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군은 안색이 어두워져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당장 사람을 시켜 선물을 가져오라고 할까? 아직 시간 있어.”임은숙은 미간을 찌푸렸다. “지금 와서 준비하면 김세자한테 성의 없어 보일 수도 있잖아?”정군은 미간을 찌푸렸다. 김세자가 그렇게 오해를 할 가능성이 큰 것 같다.지금 이 순간 그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이때 정민아가 일어나서 입을 열었다. “엄마, 아빠, 여기 계세요. 제가 나가서 후한 선물을 준비해올게요. 그럼 괜찮을 거예요.”정군과 임은숙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상황에서는 이를 악물고 큰돈을 들여 후한 선물을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김예훈은 정민아를 끌어당겼다. “여보, 난 오히려 그럴 필요 없을 것 같은데. 김세자 같이 신분이 높은 사람은 선물 따위에 연연하지 않을 것 같아.”“그건 그 사람 사정이고 우리 쪽에서는 충분히 성의를 보여야 해.” 정민아가 대답했다.김예훈은 웃으며 말했다. “어쩌면 김세자는 떠벌리는 걸 싫어하는 사람일 수도 있어. 우리가 겸손하게 있으면 오히려 우리를 더 좋아할지도 모르잖아?”“게다가 우리한테는 초대장이 없어. 지금 나가면 어떻게 들어올 거야?”정민아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가 어떻게 김예훈의 말을 믿을 수 있겠는가?그러나 이 시간에 나가서 선물을 준비하면 정말 늦지 않은 것일까?만약 나갔다가 들어오지 못한다면 더 귀찮아지는 건 아닐까?“다들 봤어? 환영 파티에 참석한 온 사람이 두 손이 텅 빈 채로 오다니?”“저 집 식구들은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예의가 하나도 없어!”“김세자가 어떤 인물인데? 듣자 하니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상류층 사람들과 어울린다고 했어! 그런 분을 만나러 오면서 감히 아무것도 준비해오지 않는다니!”“저 사람들은 낯설어 보여. 우리 성남시 사람이 아닌 것 같은데. 무슨 상황이지?”“초대장을 사서 들어왔을지도 몰라.”“이곳에 들어왔다고 해서 우리와 같은 신분이라고 생각하는 건가?”“말도 마.
백운 별원 2층 귀빈실.지금 손을 뒤로하고 서 있는 아름다운 그림자가 아래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을 바라보고 있다. 아름다운 눈동자 속에서 빛이 새어 나왔다.그녀와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바둑을 두던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홀의 그림자를 바라볼 때 그의 표정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지만 눈동자 속에는 마치 파도가 출렁이는 것 같았다.한참 후, 그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김청미, 너의 사형이잖아. 내려가 보지 않아도 돼?”“오늘 파티를 위해 신경을 많이 썼잖아.”말을 마친 남자가 몸을 돌려 곁에 있는 여자를 쳐다보았다.말을 한 사람은 김 씨 가문의 사걸 수장 김병욱이었다.그의 맞은편에 있는 사람은 바로 김청미.김병욱의 얼굴에는 변화가 없었지만 그가 한 말은 농담처럼 들리겠지만 마치 시험을 하는 것 같았다.김청미는 그런 그의 말을 듣지 못한 듯 홀을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3년이 지났어요. 너무 많이 약해졌지만 기세는 여전하네요. 다만 평범한 사람들이 알아채지 못하고 그를 폐물로 취급하는 것이 얼마나 우스운지 몰라요.”김병욱이 말했다.“그가 위장을 한 것이 아닐 수도 있어. 3년 전. 그가 작은 가문의 데릴사위가 되어 우리 두 사람의 의심을 사지 않았다면 오늘 이곳에 올 자격이 없었을 거야.”“3년 전에 손을 썼다면 진짜 해결할 수 있었을까?”김청미가 몸을 돌려 김병욱을 쳐다보며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에요. 오빠 혼자가 아니라 우리 4사람이 함께 힘을 합쳐도 진짜 해결할 수 있었을까요?”“저도 잘 모르겠어요...”김병욱은 미간을 찌푸리고 한참 생각을 하는 것 같더니 입을 열었다.“네가 아무리 그를 대단한 사람이라고 말하지만, 지금 자신이 김세자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러지 못할 거야...”“못하는 것이 아니라 그럴 필요가 없는 거예요. 더구나 그의 자랑이라면 과거에 잃었던 모든 것을 되찾기 전에는 자신이 김세자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을 거예요.”김청미가 천천히 입을
홀의 중심에 있던 하은혜는 싱긋 웃으며 한 방향을 쳐다보았다.그 사람이 천천히 고개를 젓자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여러분 제가 여러분께 전할 말이 있습니다.”“저희 대표님께서 자신은 이제 김 씨 가문의 상속자가 아니라고 합니다. 그러니 김세자 라는 호칭도 합당하지 않겠군요. 여러분께서 이제 김 대표님이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그녀의 말이 끝나자 연회장은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다.김 세제가 이제는 김세자가 아니라는 것이 대체 무슨 뜻이지?진짜 소문과 같단 말인가?3년 전, 김세자가 성남을 떠난 것이 진짜 김 씨 가문의 권력 다툼에 졌다는 뜻인가?하지만, 진짜 실패했다면 왜 다시 나타났지?김 씨 가문은 백운별원에 그의 환영식도 마련해 주었다.하지만 김 씨 가문에서는 아직 그 누구도 나타나지 않았다.이건 대체 무슨 뜻일까?모두가 추측하고 있을 때, 하은혜가 계속 말을 이어갔다.“많은 추측은 삼가해 주세요. 저희 대표님께서 성남에 오신 건 단순히 휴가를 오신 게 아니기 때문이죠!”“얼마 후, 성남에 새로운 그룹이 설립될 겁니다. 수십 개의 영역을 넘나드는 대형 그룹 CY 그룹! 여러분들도 함께 참관하러 와주세요!”“꼭 갈게요!”“김세자가 설립한 회사라면 우리도 함께 손을 잡았으면 좋겠어!”“맞아 김세자는 진짜 머리가 좋아!”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저마다 흥분하며 말했다.김세자가 혼자서 어마어마한 그룹을 설립했다.망해가는 김 씨 가문에 두 번째 봄이 찾아왔다. 다시 한번 경기도의 거물이 되었다.그가 지금 김 씨 가문과의 사이가 어떻든, 그가 다시 돌아와 막대한 그룹을 만든다는 것은 지금의 김세자가 여전히 그 시대의 김세자라는 것이기도 하다.심지어 3년 전보다 더 강하고 무시무시한 사람이 되어 돌아왔다.누가 이런 사람과 손을 잡고 싶지 않겠는가?김세자 세 글자는 경기도에서 제일 세력이 강하고 돈이 많은 사람을 뜻한다.하지만 하은혜가 더 이상 김세자를 김세자라고 부르지 말라고 한다.사람들은 모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말이다.
김세자는 언제 도착해?이것이 바로 많은 사람들이 공동으로 관심 가는 화제였다.하은혜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사실 우리 대표님께서는 이미 이곳에 와 계십니다. 대표님께서 워낙 검소하신 분이라 이런 연회에 참석하지 않아 오늘 이곳에 온 것도 모두 저의 예측 밖이었습니다.”하은혜가 말하자 현장은 다시 한번 아수라장이 되었다.모두들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며 김세자를 찾으려 했다.하은혜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여러분의 이런 행동은 저희 대표님에 대한 실례입니다.”“대표님께서 여러분을 접대하라는 명을 저에게 전달했으니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필요한 것이 있으시면 저에게 말해주세요.”하은혜의 말을 들은 정군의 안색이 순식간에 변했다.“미쳤어. 그러니까 선물을 바치라는 말이잖아. 우린 아무것도 가져오지 못했는데 망했어.”임은숙의 안색도 순식간에 어두워졌다.다른 사람도 선물을 바치라는 말로 해석했다.“복 씨 가문에서 김세자에게 고동 족제비를 선물했습니다!”“윤 씨 가문에서 김세자에게 야명주를 선물했습니다!”“성남 상업회에서 김세자에게 제주도의 별장을 선물했습니다!”“....”그 시각, 연회에 있는 사람들은 미치광이들처럼 끊임없는 선물공세를 했다.오늘 김세자의 눈에 든다면 모든 것은 일사천리로 돌아갈 것이다.오늘 이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 대부분이 선물을 준비했다고 보면 된다.어떤 가문에서는 외국의 섬을 선물하기도 했다.다른 사람들이 선물하는 물건들이 가문의 전 재산이라는 것을 본 정군과 임은숙의 안색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정민아도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다.너무 부끄러워!하은혜의 곁에 있는 책상에는 각종 선물들과 수표로 쌓였다.그 모습을 본 하은혜의 예쁜 얼굴에는 순식간에 먹구름이 쓰였다!“당신들 지금 우리 대표님을 무시하나요?”얼음장같이 차가운 하은혜의 목소리에 사람들은 저마다 몸서리를 쳤다.김세자가 이제는 이런 선물도 만족하지 않는다는 말인가?김세자가 원하는 것은 대체 무엇이지?이때,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의 표정이 매우
정군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였다.김예훈은 자신의 장인어른이 큰일을 해내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으며 한숨을 쉬었다.그가 곁에 있는 정민아를 보며 말했다.“민아야, 나를 믿고 자리에서 일어나. 손해 보지 않을 거야!”정민아는 조금 망설이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모든 사람들이 그녀를 쳐다보았다.하은혜도 정민아를 발견하고 말했다.“정민아 아가씨네요.”“얼마 전 저희 대표님께서 감탄하셨습니다. 남해를 떠나면 민아 아가씨와 함께 일할 기회가 없어진다고요. 이곳에서 다시 만날 줄 몰랐네요!”“대표님이 민아 아가씨를 좋게 보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네요. 우리 대표님을 이렇게 존경한다고 제가 꼭 말씀드리겠습니다!”주위 사람들은 하은혜의 말을 듣고 경악했다.그들은 정민아 가문이 어떻게 이곳에 왔는지 궁금했다. 그들은 그제야 정민아의 가문과 김세자가 처음부터 아는 사이라는 것을 알았다.정민아의 가문과 잘 지내면 자신들에게도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았다.“정민아 아가씨, 우리 CY 그룹의 개막식에 꼭 왕림해 주세요. 저희 대표님께서 기뻐하실 겁니다.”하은혜가 웃으며 말했다.그녀의 말을 들은 나머지 가문의 사람들의 눈빛이 변했다!그들은 하은혜가 사용한 단어를 주의했다. 왕림!김세자가 누구던가?하은혜가 누구던가?하은혜가 왕림이라는 단어를 쓴다는 것은 많은 문제가 생긴 것이다.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정민아를 부러움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정민아와 그녀의 가족들은 어떤 표정을 해야 될지 몰라 안절부절못했다.그들은 자신들에게 이렇게 좋은 일이 일어날 줄 꿈에도 몰랐다.정민아를 좋게 생각한 김세자가 이런 말을 한 것은 마치 꿈만 같았다....연회가 끝났지만 정민아의 가족들은 아직도 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것 같았다.“우리에게 이런 꿈만 같은 일이 일어날 줄이야!”정군은 성남 상업회 거물의 명함을 손에 쥐고 손을 떨었다.이 사람들은 그가 감히 제대로 쳐다볼 수도 없는 사람들이었다.하지만 조금 전
집으로 돌아온 정민아의 가족은 아직도 들떠있었다.정민아가 김세자의 얼굴도 본 적이 없다고 하지만 정군과 임은숙은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다.정민아의 말에 두 사람은 정민아가 김세자의 숨겨둔 애인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진짜 그렇다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했다.진짜 그러 사이라면 자신의 딸의 배가 커지게 되면 숨겨야 된다.만약, 김세자가 데릴사위를 싫어하면 어떡하지?고민에 잠긴 두 사람은 신경을 쓴 나머지 배가 아팠다.하지만 오늘 밤은 아주 달콤한 하루라고 생각했다.오늘 정 씨 일가에 한방을 먹인 생각을 하니 너무 달콤했다. 이제 누구도 자신을 업신여기지 못할 것이다. 그때, 정 씨 어르신이 그에게 전화를 했다.“정군, 너는 내일부터 출근하지 마.”정 씨 어르신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계획대로라면, 내일 정 씨 가문의 본사에 출근을 할 예정이었다.하지만 정 씨 어르신은 정민아의 가족을 가문에서 쫓아내겠다는 뜻과 마차가지였다.“뭐라고요?”정군의 안색은 너무 어두웠다.이런 결말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전화기 너머 정 씨 어르신의 차갑고도 무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오늘 너희 가족들에게 너무 실망했어! 이 순간부터 넌 이제 정 씨 가문의 사람이 아니야...”“아버지, 저는 정 씨 가문을...”정군은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말을 삼켰다.“아버지라고 부르지도 마! 네가 오늘 어떤 짓을 했는지 몰라서 그래? 넌 대체 우리 정 씨 가문을 어떻게 생각하는 거야! 앞으로 너희끼리 잘 살아!”“뚜뚜뚜...”털썩!정군은 소파에 쓰러지듯 앉았다. “아빠, 대체 무슨 일이에요?”한껏 긴장한 정민아가 다가와 물었다.“여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임은숙은 좋지 않은 예감에 사로잡혔다.“오늘 저녁에 있은 일을 아버지께서 아셨나 봐. 부끄럽다고 우리 가족을 가문에서 쫓아냈어...”정군의 안색은 말로 형용하기 어려웠다.성남에서 정 씨 가문의 힘을 쓰지 못하게 되면 굶어죽으라는 말이 아닌가?그들이 지금 살고 있는 곳도 모두 정 씨
정지용은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아빠는 왜 그렇게 담이 작아?”“무슨 일이야?”“무슨 일이겠어?”“우리와 복 씨 가문이 이미 오래전부터 손을 잡았다고.”“그리고 우리는 이미 복현 도련님의 손을 잡았다고.”“복현 도련님이 있는데 셋째 삼촌이 어쩌겠어?”“그리고 내가 오늘 연회에서 들었는데 복현 도련님께서 셋째 삼촌 집 사람들 때문에 큰 손해를 봤대.”“우리가 먼저 쳐내지 않으면 우리도 함께 힘들어질 거야.”그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동참했다.정군의 가족들은 자신들이 뭐라도 되는 것 마냥. 그리고 김세자의 환영회에서 복현 도련님의 체면을 깎아? 진짜 죽고 싶은 거지?“그리고 오늘 연회에 다른 사람들은 다 선물을 바리바리 사들고 갔는데 정민아는 빈손으로 갔대!”“김세자가 선물을 가져오지 않는 사람이 좋다는 말을 그대로 믿었나 봐!”“하하하...”정 씨 가문의 사람들은 배를 끌어안고 웃음을 터뜨렸다.예전에는 정민아만 순진하고 멍청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와 보니 부녀가 똑같은 멍청이였어!진짜 너무 바보 같아.성남에서 십몇 년이나 지낸 정군도 아직 이렇게 순진하다니. 정 씨 어르신은 더욱 날이 선 목소리로 말했다.“그들을 우리 정 씨 가문에서 쫓아낸 것이 제일 잘한 선택이었어!”“할아버지, 진짜 잘하셨어요. 이제 그들은 더 기댈 곳이 없을 거예요! 어느 정도로 떨어지는지 우리 함께 지켜보자고요!”정지용이 말했다.오늘에 있은 일들이 너무 부끄러웠던 그들은 이 기회에 정군의 가족들을 내쳤다.정가을은 웃음을 띠며 말했다.“할아버지 은혜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너무 잘해주지 마세요. 지금 사는 집도 뺏고 내칠까요?”정 씨 어르신이 말했다.“집을 왜 뺏어? 우리가 전세금을 빼면 그만이지.”“맞아요! 그러면 집주인이 알아서 쫓아내겠죠? 그리고 빚도 많이 졌다고 말하면 더 재밌겠는데요!”정지용이 박수를 치며 웃음을 터뜨렸다.할아버지는 역시 우리와 생각 차이가 틀리셔..할아버지가 남해에 있을 때 그들을
정군의 가문.정민아는 자신의 이마를 매만지며 고민에 잠겼다.김예훈이 그런 그녀를 위로했다.“민아, 큰일도 아니지 않아? 우리 집의 정권은 더 이상 할아버지가 아니야. 이제부터는 YE 투자 회사라고.”“하 비서님은 네가 힘없이 회사에서 쫓겨난 것을 알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정민아는 그런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어떻게? YE 투자 회사가 51%의 지분을 갖고 있지만 이렇게 작은 회사에 신경이라고 쓸 것 같아?”김예훈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누가 그래? 너 오늘 하 비서 만났잖아?”“하 비서가 너를 CY 그룹의 창업식에 초대했잖아? 그때 네가 정 씨 가문을 대표로 해서 가면 되잖아.”“정 씨 가문의 주식을 지금 YE 투자 회사가 손에 넣고 있으니 CY 그룹의 창업식에 참가하지 않으면 정 씨 가문을 버리는 건 시간문제야.”“너무 걱정하지 마. 정 씨 가문에서 너를, 우리 집을 버리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야.”정민아는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김예훈이 자신을 걱정하여 위로한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김예훈도 아무 말 하지 않고 하은혜에게 문자를 보냈다....다음날.방금 잠에서 깨어난 정 씨 어르신은 CY 그룹의 전화를 받았다.정 씨 어르신은 그제야 사실을 알게 되었다.CY 그룹은 김세자가 설립한 것이고 남해에 있는 YE 투자 회사의 새 대표도 김세자라는 것이다.그래서 정 씨 가문의 주식 51%는 자연스럽게 CY 그룹에 전의되었다.정 씨 가문은 CY 그룹이 투자한 그룹이라도 할 수도 있다. 정 씨 가문도 CY 그룹의 힘을 받은 것이다.CY 그룹에서 정 씨 어르신에게 창립식에 대표로 보낼 사람을 선택해달라고 했다.정 씨 어르신은 깜짝 놀랐다. 김세자가 어떤 사람인지 겨우 알게 되었으니 창립식에 참가하겠다고 대답했다.CY 그룹의 창립식에 참가할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 정 씨 가문에 경사가 났다고 할 수 있다.인맥을 넓힐 수 있고, 기회가 된다면 CY 그룹의 이름을 빌려 정 씨 가문에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있다.여
김예훈은 점심이 지나서야 배를 만지면서 별장에서 나왔다.동태원이 직접 문 앞까지 배웅하는 모습에 동씨 가문 사람들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항상 겸손함과 신비로움을 지키던 총독님께서 직접 배웅까지 한다고? 김예훈이라는 사람이 도대체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길래?’이에 따라 동씨 가문 사람들은 하나둘씩 김예훈을 더 눈여겨보게 되었고, 기회가 생기면 김예훈과 친해지려 했다.동태원이 이 정도로 중시하는 사람은 절대 만만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동태원이 집안으로 돌아갔을 때, 화가 나서 표정이 어두워진 동하임이 커피 한 잔을 가져다주며 말했다.“아빠가 김예훈을 집까지 초대한 이유는 알겠는데 그냥 사람들한테 소식만 전달하면 되지 왜 이렇게 대놓고 지지한다고 말씀하신 거예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에서 알면 무조건 아빠한테 불만이 생길 거잖아요. 진주·밀양의 왕이라고 불리는데 건드렸다간 저희 동씨 가문이 곤란해질 거란 말이에요.”동하임의 표정은 일그러져 있었다. 동태원이 총독 자리에 앉아있는 것도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안동 김씨 가문이 위에서 누르고 있어 동태원은 몇 년 동안 숨어서 지내야 했다.“저희 계속 조용히 숨어서 지내도 되었잖아요. 그런데 어젯밤 그 사건 때문에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냥 휘말여 들어간 거잖아요.”동태원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무표정으로 말했다.“김예훈이 두 통의 전화로 경찰서 사람들과 기자들을 불렀어. 그건 우리 동씨 가문을 불구덩이로 몰고 간 거라고. 우리가 권력자 편에 서서 김예훈 같은 착한 시민을 억압한다면 내가 오늘 바로 제거당했을 거야.”동태원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진주·밀양이 대한민국 관할이 아니라고 해도 결국엔 대한민국 땅이야. 설마 국가에서 권력자 편에 서서 기준도, 양심도 없는, 법도 모르는 총독을 용납할 수 있었을까?”“저도 알긴 아는데...”동하임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그런데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을 이 정도까지 적대할 필요는 없지 않아요?”동태원이 담담하게 말했다.
“둘째, 밖에서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이며 홍성파며 총독님께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소문이 나 있습니다. 지금 얼마나 많은 사람이 구경하고 있는데 총독님 위치가 위태해지는 순간 반드시 끌어내리려고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 식사 한 끼로 오히려 그 사람들에게 아무런 문제도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 아닐까요? 셋째, 동맹자를 찾기 위함이겠죠. 제가 진주·밀양에 오고부터 용전을 흔들었을 뿐만 아니라 김현민이 여러 번 손쓰게 했으니까요. 그래서 총독님께서는 제가 도대체 어떤 경지에 도달했는지, 그리고 연합할 가치가 있는지 궁금했던 거죠.”김예훈의 분석에 동하임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자기 아버지가 다른 사람에게 상황을 설명할 정도로 어젯밤 이렇게 큰 압박을 받고 있을 줄 몰랐다.이와 동시에 김예훈의 깊은 의미를 분석할 수 있는 총명함에 놀란 것이다.동태원이 흥미롭게 김예훈을 바라보며 말했다.“첫 번째와 두번째는 확실히 제 생각이 맞지만, 세 번째는 어떤 의미가 온 걸까요? 김 도련님께서 저에게 조언 좀 해줄 수 있을까요?”무의식중에 변한 호칭으로 그가 김예훈에 관한 생각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이 순간 동태원은 김예훈을 어깨를 나란히 대화할 수 있는 사람으로 여겼다.이때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천하에 백성의 왕은 한 명뿐이 아니겠습니까. 이전의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은 상대적으로 겸손함을 유지했다면 김현민은 다르죠. 용전에서 새로 거듭난 무신이자 진주·밀양 젊은 층 중에서 1인자로 꼽히고 있고, 또 9대 국방부 총사령관이 될 사람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잖아요. 그런데 총독님께서 봤을 때 김현민이 9대 국방부 총사령관이 되든 말든 그 사람이 총독님을 계속 주목할 것 같은 거죠? 맞죠? 김현민의 성격과 인품을 봤을 때, 그 자리에 올라서면 진주·밀양에서 두 가지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거예요. 그때되면 총독님께서는 자리를 양보하거나 머리를 수일 수밖에 없겠죠. 그리고 이 두 가지 상황 모두 총독님께서 원하는 것이 아닐 테고
아직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동태원은 90퍼센트의 힘을 사용하기까지 했다.그런데 아무리 힘을 실어봤자 오히려 자기 손바닥만 점점 찢어지듯이 아파져 왔다.“대단하네요.”동태원은 적당히 물러나서 더 이상 계속하지 않았다.김예훈을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계속해서 말했다.“머리가 뛰어난 것도 모자라 실력과 마음가짐도 대단하시네요. 이번에 그 쪽한테 당한 것이 하나도 억울하지 않네요.”이때 동태원의 손짓 하나에 집사 한명이 테이블과 의자를 두 사람 옆으로 가져왔다.김예훈한테 자리에 앉으라면서 직접 차를 한 잔 우려주었다. 이어 집사가 정교한 다과를 차례로 가져왔다.동하임은 아버지가 김예훈을 이렇게 높게 평가할 줄 몰랐는지 의아하기만 했다.복수극이 열릴 줄 알았는데 마치 갑자기 오랜만에 반가운 친구를 만난 느낌이었다.동태원은 보이차를 마시면서 이상한 표정으로 동하임을 힐끗 보더니 갑자기 웃으면서 말했다.“하임아, 내가 김 도련님을 죽여버리지 않고 식사 초대를 해서 이상해?”동하임은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를 끄덕였다.이에 동태원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원래부터 김 도련님께 식사를 초대하고 싶었어. 이곳까지 모신 이유는 나에게 중시 받을 자격이 있는지 테스트해 보려고 했던 것뿐이야. 그럴 자격이 없더라도 그냥 단순히 운이 좋아서 어젯밤 일을 일으켰다고 생각하고 똑같이 식사를 초대했을 거야. 그런데 그때는 그저 순수한 저녁 식사 한 끼에 불과한 거지.”동태원의 의미가 담긴 말에 동하림은 생각에 잠겼다.그러다 이제 막 보석으로 풀려난 김예훈이 자신의 아빠에게 이렇게 중시 받고 있을 줄 몰랐는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김예훈은 동태원 말속에 숨은 뜻을 알아차리고도 그저 피식 웃을 뿐이다.이 생각 많은 늙은 여우한테 함부로 말을 걸었다가 낭패 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김예훈이 아무말도 하지 않자, 동태원이 계속해서 말했다.“하임아, 내가 김 도련님께 음식을 대접해 드리고 싶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동하임이 생각하더니 말했다.“어젯
샤샤샥!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동하임은 이미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이 전혀 당황하지 않았고, 오히려 김예훈이 화들짝 놀라는 표정을 보고 싶은지 가소로운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그런데 결국 실망할 줄 몰랐다.김예훈은 뒷짐 쥔채 제자리에 서서 나뭇가지들이 몸을 스쳐 지나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자기 실력을 뽐내고 있는 동태원을 쳐다보았다.‘대단한데?’김예훈이 속으로 감탄하고 있을 때, 동태원이 선글라스를 벗어 와이프한테 건넸다.그러고는 수건으로 손을 닦으면서 어눌한 한국어로 말했다.“젊은 나이에 전혀 당황하지도 않고 대단한데요? 제가 어젯밤 당신한테 호되게 당한 것도 이유가 있었네요. 당신 같은 사람 손에 죽어도 여한이 없겠어요.”동태원은 김예훈을 아주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았다.아까는 김예훈을 테스트하기보다 겁을 주면 놀라서 오줌을 지릴 정도의 사람인지 보고싶었다.그런데 표정 변화 하나 없는 모습에 다시 보게 되었다.진주·밀양 젊은 층 중에서 이렇게까지 하는 사람은 몇 명 없었다.이때 김예훈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과찬입니다. 그런데 왜 저 때문에 호되게 당했다고 말씀하시는 건가요? 어젯밤 제가 경찰에 신고한 것 때문에 그러시는 거예요? 시민이 어려움에 부닥쳐 있을 때 경찰에 신고하는 건 잘못된 일이 아니잖아요.”동태원은 멈칫하더니 박장대소를 지었다.“역시 재밌는 사람이네요. 맞는 말이죠. 경찰에 신고하는 건 개인의 자유이자 권력이죠. 그것 때문에 제가 얼마나 많은 사람한테 죄를 지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알아서 해결할 문제이고요. 진주 1인자로서 큰 권력을 쥐고 있는 한편 막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것도 사실이에요.”동태원의 시원시원한 말투에 김예훈도 그를 다시 보게 되었다.이때 동태원이 앞으로 다가와 오른손을 내밀면서 말했다.“자, 정식으로 인사하죠. 저는 진주 1인자인 동태원이라고 해요.”김예훈도 배시시 웃으면서 악수했다.“그러면 저도 제 자기소개를 하죠. 저는 용문당 회
허유주가 김예훈을 데리고 아침 먹으러 가려고 할때, 구룡성 경찰서에서 어떤 몸매가 좋은 여자가 걸어왔다.그 여자는 바로 동하임이었다.동하임은 허유주와 함께 웃고 떠드는 김예훈을 보면서 콧방귀를 뀌었다.“쓰레기 같은 자식.”이어 어금니를 꽉 깨물면서 김예훈의 옆으로 다가갔다.동시에 그녀에게 시선이 향한 추하린과 허유주는 진주 1인자의 딸인 그녀가 왜 갑자기 찾아왔는지 이해되지 않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설마 번복해서 김 도련님을 다시 구속하려는 건 아니겠지?’다시 경찰서로 들어간다고 해도 아무 상관 없는 김예훈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동하임을 쳐다보았다.이대로 잡힌다고 해도 가장 골치 아픈 사람은 자신이 아니었기 때문이다.동하임이 한참동안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더니 말했다.“김 도련님, 잠깐 얘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김예훈이 피식 웃었다.“다 같은 편인데 하실 말씀이 있으면 여기서 하시죠.”동하임은 잠깐 침묵하더니 겨우 한마디 꺼냈다.“저희 아빠가 김 도련님을 뵙고 싶어 하십니다. 아침 식사 함께하는 거 어떠세요?”동태원이 주동적으로 만나자고 할 줄 몰랐는지 김예훈은 멈칫하고 말았다.김예훈은 이를 거절하지 않고 추하린더러 허유주의 안전을 책임지라고 하고는 동하임의 포르쉐 911차에 올라탔다....반 시간 뒤, 태산 뒤쪽에 있는 별장에 도착하게 되었다.드넓은 이 별장에서는 멀리 있는 남태평양까지 보였다.습한 바닷바람이 불어오면서 소금 짠 내가 풍기기도 했다.하와이풍의 반바지와 반소매 티를 입은 진주 1인자 동태원은 손에 낚싯대를 들고 바닷가에서 낚시하고 있었다.동하임과 함께 별장으로 들어섰을 때, 마침 동태원이 잡은 물고기를 들어올렸다.그의 옆에 있던 여인은 낚싯바늘을 떼어내고 다시 물고기를 방생했다.이 모습을 보고있던 김예훈은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이런 생활은 그가 꿈꾸던 노년 생활이었기 때문이다.그때되면 과연 그의 옆을 지키고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정민아? 하은혜? 우현아? 아니면 모두 다?김예훈
10분 뒤, 구룡성 경찰서를 벗어난 김예훈은 거들먹거리는 표정으로 자신을 째려보고 있는 홍성파 부하들을 발견했다.김예훈이 경찰서를 힐끔 보고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진주 1인자라는 사람이 재밌군요. 상대가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이라고 해도 절대 봐주지 않네요. 아주 마음에 들어요.”추하린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그래서 안동 김씨 가문, 일본 야마구치파, 홍성파에서 얼마나 벼르고 있는지 몰라요. 진주 1인자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시비 거는 사람이 많을 거예요.”김예훈이 피식 웃었다.“진주 1인자라는 그분 성함이 뭐죠?”추하린이 답했다.“동태원이요.”“동태원 씨가 진주 1인자 자리에 앉은 걸 보면 능력이 대단할 거예요. 그리고 누군가 그 사람이 그 위치에 앉아있기를 원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안동 김씨 가문에서 함부로 건드리지 못할 거라고요.”김예훈은 추하린의 어깨를 툭툭 치려다 두 사람 사이의 어색한 분위기가 생각나 다시 손을 거뒀다.그러다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진주 1인자인 동태원 씨랑 만날 수 있게 기회를 만들어줘요. 그분도 저를 만나고 싶어 할 거예요.”김예훈이 손을 툭툭 털면서 이곳을 떠나려고 할때, 주차장에 있던 토요타 알파드 차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예훈 오빠.”온밤 여기서 기다리면서 온갖 인맥을 다 동원한 허유주는 바로 김예훈에게 안기려고 했다.“나왔어? 정말 다행이야.”어젯밤 그녀는 김예훈이 홍성파와 일본 야마구치파한테 짓밟힐까 봐 걱정이었다.진주에 깊은 뿌리를 박은 홍성파는 진주 기관 사람들과 친했으니 말이다.김예훈이 무사히 풀려난 것만으로도 놀라울 정도였다.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라이언 킹의 뺨까지 때렸는데 김예훈이 보석되고 진세은이 갖힐 줄 몰랐다.김예훈은 자기를 와락 끌어안은 허유주를 떼어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난 다른 사람을 도와준 착한 시민일 뿐이야. 나까지 구속하면 진주 법도가 신뢰를 잃는 거 아니겠어? 그리고 네가 날 도와주고 있는데 누가 감히 날 건드리
추하린이 입을 가리면서 웃었다.경찰에 신고하는 거에 그치지 않고 이 일이 세상에 알려진 이상 공평하게 처리해야만 했다.뚜벅뚜벅.두 사람이 대화를 마쳤을 때, 제복을 입은 한 경찰이 걸어들어왔다.짧은 머리에 혼혈인으로 보이는 그녀는 높은 콧대에 움푹 파인 두 눈을 하고 있어 이국적인 느낌을 가져다주었다.그리고 그녀의 가슴에 있는 명찰에는 동하임이라는 이름이 적혀있었다.그녀는 김예훈을 한참동안 쳐다보고는 추하린을 힐끔 보면서 냉랭하게 말했다.“추하린 씨, 이 사람 보석으로 풀려났어요. 그런데 보름 동안은 진주를 벗어나지 못하며 언제든 저희 연락을 기다리셔야 해요.”추하린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동하임 씨, 걱정하지 마세요. 김 도련님은 피해자예요. 누구를 죄인으로 몰아갈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잘 협조할 거예요. 저희한테는 인증이면 인증, 물증이면 물증, 없는 것이 없어요.”이 말에 동하임은 콧방귀를 뀌었다.김예훈에 대해 불만이 많은지 냉랭하게 쳐다보면서 자료 하나를 던져주었다.“여기에 사인하고 당장 꺼져요.”펜을 든 김예훈은 급히 사인하지 않고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동하림을 쳐다보았다.“저희 처음 본 사이인 것 같은데 제가 뭐 잘못한거라도 있을까요?”동하임은 콧방귀만 뀔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런데 이때 추하린이 말했다.“김 도련님께서는 잘못한 거 없어요. 그런데 진주 1인자인 동하임 씨 아버님을 건드린 건 맞죠.”의미심장한 표정을 하고 있던 김예훈은 그제야 동하임이 왜 자신에 대해 불만이 많은지 알 수 있었다.어제저녁 한번도 만나보지 못한 진주 1인자를 궁지로 몰고 갔으니 말이다.표정이 차갑기만 만 동하임은 사실 감정을 잘 숨기고 있었다.김예훈이 펜을 만지작거리면서 말했다.“동하임 씨, 제가 보석되었다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동하임이 김예훈을 냉랭하게 쳐다보면서 나지막하게 말했다.“김현민 씨 일행이 모든 일을 도모한 사실은 증거 부족으로 전부 석방되었어요. 야마구치파는 죄가 극악
10분 뒤, 전신 무장한 경찰들이 닥쳐와 현장에 있던 사람들을 체포했다.그리고 뒤이어 도착한 열몇 명의 기자들도 피비린내를 맡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오늘, 이 거대한 사건은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홍성파와 일본 야마구치파가 연루된 사건이었다.어느 한쪽만 있었다고 해도 뉴스 메인을 차지했을 텐데 대단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자리에서 진주 경찰은 공과 사를 구분하면서 공평 공정하게 사건을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아무리 진주·밀양에서 신분 높은 김현민이라고 해도 도망칠 수 없이 똑같이 조사받아야 했다.기자들이 지켜보고 있는데 진주 경찰들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해도 절대적으로 공정해야 했다.그렇게 100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구룡성 경찰서에 잡혀가고 말았다.경찰은 중상을 입거나 목숨을 잃은 사람을 포함해서 하나도 빠짐없이 조사를 진행했다.김예훈도 구룡성 경찰서에 잡혀가긴 했지만 내내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었다.이번에 일부러 김현민에게 골탕을 먹이려고 작정한 것이다.안동 김씨 가문이 진주·밀양에서 어느정도로 대단한지, 그리고 이곳에 법이라는 것이 존재하는지 확인하고 싶었다.두번째 날 아침, 추하린이 그럴싸한 브런치를 들고 취조실로 들어왔다.추하린은 김예훈에게 브런치를 건네고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김 도련님, 어젯밤 그 전화 한 통으로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켰는지 알아요? 안동 김씨 가문 큰 어르신께서 화가 난 나머지 진주 1인자인 동태원에게 전화해서 왜 김현민을 구속했냐고 따졌대요.”김예훈이 브런치를 즐기면서 담담하게 말했다.“그래서 겁이 났대요?”“얼마나 많은 기자가 지켜보고 있는데 겁이 날 새나 있었겠어요? 계속해서 진주 1인자를 해야 하는데 말이죠.”추하린이 피식 웃었다.“그저 법대로 진행하는 거라고 답장했대요. 그리고 온밤 구룡성 경찰서를 포위한 홍성파 사람들은 자기 사람을 풀어달라고 하면서 김 도련님을 처리하라고 했대요. 그런데 증거가 있어서 어쩔 수 없었지만요. 야마구치파가 허유주 씨한테 약을 탄 것만 해도 충
“이런 제기랄!”“지금 김현민 도련님한테 무슨 말버릇이야. 죽고 싶어?”김현민 뒤에 서 있던 남녀들이 김예훈을 차갑게 째려보고 있었다.비록 김예훈이 어마어마한 실력으로 라이언 킹을 뺨 한 대로 죽여버리긴 했지만, 진주·밀양에서 내로라하는 상류 인사들한테는 그저 싸움만 잘하는 사람으로 보였다.김예훈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이들의 힘, 배경과 권력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지금은 예전처럼 혼자서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는 시대가 아니었다.대단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그저 대단한 것뿐이었다.김현민은 뒤에 서 있는 사람들의 감정을 억누르면서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저까지 건드리게요?”김예훈이 피식 웃었다.“수장님도 참. 제가 언제 수장님을 건드리겠다고 했나요? 곧 9대 국방부 총사령관이 될 정의로운 분을 제가 왜 건드리겠어요.”9대 국방부 총사령관을 언급할 때 김예훈의 표정은 흥미진진하기만 했다.김현민이 이 타이틀을 이용해서 과연 거들먹거릴지 보고 싶었다.김현민 역시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그저 소문일 뿐이에요.”“그래요?”김예훈의 표정은 차갑기만 했다.김현민은 9대 국방부의 총사령관인 것을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부인하지도 않았다.이 기세를 빌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 자리를 굳히고 싶은 모양이었다.이대로라면 곧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새로운 수장이 될지도 몰랐다.아니라면 9대 국방부 총사령관이라는 타이틀을 이용하지도 않았을 것이다.이순간 김예훈은 김현민에 대해 다시 보게 되었다.목적을 이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런 사람으로 말이다.김현민은 한참동안 김예훈을 쳐다보다 아무 말 없이 뒤돌아 이곳을 떠나려고 했다.그런데 김예훈이 앞으로 나서서 그의 앞길을 막았다.“김예훈 도련님께서 따로 하실 말씀이 있나요?”김현민은 김예훈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는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이런 순간에 김예훈이 자신한테 무슨 짓을 할 거로 생각하지 않았다.아무리 실력이 대