좋게 땅에 묻어줄게!”건달들이 떠났으나 남문호의 부모님들은 절망에 빠진 얼굴로 두 눈을 감았다.3년 동안 그들은 고생이란 고생은 다 했다.그들은 이런 곳에 살면서 사회 최하층의 삶이 어떤 것인지 몸소 경험하게 되었다.그들은 폐지를 주우며 겨우 입에 풀칠하고 사는데 이 구역의 우두머리는 계속해 그들에게서 보호비를 받았다.용수 형님이라고 불린 그자는 수십 명의 부하들을 데리고 활개를 쳤다.들은 바에 의하면 그는 사람도 여럿 죽였지만 감히 신고하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달동네의 주민들은 그저 얌전히 보호비를 내는 수밖에 없었다.보호비를 내지 않거나 늦게 내는 사람들은 된통 두들겨 맞는다.그리고 지금처럼 누군가 용수의 부하들을 때린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었다.남혁수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본능적으로 말했다.“도와줘서 고마워, 젊은이. 하지만 이곳은 자네 같은 사람이 올 곳이 아니야. 얼른 가도록 해! 잠시 뒤 저 사람들이 오면 떠나지 못할 수도 있어!”이런 지경까지 왔지만 남혁수는 여전히 다른 사람에게 누를 끼치게 될까 걱정하는 마음 따뜻한 사람이었다.“아저씨, 아주머니. 저예요! 저 김예훈이에요!”김예훈은 과거 김세자라고 불렸고 사람들에게 왕 같은 존재였다.그러나 지금 이 순간 그는 저도 모르게 겁이
“괜찮아. 우리는 기껏해야 그냥 두들겨 맞을 거야. 그리고 우리는 나이도 많잖아. 우리 목숨은 값어치가 없어. 죽어도 괜찮지. 하지만 넌 꼭 살아야 해. 잘 살아서 우리 문호 대신 복수해 줘! 문호는 분명 누군가의 손에 죽은 거야! 틀림없어!”남혁수는 눈물을 줄줄 흘렸다.그들은 남문호를 죽인 범인이 누군지 몰랐고 그것이 그들에게는 영원한 아픔이었다.김예훈은 한숨을 쉬며 위로했다.“아저씨, 아주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있으니 아무도 아저씨와 아주머니를 다치게 하지 못할 거예요. 문호의 일도 제가 처리할 거예요. 제가 꼭 조사하겠습니다!”“안 돼. 넌 용수라는 자가 얼마나 무서운지 몰라. 그놈은 사람도 죽였어!”남혁수는 용수라는 자에 대한 두려움이 마음속 깊이 뿌리박혀 있었다.남수혁은 그의 이름을 말하며 몸을 움찔 떨었다.그것은 일종의 생리적 반응이었다.용수라는 자가 아주 강하다는 것, 그리고 그가 평소 그들을 심하게 괴롭혔다는 걸 알 수 있었다.“예훈아, 그냥 빨리 가. 너까지 끌어들일 수는 없어! 그리고 이 아가씨도 그래. 이렇게 예쁜데 그 쓰레기 눈에 띄면 어떡하니!”남혁수의 부인은 애가 타서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그녀는 이따금 밖을 바라보며 몸을 덜덜 떨었다.“아저씨, 아주머니. 제가 있으니 괜찮아요. 전 그 사람이 얼마나 강한지 궁금하네요.”김예훈은 그들을 위로한 뒤 하은혜를 보고 말했다.“오정범에게 오라고 해요. 도적구자도 함께.”하은혜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대답했다.“알겠습니다.”사실 김예훈이 사람을 부르지 않아도 하은혜는 두려워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가 보기에 김예훈은 못 하는 게 없는 사람이었다. 겨우 건달 몇 명이 그를 어찌할 수 있겠는가?“얘들아, 얼른 가! 정말 위험하다고!”“안 돼. 너무 늦었어. 벌써 사람을 데리고 왔어!”남혁수는 겁에 질린 나머지 하마터면 바닥에 주저앉을 뻔했다.곧이어 멀리 떨어진 골목길에서 손에 금속 배트와 사시미를 든 사람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선두에 선 사람은
“네가? 기생오라비처럼 생긴 놈이 건방 떨기는!”용수는 김예훈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네가 남혁수 이 노인네들 친척이야? 남혁수, 대담하네. 감히 사람을 불러 내 형제들을 때려? 노인네들, 내가 죽여버리고 말겠어! 차라리 태어나지 말았으면 좋았을 거라고 후회하게 만들어주지!”용수는 김예훈의 앞에서 험악하게 위협했다.용수의 위협에 남혁수 부부는 겁을 먹어 곧바로 애원하기 시작했다.“용수 형님! 제 조카가 아직 철이 없어서 그래요! 돈 받으러 오신 거죠? 제가 노후를 위해 모아뒀던 돈이 있는데 그걸 드릴게요. 제발 용서해 주세요! 앞으로 매일 풀만 주워 먹는 한이 있더라도 꼭 매달 보호비를 내겠습니다!”“용서해달라고? 물론 용서해 줄 수도 있어.”용수는 냉소를 흘렸다.“일단 난 이 여자랑 놀아야겠어. 그리고 병원비 2억 원을 주고 저놈 팔을 부러뜨리면 그냥 넘어갈게.”“뭐라고요?”남혁수 부부는 벼락을 맞은 사람처럼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용수 형님, 제발 부탁드립니다. 아량이 넓으시니 부디 용서해 주세요! 아직 젊은 아이들입니다. 용수 형님, 팔이 필요하시다면 제 걸 드릴게요!”“용수 형님, 젊은 아가씨는 그냥 보내주세요. 아직 젊은 아가씨를 짓밟아서는 안 돼요! 인생을 망치지는 말아주세요!”용수는 입꼬리를 당기며 잔인하게 웃어 보였다.“내가 가장 좋아하는 게 저렇게 순진한 여자를 짓밟는 거란 걸 몰라? 하하하하... 다들 얌전히 내 말에 따를래, 아니면 내가 직접 움직일까?”용수는 거만하게 말했다. 이곳은 그의 구역이었으니 누가 와도 그를 말릴 수는 없었다.덤덤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는 김예훈의 눈빛은 냉담했다. 그는 하은혜를 보며 말했다.“멋대로 몸에 용 문신을 새긴 사람들은 다 결과가 좋지 않다던데, 저 사람은 자기 몸에 그려진 용을 억누를 수 있을까?”하은혜는 미소를 지었다.“다른 건 몰라도 대표님은 억누르지 못할 겁니다.”김예훈과 하은혜 두 사람이 자신을 전혀 신경 쓰지 않자 용수는 울컥했다.그가 화를 내려던 찰나.“
하지만 아무리 지위가 높다고 해도 배시시 웃으면서 일어나 말할 뿐이다.“김현민 도련님, 걱정하지 마세요. 이미 특별 경로를 통해 일본 야마구치파에 소식을 전했거든요. 야마구치파 장로님인 나오키가 오늘 저녁 진주에 도착한다고 해요. 아들딸 세이이치로와 루미코도 동행한다고 하네요. 가족인 타케이의 억울한 죽음을 파헤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거예요.”김현민이 가식적으로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이 세상이 너무 불공평한 거 아니에요? 직접 진실을 파헤쳐야 하다뇨. 정말 일본인 친구들한테 미안하네요. 지훈 씨, 저를 대신해 일본 손님들을 잘 대접해 주세요. 원하는 것이 있으면 얼마든지 드리고요. 물론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말아야 한다는 거 아시죠?”남지훈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남씨 가문은 밀수로 일어난 가문이잖아요. 아무도 추적할 수 없을 거예요.”김현민은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김병욱을 힐끔 쳐다보았다.“병욱아, 정말 김예훈이 타케이 도련님을 죽인 게 확실해?”김병욱이 피식 웃었다.“그럼요. 병원 CCTV에 김예훈 모습이 찍혔고, 현장에 남겨진 당도 위에 그의 반쪽 지문이 남아있거든요. 비록 확실한 증거가 아니라 평생 콩밥을 먹일 순 없겠지만 일본인이 복수할 만한 증거가 되지 않을까요?”김현민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증거는 증거야. 확실한 증거든 아니든 우리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일본인에게 이 사실을 알리는 것뿐이야. 그들이 어떻게 선택할지는 그들의 문제라고. 아, 또 한 가지 일이 있어.”김현민이 곽영현을 힐끔 쳐다보면서 말했다.“곽씨 가문에 믿을만한 변호사가 몇 명 있잖아요. 진세은 씨를 구해내죠? 일본 손님을 대접하는데 진세은 씨가 없어서 되겠어요?”곽영현은 반짝이는 두눈으로 말했다.“네.”김현민은 또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저희는 진주·밀양의 고위층을 대표하기도 하고 공평 공정을 대표하기도 하는 거예요. 기관에서 공평 공정하게 처리 못 하는데
동하임은 남윤지의 도발을 무시한 채 다소 긴장한 모습으로 여유작작 차를 마시고 있는 김현민을 쳐다보았다.“김현민 도련님한테서 듣고 싶은 대답이 있어서 찾아왔어요.”“하임 씨, 저를 다시 경찰서에 데려가서 조사할 예정이에요? 어젯밤 이미 충분히 잘 답변해 드린 것 같은데요? 저는 그저 우연히 그 자리에 있었을 뿐이라고요. 그리고 저는 진주의 치안을 생각해서 쌍방의 모순을 중재했을 뿐인데 ‘착한 시민’ 상을 안 줄지언정 정한테 누명을 씌울 건 아니죠?”김현민은 의심할 여지 없이 확고한 말투였다.동하임은 평소였다면 이런 분노가 섞인 말투를 들었을 때 더 이상 질문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런데 예전과는 다르다는 생각에 깊이 숨을 마시고는 천천히 말했다.“김현민 도련님, 제가 묻고 싶은 것은 왜 타케이를 죽이고 김예훈한테 누명을 씌웠느냐예요.”“타케이가 죽었어요?”놀란 표정을 보면 전혀 연기하는 것 같지 않았다.“어젯밤 안동 김씨 가문의 명의를 에드워드 병원으로 보내드렸잖아요. 그런데 왜 죽어요?”동하임은 김현민을 자세히 쳐다보면서 잠시 후 입을 열었다.“단순한 죽음이 아니라 살해당했다고요. 죽은 사람은 그 어떤 의사도 살릴 수 없어요.”퍽!“이럴 수가!”김현민은 갑자기 일어나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바닥에 던졌다.“내가 타케이 도련님을 구하려고 얼마나 힘들게 의사와 간호사를 동원했는데. 그런데 죽었다고요? 하임 씨, 반드시 진상을 규명해서 일본대사관에 알려야 해요. 아니면 위에 항의해서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거예요.”분노로 가득찬 김현민은 결코 연기하는 것 같지 않았다. 오히려 법을 지키는 정의로운 사람처럼 보였다.동하임은 한참동안 그를 바라보다 뒤돌아 문을 열고 나가려던 순간, 갑자기 이렇게 말했다.“김현민 도련님, 걱정하지 마세요. 이 사건은 제가 직접 범인을 찾아낼 것입니다. 나쁜 사람을 절대 놓치지 않겠지만 절대 좋은 사람을 억울하게 만들지 않을 거예요. 결과가 나오자마자 알려드릴게요. 도련님께서는 결과를 기다리고 계시면 돼요.
동씨 가문 자제는 침을 꼴깍 삼키더니 말했다.“네. 살해된 것도 모자라 목구멍에 칼자국이 있었어요. 초보적으로는 당도로 인해 생긴 상처라고 보고요. 다른 단서는 추가적인 수색이 필요해요. 그런데 지금까지 모든 단서와 어젯밤 사건을 놓고 보면 알게모르게 김예훈 씨를 범인으로 몰고 있어요.”동태원은 표정이 미세하게 변했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이 나설 거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빨리 움직일 줄 몰랐다.이제 막 ‘착한 시민’ 상은 수여하려던 찰나에 안동 김씨 가문이 김예훈에게 살인죄를 뒤집어씌울 줄 몰랐다.안동 김씨 가문과 김현민에 대해 잘 알고있는 동태원은 이들이 나서는 순간 절대적인 치명타를 입게 될 거일 것도 잘 알고 있었다.타에이의 죽음은 김예훈이 진범임을 증명할 수 있었다.동태원이 직접 나서서 해명한다고 해도 범인임을 증명할 만한 증거가 충분할 것이 틀림없었다.동태원은 태양혈을 문지르며 동하임에게 시선을 돌렸다.“김현민한테 가봐.”“왜요?”동하임은 미간을 찌푸렸다.“우리 동씨 가문의 입장을 알려줘야지.”동태원은 한숨을 내쉬며 별장 밖에 있는 남태평양 바다를 쳐다보았다.지평선 끝에 먹구름이 가득한 것이 곧 폭풍우가 진주를 휘몰아칠 것만 같았다.그런데 이 폭풍우가 지나면 진주에 남게 될 자가 과연 누구일지 아무도 몰랐다....퍽!오후 3시. 동하임은 비를 뚫고 빅토리아 항구에 있는 고급 사무실 문을 열었다.동하림은 프론트 데스크 여직원을 무시한 채 성큼성큼 넓은 회의실로 향했다.이곳은 안동 김씨 가문의 건물이자 김현민의 사무실이기도 했다.이 순간 사무실 안에는 김현민 외에도 진주·밀양에서 내로라하는 젊은 층이 앉아있었다.진주 4대 도련님 중의 한 명인 김병욱, 진주 4대 도련님 중의 한 명인 곽영현 및 나머지 두 명, 진주 잡지사 아들, 일본의 귀족 등등...이들은 저마다 진주·밀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이 자리에 있는 사람 중에 어느 누가 밖에 나가서 발을 구른다고 해도 진주가 휘청거릴 정도였
“네가 아무리 김예훈 성과를 무시한다고 해도 진주·밀양에 온 지 며칠이나 되었는지 생각해 봐. 김예훈 때문에 밀양 상황이 완전히 뒤집혀 허씨 가문이 더 이상 왕으로 불리지 않잖아. 대립 구도에 서 있어야 하는 허씨 가문과 추씨 가문이 서로 손잡지 않았다고 해도 김예훈 편에 서 있잖아. 추씨 가문은 말할 것도 없어. 김예훈이 추하린을 진주·밀양 용전 주인 자리에 앉히는 순간 한 편이 된 거야. 허씨 가문 쪽은 허순재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든지 간에 김예훈이 어젯밤 그의 소중한 딸을 구출해 냈잖아. 허순재가 얼마나 명성을 아끼는 사람인데. 게다가 김예훈이 허순재를 두 번이나 구해줬잖아. 그런데도 김예훈을 지지하지 않고 김예훈 편에 서지 않아서야 되겠어? 두 가문의 지지를 받는 이상 밀양을 발칵 뒤집는 날은 멀지 않을 거라고. 그래도 김예훈이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거야?”생각에 잠겨있던 동하임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김예훈이 진주·밀양에서 온 이후로 이 사람 저 사람을 건드린 것 같아도 불과 두 주일 만에 든든한 기반을 다지게 되었다.이러한 속도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했다.“그리고 우리 동씨 가문마저 김예훈의 편에 서도 김현민과 힘을 겨룰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동태원은 남은 커피를 한 모금에 다 마시고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동하임은 한참 동안 생각에 빠져있더니 잠시 후에 말했다.“그러면 저희는 앞으로 무엇을 하면 되는 거예요? 대놓고 김예훈 편에 서 있으면 되는 거예요?”동태원은 이 순진한 딸 때문에 한숨만 나왔다. “우리 동씨 가문이 그 정도로 지조 없는 가문이었어? 잘 기억해. 김예훈이 일본인을 유도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순간 ‘착한 시민’을 수여해야 해. 그리고 진주에서 어려운 일이 있으면 무조건 도와줘야 하고. 인정은 바라지 않고 그저 친해지기만 하면 돼...”동하임은 그의 말을 알 듯 말 듯 했다.“아빠, 그런데 아까는 전폭적으로 지지하라고 했잖아요...”“물론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건 맞지.”동태원은 동하임의
김예훈은 점심이 지나서야 배를 만지면서 별장에서 나왔다.동태원이 직접 문 앞까지 배웅하는 모습에 동씨 가문 사람들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항상 겸손함과 신비로움을 지키던 총독님께서 직접 배웅까지 한다고? 김예훈이라는 사람이 도대체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길래?’이에 따라 동씨 가문 사람들은 하나둘씩 김예훈을 더 눈여겨보게 되었고, 기회가 생기면 김예훈과 친해지려 했다.동태원이 이 정도로 중시하는 사람은 절대 만만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동태원이 집안으로 돌아갔을 때, 화가 나서 표정이 어두워진 동하임이 커피 한 잔을 가져다주며 말했다.“아빠가 김예훈을 집까지 초대한 이유는 알겠는데 그냥 사람들한테 소식만 전달하면 되지 왜 이렇게 대놓고 지지한다고 말씀하신 거예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에서 알면 무조건 아빠한테 불만이 생길 거잖아요. 진주·밀양의 왕이라고 불리는데 건드렸다간 저희 동씨 가문이 곤란해질 거란 말이에요.”동하임의 표정은 일그러져 있었다. 동태원이 총독 자리에 앉아있는 것도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안동 김씨 가문이 위에서 누르고 있어 동태원은 몇 년 동안 숨어서 지내야 했다.“저희 계속 조용히 숨어서 지내도 되었잖아요. 그런데 어젯밤 그 사건 때문에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냥 휘말여 들어간 거잖아요.”동태원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무표정으로 말했다.“김예훈이 두 통의 전화로 경찰서 사람들과 기자들을 불렀어. 그건 우리 동씨 가문을 불구덩이로 몰고 간 거라고. 우리가 권력자 편에 서서 김예훈 같은 착한 시민을 억압한다면 내가 오늘 바로 제거당했을 거야.”동태원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진주·밀양이 대한민국 관할이 아니라고 해도 결국엔 대한민국 땅이야. 설마 국가에서 권력자 편에 서서 기준도, 양심도 없는, 법도 모르는 총독을 용납할 수 있었을까?”“저도 알긴 아는데...”동하임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그런데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을 이 정도까지 적대할 필요는 없지 않아요?”동태원이 담담하게 말했다.
“둘째, 밖에서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이며 홍성파며 총독님께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소문이 나 있습니다. 지금 얼마나 많은 사람이 구경하고 있는데 총독님 위치가 위태해지는 순간 반드시 끌어내리려고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 식사 한 끼로 오히려 그 사람들에게 아무런 문제도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 아닐까요? 셋째, 동맹자를 찾기 위함이겠죠. 제가 진주·밀양에 오고부터 용전을 흔들었을 뿐만 아니라 김현민이 여러 번 손쓰게 했으니까요. 그래서 총독님께서는 제가 도대체 어떤 경지에 도달했는지, 그리고 연합할 가치가 있는지 궁금했던 거죠.”김예훈의 분석에 동하임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자기 아버지가 다른 사람에게 상황을 설명할 정도로 어젯밤 이렇게 큰 압박을 받고 있을 줄 몰랐다.이와 동시에 김예훈의 깊은 의미를 분석할 수 있는 총명함에 놀란 것이다.동태원이 흥미롭게 김예훈을 바라보며 말했다.“첫 번째와 두번째는 확실히 제 생각이 맞지만, 세 번째는 어떤 의미가 온 걸까요? 김 도련님께서 저에게 조언 좀 해줄 수 있을까요?”무의식중에 변한 호칭으로 그가 김예훈에 관한 생각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이 순간 동태원은 김예훈을 어깨를 나란히 대화할 수 있는 사람으로 여겼다.이때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천하에 백성의 왕은 한 명뿐이 아니겠습니까. 이전의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은 상대적으로 겸손함을 유지했다면 김현민은 다르죠. 용전에서 새로 거듭난 무신이자 진주·밀양 젊은 층 중에서 1인자로 꼽히고 있고, 또 9대 국방부 총사령관이 될 사람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잖아요. 그런데 총독님께서 봤을 때 김현민이 9대 국방부 총사령관이 되든 말든 그 사람이 총독님을 계속 주목할 것 같은 거죠? 맞죠? 김현민의 성격과 인품을 봤을 때, 그 자리에 올라서면 진주·밀양에서 두 가지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거예요. 그때되면 총독님께서는 자리를 양보하거나 머리를 수일 수밖에 없겠죠. 그리고 이 두 가지 상황 모두 총독님께서 원하는 것이 아닐 테고
아직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동태원은 90퍼센트의 힘을 사용하기까지 했다.그런데 아무리 힘을 실어봤자 오히려 자기 손바닥만 점점 찢어지듯이 아파져 왔다.“대단하네요.”동태원은 적당히 물러나서 더 이상 계속하지 않았다.김예훈을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계속해서 말했다.“머리가 뛰어난 것도 모자라 실력과 마음가짐도 대단하시네요. 이번에 그 쪽한테 당한 것이 하나도 억울하지 않네요.”이때 동태원의 손짓 하나에 집사 한명이 테이블과 의자를 두 사람 옆으로 가져왔다.김예훈한테 자리에 앉으라면서 직접 차를 한 잔 우려주었다. 이어 집사가 정교한 다과를 차례로 가져왔다.동하임은 아버지가 김예훈을 이렇게 높게 평가할 줄 몰랐는지 의아하기만 했다.복수극이 열릴 줄 알았는데 마치 갑자기 오랜만에 반가운 친구를 만난 느낌이었다.동태원은 보이차를 마시면서 이상한 표정으로 동하임을 힐끗 보더니 갑자기 웃으면서 말했다.“하임아, 내가 김 도련님을 죽여버리지 않고 식사 초대를 해서 이상해?”동하임은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를 끄덕였다.이에 동태원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원래부터 김 도련님께 식사를 초대하고 싶었어. 이곳까지 모신 이유는 나에게 중시 받을 자격이 있는지 테스트해 보려고 했던 것뿐이야. 그럴 자격이 없더라도 그냥 단순히 운이 좋아서 어젯밤 일을 일으켰다고 생각하고 똑같이 식사를 초대했을 거야. 그런데 그때는 그저 순수한 저녁 식사 한 끼에 불과한 거지.”동태원의 의미가 담긴 말에 동하림은 생각에 잠겼다.그러다 이제 막 보석으로 풀려난 김예훈이 자신의 아빠에게 이렇게 중시 받고 있을 줄 몰랐는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김예훈은 동태원 말속에 숨은 뜻을 알아차리고도 그저 피식 웃을 뿐이다.이 생각 많은 늙은 여우한테 함부로 말을 걸었다가 낭패 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김예훈이 아무말도 하지 않자, 동태원이 계속해서 말했다.“하임아, 내가 김 도련님께 음식을 대접해 드리고 싶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동하임이 생각하더니 말했다.“어젯
샤샤샥!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동하임은 이미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이 전혀 당황하지 않았고, 오히려 김예훈이 화들짝 놀라는 표정을 보고 싶은지 가소로운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그런데 결국 실망할 줄 몰랐다.김예훈은 뒷짐 쥔채 제자리에 서서 나뭇가지들이 몸을 스쳐 지나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자기 실력을 뽐내고 있는 동태원을 쳐다보았다.‘대단한데?’김예훈이 속으로 감탄하고 있을 때, 동태원이 선글라스를 벗어 와이프한테 건넸다.그러고는 수건으로 손을 닦으면서 어눌한 한국어로 말했다.“젊은 나이에 전혀 당황하지도 않고 대단한데요? 제가 어젯밤 당신한테 호되게 당한 것도 이유가 있었네요. 당신 같은 사람 손에 죽어도 여한이 없겠어요.”동태원은 김예훈을 아주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았다.아까는 김예훈을 테스트하기보다 겁을 주면 놀라서 오줌을 지릴 정도의 사람인지 보고싶었다.그런데 표정 변화 하나 없는 모습에 다시 보게 되었다.진주·밀양 젊은 층 중에서 이렇게까지 하는 사람은 몇 명 없었다.이때 김예훈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과찬입니다. 그런데 왜 저 때문에 호되게 당했다고 말씀하시는 건가요? 어젯밤 제가 경찰에 신고한 것 때문에 그러시는 거예요? 시민이 어려움에 부닥쳐 있을 때 경찰에 신고하는 건 잘못된 일이 아니잖아요.”동태원은 멈칫하더니 박장대소를 지었다.“역시 재밌는 사람이네요. 맞는 말이죠. 경찰에 신고하는 건 개인의 자유이자 권력이죠. 그것 때문에 제가 얼마나 많은 사람한테 죄를 지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알아서 해결할 문제이고요. 진주 1인자로서 큰 권력을 쥐고 있는 한편 막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것도 사실이에요.”동태원의 시원시원한 말투에 김예훈도 그를 다시 보게 되었다.이때 동태원이 앞으로 다가와 오른손을 내밀면서 말했다.“자, 정식으로 인사하죠. 저는 진주 1인자인 동태원이라고 해요.”김예훈도 배시시 웃으면서 악수했다.“그러면 저도 제 자기소개를 하죠. 저는 용문당 회
허유주가 김예훈을 데리고 아침 먹으러 가려고 할때, 구룡성 경찰서에서 어떤 몸매가 좋은 여자가 걸어왔다.그 여자는 바로 동하임이었다.동하임은 허유주와 함께 웃고 떠드는 김예훈을 보면서 콧방귀를 뀌었다.“쓰레기 같은 자식.”이어 어금니를 꽉 깨물면서 김예훈의 옆으로 다가갔다.동시에 그녀에게 시선이 향한 추하린과 허유주는 진주 1인자의 딸인 그녀가 왜 갑자기 찾아왔는지 이해되지 않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설마 번복해서 김 도련님을 다시 구속하려는 건 아니겠지?’다시 경찰서로 들어간다고 해도 아무 상관 없는 김예훈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동하임을 쳐다보았다.이대로 잡힌다고 해도 가장 골치 아픈 사람은 자신이 아니었기 때문이다.동하임이 한참동안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더니 말했다.“김 도련님, 잠깐 얘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김예훈이 피식 웃었다.“다 같은 편인데 하실 말씀이 있으면 여기서 하시죠.”동하임은 잠깐 침묵하더니 겨우 한마디 꺼냈다.“저희 아빠가 김 도련님을 뵙고 싶어 하십니다. 아침 식사 함께하는 거 어떠세요?”동태원이 주동적으로 만나자고 할 줄 몰랐는지 김예훈은 멈칫하고 말았다.김예훈은 이를 거절하지 않고 추하린더러 허유주의 안전을 책임지라고 하고는 동하임의 포르쉐 911차에 올라탔다....반 시간 뒤, 태산 뒤쪽에 있는 별장에 도착하게 되었다.드넓은 이 별장에서는 멀리 있는 남태평양까지 보였다.습한 바닷바람이 불어오면서 소금 짠 내가 풍기기도 했다.하와이풍의 반바지와 반소매 티를 입은 진주 1인자 동태원은 손에 낚싯대를 들고 바닷가에서 낚시하고 있었다.동하임과 함께 별장으로 들어섰을 때, 마침 동태원이 잡은 물고기를 들어올렸다.그의 옆에 있던 여인은 낚싯바늘을 떼어내고 다시 물고기를 방생했다.이 모습을 보고있던 김예훈은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이런 생활은 그가 꿈꾸던 노년 생활이었기 때문이다.그때되면 과연 그의 옆을 지키고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정민아? 하은혜? 우현아? 아니면 모두 다?김예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